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초 파주에서는 북소리 축제가 홍대에서는 와우북페스티벌이 열렸다.
두 축제 모두 가본지 한참 되었다. 날씨가 좋지 않아 파주 발걸음은 마음을 접고, 와우북 페스티벌 두개의 강연을 신청했다.
남영의 <다시 읽는 과학>과 황교익의 <미각의 제국>이다.
<다시 읽는 과학>에서 저자는 자신을 오리너구리라 칭한다. 인문학과 자연과학의 경계가 모호한. 그래서 흔히 우리가 융합 혹은 통섭으로 알고 있는 '잡종'을 강조한다. 그러면서 과학사의 중요성을 이야기한다. 조금 충격적이기도 했는데, 과학이라고 하는 것이 받아들여지는 과정이 생각과 조금 다르다. 남영 교수는 과학에 대한 탐미적 추구를 말한다. 보기에 좋고, 단순하고 명료한 것.
왜 과학사를 공부해야 하는가
과학교육은 실패한 과학과 지나간 과학을 가르치지 않는다. 그래서 언제나 현재의 과학이 옳은 과학이 된다. 그러니 바꿀 필요가 없는 것이고, 다른 미래는 상상될 수 없다.
과학자가 살던 시대를 이해하지 못하면, 그 과학자를 이해하지 못한다. 그 과학자의 업적도 이해하지 못한다.
(강의 프리젠테이션 중)
수요미식회로 유명한 황교익은 음식에 관심이 있던 이들에게는 원래 잘 알려졌다. 종종 사회적 물의가 될 만한 사건을 던지곤 하는데, 최근에는 천일염 문제를 제기했다. 조금 심하게.
황교익 선생의 강의는 단순한 미식강의가 아니다. 그의 책이 단순이 맛을 이야기하는 게 아니고, 그 안에 있는 역사와 문화, 사람과 정치를 건든다.
이번 강의는 좀더 근본적인 것을 건든다. '맛' 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물론 그의 책을 읽거나 방송에서 접했던 내용들이 있기도 했지만, 이번에는 독특한 주제를 건들었다. 분유세대와 5포세대. 그는 지적한다. 분유세대가 엄마의 애착이 결핍되고, 그 결핍이 연애, 결혼 등의 결핍으로 나타난 것이 아닌지. 사회학, 심리학 및 과학이 한데 어우러져 분석해볼만한 주제이다. 전날 들었던 '잡종' 학문이 생각나는 부분이다.
두 강의를 들으면서 많은 것들을 떠올리게 했다. 두 강의는 단순히 지식을 배웠다는 것이 아니라, 무언가 생각할 꺼리, 고민할 꺼리를 던져주었다.
남영교수의 책은 '혁신과 잡종의 문화사'로 대학 강의를 엮은 것인데, 후속작이 있다면 빨리 만나고 싶다. 황교익 선생의 책은 언제나 그렇지만, 선생의 고민이 조금 더 확장되어 담론으로 만들어지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