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규신데렐라 1
눈미 유 글 그림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10년 1월
평점 :
절판


 

 

 

 

 

 


 

 

 

 

 

 

 

눈미에게.  

 

 

 

안양 반지하, 사진이 흐려서 그렇지 자세히 보면 꽤 근사하다. 내 방 벽 왼쪽 상단에 걸린 자화상 액자 옆에 쓰여진 글'은 내 묘비명이다 : 언제나 머무는 이곳에 대해 타자이면서 그 스스로에 대해 타자인 자.

 

 

일본에서 만화가로 활동하고 있는 유눈미'는 내 친구'다. 그녀는 홀홀단신으로 일본에 건너가 만화가로 입성한 작가'다.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테고, 쉽지 않은 성공이었다.  만화 제국인 일본에서 만화 잡지에 자신의 만화를 연재하며 살아간다는 것은 피나는 노력이 없이는 불가능하다. 그것은 마치 아프리카 콩고 사람이 창을 배우겠다며 한국으로 유학을 와서 계룡 폭포 아래에서 3시간 23분짜리 춘향가 완창을 시도하는 것만큼 힘든 일이다. 하지만 내 친구는 성공했다. 사실 나는 하이틴 순정 만화'를 좋아하지 않는다. 내 몸속에는 어쩔 수 없는 테스토스테론'이 넘쳐나서 턱 밑에 수염에 자라고 크래커는 점점 딱딱하게 되니 말랑말랑한 하이틴 로맨스 만화'를 즐겨 보는 타입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가 이 만화에 대해 쏟은 애정은 칭찬을 하고도 모자랄 정도'다.

 

그녀의 그림 실력은 누가 봐도 인정을 해야 한다. 나는 그녀를 매우 우연한 기회에 만났다. 당시 나는 일본 여행 중이었다. 도쿄 시내를 구경하기 위해서 지하철에 올랐다. 사람은 많지 않아서 자리는 텅 비어 있었다. 나는 자리에 앉아서 존 버거의 < A가 X에게 > 라는 책을 읽고 있었다. 다들 아시다시피 이 소설은 눈물 없이는 읽을 수 없는 소설이어서 나는 이 멀고 낯선 타지, 그것도 지하철 안에서 찔끔찔끔 울기 시작했다. < 눈물 > 이라는 단어와 같은 말은 < 가면 > 이었다. 앞은 있으나 뒤는 없었다. 그래서 나는 눈물을 뒤에 숨기지도 못한 채, 눈물이 앞을 가렸다. 이때 맞은 편에 앉아 있던 아가씨가 다가와서 내 어깨를 톡톡 두드렸다. 공공 장소에서의 예절을 무엇보다도 중시하는 일본이니 지하철 안에서 눈물을 보이면 실례인 것 같았다. 얼굴이 홧홧했다.

 

내가 미안하다며 고개를 숙이려고 할 때 그녀가 말했다. " 책 제목 좀 알 수 있을까요 ? " 그녀는 한국말로 또렷하게 말했다. " 다 큰 사내가 책을 보고 우시길래 갑자기 궁금해졌어요. " 나는 얼떨결에 책을 덮어 그녀에게 보여주었다. " 존 버거, < A가 X에게 > " 그녀가 낮게 따라 읽으며 내게 좋은 여행이 되라며 웃었다. 그녀는 자리에 앉더니 작은 수첩을 꺼내서 메모를 했다. 그녀는 꽃무늬 집시 치마에 캔버스 신발을 신고 있었다. 그리고 상의는 흰색 라운드티에 연두색 가디건이었다. 챙 넓은 갈색 스웨이드 모자와 잘 어울렸다. 인연이란 알 수 없다. 그녀를 다시 만나 이렇게 친구가 되리라고는 상상도 못했으니깐 말이다. 그녀를 다시 만난 곳인 알라딘 서재'였다. [ A가 X에게 ]를 인상 깊게 읽었던 터라 이 작품에 대한 서평이 궁금해서 올라온 서평들을 읽다가 눈에 띄는 서평을 발견했다. 다음과 같다.

 

" 한 남자가 지하철 안에서 책을 읽으며 훌쩍이고 있었다. 요즘 세상에 지하철 안에서 책을 읽다가 울고 있는 남자라니 ! 문득 그 남자가 읽고 있는 책이 궁금해졌다. 도대체 무슨 책일까 ? 궁금증이 궁금증을 낳았다. 무례를 무릎 쓰고 그에게 다가가 어깨를 가볍게 톡톡 쳤다. 그가 토끼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자초지종을 이야기하고는 무슨 책이냐고 물었다. 존 버거의 [ A가 X에게 ] 였다. ( ..... 중략 ) 아, 오해는 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그는 내 이상형은 아니다. 일본 지하철 안에서 한국어로 쓰여진 책을 읽으며 울고 있는 남자를 발견한다면, 한국인이라면 누구라도 호기심이 생길 테니깐 말이다. 그런 인연으로 인해 이 책을 읽었다. 눈물이 앞을 가렸다. 눈물은 가면과 같아서 뒤가 없는 것. 그래서 눈물은 항상 앞을 가린다 ....." 

 - 2009.08.22 ***** 의 ** 한 서재

 

아, 이 글을 읽었을 때 나는 심장이 뛰었다. 사실 내가 자주 사용하는 " 눈물이 앞을 가린다 " 라는 말도 그녀가 쓴 이 리뷰에서 따왔다. 자주 쓰다 보니 입말이 되어버렸다. 그녀는 내가 이상형이 아니라고 했으나 이런들 어떠하고 저런들 어떠하랴. 나는 그녀에게 장문의 메일을 보냈다. " 무릎  쓰고 " 가 아니라 " 무릅쓰고 " 입니다, 라고 시작하는 글이었다. 그것이 인연이 되어서 5년째 다정한 친구로 지내고 있다. 사람 일이란 참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그녀는 일본 만화 잡지에 고정적으로 연재를 하는 만화가'였다. 그녀가 그린 < 절규 신데렐라 > 가 한국어판으로 정식 출간되었을 때 나는 무척 기뻤다. 눈물이 앞을 가렸다. 눈물은 가면과 같아서 뒤가 없으니 말이다. 그것을 계기로 우리는 지금까지 친구로 지내고 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연락이 두절되었다.

 

답답한 나는 그녀의 만화책을 출간한 출판사를 통해서 일본에 있는 가족과 연결이 되었다. 동생이라는 분이 차분하게 말했다. " 언니요 ? 언니는...  10년 전 도쿄 지하철 전복 사고로 목숨을 잃었어요. 참 곱고 예쁜 언니였는데 말이죠.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자주 그 지하철에 나타난다고 하더군요. 챙 넓은 갈색 스웨이드 모자에, 연두색 가디건 그리고 꽃무늬 집시 치마를 입고 있지 않았던가요 ? 사고 당시 언니가 입고 있던 옷차림이에요. 여보세요 ?! 듣고 계시나요 ? 귀신은 여러 종류가 있어요. 원한령 색정령 종교령 부유령 지박령 몽마 상사귀 조상령이 있는데 언니는 지박령에 해당되죠. 죽은 자리를 계속 맴돕니다. " 덜덜 떨렸다. 그렇다면 나는 유령과 대화를 하고 웃고 울었단 말인가. 그때 전화기 너머 동생이 소리를 질렀다. " 곰곰발 ! 이 빙딱아, 나야. ㅋㅋㅋㅋㅋㅋㅋㅋ 내가 코맹맹이 소리를 냈다고 해도 그렇지 어떻게 친구란 놈이 내 목소리도 못 알아보냐 ? " 나는 울어야 할지 웃어야 할지 모른 채 잠시 침묵에 빠졌다, 시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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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미와 친구인 것은 사실이지만 나머지는 뻥이다. 누가 [ A가 X에게 ] 란 서평을 썼는데 정말 재미있게 읽어서 흉내를 내보았다. http://blog.aladin.co.kr/733731194/66657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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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4-03-02 08: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하이틴 순정 로맨스 아주 좋아하는데!

곰곰생각하는발 2014-03-02 09:11   좋아요 0 | URL
우현 님이야 워낙 이쪽 취향이시니.. ㅋㅋㅋㅋㅋㅋ.

승우 2014-03-02 17: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링크 따라 가밨는데, 리뷰가 이렇게 쓰일수두 있군요.

전에 아파트 글에서도 속고 뭐드라 그똘망한 꼬맹이 이야기에도 속고
그라고 아 또 속았음...

<가면>은 제가 그려바두 되나욥

곰곰생각하는발 2014-03-02 18:34   좋아요 0 | URL
기대됩니다. 승우 님의 그림은 또 어떻게 마술을 부릴 지....
승우님 회화 작품은 아주 묘한 맛이 있습니다.
제목은 가면이 되나요 ?

3시 2014-03-02 23: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뻥이라말안해줘도뻥인줄눈치까고있슴 까르르르르르르~

곰곰생각하는발 2014-03-03 07:40   좋아요 0 | URL
사람들은 뻥이라고 말하지만 전 마술적리얼리즘'이락 부릅니다.

2014-03-02 23: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3-03 07: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만화애니비평 2014-03-03 08: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눈미찌 어디서 무얼하지!!

곰곰생각하는발 2014-03-03 11:13   좋아요 0 | URL
어디서 아사히 맥주 마시고 있지 않겠습니까..

푸르푸르 2014-03-03 12: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뻥을 좀 뻥답게 치지 너무 뻥같아 뻥같지가 않네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3-03 12:29   좋아요 0 | URL
그렇습니까 ? ㅎㅎㅎㅎㅎ 서서히 사람들에게 읽히고 있어요. 내 수작이 다 들통난 것 같습니다.

samadhi(眞我) 2014-03-03 13: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순정(?) 뻥쟁이로 인정!!

곰곰생각하는발 2014-03-03 15:03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ㅎㅎ 팔 할이 뻥인 블로그입니ㅏ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잘 팔리는 상품.

 

 

 

 

대한민국에서 가장 잘 팔리는 상품은 무엇일까 ? 핸드폰 ?! 일리 있는 말이긴 하다. 요즘은 코흘리개도 핸드폰을 가지고 다니니깐. 유니클로 29,900원짜리 티셔츠, 박카스, 새우깡 따위도 포함되리라. 또 누군가는 센스 있게 " 정의 " 라고 말하는 이도 있을 것이다. 정의를 팔아서 이득을 취하는 자, 양심을 팔아서 이득을 취하는 자, 예수를 팔아서 부귀영화를 누리는 자도 많으니 이것들도 잘 팔리는 효자 종목'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 섹스 " 와 " 공포 " 이미지를 덧씌워서 파생되는 상품에 비하면 나머지는 꾀죄죄한 상품에 속한다. 상품 이미지를 섹스 이미지로 덧씌워서 파는 파생 상품'은 대충 느낌이 오기에 이 자리를 빌려 길게 설명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간단하게 요약하자. 성매매 산업은 기본이고 꼼꼼하게 들어가자면 코카콜라 병이 여성의 S라인을 표방한 것도 포함될 것이다.

 

섹시함을 강조하는 연예 산업도 넓은 의미에서의 섹스 파생 상품이다. 이처럼 섹스 상품은 분명하기 때문에 쉽게 수긍하지만 공포를 사고 판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사람들은 쉽게 동의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봐, 공포를 누가 사 !!! " 하지만 공포 파생 상품만큼 광범위하게 팔리는 제품은 없을 것이다. 한국 사회를 지배하는 것은 " 공포 " 다. 대한민국은 공포 사회'다. 일단 쉽게 시작하자. 공포 영화'를 돈 주고 관람했다고 했을 때 관람객은 돈을 주고 2시간 동안 " 공포 " 를 샀다고 볼 수 있다. 지금 당신은 공포가 어떻게 상품으로 유통되고 있는가를 보고 있다. 그 다음은 ?! 이 글을 읽자마자 상품 구매 시 모든 영수증을 꼼꼼하게 챙기는 꼼꼼 씨'는 한 달치' 영수증을 검토하며 자신이 공포 파생 상품을 구매한 증거를 확인하지만 공포 파생 상품을 산 적이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 뭐야 ? 대한민국에서 가장 잘 팔리는 게 공포 상품이라고 하더니 하나도 없잖아 ? 내가 이번 달에 구매한 것이라고는 유기농 야채, 토익 수강비, 대학 등록금 대출 비용 상환액, 헬스 3개월 이용료, 방범창 설치, 3개월치 보약 구입비뿐이네. 곰곰발 이 새끼, 설레발치기는...  인생 팔 할이 뻥인 색휘 !!! " 이라고 꼼꼼 씨는 투덜댈 것이 분명하다. 그런데 내가 보기에는 꼼꼼 씨는 공포 상품을 사는 데 모든 돈을 투자했다. 사교육으로 거대한 돈을 갈취하는 교육 마피아'는 사람들에게 스펙'이 좋지 않으면 한국 사회에서 살아남지 못한다는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유포한다. 이 교육 마피아들이 하는 소리'에 사람들은 스펙이 부실하면 자신의 미래가 불안정하게 된다는 공포에 시달리게 된다. 연탄불 피워 놓고 자살을 선택하는 수많은 루저를 보며 그들은 스펙만이 살 길이라고 다짐한다.

 

이 불안 공포는 결국 토익 학원에 가서 수강비를 내도록 유도한다. 마치 연가시가 꼽등이를 지배해서 냇가로 끌고 가듯이 말이다. 교육 마피아는 공포를 팔았고 소비자는 돈을 지불한 것이다. 대학등록금도 마찬가지 원리이다. 새누리당을 지배하는 무리는 법조계 출신이거나 교육 재벌 출신들이 많다. 상아탑 커낵션은 이런 식으로 여의도를 장악해서 대학'을 나오지 않은 놈은 살아남지 못하도록 제도를 꼼꼼하게 챙긴다. 여기에 건강 산업 마피아들은 대한민국 국민을 건강 염려증에 걸리도록 언론을 통해 강박적으로 공포를 유포한다. 하얀 가운을 입은 의사들은 어느새 대한민국 토크쇼의 절반을 차지해서는 특정 병에 대한 위험성을 지속적으로 유포한다. " 췌장암에 걸리면 인간이 상상할 수 없는 극한의 고통을 얻게 됩니다. 예방이 최선입니다. 종합영양제 꼬박꼬박 드시고요. 유기농 야채를 즐겨 드십시요. 농약 속 중금속이 당신의 불알을 갉아먹을 겁니다.

 

쇠망치로 당신 불알을 내리친다고 생각해 보세요. 끔찍하죠 ? 운동하시면서 아침에는 가시오가피 3리터를, 저녁에는 오시오가피 3리터를 3회 복용하세요. 혈액 순환에 도움이 된답니다. " 꼼꼼 씨가 구매한 유기농 야채, 종합영양제, 헬스클럽 이용료, 방범창 설치 비용'도 이와 같은 시스템이 작동한 결과'이다. 아마 전세계를 통틀어서 티븨 오락프로에 이렇게 많은 흰 가운 의사 선상님들이 출연하여 종횡무진 활약하시는 국가는 대한민국이 유일할 것이다. 그들은 이제 시월드까지 진출해서 잡다한 고민까지 해결한다. 마치 자신이 솔로몬 왕이라도 되는 듯이 말이다. 그들이 활약할 수록 건강 상품은 잘 팔린다. 당신이 사는 것은 유기농 야채에 종합영양제 그리고 동의보감에서 소개하는 그 지랄같은 보양식이지만 사실은 건강 상품 마피아들이 유포하는 공포에 겁을 먹어서 산 제품들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빨갱이 산업은 대한민국의 자랑거리'라 할 수 있다. 적절한 시기가 오면 국가는 북 도발 카드를 남발한다. 반지하 십오 촉 알전구 밑에서 사는 불만 세력'에게 입에 자물쇠를 채우는 데 이보다 효과적인 것은 없기 때문이다. 시위가 조금 거칠다 싶으면 정치 세력이 개입했다고 주장한다. 이처럼 정치 마피아들은 빨갱이 공포를 국민에서 팔아서 자리'를 지킨다. 백성은 쫄아서 점점 보수주의자가 되어 방구석에 쳐박혀서 일일 드마마 속 가족애'를 보며 흐느껴운다. 이 험한 세상에 믿을 놈은 가족 밖에 없다 ! 이 선언은 결국 가족 이기주의로 변질된다. 이런 식으로 대한민국은 공포를 팔고 그 공포를 소비한다. 대한민국은 공포 사회'다. 세 모녀가 앞날이 캄캄해서 방에 연탄불을 피워 놓고 자살을 선택했다. 낙상 사고로 노모가 돈을 벌지 못하자 살 길이 막막하여 선택한 결정이다. 유서 대신 밀린 월세와 공과금 70만 원을 담은 봉투를 남기고 말이다.

 

이럴 때마다 나는 종종 신경숙 작가에게 묻고 싶다. 엄마만 있으면 행복하냐고 말이다. 핏줄만 찾으면 견딜 수 있느냐고 말이다. 공포에서 파생된 핏줄에 대한 애착은 어느 정도 선까지는 " 케어 " 가 가능하겠지만 범위를 벗어나면 아무 쓸모도 없는 것이 된다. 자살을 선택한 세 모녀에게 왜 어리석은 행동을 했냐고 꾸짖는 말은 마치 기아에 허덕이는 아프리카 주민에게 비만은 건강에 해롭다고 말해주는 친절한 근심을 닮았다. 이 비참에 대해서 우리는 모두 슬퍼하며 술 한 잔 할지도 모른다. 그리고는 생각한다. 보다 더 악랄하게 살아야지. 나도 저 꼴이 될지 몰라. 이웃의 비참 앞에서 연민과 함께 공포를 느낀다. 어쩌면 당신은 당장 집에 가서 아내와 함께 아들 교육에 대해 의논할지도 모른다. " 여보, 내일부터 상민이 원어민 학원에 보냅시다. 우리가 조금 더 힘들어도 상민이가 희망 아니우.... "

 

공포는 그런 식으로 작동한다. 넘어지면 죽어야 하는 사회, 정치가들이 뻔뻔하게 복지를 구걸 행위라고 서슴치 않고 말해도 당당하게 뽑히는 사회, 김연아의 은메달에 분노하며 청원 운동에 동참하면서도 정작 이웃의 죽음에 대해서는 관여하지 않는 사회, 그 비참을 보면서 공포를 느껴야 하는 사회, 대한민국 참... 좆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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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인 2014-03-01 15: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공포 영화의 공포는 근거가 없는 가짜 대상을 향한 것이지만, 우리나라에서의 생활의 공포는 실체가 분명하며 사실이라는 것이 진짜 무서운 일이겠죠. 주수입원이 제대로 돈을 못 벌거나 병들거나 죽어버리면 진짜 모든 것이 거짓말처럼 끝장날 확률이 상당히 높은 나라. 이게 사실이란 걸 대부분 다 알아요. 그러니 미친 사람들처럼 헐떡이며 살아가는 거고.

곰곰생각하는발 2014-03-01 16:01   좋아요 0 | URL
그렇죠. 공포 영화를 보는 이유는 스크린이 일종의 안전 철조망이란 사실을 알고 있기에 가능합니다. 스크린과 관객인 나 사이에는 안전거리가 형성되거든요. 그런데 현실은 우리가 영화관에서 공포 영화를 보는 것보다 더 공포스럽게 다가옵니다. 왜냐하면 사회적 케어, 안전망은 없으니깐 말이죠. 1미터 앞에 멧돼지가 있는 거죠. 맷되지가 비록 드랴큘라나 프레드 크루거보다 귀엽게 생겼다고 해도 울타리가 없으면 그 괴물들보다 100배는 무섭다. 전 옛날에 산에서 거품 문 귀엽게 생긴 조그마한 미친 개를 본 적 있는데 정말 오줌을 쌀 정도로 무섭더군요. 지금 한국 사회는 이 안전망이 없어요. 신경숙이란 작가는 엄마만있으면 된다고 징정거려서 떼돈을 벌죠. 묻고 싶습니다. 신경숙에게 저 세 모녀는 엄마가 있어서 행복했냐고 말이죠. 아, 열받네.. 시바.. 오늘 저녁에 술이나 한 잔 해야겠다...

비로그인 2014-03-01 19: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공포의 주체와 대상이 점점 같아진다는 점에서 이상의 오감도가 생각나네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3-02 05:43   좋아요 0 | URL
다음 주 토요일 시간 됩니다. 약속 제안하셨으니 장소 섭외하시구랴.
둘이 만나기는 그렇고 좀 몇몇 찌끄러기들 모시고 갑시다.

수다맨 2014-03-02 02: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섹스와 공포, 한가지 덧붙인다면 '반자본주의'도 일종의 상품이 되어가는 듯합니다.
세 모녀가 남긴 유서를 보면서, 저것을 마냥 착하게만, 온정적으로 해석해선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히려 모녀는 저 죄송합니다, 라는 말을 반복해 쓰면서 단순히 미안함 뿐만이 아니라 통한의 분노와 공포를 느꼈을 거라 봅니다. 때문에 저 모녀의 선한 마음을 칭송하기 보다(이렇게 착한 사람들이 죽다니), 저 글의 이면에 깔려 있을 복잡한 정서들을(나는 지금 죄송하다 말하고 있지만 실은 이 세상을 더없이 경멸하고 증오하고 있다) 잡아내는 게 중요하지 않을까 싶어요. 연민의 정서를 분노의 연대로 만드는 작업을, 모두가 해야할 때가 아닐까 싶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3-02 05:42   좋아요 0 | URL
답답한 현실입니다. < 복지 > 를 < 구걸 > 이라고 인식하는 사회가 큰 문제인거죠. 그리고 그것을 시혜하듯 하사하듯 깨작깨작 거리는 것도 그렇습니다. 제가 마음이 아픈 이유는 세 사람이 모두 죽음에 대해 저항하지 않았다는 점이죠. 그만큼 비참했다는 뜻 아니겠습니까.

ㅇㅇㅇㅇㅇ 2014-03-02 03: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rothfleh rkwlrkwl

곰곰생각하는발 2014-03-02 05:38   좋아요 0 | URL
너의 글을 그대로 한글 자판으로 번역해 보마.

" 개소리도 가지가지 "

이런 시부럴.... 좆을 개불 씹듯 씹어먹을 새끼. 사내새끼가 겨우 이 욕하기가 무서워서 영타로 깨작깨작 남기고 가냐 ? 내 뭐라 안 할 터이니 더 강한 거 한글로 남기고 가라. 욕하고 싶은데 참으면 병 된다.
내 걱정 말고 시원하게 까고 가라.. 너의죄를 사한다.

만화애니비평 2014-03-03 08:17   좋아요 0 | URL
이런 인간들 제법 있네. 반디에서 이상한 소릴 영어로 지꺼리는 인간이 있드만, 왜 그래 살지

곰곰생각하는발 2014-03-03 11:13   좋아요 0 | URL
병신 새끼 쫄아서 익명으로도 제대로 욕을 못하다니.. 쯔쯔즈....

밤하늘의별소리 2014-03-02 1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그문트 바우만이 현대 사회는 '시민들을 사회적 지위의 하락이라는 공포로부터 책임지고 보호해주겠다는 맹세'에서 벗어나 '개인의 안전을 위협하는 또 다른 개인이라는 위험으로부터 시민을 보호하겠다'는 국가적 약속으로 변했다고 그랬어요. 그래서, 우리 사회에는 소아성애자, 연쇄살인범, 테러리스트 같이 '무서운 사람들'도 너무 많아진거죠. 사람들이 사회를 살아가면서 맞닥뜨리는 실존적 불안과 공포를 생각할 수 없도록, 이웃을 두려워하게 만들어버린 것같아요.

곰곰발님처럼 현대 사회의 공포를 똑바로 직시하고 그걸 말해주는 사람들이 필요한 것 같아요. 소설도, 철학도 해결책 말해주는 것을 마구 비판할 순 없지만, 어떨때보면 참 도덕수업같다는 생각도 들거든요.. -_ -


곰곰생각하는발 2014-03-02 11:52   좋아요 0 | URL
좋은 지적이십니다. 바우만의 지적은 곧 < 국민의 품격을 지키고자 하는 노력 > 에서 < 범죄로부터의 치안을 지켜주겠다는 방식 > 으로 바뀐 겁니다. 곧 전자는 품격에 방점을 찍는 것이고 후자는 치안'에 방점을 찍죠. 대한민국이 전형적인 치안국가'인데 얼핏 들으면 좋은 사회 아니야, 라고 말할 수 있으나 가만 보면 공산국가도 치안 중심 국가죠. 치안을 중시하면 결국 공권력의 힘이 커져야 하고, 공권력이 커져야 하면 경찰의 힘이 커져야 합니다. 치안이 자니치면 공포정치가 됩니다. 제가 시간날때마다 신경숙이나 수상한 그녀 같은 영화를 까는 이유는 이게 가족주의로 흐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가족주의'란 결국 우리 가족은 손 안 벌리고 내 새낀 내가 간수하겠다 이 정신이거든요. 그래서 악착과 억척이 작동합니다.

역설적이지만 세 모녀를 죽인 원인은 저는 돈이 없어서 오는 절망 때문이 아니라 복지를 구걸이라고 말했던 정치가들과 그 정치가를 뽑은 유권자'입니다. 스웨덴이나 그런 나라였다면 기관에 가서 복지 구제 요청을 했을 겁니다. 하지만 세 모녀가 죽음을 선택할지언정 기관에 손을 내밀지 않은 이유는 그 행동이 구걸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복지에 따른 구제 요청은 구걸이 절대 아닙니다. 그만큼 우리는 돈을 냈어요.

돈이 없어서 복지를 못한다. 웃기는 소리입니다. 독일은 지금 우리보다 1/5수준일 때부터 각종 복지 시스템이 돌아갔습니다. 제가 보기엔 세 모녀는 가족주의의 피해자'입니다. 가족의 문제는 가족이 해결해야 된다는 생각이 강한 거죠. 엄마가 최고야 라거나 내 자식이 제일 좋아가 만든 비극입니다. 신경숙 따위의 신파는 사회를 병들게 하는 삐라 같은 거라는 걸 신경숙은 알아야 해요. 엄마만 있으면 행복하다면, 엄마가 있어서 세 모녀는 비극을 맞았을까요 ?

samadhi(眞我) 2014-03-03 13: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결론에 공감하며 소리내어 읽었습니다. ㅋㅋㅋㅋ
신경숙 소설은 언젠가 한 권 읽고 다시는 읽고 싶지 않았지요. 공지영 소설도 한 권 읽고 있는대로 성질을 내며 다신 읽지 않고 무라카미 하루키 소설은 노르웨이의 숲을 좋아했는데 1Q84 2권까지 읽다가 낚인 기분에 불쾌해서 그 뒤로 읽지 않게 됐어요. 어쩔 수 없어요. 편독할 수밖에. 안 읽히니까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3-03 15:02   좋아요 0 | URL
취향이 저랑 비슷하시군요 ? ㅎㅎㅎ 또 모르죠. 하루키가 좋아질 지...
저도 한두 권 읽고 아휴 내 취향은 아니더라고요.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하루키가 노벨상 후보라는 사실은 이해불가능합니다.

samadhi(眞我) 2014-03-03 15:52   좋아요 0 | URL
조정래 소설같은 거 노벨상 받았으면 좋겠지만 그 맛깔스런 사투리를 어찌 영어로 바꾸겠어요. 하루키의 지나친 대중성(?)을 인정하나봐요. 노벨상이라는 게 기준이 좀 그렇더라구요. 특히 문학상은 몹시...

곰곰생각하는발 2014-03-03 17:01   좋아요 0 | URL
사투리... ㅋㅋㅋㅋ 정말 이걸 번역하기에는 힘으 들겁니다. 거시기'를 도대체 뭘로 표현하겠습니까. 불가능함니다....
 
조이랜드
스티븐 킹 지음, 나동하 옮김 / 황금가지 / 2014년 2월
평점 :
절판


 

 

 

 

 

 

 


 

 

 

 

 

 

 

< 조이랜드 > 를 두 번 읽고 두 번째 리뷰를 올리다.

 

 

 

유치원 교사가 학부모를 초청해서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유치원 교사가 < 봄-여름-가을-겨울 > 에 대한 개념 수업을 진행하면서 아이들에게 질문을 던진다. " 봄이 지나면 오는 게 뭐죠 ? " 아이들은 일제히 " 여름이요 ! " 라고 외친다. 여름이 지나면 ? 가을'이요 ! 가을이 지나면 ? 아이들이 겨울'이라고 합창을 한다. 그런데 유독 한 아이'만 시무룩하다. 그 모습을 지켜보는 아이의 엄마도 덩달아 시무룩하다. 눈치 빠른 선생이 그 아이에게 묻는다. " 애린아, 겨울이 지나면 ? " 아이는 잠시 생각하다가 말한다. " 고드름이 녹아요. " 정확한 기억의 복기'는 아니지만 내 이웃이 학부모 참관 수업 때 겪었던 에피소드'였다. 이 말을 들었을 때, 나는 무릎 탁, 치고 아, 했다. 그 아이는 겨울이 지나면 녹아서 사라져버릴 고드름을 생각하고 있던 것이다. 이런 에피소드도 있다. 한글 받아쓰기 수업 때 교사가 " 동그라미 " 를 쓰라고 명령했다.

 

유치원에서 선행학습을 거쳐 올라온 아이들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실력을 뽐내기 위해서 열심히 받아썼다. 물론 한 아이만 빼고 말이다. 그 아이는 < 동그라미 > 이라는 문자 대신 < ○ > 를 그렸다. 교사는 고민에 빠졌다. 만약에 당신이 빨간펜 선생님이라면 두 아이가 한 말'에 대해서 어떤 평가를 내릴 것인가 ? 정답인가, 오답인가. 아래 댓글창에 메모를 남겨달라. < 어른 > 입장에서 보면 " 고드름 " 과 " 동그라미 " 는 정답이 아니다, 어리석은 대답일 뿐이다. 겨울 다음에는 봄'이 와야 하고 동,그,라,미'라고 받아써야 한다. 그게 어른이 정한 게임의 법칙'이니깐 말이다. 무조건 점수 포인트가 올라가는 게 정답이다. < 어린이 > 는 원래 " 어리석은 이 " 라는 뜻이었는데 현재에 와서는 < 愚 : 어리석을 우 > 에서 < 幼 : 어릴 유 > 로 뜻이 변화하였다. 우리가 흔히 " 어리석은 사람/무식한 사람 " 을 표현할 때 강조하는 감각은 시각'이다.

 

어리석은 사람에 속하는 무리는 대부분 한치 앞을 보지 못한다. 그들은 문맹文盲이거나 까막눈'이다. 그러므로 < 어린이 > 라는 말 속에는 < 愚 > , < 幼 > 와 함께 < 盲 > 의 뉘앙스도 포함되어 있다. < 盲 : 눈 멀 맹 > 은 눈(目: 눈 목)을 잃어버린 자(亡 : 잃을 망)이다. 종합하면 어른은 어린이'보다 많은 것을 보는 존재이고, 어린이는 어른보다 적은 것을 보는 존재'가 된다. 동의합니까 ? 대부분 동의할 것이다. 우리는 훈육을 통해 길들여졌기에 어린이 또한 훈육해야 될 대상'이라고 생각하니깐 말이다. 하지만 스티븐 킹은 " NO ! " 라고 대답한다. 스티븐 킹 소설에 등장하는 아이들은 대부분 어른이 보지 못한 것을 보거나 너무 많은 것을 본다. 아이들은 헤일리 조엘 오스먼트처럼 유령이 보인다고 말한다. 인간 타자기'를 넘어 인간 복사기에 가까운 총알 타자수 스티븐 킹의 최신작 < 조이랜드 > 에서 다루는

 

주제는 " 어른의 문맹과 어린이의 심안 " 이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어른들은 대부분 맹盲'에 가깝다. 반면 근육위축증으로 시한부 인생을 살아가는 열 살배기 마이클 로스'는 심안'을 가진 영매'다. 아이는 너무 많은 것을 본다. 엄마인 애니는 아들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 난 항상 마이크가 너무 걱정스러워요. 아이는 너무 많은 것을 보는데 그 수많은 것들이 아이에게 상처를 주니까 (267쪽) " < 조이랜드 > 는 60대에 접어든 < 나 > 가 21살 때에 조이랜드'라는 놀이공원에서 벌어졌던 사건을 회상 형식으로 회고하는 후일담'인데 매 단락마다 < 나 > 는 " 그땐 그랬어야 했다는 걸 몰랐 " 고 " 그때 그게 마지막이 될 줄 꿈에도 몰랐 " 으며 " 결국엔 그게 착각이었음을 나중에서야 " 알게 되었다고 후회한다. 후일담'이 가지고 있는 전형적인 코드 진행이기는 하지만

 

스티븐 킹은 감성적 소모를 위해서가 아니라 주제를 부각시키기 위한 장치로 사용한다. 화자인 " 나 " 가 반복적으로 말하는 것은 볼 수 있었으나 보지 못했다는 점이다. 그런 점에서 화자인 나의 후회는 본질적으로 盲에서 오는 무지다. 그는 꿰뚫어 보는 눈(目)을 잃어버린 (亡) 주체'다. 반면 마이크는 마음을 꿰뚫는(心) 눈을 소유한(眼) 아이'이다. 盲과 眼은 연쇄살인범을 잡을 때에도 적용된다. 화자인 < 나 > 를 비롯한 경찰과 주변 사람들은 범인의 손에 새겨진 새 문신'만 본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문신이 아니라 ○○○ 이었다. 부분에 집중하면 전체를 보지 못하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블라인드 스팟'이다. 맹점*이다. 소설 속 등장인물들은 모두  달을 보는 게 아니라 달을 가리키는 손끝을 보고 있다. < 조이랜드 > 는 7,80년대 전성기 이후 주춤했던 킹의 21세기 후기 작품 가운데 최고 걸작'이다.

* 마이크의 할아버지'는 세속화된 상업 대형 교회의 목사'다. 그는 혹세무민으로 신도를 미혹한다. 그는 맹신자들의 교주다. 그는 손가락으로 천국을 가리키고, 맹신자들은 손가락 끝만 쳐다본다. 한국 성장 소설과는 달리 아이의 죽음을 계기로 가족은 봉합되지 않는다. 아버지와 딸은 끝끝내 화해하지 않는다.

 

달달한 사랑 이야기와 칼칼한 살인 이야기'를 성장 소설로 풀어내는 솜씨는 킹이 왜 킹인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정확한 기억은 나지 않지만 레이몬드 챈들러이거나, 대쉬 해밀이거나, 제임스 엘로이 가운데 한 명이 아닐까 싶다. 독자가 지루하다 싶으면 무조건 < 총 > 을 등장시키라고 말이다. 그래야지 무거워진 눈꺼풀 때문에 책을 덮으려다가 소설 속 총소리에 놀라 다시 책을 읽게 된다고, 비록 총이 느닷없이 등장해서 스텝이 꼬여도 어쩔 수 없다고 ! 하지만 스티븐 킹은 < 총 > 을 등장시키지 않아도 독자의 심장을 쫄깃쫄깃하게 만드는 레시피를 가지고 있다. 그는 한 단락이 끝나는 마지막 문장에 총잡이 대신 궁금증을 자아내는 문장을 선보인다. 예를 들면 " 조이랜드는 평화로웠다. 그 일이 벌어지기 전까지는... " 이런 식이다.

 

그것은 마치 헨델과 그레텔이 떨어뜨리고 간 빵 조각'과 비슷해서 궁금한 독자들은 킹이 흘리고 간 빵 조각을 야금야금 주워 먹게 된다. 뒤돌아보면 꽤 먼 길이지만 결정적 단서라고는 아직 공개도 하지 않는다. 독자는 순간 배신감에 치를 떨다가 이내 포기하고는 가재미 눈이 되어 책을 덮으려는 순간 느닷없이 킹이 날린 펀치에 토끼 눈이 되고는 한다. 그리고는 새벽에 오면 부엉이 눈이 되기 일쑤다. 킹은 독자를 가재미 눈에서 토끼 눈으로, 토끼 눈에서 부엉이 눈으로 만드는 조절 능력이 탁월한 작가'이다. 소설은 두 가지 종류가 있다. 한 번 읽고 나면 다시는 읽지 않은 소설과 언젠가는 반드시 다시 읽게 되는 소설로 분류할 수 있다. 고전이 최소한 두 번 이상 읽어야 할 소설 목록'이라는 측면에서 이 소설은 훌륭하다. 두 번째 읽고 나서 다시 두 번째 < 조이랜드 > 리뷰를 쓴다.

 

다시 읽었더니 놓친 부분이 많다. 암시와 복선을 찾아내는 깨알 같은 재미가 상당하다. 오, 오오 ! 킹이여, 가는 길에 영광있으라 ! 당신 때문에 산다.

 

 

 

 


 

 

 킹 리뷰 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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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blog.aladin.co.kr/749915104/6825800 : 킹의 B무비

 

 

 

 

 

 

 

 

 

 

 

 

 

 

 

 

 

 

 

 

 

 

 

 

 

 

 

 

 

 

 

 

 

 

 

 

 

첨언 ㅣ

곰곰 생각하니 첫 번째 에피소드는 겨울이 지나면 고드름이 녹아요, 가 아니라 눈이 녹으면 어떻게 되나요 ? 라는 질문이었던 것 같다. 어른이 듣고 싶은 대답은 " 눈이 녹으면 물이 돼요 ! " 인데, 아이는 " 봄이 와요. " 라고 했던 것 같다.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하여튼 눈이 녹으면 봄이 온다는 시선이 참 아름답다. 그래, 겨울이 지나면 고드름이 사라지고, 눈이 녹으면 물이 되는 게 아니라 봄이 온단다. 아, 이제 곧 꽃샘잎샘하는 봄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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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생각하시는손 2014-03-01 11: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눈 오는날 눈길 걸으며 4살짜리 조카에게
"눈이 녹으면 뭐가 되는줄 알아?" 물었는데,
전, 물이 된다, 내지는 비가 된다..뭐 이런 답을 예상했거든요.
그랬더니 얘는 반대로 "눈이 녹으면 봄이 돼" 이러며 싱긋 웃었어요ㅎㅎ
그리고 덧붙여서

"..그리고 봄이면 할미가 와! " 이러면서 막 폴짝폴짝 뜀ㅋㅋ

곰곰생각하는발 2014-03-01 11:19   좋아요 0 | URL
음 이 에피소드가 정확히 생각이 안 난다.
아, 맞다 !!! 시바 !!!! 겨울이 지나면 고드름이 녹는게 아니라
눈이 녹으면 봄이 온다, 라는 에피소드 였지. 근데 왜 존댓말이냐 ?
너 눈미 아니냐 ?

아닌데... 고드름이라고 말한 거 같은데.. 아닌가... 요즘 뒤죽박죽이야.

곰곰생각하시는손 2014-03-01 11:40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이제부터 니한테 삐친거 있으면 존댓말 쓰기로 했어요.

눈인들 고드름인들 뭔들 어때여~
어차피 니가 하는 말씀 8할은 다 뻥이잖아여~

곰곰생각하는발 2014-03-01 11:48   좋아요 0 | URL
왜 또 삐쳐서 그러냐.
화 풀어, 그래야 수요일이 오니깐. ㅋㅋㅋㅋ

곰곰손 2014-03-01 11:57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흑흑흑.. 화 풀어야 수요일이 온다니..

그런 아저씨들 중년 개그를.. ㅠ_ㅠ(눈물)

곰곰생각하는발 2014-03-01 12:14   좋아요 0 | URL
수 다음에는 목단이야.

월계하계 수수목단 금단 초단 공주마마 납시지....

곰곰생각하시는손 2014-03-01 12:20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곰곰발 아저씨 따분한 소리만 하니깐 저 그만 나갈래여~


+ 아시발 좆가튼 갤럭시 안쓸라고 해약하러 휴대폰 가게 왔는데
어느새 내가 쓰던 회사 CF모델이 "원디렉션"으로 바꼈네?
아놔ㅡ 귀요미들 상큼한 얼굴 사진 보니.. 맘이 또 흔들리네..
아미치겠다 귀요미들♡

곰곰생각하는발 2014-03-01 12:28   좋아요 0 | URL
너는 애가 아주 욕을 입에 달고 사는구나.
앞으로는 욕 대신 목욕을 하도록...
아니면 도가니 수육도 좋아..

rtour 2014-03-01 12: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노작가의 인생관이 드러나는 소설이란 생각은 했지요, ^

곰곰생각하는발 2014-03-01 12:27   좋아요 0 | URL
나이가 드시는 확실히 뭔가가 달라졌어요. 1122에서도 감지했지만 이젠 좀 소프트했졌다고나 할까요. ㅎㅎㅎ
전 킹의 소설 중 전통 공포 소설보다는 쇼생크, 스탠바이, 잇 그런 것처럼 뭔가 성장코드를 함께 넣은 소설이 좋더라고요.

rtour 2014-03-01 12: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곰곰발 꽤 관조적인 인생관이지요, 좋더라구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3-01 12:51   좋아요 0 | URL
아, 이 양반은 정말 뭔가 다크한데 핑크-스럽기도 합니다. 독특한 경지예요.

수다맨 2014-03-01 13: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국 성장소설들은 사실 패턴이 비슷비슷하죠. 배경이 어땠건 간에 순수(순진?)→고난→성숙이라는 패턴을 크게 벗어나지 못합니다. 그래서 이 패턴을 바꾸려고 끌어들이는 방식이 김애란처럼 일종의 조로인데, 대부분 어설픈 조로가 되기 십상이죠. 진짜 조로라면 거기에 유머의 과잉이나, 동화적 색채가 들어설 자리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어른 이상의 예리함과 깊이를 보여줘야죠 ㅎㅎ
곰곰발님께서 강추하시니 이 책을 꼭 읽어봐야갰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3-01 13:37   좋아요 0 | URL
개인적 취향이 깊게 담긴 추천입니다. 이 양반이 정말 정교하게 글을 씁니다.
제가 항상 글빨이라며 약간 희화화하는 경향이 있는데 글빨이 아니라 탁월한 문장력이죠.
이것저것을 하나로 통일시키는 힘은 킹만이 가지고 있는 힘이에요.
소설 공부하시는 분들인 오 소설을 뜯어보면 답이 보일 겁니다.

두리두리 2014-03-01 15: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250페이지쯤 읽다가 덮었어요. 전 도저히 못 읽겠네요T.T

곰곰생각하는발 2014-03-01 15:45   좋아요 0 | URL
280페이지부터 쭉쭉 읽힙니다.
 

 

 

 

 

 

스마트한 당신

 

 

 

 

 

길을 걷는데 누가 내 뒤에서 " 잘생겼다 ! " 라고 속삭이는 소리를 들었다. 내 귀를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발이 달린 것도 아닌데 가는귀 먹은 내 청력 탓이리라. 그런데 이번에는 내 앞에 있던 여자가 나에게 " 잘생겼다 ! " 라고 말하는 것이 아닌가 ? 그 여자 옆에 있던 아가씨도 나에게 잘생겼다고 말했다. 잘생겼다, 잘생겼다, 잘생겼다. 속으로 생각했다. " 시바, 꿈이구나 ! " 태어나서 지금까지 잘생겼다는 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으니 여기는 분명 꿈인 게 분명했다. 눈을 떴다. 티븨'에서는 이정재와 전지현이 서로 잘생겼다를 외치고 있었다. SK텔레콤 < 잘생겼다 > 광고를 볼 때마다 드는 생각은 얼마나 많은 돈을 벌었기에 기분 좋아서 주체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을까, 였다. 이정재와 전지현은 텅 빈 무대 앞에서 단순히 " 잘생겼다 " 를 반복적으로 외친다.

 

앞뒤 문맥도 없고 설명도 없다. 광고주가 이 광고를 통해 말하고자 하는 바'는 분명하다. 잘생긴 톱스타들은 춤도 못 추고 노래 솜씨도 음치에 가깝다. 소비자는 망가진 톱스타를 보면서 친근성'을 느낀다. 광고 속 톱스타는 곧 상품이니 이 친근성은 SK텔레콤 상품 이미지로 이어진다. 뭐, 이런 치밀한 광고 전략 ! 하지만 이 전략'은 전락'하고 말았다. 내가 보기에는 재능 없는 춤과 재능 없는 노래로도 떼돈을 벌 수 있는 " 상품-몸 " 과 소비자의 통신비를 얼마나 받아쳐먹었으면 배가 불러서 이런 의미없는 광고를 내보낼까, 라는 생각뿐이었다. 떼돈을 벌어서 펑펑 쓰겠다는 데 딴지를 걸 생각은 없다만 그것이 상대적 박탈감'을 야기한다면 좋은 광고라고 할 수 있을까 ? 보면 볼 수록 불쾌해지는 광고'다. 광고 한 편당 십 억 정도 받는 " 스페셜 " 톱스타를 모셔놓고서는 자꾸 " 노멀 " 하다고 하면 입에서 온갖 " 애니멀 " 한 욕들이 튀어나올 수밖에 없다.

 

돈 많이 벌어서 행복한 비명을 지르는 것까지는 좋은데, " 여기서 그러시면 안 됩니다. " 우리가 이 쓸데없는 광고'에 대해서 지랄을 해야 하는 이유는 대한민국 통신비가 멕시코 다음으로 전세계에서 가장 비싸기 때문이다. 박리다매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 코흘리개도 휴대폰을 사용하는 나라인데도 통신비는 내려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원가를 공개하라는 소비자 단체의 요구에는 영업 비밀이라는 이유로 거부한다. 하지만 이동통신 사업이 얼마나 남는 장사인가는 < 잘생겼다 광고 시리즈 > 를 보면 답이 나온다. 성인은 물론이고 코흘리개 통신비까지 긁어모은 돈으로 이런 의미 없는 광고를 남발하는 것을 보면 떼돈을 벌고 있다는 증거'다. 투 플러스 인증 톱스타들이 3등급 한우와 같다고 말하는 겸손'은 마치 스티브 잡스'가 쉰 목소리로 " 여러분, 살림살이 나아지셨습니까 ? " 라고 말하는 근심과 닮았다.

 

이제 손톡톡상자'는 만능 기계'가 되었다. 하지만 이 < 만능 > 에 영혼을 팔면 당신은 어느 순간 < 저능 > 이 된다. 이제는 새로운 모델이 출시되기도 전에 자사 연구개발팀에서는 이미 다음 모델을 완성한 후 대기 상태'에 있다가 건희와 라희 부부의 출격 명령이 떨어지기를 기다리고 있다. 그러니깐 신제품은 더이상 신제품이 아니다. 그렇다면 " 신제품의 품격 " 은 무엇일까 ? 새로운 기능 추가'이다. 아마도 이런 추세라면 10년 후에는 5G에서 물이 분출될지도 모른다. 똥 싸고 난 다음에는 핸드폰을 항문 가까이 밀착시키면 단말기'에서 물이 쏟아져 당신의 항문을 클린하게 만들 것이다. 혹은 성인용품 " 딜도 " 기능을 추가한 제품도 출시될 것이다. 성욕이 생기면 < 딜도 > 앱을 작동시켜라. 다음과 같은 메시지가 뜰 것이다.

 

" 삐리리리, 삐리리리리 ~ 주인님 ! 제 몸을 당신의 소중한 그곳에 밀착시켜 주십시요. 십 분 간 진동으로 당신을 오르막에 다다르도록 만들겠습니다. 내리막 시에는 비데 앱을 사용하십시요. 크리넥스보다는 비데가 감쪽같아요. 부모는 늘 당신 방에 있는 쓰레기통을 예의주시하거든요. 부모는 아들의 자위 횟수'를 측정하기 위해 크리넥스 티슈 사용량을 검토한답니다. 소프트한 쾌락을 원하시면 1번을, 하드코어한 경험을 원하시면 3번을 눌러주세요 ! "

 

스마트한 티븨 ▼

 

 

칫솔질을 하며 거울을 보았다. 이, 상했다. " 이가 상했다. " 가 아니라 뭔가 " 이상했다. " 묘한 기시감. 과거의 어느 때 혹은 미래의 어느 순간. 숨 쉬어, 물고기. 그때 입에서 비눗방울이 팟,팟,팟 ! 어라 ?! 공기방울 열댓 개가 둥실둥실 떠 있다. " 팟 ! " 방울이 터지면서 " 아직도 모르겠냐 ? " 라고 말하며 산화했다. 어라 ?! 팟, 팟 !  그때 이 묘한 기시감의 원인을, 공기방울을, 입 안 한가득 거품의 원인을 깨닫게 되었다. 치약을 짠다는 것이 그만 샴푸를 누른 것이다. 그러니깐 치약으로 치솟질을 하는 것이 아니라 샴푸로 칫솔질을 했던 것이다. 팟 ! 마지막 방울이 터지면서 " 병신, 이제 알았냐 ? "  머리를 감기 위해 샤워실에 들어갔다가 갑자기 귀찮아서 칫솔질만 한 것인데 여기서 스텝이 꼬인 것이다. 머리를 감을 계획이 잠재의식 속에 남아 있다가 그만 샴푸통 꼭지를 치약처럼 누른 것 ! 아, 아아 웃고 있어도 눈물이 난다는 게 이런 거구나. " 이를 감.았.다 " 고 생각하니 그나마 위안이 되었다.  

 

나는 이 모든 것을 시력 탓으로 돌렸다. 치약을 짠다는 것과 샴푸통을 누른다는 것은 엄연히 다른 행위임에도 불구하고 시력 저하에 의한 착각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왜 시력이 갑자기 나빠졌을까 ? 범우사판 카프카의 책 < 성/ 변신 > 을 < 성 병신 > 이라고 읽지를 않나, S평론가의 글 < 여성 특유의 섬세한 손길로 현대인의 불안을 다룬 > 을 < 여성 특유의 섬세한 손으로 현대인의 불알'을 다룬  > 이라고 읽어서 불알 힘껏 잡으면 아픈데 흥분하셨네, 라며 흐흐흐 웃지를 않나.....  전에는 가죽 공예 공방 입간판 이름인 < 모두   가죽으로 > 를 < 모두가   죽으러 ! > 로 읽은 적도 있었다.

 

시력 탓이다 ! 시력 저하의 원인을 찾아보니 과도한 노트북 사용과 티븨 탓이었다. 리모콘이 없어서 바로 앞에서 티븨를 시청했더니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이다. 내가 누군가 ! 당장 하이마트로 달려갔다. 뭐, 진짜 달린 것은 아니다. 걸었다. 처음에는 그저 시력 보호용 캡과 만능 리모콘을 살 요량으로 간 것이다. 그런데 보다 보니 스마트 티븨에 욕심이 난 것이다.  

 

- 어서 오십시오. 지금 이 제품은 손님처럼 중산층'이신 분들이 가장 선호하는 스마트 티브이입니다.

- 티븨요.

- 네에 ?

- 티. 븨! 브이가 아니라 븨'

- 아하, 네에. 스마트 티이이이이 븨!!!

- 하하하.

- 호호호.

- 븨 !

- 여러 기능이 있지만 이 제품이 타사 제품인 럭키금성 스마일 티븨에 비해 다른 점은 시력 보호 기능이 있다는 점입ㄴ  ㅣ ...

- 뭐요 ? 시력 보호요 ?!

- 네에. 그렇습니다, 고객님 ! 현대인의 시력 보호를 위해서 이 티븨를 시청자가 5미터 밖에 있어야지만 전원이 들어옵니다. 대초원에 사는 몽골 사람들은 시력이 대부분 1.0 이상이라고 하죠 ? 멀리 보면 볼수록 시력이 좋아진다고 합니다.

- 이걸로 합시다.

- 호호호. 탁월하신 선택이에요. 12개월 할부로 끊어드릴까요 ?

- 36!

- 36개월이요?

- 아니오. 36년 !

- 네에 ?!

- 하하하 농담입니다 !

 

 

판매 사원의 중산층 애드립에 기분이 좋아진 탓도 있지만 역시 결정적인 이유는 시력 보고 기능 때문이었다. 전원을 눌렀다. 팟, 소리가 나며 켜져야 하는데 켜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다시 눌렀다. 여전히 불통 !  

 

설치 기사가 퀵서비스 소포처럼 잽싸게 방문했다. 왜 전원이 안 들어오죠 ? 내 질문에 직원은 방 안을 아래위로 훑어보았다. " 고객님 이 티브이... 아니 이 티븨는 5미터 밖에서만 작동하도록 설계되었습니다. 이런 코딱지만한 방구석에서는 전원이 켜질 리 없죠. "  

 

오늘도 나는 월화 드라마를 보기 위해 집을 나선다. 한 걸음, 두 걸음, 세 걸음, 네 걸음... 걸음을 멈추고 집 앞 전봇대 아래 의자에 앉는다. 그리고는 열린 창문을 향해 리모콘을 누르면 " 팟 ! " 소리를 내며, 똑똑한 스마트 티븨가 팟 !  

 

펼친 부분 접기 ▲

 

소비자들은 새로 추가된 기능'에 열광하며 새로운 제품을 사지만 알고 보면 이러한 기능은 모두 김선달 식 호객 행위'에 불과하다. 이제는 리모컨 대신 음싱 인식 기능을 갖춘 새로운 티븨'가 등장한다. " 칠 " 을 외치면 7번 채널로 전환되고 " 팔 " 을 외치면 8번 채널로 이동된다.  그런데 이런 티븨를 볼 때는 가족 간 대화'는 금지해야 한다. 일본, 이번에는, 삶, 칠칠치 못하네, 팔팔하다, 시비 걸다, 식사하셨어요, 씹어, 씨팔, 씻구 밥 먹어 따위는 금지어'다. 똑똑한 티븨는 " 시비 걸다 " 를 12로 착각을, " 식사... " 를 14로, " ... 씹어 " 를 15로 오해하지 않을까 ? 작용-반작용'이 물리적 현상이라면 작용-부작용'은 다기능 주의의 나쁜 예'이다. 전화기는 통화 기능만 있으면 되고, 음성 인식 기능이 추가된 티븨'는 필요 없다. 오붓하게 거실에서 사랑을 나누는데 음성 인식 기능을 가진 스마트한 티븨'가 당신들이 속삭이는 소리를 엿듣고 있다고 생각해 보라.

 

지금 이 글을 작성하는 노트북은 49만 원 주고 샀는데 놀라지 마시라. 동공 인식 기능을 갖추고 있어서 본인 인증'이 가능하다. 당신이 비밀 번호를 입력해서 잠금 해제를 한다면, 내 노트북은 내 동공을 확인한 후 잠금 해제를 해야 한다. 그 아무리 뛰어난 해커'라고 해도 내 시크릿 노트북을 잠금 해제할 수는 없다,  라고 생각했으나 결과는 시궁창이었다. 49만 원짜리 노트북이 이런 첨단 기능을 탑재했다는 사실이 궁금해서 노트북을 켠 후 내 얼굴 대신 쩍쩍이 ( 골드 레트리버종 개 ) 를 들이밀었더니 노트북은 자신의 평소 생각을 메시지로 띄웠다. 

 

" 곰곰발 님이시군요. 잠금 해제합니다. 항상 당신 눈동자를 보며 느끼지만 곰곰발 님 잘생겼어요. 동공 조리개가 쫀쫀한 닭 똥구멍 같아요. 건방지게 기계인 주제에 그만 사랑에 빠졌어요. 당신이 자판을 두들릴 때마다 전 후끈 달아오른답니다. 부탁이 있어요. 글을 쓰실 때 가급적이면 " ㄷ " 자판을 자주 희롱해 주세요. 제 성감대입니다. 다음 생은 여자로 태어나 닭 똥구멍보다 쫀쫀한 당신 눈동자에 풍덩 빠지고 싶어요. 잘생겼어, 잘생겼어, 정말... 잘생겼어...... "

 

 

 

 

첨언 ㅣ 하나. 

사람들이 이 광고'가 주는 메시지를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다. 우선 이정재는 < 잘생겼다 > 는 말이 얼굴이 잘생겼다는 뜻이 아님을 분명히 한다. 전지현은 그가 한 말에 덧대서 " 생겨줘서 고맙다는 말 " 이라고 말하는데, 종합하면 LTE-A라는 뛰어난(잘~) 기획 상품이 출시되어서(생겨줘서) 소비자 입장에서 이 상품을 출시한 회사'에 고맙다는 메시지'다. 이 정도면 허섭스레기가 아니라 아주 뻔뻔한 광고로 받아들여야 한다. 빈말이라도 광고는 대부분 자사 제품을 사용해 주셔서 소비자에게 고맙다는 메시지'를 띄우는데, LTE-A 광고는 오히려 소비자가 SK텔레콤에게 납작 엎드린 후, 이런 상품이 나와서 고맙다고 고백한다. 도대체 왜 이런 현상이 생긴 것일까 ? 이런 식의 고압적 태도는 독과점 기업의 특징이다. 대한민국 통신비가 비싼 이유는 자유 경쟁 체제가 아니라 독과점 체제'이기 때문이다.

 

 

첨언 ㅣ 두울.

내 노트북의 성감대가 왜 ㄷ(디귿) 자판'인가는 http://blog.aladin.co.kr/749915104/6244950'를 읽으면 나온다.

 

 

 

 

 

 


 

 

 

P.S

 

나보고 잘생겼다는 노트북의 수줍은 고백에 대한 답례'다. 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 이 정도 두드렸으면 자지러졌겠구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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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동 2014-02-28 1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처음 저도 저 광고를 보고
나만 이해를 못하는건가.. 생각했었어요

최고의 주가를 올리는 두 탑스타를 내세워 만든 광고가 ㅉㅉ
초딩이 약빨고 만들어도 저리 허접하진 않겠더라구요
과장,허위 광고만큼이나 허접광고도 보기가 싫어요


.
ㄷ"을 성감대로 가진 자판이라니 ㅋㅋ
ㄷ"은 디귿"으로 쓰일 때 더 섹시해보이는 듯 ㅋㅋ

곰곰생각하는발 2014-02-28 11:27   좋아요 0 | URL
방금 노트북이 메시지를 보냈는데 ㄷ(디귿)은 여성 자궁 구조를 뜻한다고 합니다. 자기는 노트북 세게에서 여성이라고 하네요....

곰곰생각하는새벽 2014-02-28 1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원래 기능이 잡다해지면 고장이 잦고 제품 수명도 짧아서 싫어합니다.
20년 넘은 본가의 금성사 티비 위엄이 갈수록 돋보인다는~
이 광고 몇 번 보고 그 둘이서 이런 제품이 생겨서 잘 됐다 잘 됐다~ 그러는 줄 알았어요. 그래도 뜨악함은 마찬가지지만.
그나저나 왜 하필 ㄷ이 성감대인지 궁금 :) 이유 없어도 만들어서 써줘욧~

곰곰생각하는발 2014-02-28 11:26   좋아요 0 | URL
제 말의 핵심을 간파하셨습니다. 바로 그겁니다. 기능이 많다는 것은 역으로 수명이 짧다는 겁니다.
이 광고는 말 그대로 " 이런 상품( 엘티이에이)이 생겨서(출시되어서) 고맙다고 하잖아요. "
이게 굉장히 뻔뻔한 논리입니다. 대부분의 광고는 우리 제품을 애용해 주신 고객 여러분 고맙습니다, 인데
이 광고는 역으로 LTE-A처럼 멋진 상품이 출시되어서 소비자인 우리가 고맙다고 말을 합니다.
배가 배 밖으로 나온 상황이죠. 소비자에게 이것들아, 이런 제품 출시한 걸 감사하게 생각하라, 라는 뜻이거든요. 개같은 광고임... 역대 최악임요...

+

ㄷ '은 사실 여성 자궁 구조'입니다. 이언 매큐언의 < 속죄 > 를 보면 CUnt라는 단어가 나옵니다. c,u,n은 모두 여성 자궁 구조를 닮았어요. 그래서 이언 매큐언은 이 단어를 사용합니다. 디귿'은 c,u,n과 같은 구조죠. 막 지어냈는데 꽤 그럴 듯한데요.. ㅋㅋㅋㅋㅋ

마립간 2014-02-28 12:34   좋아요 0 | URL
c, u, n의 구조가 같다는 것은 연결구조를 연구하는 위상 수학 분야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2-28 12:42   좋아요 0 | URL
마립간 님, 제 동네친구 중에 위상 수학에 빠진 사람이 있었는데, 천재 수학자는 아니어도 거의 엄청난 수학자 같은 느낌이 나는 친구가 있었습니다. 그 친구는 항상 위상 수학을 최고라고 칭찬하더군요...

마립간 2014-02-28 12:57   좋아요 0 | URL
곰곰발 님, 수학을 좋아하는 사람은 현상보다는 본질, 양보다는 질을 추구하죠. 이상주의자이기도 하고 보수주의자이기도 하고. 아무튼 위상 수학이 길이라는 양을 무시하고 연결이라는 질만 따지니, 수학을 좋아하는 사람이 열광할 만 하죠.

곰곰발 님의 사고가 수학과 연결되어 있다고 제가 몇 번 격려한 적도 있지만, 곰곰발 님의 글이 알라딘에서 지명도가 있으니 수학이 우리 사고 및 생활과 얼마나 가까운가를 보여주는 저의 댓글입니다. 알라디너를 포함한 곰곰발 님의 글을 읽는 사람이 수학과 친숙해지기를 기대하면서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2-28 13:08   좋아요 0 | URL
마립간 님, 이거... ㅎㅎㅎㅎ 전 제일 못했던 과목이 수학입니다. 항상 양과 미'였습니다.
그래서 항상 수학적 인간이 아니라고 생각했으나
가만 보면 꽤 수학적 인간'이란 생각을 합니다.
어떻게 보면 전 구조주의자이기도 하거든요.

samadhi(眞我) 2014-02-28 12: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ㅋ
늘 SK 광고를 볼 때마다 "역시 스크답다" 생각합니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스크다운 광고. 유치함을 세계 제일로 미는 듯합니다. 광고를 보면 기업의 수준을 생각하게 됩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2-28 12:45   좋아요 0 | URL
삼성이 노무현 때 컸다면 SK는 노태우가 밀어주고 김대중 때 꽃을 피운 느낌이 듭니다. 통신비는 한국이 멕시코 다음으로 비싸더군요. 멕시코야 뭐 비쌀 수 있다고 쳐도 전국민이 폰을 가지고 있어서 박리다매가 가능한데도 가격 인하를 하지 않는 것을 보면....

밤하늘의별소리 2014-02-28 12: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단편 소설 읽는 줄 알았어요. 뭐 항상 그래왔지만 곰발님의 창의력과 글솜씨와 의성어 사용과 미묘한 부분까지 캐치하는(예를들어, 티브이가 아니라 티븨!) 그 감각에 무릅 탁,치고 아,합니다!!ㅎㅎ

저 광고 끝까지 본 적은 한 번도 없지만(유투브에서 저 광고 엄청 나오지만 그냥 스킵합니다.), 끝까지 보고 곰발님 설명 듣고나니 열불나네요 -_-

나한테 필요하지도 않은걸 자기들 마음대로 필요하다고 만들어놓고, 나한테 필요하지 않으니까 안쓰겠다고 하면, 시대에 뒤떨어지고 불편한 삶을 살고 있다고 비난해버리는 이 무지막지한 기술적 진보!!


곰곰생각하는발 2014-02-28 13:12   좋아요 0 | URL
븨'라는 이 묘한 형태를 꽤 좋아합니다. 무릎 탁 치고 아 한다 = 요거 자주 사용해 주세요. 따로 저작권료 받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제가 아주 질색인 광고가 저 광고하고 허지웅과 성시경 나오는 학습지 광고 하고... 아주 질색입니다.
허지웅에 책을 던질 때 팍 소리가 나는데 볼 때마다 깜짝 놀라게 되요. 저 광고주는 왜 책을 팔면서 저리
거칠게 굴지 이런 생각....

투지 쓰면 마치 원시인 보듯하잖아요. 까르르 웃고 말이죠. 참.... 어이없는 현실입니다.

만화애니비평 2014-02-28 13: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밑에 제가 적은덧글은 저 멀리로 갔군요~ 곰발님의 인긴에 새삼스럽게 느껴옵니다!
내일 오전에 또 하나의 약속을 보러갑니다.
가기 전에 대한민국 임시정부 자금의 60%를 대신 독립운동가 백산 선생님 기념관에 가려고 합니다.
삼일절 의미있게 보내려고 합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2-28 13:51   좋아요 0 | URL
엇 그렇습니까 ? 아이고, 이거 죄송합니다. 덧글이 많다 보니 종종 답글을 놓치는 경우가 상당히 많습니다. 만애비 님 고장에서도 아직도 또하나의약속 하는군요. 즐겁게 보시고 뜨겁게 우십시요. 사랑하는 만애비 님....

삼일절 의미있게 보내시려면 술 드시면 안 되는데 술은 드실 것 같군요... ㅎㅎㅎㅎ

만화애니비평 2014-02-28 15: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울고 싶지는 않으나 울면 곤란합니다. 거기서 울어버리면 영화리뷰가 제대로 되지를 않거든요. 가슴 속에 분노와 슬픔, 절망을 그대로 담고 가서 집에서 키보드로 풀어냅니다. 그래서 영화 변호인을 보면서 다른 사람들이 울어도 안 울었지만, 그래도 막상 원진레이온 피해노동자와 수은중독으로 죽은 문송면군의 비극에선 저도 무뎌지는군요.
삼성차와 폰, 보험을 사용하지만, 보고 있으면 가관이라는

곰곰생각하는발 2014-02-28 19:05   좋아요 0 | URL
울지 마, 울지 마, 울지 마, 울지 마, 울지 마.....

그나저나 원진레이온 노동자들은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요 ?

만화애니비평 2014-02-28 21:40   좋아요 0 | URL
노무현 대통령 웹툰인 노공이산에서
그의 무덤 앞에 추모한 것만 봤습니다.
그때 원진레이온 사건에서 장애를 받은 그 소녀의 아버지도 같이 와서
진짜 만화지만 보는 순간 가슴이 무너지는 줄 알았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3-01 09:31   좋아요 0 | URL
정말 그 장면 마치 쉰들러 리스트 마지막 장면을 떠올리게 만드는군요.
감회가 새로우셨습니다.

봄밤 2014-02-28 18: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하하ㅏㅏㅏ...깜짝놀랐습니다. 이런 광고가 있군요.
'잘생겼다'는 말 좋아하는데 단어의 위치가 좋지 않으니
원래의 의미까지 잡아 먹는 것 같아요. 힘과 언어와 책임에 대해 곰곰합니다.
귀한 말은 귀하게.

이월이 성급하게 갑니다. 곰발 님, 봄 맞으세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2-28 19:05   좋아요 0 | URL
보이쉬하시군요. 후후,
뭐 저에게는 봄밤 님의 왕래가 봄을 맞는 거죠. 제게 봄은 18시 42분에 찾아왔군요.

곰곰손 2014-02-28 2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오ㅡ 페루애 글 좋다고 알란딘에서 평판이 자자하네~~^*^!!


뭐.. 좋다만 말이다.


(딴지 아님, 좋다는 얘기.)

곰곰생각하는발 2014-03-01 09:26   좋아요 0 | URL
곰곰손 왔구나. 이로소 손발이 모두 곰곰해졌어...

유다 2014-02-28 22: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ㅋㅋ이거 다음 아고라에서 청원까지 일어날 정도로 불쾌광고라는ㅋㅋㅋㅋㅋ
전 TV를 안 봐서 아고라에서 알게 된 씨에프. 라디오로만 몇 번 접했는데 전지현이나 이정재가 한 줄 모르고 거부감 없이 흘려 들었는데. 왜냐하면 라디오광고는 대부분 이미지 없이 후크송으로 승부를 거는 곳이라.

곰곰생각하는발 2014-03-01 09:26   좋아요 0 | URL
정말 청원까지 올라갔나요 ? 맙소사 ! 대한민국은 청원 공화국'입니다.
광고도 그지같지만 무조건 마음에 안 들면 청원부터 때리는 민족성도 참 그지 같군요....

비로그인 2014-03-01 05: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느 잡지에서 읽었는데 여성들을 위한 전동 딜도 앱이 벌써 있더라구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3-01 09:25   좋아요 0 | URL
정말입니까 ? ㅎㅎㅎㅎㅎㅎㅎ 요거 하나 구매해야겠는데요. 딜도 앱'이라...
 

 

 

 

 

 

 

 

 

 

 

 

 

 

 

 


 

 

 

 

 

 

오후 3時에 벨이 울릴 때.....

 

 

 

 

3시'에 대하여

 

 

 

스티븐 킹 소설 < 셀, cell >은 내용이 좀 황당하다. 스티븐 킹 소설 대부분이 황당한 설정이기는 하지만 이 소설은 좀 더, 좀 더, 좀 더 황당하다는 말이다. 때는 바야흐로 " 동부 표준시로 10월 1일 오후 3시 3분 "  을 지나던 한가한 오후가 배경이다. 나는 스티븐 킹이 무시무시한 사건이 일어난 시점을 " 오후 3시 3분 " 으로 설정한 의도 앞에서 무릎을 탁, 치며 아, 했다. 물론 아, 하며 무릎 탁, 칠 수도 있었지만 무릎 탁, 치며 아, 하는 것이 킹에 대한 예찬처럼 느꼈기 때문이다. 절묘한 한 수라는 생각을 하자 < 아 > 라는 감탄사는 점점 길어져서 아,아아아아 했다. 누누이 말하지만 < 3시 > 는 매우 독특한 위치에 놓여 있다. 사르트르는 소설 [ 구토 ] 에서 주인공 로캉탱의 생각을 빌려 오후 3시를 " 무엇을 하기에는 이르거나 혹은 늦은 시간 " 이라고 말한다.

 

당신이 3시에 밥을 먹는다면 그것은 늦은 점심일까, 아니면 이른 저녁일까 ? 먹는 일 대신 누군가와 약속을 정한다고 해도 애매모호하기는 마찬가지다. 점심 약속인가, 저녁 약속인가 ? 혹은 늦은 점심 약속인가, 이른 저녁 약속인가 ? 이처럼 < 3시 > 는 즐겁게 춤을 추다가 " 그대로 멈춰 " 야 하는 시간'이다. 일시 정지'다. 그래서 나른한 오후 3시다. 영화 [ 아비정전 ] 에서도 오후 3시에 대한 에피소드가 나온다. 아비(장국영)는 매점 아가씨(장만옥)에게 무작정 자기와 함께 1분 간만 시간을 들여다보자고 제안한다. 매점에는 손님이라고는 아비 말고는 아무도 없어서 조용하고 한가하다. 여자는 잠시 망설이다가 그 제안을 받아들인다. 그들은 함께 시계를 들여다본다. 초침은 오후 2시59분에서 시작해 3시 정각을 향해 돈다. 장국영과 장만옥이 함께 한 1분'이다.

 

킹은 곧 벌어질 아수라장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서 나른한 오후 3시에 타이머를 맞춘다. 마치 그 사실을 강조라도 하듯이 " 오후 3시 3분 " 에 맞추고는, 이 한가하고 조용했던 오후가 어떻게 무시무시한 아비규환이 되어가는가를 보여준다. 마치 액션 영화에서 자동차가 폭발하기 바로 전에 사운드가 묵음으로 처리된 슬로우모션을 선보이는 효과처럼 말이다. " 킹 선생, 알고 보면 꽤 꼼꼼한 양반이다. " 소설은 어찌 된 영문인지도 모른 채 갑자기 좀비로 변해버린 보스턴 거리 풍경을 보여준다. 나중에 밝혀진 사실이지만 오후 3시 3분에 핸드폰 통화를 한 사람들은 악성 전파 바이러스에 의해 갑자기 좀비'로 변했다.  이 부분을 읽었을 때, 이번에는 아, 하며 무릎을 탁, 쳤다. 왜냐하면 무릎을 탁, 치고 아, 하면 반복이 되니깐 말이다. 스티븐 킹이 이 소설에서 하고 싶었던 말은 < 이 징그러운 휴대폰 새끼들아 ! > 가 아닐까 ?

 

누군가는 cell(휴대폰)에 의해 좀비 바이러스 전파가 퍼진다는 내용이 너무 현실성이 없는 것 아닌가, 라는 생각을 할지 모르겠지만 사실 현대인은 이미 셀이 없으면 죽고 못 사는 좀비 같은 노예'가 되었다고 해도 과장은 아닐 것이다. 아침 출근길 전철 속 풍경은 기묘할 정도로 획일적이다. 그들은 모두 졸린 눈으로 셀을 만지작거리고 있다. 나는 킹이 내뱉은 조롱에 동의한다. 내가 보기엔 셀'은 인간에게서 예술적 감각을 분리한 후 삭제하는 기능을 담당한다. 셀에 장착된 카메라'는 인간의 예술적 감각을 무디게 만드는 주범'이다. 인간은 기본적으로 자신이 보고 들은 것을 제대로 재현하고픈 욕망을 가진다. 사람들에게 자신이 맛있게 먹은 음식에 대해 전달하고 싶을 때 표현하는 수단은 언어'다.

 

가장 효과적인 방식은 < 말 > 이다. " 내가 그 식당에서 냉면 국물을 마셨는데, 맛이... 끝내줘요 ! " 여기에 표정을 섞으면 금상첨화'이고 몸짓까지 더해진다면 완벽해진다. 사람들은 의사 전달 방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 말 > 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 표정 > 과 < 몸짓 > 이 생략된 말은 그닥 와닿지 않는다(송강호는 " 표현의 쓰리 콤보 " 가 왜 중요한지를 보여준 배우다. 영화 [ 변호인 ] 에서 그가 " 대한민국은 국민입니다 !!! " 라고 말했을 때,  관객이 격하게 끌렸던 이유는 대사가 아니라 송강호의 얼굴과 몸짓이 만들어낸 예술적 아우라 때문이었다). 그런가 하면 < 말 > 대신 < 글 > 로 냉면 국물 맛을 표현하기도 한다. " 한여름에 먹는 평양냉면 국물 맛은 그 옛날 한겨울에 먹던, 살얼음이 동동 뜬 동치미 맛처럼 깊고 풍부하다 ! "

 

그런데 셀'에 저장된 500만 화소 카메라'는 이 모든 재현의 감각과 욕망을 지운다. 방법은 간단하다. " 먹기 전에 찍는다 ! "  그리고는 " 찍은 후에 (sns에) 올린다 ! " 물론 < 글 > 과 < 표정 > 도 첨가한다. " 맛있었다 ! " 라는 문장과 " ^^ " 이라는 표정과 함께 말이다. 느낌을 공유하려는 노력은 이처럼 단순하게 처리된다. 사진 전송과 이모티콘으로 재현된 감각은 expression이 아니라 단순히 input과 output' 기능이다. 이처럼 셀에 장착된 카메라'는 사람들에게서 어떤 감각에 대한 재현의 욕망을 거세'한다. 복장 도착자에 가까웠던 플로베르 식 시각적 쾌락은 개나 줘야 한다. 왜냐하면 플로베르가 복식의 특징을 설명하기 위해서 3,4페이지에 걸쳐 옷 주름을 설명하던 방식은 이제 간단하게 < 셔터-질 > 한 방이면 해결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청바지 리바이스 501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말과 글이 아닌 한 방'이 필요한 것이다. 사정이 이러하니 현대인들은 점점 예술적 감각을 잃어버리게 된다. 달달한 연예 소설보다는 포르노를 보고, 시를 읽지 못한다. 재현의 감각'을 잃어버렸기에 소설가나 시인이 재현한 감각을 해석하는 능력도 떨어지게 된다. 킹이 < 셀 > 을 진절머리나는 주범으로 묘사한 까닭이다. 이 소설은 지구 종말을 다루면서 동시에 예술적 아우라의 종말을 걱정하는 근심을 내포하고 있다. 사람들은 언제부터인가 근사한 곳이다 싶으면 무조건 셔터를 누른다. 카페에서 한 컷 ! 그리고 맛있는 음식이 나와도 무조건 셔터를 누른다. 감각은 무디어지고 감성만 난무한다. 아름다운 것은 지천에 깔렸으나 실제로 아름다운 것은 전무하다. 당신이 패밀리 레스토랑에 가서 찍은 기표는 스테이크'이지만 기의는 여유로운 행복'일 것이다.

 

쉽게 말해서 당신이 스테이크 사진을 올리며 사람들에게 말하고 싶은 것은 스테이크가 아니라 < 지금 나는 행복하다 > 는 증명'이다. 중요한 것은 증명이 아니다. 당신은 죄인이 아니므로 알리바이를 증명할 필요가 없다. 아무도 당신이 빕스 가서 스테이크를 썰었다는 것을 궁금해하지 않는다. 그리고 당신이 한 말에 대해 의심하지도 않는다. 스테이크가 당신을 행복하게 만드는 기표라는 사실은 역설적이게도 당신은 불행한 사람이라는 기의'를 내포하게 된다. 당신의 행복을 증명하기 위해서 전송한 그 수많은 " 블로그용 해피 증명사진들 " 이 누군가를 불행하게 만든다는 사실을 말이다. 당신의 행복은 누군가를 불행하게 만드는 법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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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립간 2014-02-27 09: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랫동안 제가 고민하는 문제를 (또?) 곰곰발님이 던지셨네요.

좀비 영화가 많습니다. 영화의 결말은 사람이 좀비를 물리치고 해피엔딩으로 끝납니다. (좀비 영화가 많은 것도 해피 엔딩으로 끝나는 것도 맞는 말이죠?)

만약 좀비의 승리로 끝났다면, 어떤 철학적 (또는 도덕적) 문제를 남기게 되는 것인가요? 문제가 없을까요? 좀비가 배금주의(~천박한 자본주의)나 스마트폰이라면 어떤 철학적 해석이 가능할까요? 좀비로서 행복할 수는 없는 것일까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2-27 10:35   좋아요 0 | URL
좀비가 승리하는 소설도 있습니다. 매드슨의 걸작 소설 < 나는 전설이다 > 가 있습니다.
이 소설은 정말 무시무시한 소설입니다. 한국 사회가 좀 좀비 사회 같다는 생각이 들기는 합니다.
좀비는 결국 세뇌당한 집단 정도 ? 꼭두각시에 대한 은유 아니겠습니까...

마립간 2014-02-27 11:46   좋아요 0 | URL
윌스미스가 주연한 영화의 원작이군요. 책은 읽지 못했고 영화 결말이 잘 기억나지 않지만, 윌스미스도 사람으로 남았고, 다른 사람도 있었던 것으로 기억되는데, 좀비의 완전한 승리(? 정복)이라고 볼 수 없지 않을까요?

좀비를 세뇌당한 집단으로 정의하는 것은 꽤 적합한 정의입니다만, 좀비 집단이 평형/항상성을 유지할 수 있다면 ; 왜 좀비(세뇌당한 집단)가 되면 안되는가에 대한 의문은 역시 남죠.

좀비의 정의를 수직적 가치관의 열등한 존재로 한다면, 이것은 순환논리가 되고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2-27 12:49   좋아요 0 | URL
제 기억으로는 < 나는 전설이다 > 는 소설과 영화가 판이하게 다른 결말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것 때문에 영화는 엄청 욕을 먹었죠.
영화는 그냥 시시껄렁한 별 하나짜리 영화가 소설은 별 다섯 개입니다.
아마 여기에 토다는 사람은 없을 것 같습니다. 아주 뛰어난 소설입죠...

+
좀비는 영혼이 없잖아요. 살아 있어도 자신이 살아있다는 사실을 모르니 존재의 무'가 아닐까 싶습니다.

마립간 2014-02-27 15:36   좋아요 0 | URL
곰곰발님에게 정답을 요구하려는 것은 아닙다만,

영혼 ; 실체가 있는 것인지도 의심스럽고, 종교적 단어와 혼동되기도 하고, 통상적으로 다른 동물과 구별되는 인간의 우월성을 강조하는 정의없이 사용되기도 하고 ...

중세시대에는 마녀, 악마가 수직적 가치관에 열등한 것을 뜻하는 것으로 사용되었죠. 여기에는 과부, 동성애자 등. 지금에 관점에서는 수평적 가치관으로 해석되는 많은 것이 포함되었죠. 현대에와서도 역시 외계인, 좀비 등이 수직적 가치관의 열등 존재로 치부되는 것이 아닌가 해서요.

메타인지 ; 확실히 우월한 지적 능력이기는 합니다만, 인지 능력의 연속선상에서 해석해야 할지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영혼에 비유될 한 단계 높은 인지 능력인지 의심스럽습니다.

알라디너 마* ***님과의 대화에서도 이야기했지만 저는 '영spirit'라는 것을 잘 인지하지도, 실감하지도 못하고 있습니다.

Nina 2014-02-27 11: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본문과는 별개의 얘기지만, 며칠 전에야 처음으로 태블릿 pc를 샀답니다. 주변에서 카톡하라는 성화에도 꿋꿋이 5년간 버티다가 저도 이제 졌습니다.. 그리고 얼마 전에 고속도로에서 차 사고 한번 나고 보니까 태블릿이나 스맛폰 중에 하나는 있어야 하겠기에 맘을 고쳐먹은것도 있구요.
전화기는 전화하는 용도로만 쓰고 싶어 스맛폰 대신 여전히 구식폰 (버튼으로 꼭꼭 눌러서 쓰는) 고집하고 있구요. 태블릿은 퇴근후에 잠깐, 하루에 한번만 열어봐요. 밀린 카톡에 답장하려..
핸드폰도 한번 사면 항상 7-8년은 쓴거 같아요. 페루애님은 어떤 폰 쓰시나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2-27 10:39   좋아요 0 | URL
전 핸드폰이 없어요. 동명항에서 열바다서 던져 발로 지근지근 밟은 후 아직 안 사고 있습니다. 뭐, 돈이 들어가서 안 사겠습니까. 요즘은 공짜로 주면서 돈도 덤으로 주더군요.
폰 없어도 충분히 약속 잡고 다 할 수 있어요. 절 보십시요. 친구들 약속 잡고 빨빨거리며 돌아다니지 않나요. 단 약속 정할 때는 최소 2일 전에는 잡아야 한다는...
요즘은 사람들이 핸드폰 가지고 있으면서 쉽게 약속도 파기하고 쉽게 약속 시간도 연장하고 그래요.
하지만 전 폰이 엇으니 사람들이 칼 같이 지키더군요. 약속 시간을 말입니다. 메일 왕래로도 충분히 모든 약속이 가능합니다. ( 개인적으로 쓸데없이 전화해서 잡담하는걸 굉장히 싫어해서 말이죠.. )

samadhi(眞我) 2014-02-27 1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친구에게 예식 때 축가를 불러주기로 했다가 여차저차한 사정 때문에 취소하여 몇 개월 뒤 그 친구네 집에서(장구까지 메고 지하철을 몇 번 갈아타고 가서)불러주었습니다. 그런데 언제나 "보여주기" 좋아하는 그 친구는 제 노래를 듣지 않고 바로 동영상을 찍기 시작하는 것이었습니다. 저 들으라고 하는 노래인데 이... 이를 어쩌나. 그 친구에게 차마, 그 이야기를 할 수 없었지만 씁쓸한 기분은 어쩔 수 없었지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2-27 12:51   좋아요 0 | URL
오홋, 진아 님 ! 보아하니 국악하셨군요 ? 장구를 메고 가시다니.. ㅋㅋㅋㅋ.
이거 보통 친한 사이가 아닌가 봅니다.

samadhi(眞我) 2014-02-27 13:15   좋아요 0 | URL
탈패여서 "국악을 한" 수준이 아니고요. 우리끼리 술만 먹으면 취기에 불러대는 민요예요. 음주가무의 표본이죠. 보통 친한 사이가 아니어도 저는 장구 멥니다. ㅋㅋ. 장구도 못치면서. 저는 쇠(꽹과리)잽이라서요. 그렇지만 쇠도 못칩니다. ㅋㄷㅋㄷ.

곰곰생각하는발 2014-02-27 13:50   좋아요 0 | URL
탈춤동아리가 좀 정치적으로 진보 쪽이죠. 후후...
제가 아는 분도 장구 잡았는데 대학로에서 늘 공연하고는 했는데
그게 그렇게 장구치고 하면 스트레스가 확 풀린다고 하더라고요...

samadhi(眞我) 2014-02-27 14:20   좋아요 0 | URL
우리학교는 남도인데 천안 출신에 유월대 대장이었던 탈패선배가 쇠파이프를 들고 맨 앞에서 한 마디 했다가 아주 비장한(?) 순간에 웃음바다가 됐다고 합디다. "모두 모여유!"

곰곰생각하는발 2014-02-27 14:30   좋아요 0 | URL
개그는 충청도지유.. 충청도가 대세임입니다.

samadhi(眞我) 2014-02-27 14:39   좋아요 0 | URL
전라도랑 경상도는 빠르게 쌍욕을 해대는데 충청도는 말이 느려서 제일 심한 욕 "야, 이 나쁜놈아" 하고 나면 바로 주먹부터 나간다고 하여 충청도 애기들이 제일 잘 싸운다고 들었어요.ㅋㅋㅋ

곰곰생각하는발 2014-02-27 14:42   좋아요 0 | URL
충청도 특유의 감칠맛이 있어요. 퉁퉁거리면서 은근 비비꼬는, 그런 말투가 전 재미있더군요.
그리고 강원도 말도 꽤 재미있습니다. 특유의 어조가 있는데
아, 요게 맛이 꽤 좋음... 전 서울토박이지만 서울 말씨 좀 질색입니다.

samadhi(眞我) 2014-02-27 14:52   좋아요 0 | URL
북조선 말, 경상도말, 강원도말, 그리고 경상도 하동과 겹쳐있는 전남 광양말이 참 비슷한데요. 광양 출신이었던 선배가 군대 초년병일 때 말 했다가 강원도 출신 고참한테 무지 깨졌다고 해요. 왜 우리 동네 말 쓰냐고. 별 걸 다 시비거는 군대잖아요. 그 선배가 광양 중에서도 골짜기 옥룡 사람이라서. 그 선배 사촌형인 또다른 선배도 옥룡 출신인데 멋있게 생겨서 별명이 스티븐 시"ㅂ ㅏ ㄹ"(걸이 아니고^^)이었어요. 시걸이 잘생겼다기보다 그 선배가 좀 멋있었죠. 선배들이 그 선배 입만 열면 옥룡말이 줄줄 새니까 늘 입을 벌리지 말라고 했죠. ㅎㅎㅎ

곰곰생각하는발 2014-02-27 15:00   좋아요 0 | URL
제 후배 놈도 키가 188에 역삼각형 어깨에 균형잡힌 몸매로, 양복이 꽤 잘 어울리는 댄디 스타일의 사내였는데 문제는 목소리'였어요. 모기 앵앵거리는 소리여서
처음에는 아무 말 안하면 흠모하다가 그가 말만 하면 다 깬다고 해서
제가 늘 너는 그냥 입 다물고 있으면 70%는 먹고들어간다고 그렇게 누누이 말했지만
이 친구 워낙 촉새여서 말을 안하면 입에 가시가 돋는 스타일이었습니다.
이 친구 보고 싶네...ㅋㅋㅋㅋㅋㅋ

엄동 2014-02-27 15: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통화의 기능보다 촬영의 기능에 치우쳐진
셀"에 대한 반감은
파워블로거들이 하는 행동에 대한 회의"로 직결돼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2-27 15:25   좋아요 0 | URL
왜 티븨 신제품 보니깐 어느 모델이 메니큐어를 칠하고 있다가 채널을 돌리고 싶을 때 " 7번 " 하면 음성 인식을 하고 티븨가 7번을 인식하는 기능을 선전하더군요. 존나 웃었습니다. 그건 기능이 아니라 값을 올리기 위한 장사꾼의 수작'입니다. 과연 음성인식기능이 박힌 티븨가 정말 참 중요한 역할을 할까 늘 의문입니다. 그래놓고서는 신기능이라며 더럽게 비싸게 받죠...모든 제품은 어느 정도 선에서만 기능을 갖추어야 해요. 핸드폰은 통화할 때만 쓰여야지 이게 뻘짓을 시작하면 골때리게 됩니다.

엄동 2014-02-27 15:31   좋아요 0 | URL
그쵸 골때려요
살면서 세면대에서 휴대폰을 씻을 일이 있겠냐고요
안쓰는 기능 만들어 터무니없게 가격을 올리는 방법도 가지가지더군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2-27 15:41   좋아요 0 | URL
그지같은 색휘들....
지금 제가 쓰는 노트북이 50만원짜리인데
야, 이 노트북이 꼴에 얼굴 인식 기능이 있어요.
컴을 키면 내장된 카메라가 제 얼굴을 비춘 후 눈동자 동공 형태를 파악한 후 본인 인증을 하더라고요.
눈동자가 지문처럼 다 다른가 보더라고요. 신기하기도 하고..
아니 50만원짜리 노트북이 무슨 007영화에 나오는 신기술 내장이냐... 해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다음날 컴 킬 때 내 자리에 나 말고 쩍쩍이 ( 개입니다.. ) 얼굴로 인증을 했는데
시바.... 컴이 이런 소릴 하더라고요.

" 본인 인증을 확인하였습니다 ! " 띵동 ~


실화입니다. 저 엄청 웃으면서 막 욕했습니디다..

엄동 2014-02-27 15: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쩍쩍이

곰곰생각하는발 2014-02-27 15:49   좋아요 0 | URL
이거 어디서 본 콩트가 아니라 제가 직접 실험을 통해서 증명한 겁니다.
소송 걸 뼌했습니다.

밤하늘의별소리 2014-02-28 00: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ㅠㅠ 곰발님 진짜ㅠㅠ 어제 댓글에 휴대폰 사진에 관해서 글 쓰신다길래, 기대하면서 들어왔어요-
그래서 첫 두 문단정도 읽다가, 오잉 휴대폰사진에 관한 글은 나중에 쓰실 모양이네-생각했는데 글 읽으면서 감탄감탄또감탄..

저도 투지폰 씁니다! 아 진짜 인생이 두 배는 여유로워지고 행복해진 느낌이예요.ㅠㅠ 근데 휴대폰 대리점 지나가면서 제 폰으로 문자 보내려고 만지작거리고 있으면 엄청나게 달라붙어요. 이게 뭐냐고 빨리 바꾸라고.. 그리고 저번에는 연결선이 고장나서 그거 사러가니까, 제 폰 보고 무슨 사연 있는 폰이냐고 물어보시더라구요...ㅋㅋ

투지폰이다 보니 카메라 화질도 구리고, 옛날 같았으면 기억하고 싶은 순간을 보았을 때 재빨리 휴대폰을 꺼내서 사진 찍고 블로그에 올렸을 것들을, 이제는 머리와 마음 속에 담아놓고 일기나 글 쓸때 다시 떠올리게 되었어요- 별 의미 없이 했는데, 곰발님 글 보니 왠지 뿌듯해지네요 ^0^


곰곰생각하는발 2014-02-28 06:39   좋아요 0 | URL
폰이 좋은 장난감이기는 합니다. 만능'이죠. 문제는 만능'이라는 데 있습니다.
만능'은 수상한 겁니다.
목사가 신의 전지전능'을 강조할 수록 그 목사는 가짜입니다. 그것은 숭배이지 믿음이 아니잖아요.
악마도 만능의 능력을 갖춘 존재입니다. 이거 지나치게 신의 영역으로까지 갔군요. 맙소사. 이 오지랖. ㅋㅋㅋ

폰은 그저 통화 기능만 있으면 됩니다. 만능이 되는 순간 무시무시한 순간이 되지않을까 싶어요.
제가 만약에 사기꾼이어서 누군가를 등쳐먹을 욕심을 가진다면 다른 건 다 필요 없고
폰'을 훔치겠습니다. 비밀번호 풀어서 폰에 저장된 온갖 것들 다 섭렵하면 얼마든지 속일 수 있거든요.
폰에는 타인에게 노출되면 치명적인 것들이 이제는 너무 많아졌습니다.


2014-02-28 00: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2-28 06:34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