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식은 실패했다

 

 

 

 

 

남편은 " 녹색 성장 " 한다고 강을 온통 초록색 똥물로 만들더니, 아내는 밖에서 " 한식 세계화 " 한다고 한식 재단을 만들어서 600억이란 돈을 쏟아부었다. 각하와 그 부인 이야기'다. 2011년 11월부터 2012년 1월까지 지구촌 세계 여행을 하며 한식가이드북 출판기념회를 열었는데, 이때 조촐하게 다과 체험 행사'를 진행하면서 사용된 지출액이 런던 8천 987만 원, 파리 9천 483만 원, 브뤼셀 4천 769만 원'이다. 어린이날(부처님 오신 날이었던가?!) 행사로 청와대에 초대한 동자승'에게 다과로 오리온 고래밥'을 내와서 욕을 바가지로 먹었던 전력에 비추면 과자 부스러기 비용으로 9천 483만 원이 지출되었다는 점이 믿기지 않는다. 이때 행사를 축하하기 위해 모인 인사들이 20명 남짓이라고 한다. 이를 1인당 비용으로 환산하니 다과 비용으로 런던은 449만 원, 파리는 474만 원, 브뤼셀은 238만 원이 지출된 것이다.

 

부창부수라고 남편이나 아내나 남의 돈으로 돈을 물 쓰듯 하는 자세는 똑같다. 누누이 하는 말이지만 한식은 세계화'하기 힘든 품목이다. 음식 세계화'라는 말은 달리 말해서 " 음식(맛) 통일화 " 이다. 맥도날드가 음식 세계화를 뛰어넘어 문화 현상으로까지 발전한 데에는 음식 맛이 동일했기에 가능하다. 인도에서 먹는 맥도날드나 중국에서 먹는 맥도날드나 미국에서 먹는 맥도날드나 맛이 동일하다는 소리'이다. 이처럼 동일한 맛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 레시피의 계량화 " 가 필수다. 소금 한 숟가락 설탕 두 숟가락 따위가 아니라 소금 몇 그램, 설탕 몇 그램 식'으로 계량화되어야 한다는 소리'이다. 그렇다면 한식 문화는 어떨까 ? 소금 한 숟가락 넣고 설탕 두 숟가락 넣어라, 라는 주문은 그래도 양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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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은 " 적당히 ! " 로 통한다. 이렇게 해서 만들어진 음식이 한식'이다. << 적당히 >> 라는 감각은 오로지 부엌 주인만이 느낄 수 있는 감각이다. 그렇기에 옛날에는 김치 맛이 모두 달랐다. 하지만 판매용 김치'가 출시되고 학교 급식 문화가 보급되면서 김치 맛은 하나로 통일되었다. 과연 통일된 김치 맛이 한식 문화를 대표하는 맛이 될 수 있을까 ? 역설적이지만 한식은 " 한식 레시피의 계량화 " 가 완성되는 순간 의미를 잃는다. 개인적 판단이지만 인간의 신체 부위 가운데 기능이 가장 떨어지는 부분은 눈과 혀'다. 한국인 가운데 팔 할은 스스로를 미식가'라고 말하지만, 사실은 누군가의 메시지에 세뇌당한 것이다. 당신의 혀가 최종 선택한 맛집은 스스로 결정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외부 요인에 의해 수동적으로 선택된 것일 확률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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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 달걀과 흰 달걀의 경우, 맛은 흰 달걀이 뛰어나지만 대중이 선택한 것은 비린내나는 노란 달걀이었다. 그러니까 대중은 맛있는 달걀보다 맛없는 달걀을 선택한 것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누군가가 상업적 이득을 위해 노란 달걀이 흰 달걀보다 맛있다고 유포했기 때문이다. 짜장면도 마찬가지'다. 대중이 선택한 것은 갈색 짜장면이 아니라 검은색 짜장면이었다. 모든 장이 그렇듯이 시간이 지날수록 색이 진해지기 마련이다. 삶은 콩으로 숙성시키는 춘장도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짙게 변한다. 춘장을 만드는 제조사들이 경쟁사를 이기기 위해 갈색 춘장은 숙성이 덜 됐고 검은색 춘장은 숙성이 오래되었다는 증거라며 입소문을 냈고 대중은 검은색 짜장면을 선택하게 되었다. 하지만 오랜 숙성 기간의 결과라고 입소문을 낸 검은색 춘장은 사실 카라멜이란 천연 색소로 만들어진 색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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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대중의 혓바닥은 반드시 맛있는 쪽을 선택하지는 않는다. 닭도 마찬가지'다. 한국에서 판매되는 닭은 35일 자란 닭으로 무게가 1.5킬로그램인 영계 ( 일명 " 팝콘치킨 " 이라고도 한다. 최단 시간 안에 무게를 최대한 늘린 닭이다. 닭은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난 무게에 짓눌려서 다리가 부러지기도 한다 ) 이다. 한국인은 영계가 맛있어서 영계를 찾는다고 하지만 한국을 제외한 거의 모든 나라는 50일 지란 무게 2.7킬로그램'인 닭을 먹는다. 영계는 닭 비린내가 나고 식감이 떨어지기 때문에 미식가가 많기로 소문난 프랑스나 이탈리아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선택이다. 한국인만 영계가 맛있다고 착각하는 것이다. 여기에도 상업적 계산이 깔려 있다. 한국 닭이 영계를 사용하는 이유는 좁은 사육장에 병아리를 최대한 많이 가두기 때문이다. 공간이 워낙 협소하다보니 병아리 한 마리'가 병에 걸리면 좁은 우리에 갇힌 병아리가 모두 병에 걸려 집단 폐사할 확률이 높다. 그러니 생육일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여기에는 사육비에 대한 부담도 작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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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하고 싶은 말은 간단하다. 당신이 맛을 결정하는 중요 요인은 맛 자체에 있다기보다는 이윤을 목적으로 한 이익 집단의 불순한 개입'에 좌지우지된 결과다. 자발적 선택이 아니라는 소리'이다. 혓바닥이 감히 당신의 뇌를 속인 것이다. 한국 음식은 자본주의 사회가 되면서 점점 식재료 본연의 맛을 잃어버리는 쪽으로 발전했다. 모든 한식의 팔 할은 양념장 맛 하나로 통일되었다. 고등어 조림이나 갈치 조림이나 병어 조림이나 대동소이'하다. 식재료 맛은 이 할이고 양념장 맛이 팔 할을 차지했다. 한식이 세계화'가 되기 위해서는 양념장 맛을 거둬야 한다. 하지만 혓바닥이란 옹고집이어서 쉽게 잘못된 맛을 버리지 못한다. 한식(세계화)는 실패했고, 앞으로도 계속 실패할 수밖에 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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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5-03-03 15: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언제 또 우리의 마님께서 그런 일을 해서 돈을 옴팡 날리셨나요?
하는 일이 다 그렇죠 뭐.ㅠ

곰발님 글을 읽으니 좀 슬퍼지는데요? 나름 우리 한식에 대한 자부심이 있었는데 말임다.
믿어야할지 말아야할지 모르겠군요.ㅠㅠㅠ

곰곰생각하는발 2015-03-03 19:32   좋아요 0 | URL
한식이 후지다는 소리가 아니라 한식을 상품화하려는 정책이 실패했고, 실패할 수밖에 없다는 소리입미다.
제가 보기엔 한식 정책은 얄딱구리한 퓨전 레시피로 승부하면 백전백패죠.
오히려 음식문화는 관광상품과 연관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글쿠, 뭐 굳이 음식 가지고 그걸 상품으로 만들려는 것 발상 자체가 웃긴 거죠....
김치칵테일 만드는 게 한식인가요. 김윤옥 여사 한다는 게 고작 김치 칵테일 ?! ㅎㅎㅎ 웃긴 일...

꼬물거리는우주 2015-03-04 0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곰곰생각하셨을 표현에 놀라 가끔 눈치채지 못하지만 발로 뛰어 수집한 듯 풍부한 근거가 인상적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5-03-04 15:56   좋아요 0 | URL
아, 풍부한 자료는 아닙니다. 그냥 이리저리 주운 풍문으로.. ㅎㅎ

마립간 2015-03-04 1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중국 음식, 일본 음식 그리고 이태리 음식(이태리는 유럽에 있는 동양?)은 tasty & healthy에 비해 한국 음식이 양쪽 모두에서 뒤떨어진다는 것은 좀 의외이네요.

곰곰생각하는발 2015-03-04 15:55   좋아요 0 | URL
한국음식이 나트륨 함량이 많아서 그런 것 아닐까요 ? 하긴 나트륨하면 미국음식도 만만치 않치만....
확실히 다른 나라 사람들이 보기엔 한국 음식 냄새`가 그리 좋은 건 아닌가 싶습니다.

마립간 2015-03-05 08:05   좋아요 0 | URL
곰곰발 님, 위 도표 출처를 알려주실 수 있나요. 곰곰이 생각해보니, 원 논문이 궁금해집니다. 입맛이나 건강 두가지 모두 객관화, 계량화를 하기 힘든 연구인데, 연구 방법이 무엇이었을까요? 개인적으로, 편견에 의한 결과로 그 이상에 의미를 두지 않지만, 제 생각이 맞는지 확인해 보고 싶어지는데요.

곰곰생각하는발 2015-03-06 12:24   좋아요 0 | URL
글적긁적....
출처는 모릅니다.. 제가 저 도표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은 이유도
출처를 모르기 때문입니다. 이거.. 뭐, 신용있는 거라기보다는
맛 칼럼리스트 개인의 취향 아니겠습니까..

Jin Jui 2015-07-23 03:09   좋아요 0 | URL
출저요? 당연히 없죠. 왜냐구요 한국인이 만든거거든요.
디시 기타음식갤러리에서 만든건데 어떤 덕후가 만든겁니다. 나라별 밥그려놓은거
모아서 우스개로 만든겁니다. 아무런 출저도 없는 자료를 믿는것도 웃기지만 이걸가지고 그대로 믿고
이렇게 떠돌아다니느것도 웃깁니다;;

구글검색은 그냥 뻘로있나요??? 검색해보시면 한국웹밖에 안뜹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5-07-23 09:48   좋아요 0 | URL
그렇군요. 구글로 함 검색해야겠씁니다. 고급진 정보 고맙습니다.

수다맨 2015-03-04 17: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부가 저 모양으로 돈을 쓰고 다녔군요. 둘 다 당장 감옥에 넣어야 할 텐데, 아쉽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5-03-06 12:26   좋아요 0 | URL
하나하나 죄를 나열하면 엄청나게 많을 것 같습니다. 과연 법 적용하면 몇 년이 선고될지 자못 궁금
 
할로우맨 감독판(1DISC) - 할인행사
폴 버호벤 감독, 케빈 베이컨 외 출연 / 소니픽쳐스 / 2007년 11월
평점 :
품절


 

 

 

 


 

 

 

 

 

 

Holloween man



폴 베호벤 : " 어둡고, 무시무시하고, 긴장감 있는 이야기다. 이 모든 것이 플라톤의 << 국가론 >> 2권에 나오는 일화에서 시작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투명인간으로 만들어주는 반지를 발견한 남자는 궁전으로 가서 여왕과 동침을 하고 왕을 죽인 다음 스스로 왕이 되었다고 한다. 플라톤은 인간이 내재적 도덕률 때문에 올바르고 겸손하게 산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오히려 사회의 구속력에 어쩔 수 없이 순종하기 때문에 그런 것처럼 보일 뿐이라고 말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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ㅡ Interview with  제이 홀벤 中



계체량 심사를 위해 저울 위에 오르는 권투 선수의 조심스러운 발끝처럼 여왕은 마술 거울 앞에서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묻는다.  " 거울아, 거울아 ! 이 세상에서 누가 제일 예쁘니 ? " 거울은 무미건조한 목소리로 " 바로 당신입니다 ! " 라고 대답한다. 여왕은 거울 속에 비친 자기 얼굴을 보며 행복한 미소를 짓는다. 누구나 다 아는 백설공주 이야기'다. 모르면 간첩이고, 너무 많이 알면 빨갱이'다. 세월이 흐른 후, 여왕은 거울에게 다시 묻는다. 거울 속에는 여왕 얼굴 대신 백설 공주 얼굴 이미지가 아지랑이처럼 아른아른 피어오른다. 흑단 머리에 하얀 피부 그리고 새빨간 입술......  말하는 거울은 들뜬 목소리로 대답한다. " 백설공주가 제일 예뻐여, 헤헷 ! " 여왕은 주먹 불끈 쥐며 괄약근 꽉 조인다.

 

그런데 백설공주 이야기에서 판타지를 제거하고 사실적으로 각색하자면 " 말하는 거울 " 은 여왕의 자기 내면 목소리'일 가능성이 높고, 거울 속에 비친 얼굴도 자기 얼굴일 가능성이 높다. 거울 속에 비친 자기 얼굴(혹은 목소리)을 타자'로 오인'하는 경우'이다. 기괴한 풍경처럼 보이지만 살아가면서 누구나 한번쯤은 겪는 시행착오'이다.  개가 거울 속에 비친 자기 모습을 보며 으르렁거리듯이, 사회화 과정을 학습하지 못한 생후 6개월 ~ 18개월된 신생아'도  처음 거울을 보게 되면 거울 속에 비친 자기 모습을 다른 사람으로 착각한다. 그러니까 신생아'도 여왕처럼 거울 속에서 타자(라고 착각하는 자신)를 보는 것이다. 하지만 신생아는 몇 번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거울 속에 비친 모습이 자신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그때 느끼게 되는 황홀감이란 ! 라캉은 이 과정을 " 거울 단계(상상계) " 라고 명명하면서 이 단계를 거쳐야 상징계'로 진입할 수 있다고 말한다. 상징계란 말과 언어를 습득하는 과정을 뜻한다. 이 말은 곧 사회화된 신체'를 의미한다. 라캉이 백설공주 이야기'를 분석했다면 << 여왕 >> 을 " 거울 단계 " 이론으로 설명했을 것이고, 프로이트라면 " 구순기 고착(자기애) " 으로  이해했을 것이다. 거울 단계와 구순기'는 서로 상응한다. 즉 거울 이미지에 집착하는 여왕은  인간의 자의식, 공격성, 경쟁, 자기애, 질투 그리고 이미지들에 매료되는, 상상계에 고착된 캐릭터'다. 거울 단계(상상계) 이전이 초법적인 어머니-영역이라면 말과 언어 학습을 통해 사회화 과정을 배우게 되는 상징계'는 법이 지배하는 아버지-영역'이라 할 수 있다.

 

 

 

폴 베호벤이 연출한 영화 << 할로우 맨, 2000 >> 은 태아와 산모가 분리되지 않은 모태(코라, chora) 상태를 탐구한다. 투명 인간이 된 과학자 세바스찬 케인'은 거울을 통해 자기 모습을 볼 수 없다는 점에서 거울 이전 단계'로 퇴행했다고 볼 수 있다. 그는 몸과 얼굴이 없다. 다른 식으로 표현하면 체면이 없다( 體面 : 몸 체, 얼굴 면 ). " 체면 " 이라는 개념은 사회적 명예와 평가가 반영된 얼굴로 체면이 없다는 말은 수치심을 모른다는 것과도 연결된다. 정신분석학자 줄리아 크리스테바'는 수치심이 없는 세계를 어머니의 세계(chora)로 구분하고 수치심이 있는 세계를 아버지의 세계로 나눴는데, 그에 따르면 고전 소설 << 로빈슨 크루소 >>에서 로빈슨 크루소'가 사는 무인도는 전형적인 어머니의 세계'가 지배하는 영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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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인도에 고립된 사람은 체면을 차리기 위해서 굳이 타자의 시선을 의식할 필요가 없다. 그는 격식을 차릴 필요도 없고, 법을 지킬 의무도 없으며, 벌거숭이인 채로 아무 데서나 똥을 산다고 해도 체면이 깎일 이유는 없다. 로빈슨 크루소는 얼굴은 있지만 체면은 필요 없는 존재다. 과학자 세바스찬 케인도 마찬가지'다. 그는 로빈슨 크루소처럼 무인도에 고립된 인간은 아니지만 아무도 그를 볼 수 없다는 점에서 로빈슨 크루소와 같은 처지'가 된다. 라캉의 지적질을 빌리자면 누군가가 나를 응시할 때 비로소 나는 존재한다. 이처럼 타자의 응시에 의해서만 < 나 > 는 존재하기에 투명 인간 케인은 이 세상에 없는 사람이다. 세바스찬 케인은 얼굴도 없고 체면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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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면이 없으니 체면 깎일 일도 없고 체면 차릴 일도 없다. 영화 << 할로우 맨 >> 은 체면을 잃어버린 남자의 욕망'을 다룬다.

 

 

 

 

​▶ 세바스찬 케인'이 투명 인간이 되는 과정은 이 영화의 화려한 볼거리 가운데 하나'이다. 이 장면은 매끄러운 피부 속에 감추어진 비체( 토사물, 피, 내장, 오물, 고름 따위)를 보여준다. 껍데기에 불과한 성인의 피부는 흉물스러운 비체'를 감춘다. 또한 이 장면은 피와 살이 완전히 돋지 않은, 채 자라지 않은 자궁 속 태아'를 연상시킨다. 세바스찬 케인은 시간을 거슬러 어머니의 분비물에 둘러쌓인 태아를 경험한다. 이 영화는 무에 대한 욕망, 타나토스에 대한 강렬한 욕망을 다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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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처음에는 공상과학영화'라는 공식에 충실하다가 어느 순간부터 느닷없이 공포 영화'로 전환된다. 시작은 << 할로우 맨 >> 이었지만  끝은 << 할로윈 맨 >> 으로 치닫는다. 폴 베호벤은 성장 코드'를 반대로 진행하여 " 육체의 퇴행 " 을 통해 인간 본성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 육체의 퇴행 " 이라는 점에서 보면 이 영화는 << 세바스찬 케인은 시간은 거꾸로 간다 ㅡ 버전 >> 이라 할 수 있다. 영화가 진행될 수록 그의 신체는 오물투성이로 뒤범벅이 된 비체( abjection, 卑體 / 非體 ) 가 되어간다. 아브젝션(abjection)은 라틴어 " abjectio " 에서 유래했다. 줄리아 크리스테바'가 공포 심리를 분석하면서 " ab jection "  을 선택한 이유는 주체(sub ject) 도 아니고 객체(ob ject) 에도  포함되지 않는, 주류 영토에서 추방당한 신체를 다루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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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두사 ab- 는 벌어진 틈, 분리, 제거'를 의미하는데 내던져 버리는 행위를 지시하는 " jectio " 와 결합하여 비참, 타락 혹은 비천한 상태라는 의미를 생성한다. 그러니까 << 비체 ㅡ 이미지 >> 는 집 안의 청결을 위해 분리 수거된 후 집 밖으로 내다 버려진 쓰레기 봉투 속 내용물과 비슷하다. 비체 이미지'는 우리가 일상 생활을 하면서 버린 것 : 파 뿌리, 양파 껍질, 상한 음식, 애완견 배변 시트, 퉁퉁 불은 국수 몇 가닥, 시커멓게 탄 음식, 정액에 담긴 콘돔, 건강을 위해 살점에서 도려낸 비계 껍데기, 생리대, 가래, 더러운 오물을 닦은 휴지 따위'와 유사하다. 그것들은 항상 청결을 위해 분리되고 은밀하게 제거된다. 줄리아 크리스테바'가 " 비체 " 라는 개념을 끌여들어서 말하고 싶었던 것도 이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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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몸의 청결을 위해 몸 밖으로 분리된 후 은밀하게 수거되는 목록에 주목한다. 비체 이미지는 몸의 구멍에서 쏟아낸 똥, 피, 오줌, 고름, 눈물, 토사물, 콧물, 침 따위'이다. 이러한 비체 분비물로 범벅이 된 신체는 청결을 강조하는 사회에서는 위협적으로 다가온다. 사람들은 비체를  (전염성 강한) 질병에 걸린 육체'로 인식한다. 현대인에게 비체1는 접촉 금지 대상'이다. 대표적 불가촉천민(접촉 금지 대상)'이 바로 드라큘라'인데 신체가 거울에 비치지 않는다는 점에서 드라큘라 또한  주체도 아니고 객체도 아닌 非體이면서 卑體이다. 투명 인간인 세바스찬 케인도 신체가 거울에 비치지 않는다는 점에서 드라큘라와 동일하다. ​영화 << 할로우 맨 >> 에서 세바스찬 케인'은 피 범벅'인 채로 관객에게 모습을 드러내는데 말 그대로  " 핏덩어리 "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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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모습은 마치 자궁 밖으로 적출된, 갓 태어난 태아의 모습을 닮았다. 이처럼 케인은 퇴행을 거듭할수록 더욱 폭력적으로 변한다. 관객이 피범벅이 된 케인'에게 느끼는 불쾌감은 폭력 자체에 있다기보다는 더러운 비체 분비물'에 있다. 위에서도 지적했듯이 피범벅이 된 케인 이미지'는 성인 괴물'이 아니라 모태 속 불완전한 태아의 이미지'에 가깝다. 그는 " flesh and blood " 로 이루어진 완전한 신체가 아니라 " flesh 없는 blood " 로만 이루어진 비체'이다. 그는 어머니와 아이가 분리되지 않은 아버지의 법 이전 상태이자 원초적 어머니 영토인 상상계 이전의 코라2 에 갇힌 존재'다. 그를 지배하고 조종하는 힘은 초법적 어머니'이다. " 코라 " 상태인 여성 괴물을 다루는 대표적인 영화는 << 엑소시스트 >> 와 << 캐리 >> 가 있다.

​

두 영화 모두 비체 이미지'인 " 초경 " 을 주요 모티브로 삼는다는 측면에서 공포의 근원은 여성성에 있다. 영화 << 엑소시스트 >> 는 " 어머니ㅡ몸 " 과 " 아이ㅡ몸 " 이 서로 분리되기 전 상태를 다룬다. 악령이 깃든 소녀가 발산하는 신경증은 어머니의 몸에서 분리되지 않으려는 태아의 욕망에서 비롯된다.  반면 << 캐리 >> 는 아이와 분리되기를 거부하는 어머니의 신경증을 다룬다. 캐리는 어머니의 몸 밖으로 배출되어 분리되고 싶어 한다. 그런 점에서 영화 << 할로우 맨 >> 의 세바스찬 케인 박사'는 << 엑소시스트 >> 에서 귀신 들린 소녀'와 심리적 동인이 공유한다고 볼 수 있다. 폴 베호벤 감독은 퇴행을 거듭하는 비체 과정을 통해 인간 본성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

그는 플라톤의 << 국가론 >> 2권에 나오는 " 기게스의 반지 " 이야기를 빌려 인간은 과연 선한 존재인가, 라는 질문을 던진다. 나 또한 묻고 싶다. 인간은 과연 태어날 때부터 선한 마음을 가지고 태어난 존재일까 ■

 

 

 

  1. ​인문학자 강신주는 서울역 노숙자를 " 영혼 없는 좀비 " 라고 했는데, 그가 보기에 노숙자는 주체(subject)도 아니고 객체(object)도 아닌 분리 수거되어 밖으로 내다 버려진 존재(ab ject)에 불과하다. 그는 노숙자를 신체(주체+객체)가 아닌 " 비체:卑體'이면서 동시에 비체:非體 " 로 인식한다. 인문학을 가르치는 인문학자라는 명함치고는 꽤나 싼티나는 인식론'이다. 그는 신랄하게 자본주의를 비판했지만 노숙자를 노동 생산성이 결여된 존재로 인식하고 비체(영혼 없는 좀비)로 강등함으로써 그 누구보다 자본주의적 인간이라는 사실을 스스로 증명했다.
    ​
  2. 코라 : 아직 충동의 쳬계 속으로 집결되지 않은 몸의 맥박들이 간헐적으로 상징적 담론을 교란시키는 전 오이디푸스적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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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5-03-01 19: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할로우 맨>에서 투명인간으로 변하는 상태를 볼 때마다 ‘인체의 신비’ 전에 나오는 인체 표본이 생각났어요.

곰곰생각하는발 2015-03-01 19:52   좋아요 0 | URL
저도 그 생각했습니다. 인체의 신비전 보셨나요 ? 전 보았습니다. 아마, 대박친 전시회`가 아닐가 싶어요. 이거 기획한 사람 떼돈 벌었다는 소리를 어디서 들은 기억이 나네요.

AgalmA 2015-03-01 2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인체의 신비전 생각났습니다. 그 전시 해외에선 신체의 불법적 획득, 훼손 문제로 말이 많았는데, 우리나라에는 법이고 뭐고 재밌고 신기하면 만사 ok~ 전시도 2~3번인가 했죠, 아마? 타부와 법은 참 미묘해요...
전 뭔 생각을 골똘히 하다가 전시 다 못봤네요.

곰곰생각하는발 2015-03-02 13:05   좋아요 0 | URL
아, 그렇군요. 그 내용 지금 생각해 보니 저도 들은 것도 같습니다. 맞아요. 인체 신비전`은 몇 번 했죠. 나중에는 이거 할인 티켓도 막 뿌리곤 했던...

빈둥빈둥 2015-03-09 03: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강신주가 `신랄`하게 자본주의를 `비판`한 적이 있던가요? 그냥 누구나 할수 있는, 그리고 자본주의 아니라 다른 어떤 경우에도 대입할 수 있는 `쿨`한 수사들을 몇개 업어와서 자본주의를 까는 `척`했을 뿐이죠. 사실 강신주는 자본주의가 뭔지도 모릅니다. 그의 글이나 칼럼을 읽어보면서 늘 느끼는 거지만, 그에게 자본주의는 `돈이면 다되는 더러운 세상` 정도의 이미지이고, 이런 정도 인식 수준으로 자본주의 까대기는 중딩들도 할 수 있습니다.(저도 중딩때 딱 강신주 정도의 인식 레벨로 친구랑 떡볶이 먹으면서 자본주의 깠습니다) 강신주는 자본주의에 비판적인 사람이 아니며,(뭔지도 모르는데 어떻게 비판합니까) 심지어는 인문학에 그닥 밝은 사람도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제가 너무 박한 평가를 내리는지 모르겠는데, 그의 글이 그모양인걸 어떡합니까. 언급하신 그 노숙자 관련 글을 포함해서, 강신주는 그냥 그럴싸(하지도 않지만 어쨌든)한 잡문에 박사 과정까지 밟아가며 줏어들은 철학이론 나부랭이 엮어서, 인문학을 `폼재는` 용도로 사용하려는 독자들의 욕망에 서비스하는 그야말로 자본주의적인 서책 장사치에 불과한 것으로 보입니다. 아무리 눈을 부벼도 그렇게 보입니다. 강신주가 `인문학자`? 에이, 농담이 너무 지나치십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5-03-09 13:55   좋아요 0 | URL
허허, 제가 하고 싶은 소릴 꼭 짚어 하시는군요.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인문학 관련 학과가 사라지는 판국에 한때 인문학 강의`가 재미를 쏠쏠 보고 있으니
이 또한 묘한 역설입니다. 하긴 까는 것 누가 못합니까. 진단과 처방이 필요한데
그냥 시계 분리해놓고.. 봐라, 나 시계 분해할 수 있엉. 이러고 이씀.. 결론은 결합은 못하는 꼴...
이게 무슨.. ㅎㅎ
 

 

 

 

 

 

 

 

 

 

 

 

 

 

 

 

 


 


 

 

 

 

 

 진딧물 많다고 투덜대는 개미는 없다


 

대한민국이 가지고 있는 불명예 1위'는 많고 많지만 지배 계급과 피지배 계급이 걱정하는 분야는 다르다. 지배 계급은 저출산율 1위를 언급하며 출생률 저하를 우려한다. 이 나라를 이끄시는 어른들의 공통된 근심'이다. 눈물이 앞을 가린다. 옛날에는 애를 많이 낳는 여자를 게으른 여자'라고 생각했는데, 요즘은 애를 낳지 않는 여자를 게으른 여자'라고 하니 격세지감을 느낀다. 하여튼 관료 어르신들은 자신이 옛날에 흥부에게 쏟아냈던 조롱은 감춘 채 애 많이 낳아서 애국하자고 말한다. 21세기 대한민국에서 출산을 기피하는 여자는 게으른 매국노가 된다. 이러다가는 출산장려운동'을 빙자한 콘돔 공급 금지령이 내려도 이상할 거 하나 없다.

 

" 긴급 속보를 말씀드립니다 ! 금일 0시를 기점으로 콘돔 공급이 금지됨을 알려드립니다. 암거래 적발 시, 1000만 원 이상의 벌금 혹은 징역 5년 이하에 처해질 수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대한민국 남성 여러분, 당신의 소중한 정자는 소중합니다. 씨앗방치턱'에 당신의 정자를 가두는 행위는 제 2의 낙태입니다 !!!! "

 

▶ 씨앗방지턱 : 깻잎오소리입말 사전에서는 콘돔을 씨앗방지턱이라고 한다

▶ 씨앗방지털 : 음모의 순우리말

 

반면 피지배 계급은 자살률 1위를 언급하며 복지 정책을 추진하라고 볼멘소리를 한다. 사회적 의미는 제거한 채 현상만을 놓고 보자면 저출산율에 대한 우려와 자살률에 대한 지적은 서로 일맥상통하는 구석이 있다. 왜냐하면 둘 다 " 미래에 대한 불안이 야기한 인구 감소 현상 " 이기 때문이다. 지배 계급은 생산 효율성에 우려를 표명하고, 피지배 계급은 제품 불량률'에 우려를 표명한다고 볼 수 있다. 한때 인기있었던 드라마 제목을 패로디해서 말하자면 낮은 출생률과 높은 자살률은 " 미안하다, 불안하다 ! " 이다. 그렇다면 왜 기득권은 자살률에는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면서 출생률에는 이토록 호들갑스러울 만큼 저출산 망국론'을 유포하는 것일까 ?

 

곰곰 생각하는 게 특기이자 취미'인 곰곰생각하는발 씨'는 곰곰 생각했다. 내가 내린 결론은 " 잇속 " 이다. 사이비 보수 정당인 새누리당은 대한민국 기득권으로, 사회 변혁을 바라지 않는 집단이다. 그들은  이윤은 졸라 많이 남기면서 정작 노동자 품값은 싸게 후려지는, 유식하게 말해서 저임금 고노동이라 할 수 있는 이명박근혜 체제'를 옹호한다. 그래서 이 시스템이 고스란히 백 년 만 년 이어지기를 원한다. 이 시스템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값싼 노동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노선이 중요한데,  이 노동력은 피지배 계급인 노동자'에게서 발생한다. 이 지점에서 눈치 빠른 사람은 단박에 알아차린다. 인구가 감소한다는 것은 결국 노동자 수가 감소한다는 뜻이고,

 

노동자 수가 감소한다는 것은 결국 지배 계급을 먹여살리는 노동력 공급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노동자는 상품 구매자'이기도 하니 공장 차린 사장 입장에서는 노동자가 많을수록 유리하다. 기득권이 개미라면 피지배 계급인 노동자는 진딧물'인 셈이다. 그러니 지배 계급 입장에서 보면 인구는 많을수록 자신에게 유리하다. 김 사장의 말이다. 노동 인구가 많을수록 진딧물 똥구멍에서 나오는 단물'도 비례해서 증가하니 이보다 좋을 순 없디요. 이래저래 살려두는 게 유리하다. 또한 노동 인구 과잉은 노동 가치 하락 현상을 야기하니 기득권 입장에서는 인구 증가가 일석삼조나 다름없다. 

 

우국충정에서 나온 근심이라기보다는 잇속'이라는 말이다. 유하의 시 << 체제에 관하여 >> 는 개미와 진딧물의 관계를 잘 보여준다. 시 전문' 소개한다. 

 

​

횟집 수족관 속 우글거리는 산낙지/푸른 바다 누비던 완강한 접착력의 빨판도/유리벽의 두리뭉실함에 부딪혀/전투력을 잊은 채 퍼질러앉은 지 오래/가쁜 호흡의 나날을 흐물흐물 살아가는 산낙지/주인은 부지런히 고무 호스로 뽀글뽀글/하루분의 산소를 불어놓어준다/산낙지를 찾는 손님들이 들이닥칠 때/여기 쌩쌩한 놈들이 있는뎁쇼/히히 제발 그때까지만 살아 있어달라고/살아 있어달라고/그러나, 헉헉대는 그대들의 숨통 속으로/단비처럼 달콤히 스며드는 저 산소 방울들은/진정 생명을 구원하는 손길인가/투명한 수족관을 바라보며 나는/투명하게 깨닫는다/산소라고 다 산소는 아니구나/저 수족관이라는 특의 공간 속에서는/생명의 산소도/아우슈비츠의 독가스보다/더 잔인하고 음흉한 의미로/뽀글거리고 있는 것 아니냐

 

- 시집 바람부는 날에는 압구정동에 가야 한다, 유하

 

 

 

횟집 주인이 수족관 속 산낙지에게 배푸는" 생명을 구원하는 손길 " 은 생명을 구원하는 손길이 아니라 보다 많은 잇속을 위한 친절'이다. 시인은 " 단비처럼 달콤히 스며드는 저 산소 방울들 " 이 사실은 " 아우슈비츠의 독가스보다/더 잔인하 " 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것은 생을 연장한다기보다는 죽음을 유보시키는 장치'이기에 생명의 손길이 아니라 죽음의 손길'이다. 만약에 당신이 아무 정보 없이 낯선 항구 도시에서 횟집을 고를 때 가장 유용한 정보는 수족관'이다. 장사 잘되는 가게는 수족관에 해산물이 가득하고, 장사 안되는 가게는 수족관이 텅텅 비어 있으니 말이다. 기득권이 인구 감소를 걱정하는 속내도 횟집 주인과 다르지 않다. 

 

다시 반복하지만 피지배 계급 입장에서는 ( 기업이 더 이상 일자리 창출'보다는 이윤 창출에만 올인'하는 구조'라는 가정 아래'에서 ) 노동 인구가 많으면 그만큼 노동 인구가 증가하고 노동 가치는 하락하게 되어 반갑지 않지만, 지배 계급 입장에서 보면 인구'가 많다고 해서 나쁠 게 하나 없다. 진드기 많다고 투덜대는 개미는 없다. 새누리당 의원들이 이웃의 불행한 죽음에는 콧방귀를 뀌면서 정작 출생률에 목을 거는 이유이다. 이 얼마나 단순하며 사악한 욕망인가. 물론 인구가 서서히 감소하지 않고 급감하는 것은 사회 문제가 될 수 있다. 인구 급감으로 인한 세대 간 단절'은 나중에 커다란 사회 문제가 될 소지가 많다.

 

하지만 인구 감소를 무조건 재앙으로 보는 시각은 잘못된 시각이다. 인구 수는 지금보다도 더 떨어져야 한다. 애만 많이 낳는다고 " 만사 오케이 " 는 아니라는 소리이다. 다산을 장려하는 기득권을 볼 때마다 친절한 손길로 수족관을 알뜰하게 챙기는 횟집 주인'이 생각난다. 애 많이 낳다가는 거지 꼴을 못 면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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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almA 2015-02-26 06: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노인복지에 예산 잘 투하하고 있다는 새누리당의 전시용 현수막들을 유독(하게) 바라보며 오고 갑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5-02-26 11:15   좋아요 0 | URL
노인 복지`라..... 복지`라는 말이 굉장히 생경스럽습니다. 복지가 뭔가요?

수다맨 2015-02-27 11: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유하 시가 참 좋네요. 어떻게 보면 참 시답지 않게, 정제되지 않은 언어들의 배열처럼 보이는데 찬찬히 뜯어보면 언어 사용이 극도로 정확하고, 상징이 의미하는 바도 뚜렷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시를 계속 써도 잘 썼을 듯한데, 어쨌거나 이런 인재가 영화만 찍는다는 것은 좀 아쉽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5-02-27 13:28   좋아요 0 | URL
어디 요즘 시 써서 먹고 사나요. 미래에 대한 암담함.. 오히려 영화 감독해서 뽀다구도 나고 그런 것 아니겠습니까. 전 유하 초기작들은 좋은데 어째 요즘 나온 몇몇은 진짜 좀 그냥 그렇습니다. 약발 다한 감독 같다는 느낌이 들지요. 전 시덥지 않게 시답지도 않은 시 써내는 남진우, 권혁웅 이런 시인이나 좀 문학판에서 사라졌으면 하는 생각입니다. 짜증만 이빠이`죠.
 
[블루레이] 한공주
이수진 감독, 정인선 외 출연 / 아트서비스 / 2014년 12월
평점 :
절판


 

 

 

 


 

 


 


한공주 ,  그  후  :  꼬리치는 당신


 

 

 


​사람들은 성범죄에 대해 관심이 많다. 그들은 제일 먼저 짐승만도 못한 범인 얼굴을 공개하라는 요구'한다. 악마에게 인권은 없다는 주장이다. 저런 놈은 인권이고 나발이고 광화문 거리에서 공개 처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래도 인권 운운하면서 사형 제도'는 야만적이라고 했다가는 " 씹선비 " 라거나 " 꼴페(꼴통 페미니스트) " 라는 소릴 듣기 십상이다. 이 자리를 빌려 누누이 고백했지만,  내 정치적 스펙트럼과는 달리 사형 제도'를 적극 찬성하는 사람 가운데 하나'다. 휴머니티'에 대한 기대가 없을 뿐더러 참회'라는 감정 소모를 그닥 좋아하지 않는다. 공지영 소설 <<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 을 읽었을 때, 공지영을 향해 느꼈던 철없는 소녀 감성에 대한 혐오감은 내가 삐딱하게 나아가면 " 일베 " 에 가까울 수도 있겠다는 경각심을 일깨워 주었다는 점에서 고마운 소설이었다.

​

아무개가 나에게 책을 선물하면서 속지에 " 낭만 좌파 " 라는 문장을 남겼던데, 내 어두운 심연을 들여다보았다면 그런 소리는 못할 것이다. 나는 좌파도 아니고, 우파도 아니고, 쪽파도 아니고 대파도 아니다. 그리고 노무현 지지자도 아니고 박근혜 지지자'도 아니다. 다만 내가 속한 계급'을 지지할 뿐이다. 가난하니까 가난한 자를 지지하고, 노동자이니까 노동자를 지지할 뿐이며, 주저흔을 남긴 사람에게 연민을 느낄 뿐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새누리당 지지자를 경멸한다는 것은 사실이다. 하여튼, 누군가의 목숨을 가져갔다면 자기 숨퉁을 내놓는 것도 당연한 것이다. 참회고 나발이고 눈에는 눈이고 이에는 이'이다. 인간이 저지른 일을 두고 신이 이래라 저래라 할 일이 아니다. 그것은 일종의 내정간섭이다.

 

범죄자의 얼굴'을 궁금했던 적은 없다. 얼굴을 공개한다고 해서 달라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으니까. 하지만 사건이 잊혀지고 나서, 그러니까 세월이 흐르고 나서의 얼굴은 궁금하다. 사건 발생 후 10년, 20년, 30년, 40년 후...... 가끔 << 밀양 집단 성폭행 사건 >> 가해자 얼굴이 보고 싶을 때가 있다. 사건 발생 10년이 지났으니 가해자들은 얼추 20대 중후반이 되었다. 이 사건은 우리가 알고 있는 내막보다 무시무시할 정도로 잔인한 사건이었다. 영화 << 한공주 >> 에서는 가해자들이 수면제를 먹인 후 의식을 잃은 상태에서 집단 강간을 하지만, 실제 사건에서는 쇠파이프로 머리를 내리쳐 기절시킨 다음에 여인숙으로 끌고 가 성폭행한다. 그때 여인숙에 모인 가해자는 12명이었고 피해 여성 나이는 고작 14살이었다. 성폭행은 1년 동안 지속되었다. 누군가가 이 장면을 촬영했고 이 동영상은 인터넷에 유포되었다.

 

경찰은 사건 가담자 수가 44명이라고 발표했으나 실제로는 44명 이외에도 많은 청소년이 이 사건에 가담한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니까 14살 여자아이를 죄의식 없는 청소년들이 1년 동안 수없이 성폭행을 저지른 것이다. 가해자에 대한 처벌은 흐지부지 끝났다. 지방 유지 부모를 둔 덕에 가해자 모두는 전과 기록이 남지 않는 선에서 처벌을 받았다. 적극 가담자 몇몇은 소년원(소년원은 전과 기록이 남지 않는다. 이 사건은 지역 불량 써클 조직인 << 밀양연합 >> 에서 주도했다. 소년원에 간 가해자는 3명이었고 나머지는 훈방 조치'였다) 으로 갔고, 나머지는 학교에서 3일 간 봉사 활동을 하는 선에서 끝났다. 사건이 마무리되자 밀양연합 써클은 자신들의 무사태평을 자축하기 위해 술 파티'를 벌였다. 사진 속 가해자들은 모두 술잔을 높이 들며 웃고 있었다.

​

그 밑에는 " 수고하셨습니다 형님들 " 이라는 자막이 삽입되어 있었다. 반성은 없었다. 오히려 그들에게 이 사건은 자랑스러운 " 훈장 " 이었다. 쇠파이프로 머리를 때려 기절시키고, 집단 강간을 하고, 금품을 빼앗고, 피해 여성 음부에 성인용품을 강제로 삽입해서 그 모습을 동영상으로 찍으며 낄낄거렸던 것에 대한 국가 권력의 처,  처처처절한 응징'이었다. 지금 그들은 무엇을 하고 있을까 ? 그 후, 몇몇 소식은 들린다. 고등학교를 졸업하지 못한 피해 여성은 기초생활수급자가 되어 일일 근로'로 간신히 생활하고 있고, 밀양연합 써클과 어울렸던 한 여성은 7년 후 경찰이 된다. 그녀는 사고 발생 시 가해자 미니홈피에 피해자 여성을 조롱하며 " 좆도 드럽게 못생겼드만, 하여튼 수고했다 ㅋㅋㅋ " 를 남기기도 했다.

​

여기서 " 좆 " 은 " 졸라 " 를 의미하는 욕이 아니라 말 그대로 여성 성기'를 지시하는 명사였다. 같은 여성으로써 상처받은 자궁에 대한 연민 따위는 추호도 없었다. 시민 단체의 항의로 그녀는 대기발령되었으나 2주 만에 다시 경장으로 승진했다. 어떤 이는 아버지의 돈으로 근사한 카페를 차려 카페 사장이 되기도 했고, 대기업에 취직한 이도 있었으며, 한 여자와 사랑에 빠진 이도 있었고, 밝은 미래를 꿈꾸며  유학을 떠난 이도 있었다. 권선징악이 아니라 권악징선'이 된 셈이다. 이 피해 여성에게 도움을 준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오히려 조롱과 혐오가 대부분이었다. 이 여성 혐오를 단순히 작용-반작용의 법칙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 피해 여성이 꼬리치고 다니니까 가해 남성이 불끈,  발기한 것일까 ?

​

​대한민국은 남녀평등사회'가 아니다. 여성 혐오는 여권이 신장되었기 때문에 발생한 정서가 아니라 유교적 가부장제'가 만들어낸 기형적 괴물'에 가깝다. 긴 말 하지 않겠다. 밀양 집단 성폭행 사건이 터진 후 밀양 지역 시민에게 이 사건에 대한 설문 조사를 했다. 설문에 응한 응답자 가운데 64%가 여학생이 잘못했다고 대답했다. 성폭행의 주 원인으로는 가정 교육이 형편없는 가정에서 자라서 행실이 바르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가해자 부모는 한 인터뷰에서 여자애가 꼬리를 쳐서 벌어진 일이라며 사고 책임을 피해 여성에게 돌렸고, 가해자 가운데 대부분은 피해 여성이 섹스를 즐겼다고 대답했다. 그들에 의해 행실이 나쁜 여자가 된 피해자는 수면제 20알을 먹고 자살을 기도했으며 그 후로도 몇 번 더 자살 시도를 했다. 

​

밀양 집단 성폭행 사건은 36%의 가해자와 64%의 남성 중심적 사고가 만들어낸 비극'이다. 남성에 의한 강간 사건은 하루 44.3건이며 시간당 1.8건이 발생한다. 가해자 가운데 상당수는 피해 여성이 즐겼다고 대답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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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5-02-25 11: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사건이 정말 있었군요. 잊고 있었어요.
100명이라면 옛날 위안부 수준 아닙니까?
그렇다면 그들 중 적어도 한 놈 이상은 위안부 문제 가지고 떠들어 대지 않았을까요?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드네.
우리나라는 유교적 사고를 빌미로 아전인수를 너무 잘하죠.

저는 사형제도 반대하지 않습니다.
곰발님하고 다른 관점이긴 한데 미국의 어느 돌아가신 저명한 목사님께서는
오히려 사형제도를 없애버리면 참회를 안 할 거라는 거죠.
아무리 극한 범죄를 지어도 종신형이니까 교도소에서 한 세상 잘 살면 된다
뭐 이런 마음을 가질 수도 있다는 겁니다. 저도 거기에 동의하구요,
그게 굳이 아니더라도 그런 놈들 목구멍에 넘어가는 밥이 아까워서라도
사형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미국에 어떤 죄수한테 2백 몇년의 징역형을 구형했다 뭐 이런 얘기 들으면
장난해? 뭐 그런 생각이 들더군요.

곰곰생각하는발 2015-02-25 11:27   좋아요 0 | URL
100명이란 숫자는 정확하지 않은데
하여튼 44명 외, 이 사건과 관련된 인간들이 굉장히 많았습니다.
발단은 < 밀양연합 > 이라는 폭력써클에서 시작해서 다리, 건너, 다리 건너 아는 놈들까지
모두.... 그 숫자를 가름하기 힘들다고 하더군요. 이 정도`면...
말을 꺼내기도 민망합니다.

저는 청소년이 교화의 대상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저는 그냥 어른 취급하거든요. 작은 어른이다.. 이 정도.

하여튼 저도 자세한 내막은 몰랐는데 알고 보니 정말 심각했던 사건이었네요.
가해자 중에는 이 영화를 본 사람도 있겠죠 ?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면서 이 영활 보았을까요.. 궁금합니다.

stella.K 2015-02-25 17:47   좋아요 0 | URL
참, 전 <우행시> 영화로 봤는데 솔직히 책으로 읽어주기엔 아깝다고 생각했어요.
영화도 기대가 안 됐는데 혹시나 하다 역시나였죠.
그 영화 보면서 공지영이 너무 철이 없다. 그런 생각이 들더군요.
그게 마치 휴머니즘인 양 하는 영화도 꼴 같잖고.
그게 벌써 몇년전인가...?ㅋ

곰곰생각하는발 2015-02-25 13:34   좋아요 0 | URL
전 처음엔 영화로 봤는데 도무지 못 봐줄 정도여서,
왜 설정이 골 때리잖아요. 천재라는 소릴 듣다가 다 포기하고 30에 교수가 된 사람과 사형수의 눈물 없이는 볼 수 없는 설정이 너무 유치해서 설마 소설은 이 정도는 아니겠지 하며 다시 보다가
소설이나 영화나 다 똑같더군요. 깜놀했습니다.
이런 책이 이 정도나 팔리고, 이런 영화가 이 정도나 팔린다는 거....
개떡 같이 써도 찰떡 같이 환호하는구나... 뭐 이런 생각....
어디까지나 저 개인 취향이어서 이 영화 좋아하는 사람을 향한 비난은 아닙니다.


stella.K 2015-02-25 14:10   좋아요 0 | URL
개떡 같이 써도 찰떡 같이 환호하는. ㅎㅎㅎㅎㅎ
역시 원작이나 영화나 같을 줄 알았어요. 그래서 저는 책으로 안 봤다능. 눈이 아파서.
그런데 그 영화는 개봉관에서 봤다능.
돈 아까워 죽는 줄 알았습니다.ㅠㅠ


AgalmA 2015-02-25 11: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해자들의 현재동향을 종종 사람들이 올려줘서 보게 됩니다. 아렌트 `평범한 악`의 수준을 넘어 지금은 `활개치는 악`의 시대 아닌가 싶어요. 언제나 그랬다고 말하는 생-활-개....그들은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고 새차도 뽑고 낄낄거리며 활개치고 돌아다니는데 죄를 묻는 우리가 오히려 갇혀있다는 생각을....

곰곰생각하는발 2015-02-25 12:26   좋아요 0 | URL
피해 여성이 받은 고통에 비해 가해자들은 너무 해피해 보이는군요. 참.. 세상 불공평함니다.
이런 놈들이 보면 데이트할 때 여자 핸드백 들어주고 이러는 놈임.. 아니다. 그런 매너는 없을 것 같습니다...

비로그인 2015-02-25 13: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본주의가 마지노까지 타락하다보니 면죄부도 사고파는 세상이 되었지요. 사형제도가 부활해도 그 칼날은 무산자들만 향할것이기에 사형제는 없는게 낫다고 생각합니다. 차라리 돈의 편인 사법부 전체를 팔아버리고 인공지능이 판결하는게 좋은 세상에 일조하리라 생각해요. 법조계가 필사적으로 차단하겠지만요 ㅎㅎ
사법권 독립이 국민을 위한 것이라고 초딩때부터 세뇌하지만 사실 그들만을 위한 것임이 너무 자명해서 참 환멸스럽네요. 참고로 이번에 로스쿨 들어간 지인의 표현에 의하면 어릴때부터 부모의 치밀한 계획하에 유학 봉사 등등의 퀘스트를 클리어하면서 성장한 유복한 집안 자제분들이 90%라 하더군요. 아버지가 법조인인 경우도 부지기수고.부장판사 아들은 최하위권 로스쿨을 나와도 엘리트코스를 밟게된다죠 ㅎㅎ
사법권은 이제 그들만의 놀이터를 넘어서 세습까지 너무 용이해진 판국입니다. 하류의 이익을 대변해야할 개룡이들이 개천에서 말라죽고 법조계는 더더욱 고인물이 되어 썩어가는데 ...사법권에 정의를 기대하는건 일찌기 포기하는게 정신건강에 좋으리라 생각해요. 우리가 기대할 수 있는 최대치가 땅콩회항판결같은 여론 달래기용 전시형처벌일겁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5-02-25 13:25   좋아요 0 | URL
저는 개인적으로 인구 쇼크 인구 쇼크 하는데 가만 뜯어 보면
기득권이 항상 ˝ 여자들 애 많아 낳아서 애국하자 ˝ 고 하는데
인구 많으면 많을 수록 좋은 건 기득권 재벌이죠. 그만큼 노동자 수가 많으면
경쟁력이 높아지고 그만큼 단가는 떨어지니깐 말이죠. 한국 인구가 너무 급속도로 줄어들어서 그렇지
토지 대비 인구수는 더 줄어들어야 한다고 봅니다. 너무 급감하니깐 문제가 되는 것 아닌가 싶습니다.
개천에서 용 나는 경우는 아예 희박하고 대대손손 가진 자가 가진 자가 되는 거죠.
법조계뿐만 아니라 교수 사회도 그렇습니다. 교수 집안에서 교수 아들 나오기 매우 쉽죠.
외교관도 마찬가지이고 말입니다.

yamoo 2015-02-25 21: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백개의 추천을 드리고 싶은 글입니다! 올만에 비판적인 글을 보니 좋네요~^^
사실 이 영화가 실화라는 거에 놀랐고, 그 실화가 어떤 얘기였는지 잘 몰랐는데, 아주 리얼하게 잘 짚어줘서 감사함돠~

곰곰생각하는발 2015-02-26 04:20   좋아요 0 | URL
너무 많습니다. 96개만 주세요..

2015-02-26 14: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2-26 16: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패션쇼 : 의복과 정치  



옷이 날개다,  아무개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   잉게보르그 바흐만

그러나 부러지지 않고 죽어 있는 날렵한 가지들은 추악하다,  기형도


 

 

 

 

나는 하루의 시작이 늦은 편이다. 새벽 3시에 눈을 뜬다. " 새날 " 이 공식적으로 자정부터 시작되니   0시를 기점으로 하루가 바뀐다. 23일에서 24일로 바뀌는 순간은 아침 6시가 아니라 자정 0시'다    3시간 늦게 하루를 시작하는 것이다. 그래도 남들보다는 3,4시간은 일찍 일어난다고 볼 수 있다. 새날은 해가 뜨면 시작되는 게 아니라 해가 지고 가장 어두울 때 시작된다. 그렇기에 " 새날이 밝았다 " 라는 말은 거짓말이다. 새날이 어두웠다, 라고 해야 맞는 말이 된다. 아침 해가 뜨고 자리에서 일어나서 위아래위위아래, 위아래위위아래 칫솔질을 할 때는 이미 해가 중천에 뜬 꼴이나 다름없다. 하루는 밤과 함께 시작된다. 그런 점에서 드라큘라와 흡혈귀 족속이야말로 바른 생활 사나이들이다. 그들은 일찍 일어나고 일찍 잠을 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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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나는 성정체성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0시에 하루를 시작하는 흡혈귀와 06시에 하루를 시작하는 인간 사이'에 낀 존재이니 말이다. 새벽 3시에 일어난다고 해서 잠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일찍 자면 되니까. 처음에는 저녁 8시에 잠을 자기 시작했는데 여러 여건상 불가능해서 9시에 잠을 자기 시작했다. 저녁 9시면 박근혜 대통령 각하께서 한참 티븨을 종횡무진할 시간인데 그 시간에 발 뻗고 자고 있으니 불경스럽기는 하나 생활 패턴이 바뀌었으니 어쩔 수 없다. 오늘은 어떤 드레스코드'로 가난한 백성의 눈을 호강시킬까 ? 비비드한 분홍분홍 순모 100% 원단으로 멋을 낸 투 버튼 정장 스타일'일까, 아니면 단아함을 강조한 심플함과 덧대어 안으로는 자주 독립을 확립하고 밖으로는 자유 번영에 이바지할 도도한 80년대 어깨뽕 스톼일의 복고 복장을 강조하셨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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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패턴이 바뀌기 전까지는 날마다 바뀌는 박근혜 대통령 각하의 의상을 보는 재미로 뉴스를 보았는데, 박근혜 각하 패션 쇼를 볼 수 없어서 안타깝기 거지 같다. o, sorry !  오타다, 안타깝기 그지없다. 오늘 내가 하고 싶은 주제는 << 옷 >> 이다. 박근혜 정부가 시작되면서 유독 논란이 된 분야는 잘못된 정치가 아니라 잘못된 복장( cross dressing ) 이다. 크로스드레싱(cross-dressing)이란 여자가 남성스러운 복장'을 하거나 남자가 여성스러운 복장을 하는 패션 스타일을 의미한다. 하지만 크로스 드레서는 성적 취향보다는 단순한 패션 취향에 가깝다. << 커피프린스 1호점 >> 에서 윤은혜가 연기한 고은찬 캐릭터가 좋은 예'이다.  여기에는 넓은 의미로 드랙 퀸( drag queen ) 도 포함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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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에 비유하자면 크로스 드레서'가 칵테일처럼 달달하고 알딸딸하다면, 드랙 퀸은 원 샷 원 킬'을 강조하는 고량주'다. 크로스 드레싱을 상징하는 인물이 윤은혜라면 드랙 퀸을 대표하는 인물은 존 워터스 감독의 히로인 디바인'이다. 아, 머리부터 발끝까지 사랑스러운 디바인 !  첨언하자면 크로스 드레서는 여자가 남성 넥타이 같은 소품 따위로 멋을 낼 수 있지만 드랙 퀸은 하이힐을 신어야 멋을 낼 수 있다. 드랙 퀸은 성 역할 위반을 기본 전제로 깐다. 나는 디바인이 컨버스를 신고 거리를 활보하는 것을 상상할 수 없다. 드랙 퀸'은 남자가 여장 복장을 하는 것으로 학교 축제 때 볼거리로 자주 활용되는 여장 남자 대회'에서 흔히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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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랙 퀸 취향이 주로 게이들이 은밀하게 자주 하는 복장이기는 하나 여장 남자 대회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성애 사회에서도 유희로써 즐길 수 있는 패션쇼'다. 여장 남자 대회'가 축제 때마다 되풀이되는 이유는 성 역할 위반'에서 찾을 수 있다. 송해가 진행하는 << 전국 노래 자랑 >> 에서 핵심은 노래 잘하는 사람이 아니라 땡 처리된, 신나게 노래를 부르다가 땡 소리에 허겁지겁 무대 밖으로 쫒겨나야 하는 음치'에 있다. << 전국 노래 자랑 >> 은 노래 잘하는 사람이 상을 받지만 주인공은 음치'다. 이 방송은 진정한 의미에서 꼴찌를 주인공으로 내세운다. << 여장 남자 대회 >> 도 마찬가지다. 학교 축제에서 우승 트로피는 여자인 듯 여자 아닌 여자 같은 크로스 드레서'에게 돌아가지만, 그것은 일종의 명예 훈장일 뿐 실제 주인공은 못생긴 크로스 드레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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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 코드는 새빨간 킬 힐 위로 울퉁불퉁하게 솟은 우람한 장딴지와 시커먼 털, 신랄한 색조 화장에도 불구하고 선명하게 드러나는 거무퉤퉤한 주둥이'에 있다. 그리고 성대를 괄약근처럼 바짝 쪼여서 발화하는 목소리'는 여성스럽기는커녕 더욱 웃긴 장면을 연출할 뿐이다. 그들은 << 빨간 머리 소녀와 늑대 >> 이야기처럼 최대한 여성스럽게 분장하고 연기를 하며 손을 문 틈으로 내밀어보지만 실패하게 된다. 늑대가 엄마가 입던 옷을 입고 엄마 흉내를 낸다고 해서 남매가 그 사실을 모를 리 없다. 늑대는 늑대다. 내가 박근혜 정부가 가지고 있는 독특한 서정으로 " 크로스 드레서 " 를 선정해서 고개를 갸우뚱거리는 사람도 있겠으나 내 말을 끝까지 듣다 보면 나중에는 고개를 끄덕이게 될 것이다. 우, 하다가 결국에는 와, 하게 될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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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 들어서 유독 논란이 된 인사 참사는 크로스 드레서'와 깊은 관계가 있다. 윤창중으로 시작해서 이완구로 이어지는 비판 여론은 윤창중이나 이완구 따위는 관복을 입을 자격이 없다는 지적이다. 그렇기에 옷을 벗어라, 라고 말하는 것이다. 대선 후보 당시 박근혜 후보에게 무늬만 여성'이라는 비판도 크로스 드레서와 맥을 같이 한다. 국민이 보기에 이들은 모두 우스꽝스럽다. 아무리 황금 옷을 입고 권위로 무장한 시커먼 법복을 입는다고 해도, 엄마를 잡아먹은 늑대가 엄마 옷을 입고 앵앵거린다고 해도,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썩은 생선을 향기나는 포장지로 포장한다고 해서 냄새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니깐 말이다. 박근혜 정권은 코드 인사'가 아니라 크로스 드레서 인사'다.


정치꾼은 화려한 관복에 목숨을 건다. 그것은 영화 << 아이언맨 >> 에 나오는 갑옷 슈트'이다. iron-man를 그대로 직역하자면 철면 : 쇠鐵 얼굴 面'이다. 여기에 옷을 더했으니 철면피 鐵面皮( 가죽 피 ) 가 된다. 다시 말해서 정치가는 대부분 철면피'다. 그들이 철면피 입고 갑질하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 쉽게 말해서 여의도는 " 어글리한 도전 수퍼모델 대회장 " 다. 말이 나와서 하는 말이지만 " 누더기의 왕 " 이라는 불명예를 안은 예수도 자신의 패션 철학에 대해 말한 부분이 있다. 그는 마태복음 6장 25절에 다음과 같이 말했다. " 또 너희가 어찌 의복을 위하여 염려하느냐. 들의 백합화가 어떻게 자라는지 생각해 보라. 수고도 아니 하고 길쌈도 아니 하는지라. " 또한 누가복음 12장 23절에서는 " 목숨이 음식보다 중하고 몸이 옷보다 중하니라 " 하셨다.

 

옷이 날개'라는 말에 동의한다. 하지만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는 잉게보르가 바흐만의 싯구를 새겨들을 필요도 있다. 크로스 드레서와 드랙 퀸 그리고 철면피(아이언맨) 패션이 가지고 있는 공통점은 모방과 흉내에 있다. 크로스 드레서와 드랙 퀸이 상대 이성에 대한 모방이라면, 철면피는 하늘을 나는 새를 모방한다는 측면에서 종을 " 가르지른다 cross "  이들은 모두 몸(속)과 옷(겉)이 다르다. 오빠의 옷빨에 속지 말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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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대기


크로스 드레서'에 대한 훌륭한 모범은 << 록키 호러 픽쳐 쇼 >> << 헤드윅 >> 그리고 개그콘서트 에서 한 꼭지를 담당한 << 대학로 로맨스 >> 다.  다음 글을 참조하라. http://blog.aladin.co.kr/749915104/7037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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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리 2015-02-24 16: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제 뉴스룸에 지난 대선의 여성 투표율이 남성 투표율을 앞섰다는 멘트가 나오더군요. 집안일하다 언뜻 들어서 전체 투표율인지, 특정 연령대 투표율인지, 정확하지는 않습니다. 여하튼 그것이 여성 대통령에 대한 여성들의 기대치가 반영된 값이고 실제 박근혜에 대한 여성 지지율이 높았다고 합니다. 그런데 지난 세월호에서 봤듯이 사실 박근혜는 여성성을 전혀 갖고 있지 않습니다. 모든 여성이 동일하지는 않지만 `여성` 이 대표하는 일반적 특질, 혹은 여성의 보편성 , 그런 것들이 있고, `여성` 박근혜를 지지한 것은 그런 여성성을 지지한 것이지요. 물론 우익들은 `딸` 박근혜를 지지한 것일테니 좀 다른 측면이고요. 여성의 보편성이 뭐냐고 하면 그 규정은 또 다른 엄밀함이 있어야 겠지만, 일반적 정서로는 약자, 따뜻함, 사랑 뭐 그런것들이죠. 이런 정서는 여왕의 속성일 수 없고 당연히 박근혜에게도 있을 수 없습니다. 그것을 너무 냉혹하게 드러내 보인 것이 세월호지요. 눈물 한방울 흘리지 못하다가 수세에 몰려 가식적 눈물을 연출해야 했던. 라캉의 성구분 공식도 그런데, 그 성은 생물학적 성과는 동일하지 않습니다. 단아한 올림 머리에 꽃분홍 정장을 차려 입어도, 여성일 수 없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5-02-25 04:25   좋아요 0 | URL
아마, 성만 여성이라고 한 분은 황상민 교수 같던데... 아닌가 ?! 하여튼, 그 분이 그 말했을 때 무릎 탁, 치고 아, 했습니다. 어떻게 보면 박근혜 대통령도 크로스드레서`죠. 이 글의 핵심입니다. 그 말을 하기 위해서 시바, 길게 길게 썼네요....

재미있는 사실은 박근혜 이전 문화가 향수를 상업적 용도로 이용할 때는 주로 ˝ 어머니 ˝ 를 호명했습니다. 아무래도 무뚝뚝한 아버지보다는 어머니`가 눈물샘을 자극하기에 상업적 노스텔지아는 압도적으로 어머니`죠. 그런데 박근혜 들어오면서 압도적으로 ˝ 아버지 ˝ 노스텔지어`를 끌어들입니다. 이게 대중의 박정희 아버지에 대한 향수의 결과가 아닌가 싶습니다.

살기 좋은 시대는 굳이 옛날을 그리워하지 않습니다. 아버지와 어머니를 강박적으로 호명한다는 것은 역설적이지만 지금 살고 있는 시대가 불행하다는 증거죠. 영웅도 마찬가지입니다. 사회가 영웅을 필요로 하는 사회는 좋은 사회가 아니죠. 영웅 없이도 잘굴러가는 사회가 정말 좋은 사회입니다. 슈퍼맨은 결국 인간 힘으로는 해결이 안되니까 슈퍼맨을 호명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아버지 어머니도 마찬가지입니다. 뭐, 그렇다는 거죠.. 헤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