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소리는 매력적이다.

 

 

 

 

 

 

" 주말의 명화 " 로 대표되는 티븨 영화는 반드시 " 명화(masterpiece) " 를 송출하지는 않았다. 꾀죄죄한 영화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이 과대 광고에 대해 불만을 가지지는 않았다. < 엠비씨 주말의 꾀죄죄한 영화 > 라는 타이틀로 시작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내가 티븨 영화에 불만을 가지는 이유는 작품성 때문이 아니라 목소리 더빙 시스템 때문이었다. 성우 더빙은 오리지날이 가지고 있는 본때와 때깔을 50%는 갉아먹었다. 성우 양지운과 박일은 수퍼맨이 되었다가 존 맥클레인 형사가 되기도 하고, 로버트 레드포드가 되기도 했으며, 닝기미.... 브레드 피트가 되기도 했을 때는 화딱지가 나기도 했다. 연기'에서 중요한 것은 잘생긴 얼굴보다는 표정이며, 표정보다는 목소리'다. 표정이 4'라면 목소리는 6이다. 톤, 호흡, 휴지기, 말투, 멈춤 따위는 캐릭터 형성에 매우 중요하다.

 

목소리가 돼야 표정이 나오지, 표정은 기똥찬데 목소리 연기가 개판이면 개그콘서트 < 시청률의 제왕 > 에 나오는 아이돌 스타(류근지)처럼 " 가로 열고 가로 닫고 " 캐릭터가 되기 십상이다. 요즘 한국 영화 배우 대세는 연극 무대 출신 배우들이다. 김윤식, 송강호, 최민식 등이 대표적이다. 여기에 간장게장(씬스틸러의 순우리말)들까지 합하면 연극 무대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배우들이 영화판을 접수했다고 보아도 된다. 그들이 가지고 있는 힘은  다양한 목소리에 있다. 연극'이란 가까이 하기엔 꽤 먼 거리에서 관람하는 형태다. 영화는 롱쇼트, 풀쇼트, 미디엄쇼트, 클로즈업 쇼트 등 다양한 거리 조절이 가능하지만 연극은 오로지 풀쇼트'다. 관객이 배우의 미세한 얼굴 표정을 본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래서 연극 무대는 영화 스크린과는 달리 표정 연기'보다는 목소리 연기를 중요하다.

 

연극 배우들은 대본 발성법에서 목소리에 감정을 효과적으로 담는 기술을 연습한다. 연극 배우에게는 목소리가 경쟁력이고 영화배우에게는 얼굴이 경쟁력이다.  내가 연예 기획사 대표라면 특정 배우와 장기 계약을 맺을 때에는 표정 연기는 되는데 꾀죄죄한 목소리를 가진 배우'보다는 목소리는 되는데 표정 연기가 미흡한 배우를 선택하겠다. 입만 열었다 하면 모기가 날아다니는, 앵앵 소리'를 내는 베컴이 연기를 한다고 생각해 보라. 끔찍한 상상이다. 현영'이 신파 멜로 주인공이 되어 비련의 여주인공을 연기한다거나 설상가상 하얀 소복'을 입고 곡을 하는 연기를 상상할 수 있을까 ? 성우 더빙 영화에 질려버린 나는 티븨 영화를 외면하고 영화관을 들락날락거렸고 결국에는 집에 홈시어터를 장만하기에 이르렀으니.......  

 

3개월 동안 막노동을 해서 번 돈으로 장만한 " 5쩜1채널 " 홈시어터'였다. 물론, 당시 재생기는 VHS 비디오 데크'였다. 일명 비디오테이프'를 재생하는 녹화기'였다. 보기에 좋았어라, 내가 제일 좋아하는 목소리를 가진 배우는 모건 프리먼과 클린트 이스트우드'였다. < 좋은 목소리 > 와 < 좋아하는 목소리 > 는 다르다. 대중적 보편성을 획득한 목소리가 듣기 좋은 목소리'라면 좋아하는 목소리'는 개인의 취향에 방점을 찍었다고 보면 된다. 모건 프리먼은 좋은 목소리를 가진 배우였고,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내가 좋아하는 목소리를 가진 배우였다. 특히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탐 웨이츠처럼 위스키와 담배 연기로 숙성한 까끌까끌한 목소리를 가진 배우였다. 그런, 목소리.  좋다. 사실 모건 프리먼과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탁월한 메소드 연기를 하는 배우라고 할 수는 없다. 

 

얼굴 표정 연기'만을 놓고 보면 그들은 베테랑은 아니다. 그들보다 뛰어난 얼굴 표정의 달인은 많으니깐 말이다. 하지만 위스키와 담배로 숙성시킨, 이 알 수 없는 " 찰스 부코스키的 건성 " 이 웅숭깊은 맛을 전해준다. 그들은 얼굴로 먹고 사는 배우라기보다는 목소리로 먹고 사는 배우다. 이런 목소리 연기는 잘생긴 젊은 배우가 절대 흉내 낼 수 없는, 어떤 영토'다. 내가 < 용서받지 못한 자 > 나 < 밀리언 달러 베이비 > 라는 영화에 환장하는 이유는 두 배우가 전해주는 목소리 때문이었다. 멋진 목소리는 잘생긴 얼굴'보다 더 강력한 최음제 역할을 한다. 물론 멋진 목소리에 잘생긴 얼굴이면 금상첨화이기는 하나 그리 흔한 황금 조합은 아니지 않은가 ? 배우 이병헌은 예외다. 그는 잘생긴 얼굴에 목소리도 좋다. 그가 < 달콤한 인생 > 에서 보스에게 " 왜 그랬나요 ? " 라고 말했을 때

 

그 말은 마치 허진호 감독의 < 봄날은 간다 > 에서 유지태가 이영애에게 " 사랑이 어떻게 변하니 ? " 라고 묻는 떨림'처럼 느껴졌다. 수컷끼리 대화를 나눌 때 내는 소리가 아닌, 달콤한 목소리처럼 들렸다. 내게는 < 왜 그랬나요 ? > 가 < 사랑이 어떻게 변하니 ? > 처럼 들려서 무척 당혹스러웠다. 아, 했다. 이 영화는 퀴어 영화'로구나. 이병헌은 보스를 사랑하는구나. 그리고 그 역도 마찬가지구나. < 달콤한 인생 > 은 배신에 촛점을 맞춘 것이 아니라 두 수컷 간 질투를 다룬 퀴어 영화였다(김지운의 이러한 성향은 전작인 < 장화 홍련, 2003 >에서도 나타난다. 영화 속 설정은 자매지만 사실은 레즈'다). 어쩌면 이병헌이 가지고 있는 매력은 < 하관 > 이 아니라 하관 속에 감추어진 < 성대 > 다가 아닐까 ? 그렇다고 해서 목소리 좋은 사람만 성공하라는 법은 없다.

 

대표적인 케이스가 바로 권상우'다. 그가 < 말죽거리 잔혹사 > 에서 " 대한민국 다 좆 까라 그래 !! " 라고 말했을 때 관객들은 " 대한민국 다 족구 하라, 그래 ! " 로 들려서 뜬금없었다.  갑자기 < 족구 > 하자고 하니 뭔 소리인가 했다. 족구는 군대에서 델몬트 오렌지 쥬스 내기 게임이나 남한산성에서 백숙집 공터'에서 하는 놀이가 아니냔 말이다. 혀 짧은 발성으로 인기를 누린다는 것은 기적처럼 보인다. 내가 장담하지만 그런 배우는 오래 가지 않는다. 이와 비슷한 예로 유명한 배우 한 명 더 거론하고 싶으나 대한민국 여성들로부터 " 곰곰발, 다 족구 하라, 그래 ! " 라는 소릴 듣고 싶지 않아 이 자리에서 밝히지는 않겠다. 난 당신과 한가하게 족구 하고 싶지는 않아. 됐고. 좋은 배우는 대부분 안정적인 목소리를 가지고 있다.

 

내가 말하고 싶은 요점은 좋은 목소리가 가지고 있는 치명적 매력'이다. 당신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내 취향은 그렇다. 잘생긴 얼굴보다는 멋진 목소리를 가진 수컷이 좋다. 유감스럽게도 내 목소리는 모기 앵앵거리는 소리'다. 신이 내린 천벌이리라. 그래서 가급적이면 말을 하지 않고 " 바리톤 " 을 가진 양 가증스럽게 마초처럼 굴며 글을 쓴다. 일종의 개수작이요, 개똥 같은 소리요, 은폐요, 결핍의 대체'다.  나, 그런 놈이다. 하여튼 배우에게 목소리는 보물이다.  玉소리'를 가진 사람은 매력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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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2014-03-30 05: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끝까지 읽어도 결국 옥소리는 나오지 않고.. -_ㅜ 그 옥소리가 그 옥소리가 아니고 그 옥소리 얘기! ㅎㅎㅎ
[달콤한 인생]은 저도 좋아하는 영화입니다. 음. 이 작품을 게이 코드로 읽어낸다면 이병헌과 보스는 결국 양성애자였고 마지막 싹쓸이 해버리던 태구(에릭)는 왕언니..! (읭?)

곰곰생각하는발 2014-03-30 06:09   좋아요 0 | URL
이 영화 어제 다시 보았는데, 아.. 다시 봐도 때깔 좋게 뽑았더군요. 이병헌 목소리 좋아합니다. ㅎㅎㅎ.
워낙 이 영화 조연이 모두 주연급이잖아요. 대한민국 대표 씬스틸러는 모두 나온 것 같습니다.
씬스털러를 한국 식으로 말하자면 간장게장 조역들이라고 해야 하나요 ? ㅎㅎㅎㅎ

새벽 2014-03-30 07: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진짜 이병헌에 신민아, 김영철 뿐 아니라 김뢰하, 이기영, 에릭까지 대단했습니다.
개인적으로 그중 으뜸은 조커를 능가하는 비열한 연기를 선뵌 황정민! :)
음. 간장게장 조역 맞네요 씬스틸러. 하하.

곰곰생각하는발 2014-03-30 07:43   좋아요 0 | URL
글죠 ? 이런 조합 당분간 나오기 힘듭니다. 황정민, 김롸하, 이기영, 오달수에 김해곤까지....
뭐 정말 환상적인 간장게장 조역들이죠.

삽하나 2014-03-30 09: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꿈에서 악을 쓰고 엉엉울다 깨서는, 갑자기 곰발님이 생각나서 들어와봅니다. 좋아하는 찰스 부코스키도 이렇게 만나는군요 ㅋㅋ 전 목소리가 엄마아빠 닮아 낮고 우아(?)하다는 말을 많이 듣는데 입에서 나오는 말들이 저질이라 많이들 놀라는... ; ㅅ ; ㅎㅎ 글 너무 재밌게 잘 읽었어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3-30 11:57   좋아요 0 | URL
제가 꿈속에 나타나 또 개똥같은 소리하고 막 행패를 부린 모양이군요.
죄송합니다. 제가 꿈속에서는 제어가 불가능해요. 한번은 연쇄살인범이 된 적도 있습니다.

samadhi(眞我) 2014-03-30 10: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목소리에 무척 약합니다. 얼굴은 안보는데(미소년 밝힘증은 차치하고. 그건 순전히 눈요기니까요 ㅋㅋㅋ) 목소리는 듣습니다. 확실히 목소리가 중후하면 무명의 배우라도 자꾸 눈길이 갑니다. 베컴 인터뷰를 처음 듣고 충격이 엄청났지요. 으찌나 없어보이던지. 그 뒤부터 베컴이 어떤 멋진 모습을 보여도 목소리만 떠오르더라구요.

영화나 드라마를 볼 때 발음을 신경 써 듣는데 요즘 아해들 발음 듣다보면 아, 미칩니다. 발성을 전혀 안하고 나오나봐요. "극"을 하는 사람들에게 좀 배웠으면 좋겠어요. 우리말인데 왜 발음을 못해. 왜. 브래드 핏이나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발음이 좀 샌다고 느껴요. 그런데도 그 발음에 중독성이 있어서 환청처럼 들리기도 하지만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3-30 12:02   좋아요 0 | URL
연극배우나 연륜 있는 탤런트들 보면 단어에 장음 단음까지 정확하게 인지하고 발음을 한다고 하죠 ?
제가 하여튼 모 방송에서 보니 연륜 있는 텔런트가 신인에게 지적을 하더라고요.
특정 단어를 낼 때 장음을 내서 소리내야 한다고 정색을 하시더니 지적하더군요...
깜작 놀랐습니다. 자기는 그런 식으로 호되게 배웠다고 하더라고요...
그러면서 그게 탤런트의 기본이라고. 좋은 탤런트는 한글을 잘 다룰 줄 알아야 한다고 말이죠.
요즘 친구들 발음이 정확하지 않아요. 연극 배우들도 발음을 배웁니다. 객석에게 전달하게 위해서는
정확한 발음은 필수 아닙니까....

그나저나 그래서 제가 없어보이나 봅니다.. 허허허.. 이, 저.. 주받은 목소리.......

samadhi(眞我) 2014-03-30 12:39   좋아요 0 | URL
오해(?)하시면 안되는데 베컴은 얼굴과 목소리가 워낙 딴판이라서 더 그래보였던 거구요
곰발님이 그렇다는 얘기가 아니고 ㅋㅋㅋ 제 목소리도 곱지 않아서 그런지 목소리 좋은 사람을 눈여겨보게 돼요. 드라마, 바람의 화원에서 김조년 역의 류승룡을 처음 보고 팬카페에 가입했었어요. 목소리가 얼마나 매력적이던지. 지금이야 류승룡이 유명해졌지만 전 그때 그 배우를 처음 봤거든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3-30 12:59   좋아요 0 | URL
목소리 연기가 탁월한 사람들 보면 대부분 연극 배우 출신이에요.
일반, 그냥 가수하다가 연기하는 친구들은 낮게 속삭일 때 말을 알아듣지 못해요.
하지만 연극 배우 출신들은 낮게 해도 또렷하게 들립니다.
이게 바로 목소리 발성 훈련 탓입니다.

뭐, 유승룡, 허허허... 이 양반도 연극에서 잔뼈가 굵어서 뭐 ... 목소리 좋지. 압도하잖아요. 상대방을....


글구, 까도 좋아요. 목소리 나쁜 건 나쁜 거지, 뭐 그거 가지고 제가 뭐라 하겠습니까..

samadhi(眞我) 2014-03-31 13:12   좋아요 0 | URL
곰발님 목소리도 못 들어본 제가 어찌 까겠습니다. 듣고 나면 마구 "까" 드리겠지만^^

수다맨 2014-03-30 1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스트우드 옹, 이 양반은 도무지 미워할 수가 없어요 ㅎㅎ 마초에 보수꼴통에 가까운 사람인데, 소신을 굽히지 않고 자기 철학대로 사는 모습을 보면 참 매력적입니다.
저도 처음에는 이스트우드 옹 목소리 듣고 껄끄럽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쇠가 부딪치는 목소리라 해야 할까요. 그런데 계속 듣다 보니 저만치 매력적이고 인상 깊은 목소리가 둘도 없더라구요. 담배와 위스키로 얼마나 단련(?!)해야 저런 목소리가 나올지 참, 경이롭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3-30 13:01   좋아요 0 | URL
이스트옹, ㅎㅎㅎㅎㅎㅎㅎ. 아, 이런 목소리는 묘하게 끌리는 데가 있어요. 제가 탐 웨이츠 좋아하지 않습니까. 안 끌릴 수가 없어요. 하여튼 공화당 배우를 좋아하게 될 줄은 몰랐는데 하여튼..... ㅎㅎㅎㅎ
담배와 위스키로 목소리를 훈제하면 한대수 같은 목소리가 나오지 않을까요 ?
이 가수도 진짜 다른 나라였으면 전설이 되었을 양반인데.... 안따깝습니다.

엄동 2014-03-31 16: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자신없어 하는 건 중 하나가 목소리예요

귀를 막고 말을 하면 더 선명하게 들리는
참 듣기싫은 소리.
어릴적엔 목소리를 녹음해 듣고는 기겁했었고.

아.화자냐 청자냐에 따라 들리는 목소리가 다르다는 걸 알았을땐
매우 충격이었쬬 ㅋ

곰곰생각하는발 2014-04-01 08:32   좋아요 0 | URL
오홋, 저도 그렇습니다.
자기 목소리를 듣는 건 정말 끔찍한 겁니다.
이거 참... 모두 똑같네요.......
저도 녹음한 제 목소리 들으면 어디 숨고 싶을 지경입니다.

그런 남자 2014-04-17 1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나빠요. 진짜 배우 <옥소리>는 무슨 죄입니까?

곰곰생각하는발 2014-04-07 15:41   좋아요 0 | URL
누가 옥소리 나쁘다고 했습니깡?

그런 남자 2014-04-17 11: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님이 나쁘다는 말인데욥?
 

 

 

 

 

국정원과 간첩.    

 

 

 

 

 

 

 

김지운 감독의 뽀다구 나는 건달 복수극 < 달콤한 인생(클릭) > 에 대한 내용을 40자 이내로 요약하라고 하면 : 질문은 내가 한다. 묻는 말에 답이나 해라 ! 영화 속 보스(김영철)은 부하(이병헌)에게 질문을 던진다. 다들 아시다시피 이병헌은 영리해서 질문에 척척 답을 한다. 그는 보스가 듣고 싶은 답만 말한다. 보기에 좋았어라, 보스는 그를 후계자로 점찍어 둔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부하는 보스의 질문에 궁색한 대답만 하게 된다. 보스는 균열을 감지한다. 대답이 궁색하다는 사실은 꿍꿍이가 있다는 소리다. 묻는 질문에 답을 못한다는 것은 양아치 세계에서는 용서받을 수 없는 짓.  영하의 영화 에세이 < 굴비 낚시, 김영하의 영화 이야기 > 이라는 책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몇 년 전 박헌수 감독이 만든 < 진짜 사나이 > 라는 영화에서 주연인 권해효가 조폭 두목 김학철에게 무지하게 얻어터지는데 그 이유는 질문에 대답을 제대로 안했기 때문이다. 두목 김학철은 계속 묻는다. " 너는 누구냐? " 권해효도 지지 않고 대답한다. " 나는 진짜 사나이다. 태양보다 뜨겁고..... ( 어쩌고 저쩌고) ... " 그래서 권해효는 계속 맞는다. 이 장면은 이 땅의 질문과 대답의 권력관계에 대해 의미심장한 사색들을 가능하게 한다. 우선 질문자는 매우 딱딱한 문어체로 질문을 던진다. " 내가 묻는다. 너는 누구냐 ? " 답변가가 건방지게도 질문자의 말투를 그대로 따라하면, 즉 " 나는 진짜 사나이다 " 식으로 대답하면 매우 맞는다. 질문자는 원하는 대답이 나올 때까지 때린다. (30쪽)

 

< 달콤한 인생 > 속 보스도 마찬가지다. 보스는 부하가 숨긴 " 꿍꿍이 " 를 듣고 싶은데 " 엉뚱이 " 만 내놓는다. 슈퍼 갑인 보스 입장에서는 원하는 답이 아니니 답답하고 갑갑하다. 보스는 그를 제거할 음모를 꾸민다. 하지만 이병헌의 몸값이 말해주듯이 그는 호락호락 당하고만 있을 하드-바디'가 아니다. 그는 제거'될 뻔하다가 구사일생으로 살아 남아서 보스에게 복수를 한다. 단 둘이 남은 상황에서 부하는 보스에게 총을 겨루며 질문을 던진다. " 왜 그랬어요 ? " 상황이 바뀐 것이다. 이제 질문은 부하가 한다. 그리고 그 질문에 대한 답은 보스가 해야 한다. 이 영화를 자세히 뜯어보면 스핑크스와 오이디푸스 서사'와 유사하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어흥, 질문에 답하지 못하면 잡아먹지롱. 이제 보스는 궁색한 답변을 내놓아야 한다.

 

양심은 팔아도 쪽 " 팔리는 " 짓은 하지 못하는 보스는 속으로 생각한다. 닝기미, 조또 ! 어떻게 대답해야 할까 ? 개그콘서트 < 깐죽거리 잔혹사 > 에 나오는 보스처럼 낮게 " 애들이 많이 다쳤어... " 라고 말하며 은근슬쩍 넘어가야 하나. 이리저리 궁리를 모색할 때, 부하는 재차 질문을 던진다. " 말해봐요. 정말 날 죽이려고 했나요 ? " 이 질문에 대하여 보스는 ① 무서워서 다리가 후들후들 떨리며 침이 마르지만 ② 애써 태연한 척 연기를 하며 ③ 성난 부하를 다독이기 위해 세 가지 유형 중 하나를 제시해야 한다. 첫째, " 죽이려고 했다. 애들이 마아니 다쳤어. 미안하다, 사랑한다. 이눔아 !  " 둘째, " 동상 ! 내가 사랑하는 동상을 죽이려고 했다니 말도 안되는 소리 말어. 그러는 거 아니야. " 셋째,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는 침묵. 그런데 보스는 yes 라고 해도 죽고, no 라고 해도 죽고, 대답하지 않아도 죽는다.

 

왜냐하면 부하는 이미 보스를 죽이기로 결심을 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다만 그가 보스에게 질문을 던지는 이유는 답을 듣고 나서 결정을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사형수의 최후 진술을 듣고 싶었을 뿐이다. 그것은 일종의 유예, 사형수를 위한 예우'다. 사형수가 아무리 그 자리에서 감동스러운 참회를 한들 결과는 뒤집어지지 않는다. 영화 < 달콤한 인생 > 은 바로 " 이미 결정된 질문 "이 갖는 폭력성'을 보여준다. 요즘 시쳇말로 어마무시한 질문이다.   " 질문과 대답 " 에서 절대적으로 유리한 쪽은 질문을 던지는 쪽이다. 유우성 간첩 조작 사건'은 이미 결정된 질문 앞에 무력한 인간을 다룬다. 국가 권력은 질문을 던진다. " 당신, 간첩이오 ? " 이 질문에 대해 유우성과 유가려 남매는 답을 해야 한다. yes 아니면 no 혹은 침묵. yes라고 말하면 당연히 간첩이 되지만, 간첩이 아니라고 말해도 간첩이 될 수밖에 없다. 

 

그리고 대답을 거부해도 간첩이 된다. 왜냐하면 이미 국가 권력은 국가 조직의 희생양으로 그들을 선택해서 호명했기 때문이다.  호명하는 순간 이미 그들은 간첩이 된다. 새누리당이나 조중동이 선거철만 되면 꺼내드는 카드는 끊임없이 질문을 던져서 모순에 봉착하게 만드는, 유사 소크라테스 대화법'이다. 의혹 제기'는 1면에 싣고 그에 대한 의혹 당사자의 해명은 끄트머리에 담는다. 결국 유권자는 악의적인 의혹 제기만 머릿속에 남고 해명은 쉽게 잊어버린다. 이것이 바로 네거티브 전략이다. 이처럼 권력을 가진 자는 질문 사용권을 독점한다. 한국 사회는 소수가 질문을 독점하는 구조다. 한국 사회에서 질문의 질은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으면서 유독 대답은 눈부셔야 한다고 어거지를 부린다. 그래서 대답을 해야 하는 사람은 어리석은 질문에 대해 그럴싸하게 대답해야 하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결국 늘게 되는 것은 처세술이다.  

 

내가 당신에게 묻는다, 답하라. " 말해라. 왜 그랬나 ? " 당신의 궁색한 변명을 듣고 싶다. 총은 내가 가지고 있다

 

 

 

fire

 

 

 

 


 

 

 

덧대기

 

달콤한 인생'은 퀴어영화'다. " 복수 " 에 방점을 찍지 말고 두 남자 간 " 질투 " 로 풀어내면 퀴어'로 읽힌다. 보스는 부하'를 사랑한다. 문득, 새끼손가락 걸며 사랑의 맹세를 하던, 저 속내를 알고 싶다. 그래서 부하를 유혹할 팜므파탈을 그에게 보낸다. 부하는 이 치명적 유혹을 견딜 수 있을까 ? 눈빛이 흔들린다. 마음을 빼앗겼다는 뜻이다. 질투에 눈이 먼 보스는 부하를 제거하기로 한다. 다, 사랑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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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리 2014-03-29 1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답을 가진 것은 인민이며, 이들은 단지 답을 가진 것에 대한 질문을 알지 못할 뿐이다." 얼마 전에 읽은 책에 나오는 부분입니다. 지식인의 역할은 그것이 무슨 질문에 대한 대답인지를 제시하는 것입니다. 환자의 증상이 이미 대답이며, 의사는 그 증상이 어떤 병의 증상인지 즉 어떤 질문인지를 찾는 것과 마찬가지로 말입니다. 권력을 가진 자가 낡은 질문을 독점한 자라면, 권력을 가지고자 하는 자는 새로운 질문을 제시할 수 있는 자일 것입니다. 답은 이미 나와있으니까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3-29 11:18   좋아요 0 | URL
이 의미없는 글에 매우 아름다운 댓글이군요. 권력을 가진 자는 낡은 질문을 독점한 자이고 권력을 가지고자 하는 자는 새로운 질문일 가진 자라.... 맞습니다. 답은 이미 나와 있습니다. 맑스가 그런 소릴 했죠. 새것은 낡은 것 때문에 고통받는다고 말이죠. 질문을 독점하는 시대는 낡은 시대죠. 위에서 아래를 향하는 질문보다는 아래에서 위를 향하는 질문이 바람직한 방식 같습니다.

samadhi(眞我) 2014-03-29 22: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번 찔러보고 아니면 말고. 가 그들의 낡고도 계속되는 수법이죠. 기냐(그러냐), 아니냐가 전혀 문제되지 않고 그저 한번 던져보는 식. 그 무리에 속하면 전공필수로 배우나봐요.

달콤한 인생. 정말 명작이죠. 이병헌을 좋아하지 않지만 이 영화는 좋아해요. 양파를 좋아하지 않지만, 이 영화의 주제가를 불렀던 양파 목소리는 정말 매혹적이었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3-30 02:07   좋아요 0 | URL
못 먹는 감 찔러보는 수법이죠. 수없이 본 수법인데 참 여기에 무조건
속는 사람도 대책이 없습니다. 전공 필수가 맞습니다.

달콤한 인생 좋죠. 전 김지운을 좋아하지 않지만 이 영화는 무척 좋아합니다. 아주 잘빠진 느와르 영화예요.
전 몇 번 봤는데 볼 때마다 재미있어요. 전 이 영화를 동성애 영화로 읽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주먹쥐자마자풀손.    

 

 

 

- 탐 웨이츠'라고 쓰고 전설이라고 읽는다

 

토마스 샤츠의 < 할리우드 장르 > 는 구판으로 가지고 있다. 초판 발행일은 한나래 출판사에서 < 헐리우드 장르의 구조 > 라는 제목으로 95년 03월에 발행되었는데 이 책을 2000년대 초입'에 구입했다. 물론, 읽었다. 이 책이 아쉽게도 절판된 상태여서 그동안 발만 동동 구르는 이도 있었을 터인데, 이번에 출판사를 바꿔서 새롭게 나온 모양이다. 내 속내는 반갑지 않다. 절판되었으나 내게는 있는 책. 그런 책은 영원히 절판되었으면 싶은, 아... 그런 사,사사사사악한 마음을 가지고 있어 ! 그래도 방긋. 그런데 물가를 감안한다고 해도 책값이 꽤 올랐다. 한나래 구판'은 9800원인데 이 책은 28000원이나 된다. 가격이 꽤 차이가 나서 미리보기'로 편집 디자인을 살펴보려고 했는데 미리보기 기능이 제공되지 않는다. 마치 살펴보지 못하게 비닐 포장을 한 스타 화보집 같다.

 

적어도 약 30,000원에 가까운 가격이라면 구매 의향이 있는 독자에게 서비스 차원에서라도 미리 보기 기능을 허용해야 하는 것 아닌가 ? 10000원짜리 라운드T를 살 때에도 입어 보고 살 수 있지 않느냔 말이다. 절판본과 다른 점이 있다면 페이지 수'이다. < 할리우드 장르(컬쳐룩) > 은 560쪽이고, < 할리우드 장르의 구조 (한나래) > 는 479쪽이다. 항목이 새로 추가되었다는 소리일까 ? 그런데 목차를 대조 비교해 보니 내용이 추가된 것 같지는 않다. 더군다나 이 책을 번역한 사람 또한 동일하니 말이다.  조심스럽게 추론하자면 아마도 자간이나 행간, 줄, 여백 따위로 변화를 준 모양이다. 하긴, 한나래 판이 요즘 추세와는 달리 페이지 당 30줄'이니 줄 조정을 하면 80페이지를 늘리는 것 따위는 충분히 할 수 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어떻게 번역자도 동일한데 책값을 3배나 올리나 ? 얍삽하고, 꾀죄죄하며, 후줄근한 짓에 한참 투덜대다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긋 ! 내용은 그대로인데 가격을 지나치게 올려받는 상술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최소한 물가를 고려해서 책값을 올렸으면 싶다. 한때 영화 전문 출판사였던 한나래'도 2012년에 수잔 헤이워드의 < 영화 사전 : 이론과 비평 > 개정판을 낸 적이 있는데 이때에는 책값을 두 배 올렸다. 구판이 15000원이고 개정판은 35000원이었다. 불의보다는 사소한 것에 두 주먹을 불끈 쥐곤 하는 꾀죄죄한 나는 속으로 욕을 하다가 마음을 풀고 장바구니에 책을 담았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구판은 490쪽인데 개정판은 무려 800쪽이다. 300쪽이 늘어난 것이다. 줄'을 대폭 줄였을까(구판 줄 수는 32줄이다) ?

 

살펴보니 " 이번 개정판에 새로 추가된 항목은 각색, 민속지학 영화, 블록버스터, 선정 영화, 액션 영화, 인디펜던트 미국 영화, 제3세계 영화, 포르노그래피, 포스트식민주의 이론, 흑인 영화 등이다. 특히 인디펜던트 영화 항목에서 미국 영화 항목이 독립되어 다루어졌고, 제3세계 영화에서는 아시아, 아프리카, 남미까지 방대한 양이 추가되었다. 흑인 영화는 1판의 같은 항목에서 미국과 영국을 별도로 나누어 설명하고 있다. 장르, 운동, 이론, 제작 등 각 분야의 주요 개념들을 체계적으로 다루는 이 책은 영화를 공부하는 데 있어 필수 지침서이다. ( 책 소개 글에서 ) " 추가된 부분은 새로운 번역가가 번역을 한 모양이다. 물가 인상과 화폐 가격을 고려하면 책값 2배 인상이라기보다는 약간의 품값이 적용되었다고 보아야 한다.

 

800페이지 분량인 영화화 전공 서적이 35,000원이라면 오히려 저렴한 편이다. 두 주먹 불끈 쥔 손은 어느새 힘을 풀고 박수를 치고 있었다. 피식, 웃었다. 피는 못 속이는구나. 내 할머니 성함이 " 주먹쥐자마자박수를 " 이었다. 성이 주씨요, 이름이 먹쥐자마자박수를'이시다. 자세한 내용은 (됐고!),  그 정직함에 박수를 ! 가는 길에 영광있으라 ! 두 출판사, 달라도 너무 다르다. 아, 생각해 보니 책값 이야기'하다가 옆길로 빠진 감이 있다. 군말'만 길어졌으니 本 말은 실종된 느낌이어서 본말'이 전도된 느낌이지만 일말'의 주저없이 말하련다. 이 말'을 하고 싶었다. 세 말' 하면 잔소리이니깐 말이다. 내 말'은 둘 다 좋은 책이라는 소리다. 오, 말'의 유희란....... 그것은 분명한 사실. 특히 < 영화 사전 : 이론과 비평 > 은 내가 읽은 영화 서적 가운데 가장 뛰어난 책'으로 뽑는 책이다. 이 책은 사전 형식을 빌렸지만 영화 이론과 비평에 대한 접근이다.   책값은 비싸지만 그래도 방긋 !  ☞ 영화서적 10

 

 

 

 

 


 

 

덧대기               

 

사람들은 곰곰생각하는발'이라는 이름이 인터넷에서 사용하는 가명이라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틀렸다. 본명이다. 한국 식으로 따지자면 나는 곰씨 성을 가졌다. 할아버지 성함은 곰자, 곰자, 생자, 각자, 하자, 는자, 손자'다. 곰곰생각하는손'이다. 그리고 할머니 존함은 주자, 먹자, 쥐자, 자자, 마자, 자자, 풀자, 손자'다. " 주먹쥐자마자풀손 " 이다. 마음이 착해서 화가 나 주먹을 불끈 쥐었다가도 이내 마음이 풀어져 상대방 어깨를 토닥인다고 해서 생긴 이름이다. 눈치가 빠른 사람은 알아차렸으리라. 그렇다, 난 한국인이 아니다. 아라파호 족 인디언'이다. 인디언들은 인디언 보호 구역에서 살기 힘들어서 세계 각지로  흩어져 이주노동자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꽤 있다. 지금은 탐 웨이츠'라는 가명으로 활동하지만 사실 그는 내가 살던 동네에 살았다.

 

그도 인디언이었다. 본명은 " 오늘도술마시고흔들흔들" 이었다.  그는 항상 술 마시고 흔들흔들 걸어다녔는데 그런 그를 보고 사람들은 " 오늘도술마시고흔들흔들 씨는 오늘도 술 마시고 흔들흔들 지나가는구나... " 라고 말하고는 했다. 그가 뉴욕에 가서 성공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이름 얘기가 나왔으니 하는 소리지만 내 아버지 성함은 " 날자, 마자, 다자, 까자, 진짜, 무자, 릎자" 다. < 날마다까진무릎 > 이시다. 마을에서 꽤 알아주는 풍각쟁이'여서 동네 처녀들을 많이 울렸다. 아버지 무릎은 늘 까졌다고. 아버지 무릎이 퍼렇게 까질수록 자식들은 늘어났다. 내 동생 이름이 바로 < 어쩌다낳은한숨 > 이다. 자식이 서른둘이나 되었는데 그중 막내'다. 다시는 바람을 피우지 않고 열심히 살겠다고 다짐했으나 작심삼일이었다.

 

윗골에 사는 처녀가 아이를 등에 업고 찾아왔을 때 할머니는 너무 화가 나 주먹을 불끈 쥐었으나 이내 힘을 풀고 윗골 처녀를 위로했다. 그 처녀 이름이 바로 " 오줌눌때휘파람소리가 " 였다. < 주먹쥐자마자풀손 > 은 그 아이를 보자마자 한숨을 쉬었다. 그래서 어쩌다 낳은 한숨이 되었다. 나 또한 아버지 피를 이어받아 밖에 나가 씨를 많이 뿌렸다. 내 딸 이름이 < 불행중다행 > 이다. 사연을 알고 싶으신 분은 링크를 걸어둔다. ☞ 불행중다행  내가 살던 인디언 마을 이야기는 다음에 하기로 하자. 하여튼.... 됐고 ! 인디언들은 3월을 다음과 같이 부른다.

 

 

 

3월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달 ㅣ 체로키 족

연못에 물이 고이는 달 ㅣ 퐁카 족

암소가 송아지 낳는 달 ㅣ 수우 족

개구리의 달 ㅣ 오마하 족

한결같은 것은 아무것도 없는 달 ㅣ 아라파호 족 ( 내 고향이다. )

물고기 잡는 달 ㅣ 앨곤퀸 족

잎이 터지는 달 ㅣ 테와 푸에블로 족

눈 다래끼 나는 달 ㅣ 아시니보인 족

독수리의 달 ㅣ 크리 족

강풍이 죽은 나뭇가지 쓸어가 새순 돋는 달 ㅣ 동부 체로키 족

바람이 속삭이는 달 ㅣ 호피 족

훨씬 더디게 가는 달 ㅣ 모호크 족

어린 봄의 달 ㅣ 무스코키 족

하루가 길어지는 달 ㅣ 위쉬람 족

작은 모래 바람 부는 달 ㅣ 주니 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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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립간 2014-03-28 12: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라파호 인디언들이 살고 곳은 넓은 들이었게죠. 그런 곳에서 살다보면 인재도 많을 것 같고.

곰곰생각하는발 2014-03-28 12:23   좋아요 0 | URL
인디언들은 어른'은 있어도 시인이나 철학자는 없습니다.
아시겠지만 모든 사고가 사실 인디언들은 시적이고 철학적이에요.
모든 인디언이 시인이며 철학자입니다. 얼릉 돈 벌어서 내 고향 꿈바바카당'으로 가고 싶군요...

2014-03-28 21: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3-29 02: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수다맨 2014-03-29 02: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화사전"과 "헐리우드 장르의 구조" 장바구니에 담았습니다. 곰곰발님 감식안이라면 뭐 내용이 훌륭하리라고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뜬금없는 얘기지만, 요즘 로쟈님 블로그에 게시되는 내용이 출판사 책 소개와 다를 바가 없어져서 실망하고 있는데, 그래도 곰곰발님 블로그가 사막의 나침반 같은 역할을 해주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3-29 03:51   좋아요 0 | URL
어랏 ?! 이거 가격이 꽤 만만치 않습니다. 하지만 탁월한 선택입니다.
할리우드 장르'는 영화비평이나 소설평론을 별 무리없이 읽는 사람이라면 쉽게 읽을 수 있습니다.
워낙 좋은 책이어서 아마도... 이게 영화학과 필수 서적일 겁니다. 사실 영화를 깊이있게 보기 위해서는
장르 이데올리기를 이해할 필요가 있거든요. 반면 영화 사전'은 전체를 아우리기 때문에
좀 어렵습니다.하지만 두고두고 야금야금 읽기에는 최고죠...... 이런 책은 사둘만해요......

황혼으로 저무는 새벽 2014-03-29 05: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음. 제가 근래 워낙 책을 안 사서 시중 서적들 가격대에 대한 감이 전혀 없어선지.. 유독 비싸게 느껴지지만..!
그래도 몇 권 사서 꼭 읽고 싶네요. 특히나 좋아라하는 영화 관련 서적이니.

그나저나 알라딘에서 열 번도 넘게 책 구입을 시도했었고, 그 중엔 곰곰발님 포스트에서 찜한 책도 몇 권 있었는데 정말이지 열 번 모두 에러가 나서 번번이 구매 실패했습니다. 열 받아서 알라딘 계정 폭파해 버렸어요. 제 소중한 시간을 낭비케 한 알라딘 측에 대한 나름의 복수! -_ㅜ

곰곰생각하는발 2014-03-29 06:05   좋아요 0 | URL
어쩐지 소리소문없이 사라졌더라고요. 흑흑..
알라딘 이 색휘들, 왜 그래쪄. 왜 그래쪄 ~~~~~~

르미에르 2014-03-29 07: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곰씨 들이 즐겨먹는...곰....탕....아...죄송합니다 -_-;

곰곰생각하는발 2014-03-29 11:42   좋아요 0 | URL
좋은 유머입니다. 곰탕'보다는 차라리 곰팅아 라고 했으면 더 좋았을 뻔 했습니다.

samadhi(眞我) 2014-03-29 22: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탐나는 책들이네요. 이런 건 얻어보는 맛. 책사주는 선배랑 약속을 잡아야겠네요. ㅎㅎㅎ.

무릎이 까질 때마다 자식들이 늘어났다는 아버지의 사연을 들으니, "둥당애 타령" 이라는 민요의 한 대목이 떠오릅니다. 남녀노소 모두가 좋아하는 민요라지요. "날씨가 좋아서 나무하러 갔더니만 모진 년 만나서 무르팍 까졌네~"

곰곰생각하는발 2014-03-30 02:10   좋아요 0 | URL
둥당애 타령... 정말 기막힌데요. 웃었음... 날씨가 좋아서 나무하러 갔더니만 모진 년 만나서 무르팍 까졌다라...
ㅎㅎㅎㅎㅎㅎㅎ. 가끔 보면 < 욕 > 의 기능은 나쁜 면도 있지만 좋은 면도 있다고 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책장에서 뽑은 백 권의 책

 

 

- 1인당 1권

 

 

 

 1 ~ 10

 

 

 

 

 

 

 

 

 

 

 

 

 

 

 

 

 

 

 11~20

 

 

 

 

                                

 

 

 

 

 

 

 

 

 

 

 

 

 

21~30

 

 

 

 

 

 

 

 

 

 

 

 

 

 

 

 

               

            

          

 

31~40

 

 

 

 

 

 

 

 

 

 

 

 

 

 

 

 

 

 

41~50

 

 

 

 

 

 

 

 

 

       

 

 

 

 

 

 

 

 

 

 51~60

 

 

 

 

 

 

 

 

 

 

 

 

 

 

 

          

                                                                                                                                                 

 

61~70

 

                                

                                  

                 

 

 

 

 

 

 

 

 

 

 

 

 

 

71~80

 

 

 

 

 

 

 

 

 

 

 

 

 

 

 

 

 

81~90

 

 

 

 

 

 

 

 

 

 

  

 

 

 

 

 

 

 

9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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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립간 2014-03-27 17: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네이버 지식인의 서재를 흉내내어 100권으로 추리려 하는데, 130~140권 책 사이에서 추려내지도 못하고 경우에 따라 몇 권이 추가되어서 정리를 못하고 있습니다. 제 서재 아래 TTB2 광고에는 이 130권이 넘는 책들이 random하게 공개되고 있죠.

곰곰생각하는발 2014-03-27 17:36   좋아요 0 | URL
어휴.. 이거 시간 의외로 많이 걸리네요. 리스트 뽑는 건 시간이 많이 걸려서 하지 말아야겠습니다... 그냥 집에 있는 책으로 선정해서 실제 기준하고는 많이 좀 다르네요.. 후후..... 그냥 재미삼아 뽑아봤는데 마음에 들지는 않군요....급히 하느라 기준이 엉망입니다.

heter 2014-03-27 19: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훌륭하네요. 이론서나 비문학 쪽은 작년부터 서서히 읽어가려고 노력 중이어서 곰곰발님 리스트가 눈에 많이 갑니다. :)

곰곰생각하는발 2014-03-27 20:42   좋아요 0 | URL
아, 이게 급히 눈에 보이는 것만 보아서 오류가 굉장히 많습니다.
언제 날 잡아서 제대로 된 리스트 함 올리겠습니다.

스누피 2014-03-27 19: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헐;;; 대박! 100권의 목록에서 아직 못 읽은 책들 '추적자'가 되어 (수색잔가? ㅋㅋ) 따라가 봐야 겠어요, 뭐가 나올지 궁금. 호호호. 헨델과 그레텔의 목숨 같은 빵부스러기, 감사합니다. ^_^


달 밝은 밤, 부상자들이 울부짖는 들판 위를 부엉이가 비행한다. 그렇게, 나는 한밤중 나 자신의 불행 위를 날아다닌다.
- <불가능> 조르주 바타유, 의 기분으로! 세헤라자데의 이야기를 듣는 왕의 느낌으로!

곰곰생각하는발 2014-03-27 20:44   좋아요 0 | URL
이 목록 진짜 엉터리닙니다..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글 쓰다가 그냥 책장 보면서 썼는데 아무래도 오류가 많죠.
절반만 제가 좋아하는 책인 거 같어요...ㅎㅎㅎㅎㅎㅎ

rtour 2014-03-27 20: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금방 알라딘 샛별로 자리잡고, 능력있어 좋아요. 그런데 여기 분위기 때문인지 전반적으로 넘 점잖고 근엄한 글만 쓰는 것이 ..네이버 시절 야성의 페루에도 보고 싶음.

곰곰생각하는발 2014-03-28 04:42   좋아요 0 | URL
샛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욕만 더럽게 먹고 있는 중입니다.

사실 저... 알라디너들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 그냥 책 자료 찾기 쉬우니깐 주저앉은 거임 )
그냥 터 잡았으니 그냥 얌전하게 있을 거죠.


....

푸르푸르 2014-03-27 2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난 평생 읽은 책이 50권도 안되는거 같은데 좋은 책을 100권 추릴 정도라니

곰곰생각하는발 2014-03-28 03:12   좋아요 0 | URL
항상 오시면 딴지만 거시는... ㅎㅎㅎㅎㅎ 하지만 난 오쉬프를 사랑한답니다.

곰곰손 2014-03-28 03: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으휴~ 먹물냄새~~ >_아마도 알라디너 중에 너만큼 먹물인 사람 절대 없을거임.
(대체 넌 안읽은 책이 뭐냐?ㄷㄷㄷㄷ)

근데근데 쫌 고마운 리스트이다♡
나도 이 책들 조금씩 읽어봐야지!! ㅋㅋ

곰곰생각하는발 2014-03-28 04:03   좋아요 0 | URL
닝기미, 책 백 권 읽었다고 먹물이면 알라디너 3000만이 너에게 손가락질 할 거시여...

엄동 2014-03-28 09: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저역시 대단하다는 말씀과 함께
양손 엄지를 척! 올립니다

꾸준히 다독하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가끔 활자에 대한 엄청난 갈증이 날때마다

이 블로그를 떠들어보고
읽을거리를 고르는게 이젠 뭐 습관이 되버렸네요

백권 뽑고도
아직 수백권은 꽂혀있을 곰발님 책장을
맘속으로나마 숭배하고 받들어 뫼십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3-28 11:39   좋아요 0 | URL
허허 부끄럽습니다.
제가 겸손 빼면 남는 게 뭐 있겠습니까.
그리고 정정할 곳이 좀 있습니다.
수백권이 아니라 수천 권 있습니다. 정정해 주세요..... 호호.

만화애니비평 2014-03-28 13: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프로필 사진의 기 드보르가 있군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3-29 02:21   좋아요 0 | URL
기 드보르 볼 때마다 늘 만애비 님 생각이 납니다.

아진 2014-03-29 01: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전 요리조리 잘도 피해서 읽었네요. ㅋㅋㅋ

그래도 최근에 아케이드 프로젝트' 읽었습니다. 좋던데요! 저건 옛날버전인가 보죠?

곰곰생각하는발 2014-03-29 02:21   좋아요 0 | URL
남이 읽은 목록은 항상 요리조리 피한 목록이죠... ㅎㅎㅎㅎㅎ 저도 그렇습니다.
남이 올린 목록을 보면 요리조리 피해서 제가 읽었더라고요..ㅎㅎㅎㅎㅎㅎ

르미에르 2014-03-29 07: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언제 다보나 -_-;

곰곰생각하는발 2014-03-30 02:08   좋아요 0 | URL
언제 보실 겁니다.

samadhi(眞我) 2014-03-29 22: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겹치는 책이 별로 없네요. 읽다가 접은 책들이 꽤 되고. ㅋㅋ

곰곰생각하는발 2014-03-30 02:08   좋아요 0 | URL
제가 일부러 지루한책들만 골랐어요.. 허허. 지루한 책 100권 목록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대구 - 세계의 역사와 지도를 바꾼 물고기의 일대기
마크 쿨란스키 지음, 박중서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4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대구'에 대한 나쁜 기억과 좋은 기억.

 

 

 

그동안 절판되어서 아쉬웠던 마크 쿨란스키의 < 대구 > 라는 책이 새롭게 꽃단장'을 하고 나왔다. 이 책이 다시 나왔을 때 얼마나 기뻤는지 당신은 모르실거야. 이 책은 물고기 대구'를 통해 천 년의 역사를 다뤘다. 미시사 방법론으로 들여다보는 작은 역사'다. " 대구- 실크로드 " 라고 해 두자. 이 방면(미시사)에서는 카를로 긴즈부르크의 < 치즈와 구더기 > 가 대표적이지만, < 대구 > 라는 책 또한 미시사를 다룬 에세이 가운데 탁월한 책에 속한다. 거대 역사 담론에 질린 독자라면 꾀죄죄한 역사를 다룬 미시사가 꽤나 재미있다는 사실에 놀랄 것이다. 비린내나는 물고기 한 마리'를 가지고 얼마나 깊이 있게 역사를 다룰 수 있을까 의문을 가질 수도 있다. 헤헤, 그런 걱정은 접어두시라. 흥미진진하다. 무엇보다도 새롭게 나온 이 책은 절판된 책에 비해 편집이 깔끔하고 다양한 자료(사진, 그림)이 첨부되어서 읽기 편하다.

 

여기에 절판된 책에서는 없었던 " 대구 요리에 대한 부록 " 도 서른 페이지 남짓 추가되어서 자료가 더욱 풍부해졌다. 여우처럼 눈치 빠른 이는 알아차렸을 것이고, 곰처런 느려터진 사람은 내 의도를 알아차리지 못했을 것이다. 그렇다,  나.... 이 책 두 번 읽은 남자다 ! 내가 굳이 이 책에 대한 내용을 세세하게 요약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출판사 제공 책 소개가 꽤 자세하다. 이 책 담당 편집자가 두 주먹 불끈 쥐고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리겠다는 야심이 보인다. 내가 이 책에 대해 관심을 가지는 이유는 하나'다. 거제도에서 우연히 먹은 < 대구 맑은탕 > 에 기분이 좋아진 적이 있었다. 그 맛을 잊지 못해서 늘 대구'라는 생선을 고맙게 생각했다. 개인적으로 대구 생선에 대해 관심이 많다. 이 글은 내게 맛있는 쾌락을 제공했던 대구에 대한 보은 차원에서 쓴 글'이다.

 

한국인에게 < 대구 > 는 고등어나 명태처럼 대중적이라고 할 수는 없으나 명태가 대구목에 대구과의 바닷물고기'라는 사실을 알면 상황은 달라진다. 명태의 다른 이름이 바로 " 왕눈폴락대구 " 다. 그러니깐 가재는 게 편이듯이, 명태 또한 대구 편이다. 다음은 전에 써두었던 대구에 대한 글이다. 이 책과는 무관하니 안 읽어도 좋다. 파란 깃발만 꽂으면 당선이 되는, 화끈한 밤 문화를 즐기시라던 주성영 의원 때문에 < 대구 > 이미지가 안 좋았던 이라면, 이 책을 읽어보길 바란다. 대구'라는 물고기가 얼마나 소중한 녀석인지 새삼 느낄 것이다. 대구, 좋다 !

 

 

 

 

 

 

 

추운 나라에서 온,

 

 

폭염의 도시 대구 출신인 송혜교'는 한류를 대표하는 연애인'이다. 신부님도 아니면서 건방지게 너의 죄를 사한다며 성호를 그었을 때에도 수컷인 우리는 아무런 이의 제기'를 할 수 없었다. 비록 그녀는 " 신부님 " 은 아니었으나 우리 모두는 그녀가 내 " 신부 " 가 되기를 간절히 원했기 때문이었다. 님이라는 글자에 점 하나만 찍으면 남이 되듯, 누군가는 님이라는 글자 하나를 삭제해서 가짜 신부님이셨던 송혜교를 진짜 신부'로 맞이할 것이 아닌가. < 님 > 하나에 울고 웃는다. 그녀는 < 가을동화 > 로 배용준과 함께 한류를 대표하는 스타'로 우뚝 솟았다. 요즘은 개나 소나 떴다 하면 다 한류'라고 말해서 한류의 가치'가 땅바닥에 떨어졌지만 그래도 몇몇은 굳건히 한류를 대표한다. 송혜교, 배용준, 싸이, 비 그리고 " 대구 " 도 있다. 대구 ???!!!

 

혹자는 대구'가 배우 진구의 형'으로 착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말하는 대구는 진구 형 대구 씨도 아니고, 박근혜의 영원한 빨대 대구도 아니다. 바로 생선 대구'다. 대구는 한류를 대표하는, 추운 나라에서 온 물고기다. 대구의 ABC 알파벳 이름을 보아도 대구가 한류성 어류라는 사실을 금방 알 수 있다. 대구를 뜻하는 cod'는 cold'에서 알파벳 L'이 탈락했기 때문이다. 뻥이다 !!! 으하하하하하하하여튼 대구는 아이슬랜드/iceland'처럼 추운 나라'에서 노는 한류성 어류이기 때문에 난류성 도시인 대구의 화끈한 밤 문화'에서는 놀 수가 없다. 내가 < 대구 > 라는 물고기'를 처음 본 것은 대구가 아닌 거제'에서 였다. 내가 귀한 손님이었는지는 모르겠으나 거제도 형'은 나를 거제에서 대구 요리'를 가장 잘하는 요리집으로 안내했다.

 

삼겹살에 소주 한 잔 마시고 싶었다만 비린내나는 생선 요리'를 먹으러 가자고 해서 시큰둥했던 기억이 난다. 그때 나온 음식'이 대구 맑은 탕'이었다. 멀건 것이 맹탕 같다. 숟가락으로 휘익 저으니 대구 몸통 하나가 전부였다. 음식에 들어간 식재료가 거의 없는 것이 아닌가 ! 고추가루, 마늘, 양파 등 양념 범벅인 아귀찜과 비교하니...... 닝기미, 손님 대접이 이따위인가 ? 뿔다귀가 났다. 거제도 형이 말했다. " 아야, 묵어봐라 ! " 마지못해 숟가락을 들었다. " ..... 읭?! " 아, 이 깔끔한 맛이란 ! 비린내가 전혀 나지 않는 담백하며 칼칼한 맛이란 !! 그때 알았다. 정말 좋은 식재료'에는 많은 양념을 하지 않는다는 사실. 영광 굴비와 한우 꽃등심이 그것을 증명한다. 그것은 일종의 자신감이었다. 주재료'에 대한 강한 자신감 말이다. 비린내가 많이 날수록 그 생선'은 값이 싸다.

 

그리고 그 재료'로 만든 요리에는 향신료가 강하게 나는 부재료'를 많이 넣을 수밖에 없다. 그래야지 비린내'를 잡을 수 있다. 이 경험 이후로 나는 대구 팬'이 되어 버렸다. 물론 삼성 라이온즈'를 응원하지는 않는다. 매우 독특한 팬질'이다. 이토록 훌륭한 물고기'를 왜 옛어른들은 < ~ 魚 > 를 붙이지 않고 < 대구 > 라고 했을까 ? 대구'는 한자로 大口'다. 풀이를 하자면 입 큰 물고기'다. 맞는 말이다. 대구는 입이 무척 크다. 그리고 머리도 크다. 등신으로 구별하자면 3등신 정도 될까 ? 입 크고, 머리 크고, 3등신이다 보니 대구를 그리 탐탁하게 여기지 않으신 모양이다.

 

하지만 그들도 나처럼 처음에는 탐탁치 않게 생각하다가, 머릿속에 삼겹살에 소주 한 잔 생각이 간절하다가, 에이 시부랄... 이게 무슨 대접이냐고 속으로 생각하다가, 숟가락으로 건성건성 휘졌다가 한 입 먹었을 것이다. 그리고는 외쳤을 것이다. 마, 디, 꾸, 나. 대구는 그 이후로 동서양을 막론하고 매우 맛있는 생선이 되었다. 이 생선이 얼마나 맛있었던지 결국에는 대구 전쟁'이 일어나기도 했다. 72년부터 76년까지 영국과 아이슬란드'가 대구들이 모여 있는 곳을 놓고 대구 전쟁/cod war 을 벌이기도 했다. 이 정도면 서구 사회에서 대구의 맛'이 어떤 것인가를 알 수 있다. 이웃인 일본의 경우는 대구를 "타라"(魚+雪, たら)라고 부른다고 한다. 고기 "어"변에, 눈 "설"자'다. 대구 살이 흰 살'인 점, 그리고 한류성 물고기라는 점을 감안하면 매우 적절한 작명이 아닌가 싶다.

 

것에 비하면 달랑 입 크다고 대충 대구'라고 지은 조상의 건들거리는 건성'에 또 한번 실망하게 된다. 이 좋은 생선을 말이다. 이 대구 때문에 전쟁'까지 했던 것을 보면 ( 전쟁이라기보다는 분쟁이다. 굳이 cod war'라고 부르는 이유는 냉전을 의미하는 cold war' 와 모양새가 비슷하기 때문이다. ) 대구'야말로 진정한 한류 스타'다. 내가 나이 지긋한 노인이었다면 이성관계에 고민을 하는 젊은이들에게 대구 같은 사람'이 되라고 조언했을 것이다. " 숭어처럼 멀쩡하게 생긴 건 맛이 없는 것이다. 횟감 중에 가장 맛 없는 게 숭어여, 숭어 ! 옛날 양반들이 예쁘장하게 생기고, 뭐냐... 그려 에스 라인 비스무리한 날렵한 몸매로 꼬리 살살 치니 혹해서 숭어'라고 지었지만 속은 무른 년이여. 이것아 ! 알긋냐 ? 뭐시라 붕어 ?! 붕어는 어떠냐고 ? 입만 붕얼붕얼거리는 것도 마찬가지여.

 

비린내가 을메나 지독하면 독한 양념 범벅이것냐. 지는 향수 뿌린다고 하드만 그게 어디 향수여 ? 간장이 향수여 ? 마늘이 향수여 ?!  그려 안 그려 ?  응,,, 응, 뭐시냐. 붕어 고년 아담한게, 착한 것처럼 눈 동그랗게 뜨고는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더니만... 알랑가 몰라 ? 가시가 아주 지독혀 ! 둘 다 생긴 것만 멀쩡한 것이여. 대구 같은 아가씨를 만나, 알긋냐, 모르긋냐 ? 대갈빡 좀 크면 으뜨냐 ? 3등신이면 어떠냐. 잘 판단혀 ! 비린내나는 것들이 지 몸에서 독허게 썩는 냄새를 숨기기 위해설라문에 온갖 양념으로 향수를 뿌리는겨. 그런 것들이 호호 거리며 말끝마다 교양 운운하는겨.  남자도 마찬가지 아닌감. 정말 알찬 놈은 입이 무거운 법이여. 밥 좀 많이 묵으면 으뜨냐 ? 알긋냐 ? " 사람도 마찬가지'다. 진국은 대구맑은탕 같은 사람'이다. 겉치장이 요란하거나,

 

제법 비싼 종이로 명함을 만들거나, 뛰어난 언변'은 모두 비린내나는 몸내를 숨기기 위한 짙은 양념'에 불과하다. 다독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정독이 중요하며, 명함 또한 중요한 것이 아니란 사실도 깨닫게 되었다. 지난 대선에서 나는 문재인을 지지했다. 그는 대구'처럼 소박했다. 별다른 양념 없이 끓는 물에 굵은 소금 한줌이면 진국이 되는, 맑은 후보였다. 그런 그가 대구를 대표하는 인물과 싸웠으나 정권 창출에는 실패했다. 하지만 이 실패'는 감동적이었다. < 밀리언달러베이비 > 에서 늙은 노인은 이렇게 말한다. " 시합에서 질 수도 있고, 이길 수도 있다. 그것이 인생이다. "

 

 

 

대구는 추운 나라에서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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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동 2014-03-26 13: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대구에 대한 예찬이 처음은 아니지요
볼때마다 새롭고 재미져서 꼼꼼히 읽어요 :)

남자는
꼭 그것같은 놈으로다 고를게요
거둬내버릴 짙은 양념이 필요없는
맑은 대구탕 같은.

곰곰생각하는발 2014-03-26 13:10   좋아요 0 | URL
남자도 여자도 다 대구 같은 사람이 최고 아니겠습니까.
제가 옛날에 붕어 먹다가 가시 걸려서 119 실려간 적 있습니다. 하여튼 응급실 갔던 기억이 납니다.
그래서 보기 싫은 사람 보면 자꾸 붕어 생각이... ㅋㅋㅋㅋㅋㅋㅋ.
적어도 대구는 가시에 걸려 죽을 위험은 없어요. 크잖아요.

엄동 2014-03-26 13:35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붕어가시걸려 119간거랑 보기싫은 사람이랑
어떤 상관관계가 있는지는 모르지만

ㅋㅋ 무튼 참 다이나믹하시다는.


하루라도 글을 쓰지 않으면 입에 가시"가 돋히는 곰발님
다음에는 그 가시"가 목이 아닌 이에 걸리는 것으로~
목에 걸려 돌아가시"기라도 하면 우린 너무 심심해지니까요
다음엔 히가시"노게이고같은 사회비판적 서스펜스 작가의 작품도 소개해주셈
뜬금없지만 가시"고기는 참으로 강력하 최루성 작품이었지 말입니다
이런 댓글을 쓰고 있는 저도 참 가시"방석입니다만

곰곰생각하는발 2014-03-26 14:10   좋아요 0 | URL
초등학교 1,2때 였을 겁니다. 목에 가시가 걸렸는데 그냥 방치했더니
몸에서 열이 나기 시작했던 기억이 나요. 119는 아니고 하여튼 병원 갔던 기억이 납니다.
그 다음부터 생선을 잘, 특히 민물은 질색합니다. 붕어 처다보기도 실습니다.

게이고는 저 그닥 좋아하질 않아서... 엑스의 헌신'은 참 좋습니다만....

봄밤 2014-03-26 21: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구라니! 구미가 땡기네요. 저도 읽어봐야겠어요. 부제도 남다르네요. 하하.
!!!<해삼의 눈> 생각났어요! 혹시 보시지 않았다면 추천합니다. 진짜 진짜 재밌어요. 이것이야말로 미시사라고 할 수 있겠네요!! 부제를 읽어드립니다. '함경도에서 시드니까지 문명 교류의 바닷길을 가다.' 히힛.
뿌리와이파리 책 대체로 좋습니다. 오파비니아 시리즈도 추천 꽝꽝.

곰곰생각하는발 2014-03-27 06:14   좋아요 0 | URL
콜 !! 뿌리와이파리는 책 디자인에 신경이 많이 쓰죠. 그리고 무엇보다 제본 상태가 매우 좋습니다. 해삼의 눈'이라.... ㅎㅎㅎ 보관함에 담았습니다. 이번 달에는 읽을 책이 산더미여서 다음달에 지를 생각입니다. 이런 미시사 좋습니다.

오파비나이''' 라. 검색 좀 해봐야겠군요...
그나저나 대구는 가봤지만 구미'는 간 적이 없네요. 구미 여행, 구미가 땡기네요....
여행할 때는 목포를 정한 후 부산 떨지 말고 친구 차 대전해서 속 수원하게 놀다와야겠습니다.

수다맨 2014-03-27 03: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스터 초밥왕 같은 만화 보면 이런 말이 나옵니다. "재료가 7이고 요리사 솜씨가 3이다." 솔직히 청와대 요리사가 아무리 생선을 잘 지져도(?!) 바다낚시 가서 갓 잡아올린 생선 회맛에 비교가 되겠습니까 ㅎㅎ
재료가 좋을수록 오히려 별다른 조미료나 양념을 안 넣죠. 글도 비슷한 것 같습니다. 문장에 형용사나 부사가 많이 첨가된 글을 보고 있으면 참 괴롭습니다. 소재나 내용이 별다르지 않거나 디테일의 빈핍을 가리려고 할 때, 꼭 형용사라는 미원(?!)이 꼭 들어가는 것 같아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3-27 04:41   좋아요 0 | URL
아니 요즘 수다맨 님 소식이 뜸하십니다그려. 허허허허....
봄이니 술 한 잔 하셔야죠. 가만 보면 잘 만든 만화 하나가 소설 열 부럽지 않습니다.
그리고 부사와 형용사를 미원에 비유한 것, 좋군요. ㅎㅎㅎㅎㅎㅎ.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samadhi(眞我) 2014-03-27 1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멀쩡하게 생긴(?)-사실은 어찌 생겼는지 속살만 봐서 잘 모르겠지만요- 숭어회도 무척 맛있던데요^^. 대구는 진국이라는 이미지가 그려져요. 덩칫값(?)을 하노라고 푸짐하고 속을 풀어주는 개운함이 자주 먹지는 않지만 먹을 때마다 좋은 사람들과 함께여서 그런가 따뜻하고 가끔 생각나곤 해요. 아윽 먹고 싶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3-27 16:23   좋아요 0 | URL
사실 좋은 생선일수록 양념이 없는 법 아닙니까. 제가 비린내나는 생선을 잘 못 먹어요.
고등어, 인물고기 좀 싫어합니다. 숭어는 모르겠네요. 전어도 사실 잘 못 먹겠더라고요.
대구나 명태는 기름기가 없잖아요.
옛날에는 동태가 그렇게 흔했는데 말이죠. 저 옛기엉으로는
어머니가 막 박스채 사다가 먹고는 했어요. 동태찌개, 명태찜 이런 거 정말 흔했는데
이젠 어장이 씨가 말랐습니다. 잡을 만큼 잡아서 거의 초토화가 된 겁니다.

samadhi(眞我) 2014-03-27 16:58   좋아요 0 | URL
숭어회 비리지 않고 담백하고 고소합니다. 기회가 되면 드셔보세요. 생선파시는 분이 비린내를 못견디면 어이합니까. 그래서 이젠 명태류를 전혀 못먹겠어요. 방사능 무서워서. 90%이상을 수입한다고 하니 어떻게 먹겠습니까.러시아 애기들이 후쿠시마 근처에서 조업을 한다는 얘기에 김밥이나 샐러드에 즐겨넣던 맛살류도 끊었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3-27 17:35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맛살이 사실은 아마 명태살일 거예요. 대구살도 섞고.....
숭어회 안 비리군요 ? 전 전어회 사람들 고소하다고 하는데 비려서 저는 못 먹습니다.
튀기는 건 맛있더라고요.... ㅎ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