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에서 가장 잘 팔리는 상품.
대한민국에서 가장 잘 팔리는 상품은 무엇일까 ? 핸드폰 ?! 일리 있는 말이긴 하다. 요즘은 코흘리개도 핸드폰을 가지고 다니니깐. 유니클로 29,900원짜리 티셔츠, 박카스, 새우깡 따위도 포함되리라. 또 누군가는 센스 있게 " 정의 " 라고 말하는 이도 있을 것이다. 정의를 팔아서 이득을 취하는 자, 양심을 팔아서 이득을 취하는 자, 예수를 팔아서 부귀영화를 누리는 자도 많으니 이것들도 잘 팔리는 효자 종목'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 섹스 " 와 " 공포 " 이미지를 덧씌워서 파생되는 상품에 비하면 나머지는 꾀죄죄한 상품에 속한다. 상품 이미지를 섹스 이미지로 덧씌워서 파는 파생 상품'은 대충 느낌이 오기에 이 자리를 빌려 길게 설명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간단하게 요약하자. 성매매 산업은 기본이고 꼼꼼하게 들어가자면 코카콜라 병이 여성의 S라인을 표방한 것도 포함될 것이다.
섹시함을 강조하는 연예 산업도 넓은 의미에서의 섹스 파생 상품이다. 이처럼 섹스 상품은 분명하기 때문에 쉽게 수긍하지만 공포를 사고 판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사람들은 쉽게 동의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봐, 공포를 누가 사 !!! " 하지만 공포 파생 상품만큼 광범위하게 팔리는 제품은 없을 것이다. 한국 사회를 지배하는 것은 " 공포 " 다. 대한민국은 공포 사회'다. 일단 쉽게 시작하자. 공포 영화'를 돈 주고 관람했다고 했을 때 관람객은 돈을 주고 2시간 동안 " 공포 " 를 샀다고 볼 수 있다. 지금 당신은 공포가 어떻게 상품으로 유통되고 있는가를 보고 있다. 그 다음은 ?! 이 글을 읽자마자 상품 구매 시 모든 영수증을 꼼꼼하게 챙기는 꼼꼼 씨'는 한 달치' 영수증을 검토하며 자신이 공포 파생 상품을 구매한 증거를 확인하지만 공포 파생 상품을 산 적이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 뭐야 ? 대한민국에서 가장 잘 팔리는 게 공포 상품이라고 하더니 하나도 없잖아 ? 내가 이번 달에 구매한 것이라고는 유기농 야채, 토익 수강비, 대학 등록금 대출 비용 상환액, 헬스 3개월 이용료, 방범창 설치, 3개월치 보약 구입비뿐이네. 곰곰발 이 새끼, 설레발치기는... 인생 팔 할이 뻥인 색휘 !!! " 이라고 꼼꼼 씨는 투덜댈 것이 분명하다. 그런데 내가 보기에는 꼼꼼 씨는 공포 상품을 사는 데 모든 돈을 투자했다. 사교육으로 거대한 돈을 갈취하는 교육 마피아'는 사람들에게 스펙'이 좋지 않으면 한국 사회에서 살아남지 못한다는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유포한다. 이 교육 마피아들이 하는 소리'에 사람들은 스펙이 부실하면 자신의 미래가 불안정하게 된다는 공포에 시달리게 된다. 연탄불 피워 놓고 자살을 선택하는 수많은 루저를 보며 그들은 스펙만이 살 길이라고 다짐한다.
이 불안 공포는 결국 토익 학원에 가서 수강비를 내도록 유도한다. 마치 연가시가 꼽등이를 지배해서 냇가로 끌고 가듯이 말이다. 교육 마피아는 공포를 팔았고 소비자는 돈을 지불한 것이다. 대학등록금도 마찬가지 원리이다. 새누리당을 지배하는 무리는 법조계 출신이거나 교육 재벌 출신들이 많다. 상아탑 커낵션은 이런 식으로 여의도를 장악해서 대학'을 나오지 않은 놈은 살아남지 못하도록 제도를 꼼꼼하게 챙긴다. 여기에 건강 산업 마피아들은 대한민국 국민을 건강 염려증에 걸리도록 언론을 통해 강박적으로 공포를 유포한다. 하얀 가운을 입은 의사들은 어느새 대한민국 토크쇼의 절반을 차지해서는 특정 병에 대한 위험성을 지속적으로 유포한다. " 췌장암에 걸리면 인간이 상상할 수 없는 극한의 고통을 얻게 됩니다. 예방이 최선입니다. 종합영양제 꼬박꼬박 드시고요. 유기농 야채를 즐겨 드십시요. 농약 속 중금속이 당신의 불알을 갉아먹을 겁니다.
쇠망치로 당신 불알을 내리친다고 생각해 보세요. 끔찍하죠 ? 운동하시면서 아침에는 가시오가피 3리터를, 저녁에는 오시오가피 3리터를 3회 복용하세요. 혈액 순환에 도움이 된답니다. " 꼼꼼 씨가 구매한 유기농 야채, 종합영양제, 헬스클럽 이용료, 방범창 설치 비용'도 이와 같은 시스템이 작동한 결과'이다. 아마 전세계를 통틀어서 티븨 오락프로에 이렇게 많은 흰 가운 의사 선상님들이 출연하여 종횡무진 활약하시는 국가는 대한민국이 유일할 것이다. 그들은 이제 시월드까지 진출해서 잡다한 고민까지 해결한다. 마치 자신이 솔로몬 왕이라도 되는 듯이 말이다. 그들이 활약할 수록 건강 상품은 잘 팔린다. 당신이 사는 것은 유기농 야채에 종합영양제 그리고 동의보감에서 소개하는 그 지랄같은 보양식이지만 사실은 건강 상품 마피아들이 유포하는 공포에 겁을 먹어서 산 제품들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빨갱이 산업은 대한민국의 자랑거리'라 할 수 있다. 적절한 시기가 오면 국가는 북 도발 카드를 남발한다. 반지하 십오 촉 알전구 밑에서 사는 불만 세력'에게 입에 자물쇠를 채우는 데 이보다 효과적인 것은 없기 때문이다. 시위가 조금 거칠다 싶으면 정치 세력이 개입했다고 주장한다. 이처럼 정치 마피아들은 빨갱이 공포를 국민에서 팔아서 자리'를 지킨다. 백성은 쫄아서 점점 보수주의자가 되어 방구석에 쳐박혀서 일일 드마마 속 가족애'를 보며 흐느껴운다. 이 험한 세상에 믿을 놈은 가족 밖에 없다 ! 이 선언은 결국 가족 이기주의로 변질된다. 이런 식으로 대한민국은 공포를 팔고 그 공포를 소비한다. 대한민국은 공포 사회'다. 세 모녀가 앞날이 캄캄해서 방에 연탄불을 피워 놓고 자살을 선택했다. 낙상 사고로 노모가 돈을 벌지 못하자 살 길이 막막하여 선택한 결정이다. 유서 대신 밀린 월세와 공과금 70만 원을 담은 봉투를 남기고 말이다.
이럴 때마다 나는 종종 신경숙 작가에게 묻고 싶다. 엄마만 있으면 행복하냐고 말이다. 핏줄만 찾으면 견딜 수 있느냐고 말이다. 공포에서 파생된 핏줄에 대한 애착은 어느 정도 선까지는 " 케어 " 가 가능하겠지만 범위를 벗어나면 아무 쓸모도 없는 것이 된다. 자살을 선택한 세 모녀에게 왜 어리석은 행동을 했냐고 꾸짖는 말은 마치 기아에 허덕이는 아프리카 주민에게 비만은 건강에 해롭다고 말해주는 친절한 근심을 닮았다. 이 비참에 대해서 우리는 모두 슬퍼하며 술 한 잔 할지도 모른다. 그리고는 생각한다. 보다 더 악랄하게 살아야지. 나도 저 꼴이 될지 몰라. 이웃의 비참 앞에서 연민과 함께 공포를 느낀다. 어쩌면 당신은 당장 집에 가서 아내와 함께 아들 교육에 대해 의논할지도 모른다. " 여보, 내일부터 상민이 원어민 학원에 보냅시다. 우리가 조금 더 힘들어도 상민이가 희망 아니우.... "
공포는 그런 식으로 작동한다. 넘어지면 죽어야 하는 사회, 정치가들이 뻔뻔하게 복지를 구걸 행위라고 서슴치 않고 말해도 당당하게 뽑히는 사회, 김연아의 은메달에 분노하며 청원 운동에 동참하면서도 정작 이웃의 죽음에 대해서는 관여하지 않는 사회, 그 비참을 보면서 공포를 느껴야 하는 사회, 대한민국 참... 좆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