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식은 실패했다

남편은 " 녹색 성장 " 한다고 강을 온통 초록색 똥물로 만들더니, 아내는 밖에서 " 한식 세계화 " 한다고 한식 재단을 만들어서 600억이란 돈을 쏟아부었다. 각하와 그 부인 이야기'다. 2011년 11월부터 2012년 1월까지 지구촌 세계 여행을 하며 한식가이드북 출판기념회를 열었는데, 이때 조촐하게 다과 체험 행사'를 진행하면서 사용된 지출액이 런던 8천 987만 원, 파리 9천 483만 원, 브뤼셀 4천 769만 원'이다. 어린이날(부처님 오신 날이었던가?!) 행사로 청와대에 초대한 동자승'에게 다과로 오리온 고래밥'을 내와서 욕을 바가지로 먹었던 전력에 비추면 과자 부스러기 비용으로 9천 483만 원이 지출되었다는 점이 믿기지 않는다. 이때 행사를 축하하기 위해 모인 인사들이 20명 남짓이라고 한다. 이를 1인당 비용으로 환산하니 다과 비용으로 런던은 449만 원, 파리는 474만 원, 브뤼셀은 238만 원이 지출된 것이다.
부창부수라고 남편이나 아내나 남의 돈으로 돈을 물 쓰듯 하는 자세는 똑같다. 누누이 하는 말이지만 한식은 세계화'하기 힘든 품목이다. 음식 세계화'라는 말은 달리 말해서 " 음식(맛) 통일화 " 이다. 맥도날드가 음식 세계화를 뛰어넘어 문화 현상으로까지 발전한 데에는 음식 맛이 동일했기에 가능하다. 인도에서 먹는 맥도날드나 중국에서 먹는 맥도날드나 미국에서 먹는 맥도날드나 맛이 동일하다는 소리'이다. 이처럼 동일한 맛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 레시피의 계량화 " 가 필수다. 소금 한 숟가락 설탕 두 숟가락 따위가 아니라 소금 몇 그램, 설탕 몇 그램 식'으로 계량화되어야 한다는 소리'이다. 그렇다면 한식 문화는 어떨까 ? 소금 한 숟가락 넣고 설탕 두 숟가락 넣어라, 라는 주문은 그래도 양반이다.
대부분은 " 적당히 ! " 로 통한다. 이렇게 해서 만들어진 음식이 한식'이다. << 적당히 >> 라는 감각은 오로지 부엌 주인만이 느낄 수 있는 감각이다. 그렇기에 옛날에는 김치 맛이 모두 달랐다. 하지만 판매용 김치'가 출시되고 학교 급식 문화가 보급되면서 김치 맛은 하나로 통일되었다. 과연 통일된 김치 맛이 한식 문화를 대표하는 맛이 될 수 있을까 ? 역설적이지만 한식은 " 한식 레시피의 계량화 " 가 완성되는 순간 의미를 잃는다. 개인적 판단이지만 인간의 신체 부위 가운데 기능이 가장 떨어지는 부분은 눈과 혀'다. 한국인 가운데 팔 할은 스스로를 미식가'라고 말하지만, 사실은 누군가의 메시지에 세뇌당한 것이다. 당신의 혀가 최종 선택한 맛집은 스스로 결정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외부 요인에 의해 수동적으로 선택된 것일 확률이 높다.
노란 달걀과 흰 달걀의 경우, 맛은 흰 달걀이 뛰어나지만 대중이 선택한 것은 비린내나는 노란 달걀이었다. 그러니까 대중은 맛있는 달걀보다 맛없는 달걀을 선택한 것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누군가가 상업적 이득을 위해 노란 달걀이 흰 달걀보다 맛있다고 유포했기 때문이다. 짜장면도 마찬가지'다. 대중이 선택한 것은 갈색 짜장면이 아니라 검은색 짜장면이었다. 모든 장이 그렇듯이 시간이 지날수록 색이 진해지기 마련이다. 삶은 콩으로 숙성시키는 춘장도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짙게 변한다. 춘장을 만드는 제조사들이 경쟁사를 이기기 위해 갈색 춘장은 숙성이 덜 됐고 검은색 춘장은 숙성이 오래되었다는 증거라며 입소문을 냈고 대중은 검은색 짜장면을 선택하게 되었다. 하지만 오랜 숙성 기간의 결과라고 입소문을 낸 검은색 춘장은 사실 카라멜이란 천연 색소로 만들어진 색에 불과했다.
이처럼 대중의 혓바닥은 반드시 맛있는 쪽을 선택하지는 않는다. 닭도 마찬가지'다. 한국에서 판매되는 닭은 35일 자란 닭으로 무게가 1.5킬로그램인 영계 ( 일명 " 팝콘치킨 " 이라고도 한다. 최단 시간 안에 무게를 최대한 늘린 닭이다. 닭은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난 무게에 짓눌려서 다리가 부러지기도 한다 ) 이다. 한국인은 영계가 맛있어서 영계를 찾는다고 하지만 한국을 제외한 거의 모든 나라는 50일 지란 무게 2.7킬로그램'인 닭을 먹는다. 영계는 닭 비린내가 나고 식감이 떨어지기 때문에 미식가가 많기로 소문난 프랑스나 이탈리아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선택이다. 한국인만 영계가 맛있다고 착각하는 것이다. 여기에도 상업적 계산이 깔려 있다. 한국 닭이 영계를 사용하는 이유는 좁은 사육장에 병아리를 최대한 많이 가두기 때문이다. 공간이 워낙 협소하다보니 병아리 한 마리'가 병에 걸리면 좁은 우리에 갇힌 병아리가 모두 병에 걸려 집단 폐사할 확률이 높다. 그러니 생육일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여기에는 사육비에 대한 부담도 작용한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간단하다. 당신이 맛을 결정하는 중요 요인은 맛 자체에 있다기보다는 이윤을 목적으로 한 이익 집단의 불순한 개입'에 좌지우지된 결과다. 자발적 선택이 아니라는 소리'이다. 혓바닥이 감히 당신의 뇌를 속인 것이다. 한국 음식은 자본주의 사회가 되면서 점점 식재료 본연의 맛을 잃어버리는 쪽으로 발전했다. 모든 한식의 팔 할은 양념장 맛 하나로 통일되었다. 고등어 조림이나 갈치 조림이나 병어 조림이나 대동소이'하다. 식재료 맛은 이 할이고 양념장 맛이 팔 할을 차지했다. 한식이 세계화'가 되기 위해서는 양념장 맛을 거둬야 한다. 하지만 혓바닥이란 옹고집이어서 쉽게 잘못된 맛을 버리지 못한다. 한식(세계화)는 실패했고, 앞으로도 계속 실패할 수밖에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