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시 세 끼

 

 

 

 

언제부터인가 << 리얼버라이어티 >> 가 방송가를 장악했다. 보다 정확히 서술하자면 " 리얼 버라이이이어티 쇼 " 다. 버리어이터 : variety' 가 각양각색'이라는 뜻이니 < 버라이어티 쇼 > 는 가수, 연극 배우, 코미디언, 차력사 등이 한 무대에 올라 여러 가지 재주를 뽐내는 볼거리 형식을 의미한다. 한마디로 " 쑈, 쑈, 쑈 " 다. 하지만 모든 소비 형태에는 유행을 타는 법. 시청자들이 짜고 치는 고스톱, 말 그대로 쑈하는 모습에 질려버리자 새로운 형태의 버라이이이어티가 탄생했으니 바로 << 무한도전 >> 이다. 무한도전이 다른 쑈쑈쑈 형태와 다른 이유는 정해진 룰(대본)이 없다는 점이다. 리얼버라이어티에서 < 버라이어티 > 가 짜고 치는 대본'이라는 뜻이라면, < 리얼 > 은 정해진 대본 없이 진행한다는 뜻이다.

종합하면 리얼버라이어티 방송은 대본없이 진행되는 다큐 연예 오락 프로그램'이다. 무한도전이 성공하자 소비자본주의 특성상 유사품이 쏟아지기 시작했고 이제는 방송 대세'가 되었다. 다큐 연예 오락 프로그램의 나쁜 예'에 속하는 퍽유 연예 오락 프로그램에 속하는 << 우리 결혼했어요 >> , << 아빠 어디 가 >> , << 진짜 사나이 >> , << 슈퍼맨이 간다 >> 같은 리얼 버라이어티'뿐만 아니라 << 짝 >> 같은 일반인이 등장하는 프로그램도 우후죽순 늘어났다. 그런데 이들 프로그램은 정말 " 리얼 " 할까 ? 이 말은 정해진 대본이 없다는 것이 반드시 " 리얼리티 " 를 보장하느냐는 질문이다. 대본 없이 좌충우돌하는 리얼버라이어티'가 짜고 치는 쑈쑈쑈와 다른 영역을 탐색한다고는 하나 본질은 똑같다. 리얼버라이어티'도 쑈쑈쑈'다. 그 나물에 그 밥'이다.

리얼 버라이어티를 깻잎 오소리 입말 사전 식으로 번역하자면 " 얼어 죽을 동태와는 다른, 죽은 척하는 생태(학) " 이다.   "  얼어 죽을 동태와는 다른, 죽은 척하는 생태학 " 라는 표현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유머 감각이 필요하다.        한마디로 쑈하는 장르라는 말이다. 리얼 버라이어티 쇼는 진짜(리얼)인 척하는 가짜(버라이어티)라는 점에서 쑈쑈쑈'보다 더 연극적이다. 카메라'가 돌아가는 순간 모든 인물은 보드빌 배우1 가 된다. 무한도전'에서 각각의 배우들은 자신에게 유리한 장기를 살려서 캐릭터를 창조하는데 이 캐릭터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페르소나'가 아니다. 그들은 리얼하게 캐릭터를 연기하는 보드빌 배우일 뿐이다. 대중은 페르소나와 캐릭터'가 전혀 다른 영역이라는 사실을 모른다. << 캐릭터 >> 는 소설이나 연극에서만 존재하는 허구적 인물일 뿐이지 리얼'이 아니다.

다시 말해서 박명수라는 페르소나는 버럭이라는 캐릭터와 동일한 " 더블 ( 도플갱이 ) " 이 아니다. 리얼버라이어티 속 캐릭터들은 모두 살아남기 위해 처절하게 연기할 뿐이다. 그 사실에 속으면 안된다. 병맛 죽은 척하는 생태학'인 << 아빠, 어디 가 >> 와 << 슈퍼맨이 돌아왔다 >> 는 순진한 아이'를 전면에 내세워서 보다 강력한 " 리얼 " 를 표방하지만 사실 속내를 들여다보면 다른 리얼버라이어티'와 다르지 않다. 모든 동선과 행위는 철저하게 계산된 상업적 이득을 위해 움직일 뿐이다. 추성훈이 입고 있는 옷과 아이들에게 입힌 옷은 일상복이 아니라 협찬 받은 고가의 옷'이라는 점은 일상 가족의 소소한 다큐'라는 겉멋에 치명상을 입힌다. 그리고 모든 동선이 이미 방송국에서 짜 놓은 생활계획표에 의해 움직인다는 점에서 

어디로 튈지 모른다는 럭비공보다는 예상 가능한 당구공의 궤적에 가깝다. 어찌 보면 방송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르는 천진난만한 어린이를 이용해서 보다 리얼한 방송인 척할 뿐, 따지고 들어가면 철저히 상업적 계산이 깔린 방송이다. " 리얼하다 " 라고 입 밖으로 내뱉는 순간 그것은 더 이상 리얼하지 않다. 왜냐하면 진짜 리얼'을 지시하는 언어는 없기 때문이다. 역설적 표현이지만 " 진짜 " 는 리얼한 것이 아니다. 나영석 피디가 연출한 << 삼시 세 끼 시즌 2 >> 는 요즘 대세인 " 죽은 척하는 생태학 " 에서 벗어난 작품'이다. 차승원과 유해진'이 등장하는 " 어촌 편 " 은 어릴 때 여자아이와 남자아이가 짝패가 되어 즐겨 하는 놀이인 소꿉놀이'를 재현한다. 특이한 점은 남ㅡ여 커플이 아니라 남ㅡ남 커플이 펼치는 케미'다.

마흔을 훌쩍 넘긴 어른 두 명이 신혼부부 흉내를 낸다는 측면에서 << 삼시 세 끼 : 어촌 편 >> 은 " 우리 마흔 넘어 결혼했어요, 시바 ! " 이다. 비록 삼시 세 끼'는 전통적인 성 역할에 충실하기는 하지만 " 게이 신혼 로망스 " 라는 측면에서 진보적 파격성을 갖췄다. 삼 시 세 끼'가 지상파를 포함한 금요일 예능에서 시청률  1위를 차지한 힘에는 대한민국 게이들의 열렬한 지지'가 포함되어 있으리라 감히.... 추측해 본다. 삼 시 세 끼'가 다른 리얼버라이어티'와 격이 다른 이유는 연극적 요소'를 적극 끌여들었다는 데 있다. 이 예능은 시작부터 철저하게 연극적 상황에 적응하는 두 명의 캐릭터'를 보여준다. 그들은 가식적으로 연기를 한다기보다는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에 대해 최선을 다하는 노동자'다.  

mbc 예능 << 우리 결혼했어요 >> 는 출연자가 돈을 벌기 위해 사랑에 빠진 척 연기를 한다는 사실은 숨긴다. 선남선녀의 신혼 연애질'이 기만적이라는 점에서 다큐라기보다는 퍽큐 연애'에 가깝다. 반면  << 삼시 세 끼 >> 는 돈을 벌기 위해 연기'를 해야 하는 상황을 시청자에게 숨기지 않는다. 사십대 중반의 남성 둘이 부부 역할을 소화하며 소꿉놀이'를 연출하는 풍경'은 이미 연극적 요소를 내포하고 있다. 그렇기에 삼시 세 끼'에는 << 우리 결혼했어요 >> 에서 보여주는 기만이 없다. 차승원은 아내 역할을 하고 유해진은 남편 역할을 하는 것이다. 둘 사이에 애틋한 감정적 교류는 없다. 다시 말하지만, 그들은 연극에 충실한 아버지와 어머니를 연기할 뿐이다. 하지만 이 결핍을 채워주는 것은 두 배우가 가지고 있는 (뽕끼 없는) 진솔한 재능에 있다.

차승원이 매 회마다 선보이는 요리 솜씨'는 알렉스 같은 " 포장된 요리하는 남자 이미지 " 가 아니다. 한두 번 해본 솜씨가 아니다. 차승원은 알렉스처럼 몇 시간씩 공을 들여서 요리를 작품으로 승화하지 않는다. 차승원에게 있어서 요리'는 공인으로서 대중에게 보여주기 위한 고상한 취미라기보다는 가족에게 따순 밥을 먹이기 위한 숙성된 몸짓에 가깝다. 그는 주어진 재료만 가지고도 요리를 척척 해낸다. 정확한 복기는 아니지만, 그가 방송에서 " 요리의 생명은 시간이다. 허기를 놓치면 아무리 맛이 좋아도 실패한 음식'이다. 식구들이 배 고플 때, 때를 놓치지 않고 바로 내놓는 음식이 맛이 좋은 음식이다. " 라는 식으로 말했을 때, 그가 진정한 내공을 가진 요리하는 남자'라는 것을 증명한다.

차승원의 요리 솜씨'가 가지고 있는 리얼은 가상 남성 짝패 부부'라는 연극적 버라이어티'가 가지고 있는 결핍을 채우고도 남는다.  삼시 세 끼'는 차승원이 펼치는  " 일 인 요리 쑈 " 이다. 이 예능은 만화 << 식객 >> 처럼 미션이 주어지는 요리 경연 대회 형식을 띠면서 << 심야 식당 >> 에서 선보이는 음식으로써의 치유 기능을 하기도 한다. 여기에 유해진은 그동안 갈고 닦은 명품 조연으로써 자신에 해야 할 몫을 톡톡히 한다. 그는 예능 달인'이 보여주는 특유의 뽕끼가 없다. 비록 차승원이 차린 밥상에 숟가락 하나 올려놓는 역할이지만 그 내공이 묘하게 감칠맛이 난다. << 삼시 세 끼 >> 가 그 흔한 리얼버라이어티의 과잉'에 빠지지 않는 데에는 유해진이라는 타고난 배우'가 큰 몫을 했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

차승원이 셜록 홈즈'라면, 유해진은 왓슨이다. 시청자가 기막한 짝패의 소꿉놀이에 동화되는 이유'다













 


 


 

  1. 16세기 중엽 프랑스에서 발생하여 유행한 풍자적인 노래를 뜻했으나 차차 무대예술적인 요소와 결부되어 현재와 같은 형태로 바뀌었다. 발생지 발 드 비르(Val de Vire)가 전화(轉化)한 것이라고도 하고 본래의 풍자성을 뜻하는 부아 드 빌(voix de ville:거리의 소리)이 변한 말이라고도 한다 ( 출처 네이버 지식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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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5-02-22 18: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얼 버라이어티를 통해 대중에게 주목받았던 남자 연예인들을 보면 딱 정해진 패턴이 있는 것 같아요. 7년 전에 <우리 결혼했어요>가 떴을 때 사랑하는 여자의 발을 씻겨주는 알렉스가 모든 여성들이 원하는 이상형이었다면 작년에는 아이 잘 돌보는 슈퍼 대디가 대세였죠. 그러다가 차승원의 등장으로 요리 솜씨 좋은 남성이 호응을 얻고 있어요. 그런데 알고 보면 특이할 만한 사항도 아닌데 대중은 이런 캐릭터를 늘 선호합니다. 결국 대한민국 남자가 여자들에게 사랑받으려면 사랑하는 여자를 잘 배려해주고, 요리 잘 하고, 아이 잘 돌 보는 만능 엔터테이너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몇 년이 지나면 이 세 가지 조건에 부합하는 연예인이 등장해서 인기를 얻겠죠. 아! 물론 멋진 남자가 되기 위한 기본적인 조건으로 외모도 받쳐줘야 한다는 사실을 간과하지 말아야죠. ^^;;

곰곰생각하는발 2015-02-22 18:47   좋아요 0 | URL
알렉스의 문제는 상대 여성에게 사랑받고 싶다는 욕심 때문에 세족식`을 한 게 아니라 거꾸로 시청자에게 사랑받고 싶어서 상대 여성에게 세족식을 한다는 점이죠. 철저하게 계산된 것. 이런 것은 리얼이 아니라 판타지인데 시청자는 자꾸 리얼로 받아들이려고 합니다. 카메라가 돌아가는 순간 모든 사람은 연기를 하기 시작하죠. 이 사회는 너무 많은 것을 요구해요. 그게 피곤합니다. 그냥 덜 주고 덜 받는 게 가장 좋은 데 과하게 주면 과하게 돌려주어야 하니 서로 피곤하게 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그래서 삼시세끼`는 과장된 뽕끼가 가정 적어서 볼만합니다.

stella.K 2015-02-22 21: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웬만해서 예능은 잘 안 보는데 <삼시세끼>는 시즌1 때부터 자주 보는 프로그램 입니다.
시즌1은 뭐 이런 프로그림이 다 있나 신기해서 봤는데 시즌2에 비하면 이서진이 비교적 요리를 진지하게
한다는 것뿐이지 딱히 잘하는 건 아니었죠.
그런데 차승원은 정말 물을 만난 고기처럼 자신의 존재감을 확실히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그도 왜 이런 프로를 진작 못 만났을까 싶을 거예요. 그래서 요즘 인기 급상승이라죠.
누구는 책 읽는 남자는 섹시하다고 하는데 요리 잘하는 남자가 한 수 위는 아닐까 싶습니다.
여성들한텐 로망이죠. 솔직히 책 읽는 남자는 보기만 좋지 여자들을 기분 좋게 하는 건 아니거든요.
요리는 역사 이래 여자의 숙명이나 다름이 아닌 것을 타인 그것도 남자에게서 본다는 건 엄청난 거죠.

그런데 저는 시즌1 때는 단순하게 봤어요. 우린 항상 먹기 위해 사느냐 살기위해 먹느냐 고민하는데
여긴 딱 살기위해 먹는다는 미션이잖아요.
과연 살기 위해 먹는 인간은 어떤 거지? 그런 것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게되더군요.
그런데 시즌2는 그냥 놀이를 보는 것 같아요.
님의 마지막 비유가 딱이네요!

우결은 젊은 사람은 나름 좋다고 볼지 모르겠지만 나 같은 사람은 사랑이 저렇게 유치한 건가?
정말 눈꼴 시어 못 보겠더군요. 내 동생은 남잔데도 삭신이 쑤신다더군요.ㅋ
젤 못 봐줄 게 우결과 스타들 자기 아이들 내세워 돈 벌어 먹으면서 자식 자랑하는 대놓고 하는
꼴불견인 프로들이죠.
무슨 스타가 대를 잇는 세습 권력이라도 되는 양 하는 것도 못 마땅하고. 쩝

곰곰생각하는발 2015-02-23 06:41   좋아요 0 | URL
전 책 읽는 사람이 왜 섹시한지 잘 모르겠습니다.
책 읽는 사람이 섹시하다는 것은 반드시 ˝ 섹시한 사람이 책을 읽으면 더 섹시하다 ˝ 는 것을 전제로 한 것이니
그냥 보통 사람이 책을 읽으면 전혀 섹시하지 않죠. 결국 섹스와 책 읽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
책 읽는 사람이 색시하다면 저는 아마도 바람둥이가 되지 않았을까열..

맞습니다. 삼시세끼는 오롯이 살기 위해 먹는 행위`를 보여줍니다. 몸을 움직이지 않으면 굶을 수밖에 없으니 말이죠.

우결은 정말 최악이죠. 이걸 좋아하는 대한민국 시청자 보고 절망했던 적이 있습니다. 한국인 정말 교양없구나, 라는 정도...이 뻔한 속임... 이런 걸 꼭 봐야 하나 ? 국민 세금으로 만들어진 방송을 말이죠.
자기 아이들 내셍우는 거 정말 보기 흉하죠. 이런 짓을 그만했으면 합니다.
파일럿 방송인가요. 설에 < 아빠를 부탁해 > 일가요. 요거 하던데...
개인적으로 무척 끔찍해씀.... 특히 강석우 편은 전율 그 자체였습니다.

마태우스 2015-02-22 19: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반갑습니다 저도 이번 설 연휴 때 삼시세끼 처음으로 봤어요 아내 때문에 본 거지만....처음엔 실수 연발해서 굶는 내용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더라고요. 차승원의 요리솜씨에 감탄하면서 넋놓고 봤습니다. 그 이면에 있는 장치를 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역시 알고 봐야 더 재밌는 것 같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5-02-23 06:46   좋아요 0 | URL
저도 설연휴에 몰아서 봤습니다. 방송사에서 뜬다 하니 아예 24시간 하더군요.. ㅎㅎㅎㅎ
차승원 요리 솜씨 보면서 항상 감동하게 되는게 그의 요리 몸짓은 숙성된 거라는 거죠.
몸에 착 자연스럽게 달라붙었잖요.
옛날에 이영애가 집에서 요리하는 거 보여주는 다큐가 있었는데
김치전인가 뭔가 하는데 아마 1시간은 걸리더군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머니는 무조건 자식이 배고프다고 하면 10만에 뭔가 뚝딱 내옵니다. 그 속전속결을 차승원도 가지고 있더군요. 알렉스가 요리를 한다면 차승원은 음식을 하는 거죠.

요리와 음식은 엄연히 다릅니다. 우리는 왜 집에서 요리를 먹는 게 아니라 음식을 먹잖아요. 삼시 세 끼는 여타 요리 프로와는 다른 음식에 대한 이야기 같습니다. 참.. 새해 복 마니 받으셨죠 ? 뒤늦게 인사올립니다.

마태우스 2015-02-24 02:09   좋아요 0 | URL
그래요 한두번 해본 솜씨가 아니라서 더 감동이었던 것 같습니다. 님도 설 잘 보내셨기를..>!

2015-02-24 17: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2-24 18: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2-26 14: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5-02-26 16:09   좋아요 0 | URL
호호호 감사합니다.
 

 

 

 

제임스 딘과 오디션

 

 

 

 

 

 

제임스 딘'은 영원한 " 젊음의 초상 " 이다. 시대마다 선호하는 얼굴이 있기에 20세기 얼굴이 21세기에도 여전히 매력적이라는 전제는 틀리다. 하지만 제임스 딘'은 불멸이다. 얼굴을 자세히 뜯어보면 제임스 딘은 눈이 약간 사시斜視'처럼 보인다. 딱 꼬집어 말할 수는 없으나 좌우가 비대칭이라는 느낌도 든다. 미인( 혹은 미남 )의 기준은 좌우 대칭'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제임스 딘은 예외라고 할 수 있는데 바로 그 점 때문에 제임스 딘은 매력있다. 멀리 볼 것 없다. << 모나 리자 >> 그림이 신비로운 이유는 그림 속에 그려진 리사 부인의 얼굴이 엇박자 비대칭이기 때문에 그렇다. 불완전한 존재가 만들어내는 그 불완전성이 아름다움을 발산하는 것이다. 기계적으로 완벽한 대칭은 아름다울 수는 있지만 독특한 개성과 예술적 아우라를 만들 수는 없다.

비너스는 아름다운 존재이지만 독특한 개성이 있거나 아우라가 있는 존재는 아니다.  결핍이 매력을 만든다. 어쩌면 비너스야말로 매우 평범한 미인'이다. 엘리어 카잔 감독이 연출한 << 에덴의 동쪽 >> 에서 제임스 딘'은 결핍덩어리 캐릭터'로 나온다. 제임스 딘은 타자들의 지지와 환호에는 관심이 없다. 그가 가지고 있는 결핍은 오로지 아버지가 " 사랑한다, 아들아 ! " 라고 말할 때에 치유될 수 있는 " 인정 욕구 " 에 해당된다. 그는 아버지에게 인정받고 싶어 하는 한국판 홍길동'이다. 결론은 해피엔딩'이다. 죽음을 앞둔 아버지는 아들과 화해한다. 한국인이 좋아할 만한 서사'이면서 흔한 줄거리 흐름'이다. 엘리어 카잔이 터키에서 태어났다는 점 ( 부모는 그리스 사람이다. ) 을 감안하면 이 영화에 흐르는 동양적 가족주의'를 이해할 수 있다.

sbs 오디션 프로그램 << 케이팝스타 >> 를 보다 보면 자꾸 << 에덴의 동쪽 >> 에서 아버지에게 인정받고 싶어서 안절부절 못하는 제임스 딘'이 떠오른다. 이 프로그램을 시즌마다 챙겨 보다가 어느 순간부터 참가자들이 똥 마려운 강아지처럼 심사위원 눈치만 살피는 상황에 실망하게 되었다. 언제부터인가 무대 위 대기자들은 무대 중앙에서 노래를 부르는 참가자'보다 노래를 듣고 반응하는 심사위원 얼굴을 살피느라 계속 곁눈질을 하는 모습이 자주 포착된다. 무대 위에 서 있는 대기자들이 동료 참가자의 노래는 듣지 않고 심사위원의 심사'만 살피는 것은 그리 유쾌하지 않다. 귀는 열려 있으나 정작 눈으로 심사위원 심사를 꼼꼼하게 확인한다. 이러한 현상이 두드러지는 이유는 심사위원의 과도한 오버 액션 때문이다.

특히 박진영은 얼굴 표정에서 호불호가 분명하게 드러난다. 이러한 감정 표현을 스스로는 " 아메리칸 스똬일 " 이라고 주장할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보기엔 촌스러운 " 뽕끼 " 처럼 보인다. 적어도 심사위원이라면 적당한 포커페이스'가 중요하다. 왜냐하면 호들갑을 떠는 박진영표 얼굴 표정'이 노래를 부르는 참가자에게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박진영이 공기 반 소리 반과 함께 자주 하는 소리가 자신감을 가지고 노래를 불러야 한다는 말이다. 그런데 박진영이 특정 참가자에게 환희에 차서 두 팔 벌리며 호들갑을 떨 때는 노래를 부르고 있는 참가자에게 응원이 될 수 있지만, 반대로 아무 반응 없이 심각하게 바라보면 노래를 부르고 있는 참가자는 자신감이 급격히 떨어져서 노래를 더욱 못 부를 수가 있다. 박진영은 그 사실을 잘 모르는 것 같다.

기쁨은 노래가 끝나서 나서 해도 된다. 노래 부르는 중간에 휘파람 불며 만세 날리는 자세는 심사위원이 갖춰야 할 공평한 심사'가 아니다. 그의 몸짓은 이미 심사평이 나오기 전에 감지할 수 있는 수준이다. 점수를 확인하기 전에 이미 점수가 공개된 것과 다르지 않다. 그러니 노래 부르고 있는 참가자나 참가자 뒤에서 다음 순서를 기다리는 대기자가 심사위원의 일거수일투족을 확인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이다. 참가자에게 있어서 심사위원은 생사여탈권을 손에 쥔 神 같은 존재'다. 그들이 농담으로 하는 말조차도 참가자들은 허투루 들을 수 없는 이유이다. 심사위원이 내뱉는 말은 정언명령 定言命令이나 다름없다. << 케이팝스타 >> 는 시즌이 시작되고 회를 거듭할수록 흥미를 잃는 이유는 지나친 " 개입 " 에 있다.  

정석대로라면 생방송 본선 진출 대회가 예선 대회보다 흥미진진하게 진행되어야 하는데 오히려 흥미가 반감된다. 특히 탑10이 결정된 이후로는 더 이상 보고 싶은 생각이 없다. 왜냐하면 그 지점까지 오르게 되면 참가자 본인이 가지고 있는 색깔(개성)은 탈색되고 심사위원이 요구한 때때옷을 입은, 몸에 맞지 않은 옷은 입은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이제 더 이상 처음 보았을 때의 아마츄어가 아니다. 그들은 심사위원이 요구하는 대로 살을 빼고, 발성을 배우고, 화장을 칠하고 무대 위에 오르지만 어느 순간부터 그들은 아마추어도 아니고 프로도 아닌 어정쩡한 존재가 된다. 케이팝스타가 불쾌해지는 대목이다. 알록달록한 때때옷을 입히고 좋아라 하는 어른을 볼 때 느끼게 되는 감정이랄까 ?  

제임스 딘이 매력있는 이유는 불완전한 결핍 때문이다. 만약에 이 결핍이 채워진다면 제임스 딘은 그저 그렇고 그런, 잘생긴, 흔한 배우'로 남았을 것이다. 내가 보기에 케이팝스타 참가자들에 가장 매력적인 때는 다듬어지지 않은 목소리로 노래를 부를 때이다. 심사위원들이 아이들의 미래를 망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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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5-02-21 13: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심사위원들이 아이들의 미래를 망친다! 진리 같군요. ㅋ
저는 뭐 예능 프로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 케이팝은 벌써 졸업했는데
정말 톱10에 들어가면 아이들의 피로가 역력하더군요. 이게 뭐하는 건가 싶기도 하고
그래도 아이들 입장에선 포기하긴 어렵겠죠.
저도 심사위원의 중립적 태도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이건 비단 박진영의 문제만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카메라가 또 그 표정을 놓치지 않고 그대로 보여 주잖아요.
이성 보단 감성이 중요하다고 떠들다보니 아무대서나 감정을 발산하는 것이 그꼴이 된 거겠죠.
확실히 오디션 프로그램은 한계가 많다고 봐요.
하다못해 아침마당 같은 프로도 일부러 방청 온 사람들한테 시키잖아요. ˝아아~!˝ 이런 거 하라고.
오디션 프로는 송해 씨가 하는 전국 노래자랑이 짱이죠.ㅋㅋ

곰곰생각하는발 2015-02-21 13:08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송해 전국노래자랑이 진리져...... 이 전노자랑이 가만 보면 뽕끼 작렬하는 방송 같지만
사실은 굉장히 아메리칸 스타일입니다.

100% 시청자 투표로 진행됩니다.. 요런 것도 다 거짓말...
사실은 카메라가 어떻게 개입하느냐에 따라 막귀인 시청자는 카메라 워킹과 심사위원 표정 그리고 심사평에 따라 움직일 수밖에 없져.. ㅎㅎㅎㅎㅎㅎ
 
꼬마 한스와 도라 프로이트 전집 8
프로이트 지음, 김재혁 외 옮김 / 열린책들 / 2004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말과 레슬링

 

 

 


 

이런 말 하면 당사자인 선수에게 빠데루 한 판 당하겠지만, 나는 " 레슬링 " 경기를 볼 때마다 뭔가 우스꽝스러웠다. 빠떼루 자세도 그렇고 유니폼 디자인도 이상했다. 움푹 파인 어깨 끈은 교묘하게 남성 유두를 돋보이게 만들고 남근 또한 도드라진다. 그뿐인가. 엉덩이 골도 적나라하여 앞에서 봐도 민망하고 뒤에서 봐도 민망하다. 온가족이 즐겁게 스포츠를 관람하기에는 뭔가 좀...... 섹시하기보다는 민망한 구석이 있었다. 권투나 유도 경기 같은 격투 경기와도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내 눈에는 자꾸 " 싸움 " 이 아니라 " 러브 " 처럼 느껴졌다. 코헨 형제가 연출한 << 바톤 핑크 >> 는 레슬링 영화 시나리오를 써야 하는 극작가 바톤 핑크에 대한 이야기'인데 내가 이 영화에서 발견한 것은 동성애 코드'였다.

코헨 형제는 민중 봉기를 다룬 연극 대본으로 유명해진 바톤 핑크를 동성애자( PINK : 좌파, 빨갱이, 동성애자 ) 로 설정한 후 그 사실을 숨기기 위해 이름을 핑크( FINK : 파업 파괴자, 경찰관 ) 로 만든다. 겉과 속이 전혀 다른 것이다. 지킬 박사와 하이드의 관계처럼 바톤 핑크의 내면이 pink라면 외면은 fink이다. fink는 매카시 광기'로 상징되는 동성애 사냥을 피하기 위한 가면 장치'이다. 들뢰즈를 인용하자면 " FINK ㅡ 되기 " 이다. 그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동성애를 숨긴 채 << 보이 러브 : boy love >> 대신 << 보이 파이트 : boy fight  >> 인 레슬링 영화 시나리오를 써야 한다. 이 영화의 주제는 동성애 공포'다. 주인공 바톤 핑크는 곤경에 빠진다. 그는 pink이지만 fink를 찬양해야 한다.  

 

http://blog.aladin.co.kr/749915104/7084469 : 자세한 내용은 사랑의 빠떼루'에서


<< 머니볼 >> 과 << 카포티 >> 를 연출해서 평단으로부터 " 꽤 " 인정받은 베넷 밀러 감독이 만든 << 폭스캐처 >> 또한 올림픽 레슬링'을 소재로 한 영화인데 공교롭게도 << 바톤핑크 >> 처럼 동성애를 다룬다. 동성애 코드'가 표면적으로는 드러나지 않지만 이 영화를 끌고 가는 힘은 존 듀폰과 마크 슐츠 사이에 오가는 동성애적 감정 교류    혹은 존 듀폰의 일방적 동성애 지향     로, 서사 진행에 팽팽한 긴장감을 선사한다. 이들은 유사 부자 관계에 놓여 있다. 마크 슐츠는  유사 아버지'인 억만장자 재벌 존 듀폰에게 인정받고 싶어 한다. 문제는 존 듀폰이라는 병약한 억만장자가 가지고 있는 정체성에 있다. 그는 아버지라는 자리'에 앉기에는 남성성이 결여된 미성숙한 존재'다.

마크 슐츠   마크 슐츠는 형에게서 벗어나 보란 듯이 성공하고 싶지만 벗어나려고 발버둥칠수록 형의 도움이 간절하다. 마크 슐츠에게 있어서 형은 아버지이면서 애증의 관계이다      처럼 존 듀폰은 어머니에게 인정받고 싶은 마음에 어머니가 보는 앞에서 보이후드(레슬링 선수들)을 지배하는 퍼포먼스를 연출한다. 내가 이 영화에 대해 흥미를 갖는 데에는 존 듀폰의 신경증이 프로이트가 저술한 << 꼬마 한스 >> 와 병례가 비슷하다는 점 때문이었다. 자, 영화 이야기는 잠시 접어두고 프로이트의 << 꼬마 한스 >> 에 푹 빠져 봅시다. 다섯 살바기 꼬마 한스는 " 말 공포증 " 에 시달린다. 한스는 우연히 말이 쓰러져 죽는 모습을 가까이서 목격한 후,  말이 자기 " 고추 " 를 물어뜯을지도 모른다는 공포심에 사로잡혀  당시 마차가 교통 수단이었던 거리를 다닐 수 없었다.

프로이트는 이 아이에 대한 치료를 진행하면서 꼬마 한스가 말과 아버지를 동일시했다고 주장한다. 항문기에 흔히  나타나는 오이디푸스 컴플렉스 ( 오이디푸스 컴플렉스 : 아들이 어머니를 차지하고자 하는 욕망에 근거한 생각, 원망, 감정의 복합체. 아버지에게 반감을 가지는 경향이 있다 ) 는 한스에게도 예외는 아니었는데, 아버지가 죽었으면 하는 생각에 골몰할 때 우연히 말이 죽는 모습을 목격하게 되어 " 아버지 = 말 " 을 동일시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 공포증은 바람이면서 동시에 죄의식'이 겹쳐진 형태로 나타난 증후였다. 영화 << 폭스 캐처 >> 에서 억만장자 존 듀폰'는 항문기인 꼬마 한스를 닮았다. 생후 8개월 ~ 5살 기간에 형성되는 시기를 항문기'라고 하는데 존 듀폰은  이 또래 사내아이들이 즐겨 하는 놀이를 탐닉한다. 

그에게 있어서 레슬링은 " 스포츠 " 라기보다는 " 놀이 "에 가깝다. 그는 돈을 주고 보이후드의 골목대장'이 된다. 또한 그가 억만장자라는 점을 감안하면 장갑차와 기관단총은 장난감에 불과하다. 그는 꼬마아이들이 장난감을 수집하는 것처럼  비싼 전쟁 무기를 모은다. 그는 아이에서 어른으로 성장하지 못한 채 아이'인 상태로 고착된다. 그 또한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결핍(콤플렉스)를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그가 보이후드들의 코치'가 되고 싶은 이유는 자신에게 결여된 남성성, 나아가 " 아버지의 자리 " 를 획득하고 싶었다는 데 있다. 그가 항문기 고착 장애 환자'라는 것은 어머니가 애지중지하는 말을 경멸하는 부분에서 잘 나타난다. 프로이트의 다섯 살바기 꼬마 한스와 존 듀폰을 동일 인물로 본다면 존 듀폰의 어머니와 애착 관계에 놓인 말은 아버지'를 상징하는 토템이다.   


마크 슐츠가 세계선수권 대회에서 금메달을 딴 직후,  듀폰이 승마 우승 황금 트로피로 장식된 진열장을 치우고 대신 소박한 레슬링 메달을 놓는 장면은 상징적이다. 말에 대한 애증은 존 듀폰의 어머니가 죽자 어머니가 애지중지 키우던 말을 모두 풀어주는 장면 다음에 장갑차에 장착할 기관단총을 클로우즈업으로 연결한, 계산된 편집에서도 잘 드러난다. 그것은 일종의 상징적 아버지 살해 욕망'이다. 그는 말 눈알'을 찌른 에쿠우스'다. (상징적으로) 말을 죽임으로써 오이디푸스 욕망은 (상징적) 실천했지만 이미 어머니는 죽은 다음이기에 이 욕망을 실패한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 영화는 실제로 존 듀폰이 어릴 적에 말을 타다가 낙상을 당해 성불구자가 되어 동성애자가 되었다는, 확인되지 않은 은밀한 소문이 떠돌기도 했었다.  

 

영화에서는 자세한 묘사를 하지 않았지만 그가 왜 말을 경멸하는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다시 꼬마 한스로 돌아오면, 꼬마 한스는 여자에게는 난폭하게 구는 반면 남자에게는 또래 아이를 지배하고 정복하려는 자세를 보였다고 한다. 존 듀폰도 마찬가지'다. 그는 전형적인 항문기 고작 장애 환자'다. 감독이 영화를 만들면서 참고한 텍스트에는 반드시 프로이트의 << 꼬마 한스 >> 가 포함되었으리라 생각된다. 우선 이 영화는 세 명의 주연 배우가 펼치는 연기가 압권이다. 채닝 테이텀은 잘생기고 몸 좋은 배우라는 내 편견을 없애버렸고, 스티브 카렐은 놀랄 만한 변신을 했다. 아무 정보 없이 이 영화를 보았다면 존 듀폰를 연기한 배우가 코미디 배우가 스티브 카렐이라는 사실을 몰랐을 것이다.

 

마크 러펠로의 연기도 뛰어나다. 무엇보다 슐츠 형제로 나오는 러펠로와 채닝 테이텀이 펼치는 레슬링 장면은 연기에 의한 " 액션 " 이 아니라 실제 레슬링 선수들이 펼치는 몸 감각'이어서 깜짝 놀랐다. 베넷 밀러 감독, 앞으로 눈여겨보아야 할 감독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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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생각해도.....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프리드리히 니체는 신통방통한 존재'다. 그는 본질을 꿰뚫는 천리안을 가졌다. 그가 이런 말을 했다. " 결과를 원인으로 잘못 보는 것보다 더 위험한 오류는 없다. 나는 그것은 이성이 본질적으로 타락한 모습이라고 본다. " 이 문장을 읽었을 때 무릎 탁, 치고 아, 했다. 김태훈 칼럼 논란도 결과를 원인으로 잘못 보는 과정에서 오는 오류'이다. 김태훈은 김 군이 드센 페미니즘 때문에 조국을 등지고 IS행'을 선택했다고 주장한다. 그 단서로는 김 군이 페이스북에 남긴 " 나는 페미니스트가 싫어요. " 라는 문장이다. 여기서 A << 원인 : 드센 페미니스트 >> 과 B << 결과 : IS행 >> 으로 나뉜다. 그런데 김태훈의 이분법은 틀렸다. 왜냐하면 A와 B는 모두 어떤 것의 결과'이기 때문이다.

A와 B는 결과'라는 카테고리에 묶여야 한다. 그런데 김태훈은 니체가 말한 결과를 원인으로 잘못 본다. 그렇다면 진짜 원인은 무엇일까 ? 추측컨대, 원인은 김 군이 또래 문화에 적응하지 못한 채 중학교 졸업 후 학업을 포기한 채 은둔형 외톨이로 지냈다는 것에서 원인을 찾아야 한다. 왕따 경험은 수컷으로서의 자존감을 상실하게 만드는 계기가 되었고, 그 상실에서 오는 증오가 상대적 약자인 여성에게 전이된 결과'가 " 드센 페미니스트 혐오 " 이다. 종합하면 A << 원인 : 은둔형 외톨이에서 오는 폐쇄적 생활 >> B << 결과 : 여성 혐오, IS 행 >> 이다. 김 군이 IS행을 선택한 심리적 동인은 여성 때문이 아니라 자신을 손가락질하고 괴롭혔던 수컷에게 인정받고 싶다는 욕망 때문이다.

IS는 훈련을 통해 하디바디로 탄생할 수 있는 하드바디 육성소'다. 그는 하드바디가 되어서 보란 듯이 자신을 놀린 수컷들 앞에 당당하게 나서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 역설적이게도 그가 남성성을 과시하고 싶었던 대상은 여성이 아니라 남성인 것이다. 김태훈은 페미니스트들이 김 군에게 무슨 짓을 했냐며 눈알 불알이며 주먹 불끈 쥐었지만 김 군에게 무슨 짓을 한 것은 여성이 아니라 아마도 자신을 무시하고 괴롭힌 또래 남자이었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내 추측이 맞다고 했을 때 김태훈은 엉뚱한 사람에게 손가락질을 한 것이다.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웠으니 글이 제대로 굴러갈 리가 없다. 그는 이 칼럼에서 페미니스트를 비판하거나 혹은 사이비 페미니스트를 비판하려고 했던 것이 아니라 페미니즘 비판이라는 이름으로 그냥 드센 여자'를 신랄하게 까고 싶었던 것이다.

이처럼 결과를 원인으로 착각하는 경우는 비일비재하다. 강간 사건을 예로 들어 보자. 성폭행 당한 여자와 성폭행한 남자 가운데 어느 쪽이 결과이고 원인일까 ? 시간 순서상, 결과 다음에 원인'이 올 수는 없다. 이 말은 자식이 부모를 낳았다 라는 소리와 같으니까. 강간 사건에서  결과는 성폭행 당한 상황'이다. 어떤 사건에 있어서 피해자는 항상 결과'일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원인은 성폭행한 가해자가 될 수밖에 없다. << 원인 : 짐승 같은 놈 >> 때문에 << 결과 : 성폭행 당한 여자 >> 가 발생한다. 그런데 " 결과를 원인으로 잘못 보는 경우 " 가 발생하면 니체가 말한 것처럼 이성이 본질적으로 타락한 모습이 된다. << 원인 : 짧은 미니스커트를 입고 늦은 밤에 돌아다닌 여자 >> 때문에 << 결과 : 꼴린 남자 >> 가 여자를 성폭행했다는 식으로 호도된다.

한순간에 뒤죽박죽이 된다. 이런 수작을 가장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집단이 대한민국 남성들이다. 성 범죄 사건에서 적극적으로 저항하지 않았기에 여자에게도 책임이 있다는 말은 틀린 말이다. << 원인 : 여자가 적극적으로 거부 의사 표시 >> 를 하지 않았기에 << 결과 : 남자가 메지시를 잘못 읽고 >> 여성을 건드렸다는 주장이지만, 정확히 말하자면 << 원인 : 남자가 권력을 이용하여 >> 여자에게 겁을 주었기에 << 결과 : 겁에 질린 여자가 적극적으로 거부 의사 표시 >> 를 할 수 없었던 것이다. 이런 식의 도치법은 피해자를 마치 가해자로 만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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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5-02-17 16: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데 여자들 스스로도 그런 생각을 한다는 거죠.
사실 저만해도 미니스커트는 왜 입을까? 단순히 이쁘니까 입는다라는 말로
설명이 다는 아니잖아요.

제가 요즘 읽는 <눈먼 종교를 위한 인문학>에서도
예수님은 진정한 페미니스트라는 거죠. 그 이유를 조목조목 대면서
진정한 페미니즘은 결국 휴머니즘이라고 하죠. 그럴 때 여성학이나 여성신학은 없어질 거라고.

그런데 난 저 김군 좀 의심이 가요. 내가 뭐 요즘 아이들을 안다고는 할 수 없지만
페미니스트가 싫어서 IS가 됐다 잘 수긍이 안 가요. 겁대가리가 없는 거지 자기자신을
증명하기 위해 꼴리는대로 행동해 IS가 됐다. 말이 되나?
그냥 언론에서 대충 끼워 맞춘 조작된 김군 아닌가 싶기도 하고.
그게 사실이라면 엄청난 또라인거고 걔가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까 걱정도 되고
가족과 김군의 장래를 생각해 언론은 자제할 필요가 있겠죠.

곰곰생각하는발 2015-02-19 06:03   좋아요 0 | URL
뭐 예쁘니깐 입는 거 아니겠습니까. ㅎㅎㅎ.
저도 예수는 페미니스트`라고 생각합니다.
예수야말로 정말 과격 좌파 빨갱이에 속하죠.
진보적 인물이었습니다.

김 군은 아마도 자기 소속에 대한 경멸이 작동했기에 떠난 게 아닌가 싶습니다.
어차피 여기 있어 보았자 절망 밖에는 없으니까
아무도 자신을 존중하지 않을 테니까
희망이보이지 않으니까...

마립간 2015-02-17 16: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결과를 원인으로 잘못 보는 것보다 더 위험한 오류는 없다. ; 위험한 정도는 모르겠지만, 이 오류는 흔하게 발생합니다.

곰곰발 님이 제시하신 위 경우는 오류의 가능성이 적은 비교적 명확한 경우에 해당합니다. 가장 객관적이라는 자연과학에서도 혼동하는 경우가 많았고, 자연과학과 사회과학이 뒤엉킨 의학에서는 셀 수 없이 많이 발생하는 오류이죠.

많은 사람들이 현명한 판단을 못하기도 하고 현명한 판단을 할 능력이 안 되기도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 역시 무오류라고 장담할 수 없기에 알라딘에서 검정받으려하고 있고요.

곰곰생각하는발 2015-02-19 06:04   좋아요 0 | URL
니체가 결과는 원인... 이 말을 하면서 인용한 사례가
바로 의학부분입니다.
혹 안 앍으셨다면 << 즐거운 지식 >> 추전합니다.

마립간 2015-02-20 21:37   좋아요 0 | URL
그래서 위험하다고 이야기했군요.

2015-02-19 21: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2-20 09: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나쁜 여자

 

 

결과를 원인으로 잘못 보는 것보다 더 위험한 오류는 없다. 나는 그것은 이성이 본질적으로 타락한 모습이라고 본다.

ㅡ 니체, 우상의 황혼 中


가수 남진이 부른 노래 가운데 << 마음이 고와야지 >> 라는 곡이 있다. 가사가 재미있다. " 마음이 고와야 여자지 / 얼굴만 예쁘다고 여자냐 / 한 번만 마음 주면 변치 않는 여자가 정말 여자지 ......"  가사는 예쁜 얼굴보다는 착한 마음'을 강조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핵심은 세 가지 조건을 모두 갖추어야 한다는 주문이다.  노래 가사에서 " 얼굴 예쁘다고 여자냐 ? " 라고 묻지 않고 " 얼굴 예쁘다고 여자냐 ? " 라는 반문은 얼굴이 예뻐야 하는 것은 기본으로 설정하고는 여기에 덧대어 마음도 고와야 하고, 한눈 팔지 말고 한 남자만 사랑하는 순애보'도 갖추어야 한다는 소리다. 이 정도면 한국 사회는 여자에게 요구하는 게 너무 많다.

 

일단 ㉠ 마음이 고와야 하고, ㉡ 얼굴도 예뻐야 하고, ㉢ 일편단심 민들레가 되어야 하는 것은 기본 조건'이고, 덧대어 ㉣ 애는 반드시 낳아야 하고, ㉤  너무 많이 배워도 안 되고, ㉥ 남편보다 돈을 많이 벌어도 안 되고, ㉦ 운전을 못해도 안 되고, ㉧ 새빨간 루즈를 칠해도 안 되고, 그렇다고 ㉨ 화장을 아예 안 해도 문제가 된다. ( 나머지는 모두 기타 등등... )  만약에 애가 없으면 조국애도 없는데 모성애도 없는 매국노가 되고 ( ㄹ ), 아는 게 너무 많으면 잘난 척하는 여자가 되고 ( ㅁ ), 돈 많이 벌면 남편 기죽이는 순악질 여사가 되고( ㅂ ), 운전을 못하면 김여사가 되고 ( ㅅ), 화장을 진하게 하면 천박한 여자가 되고 ( ㅇ ) , 맨 얼굴'은 게으른 여자의 표본이 된다 ( ㅈ ). 

 

그런데 남자는 정반대'이다. 여자에게는 착한 마음씨'를 강조하면서 정작 남자에게는 살벌한 직장 조직 내에서는 적당히 나쁜 남자'가 되어야 출세에 도움이 된다고 충고한다. 남성 사회에서 나쁜 남자는 성적 매력을 가지지만 착한 남자'는 성적 매력이 없는 바보로 통한다. 어디 그뿐인가 ? 지나치게 외모에 신경 쓰면 오히려 사내답지 못하다는 소리도 듣는다. 그리고 앞으로 결혼할 미래의 아내를 위해 순결 선언'을 하는 동시에 병신 쪼다라는 소리를 듣기 십상이다. 남자는 그냥 " 배짱 " 하나만 있으면 된다. 이처럼 한국 사회가 남자와 여자를 대하는 잣대'가 다르다. 요즘 김태훈이 쓴 칼럼 << IS보다 무뇌아적 페미니즘이 더 무서워요 >> 라는 글이 비판을 받고 있는 모양이다. 제목부터 살벌하다. 긴 글이지만 전체를 옮겨본다.

 

 

 

 

 

 

내가 논술 시험 채점자라면 " 페미니즘 논란 " 을 떠나서 이 글이 보여주는 논리적 진술에 낙제점'을 주겠다. 영화 << 베트맨 >> 에서 조커가 언급한 "  너는 나를 만들었고, 나는 너를 만들었다. " 라는 대사와 " 무뇌아적 페미니스트 때문에 무뇌아적 일베'가 탄생하게 되었다 " 는 주장을 동일선상에서 엮으려는 것은 억지에 가깝다. 이 주장은 페미니스트에게 " 네가 일베의 에미다 ! " 라는 커밍아웃처럼 들린다. " 일국의 에미 " 도 아니고 " 일베의 에미 " 라고 하니 듣는 여성 입장에서는 " 이런 니미 ! " 그가 하고 싶은 말은 둘 다 한통속'이라는 말이다. 하지만 논리적으로 따지고 들면 둘 다 똑같은 족속이라는 주장은 얼토당토 목금토'다. 이 논리는 " 미친 년이 짧은 빤스 입고 오밤중에 돌아댕기니께 끔찍헌 일이 생긴 것이여... " 라고 말하거나 가정 폭력 사건을 보며 " 사내가 지 마누라를 그리 때리면 되남. 헌데 여편네가 맞을 짓을 헛으니께 때렸것지, 안 그려 ? " 라고 말하는 주장과 다를 것이 없다. 

여기서 짧은 미니스커트는 원인이고, 강간 사건은 결과'이다. 둘 다 똑같다고 말할 수 있나 ?  김태훈은 그렇다고 말하는 것 같다. 개 주인이 흔히 말하는 " 우리 개는 물지 않아요 ! " 는 <<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 >> 이다. 개가 자신(주인)은 절대 물지 않기 때문에 다른 사람도 물지 않으리라는 확신은 중간 단계를 검증하지 않고 섣불리 내린 결론이다. 하나만 보면 열을 안다는 말이야말로 대표적인 "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 " 이다. 하나만 보고 나서 전체를 판단하면 안 된다. 삼세판'은 기본이지 않은가 ?  하지만 김태훈은 터키로 떠난 고등학생이 남긴 " 페미니스트가 싫어요 ! " 라는 말을 단서로 극성스러운 페미니스트 때문에 IS로 떠났다고 판단하는 모양인데, 그것은 수많은 직소 퍼즐 조각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오히려 수컷 세계에서 도태된 수컷의 좌절이 대한민국을 등지게 만든 요인은 아니었을까 ?

그는 21세기는 온전히 페미니즘의 시대'라고 단언한 후 " 온전한 페미니즘의 증후 " 를 나열한다. 남녀평등은 상식이 되었고, 이혼 제도는 재산의 절반을 보장하고, 성희롱을 한 남자는 사회적으로 매장당한다고 불만이 섞인 뉘앙스로 말한다. 그러니까 그는 이러한 요구가 억지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는 재산 공동 분할, 가사노동 인정, 군 가산점 제도 철폐'가 진정한 페미니즘인가라고 되묻는다. 불만이 뚝뚝 묻어나는 논조'다. 여성이여, 찌질하게 자기 밥그릇 싸움하지 말고 좀더 대의적인 투쟁을 선언합시다 ! 여기서 김태훈이 착각하고 있는 것은 이러한 주장은 과잉이 아니라 오히려 가장 단순하고 오래된 평등권'에 대한 욕망이라는 점이다. 그것은 선택 사항'이 아니라 필수'다. 반면 김태훈은 필수를 선택 항목이라고 우긴다. 모든 투쟁은 밥그릇 싸움에서 비롯된다.

그것은 저열한 것이 아니라 치열한 것이다. 미숙한 부분은 곳곳에 보인다. 뜬금없이 << 설국열차 >> 을 인용하며 " 싸워야 할 적은 남녀가 아니라 빌어먹을 시스템 때문 " 이라고 말하는 부분은 그가 얼마나 논리에 약한 사람인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구조적 문제가 남녀 불평등을 만든다는 측면에서 페미니스트 혹은 페미니즘이 지속적으로 문제 제기를 하는 부분이 바로 구조적 문제(시스템)이다. 그렇기에 김태훈은 페미니즘을 신랄하게 조롱하면서 동시에 페미니즘이 문제를 제기하는 구조적 문제에 동의하는 어처구니없는 실수를 범한다. 남성 우파 기득권을 신나게 지지하다가 좌파 코스프레를 하니 얼굴이 화끈거린다. 이것은 마치 우측 깜빡이를 켠 채 느닷없이 좌회전하는 꼴이다. 김태훈 씨, 하나만 보고 전체를 판단하지는 맙시다.

대한민국에서 여자로 살아간다는 것은 녹록치 않다. 사회는 너무 많은 것을 여성에게 요구한다. 나쁜(못난) 여자는 나쁜 여자대로, 예쁜 여자'도 예쁜 여자대로 살기 힘든 사회'다. 한국 사회는 나쁜 남자에게는 관대하지만 나쁜 여자에게는 관대하지 않는 나쁜 사회'다. 불알후드여,  치질하게 굴지 말고 눈알 불알리며 불철주야 항문에 힘쓸 필요가 있다. 만약에 대한항공 사태에서 조현아가 남자였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  물론 비판 여론은 있겠지만 조현아에 비해 비난 여론은 축소되었을 것이다. 조현아가 뭇매를 맞는 것은 " 갑질 " 에 더해서 " 나쁜 여자 " 라는 프리미엄이 상승 작용을 했기 때문이다. 불난 데 기름 부은 격이다. 만약에 바비킴 기내 난동 사건과 조현아 기내 난동 사건이 동시에 발생했다면 어느 쪽이 뉴스를 선점하게 될까 ?  ( 혹은 라면상무 사건과 땅콩회항 사건이 동시에 발생했다면......) 

바비킴에 대한 여론과 조현아에 대한 여론이 극명한 온도 차를 보이는 원인은 나쁜 남자와 나쁜 여자를 대하는 대중의 이중적 잣대 때문이다. 니체는 << 우상의 황혼 >> 에서 " 결과를 원인으로 잘못 보는 것보다 더 위험한 오류는 없다. 나는 그것은 이성이 본질적으로 타락한 모습이라고 본다. " 라고 말했다. 김태훈도 똑같은 오류를 범한다. 그는 현재의 페미니즘이 김 군을 IS로 떠나게 만든 원인'처럼 말하지만, 사실 그것은 원인이 아니라 결과'다. 또래 문화와의 단절, 왕따, 소통 단절 따위가 만든 낮은 자존감'이 결과적으로 " 나는 페미니스트가 싫어요. " 라는 선언으로 이루어진 것이다. 페미니즘 혐오와 IS행 선택은 또래 집단으로부터 인정받지 못한 것에 대한 안티테제인 셈이다. 니체가 이 글을 읽었다면 이성이 본질적으로 타락한 증후로 이해했을 것이다. 마음이 반드시 고와야 여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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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태우스 2015-02-16 20: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오 곰발님, 역시 존경스럽습니다. 저 역시 땅콩회항이 큰 사건이 된 게 조현아가 여자였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직도 울나라엔 여자가 감히,라는 말이 유행하잖습니까? 오늘도 큰 깨달음을 얻고 갑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5-02-16 20:57   좋아요 1 | URL
늘 과찬의 말씀을 남겨주시는...
저도 조현아는 감히 여자가... 라는 게 작동한 것 같습니다.
여자가 남자를 때리고 무릎 꿇리고 했으니 말이죠.
조현아가 잘했다는 게 아니라 잘나가는 여자에 대한 한국 사회의 지나친 잣대가 문제라는 것입니다.
김태훈 칼럼도 정말 어이가 없죠. 논리적으로 엉터리란 생각입니다.

마태우스 2015-02-16 23:52   좋아요 1 | URL
아주 오래 전 이문열이 어줍잖은 소설에서 페미니즘을 욕했죠. 그게 문제가 되자 그는 건전한 페미니즘 말고 사이비 페미니즘이 문제다,라고 했는데요, 여기서도 어김없이 사이비 페미니즘이 문제라고 하네요. 근데 사이비 페미니즘 운운하는 분들은 대부분 여성의 권리에 대해 그닥 관심이 없는 분들이더라고요. 여성으로 살기는 참 힘들어요...! 글구 미리 말씀드리지만, 설 잘 보내십시오. 설 지나고 나서도 많은 가르침을 주시기 바랍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5-02-17 06:36   좋아요 0 | URL
발뺌이라고나 할까요.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고자 항상 ˝ 사이비 ˝ 라는 말을 달고 다니는 것 같습니다.
페미니즘이 문제가 아니라 저는 사이비 페미니즘에 대한 지적이었어요. 오해 마삼. 이런 변명거리를 위해 사이비 운운하는데 누가 봐도 저 글은 그냥 페미니즘에 대한 경멸처럼 느껴집니다. 마태우스 님, 떡군 많이 드십시오.. ㅎㅎㅎ 급 마무리...ㅎㅎㅎ

AgalmA 2015-02-18 02: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태훈 씨의 칼럼은 제겐 정말 쓰레기로 보입니다.
˝나는 페미니스트가 싫어요˝ 그 말을 하게 된 전반을 더 살폈어야 되는 거 아닌가요. 이런 뉴스에 단골 원인으로 자주 제시되던 왕따, 가정불화/간섭 등등 대신 요즘은 이런 극단적 사례는 일베만 갖다 붙이면 되니 일베가 무슨 이 분야 KS 마크 스티커 같습니다 그려. sns나 커뮤니티의 소통 방식을 탓할 생각까진 못했나 봐요? 이미 있는데 어쩌겠나 면 시스템 운운은 참 웃깁니다? 1차적으로 인간적, 2차적으로 반성적 접근을 할 수는 없었을까요. 칼럼에선 전혀 그럴 의도조차 없었다고 보입니다.
자신은 쏙 빠지고, 칼럼비 받는 딱 그만큼의 거리감과 수준을 드러내 보여줍니다. 페미니즘이랑 물티슈랑 동급으로 놓으면서 혹 자신은 객관적이라거나 비유 잘한다거나 생각했을까 봐 걱정입니다. 좌파/우파 가르는 것과 뭐가 다른지 정작은 싸움붙이는 꼴. 곰곰발님이 정말 제대로 보신 듯.
68혁명이니 배트맨, 설국 열차니 그럴싸한 거 끌어다 붙인 것에도 실소를 보냅니다. 말미에 사랑과 대화 어쩌고 급마무리한 게 제겐 사랑과 전쟁으로 보이는 이 사태는 어쩔?

허울좋은 남녀평등 아무리 외쳐본들 며느리 입장과 사위 입장이 한국에서 얼마나 세월이 바뀌어야 평등해질지 저 죽기 전엔 안 보일 거 같은데 어쩌죠? 매일 일과 육아 둘 다에 치이는 기혼여성들, 명절 강력한 시랜드 체험하는 여성 앞에 군체험과 페미니즘 들먹이기보다 서로를 배려하는 행동이 훨씬 좋은 조정 역할이 되었을걸요.
부모가 치매에 걸려 똥오줌 못 가려도 장남이, 며느리가 책임져야지 하는 게 한국 대부분의 가정 실상인 거 같은데, 과연 이게 시스템과 교육 문제일까요? 그걸 만든 게
누구인데요? 어디까지 원인을 파들어 갈까요? 아담 이브 창조설 바탕요? 유교 교육요? 자본주의요? 지배계층요? 정부의 복지정책 문제요? 돈 있으면 요양원에 보내 서로 깔끔할 텐데 하는 경제력의 문제일까요? 형제 중 누가 잘 모시면 효도했다 칭찬해주면 끝인 인성과 인내심 테스트 문제인가요?

자기가 얼마나 차별적이지 않은지, 남의 인식 탓하기 전에 자신의 인식 점검 좀 했으면 합니다. 시스템요? 교육요?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우리 모두가 같이 만드는 겁니다. 가정교육이니 학교교육이니 인터넷이니 국가니 핑퐁 떠넘기기 하지 말고 각자 자기를 좀 살펴봤으면 합니다. 네, 저도 매일매일 반성합니다. 인간으로서!

곰곰생각하는발 2015-02-17 06:34   좋아요 0 | URL
사랑과 대화`로 끝나는 게 굉장히 웃기죠. 생뚱맞다고나 할까요.
니체의 지적처럼 그는 원인과 결과를 혼동하고 있습니다.
제가 보기엔 김군의 IS행`은 원인은 현재의 페미니즘`이 아닙니다.
페미니즘 또한 어떤 것의 결과인 셈이죠. IS행과 페미니즘은 모두 결과입니다.
또래 문화에 진입하지 못한 것, 그것에 따른 단절, 소통 부재 따위의 원인이
결국에는 ( 수컷의로서의 낮은 자존감 따위가 ) 여성 혐오,와 IS행인 결과로 나타난 거죠.

AgalmA 2015-02-18 01:21   좋아요 0 | URL
김태훈씨 칼럼글인데 곰곰발님 서재에서 역정을 내고 있는 듯한 인상이네요; 더 생각하고 제 포스팅으로 말을 하는 게 더 나았을텐데 성급했습니다. 칼럼을 볼수록 화가 나서...혹여나 누가 되진 않았는지...실례했습니다.

드팀전 2015-02-17 09: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태훈글은 글 써내기 위한 글이었군요. 대개 이런 논쟁의 흐름에 있어서 제일 마지막 부분에 등장하는 게 페미니즘적 시각입니다. 오히려 김태훈이 가진 페미니즘에 대한 불편함- 난 니 년들이 싫어-만이 드러나는군요. 하지만 맨마지막에 언급하신 `바비킴에 대한 여론과 조현아에 대한 여론의 극명한 온도 차`를 남녀에 대한 위계로로 보는 것에는 조금 더 세밀한 논지가 필요할 듯 합니다. 잘못되었다는거이 아니니 오해하지 마시길. 일단 난동과 회항은 사건의 결이 조금 다르지 않을까요? 사건의 포커싱이 다릅니다. 일반인도 난동은 부릴 수 있지만 회항을 강제할 수는 없지요. 하물며 인기가수라고 할지라도 말이죠. 난동은 개인의 도덕적 실수에서 비롯될 수 있지만, 회항은 소멸되지 않을 유구한 권력에 대한 자신감이 없다면 지시할 수 없는 것이죠. 연예인 권력과 기업총수집단의 권력이 동일한 것이 아닌것 처럼 그 권력에 대한 반작용하는 여론도 달라질 수 있다는게 제 생각입니다. 물론 조현아의 취재과정에서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미디어들의 여성물어뜯기는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오랜만에 나타나서 긴 댓글이었군요.

곰곰생각하는발 2015-02-17 10:08   좋아요 0 | URL
아주 예리한 지적이십니다. ㅎㅎ 이 지적은 네이버 블로그에서도 같은 논조로 지적을 해주시더군요. 당연한 지적입니다. 똑같은 조건이라 가정하고 남성 대 여성 가해자`로 비교해 보자는 의도였습니다. 드팀전 님의 지적이 합당합니다. 하여튼.... 김태훈의 글을 읽으면 자기는 페미니즘에 대한 공격이 아니라 사이비 페미니즘에 대한 지적이라고 하는데 내가 보기엔 페미니즘에 대한 공격도 아니고 사이비 페미니즘에 대한 공격도 아닌 것처럼 보입니다. 그냥 설치는 여성에 대한 짜증`으로만 보입니다. 평등권에 대한 기초적인 지식도 없는 것같습니다.

마립간 2015-02-17 1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는 페미니스트가 싫어요!`라는 문장을 읽으니 제가 서재활동 초기에 쓴 `나는 안티페미니스트다`라는 제 글을 연상시키네요.
http://blog.aladin.co.kr/maripkahn/4211

`얼굴만 이쁜 여자`는 `얼굴이 이쁜 여자`의 부분집합이죠. 이런 (논리가 아닌) 수사가 가능한 이유는 암묵적인 조건부 확률을 이야기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많은 책에서 언급한 `여자 은행원`과 `페미니스트 여자 은행원`의 오류도 이와 같이 해석합니다. - (아... 내용을 압축해서 ... 조건부 확률에 대해서 나중에 페이퍼를 쓰겠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5-02-17 10:47   좋아요 0 | URL
제가 보기엔 김태훈은 페미니스트가 싫다고 했다가 논란이 되니 사이비 페미니스트에 대한 지적이라고 했지만 제가 보기엔 그냥 드센 여자`에 대한 반감인 것 같습니다. 위에서도 지적했듯이 한국 사회`는 지나치게 착한 여자`를 지지하면서 반대로 나쁜 여자에 대해서는 마녀사냥을 하고는 합니다. 김치녀, 된장녀, 김여사 따위...
반면 남자는 딱히 김치남, 된장남 이런 식으로 비아냥거리지는 않잖아요. 페미니즘이요구하는 것은 차별 없는 평등이지 월권은 아닌 것 같습니다. 나는 안티페미니스트1,2,3 다 읽어보았습니다. 누구 말마따나 안티`라기보다는 그냥 비 페미니스트`이신 것 같습니다.

마립간 2015-02-17 11:18   좋아요 0 | URL
남자의 편견을 이겨낸 소피 제르맹, 퀴리 부인이나 자기 주장이 있었던 나혜석을 좋아합니다. 제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미덕에 자기결정권과 자율권은 우선 순위가 높습니다.

`안티`라고 할 수도 있고 `비`라고도 할 수 있지만, 저는 남자-여자의 공통 분모인 사람에 지향점이 있습니다. 페미니즘을 언급하는 사회 자체가 저와 잘 안 맞죠. ; 그냥 저의 옛날 글을 읽어보시라 소개했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5-02-17 11:21   좋아요 0 | URL
저는 여성 상위 시대 그러는데 도대체 뭐가 여성 상위 시대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모든 통계치가 대한민국은 성 불평등 국가가 맞습니다.
이디오피아를 생각해 봐라 라고 말하는 건 어불성설이고 오이시디 국가 통계치로만봐도
확실히 여성에게 불평등한 사회가 아닐까 싶습니다.

마립간 2015-02-17 11:55   좋아요 0 | URL
제 가치관에서도 ; 우리 나라는 여성이 불공정한 대우를 받는 `성-불평등한 사회`입니다. 곰곰발 님이 제게 내린 판단, (실천하는 지식인이 아닌) 비평하는 (이론가?의) 입장에서도 `남녀 평등`이라는 논리를 만들어 내기는 쉽지 않습니다. 보다 기반이 되는 도덕의 기반이 허약하기 때문이죠.

차선의 저의 선택은 남녀는 `같은 인간으로서`이지만 차이점에 주목하면 ... 가치판단 유보입니다. (이 댓글을 남기면서 부도덕에 저항하지 않는 것, 또한 부도덕인가 회의합니다만.)

수다맨 2015-02-17 12: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나라에서는 과거에 남성이 누렸던 가부장주의ㅡ곰곰발님 표현을 다소 빌리자면 불알연맹ㅡ를 그리워하는 남자들이 너무 많은 것 같습니다. 그렇지 않고서야 저렇게 논리의 척추가 부러진 형편없는 줄글을 실을 수가 없지요. 또, 저런 글을 편집부에서 토막내지 않고 실어주는 것도ㅡ노이즈 마케팅을 기대한 것이 아니라면ㅡ 해당 언론이 제정신이 아닌 것처럼 보이네요. 그러고 보면 갓이랑 도포 씌우고 양반촌으로 보내야할 분들이 한둘이 아닌 것 같아요.

곰곰생각하는발 2015-02-17 12:53   좋아요 0 | URL
제가 보기엔 잡지`사가 더 보는 눈이 없는 것 같습니다. 이런 거는 당연히 편집자가 테글을 걸어야 할 것인데 문제의식 자체가 없었다고 봐야죠. 그러니깐 아무 생각 없이, 하긴 뭐 잡지사에서 패션 다루는 것 외에 다른 글에 신경쓸 시간도 없겠죠. 가끔 키노 뒤적이면 놀랍습니다. 그어마어마한 분량하며....
키노야말로 전설적인 잡지인 것은 맞아요. 꼼꼼하거든요. 키노 기자들 영화 보고 기사 쓰고 리뷰 쓰고..
도대체 그 시간이 어디서 났는지 궁금합니다.



참... 혹시 오늘 시간 되시면 서울역에서 한 잔 하시겠습니까 ? 오실 수 있으시다면 서울역 2번 출구 앞에서 6시까지 오시면 됩니다. 뭐.. 안 오시겠지만...ㅎㅎ 거기 호수집이라고 닭꼬치 잘하는 데 있는데 한 잔 할 생각입니다. 생각 있으시면 오십시오...

수다맨 2015-02-17 15:49   좋아요 0 | URL
오늘은 집에서 차례 음식을 만들어야 하고, 손님들도 여럿 오셔서 아무래도 어려울 것 같습니다 ㅎㅎ 이런 거 안 했으면 좋겠는데 굳이 어머니가 매년 차리려 하시네요. 설날 끝나고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