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러 심리학 입문 - 오늘을 살아가는 무기, 용기의 심리학, 개정 증보판
알프레드 아들러 지음, 김문성 옮김 / 스타북스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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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러는 딱히 체계적인 이론을 세우거나 하진 않았다지만 그가 인간 심리 깊은 곳을 정확히 꿰뚫고 있는 것만은 틀림없어 보인다. 이런 구절을 보면. “위험으로부터 몸을 사리는 행동 중에서 가장 철저한 표현은 자살이다. 자살하는 사람은 자신이 직면한 인생의 모든 문제를 포기하고, 자기의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서 어떠한 행동도 할 수 없다는 확신을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 사람이 흔히 자살로써 우월감을 얻으려 한다는 말은 자살에 항상 비난이나 복수의 감정이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을 깨달을 때 이해할 수 있다. 우리는 자살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자신의 죽음에 대한 책임을 누군가에게 전가시키려 한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한편으로, 우리가 삶의 목표에 부합하는 기억과 감정을 소환, 편집, 조장해낸다는 아들러의 목적론적 관점은, 도덕적 가치 판단에 있어서 직관이 먼저이고 이성적 추론은 이를 합리화하는데 동원된다는 진화심리학적 견해(조너선 하이트, <바른 마음>)와도 상당히 공명하는 듯하다. 즉 사회 정의에 대한 가치 판단이 되었든 개인적 삶의 목표가 되었든 일단 개인의 내면에 어떤 확고한 방향이 설정되어 있는 것이 우선이고, 이미 구축되어 있는 정답을 정당화하고 강화시키기 위해, 자기 자신에게나 타인에게 납득시키기 위해, 떠오르는 기억이든 치솟는 감정이든 지난 밤 꾸었던 꿈이든 꿈의 해석이든 논리적 정교화든 온갖 의식적이고 무의식적인 수단들이 사후 도용되는 것이다.

그가 너무나 날카롭게 인간 심리의 심연을 짚어내고 있기 때문에 부득이 자기 추궁의 시간을 갖지 않을 수가 없다. 특히 아들러가 창안한 개인심리학 분야에서 가장 중요한 발견이라고 일컬어지는 열등감에 대해 다룬 부분에서는 여러 번 멈추어 서게 된다. 우월성 추구는 권력에의 의지로서 그 자체가 부당한 것은 결코 아니다. 다만 자신의 우월성을 증명하기 위해 나는 그동안 ‘하찮은 트릭’을 사용해왔던 것은 아닐까? 즉 나는 나 자신의 우월성을 입증하기 위해 부적절한 방법(나 자신에게나 주변 사회에 있어서나 그다지 유익하지도 발전적이지도 않은 심지어 때로는 파괴적인 방법)을 취해오고 있었던 게 아닐까? 그 모든 부적절한 방법의 유치함과 가소로움, 나아가서는 자기기만적이고 도피적인 성격과 그 무용함에 대해 직시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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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움받을 용기 특별 합본호 (양장) 미움받을 용기
기시미 이치로 외 지음, 전경아 옮김, 김정운 감수 / 인플루엔셜(주)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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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히 베스트셀러가 아니다. 대화체로 쓰여 쉽게 읽히면서도 결코 가볍지 않고, 정곡을 찌르는 통찰과 조언은 새겨들을 만하다. 일본이나 한국이나 집단주의 문화가 강해서인지 성향도 정서도 봉착해 있는 심리적 문제도 참 비슷한 면이 있구나 싶고. 이 책은 아들러 이론에 입각한 심리상담서 내지는 자기계발서 쯤 되겠는데 아들러가 직접 쓴 다른 책도 한 번 찾아볼 만하겠다. 이 책에서 프로이트와 대비하며 부각하고 있는 아들러의 이론의 목적론적 관점, 아들러가 제시한 개념 중 하나라고 하는 ‘공동체 감각’(스피노자한테서 영향받은 것인가?) 등등 좀 더 자세히 알아보고 싶은 주제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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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정적 고전 읽기 : 철학.과학
조중걸 지음 / 프로네시스(웅진)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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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로운 영어 공부. 읽어보고 싶은 책은 많다. 번역본으로. 영문으로는 안 보련다. 이것으로 충분하다. 윌 듀란트 <철학 이야기>, 앙리 베르그송 <창조적 진화>, 에피쿠로스 <훌륭한 삶>, 쇼펜하우어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 파스칼 <명상록> 등등. 교정 봐야 할 곳이 많다. (1) 108쪽 14번째 줄: 있기 때문입니다. --> 없기 때문입니다. (2) 128쪽 첫번째 줄: 정치적이고 종교적인 기구 --> 정치적이고 사회적인 기구 (3) 247쪽 밑에서 5번째 줄: ‘내 대답은 하나뿐이었다. 너는 자유롭다. 그러므로 선택하라. 즉 창조하라.’를 삭제해야 함. (4) 242쪽 17번째 줄: ‘against the’와 ‘is something like this’ 사이에 ‘Roads To Liberty’가 삽입되어야 함. (5) 249쪽 6번째 줄: ‘의심할 것도 없이, 이러한 생각은 인생에서 성공하지 못한 사람에게는 불편하게 여겨진다.’를 삭제해야 함. (6) 408쪽 밑에서 두번째 줄: ‘and secondly concerning the motion of the heavenly bodies'를 삭제해야 함.

이 책 348쪽 <환각의 미래>에서 프로이트가 종교적인 사람과 비종교적인 사람을 구분하는 명석한 기준을 제시하고 있는데 그 통찰이 무척 인상 깊다. 최근 역사비평적 관점에서 예수를 다룬 책을 읽고 이런저런 상념에 잠겼던 터라 눈에 더욱 밝게 들어오는 것 같기도 하다. “Critics persist in calling 'deeply religious' a person who confesses to a sense of man's insignificance and impotence in face of the universe, although it is not this feeling that constitutes the essence of religious emotion, but rather the next step, the reaction to it, which seeks a remedy against this feeling. He who goes no further, he who humbly acquiesces in the insignificant part man plays in the universe, is, on the contrary, irreligious in the truest sense of the wo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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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는 어떻게 신이 되었나
바트 어만 지음, 강창헌 옮김, 오강남 해제 / 갈라파고스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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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저자의 <예수 왜곡의 역사>에 이어 읽었다. 전작이 성경의 권위와 그 신뢰성에 대해 도발적으로 논쟁의 포문을 연다면, 이 책은 보다 본격적으로 역사적 예수를 추적해 나간다. 예수가 활동했던 시대 전반의 문화적 사상적 배경을 짚어내고, 후대의 왜곡과 미화를 최대한 배제했을 때 때 예수 본인의 자기이해는 어떠했고 설파했던 내용이 무엇이었는지, 사후에 무엇을 계기로 신격화가 시작되었는지, 다양한 종파의 경합 속에서 어떻게 최종적으로 하느님과 동일한 지위에 오르게 되었는지.

고대 세계에서는 예수와 유사한 인생사를 보여주는 신성한 인간들이 의외로 많았다는 것, 이 시대에는 신과 인간의 관계가 현대와 같이 도저한 심연으로 분리되어 있었던 게 아니라 피라미드식의 그라데이션으로 이어져 있었기 때문에 뛰어난 업적으로 사회적 영예를 얻은 인간이 (단지 은유나 아첨으로서가 아니라 다수의 인식론적 확신 가운데서) 신으로 승격되거나 ‘구원자’로서 숭배 받는 일이 잦았다는 것, 유럽 사회에서 신과 인간의 관계에 대한 인식론적 변화는 4세기 전후를 기점으로 일어났다는 것 등등 흥미로운 사실들이 많다.

예수가 살았던 시대의 문화와 세계관을 고려할 때 예수를 성경 문헌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일인지 모른다. 하지만 시대적 배경을 감안하더라도 예수님의 행적이 당대의 적지 않은 사람들의 마음에 어떤 파문을 불러일으켰다는 사실, 그리고 설령 우리가 알고 있는 예수가 여러 추종자들의 해석과 윤색을 거친 ‘만들어진 인물’일지라도 그 만들어진 예수님의 윤리적 가르침과 실천이 후대 인류에게 상당한 호소력과 영향력을 발휘했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는 없을 것이다.

예수를 믿는가? 아니, 예수는 누구인가? 나로서는 제 삶을 바쳐 예수의 말씀을 실천하고자 했던 사람들, 예수를 닮고자 했던 그 모든 사람들이 이미 예수라고 생각된다. 역사에 빛나는 수많은 위대한 성인들이 예수님과 다를 바 없다고 여겨진다. 비기독교인인 나로서는: 인격신에 대한 믿음은 없다. 인간 인식 너머의 자연 섭리의 존재에 대한 믿음은 있다. ‘이 땅에 온 하느님’으로서의 예수와 그 행적에 대한 믿음은 없다. 인간의 고결성에 대한 믿음, ‘어렵고도 드물다’는 그 고귀한 인간 가능성에 대한 믿음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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