엽편소설 no.3

 

 

 

 

 

 

갈라파고스 트리몰리나 섬에서의 가마우지 낚시 !

 

 

나는 트리몰리나 군도 작은 섬에 살고 있는 " 오감바 쉼빠빠 " 에게 연락을 했다. " 굿 에프터눈, 미스터 오감바 쉼빠빠 !!! "  갑작스러운 전화에 놀랐는지 쉼빠빠'는 비명에 가까운 소리를 질렀다. 그 소리에 가마우지들이 꾸르륵 꾸르륵 소리를 질러대는 바람에 통화가 잘 들리지 않아서 나는 형식적으로 " 파인 탱큐 !  앤드 유 ? " 라고 했다. 오감바 쉼빠빠는 호탕하게 웃으며 한국말로 또렷하게 말했다. " 시부랄, 지랄 !!! "

 

오감바 쉼빠빠는 트리몰리나 섬에서 태어난 잘생긴 28살의 어부'다. 야생 가마우지를 길들여서 물고기를 잡는다.  훈련받은 가마우지 10마리를 줄에 묶어서 바다로 데리고 가면 가마우지들은 물 속으로 들어가 물고기를 잡아서 부리 주머니에 가둔다. 그러면 쉼빠빠는 그 물고기를 부리 주머니에서 빼낸다. 대신 가마우지가 좋아하는 삶은 고구마'를 먹이로 준다. 특히 트리몰리나 군도 가마우지들은 강원도 고랭지 고구마를 좋아해서 나는 싼 가격으로 매입한 후 오감바 쉼빠빠에게 비싼 가격으로 파는 것'이다. " 쉼빠빠 ! 원가보다도 낮은 가격으로 자네에게 파는 거야. 밑지고 파는 장사라네. 지난날에 대한 우정의 대가인 셈이지 ! "

                                

그러니깐 오감바 쉼빠빠는 내 거래처 사람이기도 했다. 내가 오감바 쉼빠빠를 처음 만난 곳은 강원도 속초'에서 였다. 불면증에 시달리던 나는 새벽 3시 자전거를 타고 시내 곳곳을 돌아다녔는데,  캄캄한 밤에 대낮처럼 밝은 곳이 있기에 달려갔더니 그곳은 바로 집어등 밝힌 오징어 배 선착장이었다. 그곳에 오감바 쉼빠빠가 있었다. " 오감바 쉼빠빠 !!! " 어부들은 쉴 새 없이 쉼빠빠'를 외쳤다. 쉼빠빠 ?  로봇찌빠도 아니고 쉼빠빠 ?  이름이 특이하여 누군가하고 살펴보았더니 이국적으로 생긴 쉼빠빠가 인상을 잔뜩 구부리며 담배를 피우고 있는 것이 아닌가 ?

 

검게 탄 피부에 양 미간은 川자로 깊게 골이 패여서 마초적인 인상을 풍겼다. 이때 다부진 충청도 어부가 참다참다 못 참고 소리쳤다.  " 에이, 씨발... 오감바 쉼빠빠 !  정말 그럴껴 ?  아니, 우리가 그런 사인겨 ? 정말 그런겨 ? 먼 말을 해봐. 우리가 그런 사인겨? 그려 안 그려 ?  "  쉼빠빠는 충청도 어부를 잠시 노려보다가 피식 웃으며 담배꽁초를 비벼 껐다. 일순 주위는 고요해졌다. 쉼빠빠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 배사매... 배사매무쵸. 꽈르토 매라샤 타쵸. 아무르 숑숑. 배사매, 배사매 무쳐...  "  아, 쉼빠빠는 정말 베사매무쵸' 원곡을 멋들어지게 부르는 것이었다. 어찌나 간드러지게 부르는지 주낙에 걸린 오징어'는 자신이 잡힌 줄도 모르고 흔들흔들 다리를 떨고, 오징어잡이 배에 재수 없게 걸린 뽈락은 뽈짝뽈짝 뛰며 춤을 추었다. 압권은 은갈치였다. 흐느적흐느적 몸을 흔드는 것이 하와이 훌라춤을 보는 듯했다. 여기저기서 브라보와 함께 박수 소리가 터져나왔다. 오징어는 인생의 마지막 먹물을 쏟아냈다.  그것이 나와 오감바 쉼빠빠의 첫만남이었다.

 

쉼빠빠를 다신 만난 것은 " 민정네 횟집 "에서 였는데,  쉼빠빠가 나에게 다가와 " 인디오 사람입니까 ? 저는  달콤쌉쌀한 씀바귀입니다. "  씀바귀 ? 달콤쌉쌀한 씀바귀 ?   나중에 알고 보니 오징어잡이배 어부들은 쉼빠빠에게 남미사람을 한국말로 씀바귀'라고 부른다며 거짓말을 한 것이었다. 그리고 멋쟁이는 달콤쌉싸래하다고 가르친 것이다. 그러니깐 저는 달콤쌉쌀한 씀바귀입니다, 라고 말하는 것은 안녕하세요. 저는 멋쟁이 남미사람이에요, 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 보아하니 내가 쓰고 있는 모자 때문인 것 같았다. 내가 쓰고 있는 털모자는 " 추요 " 라는 모자인데 남미 인디오 사람들이 쓰는 전통 모자였다. 모자는 출신 성분에 따라서 문양과 색깔이 달랐으며 사람들은 모자의 모양을 보고 계급과 직업 그리고 출신 지역을 파악할 수 있었다. 쉼빠빠는 추요'를 쓴 나를 보며 궁금해 하던 차였다. 그 이후 우리는 급격히 친해졌다.

  

" 우리 고향에서는 새가 물고기를 잡아유 ! "  " 새가 ? " " 응, 가마우지라는 놈인데 날지를 못한다 아닌교. 대신 잠수 실력이 대단해. 1분 넘게 잠수를 해서는 10미터도 넘는 곳을 파고 들어가 고기를 잡는다니깐. 선수야! 선수 !  그러면 우리는 그 싱싱하고 커다란 물고기'를 주둥이에서 빼내는 대신 고구마를 준당께 ! 그러면 가마우지는 그라시아스 그라시아스 하며 넙죽넙죽 받아먹고는 해부러. " " 자네 나라 포획 방식은 잔인하군 ! 줬다 뺐는 놈이 제일 치사하잖아. "  " 그게 잔인한겨 ? 으메, 시부랄 ! 잔인한 것은 자네 나라랑께. 우린 먹을 만큼만 잡지만 한국인은 먹지도 못할 만큼 많은 양을 잡는다 아닌교. 어디 그뿐이야 ? 쌍끌이 어망으로 바다 밑바닥까지 쓸어담잖아. 그놈의 명태는 무슨 죄를 지었는지 말려 죽이고, 얼려 죽이고, 그것도 모자라 죽은 것을 방망이로 때려 죽이기까지 하더구만. 얼라들 무신 죄를 지었다고 고로코롬 박대한당께. 그려 안 그려 ?  " ( 쉼빠빠'는 한국어를 충청도, 경상도, 전라도 어부'에게 배웠다. )

 

" 오, 쉼빠빠 ! 나의 아디오스 아미고. 한나라당 당원에게 쥐도 새도 모르게 죽을 운명의 오, 감, 바, 쉼, 빠, 빠. 이 땅에서 대한민국을 욕하는 외국인 노동자'는 쥐도 새도 모르게 죽음을 당하지. 자네가 말하는 말려 죽이는 고문보다 더 잔인하게 말이야. 이 땅은 백인과 미국 말을 하는 종족 이외에는 전부 " 하빠리 " 라고 생각한다네. 이게 우리의 천박한 민족성이지. " 나는 쉼빠빠에게 알기 쉽게 설명을 했다. 쉼빠빠의 양 미간에 새긴 내 천 자'가 더욱  선명하게 도드라졌다. " 음마, 시부랄 ! 오금이 저리는구마. "

 

쉼빠빠는 잔인한 오징어 포획 방식을 견디지 못하고 다음해  고향으로 돌아갔다. 우리는 그를 배웅하기 위해 속초 여객선 터미널로 모였다. 충청도 어부가 울먹이며 " 우리가 그런 사인겨 ? " 라며 베사메무쵸' 를 신청했으나 쉼빠빠는 베사메무쵸 대신에 톰 존스의 " sex bomb " 를 열창했다. 그가 섹스 밤, 섹스 밤'을 부를 때는 엉덩이를 앞뒤로 심하게 흔들었다. 충청도 어부가 눈물을 훔치며 말했다. " 자넨, 정말 달콤쌉싸름한 씀바귀야 ! 근데 남사스럽게 대낮부터 섹스 밤이 뭐여. 사내대장부인 자네가 계집년들 몸 냄새가 그리운겨 ?  여자라믄 콧방귀도 안 뀌더니 맘이 바꼈남 ? " 쉼빠빠가 말했다. " 그라시아스 !!! 아저씨는 한들한들 코스모스야 ! 섹스 밤이 아니라 섹스폰이어유 ! 섹스폰 섹스폰 당신은 나의 섹스폰. "  이렇게 해서 씀바귀와 코스모스는 작별을 고했다. 우리는 어부 일행과 헤어지고 나서 인천 공항으로 향했다.

 

 

 

 

 

공항에서 그는 악수 대신에 섹스 밤을 간드러지게 부르던 혓바닥을 내 목구멍 깊숙이 집어넣고는 쪽 쪽 빨아댔다. " 오, 쉼빠빠 !  당신 게이였어 ? " 쉽빠빠가 웃으며 간단하게 말했다. " 응 ! "  쉼빠빠가 말을 이었다. " 언제 한 번 내 고향에 놀러와유 ! 걱정 말랑께. 느그들 엉덩이 노리지는 않는다 아이가 ! 일하는 가마우지 보고 싶지 않아유 ? 우리는 말려서 먹을 만큼 넘치게 잡지 않는다네. 그때 그때 먹을 것만 가져간당께. 그게 자연의 법칙이야. 안녕, 아디오스 아미고... 아모르, 아모르. "

 

쉼빠빠'는 오늘도 갈라파고스 군도 트리몰리나 섬에서 가마우지 낚시를 한다. 직업은 어부다. 그의 아버지 < 날마다까진무릎 > 은 섬 마을 처녀 < 오줌누때휘파람소리 > 와 통정을 해서 < 어쩌다낳은한숨 > 을 낳았다. 그가 바로 쉼빠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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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2013-08-23 0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섹스 밤.. 요 노래 좋아합니다.
이은미도 잘 부르더라구요.

곰곰생각하는발 2013-08-23 01:03   좋아요 0 | URL
오, 이은미도 불렀나요 ? 함 찾아봐야지..ㅎㅎㅎ.

Beholder 2013-08-23 02: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첫 글이 훨씬 가볍고 산뜻했어요. 쉼빠빠가 이주노동자로 노동 착취에 대한 한이 많았었나요? 글이 자꾸 첨언되는 걸 보면..
엽편소설은 어디로??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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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생각하는발 2013-08-23 02:17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ㅎ... 역시 욕심이 과했군요. 자꾸 웃긴 코드를 넣다가 망친 것 같습니다.

yamoo 2013-08-23 14: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발님에게 페이퍼 발행을 요청합니다. 소설 말구 재밌는 사회비판 글을 부탁드려요. 발님의 발군의 사회비판의식의 글을 마지막으로 읽은지가 오래되서 막 페이퍼를 기대하는데, 올라오는 글들이 대부분 소설비스무리한 글들이라....
거 머시냐, 박카스 국토대장정 신랄하게 까셨던 글...그런 글이 요즘 매우 고프네요. 알라딘 서재에서 그런 글을 쓸 수 있는 분은 발님밖에 없다는 생각이 스쳐....그래서 요청하는 바입니다. 원고료는 추천 백만개^^;;

곰곰생각하는발 2013-08-23 14:57   좋아요 0 | URL
정말입니까 ? 제가 사실은주로 사회비판글인데 쓰면 알라디너들이 싫어하더라고요.
ㅎㅎㅎㅎㅎ. 그래서 여기는 사회비판 글 올리지 말고 문학 비스무리한애기만 해야 되는구나 했습니다.

히히 2013-08-25 23: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우성과 우성이 만나면 열성이 나온다는 결론? ㅋㅋ

'정은 늙지도 않아'에서
옆집 젊은 영감이 혼자 사는 늙은 할멈을 덮치는데
오히려
"고맙네"라고 하더이다.
오래되서 그 장면만 남아있네요.

곰곰생각하는발 2013-08-26 00:30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ㅎ... 고마울 때가 있죠.
간절히 바라는데 말은 못할 때
상대방이 먼저 말하면 고마워지죠.
서로 눈치만 보고 있는데 먼저 " 나랑 잘래 ? " 라고 말하는 것처럼..
그땐 고맙더이다...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