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문제가 뜨겁다. 진행되는 사항을 봤을 때 국내 대표적인 회계학자들은 삼성 손을 들어줄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거론되는 학자들은, 많은 이들이 사용하는 도서 혹은 교재의 저자이다. 왠만한 대기업의 재무담당 임원들 책상에는 최종학 교수의 <숫자로 경영하라>가 한권씩은 꽂혀 있기 마련이고, 재무관련 직원들 책상에는 신현걸의 회계학 책들이 한권씩 있을 정도이다. 직접적으로 회계와 관련없는 나도 신현걸의 회계책을 한 권 가지고 있을 정도다. (연결회계 참고차 간혹 펼쳐본다.)


분식회계 논란이 이는 사건은 이렇다. 

 "자회사 회계처리 건은 2015년말 결산 실적 반영에서 국제회계기준(IFRS) 기업회계기준서 제1110호(연결재무제표) B23(3)에 의거해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연결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변경 회계처리 한 것"


원래 자회사(종속회사) 였던 삼성바이오에피스를 단순 투자회사(관계회사)로 바꾼 것이다. 

잠깐 쉽게 설명하자면 경영권을 행사하는 자회사의 손익은 매해 해당 자회사의 실적을 반영한다.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적자니 당연히 손실로 반영된다. 그런데 단순투자회사가 되면 사실상 경영권을 행사하지 않기 때문에 다른 기준으로 반영한다. 투자회사의 가치를 평가하여 투자가치만큼 반영하는 것인데, 이 평가를 반영하면서 2014년末 손실이 996억원 거의 1천억이었던 회사가 2015년末 흑자 1조9천49억 회사가 된 것이다. 회계기준 하나 바꿔 1천억 적자회사가 2조 이익 회사로 바뀐 것이다. 


신현걸은 매일경제와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회계를 아는 사람이라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 처리가 국제회계기준(IFRS)을 따랐다는 데 동의할 겁니다."  

http://news.mk.co.kr/newsRead.php?year=2018&no=289878


그런데 되묻고 싶다. 

"그건 바이오젠이 콜옵션을 행사한다고 해서 그런거잖아요. 그런데 콜옵션 행사 안했잖아요,

 결과적으로는 회계기준을 바꿔서는 안되는 거 잖아요"


바이오젠이 콜옵션 행사를 한다는 것은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지분을 바이오젠이 추가로 취득한다는 것이고, 결국 바이오젠이 삼성바이오에피스의 대주주가 되는 것이다. 


그나마 최종학 교수는 양심은 있는지 콜옵션 행사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전제로 했다고 말한다. 

"당시 내가 제출한 의견서에는 바이오젠의 콜옵션 행사 가능성이 상당히 높아진 것을 전제로, 이럴 경우 종속회사를 관계회사로 바꿔 장부를 작성하는 게 옳다는 내용을 담았다"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economy/finance/844167.html#csidxe71d808cd287480b2f399e13e6831d9 


간단히 정리해보면 이렇다. 

바이오젠이 콜옵션 행사를 했다.→ 삼성회계가 맞음

바이오젠이 콜옵션 행사를 안했다. → 분식회계


바이오젠이 콜옵션 행사를 하지 않았는데도,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회계기준을 변경했다. 바이오젠이 콜옵션 행사를 하리라고 예측한 것이다. 그런데 바이오젠은 콜옵션 행사를 하지 않았다. 사실 분식회계라고 볼 수 밖에 없다. 결과적으로 보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회계기준을 바꿀 근거가 없는 것이다. 


금융위 심리나 행정소송까지 가면 삼성이 승소할 가능성이 높다. 첫째, 김앤장이 회계규정 변경 건을 맡았다. 김앤장이 주요 대기업의 주요 건들을 독점하는 이유는 이렇다. 

국세청 고위직 출신이 많다. 재경부 고위직 출신이 많다. 공정의 고위직 출신이 많다. .....

두번째, 정부기관은 예산이라는 한계가 있는 반면 삼성은 이 사건의 손실이 몇 조, 몇 십조가 될 수 있다. 변호인단 선임에 상상할 수 없는 예산을 퍼부을 수가 있다. 


신현걸 교수나 최종학 교수에게 묻고 싶다. 회계라는 것이 투자자 및 일반 대중에게 합리적인 재무 정보를 전달하는 게 원래 목적이 아닌가라는 질문이다. 실적이 좋아진 것도 아닌데, 단순히 회계기준 변경으로 손실 1천억 회사가 바로 다음해 이익 2조 회사가 되는 게 과연 회계가 갖는 본래의 목적과 의도에 부합하는 것인지 말이다. 


특히 이 분들이 좀 생각을 했으면 하는게, 이런 일들이 되면 일반 대중들은 회계는 조작가능하다라는 인식을 심어 줄 수도 있는 것이다. 자신들이 이야기하는 회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더 심하게 가져다 줄 수 있다는 점을 좀 제발 유념했으면 좋겠다. 

* 신현걸의 인터뷰에 있는 매일경제신문 기사 아래쪽에 나오는 안진회계법인은 대우조선해양 분식회계문제로 영업정지 1년의 과거 이력이 있다. 


물론 이명박근혜 정부를 봤을 때 학자적 양심을 가진 교수들이 없다는 것을 많이 봐 왔지만, 씁쓸하다. 


         


         


* 최근에 일어나는 삼성의 일들을 보면서 삼성을 다룬 책들의 2부는 더 많은 이야기들이 실려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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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5-12 20: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雨香 2018-05-12 21:15   좋아요 1 | URL
네, 엔론사태때,,,,종종 우리나라 기업 총수들이 미국이었다면 과연 그렇게 할 수 있겠나라는 생각을 합니다.

삼성이 참 교모한게, 그렇게 회계처리를 해도 된다는 용역을 김앤장에 주었고, 김앤장은 유수 회계학자들의 의견을 받아 두었습니다. 게다가 회계법인은 안진과 한영이 관련되어 있고, 삼정도 의견을 준 것으로 나오고, 삼성바이오의 모회사의 회계감사법인은 삼일이니 결국 4대 회계법인 모두를 엮었습니다.

적폐가 너무 심합니다.

2018-05-12 21: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5-12 23: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꼬마요정 2018-05-12 22: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김앤장과 4대 회계법인 다 엮었으니 책임질 사람은 아무도 없겠군요...

雨香 2018-05-12 22:58   좋아요 1 | URL
게다가 김앤장이 애초 S대를 비롯해 유명 교수들의 의견들을 받아놨다고 하고요.
안진이 전에 대우조선 분식회계로 1년간 영업정지를 당했다는 점을 봤을 때 최소한 안진과 한영은 총력을 다해 대응할 것 같습니다. 회계감사법인 삼정과 모회사의 회계감사법인인 삼일도 가만히 있진 않겠죠.

겨울호랑이 2018-05-13 09: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삼성바이오 로직스 분식 회계 사태를 보면서, 공정가액(FV) 평가를 주 내용으로 한 국제회계기준(IFRS)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시장가격을 재무제표에 반영한다는 이름하에 전문가들의 평가가 자산 전반에 걸쳐 일어나는 현실을 보면, 차라리 장부가액(BV)을 기본으로 하고, 주석으로 공정가액 평가를 하는 편이 정보 이용자들에게 보다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아닌가 생각하게 됩니다... 물론,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기는 하겠지만요...

雨香 2018-05-13 18:33   좋아요 1 | URL
사실 회계법인들이 자산평가에 의한 이익이 과도할 경우 주저합니다. 삼성이니까 가능했다고 봐야 할 겁니다.
국제회계기준이 연결기준으로 보다 합리적으로 회사의 현상을 파악하려는 것인데(예전에 국내기업들이 손실은 자회사로 몰았던 것을 보면요) 삼성은 참 법이나 기준의 빈틈을 잘도 찾아냅니다. 예전에도 그래왔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