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길상문연화루 - 중 길상문연화루 2
텅핑 지음, 허유영 옮김 / 문학동네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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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전편에서 이연화는 자신의 옛 연인이었던 교완만의 결혼식을 축하하러 가서 둘의 인연을 매듭 지었다. 안 그래도 내력이 바닥나고 있던 이연화였으나, 자신이 사랑했고 상처를 줬던 여인을 위해 양주만으로 그녀의 목숨을 구해준다. 모든 것을 용서한 연화였기에 그는 더 이상 이상이가 될 수 없음을 알게 된 교완만은 과거의 인연을 매듭짓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쓸쓸함과 적막감이 감도는 가운데 늦은 오후 햇살이 비치는 연화루 속 이연화의 모습은 뭔가 해탈한 것 같기도 하지만 위태로워 보이기도 했다. 


그리고 난장강(무덤을 따로 만들지 못한 시신들을 매장하는 공동묘지)에 길상문연화루가 나타났다. 소원진의 난장강에 있는 '구멍'에서 일어난 사건들이 해결될 때가 온 것이다. 예전 금원맹의 '황천부(특히 황천진경)'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이 구멍에서 일어난 일은 추악한 죄의 대가였다. 다른 사람으로 살아오며 멸시 당한 세월 역시 죄를 지은 대가였을테지. 그리고 속세에 미련이 없는 이연화에게 '관음수루'가 그러했듯 '황천진경' 역시 무의미했다. 


향산수객 옥루춘은 전편에 나왔던 금만당의 절친이었고, 둘째 가는 부자쯤 되는 이였다. 그런 그가 단풍을 보자며 여택으로 친구들을 불러모았다. 모인 이들 역시 강호에서 이름을 날리는 이들로 모용요, 시문절, 관산횡, 동방호, 이두보 였다. 이두보는 이름만 봐도 시를 잘 지을 것 같았는데 과연 그러하였다. 그런데 이 중에 이연화도 끼어 있었으니, 그가 이상이였을 때는 빛나는 태양 같았다면 이연화일 때는 은은한 달빛 같은가 보다. 해가 사라지고 난 뒤 어둠이 깔리면 달이 세상을 지배한다. 해가 있을 때는 모르나 해가 사라지고 나면 달빛의 고마움을 느끼기 마련이다. 그렇게 여전히 존재감을 드러내는 그는 여전히 잊히지 못하고 있었다. 옥루춘의 연회는 다음 날 옥루춘이 토막 난 시체로 발견되면서 사건 현장으로 바뀐다. 


이런 이야기들이 늘 그렇듯, 주인공이 사건을 따라다니는 건지 사건이 주인공을 따라다니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이 말이 하고 싶다. "이연화 씨, 코난이세요?" 


옥루춘은 죽일 놈이었고, 원한 맺힌 이들은 그를 응징했다. 하지만 죄는 죄이니, 죄 지은 자들을 백천원으로 보내고, 여인들은 여택을 도관(도교사당)으로 개조한 뒤 그 곳에서 회개하는 것으로 벌을 대신하였다.


사건은 끊이지 않아, 이번에는 강호 최고의 미남자라고 이름 난 위청수가 살해된 뒤 가죽이 벗겨져 그 가죽에 수가 놓인 채 발견되었다. 열흘 전, 강절 지역의 대부호 기춘란의 딸 기여옥과 혼인했는데, 첫날밤을 지낸 다음날 아침 눈을 뜬 신부가 발견한 것은 수 놓인 인피 조각이었다. 방다병이 기춘란과 인연이 있어 이연화는 이 사건에 발을 들이게 된다. 그러면서 전운비와 만나고, 또 하나의 인연이 매듭을 짓는다. 이상이와의 결투에서 져서 머리를 빗지 못하게 된 전운비는 이제 머리를 묶을 수 있게 되었으니, 이 얼마나 시원한 일인가. 


인피 가죽 사건은 역시 인간의 탐욕이 얼마나 무서운 지 보여주었다. 전처를 죽여야만 호화롭게 살 수 있었던 그는 결국 죄값을 받게 될 것이다. 그리고 또 다시 등장하는 각려초와 금원맹. 이연화는 한 발 한 발 그들을 향해 가고 있었다.


백천원의 188개 감옥 중 제5감옥이 습격당해서 마두 5명이 탈출했다. 그리하여 불피백석은 방다병, 이연화, 전운비에게 막부산 감옥이 습격당한 사건을 조사해 달라고 청했다. 막부산으로 가는 길에 있는 청죽산에 들어섰을 무렵, 그들은 기이한 집을 발견한다. 그 전에 이 곳에는 이상이가 여인들을 반하게 한 결투가 있었다. 이 곳 청죽산 아래 무미하(撫眉河)에서 이상이와 화초 기르는 걸 좋아하는 동방청총이 결투를 벌였었다. 이상이가 동방청총이 기른 매화꽃이 열 일곱 송이 이상 달린 매화 가지를 꺾을 수 있게 해 달라고 했는데, 동방청총이 거절했고, 두 사람은 매화동산에서 결투를 벌였고, 동방청총은 크게 패했다. 이상이는 매화 가지를 꺾어서 가 버렸고, 동방청총은 매화 동산에 불을 질렀다고 했다. 교완만이 매화를 좋아했고, 사고문에는 여협이 열일곱 명 있었다고.  


그런 사연을 품은 이 곳에 이상한 집이 있었고, 안개독을 피해 그들은 집 안에 있는 지하통로로 도망친다. 그리고 땅 밑에서 강호의 수많은 이들을 만나게 되는데, 그 중에 부형양도 있었다. 그들은 모두 이 곳에 용왕관이 있다고 속아서 이 곳으로 오게 되었는데, 각려초의 화피요공(각려초가 연마한 내공심법으로 남자를 유혹하는 수법. 깊이 연마할수록 외모가 아름다워지지만 더 잔인하고 살인을 즐기게 됨)은 실로 놀라웠다. 이 화피요공에 넘어가지 않은 이가 딱 두 사람이었으니, 바로 이상이와 적비성이었다. 


결국 이연화 덕에 각려초의 이번 계획은 물거품이 되었으나, 이미 이연화는 알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거대한 음모가 숨어있음을, 그리고 자신의 정체를 밝혀야 할 수도 있음을 말이다.


국화산은 뛰어난 비경을 지녔으나 아는 사람이 별로 없었다. 그 곳을 무당파 제자인 육검지가 지나가다 이연화를 만났다. 또 다른 사건의 시작이었다, 이름을 묻는 육검지에게 연화가 "이.... 그게..." 이러는 걸 육검지가 이극애로 알아들으면서 말이다. 이 곳엔 해골이 가득한 호수와 손님은 없고 핏자국이 가득한데다 이상한 기관들이 있는 객잔이 있었다. 이 마을의 촌장은 의뭉스러웠으며 마을 사람들은 이상했다. 그들은 어떻게 살아가고 있었을까? 논도 밭도 없고, 과일 나무도 없고, 광물도 없고 오로지 국화만이 펼쳐져 있었다. 그들은 무엇을 먹고 사는 것일까?


괴질을 이용해 사람들을 조종하는 건 끔찍하다. 곤륜파의 금유도는 치료가 가능할까? 곤륜파나 무당파를 피하겠다는 방다병의 다짐이 허튼소리만은 아닌 것 같았다.


채화루는 방다병 집안의 객잔이다. 그 곳에 묵게 된 이연화와 방다병은 또 하나의 사건을 마주한다. 도철 금비녀에 얽힌 사연과 나쁜 짓은 다 하고 다니던 서북염왕 여양금과 그가 쓰던 박악검, 구경선경(남쪽 멀리 있는 대희국의 고산에 있는 왕릉)의 지도, 여양금의 하녀 경아와 노주대협 유항의 이야기가 바로 그것이다. 그리고 등장한 문경. 상이태검 이상이의 검 중 하나가 소사, 또 다른 하나가 바로 문경이었다.


구경선경에 '약몽'이라는 검이 있는데, 무지갯빛 검광이 태양을 뚫고 그림자가 백 리에 뻗치며, 한 번 휘두르면 온 산하가 긴 꿈에 빠지고 강물도 붉게 변하다고 한다. 그 검을 휘두르면 휘황한 검광이 허공에서 춤을 추는데 그 광경이 그렇게나 황홀하고 아름답다고... 훗날 그 검이 부러지자 수정을 이어붙여 다른 검을 만들었는데, 그 검이 바로 문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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