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es24의 글을 링크 건다는 게 좀 그렇긴 하지만, 면역에 대해 쉽게 설명한 글이 있어 옮겨본다. 


면역강화라는 사기극 http://ch.yes24.com/Article/View/33769?Ccode=000_007


세균이 몸 속에 침입하면 경찰 역할을 하는 백혈구가 즉각 발견하고 적군이라는 사실을 알아차립니다(인지). 비실비실한 놈 한두 마리 정도는 그 자리에서 꿀꺽 삼킨 후 녹여버립니다(포식). 적의 숫자가 많고 힘이 세다면 호루라기를 불어 가까운 곳의 동료들을 부르고, 파발마를 보내 군대를 요청하고, 봉화를 올려 몸 전체에 적의 침입을 알립니다(동원). 신호를 받은 경찰과 군대가 우르르 몰려와 적을 에워싸고 한판 전투를 치릅니다. 수많은 세균과 백혈구들이 한 곳에 몰려 총을 쏘고, 수류탄을 던지고, 대포를 발사하고, 백병전을 벌이기 때문에 그 자리가 붓고, 열이 나고, 빨개지고, 아픕니다(염증).

 

정리하면 우리는 보호, 인지, 포식, 동원, 염증 등의 과정을 거쳐 스스로를 지킵니다. 세균은 진화라는 특수 무기가 있다고 했지요? 우리는 기억이라는 특수 무기가 있습니다. 치열한 전쟁 끝에 승리하여 세균을 제거하는 과정에서 우리 몸은 적의 특징과 약점을 기억하고, 그 놈들에게만 특별히 잘 듣는 특수무기를 개발합니다. 이 특수무기는 다른 세균에게는 듣지 않지만 그 세균에게는 기가 막히게 듣습니다. 대표적인 게 항체입니다. 아까 파발마를 보낸다고 했지요? 파발마를 탄 전령이 무작정 달려 숨을 헐떡이며 “적이다!”라고 보고하는 게 아닙니다. 스마트폰으로 적의 모습을 찍어서 갖고 갑니다. 연락을 받은 군대에서는 침입자의 사진을 보고 기억을 되살립니다. 예전에 한번 싸운 적이 있는 녀석이라면 창고에서 특수무기를 꺼내서 갖고 갑니다. 적을 알고 나를 알면 어떻게 되지요? 백전백승입니다. 이 원리를 이용한 게 백신, 즉 예방접종입니다. 약화시킨 병원체나 그 일부를 몸속에 넣어주어 미리 특수무기를 만들어 놓는 거지요.

 

지금까지 설명한 모든 과정이 바로 면역입니다. 면역이 강화된다는 건 튼튼한 피부와 점막, 적절한 점액과 효소의 분비, 몸속 각 부위의 환경 유지,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이로운 세균들, 포식세포, 전령세포, 림프구 등의 백혈구, 이들이 사용하는 보체, 항체, 사이토카인 등의 무기가 어느 하나 빠짐 없이 건강하고 조화롭게 움직여야 가능한 일입니다. 면역을 경찰과 군대에 비유하는 걸 좋아하지 않는 분도 있습니다만(율라 비스의 『면역에 관하여』란 책을 읽어보세요), 사실 이보다 적절한 비유는 없습니다.


      



고백하자면, 사실 면역강화라는 말을 잘못 알고 지낸게 수십년이고, 면역을 강화한다는 말에 이것 저것 챙겨먹은 적도 있다. 그러다 사스가 유행할때로 기억하는데, 중학생용 책인 <제너가 들려주는 면역이야기>등을 비롯해 몇 권의 책을 읽으면서 면역이라는 게 잘못 쓰이고 있구나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최근엔 <면역에 관하여> 를 읽으며 면역에 대해 많은 것을 공부하게 되었고, 


강병철은 마지막에 이런 말을 한다. 

면역을 강화시킨다고 입증된 방법은 딱 두 가지뿐입니다. 첫째, 전반적으로 건강해지는 겁니다. 늘 하는 얘기지만 골고루 먹고, 많이 뛰어 놀고, 푹 자야 건강해집니다. 둘째, 예방접종입니다. 어찌된 셈인지 면역을 강화시켜준다는 사이비들은 진짜 면역을 강화해주는 예방접종에는 기를 쓰고 반대합니다. 자녀는 물론이고 자신의 건강을 위해서도 면역을 강화해준다는 사기에 휘둘리지 맙시다. 헛갈린다면 ‘면역을 강화해 준다’는 것들은, 의사가 말하든, 한의사나 약사가 말하든, 일부러 피해 다녀도 손해 보는 일은 없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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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라디오 2017-07-07 2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자의 논지가 헷갈리는 군요. 면역강화라는게 사이비라면서 마지막에 전반적으로 건강해지면 면역이 강화된다고 말하네요. 그렇다면 신체를 전반적으로 건강해지게 하는 것들은 면역을 강화한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요?

雨香 2017-07-07 21:59   좋아요 0 | URL
면역강화를 상품 혹은 마케팅으로 활용하는 것을 사이비라고 지칭하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습니다.

다만, 필자는 면역강화 자체에도 조심스럽게 접근하는 입장입니다. 자가면역질환의 경우를 보면요.
다른 책에서는 1900년대 초 스페인 독감의 경우 사망자가 대체로 건강한 사람(면역이 강하다고 생각되는)이었다고 이야기합니다.

고양이라디오 2017-07-08 02:17   좋아요 1 | URL
제 논지는 저자가 면역을 강화시킨다는 것에 대해 비판적 접근을 시도하고 있지만 마지막에서는 결국 면역을 강화하는 방법은 전반적으로 건강해지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저자가 비판하는 사람들도 몸을 전반적으로 건강해지게 하는 것을 면역이 강화된다고 이해하고 말하고 있는데 말입니다. 제가 보기에는 자신이 비판하고 있는 사람들과 저자의 마지막 이야기가 어떻게 다른지 모르겠습니다.

면역강화가 팩트라면 상품 혹은 마케팅으로 활용하는 것은 아무런 문제가 없겠지요.

우향님의 말씀대로 자가면역질환이나 스페인 독감같은 특수한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질병과 전염병은 면역력이 약한 사람들을 덮칩니다. 각종 전염병이나 독감은 일반적으로 아직 면역력이 미숙한 어린아이나 면역력이 약한 노인이나 질병을 앓고 있는 사람에게 더 치명적입니다. 만약 면역력이 강하든 말든 상관없다면 우리가 그렇게 기를 쓰고 면역력을 높이기 위해 운동하고 잘 먹고 잘 자는 등의 활동을 할 필요가 전혀 없겠죠.

저도 면역역을 강화시키는 방법은 전반적으로 건강해지는 것이라는 강병철씨의 마지막 말씀에 동의합니다. 제가 우려스러운 점은 전반적으로 인체를 건강해지도록 돕는 각종 식품, 의약품, 활동 등이 강병철씨의 주장대로라면 전부 사기로 비칠까봐 우려스럽습니다. 물론 그런 주장 중에 사기도 있겠지만 강병철씨의 글만으로는 진짜와 사기를 분간하기가 어렵습니다. 왜냐하면 마지막에 전반적으로 건강해지는 것이 면역을 강화시키는 것이라고 말씀하셨기때문입니다.

횡설수설한거 같습니다. 제 의견이 제대로 전달됐는지 모르겠네요ㅜㅋ

고양이라디오 2017-07-08 02: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다시 간단히 제 요지를 말씀드리자면 이렇습니다. 저자는 면역강화라는 표현의 애매함을 지적했지만 마지막에는 결국 자신도 애매한 표현을 씀으로써 자신이 비판한 것에 자신이 포함되는 거 같습니다.

雨香 2017-07-22 12:13   좋아요 1 | URL
댓글이 늦어 죄송합니다. (3주정도 정신없이 바빠서요) 이해하기 쉽게 분명하게 적어주셨습니다. 면역에 대한 부분은 조금 더 읽어볼 생각이라 리뷰나 페이퍼로 조금 더 남겨보겠습니다.
 

 올해 초 영어공부책 한권이 나왔다. 관심 없던 책이었는데, 여기저기서 들리는 저자가 오히려 흥미로웠다. 저자는 MBC PD 김민식이다. 예능 PD이기도 한 그는 특이하게도 통역대학원 출신이다. 그는 <뉴논스톱>, <내조의 여왕>등의 연출을 맡았는데, 회사에서 일을 안 줘서 영어공부책을 썼다고 한다. 


 이명박근혜 정권 동안 MBC는 엉망진창이다. 실력있는 PD, 아나운서 등은 떠나고, 남아있는 이들은 징계를 받았다. 아나운서 하루 아침에 기술직으로 옮겨간다던지..


 김민식 PD는 그런 MBC에서 MBC와 싸우다 미운털이 박혔고, 회사는 그에게 일을 주지 않았다. 그게 MBC의 현실이다. 


 한 2주전인가 읽었는데, 토요일 아침 한겨레 신문 1면에 그의 얼굴이 실렸다. 


  


망가진 뉴스 온종일 보는 게 제일 심한 징벌이더라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culture/culture_general/801026.html#csidx3747f2fded65f70a6fe2e76b875e15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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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7-02 17: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雨香 2017-07-02 19:13   좋아요 0 | URL
경영진들 목적이 방송사 망하는 거 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얼마전 김태호 PD등이 낸 성명에 보면 종편보다 제작비가 작은 경우도 많다고 하는데, 엠빙신이라고 욕은 하지만 남아서 싸우는 분들 보면 애잔합니다.
 
면역에 관하여
율라 비스 지음, 김명남 옮김 / 열린책들 / 2016년 1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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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역에 관하여>는 제목에 딱 걸맞는 책이다. 그리고 훌륭한 책이다. 


이 책이 훌륭한 것은 다른책들이 면역을 거부하는 행위를 단순한 무지로 판단하는데 반해, 저자는 왜 예방접종을 거부하는지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한다. 기본적으로 면역이 맞지만, 맞기 때문에 예방접종을 하라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약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필요하다는 점을 이야기한다. 


 「백신은 다수 집단을 동원해서 소수 집단을 보호함으로 써 효과를 발휘하지.」 아버지의 설명이다. 이때 아버지가 말한 소수집단이란 해당 질병에 특히 취약한 사람들이다. 인플루엔자의 경우 노인들이다. 백일해의 경우, 신생아들이다. 풍진의 경우 임신부들이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부유한 백인 여성들이 제 자식에게 백신을 맞히는 건, 독신인 어머니가 최근에 이사를 했기 때문에 선택에 따라서가 아니라 상황에 따라서 미처 아이를 완전 접종시키지 못한 일부 가난한 흑인 아이들을 보호하는 데 동참하는 일일 수 있다. (48쪽)


저자는 저널리스트이다. 아이를 낳을 즈음, 주변에서의 백신의 대한 이야기에 노출이 되면서 백신에 관심을 갖게 된다. 백신에 대해 언론은 믿지 못할 것이고, 백신은 대형 제약회사들이 만들어낸 것일 뿐이라는 지적에는 동의했지만, 정말 못 믿을 것인가에 대한 의문을 갖게 된다. 


그래서 이 책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걱정, 문제제기가 왜 있는지를 살펴보고 그에 대한 과학적이고, 사회적이고, 역사적인 해답을 찾아낸다. 


일단 예방접종은 과학적으로 상당히 안정적인 면역계를 만드는 방법이다. 그런데 예방접종에는 부작용이 있다. 그러나 그 부작용이 사실 모호하다. 백신 때문인지 알수가 없고, 발병율 자체가 너무 작아 통계적으로도 무의미하다. 


백신에 대한 두려움은 백신의 이득이 피해보다 훨씬 크 다고 장담하는 전문가들의 위험-편익 분석이 아무리 많이 등장하더라도 쉽게 잦아들지 않는 듯하다. 백신으로 인한 심한 부작용은 드물다. 그러나 정확히 얼마나 드문지는 계량하기 어려운데, 한 이유는 백신에 연관된 합병증은 애초에 그 백신이 예방하려고 하는 감염에 의해서 자연적으로도 발생하는 합병증일 때가 많아서다 홍역, 볼거리, 수두, 인플루엔자에 자연적으로 감염되더라도 뇌가 감염되어 붓는 병인 뇌염에 걸릴 수 있다. 우리는 아무 병에도 걸리지 않았고 아무 백신도 맞지 않은 인구 집단에서 뇌염의 기저 발병률이 얼마나되는지 모른다. 그러나 홍역 환자 1,000명 중 약 1 명 꼴로 뇌염 이 따른다는 건 알고, MMR(홍역-볼거 리-풍진) 백신 접종자 300만 명 중 약 1명꼴로 접종 후 뇌염 발생이보고된다는 건 안다. 그런 사례는 워낙 드물기 때문에, 연구자들은 그런 뇌염이 정말 백신 때문에 일어난 건지 아닌지를확실히 결론 내리진 못했다. (57쪽)


그럼에도 사람들이 백신의 부작용을 크게 인식하는 것은 바로 두려움 때문이다. 

위험 인식은 계량 가능한 위험에 관한 문제이기보다 측정 불가능 한 두려움에 관한 문제일지도 모른다. 우리의 두려움은 역 사와 경제, 사회적 힘과 낙인, 신화와 악몽의 영향을 받는 다 그리고 우리가 강하게 품는 여느 믿음처럼, 우리의 두려움은 우리에게 소중하다 슬로빅이 실험에서 확인했던 경우처럼 사람들이 자신의 믿음을 반박하는 정보를 접할 때, 우리는자신이 아니라 정보를 의심하는 경향이 있다. (60쪽)


그리고 이 두려움에는 인간이 만들어낸 인공물에 대한 배경이 있다. 자연적인 것은 선이고, 인공적인 것은 위험하다는 생각이다. 과연 그럴까. 앞서 이야기한 것 처럼 사람들은 정보를 의심한다. 

실제로 우리 몸안에 포름알데히드가 자연적으로 존재함에도 그런 사실을 무시한다. 심지어 모유 성분들은 신나, 농약, 로켓 연료 등과 같은 성분이다. 양이 문제라고 이야기하는데도 사람들은 믿지 않는다. 백신안에 있는 어떤 성분은 모유보다도 적은데 사람들은 문제가 심각한 것 처럼 이야기한다. 


사람들은 순수함에 대한 로망이 있는 듯하다. 그런데 그 순수함에 대한 열망이 우생학으로 나오고, 특히 우리나라에서 외국인에 대한 차별로 나타난다는 것을 볼 때 순수함이 사회적이나 정치적으로도 그다지 바람직하지 않은 것 같다. 특히 예방접종을 거부하는 이들이 이런 차별성향을 많이 나타낸다는 점도 고려해 봐야 할 것이다. 실제로 트럼프 정부에 백신 반대론자들이 많다는 사실도 생각해봐야 한다. 


미국에서 백신거부자들은 대체로 백인들에게서 일어난다. 그들은 여전히 전염병은 사회적으로 떨어지는 집단에서 발병하는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다. 역사적으로도 백신이 처음 도입되었을 때 지배계층이 아닌 하층민, 이주민에 대해 강제접종의 형태였다. 양심적 거부라는 말도 백신 거부에서 나온 말이다. 


저자는 또한 민주주의와 백신거부와의 관계도 설명한다. 잘못된 정보를 바탕으로 사회에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 과연 민주주의인지, 백신을 거부한 이들은 결과적으로 백신에 의한 집단면역에 무임승차한 이들이 아닌지 의문을 제기한다. 


인류가 이렇게 오래살기 시작한 것은 얼마되지 않았다. 그 중에 가장 큰 역할을 한 것이 백신이나 의학을 거부하는 이들에게는 미안한 이야기이지만, 백신과 항생제다. 자연적인 것을 최고로 치는 사람들이 많지만, 자연속의 인간은 언제 죽을지 모르는 상태에 영양부족의 상태였다는 점을 왜 모르는 척 하는지 모르겠다. 


미국에서는 지속적으로 홍역과 같은 전염병 확산이 문제가 되고 있다. 2008년에 홍역이 한번 돌았고, 2014년에도 돌았다. 전문가들은 집단면역체계가 깨졌다고 이야기한다. 백신을 거부하는 이들이 대체로 중산층이고, 우리나라에서도 어느 정도 학식을 갖춘 사람들이라 자식이 그 병에 걸렸더라도 돈을 들여 치료를 할 수 있는 사람들일 것이다. 하지만 그 사람들의 자식들의 전염병의 매개체라는 생각은 못하는 듯 하다. 경제적으로, 건강적으로 백신 접종에서 소외된 이들에게 그 병을 옮겨 그들에게 큰 상처(질병이나 후유증)를 주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 생각이라 할 수 있을까. 


면역에 대해 궁금해 하거나, 궁금하지 않거나 읽어볼만한 책이다. 면역을 왜 거부하려는지 그들의 생각을 공감할 수 있고, 역사적으로 정치적으로 사회적으로 면역이 어떤 위치에 있는지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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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라디오 2017-06-25 22: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좋은 리뷰 감사합니다. 최고의 책이죠^^

雨香 2017-06-26 08:22   좋아요 0 | URL
공감합니다. 읽어보니 사람들의 호평의 이유를 알겠더라구요.
 

 스켑틱10호에는 <누가예방접종을 가로막는가>라는 제목의 기사가 실려 있다. 


지난 반세기 동안 인류는 예방접종으로 소아마비, 디프테리아, 홍 역 등 수많은 전염병을 박멸하기 위해 애써왔다. 하지만 지난 십 년 동안 사라졌던 질병이 다시 나타나기 시작했다. 특히 백일해와 홍역의 재등장이 골칫거리다. 2014년 캘리포니아에는 백일해 환자가 거의 1만 명이나 발생했는데, 이는 1947년 이후 가장 많은 발생 건수다. 입원 환자중 200명 이상은 태어난 지 채 4개월이 되지 않 은 영아다, 2014년 12월, 캘리포니아 남부 디즈니랜드에서 발생한 홍역은 캘리포니아를 넘어서 미국 전체를 휩쓸었다. 전염력이 강한 홍역 바이러스는 심각한 뇌 질환, 경련, 귀나 흉부 감염을 일으킬 수 있으며, 심한 경우 환자가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이 질병은 예방접종률이 낮아지면서 집단면역력이 일정 수준 이하로 낮아진 캘리포니아 지역에서 처음 발생했다. 캘리포니아뿐 만 아니라 다른 주에서도 개인의 신념을 이유로 자녀에게 예방접종을 하지 않는 가정이 늘어나는 추세다. 이처럼 예방접종 거부율 이 상승하면서 어린이에게 질병이 발생하는 빈도도 증가했으며, 종종 어린이에게 심각한 장애나 치명적인 결과를 남기기도 했다. 디즈니랜드 홍역 사태를 분석한 MIT와 보스턴 소아병원 과학자들 은 홍역에 노출됐던 집단의 예방접종률이 50~86%까지 떨어진 상태라고 보고했다. 이는 집단면역이 성립하는 데 필요한 95~99%에 훨씬 못 미치는 수준이다.(13쪽)


우리나라에서도 안아키(약 안쓰고 아이 키우기 모임)가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 처음에는 그런 사람들도 있다는 반응이었지만, 최근들어서는 부모들을 중심으로 안아키 모임에 대해 강력한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미국 역시 마찬가지다. 부모들을 중심으로 예방접종을 거부하는 움직임이 상당하고, 잠잠하던 부모들이 주정부에 강력한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기사는 민주주의라는 키워드로 문제를 풀어간다. 정부에 의한 예방접종 강제가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에 의한 반대 논쟁의 장이 마련되었다. 예방접종으로 인한 부작용, 몇 몇 제약회사들에 대한 백신 독점 등의 문제가 제기되었다. 그런데 과연 이런 논쟁을 민주주의라는 틀에서 볼 수 있을까?


예방접종과 자폐증의 상관관계는 몇 십년 째 지속되고 있는 문제이다. 특정 예방접종이 자폐증을 유발한다던지 하는 문제는 사실 아직 명확하게 결론이 나지 않은 문제이다. 발병율이 백신 때문인지 백신과 상관없이 주사라는 접종형태 때문인지가 밝혀지지 않았고, 통계라는 것이 예방접종을 받은 이들중에 자폐증 발병율만을 따지기 때문에 예방접종을 하지 않은 이들중에서의 자폐증 발병율은 통계적으로 없다. (예방접종을 받지 않은 이들에 대한 통계정보가 상대적으로 아주작기 때문에) 


또한 제약회사의 독과점 문제제기에 대해서도 제약회사의 연구개발에 들어간 비용등을 감안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 물론 우리나라의 경우는 많은 예방접종이 국가의 지원이 있기 때문에 미국보다는 상대적으로 이 이슈는 적은 편이다. 그래서 차라리 예방접종에 대해서는 정부의 관리 및 적극적인 개입을 요구하는게 맞지 않을까 싶다. 


풀뿌리 민주주의의 기준이 그저 다수의 시민이 참여하는 것이라면 캘리포니아 예방접종 논쟁은 확실히 민주주의의 기준을 충 족한다. 하지만 여기에 충분한 정보를 습득한, 혹은 최소한 잘못된 정보를 가지지 않은 시민이라는 부가적인 충족요건을 덧붙이면 캘리포니아 사태는 민주주의의 기준에서 다소 벗어나게 된다. 소셜미디어를 통한 예방접종의 위험성에 대한 거짓 정보의 전파, 과학적 증거의 거부, 극단적인 양분화 현상이 폭력적인 위협으로 번지는 상황은 신중함을 강조하는 민주주의의 의도와는 어긋난다. (16쪽)


게다가 예방접종을 거부하는 사람들은 다른 이들의 예방접종에 의한 집단면역에 무임승차하는 것이고, 알레르니나 희귀질환으로 예방접종을 받지 못하는 이들에게 해당 전염병을 전달할 수 있다는 점(남의 생명을 해를 가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민주주의적 방식이라고 보기 힘들다. 


서두에서 언급했듯이 집단면역이 깨질 때 전염병이 확산된다. 집단면역은 면역소외자들을 위한 사회적 안전망이기도 하다. 집단면역율이 99%이고, 해당집단이 100명이라고 가정할 때 99명은 면역을 가지고 있고, 1명은 면역이 없다. 이 한명은 희귀질환으로 예방접종을 할 수 없거나, 주사 알레르기 혹은 백신의 특정 성분에 대한 알레르기고 인해 예방접종을 할 수 없는 이다. 이때 다른 99명이 예방접종으로 면역을 형성해 이 1명에게 해당 전염병이 전해지는 걸 막을 수 있다. 집단면역이 필요한 이유다. 그러나 예방접종 거부자들은 이런 집단면역체계를 해친다. 면역이 형성되지 않은 자신들의 자식 뿐 아니라 다른 이유로 예방접종을 할 수 없는 이들의 자녀들을 심각한 위험에 노출시킨다. 


완벽한 것은 없다. 예방접종 또한 완벽할 수 없다. 그렇지만 백신이 지금의 인류가 유아사망율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데 기여했다는 것은 부정하기 힘든 팩트다. 예방접종에 부작용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그 부작용 보다는 사회전체의 안전망 확보에 기여가 더 크다. 그렇다면 예방접종을 부정하기 보다는 예방접종 부작용을 줄이는데 힘을 쏟는게 타당해 보인다. 


그리고 내 가족의 예방접종으로 예방접종에서 약자들에게도 사회적 안전망의 테두리를 쳐줄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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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집 백신백과>는 주요 백신에 대해 대상 전염병 및 백신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그리고 어떤 효과를 내는지가 잘 설명되는 책이다. 아이를 키우는 집이라면 한권씩 가지고 있어야 할 책이라고 생각했지만, 일단은 판단보류다. 


 저자인 시어스박사는 의사인데, 밥선생님이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활동을 많이 한다. (옛날 그림을 쉽게 그리는 법을 소개했던 밥을 생각하면 된다. 그런데 밥을 알 정도면 40대 이상이 아닐까 싶다. 최근 광고에 잠깐 등장하기도 했지만) 


 저자는 백신에 대해 맹신하는 사람과 맹목적으로 반대하는 사람사이에서 서로 잘 해보자는 입장이다. 이런 백신은 반드시 맞아야 한다. 하지만 어떤 백신은 백신을 맞추는 시기를 조절하거나, 굳이 맞지 않아도 된다고 설명한다. 즉, 사실을 이야기하는 부분이 있지만, 의사로써 자신의 의견을 제시하는 부분이 있다. 


몇년전에 미국에 홍역이 유행한적이 있다. 그 때 심각하게 공격을 받았던 이가 바로 이 시어스 박사다. 시어스 박사는 홍역 예방접종을 권하지만 꼭 맞지 않아도 된다는 입장이다. 그래서 홍역 예방접종을 하지 않은 사람들이 시어스 박사를 주치의를 두는 사람들이 생겼다. (미국은 주치의제도인데, 대부분의 의사들이 홍역 예방접종을 하지 이들을 환자로 삼기로 거부하면서 홍역 예방접종에 다소 느슨한 기준을 적용했던 시어스 박사의 병원으로 몰렸던 것) 홍역 예방접종을 하지 않은 시어스 박사의 고객(환자라고 해야하나) 중 하나가 홍역에 걸려서 시어스 박사의 병원에 방문했다. 그리고 그날 병원을 방문했던 홍역 예방접종을 하지 않은 총 8명이 홍역에 감염되었고, 지역전체로 퍼져나간 것이다. 


책은 점점 많아지는데, 책을 읽기가 점점 힘들어진다. 정작 자신은 자기 책 처럼 하지 않아서 망했다던 스티븐 코비같은 사기꾼들이 넘쳐나고, 이미 전문서적에서는 효과가 없다고 판명된 경영이론을 자신의 회사에서 이렇게 적용했다고 써대는 국내 저자들의 경영서적들이야 그냥 사기꾼이라고 생각하면 끝이지만, <약 안쓰고 아이 키우기>나 <병원에 가지 말아야 할 81가지 이유>, <예방접종이 오히려 병을 키운다>와 같이 생명과 관련된 책은 어떻게 해야 할까. 


         


<약 안쓰고 아이 키우기>모임에서는 수두파티를 한다. 수두에 걸린 아이의 수건을 돌린다던지. 수두야 감기정도의 증상만 나타나니 수두에 걸리고 항체가 형성되는 게 맞지만, 어떤 아이에게는 심각한 병이 될 수도 있다. 또한 한번 수두에 걸리면 나중에 대상포진 등에 쉽게 노출된다고 하는데. <병원에 가지 말아야 할 81가지 이유>의 저자 허현회씨는 병원 치료만 받으면 별 문제가 없는 당뇨 합병증으로 사망했다. <예방접종이 오히려 병을 부른다>의 저자 역시 몇 해전 50여세의 나이로 사망했는데, 사망이유를 공개하고 있지 않다. 저자들이야 그렇다치더라도 이런 책을 펴내는 출판사 편집인도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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