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과학/예술 주목 신간 작성 후 본 글에 먼댓글 남겨 주세요.
■ 7월 인문/사회/과학/예술 주목 신간
- 알라딘 신간 평가단 14기 활동
1. 메뚜기도 한철 ?!

이 자리에서 고백하지만 : 나는 축구를 즐겨 보는 편이 아니다. 기껏해야 월드컵 경기 할 때나 본다. 그렇다고 새벽에 일어나 월드컵 중계를 챙겨 보는 것도 아니다. 동시간대에 월드 시리즈 경기와 월드컵 경기 중계가 서로 겹친다면 일말의 주저없이 야구를 선택하는 쪽이다. 관중 동원수'만 가지고 평가하자면 한국 축구는 국민 스포츠이기는커녕 비인기 종목'에 가깝다. 의아해 할 필요 없다. K리그 축구 경기 관객수와 한국 프로야구 관객수를 비교하면 답은 나온다. 한국인은 철저하게 국내 축구를 외면했다. 관심이 없다 보니 국내 리그 축구 경기를 중계하는 경우도 별로 없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월드컵 시즌'만 되면 축구장 한번 간 적 없는 사람들이 붉은 옷 입고 광장으로 모인다. 이기면 < 파우스트 > 처럼 영혼이라도 팔 자세로 기뻐하고, 지면 < 베르테르 > 처럼 슬픔에 젖어서 박연 폭포 같은 눈물을 흘린다. 붉은악마 응원단'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 한철에만 반짝하는 양극성장애 " 현상'이다. 축구는 내셔널리즘이 강한 스포츠다. 축구는 곧 국가'요, 선수는 병사'다. 한국인이 국내 클럽 축구 대항전에는 시큰둥한 반응을 보인 반면 국가 대항전만 되면 흥분하는 이유는 축구를 애국스포츠 서사'로 인식한다는 데 있다. 나는 모든 스포츠를 개인 욕망을 실현할 수 있는 장소'로 이해하기 때문에 " 국가 승리 " 를 위해 목숨을 내놓겠다는 애국적 으름장'을 믿지 않는다. 박세리는 출세를 위해 양말을 벗었고, 김연아는 꿈을 위해 점프했으며, 박찬호와 류현진 또한 성공하기 위해 공을 던졌을 뿐이다. 콩트는 콩트일 뿐이고, 스포츠는 스포츠일 뿐이다. 4년에 한번, 양극성 장애를 겪는 붉은 악마 응원단이여 ! 그냥 동네 닭집에서 닭다리 뜯으며 응원하자. 그들에게 욕을 먹을래나 ? 누군가는 이 글을 읽고 이렇게 말할 것이다. " 축구(죽고) 싶냐, 야구(약 오)르네 ! 시부럴, 잘 알지도 못하면서.... " 그렇다, 나는 축구에 대해 잘 모른다. 그래서 << 축구의 세계사 > 라는 책을 7월 신간평가단 추천 도서로 뽑았다. 이 책이 선정된다면 나로서는 땡큐 베루 마치'다. 아, 아아아니 " 따봉이다 ! " 지금은 브라질 월드컵 시즌이니깐. ( 역사 분야 )
2. 공은 둥글다지만
때가 때인지라, 축구와 관련된 책을 또 뽑았다. 굳이 변명을 하자면 << 축구의 세계사 >> 는 역사 분야이고, << 피파 마피아 >> 는 사회 분야 서적이라는 점 정도 ? 야구가 세계화에 성공하지 못한 이유는 복잡한 룰 규정과 비싼 야구 장비를 갖추어야 하기 때문이다. ( 야구 글러브만 해도 투수 글러브와 야수 글러브가 다르다. 그뿐인가 ? 내야수 글러브와 외야수 글러브도 다르다. ) 반면 축구가 전세계인으로부터 사랑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야구에 비해 값 싼 축구공 하나만 있으면 모두 다 신나게 놀 수 있다는 데 있다. 축구화 따위는 없어도 된다. 가난한 아프리카와 남미 아이들은 맨발로 축구 놀이를 하며 컸다. 축구장이 없어도 된다. 공터만 있으면 되니깐 말이다. 심지어 축구공이 없어도 된다. 헝겁으로 만든 축구공으로도 재미있게 놀 수 있다. 신나게 놀고 싶다면 그저 뜨거운 열정과 맨발만 있으면 된다. 축구야말로 지구인이 가장 사랑하는 국민 스포츠가 되었다. 문제는 축구 시장이 커지자 장사꾼이 월드컵에 깊숙히 개입했다는 점이다. < 돈 > 이 되는 곳에는 < 이권 > 이 생기고, 이 이권을 노린 세력이 모이게 마련이다. 피파, 연맹, 미디어, 대기업들이 돈 냄새를 맡고 달려든다. 공은 둥글다지만 잇속은 특정 소수가 독점하는 모양이다. 블래터에게 한마디 하련다. " 블래터, 이 그지같은 새끼 ! " 이 책이 선정된다면 나로서는 " 따봉 !! " 이다. ( 사회 분야 )
3. 드라큘라와 함께 자본론을 !
스탠포드 영문학 교수 프랑코 모레티가 이런 말을 한 적 있다. " 문학에 생명을 불어넣는 것은 학교 안의 문학 담당 교수가 아니라 시장의 독자'다. " 정확히 복기할 수는 없으나(정확한 출처를 잘 모르겠다) 이 말은 꽤나 인상 깊었던 모양이다. 건망증이라면 남 부럽지 않은 내가 이 문장만큼은 똑똑히 기억하고 있으니 말이다. 내가 아는 범위 안에서 프랑코 모레티는 피에르 바야르( 파리 8대학 프랑스 문학 교수)와 함께 가장 독창적인 문학 비평을 하는 사람이다. 출판사가 제공하는 소개글에 따르면 << 드라큘라 >> 를 << 자본론 >> 과 엮고, << 설록 홈즈 >> 를 << 율리시즈 >> 로 연결한다. 드라큘라와 자본론을 비교 평가한다 ?! 쉽게 납득이 안 간다, 납득이 ! 그뿐이 아니다. << 프랑켄슈타인 >>과 << 황무지 >> 를 짝패로 묶는다. 이들 짝패 목록은 변희재와 진중권이 한 팀이 되어 서로 다리 한쪽을 묶어 달리기를 하는 풍경만큼 흥미롭고 기이한 조합이다. 기대되는 책이다. 이 책이 신간평가단 도서로 선정된다면 나로서는 " 호호호러블 ! " 하다. ( 인문 분야 1 )
4. 여기서 묵자
동양 철학에 대한 깊이가 없어서인지 공자'에 대한 애정이 생기지 않는다. 계룡산 남근봉 뜬구름 위에 있는 도사 같다. 공자는 입신양명을 위해서 꽤나 노력한 인물이었다. 출세지향적 캐릭터라고 할까 ? 그에 반하여 묵자'는 독특한 캐릭터에 속했다. 제자백가 가운데 처음으로 공자를 깐 사람은 묵자(묵적)였다. 어떤 이는 그의 이름이 " 묵적 墨狄 " 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 검은 오랑캐 " 라는 뜻이 되는데, 이 사실을 근거로 그가 인도나 아랍 사람이라고 주장한다. 하여튼 묵자는 출신 성분이 비교적 비천했다는 데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없다. 공자가 귀족을 옹호하고 예술에 관심을 보였다면 묵자는 평민을 옹호하고 물리 같은 기술에 관심을 보였다고 한다. 문화혁명 당시 중국 공산당이 공자 말살 정책을 펼친 이유이기도 하다. 묵자 철학을 한마디로 정의하면 " 겸애 " 라고 할 수 있는데, 묵자와 예수는 닮은 점이 많다. 그래서 묵자와 예수를 비교하는 책도 어디서 본 적 있다. 이번에 << 묵자 >> 라는 묵직한 책이 " 국내 최초 완역판 " 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출간되었다. 원전을 포함하고 있어서 묵자 사상을 체계적으로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 이 책이 선정된다면 나로서는 " 띵호와 / 挺好阿[ting hao a] ! " 다. ( 인문학 분야 2 )
5. 바기나 덴타타, 이빨 달린 질

아잇 님의 추천 목록을 보다가 << 메두사의 저주 >> 라는 책을 보고 급히 선택했다. 메두사의 저주'라 ! 프로이트는 메두사 신화'에서 남자들이 메두사를 보면 딱딱하게 굳게 되는 것을 페니스 발기 현상으로 풀었다. 이 발칙한 해석에 한바탕 큰 웃음을 날리다가 결국에는 고개를 끄덕인 경험이 있었다. 사실 메두사를 자세히 보면 메두사가 여성 성기를 닮았다는 점을 깨닫게 된다. 메두사 얼굴은 촉촉하고 검은 동굴에 대한 은유이며 뱀으로 뒤엉킨 머리는 거웃과 유사하지 않은가 ? 결국 메두사 신화는 거세 혹은 발기 부전에 대한 남성의 두려움이 반영된 서사'라 할 수 있다. 조금 유식하게 말하자면 메두사, 사이렌과 같은 괴물은 바기나 덴타타 신화와 맥을 같이 한다. 바기나 덴타타는 " 이빨 달린 질 " 이란 뜻이다. 이 책이 선정된다면 나로서는 " 아 ! " 이다. ( 인문 분야 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