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남자를 위한 변명

 

 

 

 

 

최근에 나는 두 남자에 대해 말했다. 서평을 쓰기 위해 두 사람을 호출하다 보니 그들 입장에서는 억울하게 끌려나와 돌팔매를 당한 느낌이리라. 물론 그들이 내 글을 읽을 턱은 없지만, 혹여...... 내 글을 읽는다면 불편하지는 않을까 ?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글은 두 남자를 위한 변명'이다.

 

속초에서 만난 남자는 하급 관리는 아니었다. 지점 지점장이었다. 중간 관리직에 속했다. 숙소와 직장은 무척 가까웠다. 걸어서 5분 거리 안에 있었다. 점심과 저녁은 직원 식당에서 해결했다. 본사에서 파견된 지점장들은 법인 카드가 있어서 한도 내에서 마음껏 사용할 수 있어서 유흥업소에서 양주를 마시며 흥청망청 술을 마셨지만 그는 다른 지점장과는 달랐다. 직원들과 술자리를 자주 하는 타입이 아니었다. 오히려 나와 같은 뜨내기와 술자리를 갖거나 혼자서 술을 마셨다. 그의 일상은 단조로웠다. 생각해 보라, 타향에서 혼자 타관살이하는 사내를 ! 집에 도착하면 6시 5분이었다. 침대에 누워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는 시간이 많아졌다고 한다.

 

아픈 딸아이 수술 걱정을 하다가, 본사에 편입되지 못하고 파견 근로자로써 지방 변두리 생활을 해야 하는 자신을 부끄러워 하다가, 미래를 생각하다가, 이내 자기 삶이 실패한 것은 아닌가라는 근심으로 이어졌다. 잡생각이 늘어날수록 우울도 깊어졌다. 그에게는  < 생각 > 보다는 생각을 없앨 수 있는 어떤 < 몰입 > 이 중요했다. 그래서 선택한 결과가 청소였다. 청소를 하면 잡생각이 들지 않았고 시간이 빠르게 지나갔다. 날마다 침대보를 빨고 이불은 볕에 말렸다. 그러다 보면 밖은 어두워졌고 몸은 피곤했다. 꿈이 없는 조용한 잠이 이어졌다. 눈을 뜨면 아침이었다. 그는 언제부터인가 청소도구를 사들이기 시작했다. 가스 레인지 전용 세제와 화장실 변기용 세제 따위를 샀다.

 

가스레인지를 반짝반짝 공들여 닦았을 때, 남자는 알 수 없는 희열을 느꼈다고 한다. 자동차 세차를 위한 청소 도구만 해도 수십 가지'였다. 자동차 바퀴 안쪽까지 싹싹 닦았다. 꿈이 없는 조용한 잠이 점점 깊어졌다. 누군가는 황금 같은 시간을 쓸데없는 데 사용했다고 혀를 찰지도 모르겠다. 가스레인지나 자동차를 분리해서 청소를 할 시간에 승진 시험에 유리한 영어를 공부하거나 직장 내 사교 활동에 사용했다면 어땠을까 ? 라는 의견을 내놓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퇴근 후 생활을 " 일의 연장 " 으로 이어지기를 원치 않았다. 그는 훌륭한 직장인보다는 좋은 남편과 아빠가 되고 싶었을 뿐이다. 결국 그는 퇴사를 결정했다. 파견 근무, 십 년만에 내린 결정'이었다.

 

그가 떠나던 날, 나는 그와 마지막 작별 인사를 하지는 못했다. 전날, 나는 술에 취해서 소주병을 달방 벽을 향해 던졌는데, 다음날 일어나 보니 침대가 온통 피투성이였다. 눈이 빠지도록 그리웠던 여자를 생각하다가, 갑자기 슬퍼졌고, 느닷없이 화가 났다. 그리고는 벽을 향해 마시다 만 소주병을 내던졌다. 침대는 벽에 가까이 붙어 있어서 유리 조각이 고스란히 침대에 쌓였고, 나는 유리 조각 위에서 잠이 들었던 것이다. 유리 조각이 사면발니처럼 내 등을 파고들었다. 꿈이 없는 조용한 잠이었으나 통증 때문에 잠에서 깨어났다. 통증은 뒷등에서 시작되었지만 이상하게도 가슴이 아팠다. 섹스가 끝나면 여자는 창문을 열어 밖을 보고는 했다. " 참... 이상하지 ? 당신과 함께 있는 날에는 항상 비가 내렸어 ! 오늘도 비가 내리네. 어제까지만 해도 화창했던 날씨였는데...... "

 

나는 일어나 아픈 몸을 이끌고 병원으로 향했다. 걸어서 30분 거리였지만 택시를 탈 생각은 하지 않았다. 등에 박힌 유리 조각을 뽑고 링거주사를 맞았다. 내가 병원 침대에 누워 있는 사이, 그는 속초를 떠났다.

 

 

 

서울역에서 만난 사내는 친절한 사람이었다. 그는 명문대 신학생이었고 신앙심이 깊은 사내였다. 어떤 이는 내가 쓴 글을 읽고 공감 능력이 부족하거나 사이코패스일 가능성이 있는 사람이라고 판단했지만, 내가 가까이 지켜본 바로는 그를 단정적으로 어떤 부류에 속한다고 말하기에는 매우 복잡한 사람이었다. 그는 폭력을 싫어했고, 겸손했으며, 상냥한 사람이었다. 결국 성직자의 삶은 포기했지만 동네 작은 학원을 운영하면서 자신과 처지가 비슷한 이에게 매달 장학금을 지급했다. 그는 신문보급소 살인 사건의 범인으로 몰려서 재판을 받아야 했다. 다행히 재판 과정에서 진범이 잡히는 바람에 풀려나올 수는 있었지만 진범이 잡히지 않았다면 꼼짝없이 억울한 누명을 쓰고 죄인이 되어야 했다.

 

하지만 나는 살인 자체보다 살인 현장에서 태연하게 아침밥을 차려 먹고 학원으로 가서 열심히 공부했다는 그 사실이 더 잔인하다고 생각했다. 그는 왜 그랬을까 ? 아무도 모른다.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 라는 하나님 말씀을 외면했던 그는 신학생이 되었고 성직자를 꿈꾸었다. 이 이율배반 앞에서 그는 혼란스러웠을까 ? << 눈물도 빛을 만나면 반짝인다 >> 는 아버지에게 10년 동안 성폭행을 당했던 피해자가 직접 쓴 수기'다. 아버지는 딸을 성폭행한다. 딸아이 나이 아홉 살이었다. 그날 이후, 단 하루도 빠짐없이 날마다 아버지는 딸의 침대로 향했다고 한다. 만약 거부할 때에는 무시무시한 폭력이 이어졌다고 ! 어머니는 그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모르는 척했다. 그녀 또한 희생자였다.

 

딸을 지키기에 자신은 너무 연약했고 남편은 성난 발톱을 가진 무서운 짐승이었다. 짐승 같은 아버지가 다니는 직장은 교회였다. 그는 목사'였다. 주말이면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 라는 하나님 말씀을 설교했다. 그는 교회 신도들에게 친절했고, 겸손했으며, 상냥했고, 신앙심이 깊은 목사였다. 나는 친절한 타인을 믿지 않는다. 동료의 죽음을 외면한 그도 친절했고 짐승 같았던 그 목사도 친절했을 것이다. 오해는 하지 말았으면 한다. 서울역 사내와 짐승 같은 목사를 동일선상에 올려놓으려는 생각은 없다. 종교와 위선에 대해 말하고 싶었을 뿐이다. 나는 하나님을 믿지 않는다. 예수를 사랑할 뿐이다. 부분을 전체로 확장할 생각도 없다. 기독교는 위대한 종교다. 그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서울역에서 만난 남자가 저지른 외면을 욕하지 않으련다. 타인이 나를 평가할 때 내린 하마평은 대부분 내가 친절한 남자'였다는 중론이었다. 하지만 틀렸다. 내가 당신에게 보낸 친절은 위선이었다. 나는 인간을 경멸했지만 내색을 안 했을 뿐이다. 인문학은 인간을 탐구하는 학문이지만 사실 인문학은 ( 짐승 수 獸를 써서 ) 수문학에 가깝다. 인문학은 인간이 짐승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경고하는 학문이다. 보름달이 뜰 때마다 두렵다.  온몸이 간지럽다. 털이 솟고, 이빨이 자랄 것만 같다. 혹시 나는 성긴 발톰을 숨긴 짐승은 아닐까 ?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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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명 2014-07-05 14: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인문학은 수문학,이란 문장이 인상적이네요. 사실 동물의 왕국 같은 프로들도 같은 맥락이라 생각합니다.
동물을 통해서 인간을 보고 싶은 거죠. 다른 인간들을 통해서 자신을 볼 뿐이구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7-05 15:17   좋아요 0 | URL
인성'이 위대하다고 찬양하게 되면 그것은 자기계발서가 되지 않나 싶습니다. 긍정적 마인드에 해당하니깐 말이다. 하지만 제가 읽은 인문학서는 대부분 절대적 이성에 대한 경계'였습니다. 프로이트는 무의식을 끄집어냈고 다윈 또한 인간과 동물의 경계를 허물었습니다. 한나아렌트는 악은 평범하다고도 했죠. 인간과 악을 구분하지 않았습니다.

마립간 2014-07-05 22: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표리부동하는 위선이라도 필요한 것인지, 수문학獸文學의 민낯이 드러나는 것이 옳은 것인지 고민하게 하네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7-06 09:30   좋아요 0 | URL
위선은 인간의 본능이죠 ! 위선 없는 인간이 어디 있겠습니까... ㅎㅎ

마립간 2014-07-07 08: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http://blog.aladin.co.kr/maripkahn/7063382

곰곰생각하는발 2014-07-07 10:42   좋아요 0 | URL
네에, 찾아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인간은 인간을 해석할 수 없다

 

 

 

 

 

이 글은 실화'다. 가끔 " 입말의 쾌락 " 을 위해 사소한 일을 과장해서 부풀리는 경우도 있었으나, 지금 내가 당신에게 전할 말은 그러한 수식을 배제한 채 " 사실 " 만을 무미건조하게 나열하기로 한다. 서울역 건너편에 대성학원이라는 입시학원이 있었다. 인기 있는 과목을 신청할 경우는 새벽부터 줄을 서야 수강할 수 있을 정도로 학원은 번성했다. 주변은 온통 학생을 상대로 한 식당과 고시원 그리고 위락 시설이 즐비했다. 지방에서 올라온 학생들은 주로 고시원에서 생활하며 공부했지만,  형편이 어려운 학생은 새벽에는 신문보급소에서 신문을 돌렸고, 아침에는 학원으로 출근했다. 숙식은 신문보습소에서 해결했다. 용돈도 벌 수 있고 숙식도 해결할 수 있어서 일석이조였다.

 

그런데 새벽에 신문을 돌린다는 게 그리 만만한 일이 아니다. 신문보급소에서 마련한 집에 거주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신문을 3,400부 정도 돌려야 했는데 이를 위해서는 새벽 3시에 일어나 아침 7시까지 일을 한다. 그만큼 잠잘 시간이 부족하고 공부할 시간도 부족하다. 그래서 그랬을까 ?  신문보급단 청년들은 장수생이 많았다. 3수는 기본이고 4,5,6수 하다가 결국에는 공무원 시험으로 빠지기 일쑤였다.  어떤 이는 신문 배달을 아예 직업으로 삼는 이도 있었다. 당시 나는 비디오 대여점과 영화감상실을 동시에 운영하는 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했었다. 내가 일했던 곳이 주로 고시원과 학원이 밀집해 있어서 " 공부 스트레스 " 를 풀기 위해 영화를 보러 오는 사람이 많았다.

 

신문보급단 청년들은 비디오방 단골이었다. 주로 액션 영화나 만두 부인 속 터졌네 따위의 에로 영화를 보았다. 나는 자연스럽게 그들과 친해지게 되었고 일이 끝나면 각자 추렴하여 공원 팔각정에 앉아서 삼겹살을 구워먹고는 했다. 대부분은 지방에서 올라온 사람들이었다. 술이 일 배, 이 배, 삼 배 돌다가 누군가가 삼 년 전에 보급소에서 일어난 사건에 대해 말하기 시작했다. 사건 속 주인공은 작년에 신학대에 입학한 늦깎이 형이었다. 피식 ! 그에 대한 이야기가 끝났을 때 나는 믿지 않았다. 왜냐하면 말이 안 되는 내용이었기 때문이었다. 내가 못 믿겠다고 하자 신문보급소 청년단은 그 사건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들은 누군가에게 들은 말이 아니라 그때 그 사건 현장에 있었던 당사자였다. 풍문이 아니었다. 나는 충격에 빠졌다. 사건의 발단은 이렇다.

 

s의 고향은 충청도 당진이었다(당진이었나?! 정확한 기억은 아니지만... ). 가정 형편이 어려워 고등학교 졸업하자마자 상경해서 서울에 있는 공장에 다니다가 교회를 나가게 되었다. 그는 그곳에서 삶의 목표를 정했다. 그는 공장을 그만 두고 (서울역 신문보급소에서 신문을 돌리면서) 신학 대학을 목표로 입시 공부를 했다. 목표가 뚜렷했던 만큼 남들보다 몇 배 열심해 공부를 했다. " 무섭게 공부했어라 ! " 전라도에서 올라온 청년이 말했다. 이 말에 신문보급소 청년단이 모두 고개를 끄덕인 것을 보면 사실이었던 모양이다. 그들이 인정을 하지 않아도 결과가 말해주고 있었다. s는 명문 신학대에 다녔으니깐 말이다. 사건이 일어난 날은 " 어느 날 아침 " 이었다.

 

신문보급소 직원이 숙소 방에서 칼에 찔려 죽은 사건이 발생했다. 바닥에는 선홍색 피가 흥건했다. 사망 시간은 대충 새벽 4,5시로 추정되었다. 현장을 조사하던 형사가 주목한 곳은 거실 식탁이었다. 형사는 누군가가 거실 식탁에서 밥을 먹은 흔적을 발견했다. 식탁에는 반찬통이 놓여 있었고 싱크대에는 씻지 않은 밥그릇과 숟가락이 있었다. 신문보급소 청년단이 그날 경찰에 진술한 내용을 종합하면 그날 새벽에 식탁과 싱크대는 깨끗이 치워져 있었다. 결국 사망 시간 이후, 누군가가 이곳에서 밥을 먹었다는 말이 된다. 방문은 열려 있었다. 핏자국은 방뿐만 아니라 거실 여기저기 족적을 남겼다. 피해자는 보급소를 관리하는 직원이었기에 신문을 돌리지 않았고 신문을 돌리고 온 학생들 아침밥을 챙기는 사람이었다. 그가 새벽에 밥을 챙겨 먹었을 가능성은 희박했다.

 

결론은 하나로 좁혀졌다. 누군가가 살인 현장을 목격했지만 그 자리에서 신고를 하지 않고 아침밥만 먹고 사라진 것이다. 그가 범인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정황상 범인일 가능성은 충분했다. 왜 아니 그러겠는가 ! 아침을 먹고 사라진 사람의 정체는 금방 드러났다. s였다. s는 경찰 진술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고 한다. " 신문을 돌리고 왔습니다. 서둘러야 했어요. 직장인을 위한 새벽반 강의에 참석하기 위해서는 서둘러야 했습니다. 밥을 차리다가 문득 거실 바닥이 피로 얼룩졌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지요. 방문이 열려 있길래 보았더니 사람이 죽었더군요. 순간 고민했습니다. 경찰에 알려야 할까 ? 경찰에 알리면 이리저리 다니며 조서를 꾸며야 하고, 그러면 내가 공부할 시간을 빼앗길 것 아닌가 ?

 

모른 척하자. 다음에 오는 친구가 신고를 할 거야 ! " 경찰은 당연히 그 진술을 믿지 않았다. 경찰뿐만 아니라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도 믿지 못할 것이다. 그래서 그는 진범으로 몰렸다. 이 황당한 변명을 믿을 사람은 아무도 없었으니깐 말이다. 사람이 죽었는데 공부할 시간을 빼앗길까 봐 신고를 안 했다 ?! 하지만 곧 진범이 잡혔다. 피해자와 아는 사람이었다. 범인이 자백을 했기에 s는 무혐의로 풀려났다. 무혐의로 풀려났으므로 그가 그날 진술한 변명은 진실이 되었다. 공부할 시간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그는 피가 흥건히 고인, 살해 현장에서 국에 밥을 말아 먹고 서둘러 그 자리를 떠난 것이다. 그리고는 학원으로 달려가 영어 수업을 들은 것이다. 나는 이 사실 앞에서 매우 혼란스러웠다.

 

내가 아는 s는 매우 평범한 사람이었고, 친절했으며, 신앙심이 깊었다. 가끔 그와 술을 마시면 그때 일을 꼭 물어보고 싶었으나 말하지 못했다. 그 사건은 그에게도 숨기고 싶은 사건이니깐 말이다. 내가 내린 결론은 하나다. 인간은 인간을 해석할 수 없다. 나는 한나 아렌트가 아이히만을 면담하면서 느꼈을 " 당혹감 " 을 이해한다. 그녀는 악이 평범하다는 사실에 당혹스러웠다. 한나 아렌트는 아이히만을 만나기 전에 그에 대해 수없이 상상하고는 했다. 얼마나 잔인한 얼굴을 하고 있을까 ? 얼마나 독한 말이 쏟아질까 ? 얼마나 뻔뻔한 자기 변명을 할까 ? 그녀는 그를 상상할 때마다 전율했다. 하지만 그녀가 만난 아이히만은 조용하고 성실하며 약간 수줍은 사람이었다. 악은 평범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s는 대학을 졸업하고 나서 방향을 돌려 조그마한 영어 학원을 차렸다. 성실했기에 그럭저럭 장사가 되었던 모양이다. 가끔 그와 술을 마셨다. 그에게 묻고 싶은 말이 많았지만 언제나 목구멍에 걸려서 말하지 못했다. 그는 왜 외면했을까 ? 그가 느낀 허기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 하지만 내가 살아오면서 깨달은 것은 나 또한 그와 많이 다르지 않다는 점이었다. 그 사실이 슬펐다. 나는 먹고 살기 바쁘다는 이유로 철탑 위 노동자를 외면했고, 밀양과 제주 구럼비 마을의 비극을 외면했다. 누군가는 죽었고, 누군가는 양심을 지키기 위해 끌려갔지만 나는 꾸역꾸역 밥숟가락을 들었다.  만약 내가 s를 다시 만난다면 그때 이웃의 비극에 대해 왜 그토록 잔인했냐고 묻지 않을 생각이다.  나는 그럴 만한 자격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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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립간 2014-07-04 15: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공감능력이 없어 감정이 제외된 상태의 합리적 선택이죠. 신고를 조금 빨리 한다고 해서 죽은 사람이 다시 살아나는 것도 아니고, 자신에게는 공부해야 할 이유와 시간이 필요했고.

제가 이전에 언급했던 실제 사건 ; 자신이 교통사고를 낸 죽어가는 여성을 강간한 후, 강간의 이유를 묻자 그냥 죽게 내버려두는 것은 낭비잖아요라고 말한 청년이 생각나는군요.

마립간 2014-07-04 15:12   좋아요 0 | URL
그 분 지금은 잘 생활한다고 하시니, 공감능력이 없었던 것이 그 당시에 일시적이었을까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7-04 15:22   좋아요 0 | URL
그는 기독교인이었습니다. 신학대 학생이었으니깐 말이죠. 십일조를 냈습니다.
기도를 하며 울었습니다. 이 눈물은 과연 무엇이었을까요 ? 공감 능력이 없는 사람이
신학을 공부할 수 있을까요 ? 온통 궁금한 것투성이'입니다.


마립간 2014-07-04 16:31   좋아요 0 | URL
공감능력이 없는 사람도 감정이 있으니 기도하며 울 수 있지요. (저도 공감능력이 떨어지는 사람이지만,^^ 가끔 눈물을 흘립니다.) 공감능력이 강한 여자가 눈물을 흘릴 때, 같은 상황에서 무감각한 남자들을 흔히 볼 수 있지요. 그런 남자들은 감정적이라며 여성을 우습게 여기도 하고요.

공감능력이 떨어져도 이성은 멀쩡하니, 대체로 사회 생활에는 문제가 잘 드러나지 않는데, 공감능력이 필요한 상황에서 엉뚱한 행동을 하게 되죠. (위 경우와 같이)

공감능력이 필요한 대인관계에서는 일정부분 문제가 있을 수 있는데, 학원 경영에서 직원 관리라든가... 가족 내의 관계라든가. 그가 우월적 지위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잘 드러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의 기독교 신앙은 어쩌면 자신에 대한 연민일 수 있습니다.

저의 궁금증은 ; 공감능력 상실이 그 당시 일시적이어서 지금은 공감능력을 회복하고 잘 생활하고 계신지, 아니면 여전히 공감능력이 없어 문제가 있는데 잘 드러나지 않는 것인지?

곰곰생각하는발 2014-07-05 11:42   좋아요 0 | URL
이런 말 하기 뭐하지만, 좀 답답하고 고지식한 면은 있어도 좋은 사람이었습니다.
폭력을 싫어하고, 욕을 하는 걸 본 적이 단 한번도 없습니다.
이기적인 사람도 아니었습니다. 이웃을 자주 도운 사람 중 하나였습니다.
돈을 벌면서는 어렵게 공부하는 사람 2명에게 매달 10만원 씩 장학금을 전달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왜 그랬을까요..... 계속 그게 머릿속에 남습니다.
물어볼 걸 그랬습니다. 공감 능력이 없는 사람은 아니었어요..

2014-07-04 16: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7-05 11: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푸르푸르 2014-07-05 15:51   좋아요 0 | URL
꼬옥 오셔야 합니다 안그러면 욕을 먹어요 ㅡ,ㅡ

말리 2014-07-04 2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렌트가 아이히만을 보면서 내린 결론은 사유의 부재라고 기억합니다. 아이히만은 충실하게 자신의 의무를 이행했지요. 그 의무 자체에 대해 사유하지 못했던 것입니다. 영화 '더 리더'가 비슷한 것을 다루었지요. 거기서 사유의 부재는 문맹으로 표현됩니다. S는 목사가 되지 않아 다행입니다. 공감이든 사유든 단지 영어 자체만 가르치는 것에 반드시 필요하지는 않을수도 있을테니까요....적어도 목사보다는. 어이없는 목사가 많기도 하지만 적어도 상식적으로는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7-05 11:44   좋아요 0 | URL

영화 < 리더 > 는 보았습니다. 맞아요, 영화에서는 그것을 문맹으로 다루더군요.
매우 재미있게 본 기억이 납니다.
s는 사실 매우 친절한 사람이었습니다. 거리에서 만나면 굉장히 좋아하고 즐거워 하고는 했죠.
공감 능력이 떨어지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진실을 잘 모르겠습니다.

마립간 2014-07-07 08: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http://blog.aladin.co.kr/maripkahn/7063382
 
나가사키 - 2010 아카데미 프랑세즈 소설 대상 수상작
에릭 파이 지음, 백선희 옮김 / 21세기북스 / 2011년 4월
평점 :
절판


 

 

 

 


 

 

 

 

 

그 남자는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속초에서 달방 생활을 할 때 한 남자를 알게 되었다. 그는 본사에서 파견한 근로자로,  본사에서 위탁 관리하는 오픈 지점'을 돌면서 현장 관리를 했다. 가족은 서울에 있다고 했다. 한 달에 한 번, 집에 내려가 아내와 어린 딸을 보는 게 고작이었다. 그는 집에 내려갔다 올라오면 늘 근심이 가득했다. 정확히는 모르겠으나 딸이 많이 아프다고 했다. 딸이 너무 어린 나이여서 수술을 미루고 있다고 했다. 초조하다는 말을 자주 했다. 우리는 자주 술을 마셨다. 2차는 항상 자신이 머물고 있는 원룸으로 향했다. 혼자 사는 남자가 사는 집이라고 하기에는 지나치게 깨끗했다. 방바닥은 대리석처럼 반짝거렸다. 손으로 방바닥을 쓸면 머리카락은커녕 티끌 하나 묻어나지 않았다. 돼지우리에서 사는 나와는 정반대였다.

 

내가 보기엔 청결이 아니라 집착처럼 보였다. 그에게 정돈 강박 증세가 있냐고 물었더니 그는 쓸쓸하게 웃으며 말했다. " 아니요, 깔끔한 성격이기는 하나 청소를 열심히 하는 쪽이 아니었습니다. 파견 근무 생활만 10년째요, 본사 근무를 신청했지만 번번히 무시되더군요. 결혼 후, 지금까지 전국 팔도를 돌아다녔습니다. 아내는 아이를 낳을 때에도, 이사를 갈 때에도 언제나 혼자였지요. 늘 미안했습니다. 동기들이 본사에서 중요한 업무를 맡으며 승진을 할 때마다 초조해지더군요. 입사 동기들은 대부분 좋은 자리 꿰찼는데 나는 여기서 뭐하나, 남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 그때부터 청소에 대한 강박이 생깁디다. " 그는 횡설수설했지만 종합하면 직장 동료에게 무시받지 않기 위해서 청소를 하기 시작했다고 고백했다.

 

애매모호한 고백이기는 했으나 이해 못할 것도 아니었다. 술자리가 잦아지면서 그의 원룸에 가는 날도 많아졌다. 갈 때마다 기시감이 들었다. 집안 풍경은 그대로였다. 사물이 놓인 자리는 오차 없이 항상 그 자리에 있었다. 걸레는 네모반듯하게 접혀 화장실 문 왼쪽에 놓여 있고, 빗자루와 쓰레받이 또한 그 자리 그대로였다. 침대보는 구김이 전혀 없었고, 이불은 개서 침대 끝 왼쪽 모서리에 두었다. 그가 사는 집은 깨끗했으나 온기가 없었다. 그가 스스로 자신에게 부여한 원칙과 절제는 엄격함보다는 자기 학대처럼 보였다. 그는 오랜 객지 생활 끝에 자신에 다니는 직장에 환멸을 느끼고 있었다. 그는 흩어진 마음을 숨기기 위해서 정리 정돈에 매달린 것이었다.

 

얼마 후, 그는 회사를 그만 두었다. 집에 내려가 작은 가게나 하나 차리겠다며 쓸쓸하게 웃었다. 그날, 우리는 코가 비뚤어지게 술을 마셨다. 하지만 코가 비뚤어지지는 않았다.

 

 

 

그( 시무라 씨 ) 는 기상청에서 근무한다. 나이가 56세이니 이제 곧 정년 퇴임 후 노후를 걱정해야 할 나이다. 그 남자는 독신이다. 에릭 파이의 소설 << 나가사키 >> 를 읽다가 문득 속초에서 만났던 그 남자가 떠올랐다. 퇴근하면 하는 일이 없어서 소일거리로 집안 청소를 하다가 이 꼴이 되었다며 웃던 남자는 소설 속 남자와 많이 닮았다. " 사는 일에 크게 실망한 " 그는 작은 빌라에서 혼자 살아간다. 인간에 대한 희망을 품지 않기에 퇴근하면 동료들과 어울리며 술을 마시기보다는 집으로 향한다. 그는 혼자 저녁을 먹는다. 그리고 흩어진 사물들을 모두 제자리에 갖다 놓는다. 한 치의 오차도 없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사물은 조금씩 흩어진 채 발견된다.

 

냉장고 속에 넣어둔 요구르트가 사라지거나 사물들은 조금씩 오차 범위 밖에서 이동한다. 성격이 무덤덤한 이'라면 알아차리지 못했을 것이다. 정돈된 일상은 조금씩 흩어진 상태로 돌아온다. 이 균열은 여자 때문이었다. 남자는 집안 구석구석 cctv를 설치해 놓고 직장 내 모니터를 통해 원격장치로 주인 없는 집을 관찰하기 시작한다. 그때 한 여자가 유령처럼 나타난다. 모르는 여자다. 여자는 다다미 바닥에 앉아 볕을 쪼인다. 행복한 표정은 아니지만 불안한 표정도 아니다. 오히려 평화로운 얼굴이다. 그는 잠시 그녀에게 연민을 느낀다. 여자는 남자(집주인) 몰래 이불 벽장 속에서 숨어 살았다. 형사가 남자에게 말했다. " 시무라 씨, 아마 좀 전에 이미 아셨겠지만 이 여자는 당신 집에서 당신 모르게 일 년 가까이 살았다는 걸 말씀드려야겠군요. "

 

남자는 여자를 미워할 수가 없다. 타자(여자)에 대한 동정은  결국 자신(남자)에 대한 연민으로 돌아온다. 남자와 여자는 서로 닮았다. 여자 또한 조용하고 쓸쓸했으니깐 말이다. 저자는 파스칼 키냐르의 문장을 빌려 다음과 같이 말한다. " 뿌리가 같은 대나무는 제아무리 세상 멀리 떨어진 곳에 심어도 똑같은 날에 꽃을 피우고 똑같은 날에 죽는다고 한다. " 중편 분량인 이 소설에서 여자의 정체는 중요하지 않다. 남자는 여자를 통해서 자신의 쓸쓸한 어깨를, 뒷모습을 본다.  여자도 마찬가지이리라. " 사는 일에 크게 실망한 " 남자는 " 사는 일에 크게 실망한 여자 " 를 본다. 그리고는 이내 마음이 흩어진다. 정돈 강박증에 걸린 사내가 말이다. 이상하게도 나는 이 여자의 정체가 궁금하지 않았다.

 

오히려 집을 내놓고 떠난 남자가 궁금했다. 사는 일에 크게 실망했다는 말은 반대로 죽는 일에 대해서도 크게 실망하지 않는다는 말과 같다. 소설은 " 그 남자의 그 후 " 에 대해 말하지 않는다. 그는 어디로 갔을까 ?  한때 나는 내 삶이 실패한 것은 아닌가, 라는 생각을 자주 했고 괴로웠으며 불안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생각을 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내 삶이 실패했다는 사실을 이미 확인했기 때문이다. 불안이란 그 불안을 야기할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한 초조함이다. 그 가능성이 사실로 증명되는 순간 더 이상 궁금해지지 않는다. 요즘 나는 강박적으로 방을 치운다. 침대보를 정리하고 쓸고 닦고 정돈하기를 반복한다. 속초에서 만났던 그 남자는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 청소를 하면서 비로소 그 사람을 이해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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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ter 2014-07-03 14: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가 사는 집은 깨끗했으나 온기가 없었다.

라는 말... 와닿네요, 바로.

곰곰생각하는발 2014-07-03 15:42   좋아요 0 | URL
마침 이 책 70% 세일 중입니다. 이번 기회에 장만하십시요...

heter 2014-07-04 14:52   좋아요 0 | URL
그러려고 합니다... 3천원이면 정말 저렴한 가격이네요.

엄동 2014-07-03 15: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우리가 불안한건 그럴수도 있을거란 가능성 때문이죠

인간에 대한 희망을 품지 않는 시무라씨가 부러워요

다가서기와 돌아서기를 반복하는
이 뻔한 관계에 신물이 나도
실낱같은 희망은 쥐고 살아가고 있으니 말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7-03 18:29   좋아요 0 | URL
저도 시무라입니다. 전 인간에 대한 가치를 높이 평가하지 않기 때문에
가족애, 인류애, 이런 게 좀 우습더라고요... 특히 애국심 이 따위 말이죠.
애'가 들어간 것 중 가장 한심한 거 하나가 바로 애국심 아닌가 싶습니다.

루쉰P 2014-07-03 22: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 비정규직 전문가로서 속초에서 만난 분의 이야기가 남 일 같지가 않군요...
파견 근로자 셨나봐요, 근데 그런 초조감을 없애기 위해 방 청소를 하다니, 전 비정규직의 초조함을 이기기 위해 책 사다가 벽장 무너트릴 뻔 했죠. 뭔가 통하는 것 같아요.

안녕하세요? 파견 근로자 얘기에 눈이 뜨여 한번 들어봤습니다.
서재가 하얀 게 눈이 부셔요. 저도 이렇게 꾸미고 싶네요 ㅎ
인간에 대한 가치를 저도 높게 평가하지는 않아요. 근데 인간인지라 높은 가치의 인간을 찾아 보려고 하죠. 이게 인간일리가 없어 하고 말이죠 ㅋ

곰곰생각하는발 2014-07-04 00:04   좋아요 0 | URL
반갑습니다. 루쉰 님. 좋은 이름이군요. 루쉰이라....
왜 파견근로자 대부분은 직장과 숙소가 가까이 있잖습니까.
보통 걸어서 5분 정도 걸리는 곳에 숙소를 얻잖습니까.
그분은 6시 땡 치면 집에 가면 6시 5분이었다고 합니다.
남자 혼자, 뭘 하겠습니까. 그때부터 청소를 했다고 하네요.
그 사람 숙소 가면 온갖 청소 도구가 다 있습니다. 아주 전문적이었어요.
청소 도구가 그렇게 많은 것 처음 보았습니다. 그 사람에게는 그게 취미였죠.
그렇게 청소를 하다보면 몇 시간이 지나간다고........

반갑습니다. 루쉰 님 !

마립간 2014-07-04 09:01   좋아요 0 | URL
루신P님, 저는 인간의 가치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지만, 인간의 지성이 뛰어나지 않다는, 그러니까 별볼일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인간의 가치를 높게 평가하는 것이 그나마 해결책이 될지, 아니면 별 의미가 없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양극화 아랫쪽에 있는 사람들의 초조감 못지 않게, 양극화 윗쪽에 있는 사람들도 아랫쪽으로 떨어지지 않을까 초조해 하며 살아갑니다. 이런 초조감은 아랫계층의 사람을 더 옥죄죠.

아무도 모른다 http://blog.aladin.co.kr/maripkahn/791213

수양 2014-07-04 07: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 그렇다면 조만간 언젠가 곰곰발님 벽장에서도 묘령의 여인이 나타나지 않을까 싶은데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7-04 11:32   좋아요 0 | URL
요즘은 날마다 침대 밑을 걸레질하는데 떨어진 동전 한 3000원 주웠습니다

수다맨 2014-07-04 11: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 가슴 짠한 리뷰입니다. 곰곰발님 덕에 에릭파이라는 작가를 알게 되었네요. 지갑을 열어야 할 시간인 것 같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7-04 12:10   좋아요 0 | URL
단편 같은 중편 소설입니다. 아쉬운 부분도 많습니다. 하지만 묘하게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는 그 기본 서사'가 가슴을 치게 만드는 구석이 있습니다. 프랑스 작가가 일본을 배경으로 쓴 소설인데 그 이유는 나중에 나옵니다.
 
인문/사회/과학/예술 주목 신간 작성 후 본 글에 먼댓글 남겨 주세요.

 

 

 

 

 

 

■ 7월 인문/사회/과학/예술 주목 신간

 

 

- 알라딘 신간 평가단 14기 활동

 

 

 

 

1.  메뚜기도 한철 ?!     

 

 

 

 

 

 

이 자리에서 고백하지만 : 나는 축구를 즐겨 보는 편이 아니다. 기껏해야 월드컵 경기 할 때나 본다. 그렇다고 새벽에 일어나 월드컵 중계를 챙겨 보는 것도 아니다. 동시간대에 월드 시리즈 경기와 월드컵 경기 중계가 서로 겹친다면 일말의 주저없이 야구를 선택하는 쪽이다. 관중 동원수'만 가지고 평가하자면 한국 축구는 국민 스포츠이기는커녕 비인기 종목'에 가깝다.  의아해 할 필요 없다. K리그 축구 경기 관객수와 한국 프로야구 관객수를 비교하면 답은 나온다. 한국인은 철저하게 국내 축구를 외면했다. 관심이 없다 보니 국내 리그 축구 경기를 중계하는 경우도 별로 없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월드컵 시즌'만 되면 축구장 한번 간 적 없는 사람들이 붉은 옷 입고 광장으로 모인다. 이기면 < 파우스트 > 처럼 영혼이라도 팔 자세로 기뻐하고, 지면 < 베르테르 > 처럼 슬픔에 젖어서 박연 폭포 같은 눈물을 흘린다. 붉은악마 응원단'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 한철에만 반짝하는 양극성장애 " 현상'이다. 축구는 내셔널리즘이 강한 스포츠다.  축구는 곧 국가'요, 선수는 병사'다. 한국인이 국내 클럽 축구 대항전에는 시큰둥한 반응을 보인 반면 국가 대항전만 되면 흥분하는 이유는 축구를 애국스포츠 서사'로 인식한다는 데 있다. 나는 모든 스포츠를 개인 욕망을 실현할 수 있는 장소'로 이해하기 때문에 " 국가 승리 " 를 위해 목숨을 내놓겠다는 애국적 으름장'을 믿지 않는다. 박세리는 출세를 위해 양말을 벗었고, 김연아는 꿈을 위해 점프했으며, 박찬호와 류현진 또한 성공하기 위해 공을 던졌을 뿐이다. 콩트는 콩트일 뿐이고, 스포츠는 스포츠일 뿐이다. 4년에 한번, 양극성 장애를 겪는 붉은 악마 응원단이여 ! 그냥 동네 닭집에서 닭다리 뜯으며 응원하자. 그들에게 욕을 먹을래나 ? 누군가는 이 글을 읽고 이렇게 말할 것이다. " 축구(죽고) 싶냐, 야구(약 오)르네 ! 시부럴, 잘 알지도 못하면서.... " 그렇다, 나는 축구에 대해 잘 모른다. 그래서 << 축구의 세계사 > 라는 책을 7월 신간평가단 추천 도서로 뽑았다. 이 책이 선정된다면 나로서는 땡큐 베루 마치'다. 아, 아아아니 " 따봉이다 ! " 지금은 브라질 월드컵 시즌이니깐. ( 역사 분야 )

 

 

 

 

 

 

                                                                                                        

 

 

                                                       

                                

 

 

                  

2. 공은 둥글다지만     

 

 

 

 

 

 

 

 

 때가 때인지라, 축구와 관련된 책을 또 뽑았다. 굳이 변명을 하자면 << 축구의 세계사 >> 는 역사 분야이고, << 피파 마피아 >> 는 사회 분야 서적이라는 점 정도 ?  야구가 세계화에 성공하지 못한 이유는 복잡한 룰 규정과 비싼 야구 장비를 갖추어야 하기 때문이다. ( 야구 글러브만 해도 투수 글러브와 야수 글러브가 다르다. 그뿐인가 ? 내야수 글러브와 외야수 글러브도 다르다. ) 반면 축구가 전세계인으로부터 사랑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야구에 비해 값 싼 축구공 하나만 있으면 모두 다 신나게 놀 수 있다는 데 있다.  축구화 따위는 없어도 된다. 가난한 아프리카와 남미 아이들은 맨발로 축구 놀이를 하며 컸다. 축구장이 없어도 된다. 공터만 있으면 되니깐 말이다. 심지어 축구공이 없어도 된다. 헝겁으로 만든 축구공으로도 재미있게 놀 수 있다. 신나게 놀고 싶다면 그저 뜨거운 열정과 맨발만 있으면 된다. 축구야말로 지구인이 가장 사랑하는 국민 스포츠가 되었다. 문제는 축구 시장이 커지자 장사꾼이 월드컵에 깊숙히 개입했다는 점이다. < 돈 > 이 되는 곳에는 < 이권 > 이 생기고, 이 이권을 노린 세력이 모이게 마련이다. 피파, 연맹, 미디어, 대기업들이 돈 냄새를 맡고 달려든다. 공은 둥글다지만 잇속은 특정 소수가 독점하는 모양이다. 블래터에게 한마디 하련다. " 블래터, 이 그지같은 새끼 ! "   이 책이 선정된다면 나로서는 " 따봉 !! " 이다. ( 사회 분야 )

 

 

  

 

                                                                                                       

 

 

 

 

 

3. 드라큘라와 함께 자본론을 !   

 

 

 

 

 

스탠포드 영문학 교수 프랑코 모레티가 이런 말을 한 적 있다. " 문학에 생명을 불어넣는 것은 학교 안의 문학 담당 교수가 아니라 시장의 독자'다. " 정확히 복기할 수는 없으나(정확한 출처를 잘 모르겠다) 이 말은 꽤나 인상 깊었던 모양이다. 건망증이라면 남 부럽지 않은 내가 이 문장만큼은 똑똑히 기억하고 있으니 말이다. 내가 아는 범위 안에서 프랑코 모레티는 피에르 바야르( 파리 8대학 프랑스 문학 교수)와 함께 가장 독창적인 문학 비평을 하는 사람이다. 출판사가 제공하는 소개글에 따르면 << 드라큘라 >> 를 << 자본론 >> 과 엮고, << 설록 홈즈 >> 를 << 율리시즈 >> 로 연결한다.  드라큘라와 자본론을 비교 평가한다 ?! 쉽게 납득이 안 간다, 납득이 !  그뿐이 아니다. << 프랑켄슈타인 >>과 << 황무지 >> 를 짝패로 묶는다.  이들 짝패 목록은 변희재와 진중권이 한 팀이 되어 서로 다리 한쪽을 묶어 달리기를 하는 풍경만큼 흥미롭고 기이한 조합이다.  기대되는 책이다. 이 책이 신간평가단 도서로 선정된다면 나로서는 " 호호호러블 ! " 하다. ( 인문 분야 1 )

 

 

 

                                                                                               

 

 

 

4. 여기서 묵자                    

 

 

 

 

동양 철학에 대한 깊이가 없어서인지 공자'에 대한 애정이 생기지 않는다. 계룡산 남근봉 뜬구름 위에 있는 도사 같다. 공자는 입신양명을 위해서 꽤나 노력한 인물이었다. 출세지향적 캐릭터라고 할까 ? 그에 반하여 묵자'는 독특한 캐릭터에 속했다. 제자백가 가운데 처음으로 공자를 깐 사람은 묵자(묵적)였다. 어떤 이는 그의 이름이 " 묵적 墨狄 " 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 검은 오랑캐 " 라는 뜻이 되는데, 이 사실을 근거로 그가 인도나 아랍 사람이라고 주장한다. 하여튼 묵자는 출신 성분이 비교적 비천했다는 데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없다. 공자가 귀족을 옹호하고 예술에 관심을 보였다면 묵자는 평민을 옹호하고 물리 같은 기술에 관심을 보였다고 한다. 문화혁명 당시 중국 공산당이 공자 말살 정책을 펼친 이유이기도 하다. 묵자 철학을 한마디로 정의하면 " 겸애 " 라고 할 수 있는데, 묵자와 예수는 닮은 점이 많다. 그래서 묵자와 예수를 비교하는 책도 어디서 본 적 있다. 이번에 << 묵자 >> 라는 묵직한 책이 " 국내 최초 완역판 " 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출간되었다. 원전을 포함하고 있어서 묵자 사상을 체계적으로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 이 책이 선정된다면 나로서는 " 띵호와 / 挺好阿[ting hao a] !  " 다. ( 인문학 분야 2 )

 

 

                                                                                                         

 

 

 

 

5.   바기나 덴타타, 이빨 달린 질       

 

 

 

 

 

 

아잇 님의 추천 목록을 보다가 << 메두사의 저주 >> 라는 책을 보고 급히 선택했다. 메두사의 저주'라 ! 프로이트는 메두사 신화'에서 남자들이 메두사를 보면 딱딱하게 굳게 되는 것을 페니스 발기 현상으로 풀었다. 이 발칙한 해석에 한바탕 큰 웃음을 날리다가 결국에는 고개를 끄덕인 경험이 있었다. 사실 메두사를 자세히 보면 메두사가 여성 성기를 닮았다는 점을 깨닫게 된다. 메두사 얼굴은 촉촉하고 검은 동굴에 대한 은유이며 뱀으로 뒤엉킨 머리는 거웃과 유사하지 않은가 ? 결국 메두사 신화는 거세 혹은 발기 부전에 대한 남성의 두려움이 반영된 서사'라 할 수 있다. 조금 유식하게 말하자면 메두사, 사이렌과 같은 괴물은 바기나 덴타타 신화와 맥을 같이 한다. 바기나 덴타타는 " 이빨 달린 질 " 이란 뜻이다. 이 책이 선정된다면 나로서는 " 아 ! " 이다. ( 인문 분야 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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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립간 2014-07-02 08: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구의 세계사 ; 미시세계사의 책을 많이 읽지는 않았지만, 어느 글에서 모든 미시세계사는 세계사에 영향을 미쳤다고 하더군요. (거의 모든 항목에서 미약하지 않은 강력한 영향 - 이것은 논리적이지는 않지만요.)

묵자 ; 저도 묵자의 사상이 예수님의 사상과 대응된다고 생각합니다. 서양에도 동양적 분위를 가지는 사상이 있었죠. 디오게네스를 포함하여, 예수님의 제자 도마의 경우도 그렇고요. 반면 동양의 사상에서 묵자의 겸애는 예수님의 사상에, 혜시의 사상은 논리학에 대응된다고 생각합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7-02 13:59   좋아요 0 | URL
미시가 모여서 거시가 되는 거시 아니겠습니까 ~
대구'라는 책에서도 그렇지만 이 미시사'가 의외로 재미있습니다.

묵자랑 예수랑 묘하게 닮은 구석이 많죠 ? 개인적으로 제자백가 중에는 도가가 꽤 철학적으로 재미있는 것 같더군요. 묵자, 도가 공부 좀 했으면 좋겠습니다.
 

 

 

 

 

 

 

 

 

총리를 찾아라 

 

 

 

 

 

윌리는 나를 알지 못하지만 나는 윌리가 누구인지 너무나 잘 알고 있다. " 나는 윌리가 지난 여름에 한 짓'을 알고 있어 ! " 그는 빨간 줄무늬 긴팔 티셔츠와 털모자 그리고 파란 바지를 입었다. 패션 디자이너라면 윌리가 입고 다니는 옷차림에 대해 " 까르르, 까르르... 마이너스 백 점. 땡, 탈락 ! " 이라고 말했을 것이다. 누가 봐도 윌리가 입은 옷은 ( 까르르 까르르 ) 촌스럽다. 성조기 패션'이라고 우긴다면 할 말 없다만( 설령, 성조기 패션이다 하더라도 영국놈이 다른 나라 국기 패션을 하는 건 우습다. 마치 일본인이 태극기가 그려진 티셔츠를 입은 것처럼 말이다. 윌리는 영국인'이여 ! ) 그런 차림새는 슈퍼맨에게나 어울리지 말라깽이 윌리'에게는 어울리지 않는다. 윌리의 패션 감각에 대해서는 이쯤에서 매조지하고 본론으로 들어가자.

 

윌리는 여행을 좋아해서 방방곡곡을 돌아다닌다. 내가 마지막으로 그를 본 곳은 영국식 정원에서였다. 당신을 찾는데 애먹었다. 옷차림이 눈에 띠어서 윌리를 쉽게 찾을 수 있으리라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눈에 띠지 않았다. 그를 찾아냈다고 해서 보상이 따르지는 않지만 윌리를 찾고 나면 이상하게 기분이 좋아진다. 윌리는 좋은 사람이다. 인간은 두 종류로 나뉜다. 옷차림은 화려하지만 보기는 싫은 사람과 옷차림은 초라하지만 보면 기분이 좋아지는 사람 ! 내 취향을 고려하면 박근혜는 옷차림은 화려한데 마주치기는 싫은 사람이고 윌리는 옷차림은 촌스러운데 만나면 반가운 얼굴이다. 아, 윌리는 행복을 주는 사람이었어.  최근 청와대는 " 총리를 찾아라 ! " 놀이를 하다가 포기했다.

 

안대희 낙마 후, 청와대가 찾다 찾다 찾다 찾아낸 인물이 문창극이었는데 알고 보니 수아레스 핵이빨보다 무서운 핵이빨이었다. 양심은 없지만 뚝심은 있어 보이는 그가 물어뜯은 곳은 상대 선수 어깨가 아니라 청와대 바짓가랑이였다. 그는 사퇴하지 않겠다고 고집을 부렸다.  박근혜는 문창극이 청렴결백한 진짜 총리'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박근혜가 찾아낸 총리는 가짜'였다. 눈앞이 캄캄했을 것이다. 결국 그네가 꺼내든 카드는 정홍원 총리 유임'이다. 유임 이유가 꽤 아름답다. " 지금의 인사 검증 시스템으로는 진짜 총리를 찾을 수 없습니다. 네, 네네 맞습니다. 저, 원칙과 소신 하나로 여기까지 왔습니다. ( 비서관이 조용히 다가와 귓속말을 하자 ) 대구는요 ? 하여튼... 털어서 먼지 안 나는 사람이 어디 있습니까 ? "

 

박근혜가 < 인간 먼지론 > 을 주장하며 징징거렸을 때, 나는 박장대소했다. " 이 인간 대체 뭐지롱 ? "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털어서 먼지 나는 인간'이라면 대한민국은 부도덕 사회요, 깡패 국가'다. 그런 불량 국가는 하루빨리 망하는 게 세계 평화를 위해 도움이 된다. 처음부터 심사 자격에 맞는 후보를 골라야지 후보에 맞춰 심사 기준을 고치려고 하는 것은 앞뒤가 바뀐 논리'다. 앞뒤가 바뀌어도 문제가 되지 않는 것은 대리운전 회사 전화번호'가 유일하다.  침대가 작다고 누운 사람 다리를 자를 수는 없는 것 아닌가 ?  대한민국에는 털어서 먼지 안 나는 사람 존나 많다 ! 그런데 박근혜는 왜 생뚱맞은 소리를 할까 ? 이해는 간다. 까마귀 노는 곳에서 백로를 찾으려고 하니 있을 턱이 있나.  

 

백로(진짜 총리)를 찾을 수 없으니 보디 페인팅 작업으로 새까만 까마귀(가짜 총리)를 하얀 백로로 위장은 했지만 그것은 "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식 " 일 뿐이다. 까마귀에게는 미안한 소리이지만 : 까마귀의 짧은 다리는 어쩔껴 ? 응, 어쩔껴 !! 박근혜, 마이너스 백 점. 땡, 탈락 ! 까마귀 노는 곳에서 백로를 찾으면 안 되고, 닭장에서 군계일학'을 바라면 안 된다. 학을 찾으려면 물 좋고 공기 맑은 곳으로 가면 된다. 어때요, 참 쉽죠 ? 총리가 아무리 다방 얼굴마담 직(職)이라고는 하지만 좀비를 앉혀 놓고 장사를 하겠다는 심보는 고약하다. 같은 소리 두 번 해서 미안하다.  박근혜는 옷차림은 좋은데 만나기는 싫은 부류'다. 정치에서 중요한 것은 패션이 아니라 두뇌와 심장이다. 메르켈을 보라 !

 

나는 그네가 꺼낸 회심의 카드'보다는 윌리가 보낸 평범한 여행 카드가 마음에 든다. 그는 여행를 떠나면 여행지 풍경이 담긴 엽서를 보내오고는 했다. 박근혜 카드는 항상 실망스러웠지만 윌리 카드는 언제나 반가웠다. 고마워, 윌리 ! 너의 패션 감각은 여전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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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DD 2014-07-01 18: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한민국에는털어서먼지 안나는사람존나 많다! 이부분이 참 시원하네요. 박근혜 하는일 면면을 보면 뭐하나 제대로 하는게 없어요. 얼굴마담도 아니고..

곰곰생각하는발 2014-07-01 19:29   좋아요 0 | URL
토드 님 이제 알라디너가 되셨군요 ? 호호.. 청와대 패션쇼 지겹죠. 그네님, 패션쇼 말고 민생이나 잘 살피쇼 !

엄동 2014-07-02 15: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그네가 어떤 카드를 꺼내든 이제.

하이고 의미없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7-02 16:57   좋아요 0 | URL
또 하 ~ 또 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