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덕과 노무현

 

 

 

 

 

영화 < 섬 > 은 입은 있으나 말이 없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김기덕은 이 영화로 페미니즘 진영쪽 영화평론가들에게 살인에 가까운 독설을 들어야 했고 < 나쁜 남자 > 에서 정점'을 찍었다. 김기덕을 향한 비판은 비판이라기보다는 차라리 조롱과 경멸에 가까웠다.  그들은 끊임없이 이어지는 폭력과 강간 장면을 여성에 대한 조롱과 경멸로 읽었고, 평론가들은 똑같은 방식으로 감독에게 되돌려 주었다. 김기덕을 비판하던 평론가들은 이 가학성'을 " 김기덕의 정신병적 취향 정도 " 로 이해했고, 가족 가운데 가족력(정신과 치료를 받은)이 있는지 의심해 보아야 한다는 기상천외한 평론을 남발하는 이도 있었지만, 김기덕(영화)보다 더 폭력적인 이는 김기덕을 공격한 페미니즘 진영쪽 영화평론가들이었다.  

 

- 영화 < 섬 > " 아, 말이 없는 것들 ! " 中

 

 

 

 

 

1996년, 한국 영화 두 편이 동시에 도착했다. 미국 유학파 엘리트 출신인 홍상수는 <<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 >>이라는 낯설지만 지적인 영화'로 찾아왔고,  초등학교 졸업이 전부인 김기덕은 << 악어 >> 라는 낯설지만 거친 영화로 관객을 만났다. 두 영화 모두 충무로 영화 문법에서 벗어났다는 공통점 이외에도 조감독 시스템을 거치지 않고, 그 흔한 단편 영화 제작 경험도 없는 신인 감독의 작품이라는 공통점'이 있었다. ( 그리고 또 하나 ! 둘 다 관객으로부터 철저하게 외면받았다. )   어쩌면 1996년은 한국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해였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평론가 반응은 사뭇 달랐다. 평단은 홍상수 영화에 매료됐지만 김기덕 영화는 외면했다. 영화평론가 정성일만이 < 악어 > 에 대해 호평했을 뿐이다. 호평이라기보다는 신인 감독에 대한 습관성 응원과 지지 따위였다. 마치 식사하셨어요 ? 라는 영혼 없는 인사처럼......

 

정성일은 김기덕 영화가 가지고 있는 비릿한 " 날것 " 에 주목했지만,   평론가 대부분은 날것이 주는 폭력성을 불편하게 생각했다.  그들이 신인 감독에게 원했던 것은 이음새 없는, 매끈하게 잘 빠진 영화'였다. 사실 정성일을 제외한 평론가들이 < 악어 > 를 불편하게 생각했다는 말은 모순된 면이 있다. 정확히 말하면 관심조차 없었으니깐 말이다. 내가 김기덕의 < 악어 > 에 주목했던 이유는 날것'을 매끄럽게 포장하려는 기교를, 감독 스스로 일부러 배제했다는 점이다. 그는 관객이 불편하기를 바랐고 그 바람은 성공했다. ( 성공했다는 표현은 적절한 것 같지는 않다만...... )  당시, 김기덕은 악만 남은 사내였고 관객은 악만 남은 감독이 만든 이상한 영화를 보았다.

 

기이한 현상은 세 번째 작품인 < 파란대문 / 98 > 에서부터 시작된다. 국내 평론가들로부터 형편없는 영화로 낙인 찍혔던 김기덕 영화가 베를린 영화제'에 출품되어 호평을 받자, 평단은 일제히 핏대를 세우며 거칠게 조롱했다. 주로 페미니즘 진영쪽 평론가들이 주축이 된 공격이었다. 눈 뜨고 못 봐주게슴미, 구멍 동서 매춘 영화냐, 강간 영화냐 ? 등의 쌍스러운 욕설이 주를 이뤘다. 그들은 김기덕 영화 속 남성 주인공이 여성에게 행사하는 폭력을 " 흥미를 유발하기 위한 가학적 장치 " 로 판단한 모양이었다. 재미있는 사실은 김기덕 영화'가 본격적으로 해외에서 러브콜을 받는 것과 함께 페미니즘 진영쪽 영화평론가의 독설도 그와 비례했다는 점이다.  섬, 실제상황, 수취인불명과 나쁜 남자'가 계속 해외 영화제에서 관심을 받으면 받을수록 평론은 점점 더 거칠어졌다. 

 

영화 << 나쁜 남자 >> 를 둘러싼 신경 쇠약 직전의 평론'은 가히 압권이었다. 그들이 보기엔 호환마마'보다 나쁜 영화'라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무엇이 그네 심기를 건드렸을까 ? 그들이 평소 여성을 희생양으로 삼는 폭력적인 남성 서사'를 불편하게 생각했다면, 그들은 먼저 임권택 감독의 << 서편제 >> 가 가지고 있는 남성 폭력에 대하여 문제 제기를 했어야 옳다. 서편제'에서 아버지는 예술의 승화'라는 이름으로 딸에게 독약을 먹여 눈을 멀게 만드는데, 이것은 명백히 < 자기  욕망 > 과 < 타자 욕망 > 을 동일시하는 행위'였다. 아버지는 " 타자의 욕망 " 을 착취해서 실패한 자신의 욕망을 실현하는 발판으로 삼았다. 이 " 접점 " 은 거칠게 말하자면 " 기생 " 이며 " 근친상간 " 에 가까웠다. 

 

김기덕 영화 속 남성 폭력에 대해서 거의 광적인 혐오'를 보인 평론가들은 왜 << 서편제 >>가 가지고 있는 패륜과 근친 욕망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던 것일까 ? 아버지가 딸의 몸을 마음대로 할 수 있다고 생각한 것과 동일하게 아들은 누나'를 성적 욕망으로 느낀다. 그들이 만나 해후하는 과정을 복원하는 과정에서 제 3자( 최종원 분 ) 가 그들 만남에 대하여 " 운우지정 " 이라는 노골적인 단어를 사용하면서까지 말하는 것을 보면, 그들 남매는 에로스적 긴장 관계인 것처럼 보인다. 아버지가 농락하고 버린 몸을 아들이 다시 농락하겠다는 뜻인가. 임권택의 < 서편제 > 는 뻔뻔한 영화'다. 그런데 페미니즘 진영 평론가들은 이 영화에 대해서는 위대한 걸작 운운하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러한 간극은 무엇으로 설명해야 할까 ?

 

간단하다. 이런 복잡한 질문에 대한 대답은 언제나 간단하다. 평론가로서 자질이 없기 때문이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그토록 김기덕 영화를 씹던 몇몇 평론가들은 이제는 더 이상 김기덕 영화'에 대하여 왈가왈부하지 않는다. 씹기엔 김기덕은 이제 한국을 대표하는 감독이 되었다.  김기덕이 폭력에 집착하는 이유는 날것을 표현하기에 가장 훌륭한 도구'이기 때문이다.  한국 영화 평론 역사상, 집요하게 그리고 아주 악랄하게, 김기덕을 씹었던 이 기현상'의 뒷면에는 학벌에 대한 차별 때문이었다, 라고 말하면 지나친 과장일까 ? 그것은 때론 전여옥이 노무현을 향해 고졸 출신 대통령을 부끄러워해야 한다고 말한, 천박한 말투를 닮았다. 

 

노무현은 제대로 된 엘리트 코스를 밟지 않은 채 대통령이 되었다. 눈꼴사나웠을까 ? 임기 내내 조롱과 경멸이 노무현을 옥죄였다. 공(功)은 과소평가되었고, 과(過)는 과장되었다. 그리고 조롱과 경멸은 그의 죽음 이후에도 계속되었다. 노무현이 여의도에서 학력 차별을 받았다면 김기덕은 충무로에서 학력 차별을 받았다. 평론가들이 보기에 김기덕은 영화 제도권 밖에서 온 듣보잡'이었다. 그 흔한 영화과 출신도 아니었고, 충무로 조감독 출신도 아니었다. 진입 장벽이 높기로 소문난 영화판에서 김기덕은 혼자 꾀죄죄한 학력으로 영화를 만들었고 성공했다. 또한 그는 평단이 쏟아내는 비판에 대해 적극 대처하며 싸웠던 감독이었다. 그는 자기 영화를 비난하는 평론에 대한 반박문을 올리기도 했다. 그를 비판했던 평론가 입장에서 보면 김기덕은 눈엣가시'였다.   

 

지금은 많이 누그러졌지만 여전히 김기덕 영화에 대한 평가는 야박한 편이다. 김기덕과 노무현의 공통점은 학벌 차별의 당사자'라는 점이다. 교육 엘리트가 보기에 그들은 둘 다 " 나쁜 남자 "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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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무 2014-07-24 1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짝짝짝- 곰곰발님. 시간 나면 요번에 김기덕 감독 [일대일] 보고 또 찰진 글 하나 써 주십시오. 살해된 여고생 민주,가 물론 보편적인 정치적 오브제로도 볼 수 있겠으나 노무현,으로 봐도 통하더라구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7-24 11:38   좋아요 0 | URL
아, 일대일'이란 영화를 찍었나요 ? 제작한 게 아니라 ??! 요즘은 영화를 하도 안 봐서리..... 보게 되면 찰지는 차원을 떠나서 딱풀이 될 정도로 적어보겠스ㅡㅂ니다.

만화애니비평 2014-07-24 1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집에 내려가는데, 가기 전 단원미술관의 세월호 만화작가 전시회에 갔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오늘따라 너무 그립군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7-24 16:45   좋아요 0 | URL
갑자기 비 무진장 오던 날, 낙원동에서 만애비 님이랑 막걸리 마시던 일이 갑자기 생각났습니다. 그때 우리 새벽까지 마셨죠 ? 날이 밝았던 것 같은데...ㅎㅎㅎㅎ. 다음에 올라오시면 미리 귀뜸이라도 주십시요....

오리콘 2014-07-24 13: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작은 의견을 말씀드리면... 김기덕 감독님은 초등학교 졸업하고 중학교를 진학하지 못하셨다고 합니다. 저는 그렇게 알고있고 김기덕 감독님의 영화 '아리랑'과 TV 출연에서 말씀하시는거 보면 공식적인 학력은 초등학교 졸업인듯 합니다. 나중에 비공식 즉, 졸업이 인정 안되고 수료증만 나오는 농업원예학교를 졸업하셨더군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7-24 16:46   좋아요 0 | URL
아 그렇군요. 저도 초등학교 졸업이 전부인 걸로 알고 있었는데 어디서는 중학교 졸업이라고 하기도 하고... 그래서 헷갈렸습니다.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오리코 님 !!

수다맨 2014-07-24 14: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전에 장정일이 자기가 쓴 독서일기에서 이청준의 "서편제"를 혹독하게 비판-이라 쓰고 비난-했죠. 일테면 "당신을 4.19세대라고도 하도 그것을 형상화한 작가라고도 하던데, 잠든 어린 딸의 눈에 청강수를 찍어 넣는 애비는 마땅히 그 좆대가리를 잘라 씹어버려야 하지 않나."라고 말이죠. 저는 이 부분 읽고 나서 아주 짜릿하더군요.
오래전 손창섭이 신문에 "삼부녀"나 "부부"와 같은 장편소설을 연재했을 때, 대중과 타협했느니, 외설적이고 통속적이니 따위의 비난을 대다수 평론가들에게 들었던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손창섭이 어느 신문과 한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당당하게) 소회를 밝혔습니다. “고급독자보다도 일반대중에게 더 친근감을 품고 있기 때문에, 그들과 더불어 무엇이든 이야기 해보고 싶”다고 말이죠.
저는 무릇 -영화판이건 문학판이건- 뭔가를 제대로 해보려는 사람이라면 자기 세계에 소신과 자부를 갖고, 다수 대중들과 정면 승부를 보려는 마음이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평론가들이야 뭐라고 짖어대든 간에 말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7-24 16:49   좋아요 0 | URL
저도 그 부분은 알고 있습니다. 찾아보려고 했는데 독서일기 어디에서 그런 말이 나왔는지 도무지 못 찾겠습니다. 훅쇠 수다맨 님이 아시거든 알려주십시요. 뭐, 전적으로 장절일 말씀에 동의합니다. 이게 만약에 송화에게 생명 보험이 들어갔다면 생명보험을 노린 아주 악랄한 범죄행위죠. 이런 걸 예술의 승화 따위로 포장하는 게 웃깁니다. 영화만 놓고 보았을 때 아들도 송화를 육체적으로 그리워하죠. 뭐하는 짓인지 모르겠습니다.

마립간 2014-07-24 15: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공된 것은 나쁘고, 천연물을 좋다는 것은 흔한 편견 중에 하나입니다. 폭력이 날 것을 표현하는데, 훌륭한 것에 동의하더라도 날것이 훌륭하다는 것에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저는 김기덕 감독의 작품 중 '섬'만 봤습니다만, 영화를 보고 나서 '악마파'가 떠오르더군요.

학력 ; 학력은 단면이라고 생각합니다. 보수적 성향은 높은 학력과 청결을 좋아하죠.

곰곰생각하는발 2014-07-24 16:53   좋아요 0 | URL
뭐, 미원 같은 거 아니겠습니까 ? 저는 조미료가 그리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먹거리엑스파일이 과장되게 엠에스쥐를 독약으로 묘사해서 그렇지요.

저는 섬이란 영화를 좋아합니다. 사람들은 < 빈집 > 을 최고라고 치더군요. 전 동의하지 않지만 말입니다. 기회 되시면 < 빈집 > 한번 감상해 보십시요.


LAYLA 2014-07-25 00: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기덕 영화는 잔인함 때문에 보질 못해서... 캡쳐해서 줄거리를 설명하는 포스팅으로 영화를 봅니다. 빈집은 봤는데 참 좋았어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7-25 06:28   좋아요 0 | URL
전 김기덕 영화를 열심히 좋아하는 편은 아닙니다. 좋은 것도 있고, 보면서 정말 더럽게 못 만들었구나 하는 작품도 있지만, 윤리적으로 문제가 있다라고 생각한 적은 없습니다 ( 김지운 감독의 악마를 보았다는 윤리적으로 문제가 많은 작품이라 생각합니다... ) 적어도 폭력 묘사가 재미를 위한 것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아마도 그가 살아온 삶이 투영된 반응이 아닐까 싶습니다. 참.. 한국 돌아오셨군요. 축하드립니다.

라로 2014-07-25 07: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김기덕 영화를 여러번 보려고 시도했지만 보다가 영화관을 나온 것만 두 번이에요~~~.^^;;
하지만 곰발님의 글을 읽으니 다시 용기를 내어 보고 싶어지네요,,,그래도 결과는 같을 것 같지만;;;;

곰곰생각하는발 2014-07-25 09:21   좋아요 0 | URL
LAYLA 님도 그렇고 아롬 님도 그렇고 여성분들은 정말 김기덕 영화를 잘 못 보는군요....
그렇다면 우선 빈집'을 추천합니다. 남편에게 맞는 아내가 나오긴 하지만 별다른 자극적 요소는 없습니다. 평론가들 사이에서는 이 영화가 김기덕의 최고 걸작이라고 하더군요. 잔인한 장면으로 치면 아마 < 섬 > 이 가장 끔직하지 않을까 싶군요. 개인적으로 김지운 감독이 < 악마를 보았다 > 보고 정말 쌍욕을 하며 밖으로 나왔던 기억이 새롭네요..
 
샤이닝 - 상 스티븐 킹 걸작선 2
스티븐 킹 지음, 이나경 옮김 / 황금가지 / 2003년 1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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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은 사건에 개입하지 않는다 

 

 

 

 

 

이 자리에서 고백하련다. 한때 나는 싸구려 공포 영화 열혈 오타꾸'였다. 보석상을 터는 강도처럼 동네 비디오 가게마다 침입해서 공포 영화 비디오 테이프를 쓸어담았던 시절이 있었다.  그 당시 내 꿈은 공포 영화'를 정복하는 것이었다. 지구 정복'은 잘 빠진 주류 하드-바디'들이 책임질 몫이었으니, 나 같은 비주류 오타꾸는 병뚜껑 모으기 정복, 껌종이 모으기 정복' 같은,  주류가 꺼려하는 잡동사니'를 수집하는 넝마주이'였다. 지구 평화는 독수리 O형제'에게 맡기고, 공포 영화는 H'에게 맡겨라. 영화 좀 본다 하는 놈들은 해외 영화 잡지 < Cahiers du Cinema > 나  < Sight & Sound > 를 거들먹거리며 시네필 특유의 " 좆부심 " 을 뽐냈지만 나는 예술 영화에 대해 그닥 관심이 없었다. 

 

아아, 그 시절'을 회상하며 나는 쓴다.   오래되고 낡은 브이. 에이치. 에스' 테이프 속에서 웨스 크레이븐'과 로이드 카우프만'의 영화'를 발견하는 기쁨'은 위대한 불꽃'이었노라 말이다. 나는 주말이면 하이에나처럼 B급 영화를 찾아 헤맸지만 열정만큼은 A급이었다. 특급 사랑'이었다. 정성일'을 교주로 추앙하는 시네필들이 예술 영화를 통해 사랑와 혁명을 배울 때, 나는 싸구려 공포 영화를 보며 " 집 나가면 개고생 " 이라는 심오한 교훈을 얻었다. " 오지 탐험가'보다는 차라리 히키코모리가 낫겠어...... "

 

자세한 내용은 링크를 걸어둔다.  ( http://blog.aladin.co.kr/749915104/6274129 )

 

당시 나는 문학 작품에 관심이 없었다. 범우사 문고판 세계문학전집 읽기 이후로, 스무 살 이후로, 더 이상은 문학 작품을 읽지 않았다. 문학 읽기는 기쁨이 아니라 고해'였다.  스티븐 킹 소설을 읽어야 겠다고 결심한 이유는 내가 좋아했던 공포 영화가 " 대부분 스티븐 킹 소설을 각색한 영화 " 였다는 데 있었다. 킹은 대체 누구냐 ? 한번 속는 셈치고 킹 소설을 읽어볼까. 때마침 출판사 황금가지에서 기획한 " 스티븐 킹 걸작선 세트 " 가 출간되었기에 바로 구입했다. 내가 처음 읽은 킹 소설은 << 샤이닝 >> 이었다. 동시에 본격적으로 문학을 다시 영접했던 계기도 << 샤이닝 >> 때문이었다.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영화 " 샤이닝 " 이 워낙 강렬했던 탓이었을까 ?  

 

소설 " 샤이닝 " 은 생각보다 심심했다. 나는 이 작품이 재미있다는 데 동의했으나 작품성이 뛰어난 소설이라는 데에는 동의하지 않았다. 스티븐 킹은 그냥 그렇고 그런, 재미난 소설가'였다. 하지만 잘못된 판단이었다. 비유를 들자면 그때 나는 성경험이 전혀 없는 모태솔로녀'였다. 고기도 먹는 놈이 맛을 안다고 하지 않았던가 ! 장르 문학도 마찬가지'였다. 순문학에 대한 접근법과 장르 문학에 대한 접근법은 달랐다. 당시 나는 부끄럽고 두려워서 모텔 침대 시트를 바짝 끌어올린, 성경험이 전무한 스무 살 시골 처녀 같았다. 거칠게 다가오는 저 짐승에 대해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몰랐다.  킹에 대한 진가는 늦게 발동이 걸렸다.  장르 소설을 자주 접하다 보니 재미를 느꼈다.

 

부끄럽고 두려워서 침대 시트를 바짝 끌어올렸던 나는 이제 능숙한 " milf " 로 변했다. " 난 이제 매력적인 아줌마가 되었어. 이제는 불알 달린 사내새끼를  들었다 놨다 들었다 놨다 하는 요물이 되었지. " 스티븐 킹 신작 << 닥터 슬립 >> 을 읽고 나자 문득 << 샤이닝 >> 이 궁금해졌다. 알콜중독자가 된 삼십대 중년 남자, 대니 토랜스의 유년 시절을 자세히 알고 싶었다. 오래 전에 읽기는 했으나 내용이 기억나지 않았다. 책을 읽고 나면 항상 뒷장 속지에 날짜를 적는 버릇이 있었는데 확인하니 2004년 1월 2일'이다. 읽은 지 십 년이나 지났구나 !  발췌독'을 할 생각으로 첫 페이지를 넘기다가 그만 정독하고 말았다. 괄약근을 풀었다 조였다 하는 기술은 타, 타타타탁월했다.

 

서로 연결될 것 같지 않던 각각의 알레고리는 교묘하게 하나로 통일되어 주제를 강화했다. 집요할 정도로 계산적인 배치'였다. 독자는 스티븐 킹 손바닥 안'에서 놀아난다. ( 어이구, 잘하는 짓이다 ! ) 스티븐 킹이 다루는 문학 세계는 < 본성 > 이 < 이성 > 을 압도하는 세계'다. 사회화된 이성은 본성을 통제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극한 상황이 연출되면 이성은 이성을 잃고 고성을 지른다. 그 텅 빈 공간을 거친 본성이 채운다.  소설 << 샤이닝 >> 은 유리 같은 이성'이 얼마나 깨지기 쉬운 존재인가를 증명한다. 유리는 깨지는 순간 날카로운 무기'가 되듯, 사회화를 학습한 이성적 사고 또한 분열되는 순간 광기로 변한다. 통제는 불가능하다. 좋은 아빠( 잭 토런스 )는 화가 나면 괴물이 된다. 

 

자기 아버지가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오버룩 호텔(overlook hotel) 은 고스란히 잭 토런스를 투영한 유물적 공간이며 잭의 무의식을 반영한다. 겨울이 되면 세계와 단절되어 고립되는 오버룩 호텔은 잭 토런스가 처한 상황과 일치한다. 알콜중독과 가정 폭력 그리고 실업이 겹치면서 잭 토런스는 사회로부터 고립되고 단절된다. 겉으로 보기에 아내는 남편을 걱정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아내는 남편이 술을 몰래 마시는지 끊임없이 의심한다. 그들은 서로 불신한다. 사용 연령 기간이 지나버린 알전구 필라멘트 같다. 남자는 이 균열을 감지한다. 그리고는 이내 폭발한다. 임계점은 한계를 넘었다. 母子를 위기에서 구했던 또 다른 샤이닝 능력자 잭 할로런 노인은 어린 대니에게 말한다.

 

 

대니. 세상은 상관하지 않아. 너랑 나를 미워하는 건 아니지만 사랑해 주지도 않아. 세상에는 끔찍한 일이 벌어지고 아무도 설명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나기도 한단다. 착한 사람들이 고통스럽게 죽기도 하고, 사랑하는 가족을 홀로 남겨 두고 떠나기도 하지. 어떤 때는 잘 먹고 잘 사는 사람들은 나쁜 사람밖에 없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해.

 

- 샤이닝 2권, ( 344쪽 )

 

 

이 노인네도 참 주책이다. 다섯 살배기 대니를 두고 이토록 심오한 이야기를 늘어놓다니....... 하지만 그게 진실이다. 신은 인간의 운명을 지켜볼 뿐 사건에 개입하지는 않는다. 신은 (인간의) 행복을 보며 미소 짓지만, (인간의) 불행에 대해 울지는 않는다. 권선징악은 없다. 착한 사람이 행복하게 살았으면 싶지만, 나쁜 사람들이 행복하게 살기도 한다. 누굴 탓할 일은 아니다. 인생이란 그런 거니깐 말이다. 소설 << 샤이닝 >> 은 " 운명 " 에 대해 말한다. 비극은 비극으로 끝난다. 잭 토랜스의 유년 시절은 불행했다. 할아버지는 알콜중독자였고, 아버지도 알콜중독자였고, 잭은 가정 폭력에 시달렸다. 잭의 아들 대니도 아버지와 같은 전철을 밝는다. 꼬마 대니'도 어른이 되지만 운명을 피할 수는 없었다. 그 또한 알콜중독자였으니 말이다.

 

사르트르는 이런 말을 했다. " 전쟁이 끝났다고 해서 평화가 시작되는 것은 아니다. " 토런스 일가'를 두고 하는 말 같다. 결론은 이렇다. << 샤이닝 >> 은 걸작이다. 이거... 특급 칭찬이야. 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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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무 2014-07-23 09: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화 [샤이닝]을 그렇게 보고 싶었었는데 다른 영화들과 달리 유독 인연이 닿질 않아 번번이 놓쳤었죠. 그러다 2004년 여름에 케이블 채널 방영분을 보고서 얼마나 흥분했는지... 진짜 몇 번을 봐도 재밌더군요. 언젠가 꼭 원작소설을 읽고픈..!

곰곰생각하는발 2014-07-23 10:10   좋아요 0 | URL
무플방지위원회에서 오셨군요..... 전 이 영화 제가 가지고 있는 영화 테입 몇 개 주고 물물 교환했었습니다. 제가 가지고 있던 목록도 희귀 영화였는데... 지금 기억이 안 남... 하여튼 희귀한 비됴테이프였죠. 소설을 읽으면 왜 킹이 큐브릭 영화에 불만이 있었나를 알 수 있습니다.

풀무 2014-07-23 13:51   좋아요 0 | URL
그죠! 예전에 [샤이닝]은 비디오테잎도 유독 구하기 힘들었습니다. 음. 정말 대니 할아버지 그러니까 잭의 아버지 얘기까지 나오고.. 소설을 읽어봐야겠네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7-23 21:49   좋아요 0 | URL
왜 영화에서는 귀신이 미제국의 욕망으로 나오잖아요. 인디언 영혼이... 그런 식으로...
소설에는 그 부분이 전혀 없어요.

풀무 2014-07-23 09: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들어 잭 토렌스의 심정이 너무너무 이해갈 때가 있습니다. (읭)

그나저나 이 글은 정말 재미지군요. 특급칭찬이야~요 :)

곰곰생각하는발 2014-07-23 10:48   좋아요 0 | URL
특급칭찬이군요. 전 특급 사랑인 줄 알았습니다. ㅎㅎㅎㅎㅎㅎㅎㅎ
하여튼 전 김희애'가 좀 가식적으로 느껴져요. 뭔가 좀 야리꾸리한 배우 가틈... ㅎㅎㅎ

그건 그렇고... 소설은 꽤 설득력있게 남자의 입장을 말합니다. 오버룩 호텔과 잭은 동일한 처지,
둘 다 단절되었습니ㅏ다.

풀무 2014-07-23 13:55   좋아요 0 | URL
드라마를 잘 못보게 된지 한참이지만.. 옛날을 떠올려 보면 그냥 자기관리 철저한 연예인 정도의 이미지였던 것 같습니다. 다만 라라라 삼총사보다는 연기가 한 수 위였던 걸로.. (라라라 삼총사는 하희라 신애라 채시라)
이번에 밀회,라는 드라마가 무척 화제였다지요? 전 한 편도 못봤고 저 특급칭찬,이란 말만 유행어가 되어 회자되더라구요. 개그맨 김영철의 혼신의 연기(?). 패로디 정신을 높이 삽니다. 하하.

흑흑 단절.. 바로 그겁니다. 정말 책을 읽어봐야겠군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7-23 21:41   좋아요 0 | URL
저도 드라마를 잘 못 봅니다. 주구장창 프로야구, 메이저리그만 보니... 좀 삭막해지기는 한 거 같습니다. 지금도 야구 보면서 글을 남깁니다. 가끔 특급 배우가 가난한 삶을 연기하고는 하잖아요. 전 이 간극 때문에 집중이 안 됩니다. 백 억짜리 근사한 집에 살면서 끼니 걱정하는 연기를 하는 걸 보면... 뭔가 모순적이기에.....
맞다.. ㅋㅋㅋㅋ 김영철이 한 패로디했죠... ㅎㅎㅎㅎㅎㅎㅎㅎ

만화애니비평 2014-07-23 13: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덕력증강을 위해 서울애니메이션센터에 있습니다. 아마 집엔 내일 가나 올라온김에 인사차 덧글 남깁니다.

풀무 2014-07-23 14:12   좋아요 0 | URL
허, 지금 명동 쪽에 계시는군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7-23 21:42   좋아요 0 | URL
어헛 ~ 아니 휴가 중이시구랴... 거 리라 초등학교 있는 곳이죠 ? 영화 보기는 비오는 날이 최고이기는 하죠.
하여튼 잘 보고 오슈.... 귀뜸했으면 조촐하게 자리 함 마련했을 텐데 말입니다.

엄동 2014-07-23 16: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대문사진이 거의 매일 바뀌는군요

이번 사진이 제일 맘에 드네요ㅋ

업뎃되는 새글과 바뀌는 대문사진으로 곰발님 안부를 챙기겠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7-23 21:44   좋아요 0 | URL
제 유일한 취미가 대문사집 업뎃입니다.
직장 갈 때 만날 똑같은 옷 입고 나갈 순 엇잖아요.
그날 그날 글에 따라 유사 사진 올립니다.

lmicah 2014-07-23 17: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쪽도 저는 관심 없는 분야네요..^^;; 브이 에이치 에쓰 시대 하드코어 고어 심령물이 돌고 돌았었는데요. 거의 매일 친구놈 집에 모여 WWF비디오 테이프를 보고 또 봤죠. 워리워와 마초맨의 등장 음악이 들리면 가슴이 두근두근...
그러던 어느날 이상한 테이프가 동네를 돌았습니다. 이상하게 생긴 작달막한 아줌마가 기도를 하며 사람들의 허리나 다리(상처부위)를 때리면 피나 고름같은 것이 나오고 앉은뱅이로 무대 앞으로 나온 사람들이 갑자기 일어나서 춤추고 노래하고... 정말 무서웠어요. 교회라고는 달란트 잔치한다고 떡볶이 먹으러 간 기억밖에 없던 당시. OO기도원 이라 쓰인 비디오테이프가 왜 그때 그 친구놈 집에 있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함께 본 친구들과 넋이 나간 채 부르르 공포에 떨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크흐흐..

곰곰생각하는발 2014-07-23 21:47   좋아요 0 | URL
이게 장르문학이라는 게 처음 접하면 적응이 잘 안 됩니다. 장르적 장치를 이해할 필요가 있거든요. 그런데 적응 기간이 끝나면 술술 읽힙니다. ㅎㅎㅎㅎㅎ. 저도 공포영화 이런 거는 하나도 안 무서워하는데
왜 실화라고 하면서 재현하는 프로 있잖습니까. 고거는 엄청 무섭더라고요.....
아마 땡땡 기도원 비디오테이프는 공포 자체였겠습니다. 전 핸드폰으로 셀카 찍고 났는데 뒤에 보니깐
귀신 같은 사람이 나를 보고 있더라고요. 정말 놀라서 오줄 쌀 뻔했는데 알고 보니 그날 함께 술 마신 사람이었습니다. 술 취하니 딴 사람처럼 보였나 봅니다..ㅎㅎㅎㅎㅎ
 
닥터 슬립 1
스티븐 킹 지음, 이은선 옮김 / 황금가지 / 2014년 7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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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부 설움은 홀아비가 안다 

 

 

케이시는 습관처럼 영화감독 존 워터스의 일화를 들먹였다. 그의 초기작 < 핑크 플라밍고 > 에서 여장 남자 스타 디바인은 교외 잔디밭에서 개똥을 먹었다. 워터스는 그로부터 몇 년이 지난 뒤에도 영화 역사에 한 획을 그은 그 빛나는 순간에 대해 질문을 받았다. 그러자 결국 기자에게 이렇게 쏘아붙였다. " 그깟 개똥 한 덩이 가지고 뭘 그래요 ? 덕분에 그 배우, 유명해졌잖아요. "

 

- 닥터 슬립 2, 208쪽 

 

 

처음 접한 브라이언 싱어 영화는 << 죽음보다 무서운 비밀 >> 이었다. ( 내 기억으로는 << 유주얼 서스펙트 >> 보다 이 영화를 먼저 영접했다. 지금이야 거물이 되었지만 그 당시만 해도, 그는 처음 듣는 초짜 감독이었다. ) 당시에는 스티븐 킹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은 무조건 의무감을 가지고 보았기 때문에 비디오 가게'에서 이 영화를 고른 것은 자연스러운 선택이었다. 킹-마니아 사이에서는 이 영화 원작 소설인 << 사계 >> 에 대한 평판이 좋았다. 킹의 대표작 혹은 " 버금 딸림 화음 " 정도로 평가하는 사람이 많았던 터'라 기대가 컸다. 그래서 영화 감상하기 좋은 " 길일 " 을 택하여 영화를 보았다. 내 예상과는 달리 영화는 평범했다. 기대치가 높았던 만큼 실망했다고 말하는 게 맞는 표현일 것이다.

 

(의 소설을 각색한) 영화답지 않게 진지하고 무거웠다는 데 그 원인이 있기도 했지만 그보다는 지나치게 영화가 " 야리꾸리 " 했다. 내가 보기에 이 영화는 " 동성애 영화 " 였다. 내가 프랭크 다라본트 감독의 << 쇼생크 탈출 >> 를 동성애 영화 범주로 보는 것과 같은 논리였다. ( 여기서 오해는 금물 : 내가 불만을 가진 부분은 이 영화가 동성애 영화라는 점이 아니라 원작에 충실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 쇼생크 탈출 >>( 클릭 )  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영화 가운데 하나'였다. 다라본트는 원작인 << 리타 헤이워드와 쇼생크 >> 가 가지고 있는 동성애 코드를 예리하게 감지했다. ) 스스로 얼토당토않는 해석이라 생각하기도 했지만 그 생각을 쉽게 버릴 수는 없었다. 영화 속 두 남자의 관계가 수상했다. 

 

아, 저 끈적끈적한 눈빛은 대체 뭐지 ? 나는 이 영화를 보고 나서 브라이언 싱어가 게이 감독'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예상은 적중했다. 내가 브리이언 싱어 감독의 소식을 접한 글은 연예 통신'이라기보다는 사회면 기사에 근접했다. 브라이언 싱어 감독은 << 엑스맨 데이지 오브 퓨쳐 패스트 ( 이하 엑스맨으로 표기 ) >> 영화 개봉을 앞두고 미성년 여성을 성추행한 혐의로 고소를 당한다. 이 과정에서 감독은 결백을 주장하기 위해서 평소 여자를 돌같이 생각했다고 고백했다. 다른 식으로 말해서 " 커밍아웃 " 을 한 것이다. 소 뒷걸음치다가 쥐 잡은 꼴이었지만, 어찌되었든 십 년 전 내 의심은 사실로 밝혀졌다. << 엑스맨 >> 은 성소수자'였던 감독의 불안과 입장이 잘 드러난 영화'다.

 

이 영화를 40자평 형식으로 말하자면 :  " 과부 설움은 홀아비가 안다. 뭉쳐서 싸우자 !  " 만약 내가 지난 대선 때 문재인 전략 기획 팀 소속으로 홍보 업무를 담당했다면 정치 프레임을 다음과 같이 설정했을 것이다. " 열 명의 마누라를 거느린 만수르가 과부 설움 알겠더냐 ? 과부 설움은 홀아비가 안다, 이것아 ! " 스티븐 킹 신작 << 닥터 슬립 >> 을 읽는 내내 내 머릿속에 떠오른 이미지는 브라이언 싱어의 << 엑스맨 >> 이었다. 마르크스와 앵겔스가 주먹 불끈 쥐며 외쳤던 " 만국의 노동자여, 단결하라 ! " 를 살짝 패로디하자면 " 하나의 유령이 미국 전역을 떠돌고 있다....... 만국의 샤이닝'이여, 단결하라 ! " 가 될 것이다.   " 샤이닝 " 은 초월적 힘'을 지시하는 그들 세계에서 쓰이는 은어'다.

 

그들은 죽은 자와 대화를 하며, 과거를 읽고, 접신을 하며, 생각을 훔칠 수 있다. 쉽게 말하자면 무당인 셈이다. 그들은 저주받은 불가촉 계급'이다. 소설 << 샤이닝 >> 에서 세발자전거를 타고 오버룩 호텔 복도를 돌아다녔던, 바가지 머리 스타일이 잘 어울렸던 대니얼 토랜스'는 성장해서 어른이 되지만 끔찍했던 트라우마( 알콜중독자 아버지의 가정 폭력)를 극복하지 못하고, 그 또한 심각한 알콜중독자'로 추락한다. 초월적 힘'은 결국 대니'를 우울한 X맨'으로 만들었다. 그는 평범한 사람이 가질 수 없는 능력 때문에 사회로부터 소외된다. 하지만 자신과 똑같은 능력을 가진 X맨(아브라)를 만나는 순간 달라진다. 그들은 서로 연대하여 고난을 극복한다.

 

이 과정을 통해서 샤이닝 능력을 가진 사람들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정체성을 긍정하며 서로를 위로한다. 이제 더 이상 괴물이 아니며 혼자가 아니다. 트루낫 집단이 새흡련(새천년흡혈귀권익옹호를위한대연합)으로 모였다면, 샤이닝 능력을 가진 자는 서로에 대한 동병상련'으로 모인다. 민주당 지지자인 스티븐 킹의 정치 색깔이 반영된 결과'이다. 주인공 대니얼 토랜스는 죄의식에서 벗어나기 위해 " 타인의 전쟁 " 에 개입한다. 반면 흡혈귀 두목 로즈'는 수치심 때문에 복수를 결심한다. 심리학자 실반 톰킨스는 " 수치심이 우파 정치의 가치관과 이념을 움직이고 지배하는 핵심 정서라면 죄의식은 좌파 정치를 움직이는 핵심 정서( 제임스 길리건, < 왜 어떤 정치인은 다른 정치인보다 해로운가 > 에서 부분 발췌 ) " 라고 지적한다.

 

그 점을 염두에 두면 로즈 무리는 민중의 피를 빠는 공화당 보수 지배 계급이고, 대니얼은 노동자 계급을 대표한다고 볼 수 있다. ( 로즈 무리는 서열을 중시하는 집단이지만 대니얼 무리는 평등한 관계를 지향한다. ) 할 말은 많으나 소설 내용에 대한 언급은 여기서 끝내기로 하자. 갓 나온 신간 소설 줄거리를 자세하게 풀어 설명하는 것은 친절한 행위가 아니라 고약한 짓에 해당되니깐 말이다. 그래도 궁금하다면 출판사가 제공한 줄거리를 내놓겠다. 내 책임은 아니다.

 

 

 

오버룩 호텔에서 살아남은 대니는 이후에도 계속해서 오버룩 호텔의 유령들을 보며 공포에 떤다. 오버룩 호텔의 주방장이자 대니의 샤이닝 능력을 알고 있던 샤이닝 능력자 딕 할로런은 대니에게 유령들을 머릿속에 가두는 방법을 알려준다. 유령들의 괴롭힘에서 풀려난 대니는 아버지처럼 알코올에 의존하지 않고 살리라 다짐한다. 그러나 수십 년이 지난 후, 대니는 중년이 되었지만 유년기의 다짐을 지키지 못한 채 알코올중독에 빠져 있다. 자신의 샤이닝 능력 때문에 괴로움을 잊기 위해 알코올에 의존하게 된 것이다. 샤이닝 능력으로 호스피스 일을 하지만, 알코올 중독으로 인해 쫓겨나는 일을 여러 번 반복하다가 티니타운이라는 작은 마을에 정착하게 된다. 그곳에서 친절한 몇몇의 조언으로 알코올 중독자 모임에 나가면서 스스로 새 삶을 찾기 위해 노력한다. 그러나 가끔씩 폭풍우가 치는 위태로운 밤이나 심리적 안정을 잃을 때마다 샤이닝 능력이 발동하여 그를 괴롭힌다. 한편 그 즈음 애니스톤 지역에서 아브라라는 아이가 탄생한다. 아이는 태어나자마자 9.11을 예견하는 염상을 부모에게 보내기도 하는 등 강력한 샤이닝을 갖고 있다. 아브라가 성장하던 어느 날, 그녀는 먼 곳에서 의문의 집단이 야구하는 소년을 괴롭혀 죽이고 거기서 나온 영기를 빨아들여 영생을 누리는 장면을 샤이닝으로 목격한다. 문제는 그녀가 목격했다는 것을 괴집단의 리더도 알게 된 것이다. 샤이닝 능력이 있는 아이들을 고문하고 죽여 그 영기를 마셔 강력해지는 괴집단 '트루 낫'은 수 세기 내에 발견할 수 없던 강력한 샤이닝을 가진 아브라를 추적하기에 이른다. 아브라는 자신에게 위기가 닥치자, 오래 전부터 지켜보아오던 대니에게 도움을 요청하게 되는데...

 

- 출판사 제공

 

 

분명한 것은 킹은 이 소설에서 소수자에 대한 지지와 연대를 강조한다는 점이다. 또 하나 !  킹은 독자를 배신하지 않는다.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킹이 그대를 속이는 법은 없다. 이야기를 풀어내는 솜씨는 여전하다. 저잣거리 잡배들이나 쓰는 까칠한 입말 표현은 이 소설'을 읽는 맛을 더해준다. " 엿이나 드세요, 엄마 " 라는 문장 앞에서 나는 꽤 오랫동안 낄낄거렸다. 무엇보다도 이 소설은 현대 미국 문학의 신화가 될 작가와 동시대에 살고 있다는 사실을 실감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경이롭다. 소설에서 " 열기구 소년의 아빠 기억하시죠 ? (105쪽) " 라거나 " 에이미 와인하우스처럼 꼴까닥하게 돼 ( 189쪽) " 라는 문장을 발견할 때마다 < 왕과 나 > 는 동시대인'이란 사실을 새삼 느끼게 된다.

 

열기구 아들 실종 사기 사건과 와인하우스 쇼크사'는 각주를 통해서나 이해할 수 있는 사건이 아니라 독자가 얼마 전에 인터넷 뉴스를 통해서 쉽게 접했던 사건들이었으니 말이다. 이 자리를 통해 고백하련다. 스티븐 킹 소설에 대한 평가만큼은 공정한 잣대를 상실한 지 오래이다. 재미없어도 재미있고, 재미있으면 감동해서 울컥하게 된다. 으리.... 그래, 맞다. 으리 때문에 읽는다. 내가 타임머신을 타고 1960년대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그 당시 경마 기록표나 로또 당첨 번호 목록을 가지고 가는 대신 스티븐 킹 소설 몇 권을 가지고 가겠다. 필사를 해서 출판사에 넘기면 로또보다 많은 금액과 명성을 얻으리라. 킹은 킹이다. 나는 그곳에서 곰곰생각하는발'이란 이름을 버리고 스티브 킴'이란 이름으로 살아가리라.

 

당신 소설을 읽을 때마다 내 불알은 뜨겁다. 오오, 킹이여 ! 가는 길에 영광(에서 굴비!) 있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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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tour 2014-07-20 14: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제 새벽 3시까지 읽었네요. 샤이닝보단 덜 재미나지만 ..역시 킹.

곰곰생각하는발 2014-07-20 19:21   좋아요 0 | URL
사실 전 킹 소설에 대한 비판 능력을 상실했습니다. 그냥, 살아서 소설 내주는 게 고맙고 감동적이고 그렇습니다. 킹을 보면 글쓰기가 졸라 쉬운가 보다... 그런 생각도 합니다. 도대체 1000페이지에 달하는 장편을 1년도 안 되서 어찌 그리 만들어내는지 신기합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7-20 20: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고로 영화 예고편을 보니 망한 영화 같다. 멍청아, 킹 영화는 진지 빨지 말고 좀 거칠고 삐급 스럽게 다가가라. 어째, 북트레일러보다도 못 만드냐.. 할 말이 없다....


이 소설이 가지고 있는 장점은 트루낫'이라는 집단인데, 이들은 서로 아픈 사연을 가지고 모인 아웃사이더처럼 묘사된다. 그들도 살기 위해서 나름 연대를 하고 사랑을 하고 동료의 죽음에 슬퍼한다. 영화 예고편처럼 간지나는 집단은 아니라는 점이다. 똥냄새 풀풀 풍기고 말을 더듬는 여자도 있고, 그렇다. 나름 째째한 집단이다. 킹 소설이 빛을 내는 지점이다.

유구일턴 2014-07-21 07: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킹영화치고 성공한게 쇼생크 랑 괴물 말고는 없다는...샤이닝도 영화는 글쎄?임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7-21 11:24   좋아요 0 | URL
괴물 원작은 따로 있습니다. 미저리'도 왜 대박치지 않았습니까. 스탠 바이 미'도 있고 말이죠.... 그나저나 오랜만이네요. 유구일턴 님 !

수다맨 2014-07-22 04: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를 읽기 전에 디바인 개똥 먹는 사진 보고 뿜었습니다 ㅎㅎㅎ 실제로 진짜 개똥 먹는 바람에 몸속에 진짜로 기생충이 생겨서 디바인 꽤나 고생했다고 하네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7-22 12:04   좋아요 0 | URL
디바인 진짜 개똥 먹었죠. 저 장면에서 어찌나 통쾌하고 웃기던지.......
이 영화는 참 구하기 힘든 영화였습니다. 그나저나 기생충으로 고생했군요. 기생충 약을 먹어야지.. 멍청하게.... ㅎㅎㅎ
 

 

 

 

황만근'은 바보'다. 띨띠리, 띨빵, 반편이, 쪼다-쉬, 빠가야로, 기봉이, 영구, 헐렁이, 개구리, 깍두기'다. 하지만 그'는 사실 알차다. 신대리 농민들이 모두 빚더미'에 시름시름 앓을 때에도 우리 만근'은 근면과 성실로 가계 빚 하나 없이 잘산다. 그뿐이 아니다. 그는 마을 일이라면 발 벗고 나서서 열심히 일을 한다. 그는 < 마을길 풀깎기, 도랑 청소, 공동우물 청소...... 용왕제에 쓸 돼지를 산 채로 묶어서 내다가 싫다고 요동질하는 돼지에게 때때옷을 입히는 > 일도 한다. 궂은 일은 모두 도맡아서 한다. 누가 시켜서 하는 일'도 아니다. 그런데 황만근이 사라졌다. 만근이가 사라지가 그의 부재는 마을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큰 구멍이었다. 마을 사람들은 만근이가 했던 궂은 일을 하며 그를 그리워한다. " 만그이 자슥이 있었으마 내가 돈을 백만 원 준다 캐도 이런 일은 안 할 낀데, 아이구. 이 망할놈의 똥냄새, 여리가 싸놔 그런지 독하기도 하네. 이기 곡속한테 독이 될지 약이 될지도 모르겠구마. "

 

- 만그이, 어데 갔노 中 

 

 


 

 

 

 

천재와 바보

 

 

 

 

 

 

어머니'는 늘 우스갯소리로  한동네에 살던 또래 만식이' 얘기를 하신다. 이 이야기'는 그 옛날  보릿고개 시절 이야기'다. 지금처럼 풍족하지 않던 시절이라 끼니 굶는 경우가 허다하다 했으니,  고기 구경'은 동네 잔치'가 아니고서는 구경하기 힘든 풍경이었다고 한다.  돼지 한 마리 잡아다가 가마솥에 우거지에 넣고 된장 풀어 한솥 끓인 괴깃국 맛이란 !  동네 잔치'가 벌어지면 동네 일꾼 만식이'는 분주하다. 장작을 패고, 물을 나르고, 잔심부름'을 하고. 가마솥에서 보글보글 연기가 피어오르면 만식이 배에서는 꼬르륵 소리가 난다고. ( 이거 tv 특종 세상에 이런 일'이 멘트처럼 들리는군. )  침이 고인다고.  아 !  침이, 고인다, 고...... 

 

이즈음 동네 사람들이 만식이를 놀린다고 한다. 동네 어른들이  만식이가 짝사랑하는 월례'를 들먹이며 ( 달밤 아래 냇가에서 훔쳐보았던 월례 젖가슴은 얼마나 뽀얗던가! ) 한 마디 한다.  " 우리 월례는 괴깃국 좋아하는 남자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며 ?  우리  만식이도 괴깃국 별로 안 좋아허지. 아마. 늘 먹는 게 괴깃국이라며 ?  우리 같은 사람들이야 괴깃국이 꿀맛이지만서도.  만식이는 부자여. 누군지 몰라도 만식이에게 장가 가면  팔짜 핀 거여, 안 그려 그려 ? "   신호가  떨어지면 동네 사람 모두 다 이구동성으로 " 만식이이이이.  부자아아아아아아 ! " 큐 사인이 떨어지면 월례는 부끄러운 척을 한다. 그러면  만식이는  흘끔흘끔 월례를 보다가, 흘끔흘끔 점례를 보다가 한 그릇 퍼 담아주는 고깃국'을 일일이 사양하며 큰소리로 외친다고 한다.   

 

배부르다고. 배고프지 않다고. 뱃속 거지가 훅 들어왔다가 훅 나갔다고. 괴기 별로 안 좋아한다고. 늘 먹는 게 괴깃국이라고 ! 아. 뱃속에서는 박연폭포 같은 번개가 으르렁으르렁거리며 소리를 내는데, 괴기 생각만 하면 입에 침이 괴는 데에에에에에에..... 동네 사람들은 웃음을 참으며 만식이에게 말한다. " 그려. 글지, 암... 글구 말구. 떡집 아들이 떡 헐레벌떡 먹는 거 봤는감 ? 우린 여기서 쬐께 괴기 좀 뜯다 갈 테니께,  자넨 볼 일 다 봤으니 집에 가 있어. 이젠 뭐 할 일도 없잖혀 ! " 아, 일만 하다 쫒겨나는 만식이. 어슬렁어슬렁거리다가 뒷마당 가서 운다. 어머니는 이 즈음에서 웃음을 참지 못한다. 늘 듣는 얘기'지만 나도 여기서 웃음을 참지 못한다. 만식이를 놀리는 데 앞장섰던 월례 아버지는 박장대소를 하며 만식이 없는 마당에서 만식이 칭찬을 한다.

 

" 우리 만식이가 바보여두 동네 일은 을마나 잘하는겨. 변소깐 똥 풀 때 봐봐. 똥물 튀어도 씨익, 한 번 웃어주고 계속 똥 푸잖어 ? 여보게들, 만식이 거시기 보았는가 ? 워메. 글씨 목간에서 만식일 만났는디 글씨 만식이 거시기 그것이 미꾸린 줄 알았는디 장어여, 장어 ! 을메나 길고 튼튼한지.... 첨엔 다리가 세 개 달린 줄 알았단 말이여. ?! 얼라 ! 이 사람들 보게. 농담 아니여. 만식이 지금 뒷마당에서 울고 있제 ? ㅋㅋㅋㅋ 월례야, 가서 한 그릇 넉넉하게 담아 주고 와라. 늙은 노모, 병수발 든다고 얼마나 고생이 많냐. 만식이 효자여, 효자 ! 그런 놈 읎다. "  누가 그 소리를 듣다 외친다. " 그럼 월례 만식이한테 시집 보낼껴 ? " 월례 아버지가 정색을 하며 말한다. " 떽 ! " 일동 까르르르르르르르. ... 깔끔한 토론이다.

 

어머니는 그때를 회상하며 말하고는 했다. " 얘. 얘.  한참 있다 보면 만식이가 안 보인단다.  어디 담' 아래에서 울고 있는 게지. 배가 고파서 말이다. 얼마나 먹고 싶었겠누. 그러면 월례 고것이 생글생글 웃으면서 만식이에게 다가가 괴깃국 한 그릇 수북히 담아 갔다 주고는 했지. 어찌나 잘 먹던지. 만식이 가는 손'에는 누워 있는 엄마 몫도 챙겨서 보내고는 했단다. 지금 만식이 뭐 하나 모르겠다. 옛날에는 늘 동네바보 하나씩은 다 있었는데 말이다. 요즘은 사람들이 굶지 않아서 그런가 바보'가 없어 " 이야기를 다 듣고 나면 마음 한 켠이 짠하다. 만식이 아저씨, 잘살고 계실까 ? 단 한번도 본 적 없는 만식이 아저씨가 보고 싶다.

 

나는 동네 바보가 이건희보다 뛰어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렇다고 이건희가 동네 바보'보다 더 똑똑하다고도 생각하지도 않는다. 오히려 동네 바보가 이건희보다는 더 인간적이라고 생각하며, 굳이 비유를 들자면 보다 더 자연 친화적 무공해 채소'라고 생각한다.  누군가가 루스벨트 대통령에게 질문을 던졌다. ( 루스벨트였나? 정확히 모르겠다. ) " 가장 이상적인 사회는 어떤 사회입니까? " 루스벨트가 답했다. " 거리에 장애인이 많으면 많을수록 이상적인 사회입니다. " 묻고 싶다. 내 유년의 기억 속에서 떠돌던 그 많은 동네 바보는 다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페스트처럼 가난했던 시절에 잠시 창궐했다가 사라진 선캄브리아 시대의 공룡이었을까? 편리하고 깨끗한 21세기 대한민국 환경이 동네 바보를 천연기념물로 만들어 놓았을까? 

 

수많은 질문을 던졌고 다양한 답을 마련했으나 결론은 하나다. 그들은 사라진 것이 아니라 우리가 숨겨 놓은 것이다. 좋은 동네는 그들을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대한민국이, 서울이, 내가 사는 동네에 바보가 어슬렁거리지 않는다면 이유는 하나'다. 동네사 살기 좋은 곳이 아니기 때문이다. 아이큐 60의 삼식이 형, 오줌싸개 동팔이, 있으면서 맨날 없다고 외치는 영구, 피규어'이면서 살아 있는 공룡인 척하는 공룡 쮸쮸, 발기하지 않는 곱추와 맵지 않은 곱추 형제, 선풍기'는 선풍기인데 선풍기는 아닌 선풍기 아줌마, 요리 보고 조리 봐도 도무지 알 수 없는 둘리 그리고 절뚝이, 외팔이, 맨드라미, 개망초,  앗, 사루비아 ! 모두 나와 당당히 거리를 걸어라, 라고 외치고 싶다.

 

장애인들과 동네 바보'가 거리를 자유롭게 보행할 수 있는 사회가 아름다운 사회이지, 세계에서 가장 높은 빌딩과 가장 긴 대교'를 소유한 나라가 좋은 사회는 아니다. 꽃 피고 새 울면 그들이 다시 오려나 ? 기다리겠다.

 

 

 

 

 

 

-   네이버 블로그, 2009/10/23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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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립간 2014-07-19 08: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람들은 여러가지 잣대를 가지고 있지요. (잣대 ; 수학적으로 말하면 여러 방향의 축 axis) 누구는 가장 높은 빌당과 가장 긴 대교를 소유한 나라가 좋은 나라로 생각하고, 어떤 이는 거리에 장애인이 많으면 많을 수록 좋은 나라로 생각하죠.

제 주위에 단호하게 자기 확신에 차서 '(남이 어떻게 살든, 사실 남이 못 살면 더 신나는 것 같기도 한데 어째거나) 혼자만(이라도) 잘 사는 것이 재미있고 (좋다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 분 정치인은 아닙니다.)

후흑을 몸으로 배워서 그런지 정직한 사회, 약자를 배려하는 사회를 외치는데, 행동으로는 무조건적으로 자기 이익을 먼저 챙기고 다른 사람에게 정의, 정직, 도덕, 배려를 외치며 실천하라고 하죠. 지인은 다른 사람이 정의, 정직, 도덕, 배려로 행동해야 자신의 이익을 더 많이 챙길 수 있는 기회가 있다고 촌평을 하더군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7-19 09:30   좋아요 0 | URL
크게 나누면 성장 담론이냐 아니면 복지 담론이냐의 문제이겠지요 ? 둘 다 필요하기는 합니다. 하지만 대한민국은 성장 담론만 내세울 뿐, 단 한번도 복지 담론에 대한 이야기'는 전무한 상태입니다. 복지를 말하면 빨갱이가 되는 국가입니다.

풀무 2014-07-19 16: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성장숭배 시스템이 사람들로부터 여유를 다 빼앗았다고 보입니다. 시스템 버그라고 판단되는 코드가 걸리적거리면 귀찮아 눈쌀부터 찌부려지게 된 세상. 울동네 부동산 아주머니 말대로 하면 "사람들이 인정머리가 없어요" -_ㅜ

작년인가 아이들이랑 본 짱구 극장판이 생각나네요. 지구의 여유물질 고갈이 지구 뿐 아니라 쌍둥이별까지 멸망시키는 사태가 초래되는.. 루스벨트 대통령은 선견지명이 있는 위인이셨네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7-19 18:19   좋아요 0 | URL
성장 담론은 사실 재벌 담론이죠. 1%담론입니다. 이제 더이상 쥐엔피가 생활의 질을 담보하지 않습니다. 코스타리카인가요 ? 행복지수 세계 1위더군요. 쥐엔피가 8천달러인가 하더라고요. 네팔은 어떤가요 ? 무조건 복지 담론만 주장하는 것은 옳지 않지만 한국에서는 복지 담론 중심으로 말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 다음이 성장 코드죠. 너무 많은 희생을 당했는데 여전히 성장 담론이라니... 끔찍합니다.

만화애니비평 2014-07-21 08: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장애인, 고아, 외국인들의 얼굴표정으로 그 사회의 건강성을 알 수 있죠. 우리나라는 참..

곰곰생각하는발 2014-07-21 13:21   좋아요 0 | URL
그렇습니다......

엄동 2014-07-21 1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당당히 거리를 활보하라!!!
곁에서 함께 외치고 싶습니다.

우습죠
내내 숨어살게 해놓고
일년에 딱 하루 있는 그들의 날엔 또. 동물원원숭이 보듯 대하는거 보면

곰곰생각하는발 2014-07-21 13:21   좋아요 0 | URL
그들이 숨쉴 수 있는 거리를 만들어줘야죠. 아직까지 방지턱 때문에 휠체어가 돌아다닐 수 없으니 참...
그거 없애는 거 뭔 놈의 그리 돈이 든다고.....
보행권을 보장해 달라는 게 무리한 요구인지 정말 궁금합니다.
 
이미, 서로 알고 있었던 것처럼 문학동네 시인선 57
윤희상 지음 / 문학동네 / 2014년 6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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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 편지를 써서 보내던 날들이 있었다. 편지를 쓰다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편의점 영수증처럼 구겨서 버리고 다시 쓰기를 반복했다. " 가을비가 내리니 낙엽이 우수수 떨어지는구나 " 라는 문장은 " 어젠 가을비가 따스하게 내렸다 " 라고 고쳐 쓰다가, 다시 " 가을비가 내렸으니 이제 곧 겨울이 올 것이다 " 라고 수정했다. 하지만 이내 편지지를 찢고는 다시 " 비가 온다. " 라고 고쳤다. 얼마나 많은 편지를 썼는지 당신은 모른다. 사실, 그해 가을에 당신에게 보낸 편지 한 장은 노트 한 권이었다. 찢어서 버리고, 찢어서 버리고, 찢어서 버리고 남은 노트의 한 페이지'만을 당신에게 보낸 것이다. 저 사진 속 마른 가슴을 볼 때마다 오래전'에 당신에게 보냈던 편지'가 생각났다. 저 사람도 한때는 풍성한 가슴이었을 것이다. 찢고, 찢고, 찢고 남은 한 장의 가슴이리라.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것은 말라비틀어진 가슴이 아니라 마지막 남은 한 장의 편지이다.

 

 

-  메모, 2011/11/29 11:30

사진 출처, 다이안 아버스

 

 

 


 

 

 

자만 잘살믄 무슨 재민겨 ?

 

 

 

" 새책 " 에 대한 미련이 없어서 같은 조건이라면 저렴한 " 헌책 " 을 사는 편이다. 헌책방 예찬론자는 아니다. 싸니까 사는 것이다. 헌책방이 성소/聖召'라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구멍가게와 헌책방은 동급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시집을 헌책으로 사면 시인에게 미안한 마음이 든다. 절판된 시집이 아닌 이상은 반드시 새책을 구입한다. 시집만큼은 그렇다. 시집 한 권에 평균 7000원은 너무 박하다 싶다. 값을 두께에 따라 정하는 것은 지나치게 천박한 자본주의적 논리다. 얇다고 해서 깊이가 얕은 것은 아니지 않은가.  시인은 대부분 브래테니커 백과사전 두께의 공책에 시를 썼다 지운다, 썼다 지운다, 썼다 지운다를 반복하다가 결국에는 얕디얕은 시집을 내놓는다. 그러니까 우리가 읽은 시집은 사실 지우고, 지우고, 지우고, 지우고 남은 < 문장 >이거나 찢고, 찢고, 찢고, 찢고 남은 < 공책 > 이다.

 

소설은 헌책방 가서 사도 되지만 시집만큼은 새책을 사자. 함민복 시인, 굶지 않고 잘살고 있는지 궁금하다. 윤희상 시인의 시집 << 이미, 서로 알고 있었던 것처럼 >> 은 두께가 얇지만 결고 얕지 않은 시집이다. 두 번째 시집 << 소를 웃긴 꽃 >> 이후, 7년 만에 나온 시집이니 장고 끝에 내놓은 간결한 두께다. 썩지 않고 버티면 곰삭은 음식이 된다. 곰삭은 음식은 보약이 된다고 들었다. 좋은 시는 좋은 눈/目에서 나온다. 오래 보고 짧게 쓴다. " 시 쓰기의 팔 할 " 은 관찰에서 나온다. < 시인 > 이라는 낱말과 같은 뜻은 < 화가 > 다. 화가와 시인은 같은 말 ! 그들은 그리기 전( 혹은 시를 쓰기 전)에 오래 본다. 오래 보다 보면 보이지 않는 것도 보인다. 고흐가 그린 것은 빛이었다.  

 

반면 나쁜 시는 좋은 머리/腦에서 나온다. 흘겨보고 길게 쓴다. 시인에게 있어서 명석한 두뇌는 재앙에 가깝다. 똑똑한 사람은 시인이 되지 말고 회계사가 되어야 한다. 시인 윤희상은 오래 본다. 하지만 관계에 개입하여 재단하지 않는다. 윤희상 시'가 현학에 빠지지 않는 이유'다.

 

 

여자아이는 앞으로나란히를 해보고 싶다

지금까지, 한 번도 앞으로나란히를 해보지 못했다

많은 아이 가운데, 가장 키가 작았다

언제나 맨 앞에 섰다

 

졸업식 날 펑펑 울었다

 

-  희망 전문, 시집 ' 이미, 서로 알고 있었던 것처럼 '

 

 

" 여자아이는 앞으로나란히를 해보고 싶 " 단다. 외팔'이 아니라면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지 않은가 ? 나는 대뜸 속으로 " 앞으로나란히 하면 되지, 바보야.  ㅋㅋㅋ " 라고 중얼거렸다. 의문은 곧 풀렸다. 키가 작아서 항상 맨 앞에 섰기에 앞으로나란히'를 할 수 없었던 것이다.  피식, 웃었다. 그러다가 마지막 연'에 가서는 무안해졌다. 여자아이는 " 졸업식 날 펑펑 울었 " 단다. 내 빈정거림 때문에 여자아이가 운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타인이 보기에는 아무것도 아니지만 여자아이에게는 아픈 고민이다. 또래 아이들은 콩나물처럼 쑥쑥 자랐는데 여자아이는 민들레처럼 땅 냄새만 맡은 모양이다. 다 함께 열중쉬어'는 할 수 있으나 앞으로나란히'는 할 수 없는 키 작은 소녀의 성장통에 마음이 짠하다.

 

여자아이가 바라는 것은 < 독식 > 이 아니라 < 동반 > 이다. " 나란히 " 는 어느 한쪽이 뒤쳐지지 않고 모두 함께 평행한 상태를 말한다. 여기에 시인이 감추어 둔 속내가 있다. 시인은 < 승자독식사회 > 가 아닌 < 동반성장사회 > 에 대한 바람을 드러낸다. 천재 한 명보다는 고만고만한 도토리 사회'가 좋은 사회다. 연설은 명료할수록 빛나지만 시는 의미를 감출수록 빛난다. 내가 정호승의 시'를 싫어하는 이유는 보편적 서정을 지나치게 과장한다는 데 있다. ( 군소리 하나 더 보태면 도종환 시도 그닥 좋아하지 않는다 ) 직설적으로 말하자면 관념적 허세'와 도덕군자형 현학이 지나치다. 시인은 눈으로 관찰하고 심장으로 시를 써야 하는데,  정호승은 머리로 보고 뇌로 시를 쓴다.

 

윤희상 시인에게는 그러한 관념적 허세가 없다. 그는 보고 느낀 것만을 쓴다. 담담하지만 울림은 크다. 정호승 시가 중화요리'라면  윤희상 시는 오신채가 없는 사찰 음식'이다. << 남대문 상회 >> 라는 시를 보자.

 

 

여름에는

얼음을 팔고

겨울에는

석유를 판다

 

- 남대문 상회, 전문

 

 

다른 식으로 표현하자면 남대문 상회는 : ㈀ 여름에는 얼음을 팔고 겨울에는 석유를 판다. ㈁ 여름에는 물을 팔고 겨울에는 불을 판다. ㈂ 여름에는 물을 팔고 겨울에는 기름을 판다. 얼핏 보면 남대문 상회는 우산을 팔면서 동시에 부채를 파는 이상한 가게처럼 보인다. 비가 오면 부채가 안 팔리고, 볕이 쨍쨍하면 우산이 안 팔리니 좋은 궁합은 아니다.  하지만 시인이 보기에 얼음과 석유는 우산과 부채처럼 서로 상반된 오브제'가 아니다. 여름에 파는 얼음은 지나치게 올라간 열기를 식혀주고 겨울에 파는 석유는 지나치게 내려간 온도를 덥힌다. 그러니까 얼음과 석유는 적정 온도를 유지하기 위한 상품이다. 석유는 낮은 것을 높게 끌어올려주고, 얼음은 지나치게 높은 것을 낮춘다.

 

내가 < 희망 > 이라는 시와 함께 < 남대문 상회 > 라는 시를 나란히 배치한 이유는 두 시가 가지고 있는 유사성에 있다. 키가 작은 여자아이는 왜 졸업식 날 펑펑 울었을까 ? " 빛나는 졸업장을 타신 언니 " 가 말이다. 여자아이가 꿈꾸는 희망은  " 앞에서 끌어주고 뒤에서 밀어주는 사회 " 다. 시인은 열외와 독주가 없는 사회를 꿈꾸면서 획일성을 경계하고 다양성을 존중해야 한다고 말한다. 

 

스카이라운지에서 음식을 먹는다 멀리, 밤 풍경은

푸르다 많은 사람이 음식을 먹는다 포크로 먹는다

그 가운데, 단지, 한 사람만이 젓가락으로

음식을 먹는다 모두 음악을 듣고 있다 갑자기,

사람이 쓰러졌다 그리고, 죽었다 여태까지

젓가락으로 음식을 먹었던 사람이다 등에는

포크가 꽂혀 있다

 

- 포크와 젓가락 전문

 

시 << 포크와 젓가락 >> 은 파시즘에 대한 우화'다. 포크를 사용하는 무리는 젓가락을 사용하는 사람을 제거한다. 차이를 인정하지 않는 태도다.  반면 << 컵을 바라보는 다섯 가지 방법 >> 에서 시인은 다양성에 대한 가치를 말한다.  

 

 

옆에서 본다

위에서 본다

아래에서 본다

뒤집어서 본다

비스듬히 본다

 

- 컵을 바라보는 다섯 가지 방법 전문

 

 

신중현은 노래한다. " 한 번 보고, 두 번 보고, 자꾸만 보고 싶네...... "  그렇다. 자주 보면 못난 얼굴도 예쁜 얼굴로 보이는 법이다. << 컵을 바라보는 다섯 가지 방법 >> 은 컵을 사랑하는 다섯 가지 방식'으로 고쳐도 된다. 시선의 차이(다양성)를 존중할 필요가 있다. 한 말 한 번 더 하자 ! 안 한 말은 마굿간에 가서 쉬시라. 시인은 시를 꾸미지 않는다. 그는 자신이 보고 듣고 느낀 점만을 서술할 뿐이다. 때론 시를 통해 내밀한 고백을 하기도 한다.

 

내가 동네 앞에서 아이들과 함께 놀고 있을 때

동네 밖에서 찾아온 낯선 사람이

아이들에게 물었다

일본 여자가 사는 집이 어디냐고

아이들은 저기 기와집이라고 말했다

일본 여자는 우리 동네에서 사는 무면허 안과 의사였다

그렇다고 돌팔이 의사라고 부르는 사람은 없었다

멀리까지 소문난 일본 여자는 본래 간호사였다

일본 여자는 동네에서 태어나는 아기들을 받았다

돈은 받지 않았다

일본 여자는 조선 남자를 사랑했다

일본 여자가 사는 집은 우리집이고

열본 여자는 나의 엄마였다

 

- 일본 여자가 사는 집 전문

 

 

 

 

 

작년이었나 ? 신문기사에 윤희상 시인에 대한 짧은 소식을 접했다. 시인은 한국인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인이라고 고백했다는 기사였다. 그 고백이 시로 태어났다. 그는 서정적 관념을 포장하기보다는 사건과 서사를 담담하게 나열한 후, 나머지 몫은 독자에게 맡긴다. 시가 겸손해지는 순간이다. 전우익 선생의 말을 빌려 말하자. 혼자만 잘살믄 무슨 재민겨 ! 요즘 유행하는 " 의리 열풍 " 도 알고 보면 다 같이 먹고 살자는 뜻 아닌가 ?

 

 

 

 

 

■ http://blog.aladin.co.kr/749915104/6354561 ㅣ 윤희상 시집, 소를 웃긴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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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애니비평 2014-07-17 15: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일본국가는 싫어도 일본인은 싫어하지 않습니다. 윤희상 시인님 참 힘든 삶을 사셨겠군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7-17 15:30   좋아요 0 | URL
시집 매우 좋습니다. 함 낭독해 보십시요....

풀무 2014-07-17 15: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첫 시부터 꽂히네요.
이런 시들 참 좋아합니다. 이런저런 진술을 담담하게 쓴 거 같은데 행간에 골이 깊은..

곰곰생각하는발 2014-07-17 15:57   좋아요 0 | URL
담백해서 참 좋습니다. 역시 나이를 먹다 보니 이젠 자극적인 것보다는 담백한 맛에 끌린다고나 할까요...

엄동 2014-07-17 18: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퇴근전,
들르길 잘했네요

시들 좋습니다 좋아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7-17 20:00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언제 술 한 잔 합시다...

곰곰손 2014-07-17 2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나는 윤희상 시인이 참 좋다.
너랑 별로 안친할 때 윤시인님의 소를 웃긴 꽃,이라는 시를 너의 글을 통해 알았는데
그 시를 읽고 진짜 나.. 기분이 너무 통쾌한게.. 이제껏 무슨 분함 억울함..다 가시면서
그저 기분이막 좋아지는거라..

너의 시,도 참 좋아한다.
네 시 토대로 그릴 작품 그리느라
난 이제 융심리학 책을 들춰봐야함. (제기랄!!!!)

ㅎㅎㅎㅎ

건배다 곰발아~ㅋㅋ
어째 오늘은 니생각 마이나네 ㅋㅋㅋㅋ

곰곰생각하는발 2014-07-18 05:08   좋아요 0 | URL
일어나니 비가 오네, 좋네.....
그른데 그 작품은 언제 마무리되냐 ? 감감무소식 아니야 !!
어째 진척이 없냐. 그거 연재되는 순간 넌 바로 일본 만화계의 거성으로 우뚝 솟아서
엔에이치케이 9시 뉴스에 나올 것이다. 한획을 그을 것이야....

술은 너무많이 마시지 말고.... 맥주 보다는 압생트 이런 게 낫다.
한국은 압생트 안 팔지만 일본은 팔지 않을까?

고흐가 즐겨 마시던 술 아니냐...

2014-07-18 11: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7-18 15: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내이름은초록 2014-07-18 13: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막 알라디너가된 초록입니다. 곰곰발님의 글은 게릴라성 폭우맛 환타같습니다. 여름의 맛, 사계절의 에너지가 응축되어 분출된 힘처럼. 추천에 힘입어 윤희상의 시집을 읽어보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7-18 15:37   좋아요 0 | URL
알라디너 신입신고식'을 모르시는군요 ? 여기 전통이니 지켜주시기 바랍니다. 일단 각 이웃들에게 책 한 권씩 선물하시고, 호텔 하나 잡아서 부풰~ 를 쏘셔야 합니다. ( 배터지게 먹어볼랍니다 ) 그게 여기 알라딘 전통 신고식입니다. 어딘가에 소속된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지요.그나저나 돈 나갈 일만 있군요.....

라로 2014-07-18 16: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쉬~~~!!!!!!!

곰곰생각하는발 2014-07-18 19:31   좋아요 0 | URL
아, 아롬 님 !!!!! 눈물이 앞을 가립니다. 반갑습니다 ! ㅠㅠ

lmicah 2014-07-18 18: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뭐..하시는...분이세요?... 후덜덜합니다. 거장 김윤식 평론가의 뺨따구를 (물론 사견입니다만;;;)
저는 시, 이쪽도 문외한입니다. 윤동주 시인의 <십자가>를 아무리 외우려 해도 입에 붙지 않아요.
페이퍼의 시에 대한 내용보다 제목을 보고 생각의 나래를 펼쳤어요. 전우익 선생님 책 읽다가 비슷하게 살고 계셨던 권정생 선생님 알게 되고 그분 책 읽으며 참 많은 것을 깨달았었거든요. 두 분다 고인이시라는 게 안타깝네요. 혼자서 잘사는 것에 골몰하고 그것에 시대정신이 되었지요. 부정할 수도 피할 수도 없는 족쇄처럼 말이죠. 이런 울적한 기분에 다다르면 한 잔하며 시를 읽고 싶은데! 앞서 말씀드렸듯이 시에 대해서는 까막눈, 문외한ㅎㅎ

곰곰생각하는발 2014-07-18 19:31   좋아요 0 | URL
시장에서 어물전이란 생선가게를 하는 사람입니다. 개인적으로 김윤식 평론을 나쁘게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이명원 논쟁에서 나타났듯이 표절을 시인하지 않는 태도는 무척 나쁘더군요. 인생의 얼룩이지 싶습니다. 정치권력 못지 않게 비열하고 치사한 곳이 문단 권력이라고 들었습니다. 정치가 못지 않다고 하더군요. 강준만의 < 문학권력 > 이라는 책을 읽은 적 있는데 무척 재미있습니다. lmicah님께서 읽으셔도 무척 재미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저도 처음에는 시를 외워야지 했는데 어느 순간부터 시를 왜 왜우지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냥 시 형식을 빌린 압축된 소설 행태로 이해하고 시를 접하면 쉽다란 생각이 듭니다. 하여튼 < 문학 권력 > 이라는 책은 꼭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수다맨 2014-07-18 2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윤희상이라는 이름은 처음 듣는데 곰곰발님께서 이렇게 말씀 하시니 꼭 사서,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시도 좋았지만, 리뷰 제목만 보고 전우익 선생님 떠올라서 몹시 반가웠습니다. 그러고 보니 영남삼현이라 불렸던 전우익, 권정생, 이오덕 선생 모두 돌아가셨네요. 이오덕 선생에 대해서 저 역시 할 말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만, 글이나 품성이나 대쪽같던 양반들 돌아가시고 나니 왠지 허전하긴 합니다. 우리네 사는 곳이 더욱더 아사리판이 되었다는 느낌도 들구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7-19 09:31   좋아요 1 | URL
위에서도 언급했듯 저는 정호승 같은 시'는 아주 질색입니다. 가르치려고 들잖아요. " 나는 그늘이 없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 이런 구절 들으면 닭살이 돋습니다. 같은 이유로 고은 시도 그리 좋아하지 않습니다. 과대평가된 시인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