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딧물 많다고 투덜대는 개미는 없다
대한민국이 가지고 있는 불명예 1위'는 많고 많지만 지배 계급과 피지배 계급이 걱정하는 분야는 다르다. 지배 계급은 저출산율 1위를 언급하며 출생률 저하를 우려한다. 이 나라를 이끄시는 어른들의 공통된 근심'이다. 눈물이 앞을 가린다. 옛날에는 애를 많이 낳는 여자를 게으른 여자'라고 생각했는데, 요즘은 애를 낳지 않는 여자를 게으른 여자'라고 하니 격세지감을 느낀다. 하여튼 관료 어르신들은 자신이 옛날에 흥부에게 쏟아냈던 조롱은 감춘 채 애 많이 낳아서 애국하자고 말한다. 21세기 대한민국에서 출산을 기피하는 여자는 게으른 매국노가 된다. 이러다가는 출산장려운동'을 빙자한 콘돔 공급 금지령이 내려도 이상할 거 하나 없다.
" 긴급 속보를 말씀드립니다 ! 금일 0시를 기점으로 콘돔 공급이 금지됨을 알려드립니다. 암거래 적발 시, 1000만 원 이상의 벌금 혹은 징역 5년 이하에 처해질 수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대한민국 남성 여러분, 당신의 소중한 정자는 소중합니다. 씨앗방치턱'에 당신의 정자를 가두는 행위는 제 2의 낙태입니다 !!!! "
▶ 씨앗방지턱 : 깻잎오소리입말 사전에서는 콘돔을 씨앗방지턱이라고 한다
▶ 씨앗방지털 : 음모의 순우리말
반면 피지배 계급은 자살률 1위를 언급하며 복지 정책을 추진하라고 볼멘소리를 한다. 사회적 의미는 제거한 채 현상만을 놓고 보자면 저출산율에 대한 우려와 자살률에 대한 지적은 서로 일맥상통하는 구석이 있다. 왜냐하면 둘 다 " 미래에 대한 불안이 야기한 인구 감소 현상 " 이기 때문이다. 지배 계급은 생산 효율성에 우려를 표명하고, 피지배 계급은 제품 불량률'에 우려를 표명한다고 볼 수 있다. 한때 인기있었던 드라마 제목을 패로디해서 말하자면 낮은 출생률과 높은 자살률은 " 미안하다, 불안하다 ! " 이다. 그렇다면 왜 기득권은 자살률에는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면서 출생률에는 이토록 호들갑스러울 만큼 저출산 망국론'을 유포하는 것일까 ?
곰곰 생각하는 게 특기이자 취미'인 곰곰생각하는발 씨'는 곰곰 생각했다. 내가 내린 결론은 " 잇속 " 이다. 사이비 보수 정당인 새누리당은 대한민국 기득권으로, 사회 변혁을 바라지 않는 집단이다. 그들은 이윤은 졸라 많이 남기면서 정작 노동자 품값은 싸게 후려지는, 유식하게 말해서 저임금 고노동이라 할 수 있는 이명박근혜 체제'를 옹호한다. 그래서 이 시스템이 고스란히 백 년 만 년 이어지기를 원한다. 이 시스템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값싼 노동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노선이 중요한데, 이 노동력은 피지배 계급인 노동자'에게서 발생한다. 이 지점에서 눈치 빠른 사람은 단박에 알아차린다. 인구가 감소한다는 것은 결국 노동자 수가 감소한다는 뜻이고,
노동자 수가 감소한다는 것은 결국 지배 계급을 먹여살리는 노동력 공급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노동자는 상품 구매자'이기도 하니 공장 차린 사장 입장에서는 노동자가 많을수록 유리하다. 기득권이 개미라면 피지배 계급인 노동자는 진딧물'인 셈이다. 그러니 지배 계급 입장에서 보면 인구는 많을수록 자신에게 유리하다. 김 사장의 말이다. 노동 인구가 많을수록 진딧물 똥구멍에서 나오는 단물'도 비례해서 증가하니 이보다 좋을 순 없디요. 이래저래 살려두는 게 유리하다. 또한 노동 인구 과잉은 노동 가치 하락 현상을 야기하니 기득권 입장에서는 인구 증가가 일석삼조나 다름없다.
우국충정에서 나온 근심이라기보다는 잇속'이라는 말이다. 유하의 시 << 체제에 관하여 >> 는 개미와 진딧물의 관계를 잘 보여준다. 시 전문' 소개한다.
횟집 수족관 속 우글거리는 산낙지/푸른 바다 누비던 완강한 접착력의 빨판도/유리벽의 두리뭉실함에 부딪혀/전투력을 잊은 채 퍼질러앉은 지 오래/가쁜 호흡의 나날을 흐물흐물 살아가는 산낙지/주인은 부지런히 고무 호스로 뽀글뽀글/하루분의 산소를 불어놓어준다/산낙지를 찾는 손님들이 들이닥칠 때/여기 쌩쌩한 놈들이 있는뎁쇼/히히 제발 그때까지만 살아 있어달라고/살아 있어달라고/그러나, 헉헉대는 그대들의 숨통 속으로/단비처럼 달콤히 스며드는 저 산소 방울들은/진정 생명을 구원하는 손길인가/투명한 수족관을 바라보며 나는/투명하게 깨닫는다/산소라고 다 산소는 아니구나/저 수족관이라는 특의 공간 속에서는/생명의 산소도/아우슈비츠의 독가스보다/더 잔인하고 음흉한 의미로/뽀글거리고 있는 것 아니냐
- 시집 바람부는 날에는 압구정동에 가야 한다, 유하
횟집 주인이 수족관 속 산낙지에게 배푸는" 생명을 구원하는 손길 " 은 생명을 구원하는 손길이 아니라 보다 많은 잇속을 위한 친절'이다. 시인은 " 단비처럼 달콤히 스며드는 저 산소 방울들 " 이 사실은 " 아우슈비츠의 독가스보다/더 잔인하 " 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것은 생을 연장한다기보다는 죽음을 유보시키는 장치'이기에 생명의 손길이 아니라 죽음의 손길'이다. 만약에 당신이 아무 정보 없이 낯선 항구 도시에서 횟집을 고를 때 가장 유용한 정보는 수족관'이다. 장사 잘되는 가게는 수족관에 해산물이 가득하고, 장사 안되는 가게는 수족관이 텅텅 비어 있으니 말이다. 기득권이 인구 감소를 걱정하는 속내도 횟집 주인과 다르지 않다.
다시 반복하지만 피지배 계급 입장에서는 ( 기업이 더 이상 일자리 창출'보다는 이윤 창출에만 올인'하는 구조'라는 가정 아래'에서 ) 노동 인구가 많으면 그만큼 노동 인구가 증가하고 노동 가치는 하락하게 되어 반갑지 않지만, 지배 계급 입장에서 보면 인구'가 많다고 해서 나쁠 게 하나 없다. 진드기 많다고 투덜대는 개미는 없다. 새누리당 의원들이 이웃의 불행한 죽음에는 콧방귀를 뀌면서 정작 출생률에 목을 거는 이유이다. 이 얼마나 단순하며 사악한 욕망인가. 물론 인구가 서서히 감소하지 않고 급감하는 것은 사회 문제가 될 수 있다. 인구 급감으로 인한 세대 간 단절'은 나중에 커다란 사회 문제가 될 소지가 많다.
하지만 인구 감소를 무조건 재앙으로 보는 시각은 잘못된 시각이다. 인구 수는 지금보다도 더 떨어져야 한다. 애만 많이 낳는다고 " 만사 오케이 " 는 아니라는 소리이다. 다산을 장려하는 기득권을 볼 때마다 친절한 손길로 수족관을 알뜰하게 챙기는 횟집 주인'이 생각난다. 애 많이 낳다가는 거지 꼴을 못 면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