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돈으로부터의 질서 - 인간과 자연의 새로운 대화
일리야 프리고진 & 이사벨 스텐저스 지음, 신국조 옮김 / 자유아카데미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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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세기 뉴턴의 등장 이래 서구 과학의 인식론이 변천해온 양상을 통시적으로 고찰하고 있다. 총 3부로 구성되어 있으며 1부는 고전동역학이 보여주는 기계론적/결정론적/무시간적/가역적인 세계, 2부는 19세기 산업시대에 등장한 열역학이 새롭게 열어젖힌 확률성/비가역성/시간성/불안정성/복잡성의 세계, 3부는 동역학적 세계와 열역학적 세계의 모순없는 양립의 가능성을 규명하고 존재(있음 being)와 생성(됨 becoming)의 종합을 모색하는 현대과학을 다룬다. 어렵다. 읽었다고 할 수가 없다. 더듬어본 수준.

인상 깊은 것은 '소산구조'에 대한 현대과학의 발견이다. 소산구조는 엔트로피가 계를 반드시 죽음과 소진과 해체로 이끄는 것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말해준다. '요동'이 일어나는 불안정한 비평형상태에서 때로 엔트로피는 (돌이킬 수 없는 뜻밖의 사건이라고밖에 할 수 없는) 자생적 조직화를 이루어낸다. 무질서 속에서 우연히, 예측불가능한 선택의 연속에 의해 질서와 구조와 생명 현상이 창발한다. 이것이 바로 ‘혼돈으로부터의 질서’인 것. 소산구조의 존재는 혼돈과 질서에 대한 이분법적 개념 자체에 근본적인 회의를 갖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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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의 선택 - 세계를 가르는 두 개의 철학과 15가지 쟁점들
조중걸 지음 / 지혜정원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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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의 역사에서 유구하게 반복되어온 '통합'과 '해체'라고 하는 두 가지 상반된 경향성이 15가지 주제 속에서 구체적으로 어떻게 변주되고 있는지 살펴본다. 생각해볼 것은 이 책이 취한 '철학의 선택'이다. 이 책에서는 현대에 이르러 철학 사조의 무게중심이 실재론-합리론-관념론 계열에서 유명론-경험론-분석철학 계열로 이동했다고 보고, 흄에서 비트겐슈타인으로 이어지는 해체적 흐름을 중요하게 다루면서 상대적으로 헤겔, 후설, 하이데거 그리고 오늘날에 와서 지젝이나 바디우 같은 사람들로 대별되는 일군의 철학적 입장에 대해서는 키치라고 폄하하거나 별 언급이 없다. 그러나 중세의 오컴 역시 당대의 주류는 아니었듯이, 심지어 이단이었듯이, 키치에 불과하다는 이유로 사망 선고를 내릴 만한 철학이 과연 있을까. 우리에게는 오로지 재발견되어야 할 철학만이 있는 것은 아닐까.
 
이 책 7~8장에서는 이념이 어떻게 당대의 예술 양식에 반영되고 있는지 분석하고 있는데, 이와 관련하여 이런 의문도 든다. 이념이 무릇 예술에 반영되는 것이라면 메인스트림 주변의 서브스트림 역시 비록 희소하더라도 어느 정도는 현대 예술 사조에 (결코 키치적이라고 매도할 수만은 없는) 엄연한 이념적 지분을 갖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미술사에서의 혁명적 성취는 언제나 당대의 주류적인 흐름을 찢고 나온 이단이 아니었던가. 철학과 예술이 호응하는 양상에 대해 이 책과는 반대로 비주류적 관점(?)에서 조망한 책이 있다면, 이를테면 현대예술에서 해체주의 너머를 모색하는 모종의 맹아적 기미를 포착함으로써 철학의 (시대착오적 회귀가 아닌) 새로운 복권을 기도하는 그런 책이 만약, 정말로, (이 책에 버금가는 수준으로) 있다면, 상보적 독서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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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치, 달콤한 독약
조중걸 지음 / 지혜정원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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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치 혹은 키치적인 것이란 무엇이며 그 악덕과 해악은 어떠한지, 키치가 출현하게 된 철학사적 배경, 키치에 대한 도전과 투쟁으로서의 현대 예술의 면면, 아울러 현대예술이 철학과 어떻게 교호 관계를 이루고 있는지까지 폭넓게 살피고 있다. 그 어떤 현대인이 키치의 혐의로부터 감히 자유로울 수 있을 것인가. 이 책은 독자의 정수리에 죽비를 내려친다. 가차없고 통렬하다. 팝아트가 키치라고 생각한다면 이 책을 읽어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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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를 응시하며 나는 산다
로즈f.케네디 / 중앙출판사(중앙미디어) / 199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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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즈 F. 케네디 회고록. 원제는 <Times to Remember>. 이 책은 편집본이고 <케네디가의 영재교육>(1984, 덕우출판사)이 온전한 번역인 듯하다. 참으로 드라마틱한 삶을 살았다. 로즈 케네디의 일생을 수놓은 영광과 환희, 슬픔과 고통은 그 깊이를 쉬이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인데, 시종일관 절제된 태도로 흡사 보고서 쓰듯 담담하고 상세하게 술회하고 있다. 강인함이란 이런 것인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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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팬지 폴리틱스 - 권력 투쟁의 동물적 기원
프란스 드 발 지음, 장대익.황상익 옮김 / 바다출판사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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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사회 못지않게 복잡다단한 관계 역학을 보여주는 침팬지 사회. 존경, 복종, 배신, 모반, 포섭, 배후 조종, 편들기, 이이제이, 동맹, 연합, 관용, 아첨, 견제, 고자질, 기만, 보복, 거래, 화해, 타협 등등- 인간과 마찬가지로 침팬지도 공동체 사회 내부에서 끊임없이 일어나는 정치적 판도 변화를 예의 주시하며 쉴 새 없이 다양한 정치 전략을 구사하지 않으면 자기 입지를 유지할 수가 없다. 침팬지 사회의 정치 드라마가 인간의 그것과 전혀 다르지 않은 데다가 너무나 노골적이기 때문에 이 책은 마치 침팬지 연구를 통해 작성한 인간 사회 보고서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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