엽편소설 no.3

 

 

 

 

 

 

갈라파고스 트리몰리나 섬에서의 가마우지 낚시 !

 

 

나는 트리몰리나 군도 작은 섬에 살고 있는 " 오감바 쉼빠빠 " 에게 연락을 했다. " 굿 에프터눈, 미스터 오감바 쉼빠빠 !!! "  갑작스러운 전화에 놀랐는지 쉼빠빠'는 비명에 가까운 소리를 질렀다. 그 소리에 가마우지들이 꾸르륵 꾸르륵 소리를 질러대는 바람에 통화가 잘 들리지 않아서 나는 형식적으로 " 파인 탱큐 !  앤드 유 ? " 라고 했다. 오감바 쉼빠빠는 호탕하게 웃으며 한국말로 또렷하게 말했다. " 시부랄, 지랄 !!! "

 

오감바 쉼빠빠는 트리몰리나 섬에서 태어난 잘생긴 28살의 어부'다. 야생 가마우지를 길들여서 물고기를 잡는다.  훈련받은 가마우지 10마리를 줄에 묶어서 바다로 데리고 가면 가마우지들은 물 속으로 들어가 물고기를 잡아서 부리 주머니에 가둔다. 그러면 쉼빠빠는 그 물고기를 부리 주머니에서 빼낸다. 대신 가마우지가 좋아하는 삶은 고구마'를 먹이로 준다. 특히 트리몰리나 군도 가마우지들은 강원도 고랭지 고구마를 좋아해서 나는 싼 가격으로 매입한 후 오감바 쉼빠빠에게 비싼 가격으로 파는 것'이다. " 쉼빠빠 ! 원가보다도 낮은 가격으로 자네에게 파는 거야. 밑지고 파는 장사라네. 지난날에 대한 우정의 대가인 셈이지 ! "

                                

그러니깐 오감바 쉼빠빠는 내 거래처 사람이기도 했다. 내가 오감바 쉼빠빠를 처음 만난 곳은 강원도 속초'에서 였다. 불면증에 시달리던 나는 새벽 3시 자전거를 타고 시내 곳곳을 돌아다녔는데,  캄캄한 밤에 대낮처럼 밝은 곳이 있기에 달려갔더니 그곳은 바로 집어등 밝힌 오징어 배 선착장이었다. 그곳에 오감바 쉼빠빠가 있었다. " 오감바 쉼빠빠 !!! " 어부들은 쉴 새 없이 쉼빠빠'를 외쳤다. 쉼빠빠 ?  로봇찌빠도 아니고 쉼빠빠 ?  이름이 특이하여 누군가하고 살펴보았더니 이국적으로 생긴 쉼빠빠가 인상을 잔뜩 구부리며 담배를 피우고 있는 것이 아닌가 ?

 

검게 탄 피부에 양 미간은 川자로 깊게 골이 패여서 마초적인 인상을 풍겼다. 이때 다부진 충청도 어부가 참다참다 못 참고 소리쳤다.  " 에이, 씨발... 오감바 쉼빠빠 !  정말 그럴껴 ?  아니, 우리가 그런 사인겨 ? 정말 그런겨 ? 먼 말을 해봐. 우리가 그런 사인겨? 그려 안 그려 ?  "  쉼빠빠는 충청도 어부를 잠시 노려보다가 피식 웃으며 담배꽁초를 비벼 껐다. 일순 주위는 고요해졌다. 쉼빠빠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 배사매... 배사매무쵸. 꽈르토 매라샤 타쵸. 아무르 숑숑. 배사매, 배사매 무쳐...  "  아, 쉼빠빠는 정말 베사매무쵸' 원곡을 멋들어지게 부르는 것이었다. 어찌나 간드러지게 부르는지 주낙에 걸린 오징어'는 자신이 잡힌 줄도 모르고 흔들흔들 다리를 떨고, 오징어잡이 배에 재수 없게 걸린 뽈락은 뽈짝뽈짝 뛰며 춤을 추었다. 압권은 은갈치였다. 흐느적흐느적 몸을 흔드는 것이 하와이 훌라춤을 보는 듯했다. 여기저기서 브라보와 함께 박수 소리가 터져나왔다. 오징어는 인생의 마지막 먹물을 쏟아냈다.  그것이 나와 오감바 쉼빠빠의 첫만남이었다.

 

쉼빠빠를 다신 만난 것은 " 민정네 횟집 "에서 였는데,  쉼빠빠가 나에게 다가와 " 인디오 사람입니까 ? 저는  달콤쌉쌀한 씀바귀입니다. "  씀바귀 ? 달콤쌉쌀한 씀바귀 ?   나중에 알고 보니 오징어잡이배 어부들은 쉼빠빠에게 남미사람을 한국말로 씀바귀'라고 부른다며 거짓말을 한 것이었다. 그리고 멋쟁이는 달콤쌉싸래하다고 가르친 것이다. 그러니깐 저는 달콤쌉쌀한 씀바귀입니다, 라고 말하는 것은 안녕하세요. 저는 멋쟁이 남미사람이에요, 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 보아하니 내가 쓰고 있는 모자 때문인 것 같았다. 내가 쓰고 있는 털모자는 " 추요 " 라는 모자인데 남미 인디오 사람들이 쓰는 전통 모자였다. 모자는 출신 성분에 따라서 문양과 색깔이 달랐으며 사람들은 모자의 모양을 보고 계급과 직업 그리고 출신 지역을 파악할 수 있었다. 쉼빠빠는 추요'를 쓴 나를 보며 궁금해 하던 차였다. 그 이후 우리는 급격히 친해졌다.

  

" 우리 고향에서는 새가 물고기를 잡아유 ! "  " 새가 ? " " 응, 가마우지라는 놈인데 날지를 못한다 아닌교. 대신 잠수 실력이 대단해. 1분 넘게 잠수를 해서는 10미터도 넘는 곳을 파고 들어가 고기를 잡는다니깐. 선수야! 선수 !  그러면 우리는 그 싱싱하고 커다란 물고기'를 주둥이에서 빼내는 대신 고구마를 준당께 ! 그러면 가마우지는 그라시아스 그라시아스 하며 넙죽넙죽 받아먹고는 해부러. " " 자네 나라 포획 방식은 잔인하군 ! 줬다 뺐는 놈이 제일 치사하잖아. "  " 그게 잔인한겨 ? 으메, 시부랄 ! 잔인한 것은 자네 나라랑께. 우린 먹을 만큼만 잡지만 한국인은 먹지도 못할 만큼 많은 양을 잡는다 아닌교. 어디 그뿐이야 ? 쌍끌이 어망으로 바다 밑바닥까지 쓸어담잖아. 그놈의 명태는 무슨 죄를 지었는지 말려 죽이고, 얼려 죽이고, 그것도 모자라 죽은 것을 방망이로 때려 죽이기까지 하더구만. 얼라들 무신 죄를 지었다고 고로코롬 박대한당께. 그려 안 그려 ?  " ( 쉼빠빠'는 한국어를 충청도, 경상도, 전라도 어부'에게 배웠다. )

 

" 오, 쉼빠빠 ! 나의 아디오스 아미고. 한나라당 당원에게 쥐도 새도 모르게 죽을 운명의 오, 감, 바, 쉼, 빠, 빠. 이 땅에서 대한민국을 욕하는 외국인 노동자'는 쥐도 새도 모르게 죽음을 당하지. 자네가 말하는 말려 죽이는 고문보다 더 잔인하게 말이야. 이 땅은 백인과 미국 말을 하는 종족 이외에는 전부 " 하빠리 " 라고 생각한다네. 이게 우리의 천박한 민족성이지. " 나는 쉼빠빠에게 알기 쉽게 설명을 했다. 쉼빠빠의 양 미간에 새긴 내 천 자'가 더욱  선명하게 도드라졌다. " 음마, 시부랄 ! 오금이 저리는구마. "

 

쉼빠빠는 잔인한 오징어 포획 방식을 견디지 못하고 다음해  고향으로 돌아갔다. 우리는 그를 배웅하기 위해 속초 여객선 터미널로 모였다. 충청도 어부가 울먹이며 " 우리가 그런 사인겨 ? " 라며 베사메무쵸' 를 신청했으나 쉼빠빠는 베사메무쵸 대신에 톰 존스의 " sex bomb " 를 열창했다. 그가 섹스 밤, 섹스 밤'을 부를 때는 엉덩이를 앞뒤로 심하게 흔들었다. 충청도 어부가 눈물을 훔치며 말했다. " 자넨, 정말 달콤쌉싸름한 씀바귀야 ! 근데 남사스럽게 대낮부터 섹스 밤이 뭐여. 사내대장부인 자네가 계집년들 몸 냄새가 그리운겨 ?  여자라믄 콧방귀도 안 뀌더니 맘이 바꼈남 ? " 쉼빠빠가 말했다. " 그라시아스 !!! 아저씨는 한들한들 코스모스야 ! 섹스 밤이 아니라 섹스폰이어유 ! 섹스폰 섹스폰 당신은 나의 섹스폰. "  이렇게 해서 씀바귀와 코스모스는 작별을 고했다. 우리는 어부 일행과 헤어지고 나서 인천 공항으로 향했다.

 

 

 

 

 

공항에서 그는 악수 대신에 섹스 밤을 간드러지게 부르던 혓바닥을 내 목구멍 깊숙이 집어넣고는 쪽 쪽 빨아댔다. " 오, 쉼빠빠 !  당신 게이였어 ? " 쉽빠빠가 웃으며 간단하게 말했다. " 응 ! "  쉼빠빠가 말을 이었다. " 언제 한 번 내 고향에 놀러와유 ! 걱정 말랑께. 느그들 엉덩이 노리지는 않는다 아이가 ! 일하는 가마우지 보고 싶지 않아유 ? 우리는 말려서 먹을 만큼 넘치게 잡지 않는다네. 그때 그때 먹을 것만 가져간당께. 그게 자연의 법칙이야. 안녕, 아디오스 아미고... 아모르, 아모르. "

 

쉼빠빠'는 오늘도 갈라파고스 군도 트리몰리나 섬에서 가마우지 낚시를 한다. 직업은 어부다. 그의 아버지 < 날마다까진무릎 > 은 섬 마을 처녀 < 오줌누때휘파람소리 > 와 통정을 해서 < 어쩌다낳은한숨 > 을 낳았다. 그가 바로 쉼빠빠'다.

 

 

 

 

 

 


댓글(8)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새벽 2013-08-23 0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섹스 밤.. 요 노래 좋아합니다.
이은미도 잘 부르더라구요.

곰곰생각하는발 2013-08-23 01:03   좋아요 0 | URL
오, 이은미도 불렀나요 ? 함 찾아봐야지..ㅎㅎㅎ.

Beholder 2013-08-23 02: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첫 글이 훨씬 가볍고 산뜻했어요. 쉼빠빠가 이주노동자로 노동 착취에 대한 한이 많았었나요? 글이 자꾸 첨언되는 걸 보면..
엽편소설은 어디로?? ㅎㅎ
I

곰곰생각하는발 2013-08-23 02:17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ㅎ... 역시 욕심이 과했군요. 자꾸 웃긴 코드를 넣다가 망친 것 같습니다.

yamoo 2013-08-23 14: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발님에게 페이퍼 발행을 요청합니다. 소설 말구 재밌는 사회비판 글을 부탁드려요. 발님의 발군의 사회비판의식의 글을 마지막으로 읽은지가 오래되서 막 페이퍼를 기대하는데, 올라오는 글들이 대부분 소설비스무리한 글들이라....
거 머시냐, 박카스 국토대장정 신랄하게 까셨던 글...그런 글이 요즘 매우 고프네요. 알라딘 서재에서 그런 글을 쓸 수 있는 분은 발님밖에 없다는 생각이 스쳐....그래서 요청하는 바입니다. 원고료는 추천 백만개^^;;

곰곰생각하는발 2013-08-23 14:57   좋아요 0 | URL
정말입니까 ? 제가 사실은주로 사회비판글인데 쓰면 알라디너들이 싫어하더라고요.
ㅎㅎㅎㅎㅎ. 그래서 여기는 사회비판 글 올리지 말고 문학 비스무리한애기만 해야 되는구나 했습니다.

히히 2013-08-25 23: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우성과 우성이 만나면 열성이 나온다는 결론? ㅋㅋ

'정은 늙지도 않아'에서
옆집 젊은 영감이 혼자 사는 늙은 할멈을 덮치는데
오히려
"고맙네"라고 하더이다.
오래되서 그 장면만 남아있네요.

곰곰생각하는발 2013-08-26 00:30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ㅎ... 고마울 때가 있죠.
간절히 바라는데 말은 못할 때
상대방이 먼저 말하면 고마워지죠.
서로 눈치만 보고 있는데 먼저 " 나랑 잘래 ? " 라고 말하는 것처럼..
그땐 고맙더이다...ㅎㅎㅎ
 

 

 

 

코가 비뚤어지게 술을 마시다.

 

 

< 코 > 가 비뚤어지게 술을 마시다, 란 상투어'를 좋아한다. 절묘하다. " 비뚜름하다 " 는 코와 연결이 될 때 시너지 효과'가 발생한다. " 눈이 비뚤어지게... " 라거나 " 입이 비뚤어지게... " 는 뭔가 어울리지 않는다. < 눈 > 은 " 사납다 " 거나 " 흘기다 " 란 단어와 어울리고, < 입 > 은 " 틀어지다 " 와 어울린다. 같은 이유로 < 코가 사납다 > 거나 < 코가 틀어지다 > 는 뭔가 맹숭맹숭하다.  곰곰 생각하는 지랄'이 도져서, 나는 어제 술을 마시면서 내내 그 생각'을 했다. 왜, 술을 마시면 코가 비뚤어질까 ?  ( 비뚤어지게 보이는 것일까 ) 일리 있는 표현일까 ?

 

생각해 보니, 코는 < 얼굴의 중심 > 이다. 그리고 가장 돌출된 부분이다. 개인적 취향인지는 모르겠으나 나는 사람을 처음 만나면 제일 먼저 상대방 코'가 보인다. 관심 있게 보는 부위가 아니라 내 시각적 기능은 기계적으로 코에 포커스'를 잡는다. 내 눈에서 발사된 포커스 아이콘은 코에 붙는다. 아이코 !! 그러니까 코는 중심 가운데에서도 중심'이라 할 수 있다. 바로 이 지점에서 < 코가 비뚤어지게 술을 마시다 > 는 절묘하게 맞아떨어진다. 비뚤어지다'라는 단어는 " 한쪽으로 기울어지거나 쏠리다. " 라는 뜻인데 이 말은 중심에서 벗어났다는 의미'다.

 

결국 < 코 > 는 술에 취해서 중심을 잃고 흔들거리는 꼴'을 표현하기 위해서 간택된 것이다. 누가 이런 표현을 사용했는지는 모르겠으나 정말 절묘한 문장력이 아닐 수 없다. 내가 뜬금없이 < 비뚤어진 코 > 에 대해 장광설을 펼친 이유는 내가 어제 코가 비뚤어지게 술을 마셨기 때문이다. 심지어는 술을 마시다가도 코가 비뚤어졌을까 봐 화장실 거울'을 유심히 볼 정도였다. 1차 - 아직은 괜찮군 ! 2차 - 아직은 괜찮군 ! 3차 - 아직은... 아, 코가 삐둘어졌다 ! 문제는 새벽에 술을 마시고 돌아와서는 블로그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면서 " 결혼합시다 ! " 라는 덧글'을 남겼다는 것. 맙소사 !

 

정확한 수치는 모르겠으나 서른 명이 넘는 것 같았다. 이만저만 팔만이 아니다. 덧글 테러를 당한 분 중에는, 아.... 남성'들도 다수 있었다. 얼마나 황당했을까 ? 이 자리를 빌어 사과 말씀 올린다. 내가 핸드폰을 없앤 이유가 술만 마시면 이 사람 저 사람에게 전화를 하는 못된 버릇 때문이었다. 입력된 번호 순서대로 전화를 거는 것이다. 이 모습이 꼴도 보기 싫어서 핸드폰을 없애버린 것인데 이 버릇이 교묘하게 덧글 테러'로 이어졌다. 아, 진짜 하늘이 무너질 것 같다. 내가 덧글로 프로포즈를 한 명단에는 50대 주부'도 있고 60대 할아버지도 있다. 아, 아아아아.....

 

앞으로는 코가 비뚤어지게 술을 마시면 안 될 것 같다. 어제 저지른 흔적들을 찾아 지우는 과정에서 이상한 글도 발견했다. 메모장에 쓴 글인데 기억이 나지 않는다. 다음과 같다. 

 

널 좋아해서

난 종로에서

온종일 서서

널 기다렸어

온종일 서서

비가 내렸어

 

라임을 맞춘 것을 보면 노래 가사 같기도 하다. 술에 취하면 래퍼'가 될 욕심으로 랩 가사'를 쓰는 버릇이 있으니 말이다. 라임도 적당히 넣어야지 운이 사는데 저 문장은 거의 강박적으로 라임을 줬다. 하여튼 이 자리를 빌어 다시 한 번 사과 말씀 올립니다. 산도적 같은 놈에게 억울하게 첫 프로포즈'를 강탈당한 여성분들에게 사과 말씀 올립니다. 그리고 충북 음성에 사시는 60대 할아버지 죄송해요. 저 게이는 아닙니다 ! 거듭 거듭 사과드립니다.  

 

 

 

 

 

 

 


댓글(1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비로그인 2013-08-22 20: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곰곰발님의 족적이 화려할 거라는 미신(아름다운 믿음^^)은 이미 당대를 초월한 레전드급이니 두말 않겠습니다만,,
다만, 곰발님 영역에서 함부로 까불어도 이심전심의 아량으로 눈감아주실 거라는 미신(아직 덜 된 믿음)이 확신으로 바뀌게 됨을.......ㅎㅎ

곰곰생각하는발 2013-08-22 20:11   좋아요 0 | URL
아휴.. 그럼요. 제 주제에 버릇없다, 이런 말 할 처지가 아닙니다.
막 오셔서 까불어도 됩니다. 터치 안 하겠습니다.
도대체 결혼하자, 는 멘트는 도대체 어떻게 만들어진 문장인지 모르겠네요.
전혀 모르고 있다가 그냥 우엲 내가 쓴 덧글이 보이더랍니다. 어라 ?! 내가 글을 썼나 ? 하고 봤더니 이런 망국적 덧글이...

Forgettable. 2013-08-22 22: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체 내겐 왜 결혼하지 않은거냐며 발끈!! ㅋㅋㅋㅋㅋ
코가 비뚤어지면 빨개지니까/ 코 빨개질때까지?

곰곰생각하는발 2013-08-22 22:32   좋아요 0 | URL
결혼합시다, 당장 !!!

Nina 2013-08-23 01: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청혼 댓글에 다들 어떤 반응을 보이셨을지가 더 궁금해요 ㅋㅋㅋㅋㅋㅋㅋ

곰곰생각하는발 2013-08-23 01:08   좋아요 0 | URL
그냥 웃더군요. 가끔은 성질내는 분도 있었어요. 절반은 저도 처음 보는 분들입니다. 그냥 랜덤으로 들어가서 제가 청혼을 했더군요....

조선인 2013-08-23 08: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랜덤 청혼이라니... 쿡쿡쿡

곰곰생각하는발 2013-08-23 16:45   좋아요 0 | URL
부끄럽습니다.

히히 2013-08-25 22: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저는 말입니다.
처음은 아버지의 술이 싫어 거부했고
다음은 개떡같은 이성이 막아섰고
결국엔 몸이 받아주질 않아 기사노릇만 하는 신세가 되었습니다.
중년에 접어드니 술을 빌어
청춘의 객기도 부리고 소녀의 어린냥도 살랑이고 뼛속까지 여자인 척 해보고 싶기도 합니다.
끝모를 나락으로 빠져들어 어째볼 수 없는 무력감에
엉엉 우는 것은 술때문이라고 철판을 깔고도 싶습니다.
노력은 하고 있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3-08-26 03:50   좋아요 0 | URL
술 좋습니다. 술이 술술 넘어갈 때는 이상하게 기분이 좋아요.
그리고 여자가 술을 솔솔 마실 때도 좋아합니다.
술 잘 마실려면 건강해야 될 것 같아요...
 

 

조각 글 모음

 

 

 

 

■ 봄날은 간다. 2012/05/01.

 

봄날이다. ,  숭숭하다. 벚꽃이 이렇게 아름다운지 예전에는 미처 몰랐다. 봄볕 때문이리라.  말랑말랑한 날것의 향에 취한 까닭이다. 문득 오래 전 풍경이 하나 떠올랐다. 그날도 봄날이었다. 광명 시장 근처 식당이었다. 맛은 있지만 복작거리는 식당보다 맛은 없지만 한가한 식당을 선호해서 이리저리 둘러보다가 허름한 삽겹살 식당으로 자리를 잡았다이때 한 남자가 들어왔다. 시각장애인이었다. 그는 시각장애인용 지팡이 끝으로 바닥을 두드려대고 있었다. 더듬거리는 모양새로 보아 시력을 완전히 상실한 사람 같았다.

 

그는 자리에 앉자마자 삼겹살 2인분을 시켰다. 식당에서 도우미의 도움을 받으며 식사를 하는 시각장애인을 본 적은 있으나 이렇게 혼자 식당을 찾는 사람은 처음 본지라 호기심이 생겼다. 나는 자주 뒤를 돌아보았다. 그와 함께 한 동행자가 있으리라는 판단 때문이었다. 하지만 아무도 없었다. 그는 혼자서 식당을 찾은 것이다. 불판이 올려지고, 상추 그릇이 나오고, 양념장과 마늘, 고추, 겉저리 등 밑반찬들이 차례로 상 위에 차려졌다. 도대체 앞이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 쌈을 싸 먹을 수 있을까 ? 고기를 집다가 손을 데이면 어떡하지 ? 내 신경은 온통 그 사람에게 쏠렸다. 불판 위에 고기가 지글지글 소리를 내며 타고 있었다.

 

남자는 고기가 익을 때까지 기다리고 있었다. 귀를 쫑긋 세우고 코를 벌름거리면서 말이다. 이때 식당 주인이 와서 손님의 손을 잡고는 테이블에 놓인 그릇의 위치를 일일이 가르쳐주었다. 여긴 상추 그릇, 상추 그릇 다음엔 파무침, 파무침 그릇 다음엔 양념장, 양념장 아래엔 겉절이, 겉절이 옆 그릇은 마늘, 마늘 옆에 싱싱한 고추, 고추 옆엔 공기밥이지만 공기는 없어요. 호호호. 그리고 그 옆엔 김치와 된장 찌개가 있답니다. 이제 곧 고기가 다 익어가니 드셔도 좋아요 ! ( 고기는 여주인이 잘랐다. ) 남자는 조심스럽게 손을 더듬거리며

 

1. 상추 그릇을 찾았다. 그는 상추 한 잎을 손 위에 놓았다. 그리고는

2. 오른손으로 젓가락을 집어 달구워진불판 모퉁이에 나란히 놓인 고기를 올렸다.

3. 젓가락을 놓더니 숟가락을 집었다.

4. 밥도 조금 올렸다. 다시

4-1. 숟가락을 내려놓고 젓가락을 집었다. 손은 다시 테이블을 더듬거리며

5. 마늘과 양념장을 찾았다. 쌈을 싸는 데에만 5분은 족히 걸린 것 같았다.

 

보는 내내 아슬아슬했다. 하지만 그는 이 모든 일을 혼자 해냈다.  얼굴은 행복해 보였다. 그가 드디어 쌈을 입에 넣었다. ,  있군요 ! 그가 허공에 대고 혼잣말을 했다. 아마도 식당 주인에게 하는 말 같았다. 여자는 방긋 웃었다. 그렇게 그는 혼자서 오랫동안 쌈을 싸 먹었다. 나는 행여 그릇을 엎어 주위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을까 조심스러워 하는 남자의 겸손함을 바라보았다. 캄캄한 어둠 속에서 그는 그렇게 혼자 자신이 해야 할 일을 했다. 그는 쌈을 싸서 먹을 때마다 웃었다. 정말 맛있게 먹었다. 그는 그릇에 담긴 모든 음식을 비운 후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는 더듬거리며 정산 테이블로 가 계산을 치르고는 여 주인에게 감사의 말을 잊지 않았다. 오늘... 고기 맛이 일품이군요. 겉절이도 짜지도 않고 달지도 않고 맛있습니다. 공기밥엔 공기가 없어서 아쉬웠지만 그럭저럭 좋았습니다. 된장 찌개도 맛있어요. 모시조개를 넣으셨나요 ? 모시조개와 청양고추가 들어가니 시원하고 칼칼한 맛이 좋아요. 그는 그렇게 말하고는 가게를 나섰다. 사내가 나가자,  나는 급히 주인에게 자초지종을 물었다. 주인은 말했다.  " 같은 건물 4층에서 일하는 안마사’예요. " 

 

일주일에 한 번은 꼭 이곳에 들려서 혼자 고기를 드시고는 합니다. 네에 ? , 가족 없이 혼자 사시나 봐요. 단골이세요. 호호. 남의 시선을 가장 많이 의식하는 사람이 누군지 아세요 ? 바로 장님이에요. 앞을 못 보는 사람은 늘 단정하게 옷을 입지요. 제 주위에도 그런 분이 계시는데 사는 집이 무척 깨끗하더군요. “ 곰곰 생각하니 주인이 하는 말이 옳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날 내가 본 것은 어떤 숭고한 < 몰입 > 이었다. 그는 오직 맛을 느끼기 위해서 자신이 가진 모든 감각을 쏟은 것이다. 고기가 불판 위에서 익어가는 소리를 감지하고, 그 중 가장 맛있게 익는 소리를 찾고, 젓가락으로 온 힘을 다해 마늘 한 조각과 고추 한 조각을 집으려는 그 숭고한 몰입. 오직 그 생각 하나 !

 

 

봄날이다. ,    숭숭하다. 연애 한 번 못하고 봄날이 지나가는 것 같다. 오늘 밤 자주 그 남자가 생각난다. 그 남자의 손 끝, 몰입. 행복하게 웃던 모습. 캄캄한 어둠 속에서, 지독한 고독을 날마다 씹으면서도 웃을 수 있는. 그 남자의 숭고한 절망.

 

 

 

 

만물지 ( 37 ~ 38 ) 2011/06.

 

37.  경기도 부평 여자, 텃밭에 뿌린 아스피린.

 

주말이 되면 여자'는 텃밭에 가서 묵묵히 일을 한다. 여자는  그곳에  콩, 도라지, 고추, 옥수수, 토마토'를 심었다. 한해 농사'라지만  수확량은 6살 아이들 소꿉놀이처럼 초라했다.  " 자식들은 다 커서 자기 살 길'을 찾아 떠났으니 너희들이 내 새끼려니 한단다. " 그녀는 가끔 욕실 수납장을 열어서 유통기간이 지나버린 종합영향제나 아스피린 같은 가정 상비약'을 챙겨 텃밭으로 향한다. 그리고는 잘 빻아서 물에 섞어서 뿌려준다고 한다. 잘, 자라라. 자라는 너희들은 내가 배 아파서 낳은 자식 같구나. 아프지 말고 잘 자라라. 그녀의 이 믿음이 어떤 근거에서 비롯되었는 지는 아무도 모른다.

 

 

38.  사회면 기사  :  한강,  19살 소녀.

 

19살 꿈 많은 소녀'가 한강에서 뛰어내려 자살했다. 한강 다리 위에 놓여진 것은 핸드폰이 들어있는 가방 하나가 전부였다고 한다. 유서도 없었고, 마지막 친구와의 통화도 없었다.  소녀는 한강 다리 위에서 깊고 어두운 강을 바라보았다.  경찰은 힘든 생활고'가 자살의 원인이 아닌가 추측했다. 부모 없이 자란 소녀는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서울로 상경하여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월 80만 원의 급여를 받고 30만 원짜리  고시원' 생활을 했다고 한다. 1.5평의 온기 없는 삶. 돌 돌 돌,  누에처럼 몸을 말아 이 긴 밤을 보내야 하는 고된 삶.  이 빈곤이, 희망 없음이, 외로움이 소녀를 죽음으로 내몬 것이다.

 

  

 

 

 

■ 파리와 사귄 적 있다. 2013/02/28

 

이런 고백이 우습게 들리겠지만 나는 파리'와 사귄 적이 있다. 파리지앵과 사귀었다는 것이 아니라 말 그대로 파리'와의 교감을 나눈 적이 있다. 농담으로 하는 소리가 절대 아니다. 한계령 너머 강원도 첩첩산중 모텔에서 1년'을 혼자 산 적이 있다. 내 인생 가장 어두운 날들이었다. 잠시 죽을까도 고민했다. 별별 생각을 하다 보니 문득 내가 죽고 난 다음의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짐 크레이지의 < 그리고 죽음 > 을 읽은 탓이다. 내가 죽고 나면 몰려들 파리와 구더기'를 생각하니 몸서리가 났다. 시발... 파리들 ! 죽을 때까지도 눈엣가시'로구나.  탁상용 시계를 샀다. 내가 죽은 지 3시간 후면 울리도록 설정을 했다. 자, 이제는 우리가 헤어져야 할 시간, 다음에 다시 만나자. 안녕, 지구 ! 그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중국산이면 엉터리 시계는 아닐까 ? 혹시... 울리지 않는 것은 아닐까 ? 알람이 울리는 것을 확인하기 위해서 나는 기다리기로 했다. 3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하지만 그 사이 나는 잠이 들었다. 모든 감정에는 임계점이라는 것이 있다. 임계점이 지나면 다시 평온이 찾아오는 법이다. 아마도, 그때 잠들지 못했다면 나는 죽었을 것이다.  

 

*

 

늦가을이었다. 파리 한 마리'가 천장에 죽은 듯이 붙어 있었다. 겨울에 가까운 가을이었으니 파리'가 아직도 있다는 것이 신기했다. 모텔 방이 따스해서 아직도 늦여름이라고 착각한 것이다. 당시 나는 사무치도록 외로웠기 때문에 침대에 누워서 천장에 붙어 있는 파리를 오랫동안 바라보며 이런저런 생각을 했다. 그렇게 며칠이 지났다. 여전히 파리는 방 안에 있었다. 늙은 파리였다. 내가 가까이 가도 파리는 경계 반응 속도가 느렸다. 안쓰러운 생각이 들어서 마트에서 횟감을 사다가 한 덩어리'를 파리에게 던져주었다. 파리는 얌얌... 맛있게 먹는 것처럼 보였다. 기운을 차렸는지 이리저리 몸을 비비며 움직였다. 그렇게 우린 친구가 되었다. 파리는 그렇게 다시 며칠을 더 버텼다.  

 

며칠 서울에 내려가야 했다. 사소한 문제로 재판이 진행 중이어서 법원에 출두를 해야 했다. 서울 내려간 김에 친구도 만나고, 올라오는 길에 강릉에 들려서 후배'도 만났다. 그렇게 며칠이 지난 후 달방으로 돌아왔다. 그때 잊고 있었던 생각이 났다. 파리, 그래 파리 ! 모텔 객실이라는 것이 그렇다. 창문 닫고 객실 문 닫으면 빠져나갈 구석이 없는 곳이다. 며칠 굶었을 생각을 하니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런데 파리가 보이지 않았다. 나중에는 파리를 불러보기도 했다. " 데이빗 ! 데이빗 ! " 내가 파리에게 지어준 이름이었다. 침대 옆을 살펴보기도 하고, 에어콘 위를 살펴보기도 했으며 티븨 뒤도 샅샅이 뒤졌으나 파리는 보이지 않았다. 갑자기 울컥해졌다. 다시 나 혼자라는 느낌이 몰려왔다. 이젠 완벽하게 나 혼자구나. 그날 밤 꿈을 꿨다. 몽정을 했다. 


댓글(16) 먼댓글(0) 좋아요(1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2013-08-21 10: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8-21 14: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히히 2013-08-21 12: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울까 말까 -이종택

사과 껍질 벗기다가
손가락을 베었다.
피는 조금 나지만
겁은 더 난다.
울까 말까 피가 괸다.
울까 말까 울까
새발간 핏 발울
그런데 그런데......
울려도 집에는 아무도 없다.

동네한바퀴 운동하러 나갔다가 발을 헛뒤뎌 무릎에 생채기가 났는데
꼬꾸라진 채로 엉엉 소리내어 울기도 하였네요.
가끔씩은 속으로 끙끙대다가 괜한것에 트집을 잡고
울분을 토해내고 싶답니다.

찌릿하니 좋으네요.
슬픔이 차라리 힐링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3-08-21 14:03   좋아요 0 | URL
피는 조금 나지만
겁은 더 난다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정말 기막힌 한 수네요. 겁은 더 난다, 라...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Forgettable. 2013-08-21 13: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깔끔한 단편소설 몇편을 본 기분이네요. 수요일이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니 하루가 길어요. 좋은 하루! ^^

곰곰생각하는발 2013-08-21 14:05   좋아요 0 | URL
엽편이라는 형식도 있더군요.
초단편을 엽편 소설이락 하는데 이 분야에서는 성석제'가 꽤 웃깁니다.

iforte 2013-08-21 22: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파리라고 하길래 프랑스 파리를 생각했지 설마 그 파리일줄은... 전 귀신과 동거해봤는데. 실제 귀신이 아니라 제가 만들어낸 귀신이었지요. 혼자 사는데 밤에 하도 무서워서 그냥 생각했어요. 이 귀신은 참 예쁜 처녀귀신일꺼라. 그랬더니 정말 너무 이쁜 소녀귀신이 보이는듯 '생각이 드는'거예요. 그렇게 자꾸 생각했더니 얘가 겁이 없어져가지고 나중에는 침대 발치에 앉아서 절 쳐다보기도하고, 책상에 앉아 공부하는 나를 어깨너머로 가만 바라보기도하고.. 뭐, 실제 보이는게 아니라 맘속에서 보이는거라고요. 어쨌든, 실체를 부여해주고나니 귀신에대한 공포는 없어지더이다. 그렇게 한달 살다가 완전히 공포가 없어지고 시시해질무렵 다시는 소환하지 않았어요. 그렇게 우리의 동거는 끝나고...

학기 시작하자마자 첫날부터 넘 힘들었는지 감기몸살에 걸렸네요. 넘 아파서 화가나는 중이라는....

iforte 2013-08-21 22:41   좋아요 0 | URL
아, 왜 처녀귀신이었냐하면... 총각귀신은 미디어에서 본적이 없어서 어떻게 생겼는지 도저히... 상상력 빈곤이라 봐야겠죠. 아님 주변에서 실제로 상상의 모범이 될 잘생긴 총각 모델을 볼수없었다거나...

2013-08-22 03: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8-22 13: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8-22 18: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8-22 20: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새벽 2013-08-22 18: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봄날은 간다, 얘기가 참.. 좋네요. 저도 읽으면서 존귀한 몰입을 체험했습니다.

패밀리 레스토랑도 한 달 급여가 80만이군요. 그 비싼 음식값에 종사자들에게 박대라니.
예전에 타워팰리스인가 하는 곳 근처에서 몇 달 프로젝트를 수행한 적이 있습니다.
그곳 바로 옆의 패밀리 레스토랑은.. 거의 망하기 직전이더라구요.
저급하다고 주민들이 찾질 않는다고 합니다. 그때 우리 팀 같은 사람들이나 종종 회식 겸 가고..
참 여러 가지 생각하게 되더라구요.

파리 수명은 두 달 정도라고 들었는데.. 그래도 데이빗은 어디선가 편히 갔겠지요..

곰곰생각하는발 2013-08-22 20:21   좋아요 0 | URL
저거 2년 전 뉴스에서 듣던 거옜어요. 80만 원 받고 30만원 고시원비 내요, 핸드폰비 내면 희망이 없잖아요.
참.. 아프더라고요. 원래 자살히기 전엔 사람들에게 문자를 남긴다고들 하는데 저 소녀는
그런 자살자의 전형적인 행동을 하지 않았다고 해요.
전화를 걸 친구도 없었다고 말입니다. 정말 마음 아프더라고요..

새벽 2013-08-23 00:52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참.. 정말이지 막막했나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3-08-23 01:04   좋아요 0 | URL
네, 정말 막막했나 봐요. 제가 알기론 부모도 없었어요. 할머니가 키웠다고 하네요. 남동생 하나 있었답니다.
서울에 올라와서 첫 일을 한 게 패밀리레스토랑이었나 봐요. 돈이 없으니 고시원 생활을 했고요... 정말 마음이 많이 아팠어요..
 

 

 

 

 

 

우울증'에 걸린 한국 사회.

 

나는 경상도 사람으로 태어나지 못한 것을 아쉬워하는 편이다. 하지만 전라도 사람으로 태어나지 못한 것을 행운'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부모님 고향은 충남과 충북 출신이시지만 그렇다고 내가 국가에서 발급하는 주민 번호에 충청도를 의미하는 지역 번호'를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나는 자랑스러운 서대문 ○○ 조산원 출신'이다. 나를 담당한 산파 ○○○ 씨는 2840명을 받았고 그 가운데 284명은 사산이거나 돌을 지나지도 못하고 죽었다." 건강하게 태어났어예 ! " 당시 젊은 조산원이었던 그녀는 막 태어난 내 발목을 잡아 거꾸로 세운  후 손으로 엉덩이를 때리며 엄마에게 말했다. 그 후 나는 그 조산원이 쓰던 말투가 대구 사람들이 사용하는 사투리'라는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 엄마는 힘겹게 말했다. " 고마워유 ! "   

 

내가 만약에 다음 생'에 다시 태어나 자유롭게 출생지'를 선택할 수 있다면 경상도 사람으로 당당하게 태어나고 싶다. 이왕이면 대구 사람으로 말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신랄하게 경상도 사람들에 대한 비판을 가하고 싶기 때문이다. 타 지역 사람이 경상도 비판'을 하면 지역 갈등을 조장한다고 하니 이럴 바엔 차라리 경상도 대구 사람으로 태어나서 신나게 내 출생지'에 대한 빅엿'을 날리고 싶다. 이 글 서두를 읽고서 곰곰생각하는발 씨의 신비로운 성장 스토리'라고 생각했다면 이 자리를 빌어 유감을 표한다. 당신이 그토록 싫어하는 정치 이야기'이다. 정치인이 청와대에서 축구 찬 얘기하려다가 참는다.

 

대한민국에서 민주주의'는 가능한가, 라고 묻는다면 지금 상황을 보면 no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각하가 그 사실을 증명했고, 지금은 국정원이 그 사실'을 말해준다. 이토록 뻔한 증거들 앞에서도 발뺌을 하며 당당하게 소리치는 것을 보면 민주주의'는 실종된 것 같다. 어제 뉴스'는 꽤나 충격적이었다. 모 시립소년소녀 합창단 단원들이 체 게바라' 얼굴이 그려진 티셔츠를 입고 공연을 했다고 해서 책임을 물어 지휘자를 중징계 하기로 결정했다는 기사였다. 옷을 자유롭게 입을 자유마저 없다는 것인가 ? 그런 식의 논리라면 총'이 그려진 티셔츠를 입은 사람은 무기 소지죄'로 다스려야 하고, 사탄이 그려진 헤비메탈 옷은 사이비 종교 유포죄'로 처벌을 받아야 한다. 그렇지 않은가 ? 

 

대한민국은 통일이 되어야 비로소 민주주의'가 이루어진다라는 한탄을 모 알라디너 블로그에서 읽은 적이 있다.  좋은 소리'가 아니다. 비아냥거리는 소리'다. 정당한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들을 무조건 종북 좌파'라는 이름으로 자신이 저지른 죄를 덮으니 아예 북한이 망하고 통일이 되면 더 이상 종북 좌파들이 알전구 반지하에서  음모를 꾸미고 있다는 따위'로 변명은 하지 않을 것 아닌가!  새누리'는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답'이 없다. 그래서 답답하다. 사초'를 허락없이 관람한 ○○○은 여전히 다음 선거에서도 당당히 당선되어 갑을 대표할 것이 분명하다. 갑갑하다. 대구는 깃발만 꽂으면 당선이 되니 대구가 지역구인 당신은 당선이 확정된 것이나 다름없으니 참 좋겠다. 이 꺼지지 않는 철옹성'은 민주화를 막는 장벽이다.  

 

단도직입적을 고백하자. 나는 경상도 사람을 좋아하지 않는다. 더군다나 대구 사람들은 더더욱 그렇다. 이러한 태도가 일반화의 오류'라는 사실을 왜 모르겠는가. 답답해서 하는 소리이다. 사초를 자기 득에 따라 열람을 하고 그것을 선거에 이용한 인물들이 다음 선거에서도 당당하게 등장할 생각을 하니 아찔해서 해본 소리이다. 도대체 무엇이 그들을 파시즘에 가까운 보수적 색체'를 드리우게 만들었는지는 모르겠으나 가끔 그들과 대화를 나누다 보면 숨통이 막혀서 숨 쉬기가 막막하다. 하지만 희망적이기도 하다. 내가 만난 젊은 대구 출신 사람들은 대부분 자신의 아버지 세대'가 가진 가부장적 태도에 대해 비판적 태도를 보인다. 끼리끼리 모인 결과이기는 하지만 그 균열을 무시할 수는 없다. 대한민국은 < 계급 > 이란 단어를 불온'이라고 해석한다. 그러니 계급 투표가 이루어질 리가 없다.  

 

그들이 지지하는 동종의 계통, 계보, 계열'은 < 군사부일체 > 라는 이상한 혈맹'이다. 피가 섞이지 않은 혈연은 종종 혈맹'이라는 이름으로 뭉치지만 대부분 이러한 유사 혈연'은 지하 세계를 지배하는 가계도'다. 乙은 乙을 지지하고, 甲은 甲을 지지하는 것이 계급 투표인데 엉뚱하게 乙은 사이비 계통, 계보, 계열인 임금과 어르신과 아버지'를 지지한다. 계급 인식이 부족한 탓이다. 황새가 뱁새들 노는 곳에 와서 어울리면 겸손이 되지만 뱁새가 황새'라 착각하고 황새 꽁무니 따라다니다가는 가랑이 찢어지는 법이다. 뱁새는 뱁새를 지지하고, 황새는 황새를 지지하는 것이 옳다. 우리가 계급 투표를 하지 않고 사이비 혈맹 투표를 하는 이유에는 반공 이데올로기'가 자리를 잡고 있다.  

 

군사부일체로 대표되는 정치 기득권'은 집요하게 색깔'을 건드린다. 새누리가 주장하는 것은 역설적이게도 " 적은 늘 내부에 있다. " 는 주장이다. 그들은 정체를 숨긴 채 암약하는 존재가 된다.  색깔이 다른 놈은 색출해야 한다. 주사파'는 좋은 먹잇감'이다. 복지를 외치면 종북 세력이 된다. 박정희 이전 시대가 적은 외부에 있다는 반공 철학'이라면, 지금은 적은 내부에 있다는 음모 이론을 믿는다. 이 기묘한 외부와 내부를 가르는 적 구별법은 묘하게 헐리우드 공포 영화를 닮았다.50년대 헐리우드 공포 영화는 항상 적은 외부'에서 왔다. 지구를 습격하는 것은 화성인이 아니었던가 ! < 그들은 외부에서 왔다 > 라는 헐리우드 B급 오락 영화 제목은 그 사실을 명확히 한다. 소련으로 대표되는 외계인(화성인)은 늘 외부에서 온 적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논조는 바뀌기 시작한다. 돈 시겔의 < 육체 강탈자의 침입 > 은 적은 내부에 있다고 주장한다. 이제 외계 괴물들은 인간의 몸 속에서 기생한다. 그러니깐 나를 위협하는 적은 더 이상 우주선을 타고 온 화성인이 아니라 이웃집 남자이거나 여자'다. 평범한 이웃이지만 어느 순간 그들은 피부를 찢고는 기어나와 공격을 한다. 어느 순간부터 적은 지구인 모두가 힘을 합쳐 싸워야 하는 대상에서 이웃를 수상한 동태를 감시하는 방향으로 바뀌었다. 이웃 행세를 하지만 그들을 믿지 못하겠다는 주장이다. 모든 서스펜스 영화는 사실 믿었던 도끼에 발등이 찍히는 장르'다. 가장 믿을 만한 놈이 범인이다. 이로써 < 적은 내부에 있다 > 는 서사를 기본 골격으로 하는 영화는 아무도 믿지 마라, 라고 말한다. 믿을 놈은 나밖에 없다. 서스펜스 영화에서 끝까지 살아남은 놈은 두 가지 부류'이다. 진짜 악당이거나 사랑하는 연인이거나.  

 

대한민국 사회는 < 육체 강탈자의 침입 > 과 유사하다. 적은 내부에 있다. < 사람 탈을 쓴 외계 괴물은 누구인가 > 는 < 사람 탈을 쓴 종북 세력은 누구인가 > 로 패러다임이 바뀌었다. 종종 낸시 랭이 종북 세력이 되기도 한다. 새누리로 대표되는 보수는 이 짓을 참 잘한다. 선수'다. 불리하다 싶으면 노무현은 육체 강탈자'가 된다. 반지하 알전구 세력의 우두머리가 된다. 한국 사회를 진단하는 가장 명쾌한 해답은 우울증이다. 한국 사회는 우울증에 걸린 사회다. 우울증이란 자기 자신'을 적으로 규정하고 공격할 때 발생하게 되는 조용한 혈투'이다. 대한민국은 적을 내부에 두고 싸운다. 김수환 추기경이 " 내 탓이오 ! " 라는 운동을 전개했을 때 그는 사회를 읽는 눈이 형편없다는 것을 증명했다. 우울증에 걸린 환자에게 모든 문제는 자기가 잘못한 결과라고 진단하는 것은 옳은 것이 아니다. 그럴수록 집단적 우울증'은 깊어진다.  

 

대한민국 사회가 건강을 되찾으려 한다면 " 내 탓이오 ! " 라는 마조흐적 태도가 아니라 " 네 탓이오 ! " 라는 사디즘적 태도가 필요하다. 타자를 향해 분노해야 한다.  여기서 내가 말하는 타자는 대타자'다. 즉, 군사부일체'를 향한 퍽유'다. 경상도 사람들이 경상도 당을 지지하는 것은 계급 투표가 아니라 사이비 혈맹 투표이다. 새누리를 보수를 대표하는 정당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제주도 땅 넓이가 태양 둘레보다 넓다고 생각하는 것만큼 어리석다.  

 

 

 

 


댓글(13)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iforte 2013-08-19 21: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 충청도 산이셨구랴, 곰발님. 저랑 산지가 같구랴. (뭐, 어려서 사진에 박혀있는 정도?) 근데 혹시, 충청도 사람들도 지역감정이 있다는거 알아유? ㅎㅎ 예전 김종필 옹 출마했을때, 우리 집안 사람들은 무조건 종필옹. ㅎㅎㅎ 지금은 종필옹이 사라지고 뚜렸한 대가리(?)가 없어서 마치 중립적, 무채색의 느낌이 된거지요. 재밌는건, 지금 제가 미국 남부에 있는데, 여기 사람들이 한국으로 말하면 충청도 취급? 사투리가 심하고 어눌하니, 바보 캐릭터, 가정부 캐릭터는 남부인 출신이란 느낌? ㅎㅎ 글구, 여기도 은연중에 공산주의에 대해 거부감이 상당해요. 빨갱이라고 부르지만 않을뿐이지. 그나마 한국은 맑스주의나 좌파쪽 학습이라도 많이들 하지, 이쪽은 전문적으로 학계에서 공부하는 사람들 아니면, 학부에서 맑시즘 공부는 잘 안가르치는듯요. 수업시간에 프랑크푸르트 학파 얘기를 꺼냈더니 대학원생들이 쏘세지회사 이름인줄 알아서 어찌나 당황했던지요. 심지어 frank fruit으로 해석한 놈도....ㅋㅋㅋ
사람 사는데는 다 똑같은가봐요. 그러니, 너무 우리만 특별하다고 으스대거나 좌절하지 말자구요.

iforte 2013-08-19 22:01   좋아요 0 | URL
아휴...발저려. 화장실서 글읽고 댓글다는 신공은 내공이 쌓이지 않으면 안되는듯요. 드뎌, 개학이군요 ㅠㅡㅠ.
정말 학교가기 싫어요.흑흑... 어디서 돈벼락 맞을때 없나요? 매일 같은 꿈. 집에서 늘어지게 놀아도 먹고살수 있는.. 꿈. 같이 꾸어 보아요. ㅋㅋㅋ 한 주 잘 보내시라고....

곰곰생각하는발 2013-08-19 22:42   좋아요 0 | URL
알파벳 남부 촌구석이구랴 ? ㅎㅎㅎㅎ. 조선왕조 500년 동안에도 사초는 임금도 열람을 못했는데 일개 국회의원이 열람하고도 당당한 나라에 살고 있다는 사실이 슬플 뿐입니다. 그나저나 남부인 취급을 받으시다니....
전 촌스러운 거 좋아합니다. 제가 키취적 취향이 있어서 저도 사람들이 맥시코 사람이냐는 소리도 듣고는 했어요. 중절모 쓰고 목걸이 주렁주렁 매달고 다녔더니 회사 리모델링 기간 중에 일하던 과테말라인가 하여튼 그쪽 사람이 우리 직원에게 물었다 하더군요. 저 사람은 어떻게 그리 한국말을 잘하나요 ?

직원이 갸우뚱거리며 무슨 말이냐고 했더니 저 사람은 한국말 잘해서 에어컨 돌아가는 사무실에서 일하고 자기들은 공사판에서 일한다고... 알고봤더니 나를 인디오계열 이주노동자인 줄 알았답니ㅏ. 하고 다니는 게 영락없는 ... 그런 스타일이라면서...

iforte 2013-08-20 07:52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요근래 들은 유머중 최고요. 엄청 웃었네요. 덕분에.
하... 개학 첫날, 쓰러지기 일보 직전이요. 쓰러지더라도 안부인사나하고 쓰러지려고요. ㅍㅎㅎㅎㅎㅎ
어떤 사진은 오해살만......ㅋㅋㅋ

곰곰생각하는발 2013-08-20 18:34   좋아요 0 | URL
어서 일어나시구랴. 포르테 사전에 실패란






재단사의 좋은 친구'입니다.

마립간 2013-08-20 07: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일 생각이 없는 지역은 나의 제2의 고향 강원도 (이것도 지역 감정 조장?). 아마 강원도가 변함으로써 지역 감정의 해소가 완성될 듯. 2002 월드컵 축구장도 없는...

곰곰생각하는발 2013-08-20 18:24   좋아요 0 | URL
강원도는 워낙 군 관련 직업 군인들이 포진한 상태'라 대부분 성향이 한쪽이더라고요.
생각해보니 야구팀도 없군요. 축구팀은 있나요 ? 아, 원주가 있었나요...
하여튼 소외된 지역입니다. 포항은 명박이 형이란 이유로 돈이 흘러넘치는데
정작 강원도는 기초 투자비도 없으니 답답할 겁니다.

마립간 2013-08-21 08:03   좋아요 0 | URL
강원도민의 투표도 생각해 볼 문제지요. 12대 총선(1985) 신민당 돌풍 때도 무풍지대였고, 여당만 쫓는다는 가치관도 김대중 대통령 집권 시절 16대 총선 (2000)에서도 한나라당 바라기만 했으니.

경제적으로 너무 어렵고 소외되어 기득권 바라기 이외에는 안 되는 것인지, 아니면 채색된 보수가 되기를 원하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단지 강원도지사 선거 등에 변화가 보이기는 하지만 많이 미흡하죠.

곰곰생각하는발 2013-08-21 08:49   좋아요 0 | URL
제가 강원도에서 1년 살아보았습니다.
그곳 정서는 딱 한 마디'더군요.
돈 많은 여당이 집권해야 떡고물이라도 떨어진다.
예산 받을 때 한 푼이라도 더 얻을 수 있다, 그래서 여당 지지한다...
거의 정서가 그거더라고요...
이러한 정서는 곧 밥상머리교육으로 이어져서 젊은이들도 그쪽으로 쏠리고는 합니다.

만화애니비평 2013-08-20 08: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나마 전 부산이라 다행입니다..ㅎㅎ

곰곰생각하는발 2013-08-20 18:25   좋아요 0 | URL
서로 유입인구가 많이 섞여서 지역색이 바뀌어야 해요.
그나마 부산은 뭐.... 치열한 격전장이 된 것 같습니다.
건투를 빕니다. 그나저나 부산 덥다 하는데 탈나지 않게 잘 몸 보신 하시구랴...
그렇다고 보신탕은 먹지 마시구요..

히히 2013-08-20 1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김영삼의 부정적인면을 상쇄시킬 업적이 있습니다.
전두환과 노태후 그리고 그들의 군사정권을 심판한 일입니다.
당시 김대중이 대통령이 되었다면
'정치보복'을 앞세운 수구세력의 힘에 밀려
단죄하지 못했을 겁니다.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이명박 비리조사 청문회가 열릴것입니다.
푸르름을 실컷 즐기라 하십시오.
으하하하!

곰곰생각하는발 2013-08-20 18:27   좋아요 0 | URL
김염상이 쌍욕을 먹고는 있지만 나름 잘한 정책이 몇 가지 있기는있습니다.
집권 초기에는 인기 엄청 좋았다고 하더라고요.
기억나는 건.. 들은 이야기인데 김영삼 거제 고향으로 내려간다고 했을 때
거제 시민들이 오지 말라고 했다고....
프랭카드에 김영상 오지 마랑 ! 이런 거 붙였다고
거제도에 아는 형이 있는데 그 형이 말하더라고요...
 

 

 

 

참... 오래 아팠다.

 

 

다들 알겠지만, 나는 확실히 자폐적 성향이 짙다. 사람들은 집에 있으면 답답하다고 호소를 하나, 나는 365일 대문 밖을 나가지 않아도 갑갑한 느낌을 받지 않는다. 그렇다고 집에서 티븨를 보지도 않고 음악을 듣지도 않는다.  독서는 1년에 100권 정도 읽는데 그나마 몰아서 읽는 편이다. 그러니깐 한 달에 10권 정도를 꾸준히 읽어서 일 년에 백 권을 채우는 쳬계적 독서가  아니라 한 달에 구십 권 정도를 읽고 나머지는 달달이 한 권 정도를 읽어서 백 권 정도를 채우는 충동적 독서 성향을 가지고 있다. 정확한 수량을 체크를 하지는 않았으나 많이 읽을 때는 일 년에 이백 권 정도 읽은 것 같다. 지금까지 내가 읽은 책을 대충 계산해 보니 대략 4,000권 정도'다.  

 

책은 동시다발적으로 읽는다. 지금 읽고 있는 책은 스피노자의 < 에티카 > 이지만 동시에 요네하라 마리의 < 언어 감각 기르기 > 를 읽고 있고, 에릭 호퍼의 < 맹신자들 > , 고미숙의 < 이 영화를 보라 > , 김영진의 < 평론가 매혈기 > 그리고 수전 손탁의 < 은유로써의 질병 > 은 다시 읽고 있다. 그래야지 지루하지가 않다. 하루 종일 < 에티카 > 만 읽고 있다고 생각해 보라. 아 ! 깜빡했다. 화장실에서는 엠브로스 비어스가 쓴 < 악마의 사전 > 을 2년째 읽고 있다. 변기에 앉으면 일단 아무 페이지나 펼친 후 그냥 읽는다. 그래서 읽은 부분은 계속 읽게 된다. 아무래도 나는 자폐성 사회부적응자인 것 같다. 그동안 팔 할의 거짓말을 했고, 이 할은 농담을 했다. 진실을 말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온갖 잡생각을 굉장히 많이 하는 편인데  병신 같은 생각들이 대부분이다. 왜 아이들은 똥 이야기를 좋아할까 ? 이런 생각이 주를 이룬다. 남은 시간은 단어와 단어 사이의 관계망에 대해 생각한다. 내 스스로는 말의 계보학'이라 지었다. 예를 들면 이런 거'다. 눈(雪)의 연관어'를 생각한다. 눈은 겨울에 내리고 비는 여름에 내리니 눈과 비'는 서로 반대말'일까 ? 곰곰 생각하다 내가 내린 결론은 < 눈 > 의 반대말은 < 발자국 > 이었다. 눈'은 가볍지만 발자국'은 무겁다. 발자국이란 눈보다 무거울 때 발생하는 현상'이다.  

 

재미있는 사실은 발자국이라는 물성(物性) 을 덮는 것은 다시 가벼운 눈'이라는 점이다. 발자국은 누군가가 남긴 존재이며 흔적이고 무게'인데, 눈은 이 무게를 고스란히 지울 수 있다. 무게 위에 다시 눈이 쌓이면 발자국은 존재'를 잃으니깐 말이다. 가벼운 것은 종종 무거운 것을 이긴다. 그러한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면 흥미진진하다. 나는 한동안 < 첫 > 의 반대말을 찾다고 포기했다.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 첫 > 의 반대말은 이 지구상에는 없는 듯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 끝 > 은 첫의 반대말'이 아니라 같은 말'이었다. 첫 = 끝'이었다. < 첫 ~ > 으로 시작되는 낱말은 대부분 과거의 영역에 속했고 항상 그 상태'보다 과장된 감정을 갖기 일쑤였다. 첫사랑이었던 대상은 언제나 소프트 렌즈'가 정착된 카메라로 찍은 달달한 사진 속 주인공처럼 아련하고 예쁘고 순수했다. 첫'이 들어가는 순간 대상은 미화가 된다.  

 

그런데 우리가 < 첫 ~ > 이 수식하는 대상을 호명하는 순간 그것은 이미 과거의 것'이라는 사실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 끝 > 났기에 < 첫 ~ > 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예를 들어볼까 ? 첫사랑은 대부분 이루어지지 않은 사랑'이다. 미완성이다. 이 미완성은 과거의 것이다. 첫사랑'은 역설적이게도 관계가 < 끝 > 났기에 첫사랑'이라는 달달한 향수의 주인공이 되는 것이다. 이처럼 < 끝 > 은 < 첫 > 과 뗄래야 땔 수 없는 관계이다. 그들은 같은 성질을 가졌다. 그래서 사람들은 고별사를 말할 때 항상 첫날'을 기억하며 옛날을 이야기한다. " 제가 이 회사에 부임한 지 어언 40년이 지났군요. 회사 첫날 입사한 그날이 떠오릅니다. " 그렇다 ! 첫날은 옛날'이다. 옛날은 항상 첫날이 끝날 때 발생된 과거'다. 첫날의 끝이 옛날'이다.  

 

첫사랑이 이루어진 사람은 행복한 사람이 아니라 불행한 사람이다. 통증이 없는 사랑은 덜 삭힌 홍어와 같다. 한 여자를 오랫동안 사랑했다. 헤어졌다. 내 마음 속에서 허락한 유일한 사랑이었다. 참사랑'이었다. 하지만 참 사랑의 동의어는 거짓 사랑'이다. 목숨을 걸지 않는 사랑은 참사랑이 아니지 않은가 ? 어긋난 관계는 모두 거짓의 결과이다. 참.... 오래 아팠다.

 

 


댓글(8) 먼댓글(0) 좋아요(1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마립간 2013-08-19 1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스스로 우울증, 대인기피증, 자폐적 성격이라고 칭하는데, 곰곰발님과 꽤 공통점을 보이네요.

지난 주 스스로를 위로하기 위해 읽은 책입니다. '왜 똑똑한 사람이 멍청한 짓을 할까'

http://blog.aladin.co.kr/maripkahn/5528157
1번, 20번 질문 답변


곰곰생각하는발 2013-08-19 20:44   좋아요 0 | URL
흠흠... 찾아서 읽어보았습니다. 저 책은 저도 읽었습니다.
우울증, 대인기피, 자폐적이라...ㅎㅎㅎㅎㅎㅎㅎ 판타스틱해요..ㅎㅎㅎ

2013-08-19 11: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8-20 23: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8-20 10: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8-20 23: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히히 2013-08-20 11: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사춘기의 짝사랑이
2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스멀스멀 올라오는 걸로 봐서
무결하게 사그라지는 감정은 없는 듯 합니다.
히히는 님의 가시가 부럽습니다.
가지지 못한 자는 엉뚱한 것까지도 욕심냅니다.
가끔씩은 참사랑과 거짓사랑이 오락가락하는 혼돈으로
미치고 싶네요.
커톳 카

곰곰생각하는발 2013-08-20 18:31   좋아요 0 | URL
첫'이란 단어가 좋죠. 첫'이란 단어는 뭔가 대상을 미화시키지만 그 미화와 허세가 아니어서
좋습니다. 약간 촌스러운 느낌이라고 나 할까요...
전 그렇게 약간 촌스러운 것을 좋아해요.
너무 화보집 같은 추억들은 개나 줘야 합니다. 그런 거슨 대부분 가짜죠..
그래서 제가 홍상수 영화를 좋아하나봐요.
촌스럽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