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규신데렐라 1
눈미 유 글 그림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10년 1월
평점 :
절판


 

 

 

 

 

 


 

 

 

 

 

 

 

눈미에게.  

 

 

 

안양 반지하, 사진이 흐려서 그렇지 자세히 보면 꽤 근사하다. 내 방 벽 왼쪽 상단에 걸린 자화상 액자 옆에 쓰여진 글'은 내 묘비명이다 : 언제나 머무는 이곳에 대해 타자이면서 그 스스로에 대해 타자인 자.

 

 

일본에서 만화가로 활동하고 있는 유눈미'는 내 친구'다. 그녀는 홀홀단신으로 일본에 건너가 만화가로 입성한 작가'다.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테고, 쉽지 않은 성공이었다.  만화 제국인 일본에서 만화 잡지에 자신의 만화를 연재하며 살아간다는 것은 피나는 노력이 없이는 불가능하다. 그것은 마치 아프리카 콩고 사람이 창을 배우겠다며 한국으로 유학을 와서 계룡 폭포 아래에서 3시간 23분짜리 춘향가 완창을 시도하는 것만큼 힘든 일이다. 하지만 내 친구는 성공했다. 사실 나는 하이틴 순정 만화'를 좋아하지 않는다. 내 몸속에는 어쩔 수 없는 테스토스테론'이 넘쳐나서 턱 밑에 수염에 자라고 크래커는 점점 딱딱하게 되니 말랑말랑한 하이틴 로맨스 만화'를 즐겨 보는 타입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가 이 만화에 대해 쏟은 애정은 칭찬을 하고도 모자랄 정도'다.

 

그녀의 그림 실력은 누가 봐도 인정을 해야 한다. 나는 그녀를 매우 우연한 기회에 만났다. 당시 나는 일본 여행 중이었다. 도쿄 시내를 구경하기 위해서 지하철에 올랐다. 사람은 많지 않아서 자리는 텅 비어 있었다. 나는 자리에 앉아서 존 버거의 < A가 X에게 > 라는 책을 읽고 있었다. 다들 아시다시피 이 소설은 눈물 없이는 읽을 수 없는 소설이어서 나는 이 멀고 낯선 타지, 그것도 지하철 안에서 찔끔찔끔 울기 시작했다. < 눈물 > 이라는 단어와 같은 말은 < 가면 > 이었다. 앞은 있으나 뒤는 없었다. 그래서 나는 눈물을 뒤에 숨기지도 못한 채, 눈물이 앞을 가렸다. 이때 맞은 편에 앉아 있던 아가씨가 다가와서 내 어깨를 톡톡 두드렸다. 공공 장소에서의 예절을 무엇보다도 중시하는 일본이니 지하철 안에서 눈물을 보이면 실례인 것 같았다. 얼굴이 홧홧했다.

 

내가 미안하다며 고개를 숙이려고 할 때 그녀가 말했다. " 책 제목 좀 알 수 있을까요 ? " 그녀는 한국말로 또렷하게 말했다. " 다 큰 사내가 책을 보고 우시길래 갑자기 궁금해졌어요. " 나는 얼떨결에 책을 덮어 그녀에게 보여주었다. " 존 버거, < A가 X에게 > " 그녀가 낮게 따라 읽으며 내게 좋은 여행이 되라며 웃었다. 그녀는 자리에 앉더니 작은 수첩을 꺼내서 메모를 했다. 그녀는 꽃무늬 집시 치마에 캔버스 신발을 신고 있었다. 그리고 상의는 흰색 라운드티에 연두색 가디건이었다. 챙 넓은 갈색 스웨이드 모자와 잘 어울렸다. 인연이란 알 수 없다. 그녀를 다시 만나 이렇게 친구가 되리라고는 상상도 못했으니깐 말이다. 그녀를 다시 만난 곳인 알라딘 서재'였다. [ A가 X에게 ]를 인상 깊게 읽었던 터라 이 작품에 대한 서평이 궁금해서 올라온 서평들을 읽다가 눈에 띄는 서평을 발견했다. 다음과 같다.

 

" 한 남자가 지하철 안에서 책을 읽으며 훌쩍이고 있었다. 요즘 세상에 지하철 안에서 책을 읽다가 울고 있는 남자라니 ! 문득 그 남자가 읽고 있는 책이 궁금해졌다. 도대체 무슨 책일까 ? 궁금증이 궁금증을 낳았다. 무례를 무릎 쓰고 그에게 다가가 어깨를 가볍게 톡톡 쳤다. 그가 토끼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자초지종을 이야기하고는 무슨 책이냐고 물었다. 존 버거의 [ A가 X에게 ] 였다. ( ..... 중략 ) 아, 오해는 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그는 내 이상형은 아니다. 일본 지하철 안에서 한국어로 쓰여진 책을 읽으며 울고 있는 남자를 발견한다면, 한국인이라면 누구라도 호기심이 생길 테니깐 말이다. 그런 인연으로 인해 이 책을 읽었다. 눈물이 앞을 가렸다. 눈물은 가면과 같아서 뒤가 없는 것. 그래서 눈물은 항상 앞을 가린다 ....." 

 - 2009.08.22 ***** 의 ** 한 서재

 

아, 이 글을 읽었을 때 나는 심장이 뛰었다. 사실 내가 자주 사용하는 " 눈물이 앞을 가린다 " 라는 말도 그녀가 쓴 이 리뷰에서 따왔다. 자주 쓰다 보니 입말이 되어버렸다. 그녀는 내가 이상형이 아니라고 했으나 이런들 어떠하고 저런들 어떠하랴. 나는 그녀에게 장문의 메일을 보냈다. " 무릎  쓰고 " 가 아니라 " 무릅쓰고 " 입니다, 라고 시작하는 글이었다. 그것이 인연이 되어서 5년째 다정한 친구로 지내고 있다. 사람 일이란 참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그녀는 일본 만화 잡지에 고정적으로 연재를 하는 만화가'였다. 그녀가 그린 < 절규 신데렐라 > 가 한국어판으로 정식 출간되었을 때 나는 무척 기뻤다. 눈물이 앞을 가렸다. 눈물은 가면과 같아서 뒤가 없으니 말이다. 그것을 계기로 우리는 지금까지 친구로 지내고 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연락이 두절되었다.

 

답답한 나는 그녀의 만화책을 출간한 출판사를 통해서 일본에 있는 가족과 연결이 되었다. 동생이라는 분이 차분하게 말했다. " 언니요 ? 언니는...  10년 전 도쿄 지하철 전복 사고로 목숨을 잃었어요. 참 곱고 예쁜 언니였는데 말이죠.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자주 그 지하철에 나타난다고 하더군요. 챙 넓은 갈색 스웨이드 모자에, 연두색 가디건 그리고 꽃무늬 집시 치마를 입고 있지 않았던가요 ? 사고 당시 언니가 입고 있던 옷차림이에요. 여보세요 ?! 듣고 계시나요 ? 귀신은 여러 종류가 있어요. 원한령 색정령 종교령 부유령 지박령 몽마 상사귀 조상령이 있는데 언니는 지박령에 해당되죠. 죽은 자리를 계속 맴돕니다. " 덜덜 떨렸다. 그렇다면 나는 유령과 대화를 하고 웃고 울었단 말인가. 그때 전화기 너머 동생이 소리를 질렀다. " 곰곰발 ! 이 빙딱아, 나야. ㅋㅋㅋㅋㅋㅋㅋㅋ 내가 코맹맹이 소리를 냈다고 해도 그렇지 어떻게 친구란 놈이 내 목소리도 못 알아보냐 ? " 나는 울어야 할지 웃어야 할지 모른 채 잠시 침묵에 빠졌다, 시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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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미와 친구인 것은 사실이지만 나머지는 뻥이다. 누가 [ A가 X에게 ] 란 서평을 썼는데 정말 재미있게 읽어서 흉내를 내보았다. http://blog.aladin.co.kr/733731194/66657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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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4-03-02 08: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하이틴 순정 로맨스 아주 좋아하는데!

곰곰생각하는발 2014-03-02 09:11   좋아요 0 | URL
우현 님이야 워낙 이쪽 취향이시니.. ㅋㅋㅋㅋㅋㅋ.

승우 2014-03-02 17: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링크 따라 가밨는데, 리뷰가 이렇게 쓰일수두 있군요.

전에 아파트 글에서도 속고 뭐드라 그똘망한 꼬맹이 이야기에도 속고
그라고 아 또 속았음...

<가면>은 제가 그려바두 되나욥

곰곰생각하는발 2014-03-02 18:34   좋아요 0 | URL
기대됩니다. 승우 님의 그림은 또 어떻게 마술을 부릴 지....
승우님 회화 작품은 아주 묘한 맛이 있습니다.
제목은 가면이 되나요 ?

3시 2014-03-02 23: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뻥이라말안해줘도뻥인줄눈치까고있슴 까르르르르르르~

곰곰생각하는발 2014-03-03 07:40   좋아요 0 | URL
사람들은 뻥이라고 말하지만 전 마술적리얼리즘'이락 부릅니다.

2014-03-02 23: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3-03 07: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만화애니비평 2014-03-03 08: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눈미찌 어디서 무얼하지!!

곰곰생각하는발 2014-03-03 11:13   좋아요 0 | URL
어디서 아사히 맥주 마시고 있지 않겠습니까..

푸르푸르 2014-03-03 12: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뻥을 좀 뻥답게 치지 너무 뻥같아 뻥같지가 않네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3-03 12:29   좋아요 0 | URL
그렇습니까 ? ㅎㅎㅎㅎㅎ 서서히 사람들에게 읽히고 있어요. 내 수작이 다 들통난 것 같습니다.

samadhi(眞我) 2014-03-03 13: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순정(?) 뻥쟁이로 인정!!

곰곰생각하는발 2014-03-03 15:03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ㅎㅎ 팔 할이 뻥인 블로그입니ㅏ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