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욕 먹을 각오로 쓴다 > 시리즈 2탄.

 

- 한국적인 것'은 한국적인 것일 뿐

 

 

mbc 뉴스'에서 < 강남스타일 > 열풍에 대한 분석을 내놓은 적이 있다. 강남스타일 리듬'이 국악 가락'을 바탕으로 한 장단'이란 분석이었다. 뉴스는 친절하게 국악 가락과 강남스타일 리듬를 비교 분석한 후, 두 리듬의 유사성'을 강조했다. " 오, 오오오오 !!!! 국민 여러분, 이 또한 아니 좋을 수 없다고 할 수 없지만 또, 또또또또, 똑같습니다. " 내가 가는귀먹어서 그런가 ?!  귀를 쫑긋 세워 다시 들어도 유사하기는커녕 닮은 구석이라고는 눈꼽만큼도 찾을 수가 없었다. 시부랄, 이게 무슨 휘모리 장단인가, 읭 ?! 나는 3옥타브 < 라 > 음'으로 거칠게 웃었다.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이여, 라는 메시지'를 전하기 위한 눈물겨운 안간힘'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이런 태도, 좋지 않다 ! 한국적인 것은 그냥 한국적인 것이다. < 강남 스타일 > 이 빵도 아니면서 빵 터진 이유는 그 리듬이 지구촌 사람들 코드에 맞아떨어졌기 때문이지 국악 가락'이 빌보드를 점령했기 때문이 아니다. 이런 억지,  촌스럽다.

 

자기 자식 귀하지 않은 사람 어디 있을까 ? 하지만 무조건 내 자식만 귀하다고 하는 부모를 만나면 천박하다는 생각이 저절로 든다. 자기 자식 귀하면 다른 사람 자식도 귀하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그게 에티켓'이다. 종종 한국어'가 가장 위대한 언어'라고 말하는 사람을 보고는 한다. " 영어, 중국어, 일어, 스페인어 모두 한글 앞에 나와서 무릎 꿇어. 우후훗 !! " 병신 같은 소리다. 언어'란 것은 순위를 매길 수 없는 고유 영역이다. 모국어'란 어머니와 같은 존재이다. 몸빼 입은 어머니가 창피하다고 어머니를 바꿀 수는 없는 거 아닌가 말이다. 부시맨이 사용하는 언어가 한국어보다 비과학적일까 ?  웃기는 소리다. 도대체 한국어가 타 언어에 비해 무엇이 우월하다는 것일까 ?

 

그리고 순우리말'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예를 들면 조사 < ~ 의 > 의 쓰임에 대하여 강박적으로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는 부류인데, 지나친 < ~ 의 > 사용을 자제해야 된다는 지적에는 100%  동의하지만 < ~ 의 > 를 사용하지 않는 문장이 매우 훌륭하다는 엉뚱한 주장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그러니깐 과도하게 남용하지는 말자, 라는 말에는 동의하지만 그것을 굳이 일본 번역체가 낳은 찌꺼기'이므로 청산해야 된다는 주장에는 동의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언어'란 기본적으로 시대에 순응하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 그것이 바로 언어가 가지고 있는 생명력이다. 언어가 오염되었으니 옛말을 살리자고 하는 것은 언어가 가지고 있는 생명력'을 무시하는 것이다. 오염된 언어는 오염된 언어로써 존중할 필요가 있다.

 

위에서도 지적했지만 한국적인 것은 그냥 한국적인 것이다. 그것은 생래적인 것이다. 지구촌 사람들이 어느 특정 한국 문화에 관심을 보인다는 것은 그것이 한국적이기 때문이 아니라 세계적인 보편성을 공유했기에 관심을 보이는 것이다. 김윤옥 여사가 한식 세계화 캠페인을 주장했을 때, 나는 웃으면서 코 팠다. 진정한 한식 세계화'는 존재하지 않는다. 홍어가 과연 세계화에 성공할 수 있을까 ? 그럴 가능성은 제로다. 한식을 세계화한다는 것은 한국적인 맛을 제거해야 된다는 소리가 된다. 한식 세계화란 곧 한국적인 것도 아니고 세계적인 것도 아닌 퓨전, 믹스, 짬뽕으로 만드는 작업이다. 김윤옥 여사가 진행한 한식 세계화는 곧 한식 파괴'에 지나지 않는다.

 

한국적인 것에 대한 가치'를 폄하할 생각은 전혀 없다. 하지만 한국적인 것이니깐 무조건 옹호해야 한다는 태도에는 문제'가 있다. 내가 보기엔 그것은 컴플렉스'처럼 느껴진다. 오, 오오. 발끈하지 마라. 국수주의와 파시즘은 종이 한 장 차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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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야책방 2013-05-01 22: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공감합니다. 어떤 교수는 젠틀맨 뮤직비디오의 내용이 놀부의 악행과 비슷하다며 한국적 정서...어쩌고를 말하던데...한순간 읭? 했더랬지요.

곰곰생각하는발 2013-05-02 02:02   좋아요 0 | URL
읭 ? ㅎㅎㅎ. 요즘 읭' 요 표현 귀엽더군요....
옛날엔 2002월드컵 광장 을 두고 김지하'가 위대한 무슨무슨 정신 그랬던 것 같아요.
광장 문화가 사실은 옛날에 이런이런 거였다... 그래서 크게 웃었던 기억 납니다.

다크아이즈 2013-05-02 08: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런 얘긴 제가 하고 싶은 얘기예요.
근데, 근데 제가 엄청 소심해서 이런 직설적 화법을 잘 못 살려요.
글맛이 돌려면 이렇게 야무지게 접근해야 하는데. 배우고 또 배웁니다.

그나저나 갖다 붙이기 좋아하는 우리들의 분석가들, 그 유치찬란함, 뻥짐...어쩌면 좋아요 ㅠ

곰곰생각하는발 2013-05-02 15:25   좋아요 0 | URL
자칭 전문가'라고 하는데... 좀 웃기잖아요. 옛날에 건강의학과 전문의'가 나온 적 있습니다.
왜 보통 미디어는 그냥 인용해도 좋은데 꼭 전문가 모셔다놓고 자문을 구하잖아요.
그들 입에서 뭐가 나와야지 신뢰를 얻는 것처럼...
그런데 그 건강 의학 전문가'라고 소개된 사람 보니 사기꾼이더군요. 전과가 있는...
그냥 인터넷에 떠도는 건강 상식 읽고 방송에 나와서 지껄인 겁니다.
요즘 보면 음식 만드는 사람에게 이 식재료는 뭐가 좋다 그런 말들 하는 걸 보는데.
좀 웃겨요.. 그 사람도 그냥 인터넷 뒤져서 그걸 외우고 하는 건데 말이죠.
모든 식재료에는 성분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그런데 특정 성분이 조금 더 많다고 그게 어떤 병의 불로장생이라고 우기는 꼬라지 보면 한심해요. 만날 동의보감.. 그놈의 동의보감은 왜 그렇게 인용을 하는지...
제가 요즘 심기가 불편해서 모두까기가 되었나 봐요..ㅎㅎ

아무개 2013-05-02 16: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발님~ 국민연금으로 글한번 써보심이 어떠실런지요. 기대기대~~~~ *^^*

곰곰생각하는발 2013-05-02 17:30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ㅎㅎㅎㅎㅎ 국민연금이요 ? ㅎㅎㅎㅎㅎ.

국민연금 운영자들에 대한 정의 : 자칭 전문가라는 놈들이 고객 돈'으로 이자놀이하는, 법적으로 허용된 투자 집단. 자기 돈 아니니 과감한 도전으로 주접떨다가 결국은 망하게 되는 필연적 시스템... 망해도 투자 손실에 대한 법적 책임은 지지 않겠다고 당당하게 주장하는 집단들...


국민연금 가입자에 대한 정의 : 하기 싫어도 억지로 정부가 하는 사채 놀이에 투자해야 하는 그리스 비극에 나오는 인물들

정도로 정의하겠습니다.

새벽 2013-05-02 18: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정말요.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이 아니라 늘 보면
세계적이 되면 그게 한국적이라고 우기면서 끼워 맞추더라니깐요. 전문가란 사람들이..

곰곰생각하는발 2013-05-02 19:25   좋아요 0 | URL
전문가 집단으로 가장 많이 나오는 인물이 의사나 변호사들이죠.
이들은 이제 아주 정신분석학자나 사회학자가 되어서 현상들을 진단해요.
제가 여기서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꼭 그들 입을 통해서 확인해야 되는가죠.
여기에는 전문가라고 하면 신뢰하는 학벌 사회의 맹신이 자리를 잡고 있다는 겁니다
방송이 그러면 안 되죠. 그런데 오히려 더 조장해요.
가장 웃긴 것은 모 요리사가 나와서 이 식재료의 성분을 이야기하면 설레발을 치는 겁니다.
웃기잖아요.

saint236 2013-05-02 23: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방송사고인가 봅니다. 요즘 워낙 방송사고를 잘 내니 말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3-05-03 03:07   좋아요 0 | URL
워낙 방송사고가 잦아서 이젠 그냥 그려려니 합니다.
ㅎㅎㅎㅎㅎ.
 
사라진 알파벳(들)
차일드 44 뫼비우스 서재
톰 롭 스미스 지음, 박산호 옮김 / 노블마인 / 2012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44 = 1'이다.

 

 

특정 장르'를 선호하지는 않는다. 닥치는 대로 읽고 보는 편이다. 깊게 파기보다는 넓게 파는 스타일'이다. 굳이 변명을 하자면 깊게 파기 위해서는 넓게 파야 한다. 그래야 깊게 팔 수 있는 법이니깐.  추리 소설'도 건드려 보고, 하드보일드 소설'도 찔러 보고, 공포 소설도 펼쳐 본다. 그리고 스릴러'도 살짝 간본다. 설핏 보기엔 곁가지만 요란하게 뻗는 것 같지만, 사실 이 모든 것은 < 범죄 소설 > 이라는 큰 범주에 속하니 간보는 독서 취향이'기보다는 편식 없이 맛보는, 탐미적 춘향이'라고 스스로 자위한다. ( 자위'하니 하루키'가 생각난다. 나는 하루키'만 읽지 않는다. )

 

 

연쇄 살인'을 다룬 범죄 소설은 대부분 서로 무관해 보이는 사건'에서 공통분모'를 찾는 과정을 다룬다. 무관에서 유관으로, 비정형에서 정형으로, 그리고 무질서(엔트로피)에서 질서(네트로피)를 찾아내는 과정이 바로 수사'이다. 그러니깐 스릴러'란 < 차이/다름'에서 동일성 - 같음, 통일성, 공통점'을 뽑아내는 과정 > 이라고 해도 무방하리라. 애거사 크리스티'는 이 방면에 있어서 도가 튼 도사'였다. < 오리엔트 특급 살인 > 에서 탐정 포와로는 국적과 신분이 서로 다른, 비슷한 구석이라고는 털끝만큼도 없는, 12명의 열차 승객'에게서 어린이 유괴'라는 단 한 가지 공통 분모를 뽑아낸다. 12명의 승객은 무질서를 나타내는 카오스'를 의미하지만, 포와로는 이 카오스에서 이들을 하나로 연결해 주는 코스모스'를 발견한다.  12 = 1'이다.

 

 

그런가 하면 < abc 살인 사건 > 에서는 A로 시작되는 마을'에서 A로 시작되는 이름을 가진 사람이 살해되고, B로 시작되는 마을에서는 B로 시작되는 이름을 가진 사람이 살해되는 사건을 다룬다. 전형적인 묻지 마 범죄'이다. 살인자는 살인을 게임'이라고 생각하고는 포와로에게 도전장을 내민 것이다. 그리고는 도전장에 이런 말을 남긴다. " 나, 잡아봐라 ! 히히히 "  하지만 눈치 빠른 포와로는 서로 무관해 보이는 무질서에서 공통분모 하나를 뽑아낸다. " 잡았다, 이놈아 ! 으하하. "

 

 

< 차일드 44 > 도 같은 맥락이다. 희생자는 주로 여자아이이거나 남자아이'이다. 나이대는 십대 후반까지 다양하다. 살인이 벌어진 장소'도 넓게 흩어져 있다. 전형적인 카오스'이다. 네트워크 사회 이전인 50년대 자폐적인 스탈린 공포 정치 시대를 감안하면 이 사건들은 모두 개별적 범죄'처럼 보인다. 하지만 주인공 레오'는 희생자 입 속을 채운 검은 흙(으로 추정되는 나무 가루)와 발목에 묶인 올무'를 통해 이 사건이 연쇄살인자에 의한 단독 범행이란 사실을 깨닫는다. 그러니깐 마흔넷 건의 살인 사건에 대한 범인은 마흔네 명이 아니라 한 명'인 것이다.  44 = 1'이다.

 

 

< 차일드 44 > 는 범주를 스파이 소설'에 묶느냐, 아아니면 스릴러 소설에 두느냐에 따라 별점'에 달라질 것 같다. 이 소설을 스파이 소설'로 보면 ★★★★★ 이지만 스릴러 소설'로 묶으면 ★★★ 정도. 이래저래 평균값을 내니 ★★★★ 이다.  스파이 서사'로는 매우 탁월하지만 스릴러 서사'로는 그리 훌륭한 설정은 아니었다. 지못미, 톰 롭 스미스 !  나는 연쇄살인마의 살해 동기'가 당최 이해'가 가지 않았다. 살해 목적이 작위적이었다. 결국은 눈물 없이는 볼 수 없는 가족 서사극인가 ? 눈물이 앞을 가린다.

 

 

톰 롭 스미스 씨'는 소설이 생각보다 잘 빠지자 끝에 가서 욕심을 냈는지도 모른다. 하드보일드했던 스탈린 시대의 비참'은 느닷없이 웅장한 그리스 시대의 비극'이 되었다. 하지만 위에서도 지적했듯이 전체적인 구성은 탄탄하다. 글 재주도 좋고, 괄약근'을 조이게 만드는 서사 배치도 훌륭했다. 역시 똥구멍과 화투 패'는 쪼여야 맛이다. 차라리 살인자가 가진 살해 동기'를 매우 심플하게 설정했다면 탁월한 작품 하나 나올 뻔했다. 스콧 스미스의 < 심플 플랜 > 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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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사라진 알파벳(들)
    from 새빨간 활 2013-05-01 06:48 
    양들의 침묵 : 사라진 알파벳(들) b, u, s. 희생자는 모두 “ 가죽이 벗겨진 채 ” 죽는다. 더군다나 희생자의 목에는 커다란 나방의 고치가 걸려 있다. 연쇄살인범‘은 < 버펄로 빌 > 이라고 불리는 놈이다. 하지만 그가 누구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이 수수께끼‘를 풀기 위해서는 또 다른 연쇄살인범’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그가 바로 한니발 렉터 박사‘ 다. 그의 이름이 암시하듯이 그는 죽은 자의 살갗을 벗기기보다는 차라리
 
 
새벽 2013-05-02 18: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중3에서 고1 올라가던 겨울방학. 우등생이던 주변 친구들은 모두 성문영어와 수학정석을 파고 있을 때
애거서 크리스티에 빠져 버렸습니다. 그 한 달 남짓 기간에 거의 오십 여 권을 읽은 것 같아요.
그 당시 곁다리로 더불어 읽은 게 필포츠, 엘러리 퀸 등의 추리소설 몇 권이구요.

그 이후 범죄 소설은 읽지 않았는데.. 여기 소개하신 차일드 44도 그렇지만 말미에 살짝 언급하신
심플 플랜이 무척 땡깁니다. 샘 레이미의 영화도 좋았지만 왠지 파고 같은 작품에 비해선
개인적으로 뭔가 2% 부족을 느꼈었거든요. 소설이 그 2%를 채워 줄 것 같은 느낌.. :)

곰곰생각하는발 2013-05-02 19:26   좋아요 0 | URL
참 신기해요. 추리소설은 딱 중학교 때까지만 읽습니다.
가만 보면 학교 사회가 추리소설은 안 좋은 거니 이젠 고전을 읽자구나, 이런 태도 같아요.
그냥 꼴리는 대로 재미있는 책 읽으면 장땡입니다.

새벽 2013-05-02 20:08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그런 면도 있지만 그때 당시엔 대부분 고교 시절 독서 전반을 놓게 됐죠.
요즘이야 수능이다 논술이다 하면서 폭넓은 독서도 권장하는 분위기지만
학력고사는 독서는 교과서, 참고서, 문제집에 국한시켜 버리는 측면이 있지 않았습니까.
더구나 한샘 국어, 하이라이트 국어가 학생들의 독서에 대한 로망을 완전히 말살시켰구요. :)

곰곰생각하는발 2013-05-02 20:14   좋아요 0 | URL
한샘 국어... 한샘 국어 아직도 있나 모르겠습니다.
수학 정석, 한샘 국어... 참... ㅎㅎㅎㅎㅎㅎㅎ.
맞습니다. 고교 되면 아에 책을 읽을 수가 없었죠. 읽는 놈은 공부 못하는 놈들이나 읽는..
그래서 제가 공부를 못했나 봐요. 전 고등학교 때 세계문학전집은 거의 다 읽었습니다.
한 100권 넘게 읽었을 겁니다. 수학 시간에 소설 읽고 그랬거든요..

새벽 2013-05-02 20: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한샘국어 요즘도 있답니다. 하지만 예전처럼 주류 참고서는 아니구요.
그 자리를 수능에 맞춘 다른 참고서들이 차고 앉아서 또 비슷한 행각을 벌이고 있어요.

재밌는 건 당시 곰곰발님 같은 학생들에 대해서 선생님들도 자각하고 있었단 사실입니다. 적어도 저희 반에선..
학교 공부엔 관심 끊고 실존철학서부터 맑스까지 읽던 급우가 있었거든요.
담탱이 말이.. 너무 일찍 깼구나. 인생 고달파질텐데..
그리고 적어도 몇몇 학생은 전교 수위를 다투는 우리반 일등 아이보다
그 아이를 더 우러러 봤구요. 겉으로 내색은 안 하면서.
갑자기 그 친구 궁금해지고 보고싶고 하네요.

곰곰생각하는발 2013-05-02 20:27   좋아요 0 | URL
사실 제가 내신이 거의 꼴찌였는데, 자화자찬입니다만, 전교에서 저 모르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체육복, 교련복 산 기억이 없어요. 그냥 빌려 입었습니다.
아이들 잘 빌려주더라고요..ㅎㅎㅎㅎㅎ.
제가 학교 선생들에게 무진장 맞았어요. 일진 이런 거여서가 아니라 그냥 눈빛 맘에 안든다고 ㅎㅎㅎㅎㅎ.
저도 책을 읽게 된 계기가 내 친구 때문인데, 이 친구 집안이 거의 다 미쳤어요. 농담이 아니라 자살하고, 죽고, 정신병원 가고... 그 친구가 그렇게 열심히 책을 읽더라고요. 그래서 지지 않으려고 저도 읽은.. 일종의 허세죠.
왜 중2병들은 그런 거 열심히 하잖아요. 컬트 영화만 찾아다니고 말이죠..ㅎㅎ

새벽 2013-05-02 20:59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선생들이라고 정말 다 같은 선생이 아닌 것 같습니다.
그때 우리 한문 선생님은 그 친구와 대화 된다고 엄청 좋아하면서
방학 때면 책 왕창 선물하고 그랬는데... 저도 그때 곁눈질로 돌베개 출판사 책 몇 권 주워 읽었구요.

허세, 중이병.. 그런 건 절대 아니죠. 출발은 비슷했을지 모르지만 적어도 페루애님은.

비록 공교육 아닌 사교육 쪽에 있지만 전 그런 학생들이 이쁩니다.
벌써 제 수준을 훨씬 넘어서는 학생들도 가끔 있거든요.

엄마 말쌈 따라 수능에 논술, 경시대회에만 미쳐서 뺑뺑이 도는 학생들에겐..
일단 밥값은 해야되니 최선은 다하지만 속으론 그럽니다.
참 너 인생도 답답하다.. 너만 답답하게 끝나면 모르는데 판검사 되고 의사돼서 남들한테 누끼칠까 겁난다..

음. 얘기하다보니 덧글이 원글과 너무 멀리 나간 감이 있네요. 하하 ;;
저녁은 드셨는지.. 좋은 저녁 시간 보내세요..
 

 

 

 

 

 

 

 

 

 

 

 

 

 

 

 

홍상수의 14번째 영화 < 그 누구의 딸도 아닌 혜원 > 을 보다가 묘한 기시감에 시달린 적이 있다. 정확히 말하자면 유준상과 예지원'이 나누는 대화'에서다. 그들은 안개 낀 남한산성'을 오르다가 바람에 펄럭이는 깃발을 본다. 예지원이 그 깃발을 바라보며 말한다. " 깃발이 얼마나 멋진 발명품이야, 이게 있으니 바람이 있다는 걸 알 수 있잖아. " 명대사'다. 깃발은 사람이 바람을 볼 수 있도록 만들어 놓은 발명품이란다. " 멋지다, 홍상수 ! " 그런데 극장을 나서는 순간부터 이 대사에 대한 묘한 기시감'이 들기 시작했다. 어느 영화 속 한 장면이었을까, 아니면 롤랑 바르트의 < 사랑의 단상 > 에 나오는 문장이었을까 ? 의문은 엉뚱한 곳에서 풀렸다. 엘리어스 카네티의 < 군중과 권력 > 에서 이와 비슷한 문장이 나온다. 다음과 같다.

 

" 깃발은 보여질 수 있도록 만들어진 바람이다. 깃발은 구름에서 잘라낸 작은 조각과 같은 것이다. 다만 구름보다 더 가깝고 색깔이 요란한 뿐이다. 그리고 깃발은 한곳에 매어져 있고, 그 형태도 언제나나 일정하다. 정말 그것이 사람들의 눈길을 끌게 될 때는 그것이 펄럭일 때이다. 여러 민족들은 마치 그들이 바람을 쪼개기라도 할 수 있듯이 그들 머리 위의 대기를 자기의 것을 규정짓기 위해서 깃발을 이용하는 것이다.  

 

- 군중과 권력 中

 

우연일까 ? 홍상수는 이 책을 과연 읽었을까 ? 감독과의 대화'가 있다면 꼭 물어보고 싶다. 알라딘의 기준에 따르자면 < 사회학 일반 > 으로 분류되는 이 책'은 사회학보다는 철학에 가까우며, 문장은 문학보다 더 문학적이며 시적이다. 이러한 모호한 경계는 카네티가 소설가이면서 시인이었고, 극작가였으며, 인류학자 그리고 사회과학자'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의문은 풀린다. ( 그는 그 누구보다도 뛰어난 사상가였다. ) 이러한 전방위적 재능'을 나는 아름다운 짬뽕이라 부르고 싶다. 프랑스에 롤랑 바르트가 있다면, 독일에는 엘리어스 카네티'가 있다. < 군중과 권력 > 은 독일판 < 텍스트의 즐거움 > 이라 할 만하다.

 

엘리아스 카네티'는 불가리아 태생으로 스페인계 유대인이었다. 그가 주로 머문 곳은 영국이었다. 하지만 그는 독일어만으로 작품을 썼다. 이러한 상황은 카프카를 연상시킨다. 카프카 또한 체코 혈통의 유대인이었지만 독일어'로 글을 썼다. < 군중과 권력 > 을 읽다 보면 한국 사회'가 보인다. 한국인 특유의 " 무리에 대한 강박적 집착 " 은 카네티가 이 작품에서 말하고자 했던 동물성'을 닮았다. 비로소 깨닫는다. 아파트와 학교는 거대한 버펄로 떼'다 !

 

 

 


 

 

 

 

 

 

 

 

 

< 욕 먹을 각오'로 쓴다 > 시리즈 1탄. 

 

 - 아파트 신화

 

 

대한민국은 왜 아파트 공화국'이 되었을까 ? 듣자 하니 서구에서 아파트'는 가난한 사람들이 모여 사는 주거 형태'로 인식되는 모양이더라. 서구인들 눈에 거대한 강남 아파트 단지'는 거대한 할렘'처럼 보일 법하다. 사실 땅은 좁고 인구가 많아서 아파트가 발달했다는 주장은 씨알도 안 먹히는 소리이다.  서울은 그렇다고 치자. 인구 밀도가 높지 않은 지방에서도 아파트'가 꾸준히 건설되는 이유는 무엇인가 ? 텅 빈 아파트가 남아도는 데'에도 불구하고 지금 이 순간에도 아파트가 건설되고 있지 않은가 ?

 

내가 보기엔  안전한 < 집 - 단속 > 은 < 집단 - 속 > 이라고 인식하는 심리 때문인 것 같다.  무슨 말인가 하면, 한국인은 무리에 소속되어 있다고 생각할 때가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집이 단체로 모여 있는 것, 그래서 집단이다.  그러므로 아파트 단지'에서 아파트 입주자'로 산다는 것은 떼를 지어다니는 한 마리 버펄로나 (눈 덮인 킬리만자로의 표범이기보다는) 떼를 지어 사냥을 하는 하이에나로 남고 싶다는 열망이 만든 존나 웃기는 아우라다. 그들은 집단 속에 몸을 숨기고 의지하는 것이 생존에 유리하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노래 한 곡 듣고 쉬어 가자. 조용필이 부릅니다. 킬리만자로의 표범.

 

 

 

 

이처럼 무리에서 떨어져나가지 않으려는 발악은 종종 대한민국에만 있는 진풍경을 연출한다. 전국의 노스페이스 교복化는 기이한 풍경'처럼 보인다. 네가 노스페이스 입었는데 난들 외면할쏘냐. 잇힝 ! 여기에는 무리에서 낙오되지 않기 위한 초식동물들의 본능적 공포가 읽힌다. 대한민국 사회가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나뉜다면, 고등학교에서 가난한 놈인가 아닌가는 노스페이스'로 간보는 것이다. 이처럼 서열과 경쟁으로 이루어진 또 다른 정글인 학교'는 한 줌의 도덕을 가르치기보다는 차라리 사냥과 도주 방법'을 가르친다. 학교는 거대한 버펄로 떼'다. 사자가 노리는 것은 버펄로 떼'에서 벗어난 놈'이다.

 

그들은 낙오된 놈만 집중적으로 공격한다. 아이러니컬하게도 버펄로에게 있어서 평화는 자기 동료'가 먹힐 때 찾아온다. 배 부른 사자'는 절대 다른 버펄로를 사냥하지 않기 때문이다. 무리는 이때 똥도 싸고, 히힝, 히힝 웃기도 한다. 여기서 왕따 학생은 무리에서 낙오되어 사자에게 먹히는 먹잇감'과 같은 존재다. 학생들은 이 희생을 통해 잠시 동안 평화를 얻는다. 한 놈이 괴롭힘을 당하면 나머지는 평화를 얻는, 이런 정글의 습속. 그래서 아이들은 못 본 채 한다. 1/ N . 한 놈이 고생하면 나머지는 편하다 !

 

어른들도 등산복을 좋아한다. 이제는 동네 뒷산인 도봉산을 오를 때에도 머리부터 발끝까지 등산 장비를 갖추어야 한다. 외국인들이 보면 도봉산을 히말라야 안나푸르나쯤으로 인식할 것이다. 나나 너나, 너나 나나, 개나 소나 할 것 없이 등산복을 갖추어서, 이제는 가벼운 차림으로 도봉산을 오르는 것도 눈치가 보여서 도봉산 꽃구경이 쉽지만은 않다. 한국인 특유의 체면과 무리에 대한 강한 욕망'이 만든 촌극이다. 유행은 사실 다른 말로 하자면 쪽팔리지 않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따라하는 취향이다. 아마도 프라임 시간대에 등산복 광고를 때리는 나라는 대한민국이 유일하지 않을까 ?

 

아파트'는 이러한 무리 욕망을 실현시켜 주는 주거 형태'이다. 집이 모여서 집단을 만든다. 버펄로가 모여서 버펄로 떼를 이루듯이 말이다. 이제 아파트 부녀회장은 하나의 권력이 되었고, 임대 아파트 입주자는 다른 입주자들의 요구로 멀쩡한 길을 놔두고 뒷길'로 다닌다. 가끔은 힘을 합쳐서 아파트 근처 장애인 시설에 대한 반대 시위'를 주도하기도 한다. 병신들 모아둔 시설이 생기면 집값 떨어진다는 주장을, 그들은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배설하기도 한다.

 

그동안 아파트는 부동산 불패 신화의 주인공이었다. 사람들은 그 신화를 믿었다. 인간은 죽지만 아파트 집값은 죽지 않아 ! 그들은 모두 하하가 되어서 죽지 않아, 를 외쳤다. 하지만 이제 곧 아파트 신화는 무너질 것이다. 아파트도 이젠 마이 아파 !! 아파트'라는 주거 공간은 국가, 생산자, 소비자'가 모두 각자의 욕망을 가지고 접근한 결과'였다. 이제 아파트는 골치 아픈 바벨탑이 되었다. 하여튼 대한민국 아파트 다 족구 하라 그래 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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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2013-04-30 18: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집단-속.. 심히 공감합니다.
그런 우리 습성이 정부, 토건족의 이해관계와 맞물려 주거형태로 나타난 게 아파트 같아요.
이 글 제 미투데이에 좀 퍼놓겠습니다_^^

곰곰생각하는발 2013-04-30 18:57   좋아요 0 | URL
처음에는 서구 문화생활의 상징적 존재가 아파트였을 겁니다.
주택 하나 짓는 것 보다 아파트 짓는 게 어마어마한 이윤을 남긴다는 사실을 토건족은 깨닫기 시작했죠.
정치와 토건족은 서로 상생했을 겁니다. 이게 미투데이로도 퍼갈 수가 있나요 ? ㅎㅎ. 다 가져가셔도 됩니다요..

새벽 2013-04-30 19:05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네이버 블로그로는 스크랩이 안 되는데 미투데이로 링크 스크랩 비스무리하게 되네요. :)
요즘 웹에서 안 되는 일이 거의 없는 것 같아요.
프로그램 기능들이 유저들 상상과 감각을 넘어서는 듯한..

그런데 한 편으로 그런 기능들 다 구현하느라고
그렇잖아도 처우 좋지 않은 개발자들 닥달해댔을 거 생각하믄..
미안하고 서글퍼지네요.
한때 그쪽에서 일해본 적이 있는데.. 정말 IT라는 단어가 무색할 정도로 무식한..
주먹구구식의 업무 관행이 횡행하더라구요.

곰곰생각하는발 2013-04-30 19:12   좋아요 0 | URL
어제 뉴스 보니깐 구글 안경이 곧 선보입니다.
놀라운 건 구글 안경 끼면, 페이스북 가입자의 경우, 지나가면 안경에 메시지가 떠요.
성별 이름, 나이 이런 거 말이에요. 이거 사생활 침해 아닌가요 ?
더군다나 결혼 유무도 알 수 있어요. 이게 몇 달 후 출시됩니다.
그리고 이 안경 끼고 사진도 찍을 수 있어요. 사진 찍어 하면 찍힙니다.
곧 동영상도 찍을 수 있어요. 지금이야 초기 모델이니깐 안경이 티가 나지만
한두 다 지나면 진짜 감족 같은 안경이 나올 거 같아요. 몰카 무진장 쏟아질 것 같습니다.
이건 법적인 조치를 취해야 되지 않을까 싶어요...
이제 과학이미친 것 같아요. 하면 안 될 짓을 하고 있습니다.

새벽 2013-04-30 19:20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정말 미친 상품이 출시되려 하네요. 무슨 니키타도 아니고..
예전에 EBS 프로 보다가 세르반데스가 한 말이 인상 깊었습니다.
과학은 그 자체로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거짓말을 하는 건 과학을 빙자한 인간들이다.. 였나..
그게 요즘엔 인간 대신에 자본을 넣어야 하지 않나 싶어요.
자본이 부추기는 과학기술의 발전이 점점 세상을 망쳐가지 않아 싶어요..

곰곰생각하는발 2013-04-30 19:31   좋아요 0 | URL
어제 이 구글 안경으로 뉴스에서 10분 가량 보여주더라고요. 실용 가능한 것이 아니라 출시만 앞두고 있다고... 현재 이 안경이 사생활침해가 있을 수있다고 해서 몇몇 가게들은 이 안경을 쓴 사람은 입장을 금지한다는 경고문을 붙인 걸 보면 뭐 확정이 된 모양이에요. 생각해보세요. 얼마나 끔찍합니까.
길을 가는데 구글 안경 낀 사람이 나와 마주칠 때 안경에 곰곰생각하는발, 나이, 결혼 유무, 지병..
이런 거 뜬다고 해보세요. 미친 짓 아닙니까. 이건 거대한 빅브라더요, 판옵티콘이에요...

새벽 2013-04-30 20:48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결국 을들은 거의 대부분 그 상품에서 소외되고 피해받고.. 그러겠네요.
엄청난 혼돈이 야기될 듯.. 정말 미친 짓입니다.
 

 

 

 

 

 

 

 

 

 

 

 

 

 

 

그는 김동인이 쓴 < 붉은 산 > 에 나오는 삵을 닮았다. 삐쩍 마른 몸, 유난히 튀어나온 광대뼈, 찢어진 눈. 무엇보다 콧구멍 사이로 삐져나온 콧털'은 삵이라는 캐릭터의 화룡점정'이었다. 그는 콧털을 뽑을지언정 다듬지는 않았다고 고집을 피웠다. 우리는 그 사실이 원망스러웠다. 그는 < 미친개 > 라는 별명으로 불렸다. ( 브리샤'라는 변명도 있었다. 그가 몰고 다니는 차 브랜드가 브리샤'였는데 돈이 없었다기보다는 클래식 차 수집광다운 열정 때문에 똥차를 몰고 다니는 것 같았다. 그가 가진 촌스러운 취향 가운데 그나마 긍정적인 부분이라 할 만하다. ) 내가 다니던 고등학교 지리 선생 이야기'다. 그는 주로 몽둥이 대신 주먹을 날렸다. 쉭, 쉭, 쉭. 주먹을 날릴 때마다 주먹에서는 바람 소리'가 났다. 하여튼, 아무튼, 이와 가튼 이유 때문에 지리 시간은 지옥이었다. 따분해서 죽을 것만 같았다. 그 전설적인 주먹왕인 지리 선생이 나의 고3 담임이 되었을 때, 나는 정말 지지리도 복이 없는 복 지리 같은 새끼'라는 장탄식을 내뱉었다.

지리학이 흥미로운 학문이라는 사실을 안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우연한 기회에 생각없이 읽게 된 피터 손더스의 < 도시와 사회이론 > 은 " 도시 " 란 공간이 인간에게 어떤 의미로 작동하는가를 가르쳐주었다. 나는 왜 옥탑이나 반지하'에서 살았을까 ? 이 동네 골목길은 재미있네 ? 왜 가난한 사람들은 부자들보다 출근 거리가 먼 것일까 ? 이러한 공간과 지리에 대한 궁금증은 앙리 르페브르나 하비가 쓴 책이 답을 주고는 했다. 지루하기는커녕 존나 재미있는 것이다. 제대로 된 맑스주의자 앙리 르페브르 할아버지가 이런 말을 했다. " 공간은 정치적이다 ! " 그렇다, 공간은 정치적이다.

 

■ http://myperu.blog.me/20148051329 : 선을 넘는다는 의미.

■ http://myperu.blog.me/20182271048 : 숨겨진 차원.

 


 

 

 

 

 

아파트 : 공간은 정치적이다. 

 

아파트를 다른 말로 하면 공동 주택이다. 서구에서는 이 공동 주택'이라는 주거 공간을 가난한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쯤으로 인식한다. 프랑스 사회학자가 강남의 거대한 아파트 단지'를 보고 여기가 대한민국 할렘이냐는 질문을 던진 것을 보면 이해가 가는 대목이다. 그들이 보기엔 신기한 것이다. 가난한 주거 공간 형태가 대한민국에서는 부의 상징이 되었으니 말이다. 솔직히 말해서 아파트가 살기 좋다는 말은 뻥'이다. 아파트에서는 개를 키울 자유가 없다. 이 정도 제약은 아무것도 아니다. 층간 소음은 거의 전설적이다. ( 아파트가 사생활을 지켜준다고 ? 웃기고 자빠졌다. )

 

윗층 아저씨는 장이 안 좋은지 설사만 하는 모양이더라. 그는 항상 아침 6시 47분에 화장실을 간다. 화장실 용변기 물 내려가는 소리는 늘 6시 47분이니 말이다. 그런가 하면 아줌마는 새벽 1시 24분에 청소기를 돌린다. 청소기 소음으로 보아서 엘지 동글이 모델이다. 제품 사양이 구형으로써 서민 보급판인 것을 보면 넉넉한 살림은 아닌 듯싶다. 반면 애들은 주의력 결핍'을 앓고 있을 것이다. 윗층이 조용할 때는 방구대장 뿡뿡이'를 할 때가 전부다. 그 녀석은 뿡뿡이 마니아다. 그 시간 외에는 천장에서 온종일 번개가 친다. 우르릉, 쾅, 쾅.

 

이런 말 하기 미안하지만 윗층 부부는 종종 화장실에서 섹스'를 하고는 한다. 왜 화장실에서 섹스를 하는 것일까 ? 주의력 결핍인 그 녀석이 안방을 차지하고 막내 딸은 작은 방을 차지했으리라. 4월 11일 새벽 2시 30분에 그들은 안방 대신 화장실에서 섹스를 했다. 신음소리 때문에 아이들이 깰까 봐 자주 물을 내린다. 신음소리 아와 아아아'는 물 내려가는 소리에 묻힌다. 쉬, 쉭, 쉭, 쉭. 주의력 결핍인 그 녀석에게 들키면 이렇게 말하면 된다. " 엄마, 아빠 동시에 똥 싸는 중이야. 문 열지 마. 그러는 거 아니야. "

 

이런 공간이 사생활을 지켜주는 곳인가 ? 아파트는 사생활을 지켜주는 곳이 아니라 침해하는 공간이다. 층간 소음으로 인한 살인 사건은 이제 흔한 이야기가 되었다. 아랫층과 윗층은 진중권과 변희재만큼이나 서로 앙숙 관계가 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이 하나 있다. 윗층은 소음 가해자도 아니요, 아랫층 또한 까탈스러운 입주자가 아니라는 점이다. 아이들은 시체 놀이를 하지 않는 이상은 뛰어놀아야 한다. 그들은 죄 없다. 모두 피해자들이다. 이 책임은 아파트를 만든 건설사에 있다. 공공의 적은 아파트 건설사'다. 그리고 아파트 신화'를 지속적으로 유지시켜 온 정부의 부동산 정책 탓이다.

 

군 제대 후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6개월 동안 일한 경험에 비추어보면 당신이 사는 천장은 온통 나무토막, 빵 봉지, 우유 펙, 스티로폼'이 섞인 칸막이라고 보면 된다. 왜냐하면 시멘트 공구리 비용을 아끼기 위해서 공사 현장에 널부러진 온갖 것들을 다 채운 후 공구리'를 치기 때문이다. 농담이라고 ?! 맙소사. 당신이 그런 소리를 한다는 것은 곱게 자랐다는 것을 의미한다. 막노동을 해본 사람이라면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을 당신만 모르는 것이니 말이다. 더 충격적인 장면도 본 적 있다. 인부들이 바빠서 현장에서 싼 똥을 치우지도 않고 공구리를 친 경험도 있다. 그러니깐... 음, 윗층과 아랫층 사이엔, 나와 당신 사이엔 누군가의 똥이 있다.

 

그렇다면 왜 대한민국에서는 아파트'가 세련된 주거 환경'이 되었을까 ? 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건설업자들 입장에서 보면 가장 많은 이윤을 남기는 것이 바로 아파트 건설이다. 땅 위에 집을 짓고, 그 집 위에 다시 집을 짓는다. 여기에는 아파트 생활'을 현대적인 문화 생활 이미지'로 세뇌시킨 국가 정책도 큰 몫을 차지했다. 박정희가 보기엔 이 좁아터진 땅덩어리에서 아파트보다 효율적인 주거 환경'은 없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인은 개인보다는 집단 속일 때 안정을 찾는 민족이지 않던가 ? 그들은 < 집단 - 속 > 과 < 집 - 단속 > 을 착각한다. 그들은 아파트가 안전한 주거 공간이라고 생각한다. 할렘을 의미했던 주거 공간이 대한민국에 수입되면서 고급화로 둔갑한 이유에는 국가와 짜고 친 건설업자의 숨은 공로가 있었던 것이다. 공로라기보다는 음모에 가깝지만 말이다. 하여튼... 눈물이 앞을 가린다.

 

대한민국은 이제 아파트 공화국이 되었다. 아파트는 1층부터 13층까지 모두 동일한 구조'이다. 그러니깐 아파트 입주자 또한 동일한 패턴으로 움직이는 것이다. 조지오웰의 < 1984 > 가 연상된다. 이처럼 한국인은 획일적이고 비합리적이며 촌스러운 주거 환경을 근사한 모던 라이프'라고 착각하며 살고 있는 중이다. 국가가 모던 라이프'라고 하면 모던 라이프'인 것이다. 딴지는 김어준에게 해야 한다. 하지만 단 한 가지'는 명심하자. 공간은 정치적이다. 아파트가 사람들기 살기 좋은 주거 형태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살기 좋은 주거 환경이라고 믿는 맹신에는 국가 정책과 부동산 재벌 그리고 건설업자의 이해타산이 자리를 잡고 있다. 당신이 살고 있는 공간이 궁금하다면 르페브르와 하비'를 읽으면 답이 나온다. 흥미즨즨하다.

 

 

 

 

+

: 표현을 압축시킨 신조어다. 내가 방금 만들었다. 제2의 아햏햏'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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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13-04-28 1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도 잘 읽었어요~ 마지막에 르페브르와 하비 책도 링크 걸어주면 참 좋을 텐데... 하는 짧은 아쉬움은 남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3-04-28 10:42   좋아요 0 | URL
아..네에... 맨 위에 링크 걸려 있습니다. 위의 책은 르페르브, 하비, 에드워드 홀, 손더스의 책입니다.
공간'에 대한 이야기들이죠. 후후.. 공간의 생산은 50% 세일이니 이참에 사두는 것도 좋을 듯싶습니다.

마노아 2013-04-28 10:56   좋아요 0 | URL
아 이런 바부팅이. 링크 맨 위에 있는 건 홀랑 까먹고 왜 맨 아래 없나 생각했네요.^^;;;
안 그래도 지금 말씀해 주신 책들 구경하고 있었어요. 50% 세일은 군침 도는데 책이 두껍네요. 아...;;;;

곰곰생각하는발 2013-04-28 10:59   좋아요 0 | URL
제가 흥미진진하다고 했지만 아무래도 딱딱하죠..ㅎㅎㅎㅎㅎㅎ.
일단 숨겨진 차원 같은 책 먼저 보시면 흥미를 붙일 수 있을 겁니다.
이 책 엄청 재미이쎄 보았거든요.... 그 다음 일종의 개론서 비슷한 < 도시와 사회이론 > 을 읽으신 후
책에 소개된 학자 중 골라서 선택하시면 좋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3-04-28 11:00   좋아요 0 | URL
http://blog.aladin.co.kr/749915104/6244433 숨겨진 차원에 대한 글이 하나 있군요....

새벽 2013-04-28 11: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공감 X ∞ ... 입니다.
전 그 어떤 소리보다도 충격적이던 게 컴퓨터 켜고 끌 때 나는 윈도우 음향 소리 있죠..? 윗집서 그거 들릴 때..
아.. 정말 우리집 소리도 별별 소리가 다 전해지겠구나.. 하고선..

음. 아파트 생활이 저를 의식화시켜줬다는 측면에서 보면 장점도 있었달까요. 하하.
오죽하면 책 잘 안 읽는 제가 아파트에 미치다,란 책을 읽어봤답니다.
그 책은 꽤나 미진한 부분이 많았는데 위에 페루애님 추천서들을 차근차근 읽어가야겠어요.
전 필 꽂히면 웬만큼 딱딱한 책도 참고 읽어내는 편이라... ^^;

곰곰생각하는발 2013-04-28 12:19   좋아요 0 | URL
일단 맛보기로 < 숨겨진 차원 > 을 읽어보세요. 공간'에 중점을 두지 않고 거리'에 중점을 둔 책인데 무척 재미있습니다. 댓글에서도 말씀드렸듯이 < 도시와 시화이론 > 은 일종은 도시 개론서 비슷한 거라고 생각하셔도 됩니다. 거기엔 도시 공간에 대한무수한 지적질이 있어요. 맘에 드는 분 골라서 읽으시면 됩니다.

전 < 도시와 사회 이론 > 에서 자주 언급되는 분들 책을 몇 권 읽었어요. 그중에서 하비와 르페르브'가 재미있더군요. 공교롭게도 모두 맑스주의 사회학자들이십니다. 참... < 아파트 공호국 > 은 저도 아직 안 읽었는데 평이 좋더군요. 함 읽어봐야겠어요...


제가 살던 곳에서는 티븨 소리가 들렸습니다. 소리 크케 틀면 다 들리더군요. 이게 무슨 편한 세상입니까.
전 심지어 윗집 직업도 대충 알겠더군요. 세탁기가 항상 새벽 2시에 돌아가요... 그걸로 봐서는 아마 2교대 직장을 가진 사람이구나 했어요.

달사르 2013-04-28 17: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잠시 아파트에 온 식구가 살았어요. 두 달 정도.

두 달간 거의 잠을 못 잤어요. 제가 살던 위층엔 다람쥐 같은 걸 키웠는데 이놈이 새벽 2시경이 되면 갑자기 방을 가로지르며 뛰어다니는 거에요. 아이들 쿵쾅거리는 소리 말고, 쥐가 천장에서 찍찍거리거나 우르르 다니는 소리 말고, 다람쥐가 다다다 달리는 소리는 또다른 색다른 고문이더군요.
물론 한밤중엔 다른 소리들도 있죠. 화장실 물 내리는 소리, 방귀 뀌는 소리, 말소리, 싸우는 소리, 아파트 밖 지나가는 행인들 소리, 술꾼들 소리, 각종 소리소리.

두달 살면서 이런 곳에서 사는 사람들이 대단하다 싶었는데요. 아파트 살아보기 전에는 무슨 로망, 같은 것도 있었는데 살아보고 나니 사람 살 곳이 못된다는 생각이 우선이에요. 부자아파트는 다를수도 있겠지만, 제가 살아온 일반 아파트는 정말 심하던데요.

그나저나 공구리'에 그런 비밀이..ㅠ.ㅠ

곰발님 추천책은 소개글이 너무 재미있어서 어려운 책도 어려운 줄 모르고 읽게 된다는..^^

곰곰생각하는발 2013-04-28 17:50   좋아요 0 | URL
하비 맑스 강의'는 저도 안 읽었는데 이분 맑스전통주의자이니, 아마 재미있을 겁니다. ㅎㅎ.
일상성 조거는 소설보다 재미있어요. 함 읽어보세요...이거 제가 무슨 책장수가 된 듯한....

소리 정말 적나라하더군요. 저도 40년된 주공아파트에서 살아밨는데 아... 정말 미치겠더군요.
소리가 그렇게 적나라하게 들릴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정말 방귀뀌는 소리도 들리더라고요..
기침 소리는 뭐... 두 말하면 잔소리이고 말이죠..

왜 레옹 보면 마틸다 사는 곳도 일종의 빈민 공동주택이잖아요.
서구 영화 속 빈민가는 대부분 ㅇ파트였어요. 해피투게더도 보면 그렇고 말잊.
아파트는 살기 좋은 곳이 아니에요.

그런데 비싸기는 제일 비싸죠. 결국 건설사들이 가해자인 겁니다. 그들은 층간 소음에 대한 책임이 있어요.
그걸 방치한 부동산 건설 재벌들이 문제죠. 그들이 정치권 국회의원이 되니 이런 소음 규제에 대해 느슨한 겁니다.

봄밤 2013-04-30 14: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문제는, 이렇게 비싸고 주거로 아주 빵점인 것을 알면서도 굳이 들어가려고 한다는 것입니다.
집단 속-설명이 탁월합니다. 언제부터 집단 속을, 둘레를 같이 하고 싶어진 것일까요.
아파트의 프리미엄은 다름 아닌 학군과 지역으로 귀속되는 둘레였을까요? 집 짓고 사는 것이 언제부턴가 무모하고 돈 많이 드는 일이 된 것일까요. 사는 곳을 창조하고 싶지 않음. 창조할 만한 시간 없음. 보통의 기준에 맞춰 살기 급급함. 이런 것이 문제일까요?

곰곰생각하는발 2013-04-30 15:12   좋아요 0 | URL
똑같은 땅이라고 해도 주택은 하나를 짓지만, 아파트는 16개를 지을 수 있습니다. 건설업자에게 이보다 횡재가 어디 있겠습니까. 노동은 노동자의 몫일 뿐. 결국 아파트는 15개는 땅값 없이 짓는 거나 다름 없어요.
황금알입니다. 아파트 시공은 말이죠. 거기다가 일반 주택보다 비싸요. 굉장한 거죠.
건설업자는 정치권 로비를 뿌리고, 정치권은 단지 근처에 프리미엄을 주죠. 이게 얽힌 겁니다.
아파트 신화가 만들어진 거죠.

안나 2013-07-22 13: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아파트에 대한 통찰이 대단하시군뇨. 틀린 게 하나도 없습니다.
마치 30년은 아파트에서 살아보신 분 같습니다. (는 농이구-)
여튼.
진짜 대한민국 아파트는 구매자에게는 투기목적, 개발자에게는 돈벌이수단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 같습니다.
근데... 그래도 아파트 탈출하기 힘든 게...
땅덩이가 너무나 좁아서 말입니다. 대안이 있다면... 수도권에 집중되어있는 인구를 지방으로 분산시키는 건데-
머 그건 말이 쉽지... 어휴...
지방엔 땅들이 아주 막 놀고 있지 말입니다...

유현 2014-09-13 09: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뽀로로 뽀통령이 전하는 아파트 층간소음예방캠페인 사뿐사뿐 콩도 있고 가벼운 발걸음 위층 아래층 모두모두 한마음 기분까지 서로서로 좋아하는 너도좋아 나도좋아 나비처럼 가볍게,뛰지말고 모두함께 걸어보라는 말도 있잖아요.
그리고 위기탈출 넘버원에서 나오는 아파트 층간소음예방에 도움주는 두꺼운 슬리퍼하고 층간 소음 줄여준다는 에어 매트도 전부 다 있으며 앞으로 이사를 갈 땐 반드시 층간소음예방에 도움이 되는 두꺼운 슬리퍼라도 구입을 할 것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9-13 16:51   좋아요 0 | URL
글쿤요.그리하면 충간 소음 줄일 수 있군요. 요즘은 뭐 담배 연기 때문에 싸우기도 하더라고요..
남일도 아닙니다 저희 집 개도 마당에 오줌 싸면 오줌 냄새 난다고 지랄을 해서 싸우기도 했죠....
다음에는 냄새를 줄일 수 있ㄴ느 방법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요..
 

 

 

 

 

 

배송'이 빨라서 좋아요 !

 

 

( 옛날옛적 아주 오랜 옛날... ) 알라딘에서 배송되는 책을 받기 위해서 약속을 연기한 적 있다. 일주일 전부터 잡아놓은 약속인데 말이다. 부재 시 관리실에 보관되기에, 굳이 약속을 미룰 필요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종종 약속을 어기고 책'을 기다리고는 했다. 소년다운 고집'이었다. 배달된 책을 그 자리에서 확인하는 것과 집에 왔더니 책상 위에 놓인 택배 상자'를 발견하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이었다. 전자가 냉장고에서 막 꺼낸 차가운 코카콜라'라면 후자는 냉장고에서 꺼낸 지 오래된 미지근한 코카콜라'였다. 택배를 직접 받아서 그 자리에서 책을 확인하는 행위,  톡... 쏘는 맛이 좋았다.

 

하지만 배송일'은 정확히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겨울에는 특히 심했다. 왜냐하면 당시 내가 살던 곳은 강원도 속초'였기 때문이었다. 폭설이 내리면 한계령'은 차량들이 넘어오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그래도 나는 배송 도착 예정일'에는 항상 약속을 잡지 않거나 밤 10시 이후로 술 약속을 잡고는 했다. 사정이 그러하니 예정일'이 하루 미루어졌다고 해서 항의'를 하거나 그러지는 않았다. 그런데 나를 화나게 하는 것이 딱 하나 있었다.

 

미배송 이유가 < 고객 부재에 따른 미배송 > 으로 찍힐 때였다. 환장할 노릇이 아닌가 ? 나는 책 때문에 약속을 잡지 않은 것은 물론이거니와 약속까지 미뤄가며 텅 빈 방에서 온종일 기다렸는데 말이다. < 고객 부재에 따른 미배송 > 이란 메시지가 몇 번 반복되자, 나는 그만 이성을 잃고 고객 상담실에 항의를 하기 시작했다. 고객을 1,3,5,7,9로 봅니까 ?  1,2,3,4,5,6으로 보아주십시요 ! ( 띄엄띄엄 보지 말란 소리다. )

 

항의 때문이었을까 ? 그다음부터는 " 고객 부재에 따른 미배송 " 대신 " 배송 지연으로 인한 미배송 " 이란 메시지가 떴고, 책들은 되도록이면 예정일에 맞춰 도착했다. 아, 착한 알라딘 !  하지만 마음은 여전히 편치 않았다. 왜냐하면 내 관할 지역을 담당하시던 택배 기사님이 바뀌었기 때문이었다. 일자리를 잃은 것은 아니겠지만, 이 변화가 꼭 내 탓인 거 같아서 꽤나 괴로웠다. 새로 오신 후임 기사 분에게 전임 기사 분의 근황을 물었으나 방그레 웃을 뿐 답이 없으셨다. 문득 형 친구'가 생각났다.

 

그 형은 공고 졸업해서 별다른 기술을 배우지 못한 채 온갖 배달 일을 했다. 처음에는 잠시 먹고 살기 위한 일이라고 생각했던 모양이던데 배운 기술 없이 나이를 먹다보니 배달 일이 직업이 되었다. 나는 그 형을 잘 따랐다. 사람을 재지 않을 뿐더라 잰 척하는 구석도 없었고, 윗사람이라고 으시대지도 않았다. 내가 군대를 제대하고 나서도 우리는 종종 만나서 술을 같이 마셨다. 어느 날, 친형'은 잠시 한숨을 쉬더니 내게 말했다.

 

" 그 녀석 지금 병원에 있다. 배달하다가 교통사고 당해서 대가리 박살나 병원에 누워 있더라. 썩을 놈 ! 정신 차려야지. 언제까지 배달이냐. 배달은. 면 뽑는 기술을 배우던가...... "  다음날 나는 병문안을 갔다. 형 친구는 병실에 누워 있었다. 나를 보더니 방긋. 으하하하, 웃다가 이내 어디가 아픈지 으아아아, 했다. 그는 내내 으하하'와 으아아' 사이를 왔다갔다 했다. 중심을 잃고 갈팡질팡하는 쌍엽기처럼.  환자를 돌보는 가족은 아무도 없었다. 가족은 모두 사이비 종교에 빠져서 전 재산을 헌납한 후 모 기도원에서 공동체 생활을 하는 모양이었다. 형 친구는 그래도 방긋 ! 

 

" 내... 내, 내..가 벌써 사고만 4번 째'다. 배에에에.. 으아아아. 아프다. 배달이란 게 그런 거야. 제일 바쁠 때가 언제인 줄 아니 ? 내가 일하기 싫어할 때야. 비가 억, 억수로 내리는 여름날이거나 눈이 환장하게 내리는 겨울날. 그럴 때가 제일 바, 바쁘고, 힘들고, 위험해. 그래서 난 꽃 피는 봄이 좋았어. 제일 한가하거든. 다들 놀러 가잖냐.  가끔 억수같이 쏟아지는 빗속에서 오토바이를 몰다 보면 이러다가 교통사고 당해서 죽겠구나, 그런 생각이 들어. 늦게 도착하면 주문을 취소하거나 면발이 불었다고 욕을 하거든.... 무섭지만 그냥 전속력으로 달, 달린다. 장대비 내릴 때 달려봐. 하나도 안 보여. 그냥 눈 감고 달리는 것과 같어.....  "

 

듣는 내내 마음이 아팠다. 나는 수술 때문에 밀어버린 그 형의 머리'를 차마 볼 수가 없었다. 언제부터인가 대한민국 사회'는 < 속도 > 가 전부인 세상이 되었다. 전세계에서 인터넷 속도가 가장 빠른 나라가 되었고, 해외거주자는 대한민국의 당일 배송 시스템이 얼마나 놀라운 현상인가를 깨닫게 된다. 그리고 쇼핑몰 감상 후기에는 늘 배송이 빨라서 좋아요, 라는 기이한 리뷰가 올라오고는 한다. 어디 그뿐인가 ! 슬로우 푸드인 한식은 사실 페스트푸드인 맥도날드 햄버거보다 더 빠르게 나온다. 이 정도면 한식은 슬로우 푸드가 아니라 패스트 푸드보다 빠른 퀵 푸드'라 할 만하다.

 

 

 

 

 

 

 

 

 

 

 

 

 

 

 

 

 

▶ 오늘 구매한 책'이다. 모두 중고로 샀다. 차일드 44'는 워낙 명성이 자자한 터라 보자마자 골랐다. < 돈키호테 > 는 축약본으로 읽은 기억은 있으나 완역'은 읽지 못했다. 피로도 때문일까 ? 김훈의 문장이 서서히 지겨워진다. 그래서 < 공무도하 > 는 읽지 않고 있었다. 그래도 읽어야 할 소설'이다. 끝으로 < 호모 코레아니쿠스 > 는 그냥 구매했다. 아무 생각 없이......

 

 

사실 오늘 당일 배송으로 책을 받았다. 오후 2시에 주문장을 제출했는데도 불구하고 당일 배송이라는 메시지에 깜짝 놀랐다. 개인 퀵 서비스'도 아닌데 어떻게 당일 배송이 가능한 것일까 ? 배송 현황을 살펴보니 담당 택배기사의 동선이 표시되어 있었다. 내가 받아야 할 지점에는 210'이란 숫자가 찍혔다. 무엇인가 하고 자세히 들여다보았더니 내게 책이 도착하기 전까지 들려야 하는 곳이 무려 209곳이라는 뜻이었다. 갑자기 울컥 했다. 형 친구가 병상에 누워서 했던 넋두리가 생각났다.

 

책은 밤 10시가 넘어서 도착했다. 그는 다시 211번째 고객을 향해 달릴 것이다. 사탕을 준비했었는데 늦은 밤에 개가 하도 크게 짖어 정신이 없어서 못 전했다. 이 자리를 빌려 한 마디 하자. " 택배 기사님 ! 앞으로 피곤하시거든 저에게 도착할 책은 건너뛰셔도 좋습니다. 그냥 부재에 따른 미배송으로 신고해 주십시요. 다음날 받겠습니다. 농담 아닙니다. 하하하. " 오늘.. 자꾸 형 친구'가 생각난다. 소식이 끊긴 지 오래되었다. 앞으로 나는 배송이 빨라서 좋아요, 라는 병신같은 리뷰는 작성하지 않을 작정이다. 언젠가 대한민국도 배송이 느려터져서 씐난다요, 라는 리뷰가 올라오기를 기대해 본다.

 

 

 

 

 

 

+

그동안 나는 티브이'를 항상 티븨'라고 적었다. 브이'를 븨'라고 하면 뭔가 귀족적인 느낌이 든다. 백작이 된 기분이랄까 ? 그래서 태권 브이'는 항상 태권 븨' 라고... 으하하, 좋다. 그런데 고집이 지나쳐서 이젠 < 비 /rain >마저도 븨'라고 하는 지경에 이르렀으니. 한편 웅이네 가족은......     " 창밖을 봐. 븨'가 내린다. " 으하하, 좋다. 하여튼 < 븨 > 는 곰곰생각하는발이 개발한 문장이니 굳이 쓰시려거든 허락을 받고 쓰십시요.

 

지금 창밖에는 븨'가 내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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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na 2013-04-26 01: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한국을 떠나고 나서야
한국이 왜 배달의 민족인지 깨닫게 되었어요. ㅋㅋ (그 '배달'이 그 '배달'인진 모르지만..ㅋ)
여긴 배송도 느리고, 인터넷도 느리고, 배달음식은 피자, 중국음식 빼곤 없고.. (그래서 왠만한건 다 제 손으로 직접 만들어먹어야 해요 ㅠㅠ)
하지만 다 적응하기 나름이더군요. 그거 몇시간 빠르게 받아서 뭐 한다고
사람의 목숨이 왔다갔다 하도록 촉박하게 강요하는지.. 택배 기사님들이 목숨을 걸 정도로 고액을 받는것도 아니고요.
게다가 한국은 도로 사정도 안 좋고 오르락 내리락이 많은 지형이라 배달하기 더 어려울거예요.
예전에 무슨 피자를 30분 이내에 배송 못하면 돈을 안 받겠다는 광고를 보고 욕이 나왔어요. 결국 어떤 배달원이 아마 배달중에 오토바이 사고로 운명을 달리했다죠..

곰곰생각하는발 2013-04-26 01:38   좋아요 0 | URL
맞습니다. 젊은 친구 한 명이 겨울에 오토바이 몰다가, 30분 보상제 때문에, 교통사고로 사망한 적이 있었죠.

사실 한국인'은 원래 빨리 빨리 민족이전혀 아니었어요.

일본 놈들이 한국 침략하고 나서 했던 가장 대표적인 말이 " 느려터졌다 " 는 말이었거든요.

한국인은 절대 빠르지 않았어요. 농경사회이다보니 빠를 필요가 없었죠. 때 되면 나가고, 비오면 쉬고....

일본이 착취를 하기 위해서는 빨리 빨리를 가르쳐야 했어요. 그래서 게으름은 죄'인 것처럼 교육을 시켰고

그게 지금에 이른 겁니다. 이 빠름 중독은 일본의 잔재'예요...




Nina 2013-04-26 01:52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화투'도 그렇고 많은 나쁜 관습들이 일본의 잔재다 란 얘기를 저도 어디서 들은 기억이 있는데
참, 일본 무섭네요. 일본 지배하에 있던게 언제적 얘기인데 아직도 우리가 그 잔재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악습을 계속 유지해오다니.. 생각할 시간을 주지 않고 몰아치려다 보니 빨리빨리~ 가 입에 붙었나봐요. 지배하는 입장에서 아랫것이 생각을 한다는건 참 두려운 일일테니까요.
천천히 여유있게 하는건 결코 나쁜게 아니예요. 이노무 냄비근성을 없애줄지도. 게으름과는 다른데 말이죠.
제가 여기 와서 제일 많이 들은 말이 '넌 너무 빠르다. 말도 행동도. 좀더 여유있게 해라. 즐겨라.'였어요. 남들은 큰 수레바퀴 굴러가듯이 천천히, 하지만 스케일도 크게 여유로히 굴러가고 있는데 저 혼자 다람쥐 챗바퀴 돌리듯 작은 바퀴를 숨차게 굴려가면서 살고 있더라고요. 하지만 결과는? 다른 사람들이 저보다 더 많은걸 담을 그릇이 되었고 결과적으로 더 앞서나갔다는거죠. 바퀴 자체가 크니까,,

곰곰생각하는발 2013-04-26 01:57   좋아요 0 | URL
사실 제가 손이 무지막지하게 빠른 놈입니다.

군대 있을 때 k2소총 분해결합 시간 사단 신기록을 가지고 있습니다. 분해에서 결합까지 1분이 안 걸렸거든요. 이걸 엄청나게 자랑스럽게 생각했는데

지금 생각하면 미친 생각 같아요. 그거 빨라서 뭐합니까 ? 아니 총 분해 결합 하는 시간 빠르다고 뭐에 씁니까..ㅎㅎㅎㅎㅎ. 노동시간에 쥐20에서는 가장 많을 겁니다.

일하는 시간도 천문학적인데, 또 빨리빨리 일을 해야 해요...
과연 누가 제일 좋을까요 ? 저 기업주라고 생각해요.

우리가 < 생활의 달인 > 에 나오는 속도의 달인'을 경이롭게 보면 안 됩니다.
비판저 시선으로 보아야 해요...

빠른 기술이 좋은 기술이 아니며, 그것이 노동의 미덕이 아니란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끝으로 말죽거리잔혹사에나온 권상우의 그 유명한 말을...


대한민국 다 족구하라그래, 씨이..

Nina 2013-04-26 02:09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아니, 권상우가 그런 명언을 남겼단 말이죠? 그 영화 봤었는데도 기억이.. ㅋㅋㅋ
페루애님이 손이 빠르시다니 의외예요. '곰곰 생각하는 발'이라 해서 이미지가 침착하고 글씨도 막 공책에 연필로 꾹꾹 눌러가면서 곰곰 생각하면서 천천히 쓰실거 같은데, 막상 글도 정말 빠른시간에 휘날리듯 쓰시고 말예요 ㅎㅎ

생활의 달인은 많아져도, 장인은 나올수 없는 구조가 되어가고 있어 안타까워요 ..
달인이 보여주는 빠른 기술은 기계가 대신할수 있으니, 많은 부분이 다 기계화 되어가는거 아니겠어요. 그만큼 사람들의 입지는 좁아지고..

근데 전 알라딘 회원이 아니라 댓글이 달려도 표시가 안되니 불편하군요. 이건 뭐 회원가입해야 되는건지요. 저 누군지 알아보시겠어요? ㅋㅋㅋ

곰곰생각하는발 2013-04-26 02:23   좋아요 0 | URL
니나 님 아니세요... 아 비로긘으로 댓글 다시니 알림창이 안 뜨는군요. 허허...
새로 하나 가입하셥셔. ㅎㅎㅎㅎ.
농담이고요.. 왜 권상우가 싸울 때 이런 말 하잖아요.

대한민국 교육 다 좆까라 그래. 시발...

이걸 김애란은

대한민국 교육 다 족구하라 그래. 시발...

로 적었더라고요. 아마, 김애란도 우스개 어디서 주워들었을 겁니다. ㅎㅎㅎ


아.. 블로그 댓글창 닫아드었군... ㅎㅎ 열어두겠습니ㅏ.


metro318 2013-04-26 01: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일은 택배아저씨께 박카스라도 한병 드려야겠어요.

곰곰생각하는발 2013-04-26 01:41   좋아요 0 | URL
ㅎㅎ. 좋은 생각이죠. 제가 주문한 시간이 오후 2시였는데 만나야 할 고객이 210대가 너었습니다. 거리를 보니 동네 갯수만 70개는 되더군요... 힘든 일이에요. 늦게 배달되었다고 짜증을 내거나 신고하거나 그런 건 진짜 찌질한 짓인 것 같습니다... 반갑스비다요.

잇힝.. 메트로 님 누군가해더니 *** 님이었구나..ㅎㅎㅎㅎㅎㅎ 깜빡했네요..

Forgettable. 2013-04-26 02: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은 거의 매번 보고 있었는데 댓글은 처음인것 같은데.. 아니가; 여튼 술치매라 잘 모르겠습니당ㅋ 빠른 배송에 집착한 날도 없었던 건 아니건만, 아득하네요. 보내준다 해놓고는 날짜를 바꿔버리는 알라딘에 실망해서 갈아타놓고서는 이젠 배송날짜에 신경을 쓰지 않게 됐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약간 아이러니 ㅋㅋ

곰곰생각하는발 2013-04-26 02:18   좋아요 0 | URL
술 치매'란 것도 있군요 ? ㅎㅎㅎ.
저도 처음엔 배송일 집착했는데 이젠 아예 거들떠도 안 봅니다.
저번에는 다른 곳에서 받을 택배가 열흘이 지났는데도 그냥 생깠습니다.
당뇨 환자라면 인슐린 주가 택배가 당장 필요하겠지만
뭐 책이나 옷... 바로 필요하진 않잖아요. ㅎㅎㅎ
아예 신경 안 쓰니깐 훨 좋도라고요..ㅎㅎㅎ.
반갑습니다. 포님 !!

곰곰생각하는발 2013-04-26 03: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쓰고 보니 내가 마치 굉장히 착한 놈 코스프레를 했네...ㅎㅎㅎㅎㅎㅎㅎㅎ. 시부랄.. 이러면 안 되는데..ㅎㅎ.

Nina 2013-04-26 03:37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븨가와서 감상적이 되셔서 그런가봐요 ㅋㅋㅋ

곰곰생각하는발 2013-04-26 13:44   좋아요 0 | URL
오늘도 븨'가 오면 좋겠어요. 봄븨

나를 울려주는 봄븨. 언제까지 내리려나 봄븨.

밤비도 밤비' 구여운 밤븨...


뭔가 낭만적임...

마립간 2013-04-26 08: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거의 (초기에 잊어버릴 때를 제외하면) 항상 익일 배송을 클릭합니다. 음... 다른 알라디너도 그래 주었으면 하고 기대합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3-04-26 12:55   좋아요 0 | URL
음.. 그런게 있나요 익일'을 사전으로 찾아보았쓰니다..ㅎㅎㅎㅎ-_-
익일은 어느 날 뒤에 오는 날이군요. 그런 게 있었나요 ?
사실 제가 오래전에 알라딘하다가 한 달 전에 다시 알라딘에 터를 잡아서..
시스템이 좀 바뀌었더락요.... 그니깐 당일 배송하고 익일 배송이 있다는 말씀이시네요...'흠흠 다음에 참고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꾸벅..

아이리시스 2013-04-26 15: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수도권에도 당일 배송은 잘 안되고 있었나보네요. 저는 지방이라 언제나, 익일도 아니고 다다음날.. 거의 받게 되어서 급한 주문은 알라딘에 하면(그런 게 있을리가 없지만) 안온다는 걸 알고 있고, 그러다보니 한 번 더 망설이고.. 빨리 안받아도 되는데 빨리 온다고 하니까 기다리게 되는 그 믿음이 배반당하면 싫은 것 같아요.

곰곰생각하는발 2013-04-26 16:59   좋아요 0 | URL
아닙니다..ㅎㅎㅎ. 배송일 잘 지킵니다. 제가 한때 속초에 있었습니다. 눈이 오면 모든 차량은 미시령이나 한계령 넘기 힘들잖아요.
서울은 그래도 제때이지만 사실 속초 같은 지방은 교통사정상 어쩔 수 없이 지연되는 경우가 종종 있어요. 지금은 서울에 삽니다만... ㅎㅎ. 서울은 당일배송이더라고요. 놀랍기도 하고, 좀 씁쓸하기도 합니다.

봄밤 2013-04-30 11: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언젠가 태풍이 왔을 때 오늘 배송예정 입니다. 라는 문자를 받고 날씨가 험하니 다음에 오시라고 답장을 한 적이 있습니다. 그러자 전화가 왔어요. 그래도 그날 오셨어야 했나봐요. 그래도 그것이 위로였을까? 물으면 다시 아무것도 아니다 라는 대답이 돌아와요. 배송이 빠르다는 건 자랑할 만한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요. 어딘가, 무엇이 잘못되고 있다는 뜻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곰곰생각하는발 2013-04-30 12:53   좋아요 0 | URL
아주 크게 잘못된 거죠. 택배가 밤 10시 넘어 오다니요. 그분 얼마나 피곤하시겠습니까.
솔직히 책 바로 오면 바로 읽나요 ? 겉표지만 보다가..
전 읽을 책을 아직 백 권은 넘은 것 같아요. 욕심인 것 같습니다.
이젠 배송 늦는다고 항의하거나 그러지 않습니다. 부끄럽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