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KBS 추적60분에서 천안함을 다시 꺼내 들었다. 천안함 침몰 당시 추적60분은 천안함 침몰에 대한 의혹을 제기했고, 방통위는 2011년 1월 추적60분에 대한 징계를 했다. 방송 첫머리에 5년의 판결결과 대법원까지 3심 모두 징계 무효 판결을 받았다는 점을 밝히며 시작했다.
사실 천안함을 거론한다는 것은 다소 거북한 일이다. 천안함 사고 때 뿐만 아니라, 현재까지도 보수를 가장한 언론, 정치인들은 천안함을 사상 검증하듯 묻곤 한다. '북한소행이라고 생각하느냐? 아니냐?'
그리고 또 하나 보수를 가장한 언론, 정치인들이 유가족, 생존장병을 볼모로 삼고 있는 것인데, 침몰 초반 유가족들이 민관조사단에 대한 불신과 항의, 다른 목소리를 낸 생존장병은 어느 샌가 잊혀져 버려졌다.
추적60분을 계기로 몇 권의 책을 빌렸다.
일단 먼저 짚고 넘어갈 것은 천안함 침몰의 북한의 소행이든, 아니든, 순국장병들은 국가를 지키기 위해 군복무 중 나아가 작전중에 사고를 당한 것은 분명하고 침몰 원인과 상관없이 국가와 시민들은 그들에 대한 예우를 갖춰야 한다.
다만, 천안함 침몰 원인에 대한 합리적 의심에 대해서는 신뢰할 만한 조사를 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
당시 상황을 돌아보면 보수를 가장한 이들의 주장은 믿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침몰시간도 바뀌고, 침몰지점도 찾지 못하는 등, 그리고 국방부의 말은 계속 바뀐 과정을 기억한다.
게다가 과학적이라고 제시한 증거들이 과학적인 방법으로 증거가 아님이 드러났음에도 이에 대한 반응은 사라졌다.
그리고 그런 합리적인 의심에 대해 '북한 소행이 아니라는 것이냐? 그럼 누구 짓이냐'라는 질문으로 입막음을 시도한다.
천안함의 침몰 원인을 밝히는 것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일단 당시 미국도 서해에서 작전을 수행중이었다고 하는데, 작전 중에 경계가 뚫렸다는 것은 굉장히 심각한 일이다. 그리고 40년 넘게 북한보다 많은 국방비를 쓰고서도, 최근엔 30배가 넘는 국방비를 사용하면서 이렇게 허술하다는 것은 군을 어떻게 운용했는지 군 전반에 대한 감사가 필요하고, 장군들 전체에 대한 사법처리가 필요한 부분이다.
그리고 기뢰나 피로폭발, 암초 등의 이유라면 그에 대한 훈련 및 작전대책을 세워야 하는 것이다.
<천안함을 묻는다>는 천안함 침몰 후 100일간의 과정을 담은 책이다. 천안함 침몰에 대한 기억을 되짚는데 도움이 된다. 당시 TOD 영상과 관련된 국방부의 태도, 초기의 입장과 달리 갑자기 북한의 소행이라고 여론이 변하는 과정이 담겨있고, 각 분야에서 어떻게 쟁점이 형성되었는지를 보여준다. 그리고 지방선거가 끝나자마자 천안함 논란이 갑자기 사그라든 것도 분명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다.
<과학의 양심, 천안함을 추적하다>는 당시 천안함이 왜 북한의 어뢰 때문인지에 대한 과학적 증거에 의문을 가진 물리학자의 기록이다. 북한의 어뢰라는 모든 과학적 근거에 과학적으로 잘못되었고, 조작되었을 가능성에 대해 주장했던 물리학 교수의 설명과 과정을 읽을 수 있다.
<천안함의 과학 블래박스를 열다>는 천안함 침몰 후 6년 정도가 지난 나온 책이다. 500여쪽에 달하는 이 책은 천안함에 대한 한 기자의 백서이다. 천안함 논쟁에 대해 분석부터 과학적 의문에 대한 과학적 설명, 그리고 한국사회에서의 이러한 논쟁이 어떻게 진행되는지를 다루는 종합적인 보고서이다.
* 천안함 침몰 소식을 듣고 개인적으로 의심을 했던 것은 경험에서 나왔다. 20여년 전 전차부대에서 군복무(물론 나는 전차병은 아니었지만)를 했던 나는 일년에 몇 번씩 훈련에 차출되었는데(보병 역할) 전차병의 군복은 독특하다. 국방색 전투복이라는 데는 똑같지만 원피스 즉 상의,하의 구분이 없다. 전투시 포탄에 맞게 되면 전차는 멀쩡하지만 그 충격으로 전차내 군인들은 모두 사망한다는 것인데 사망병사를 꺼내고 다시 전차를 사용하기 위해 원피스형 전투복을 입는다고 했다.
천안함이 어뢰에 의한 침몰이라면 생존병사 중 적지 않은 병사들이 충격에 의해 고막파열 등 장기가 손상되는 부상을 입어야 하는데 그게 없었다. 당시 내가 의심을 가졌던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