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콘서트 ㅣ 서툰 사람들

 

 

 

 

 

 

 

 

보그병신체'라는 쎈 말이 유령처럼 떠돌던 때가 있었다(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니 과거완료형'은 정확한 진단은 아닌 것 같다). 패션 잡지 << 보그 >> 에서 주로 사용하는 문체에서 유래했다. 영어 단어를 소리나는 대로 적고 그 옆에 조사'만 붙인 꼴로 반은 한글이고 반은 외래어'로 구성된 독특한 문장을 말한다. 대가리와 몸통은 앵글로색슨 하드 바디인데 엉덩이에는 몽고반점이 있는 반인반수라고 할까 ? 한글이 소리 문자'라고는 하지만 " 무심한 듯 시크하게 " 웃고 넘기기엔 모양새가 좋지 않다. 특정 소수가 보그병신체를 쓰는 이유는 간단하다. 있어 보이려고 하는 " 과시욕 " 때문이다. 사실 오래 전부터 대한민국 상류 계급은 천한 것들이 사용하는 언문과 구별 짓기 위해 그들만의 언어'가 발달했다. 지금이야 미국이 한국의 " 빅 브라더 " 이니 영어를 숭배했지만,

중국이 한국의 " 따거 " 였을 때는 한자가 상류 계급에서 통용되는 언어'였다. 물고기 이름'을 봐도 그 흔적을 찾을 수 있다. 생김새가 이상한 물고기는 대부분 한글 이름이 주어지고 잘빠진 물고기 이름에는 한자어'가 사용되었다.  숭어, 민어, 전어와 같이 " ㅡ 魚 " 로 끝나는 물고기는 대부분 몸매가 유선형이고 비닐이 있는 반면,  정상적인 범주를 벗어나 이상하게 생긴 물고기는 " ㅡ 魚 " 라는 감투를 주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었다. 아귀, 가오리, 갈치 따위가 좋은 예'이다. 그것들은 길거나 짧거나 납작하거나 뭉툭하거나 뾰족하거나 크거나 비늘이 없다. 옛 조상에게는 미안한 소리이지만 보그 병신체 이전에 한자 병신체'도 있었다. 솔직히 숭어, 민어, 전어'처럼 밋밋한 어감'보다는 아귀, 가오리, 쏨뱅이 같은 단어가 주는 어감이 입체적이고 개성 있어서 듣는 순간 확 와 닿는다.

비록 그 물고기를 본 적 없다고 해도 어감이 주는 낌새를 보면 대충 모양새가 그려지지 않은가 ? 보그 병신체'로 시작된 패션 과시욕은 분야를 넓혀서 온갖 " ~ 병신체 " 로 확산되었다. 그렇다면 " ○○○ 병신체 " 가 시작된 지점이 왜 하필 " 패션 " 분야 쪽에서 발생했을까 ? 옛부터 하류층과 상류층을 구별하는 손쉬운 방법은 " 패션 " 이었다. 양반 계급은 양반이 입는 옷을 입어야 하고 상놈 계급은 상놈이 입는 옷을 입어야 한다. 굳이 " 내가 양반이오 ! " 라고 외치지 않아도 옷 모양새'로 계급을 알 수 있었다. 조선 시대'에만 있던 풍속이 아니라 전세계 공통이다. 고원 지대에 살고 있는 페루 사람들은 치요'라는 모자를 통해 온갖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모자 생김새와 색깔을 통해 계급은 물론이고 직업과 결혼 유무까지 알 수 있다.

이처럼 옷차림은 신분을 분명하게 드러내는 기호'였다. 근대화를 거쳐 현대 사회에서 신분 제도'가 사라졌다고 해도 " 패션 " 이 가지고 있는 구별짓기ㅡ욕망'을 흔적 없이 지울 수는 없다. 인간은 패션'을 통해서 끊임없이 계급적 차이'를 만들기 위해 노력을 한다. 그렇게 해서 탄생한 것이 유행이요, 명품이다. 그러다 보니 < 보그 > 와 < 병신체 > 가 만나는 것은 견우와 직녀가 칠월칠석에 만날 수밖에 없는 운명과도 같은 것이 아니었을까 ? 강남 남자가 강남 여자를 만났으니 이상할 것 없다. < 인문병신체 > 도 < 보그병신체 > 와 다를 것 없다. 보그병신체'가 옷으로 상대와 구별짓기'를 시도한다면, 인문병신체는 자신이 알고 있는 지식 나열을 통해 상대와 구별짓기를 시도한다. 지금은 폐간되었지만 한때 전설로 떠돌았던 키노 문체는 인문학적 과잉'이 도달하는 그럴싸한 경지를 보여준다.

" 영화란 미적으로 분절화된 텍스트를 감독 특유의 들뢰즈적 미장센의 미학과 정치학적 사유를 통해 담은... "  뭔 소리인지는 도통 모르겠지만 대충 그럴싸하게 들린다. 그런데 이런 문투는 어렵지 않게 구사할 수 있다. 이런 식이다. " 영화란 동적 유기체로 통일화한 텍스트를 감독 특유의 마르크스적 사유를 통한 변증법적 논증을 통해 담은.... "  10초 만에 작성한 문장이다. 타자 실력이 뛰어났다면 3초 만에 작성했을 것이다. 이러한 보그병신체와 인문병신체'는 다수와 소통하기 위한 글쓰기'가 아니라 소수만을 위한 소통 방식으로 자신을 대중과 분리하려는 과시욕'에서 비롯된 현상이다. 요즘 내가 눈여겨보는 것은 < 푸드병신체 > 다. 이제는 잡지에서 " 쿠킹 클래스 가든 아카데미에서 스터디한 슈거 크래프트 머핀을 만들어 보자 ! " 따위 문장을 쉽게 접할 수 있다. 쉽게 말해서 달걀 과자를 만들자, 라는 소리다. 개그콘서트 코너 중 하나인 << 서툰 사람들 >> 이라는 코너는 푸드병신체가 만들어 놓은 의사 소통 단절을 다룬다.

손님이 " 탄두리 치킨 " 을 주문했는데 음식점 종업원이 " 단 둘이 치킨 " 으로 잘못 알아듣거나 " 어니얼링 " 달라고 주문했는데 " 어느 언니 찾으시냐고 " 되묻는 식'이다. << 서툰 사람들 >> 은 매 코너'를 한글로 소리나는 대로 적은 서양 요리 이름 가지고 언어 유희 개그'를 펼친다. 이명박 대통령 각하 님의 부인이시고 여사이시며 한때 0부인이었던 김윤옥 씨'가 한식세계화를 천명한 후 " 푸드 문화 " 는 문화 생활 곳곳에 스며들었다. 지역 농산물이라고 하면 될 것을 굳이 " 로컬 푸드 " 라고 하거나 요리사'란 이름 대신 쉐프'라는 이름이 자연스러운 것으로 보아 푸드병신체'도 일상적으로 쓰이는 용어'가 되었다. 이제는 고급 음식점에서 " 쉐프 " 에게 " 요리사 " 라고 했다가는 따귀를 맞을지도 모른다.

<< 서툰 사람들 >> 은 큰 웃음을 주지는 않지만 일상 생활 속에 스며든 허영과 과시 문화'를 비판한다는 점에서 영리한 코너'다. 보그병신체, 인문병신체, 푸드병신체'가 가지고 있는 공통점은 " 과시욕 " 이다. 이러한 문투를 사용하는 사람은 계급어'를 통해 상대와 구별 짓기'를 시도한다. 말귀를 알아들으면 동료애를 느끼고 말귀를 못 알아듣고 반문하면 서툰 사람'이 된다. 복장 문화'가 계급을 나타내는 쪽으로 진화했듯이 음식 문화'도 계급을 드러낸다. " 음식에 대한 선호도는 교육 수준과 출신 계급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1  일일 노동자'는 짜장면에 대해 말할 수는 있지만 푸아그라(foie gras)에 대해 말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말이다. 테이블 매너'가 상류 계급 사회에서 시작되었다는 점은 음식과 계급의 문제를 잘 보여준다.


푸드병신체'를 비난할 생각은 없으나 짜장면을 먹고 있는 사람에게 푸아그라에 대해 말하는 자세는 비난받아야 한다. 그것은 기아 상태에 빠진 아프리카 난민에게 비만은 몸에 좋지 않아요, 라고 말하는 것과 비슷하니 말이다. " 푸아그라 " 하니 느닷없이 야시엘 푸이그'가 생각난다. 봄이다, 야구가 시작되는 계절'이다. 토요일 주말 야구 중계 보면서 짜장면을 먹는 재미도 쏠쏠하다. 푸아그라 요리에 대해 할 말이 없어서 야구 보면서 짜장면 먹는 풍경으로 끝내는 것을 보면 나는 하층민이다, 시바 ■  

 









 

  1. 부르디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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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립간 2015-03-11 1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립간 병신체 ; 1) 3개 정도의 외국어는 해야 한다. 2) 악기 3개 정도는 다뤄야 한다. 3) 스포츠 종목도 3개 정도는 해야 한다. 4) 유클리드 <원론>, 사서삼경, 플라톤의 <국가> ... 등을 읽었다. 5) 상대성 이론, 불확성성의 원리, 불완전성의 정리, 엔트로피 등의 내용을 안다. 6) 1년 독서가 50권 정도는 되어야 한다.

마립간 완전 병신체 ; 4)의 책들 중 원서로 읽은 것이 있어야 한다. 6) 1년 독서가 100권은 되어야 한다. 그리고 그중 시집이 포함되어 있어야 한다. 7) 각 책들은 3번씩 독서를 했다. * 1)~6)를 가난함에도 할 수 있다.

(1)의 전제 조건에 모국어를 잘할 것. 한국인은 한국어에)

저는 bourgeois를 꿈꿀 것입니다.^^

마립간 2015-03-11 10:57   좋아요 0 | URL
의복병신체, 음식병신체, 주택병신체, 자동차병신체, 해외경험병신체 ... 이것들은 돈이 너무 크게 작용하잖아요. 하수들.

곰곰생각하는발 2015-03-11 11:15   좋아요 0 | URL
마립간 님, ㅋㅋㅋㅋㅋㅋ 숫자 3에 강박이 있으시군요 ? ㅋㅋㅋㅋㅋ
저는 1개 국어라도 잘하자-주의자`여서 항상 외국어에 약합니다.
누가 저보고 쁘디부르주아`라고 비판한 적이 있었는데
처음에는 그게 더럽게 기분 나쁘더라고요.
그런데 하층민이 되고나서 괜히 화냈다 싶습니다. 이젠 저도 쁘띠부르주아가 희망입니다.

마립간 2015-03-11 11:38   좋아요 0 | URL
마립간 병신체는 인문학 병신체의 한 종류라고 볼 수 있는데, 3가지에 집착하는 이유는 3개씩이 겉치장 하기는 힘들기 때문이죠. 병신체의 강조점이 내용 없는 겉치장에 있다고 생각하니까요. 한 개든 여러 개든, 제대로 한다면 `병신체`의 꼬리표를 떼어줄 수 있지 않을까요?

상류층이나 하층민이냐는 저의 관심 밖입니다. * 조건이 붙어있는 이유이기도 하죠.

2015-03-11 11: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3-11 11: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3-11 11: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3-11 11: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3-11 11: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홍시보다 곶감 

사람들은 글 잘 쓰는 사람을 부러워한다. 머릿속에서는 온갖 화려한 스펙타클이 난무하지만 막상 그것을 꺼내 글( 혹은 말 )로 표현하려고 하면 아무것도 생각이 나지 않는다. 검은 도화지에다 검정 크레파스로 그림을 그리는 꼴이니 그림이 나올 리 없다. 더군다나 요즘은 SNS 같은 " 개인 글쓰기 소통 창구 " 가 있으니 더욱 글쓰기에 대한 갈망을 느낀다. 그럴 때 찾는 책이 << 문장 강화 훈련 >> 이나 << 글쓰기 교본 >> 따위'다. 물론 그들이 글쓰기 요령을 배워서 " 문학 " 을 하겠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 문학적인 (유려한) 글 " 을 쓰고 싶다는 욕망은 가지고 있다. 가계부를 쓰기 위해서 글쓰기 요령을 배우는 이는 없지 않은가 ? " 시발, 갑자기 눈물이 났엉. ㅠㅠ " 라는 표현보다는 " 한겨울에 언 수도가 봄볕에 녹아 느닷없이 녹물을 쏟아내듯, 눈물이 터졌다. " 가 더 근사하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는 없다.

나도 작문 실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 문장 강화 훈련 >> 이나 << 글쓰기 교본 >> 따위 책을 꽤 많이 읽었다. 읽을 때마다 무릎 탁, 치며 아, 했다. 읽을 때는 내 작문 실력이 귀여니 소설에서 김훈 소설로 " 점프 컷 " 되리라는 달콤한 상상을 하며 읽었다. 책을 읽고 나서 실력이 향상되었는지 알 수 있는 가장 빠른 방법은 읽은 책에 대한 독후감을 그 자리에서 바로 써보는 것이다. 그런데 웬걸 ?!  실력이 " 점프 컷 " 하기는커녕 문장을 " 전부 cut " 해야 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시발, 갑자기 눈물이 났엉. ㅠㅠ  좀 묵혔다가 세월이 흘러야 제대로 된 실력이 나올까 ?  그럴 가능성도 없었다. 책을 덮고 나면 3초 후에 내용을 잊어버리는 닭대가리형 인간이었으니 먼 훗날을 기약하는 것은 언감생심이었다.

툭 터놓고 말해서 나에게 글쓰기 관련 책은 글쓰기 향상에 도움이 되지 않았다. 결론은 귀에 박히도록 듣던 말이 진리'였다. " 많이 읽고, 많이 쓰고, 많이 생각하라 ! " 작문 실력 향상을 위한 길라잡이 책 한 권 읽었다고 몸에 축적될 리 없다. 그래도 작문 실력을 최대한 빠른 시간 안에 향상시키고 싶다면 글쓰기 교본'보다는 시집'을 읽는 게 도움이 된다. 만약에 글쓰기 교본이 작문 실력을 1% 향상시킨다면 시집은 실력을 10~ 20% 향상시킬 수 있다. 내 실력이 늘었다는 소리가 아니라 글쓰기 향상을 위해서는 글쓰기 교본보다는 시집 읽기가 효과가 좋다는 소리다. 산문이 원석이라면 운문은 보석'이다. 시는 원석'에 지나지 않는 돌덩어리를 깎고 깎고 깎고 깎은 후에 얻게 되는 작은 결정체'다.  

누누이 하는 말이지만 : 시는 한 페이지를 채 채우지 못한 짧은 분량이지만 그 과정을 보면 쓰고, 찢고, 쓰고, 찢는 과정을 반복한 후 얻게 되는 결정체'다. 이 과정에서 쓸데없는 형용사, 부사, 접속사, 조사 따위는 모두 제거된다. 껍데기는 가고 알맹이만 남은 것이요, 단감이 가을 내내 말라서 곶감이 되는 과정'이다. 부피는 줄어들었지만 단맛은 오히려 강하다. 시를 읽는 것보다 더 좋은 글쓰기 수업은 없다. 점심밥 한 끼 아껴서 시집 한 권 사서 읽으면 당신의 작문 실력은 향상될 수 있다. 속담에 " 잘 싸우는 장수에게는 내버릴 병사가 없고, 글 잘 쓰는 사람에게는 내버릴 글자가 없다 " 는 말이 있다. 구구절절 옳은 소리'이다. 수전 손택이나 황현산 산문을 읽으면 그들이 얼마나 많은 글자를 깎고 오랜 시간 가을 볕에 말렸는지를 알 수 있다.

홍시는 맛있다. 하지만 문장은 홍시처럼 물렁물렁한 맛이 나면 안 된다. 문장은 곶감처럼 쫀득쫀득해야 제맛이다. 홍시보다는 아, 곶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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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5-03-09 18: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바, .갑자기 눈물이 났엉. ㅋㅋㅋㅋㅋㅋ
격하게 동감합니다!!!
저는 사춘기 때 시를 잠시 좋아하다가 시가 뭐가 좋지...?
뭐 그러고 살았습니다. 시가 아니어도 내가 읽고 싶은 책이 워낙에 많은지라.
그런데 최근 김경주의 `내가 가장 아름다울 때...` 어쩌고 하는 희곡집을 읽으면서
시를 읽어야겠구나 하는 생각이 다시 들더군요.
그책은 여러모로 저한테 힘이 됐죠.ㅎ

곰곰생각하는발 2015-03-09 19:15   좋아요 0 | URL
가끔 진심이 중요하지 기교는 필요없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는데
왜 그런 소릴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사람은 문학을 읽을 때 당연히 문학이 기교 면에서 훌륭하기 때문입니다.
하여튼....

스텔라 님이 그토록 극찬하시니 내가 가장 아름다울 때 함 읽어봐야겠네요..
요즘은 도서정가제가 되어서 직접 서점 가는 날이 많아졌습니다.

2015-03-10 19: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3-11 04: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로그인 2015-03-09 18: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발, 넘 웃겨서 눈물이 났엉 ㅜㅜ
재밌는 글 잘 읽었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5-03-09 19:13   좋아요 0 | URL
저는 재미있으면 장땡 ㅡ 주의자`여서 재미있으시다니
다행입니다.

수다맨 2015-03-09 19: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독(多讀), 다작(多作), 다상량(多商量)이라는 게 참 말은 쉬운데 막상 행하기는 어려운 원칙이 아닐까 싶습니다!

언젠가 한겨레에서 김훈의 작업실을 영상으로 취재한 적이 있는데, 막상 그의 집 서재에는 문학책이 별로 없더라구요. 그보다는 수기에 가까운 기록문이나 동서양 고전, 기계나 기술에 관련된 서적들이 굉장히 많았던 것이 생각납니다. 그러고 보니 김훈은 다양한 서적을 읽으면서 거기에서 문장 쓰는 동력을 얻는 것 같더라구요. 이런 자세는 참 배울 점이 많다고 느꼈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5-03-11 04:23   좋아요 0 | URL
다독은 가능한데 다작 다살양 이거 누가 합니까.. 작가 아니고서는...
가장 좋은 방법이 읽기를 꾸준히 쓰는 건데 이것도 쉬운 게 아닙니다.
김훈은 주로 사전을 가지고 있죠. 사실 글 쓸 때 가장 자주 찾는 게 사전이죠. 사전 보면 장르가 참 많아요.
국어 사전만 해도 유의어 사전도 있고 반의어 사전도 있고... 하여튼 여러 개여서 깜작 놀란 적도 있습니다.

iforte 2015-03-09 20: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을 덮고 나면 3초 후에 내용을 잊어버리는 닭대가리형 인간이었으니˝ 대목에 이르러 ˝ 시발, 갑자기 눈물이 났엉. ㅠㅠ ˝에 급 감정이입했으요. ㅋ

곰발님 글도 이미 곶감이라는요.

곰곰생각하는발 2015-03-11 04:21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곶감이라니....
제가 곶감을 상당히 좋아합니다. 요거 쫀쫀하게 잘 말려야지 맛있지. 그냥 흐물흐물 말리면 맛이 없어요.
요즘 나온 곶감은 다 흐물흐물합니다. 그럴 때는 곶감을 다시 볕에 말려서 먹으면...

아. 혹시 미국에도 곶감 이런 거 있나요 ? 포도나 체리 말리는 거 보면 감도 말릴 것 같은 데 말이죠..

iforte 2015-03-13 13:57   좋아요 0 | URL
ㅎㅎ 네. 곶감 있어요. 국내에서 수입되는건 다 있어요. 요새는 농협, 수협 제품들도 들어오더라고요. 가격이 비싸서 못사먹지요. ㅠㅠ
한국 사람 먹거리로치면 한국이 천국이죠. 어흑.. 갑자기 서러워지네요. 먹고픈것들이 줄지어 생각나고 말이죠. :)

곰곰생각하는발 2015-03-14 06:53   좋아요 0 | URL
하긴 과일 말리는 것은 전세계 공통일 겁니다. 생선 절임도 세계 공통이잖아요. 옛날에는 냉장고가 없었으니 한철에 잔뜩 출하되는 먹거리를 좀더오래 먹기 위해 온갖 아이디어를 냈을 겁니다. 곶감도결국은 좀더 오래 저장해서 먹을려고 해서 나온 게 곶감이잖아요. 같은이유로 김치 같은 채소 절임`도 전세계 공통입니다. 김치가 한국만의 위대한 유산이라고 생각하는데 사실 채소절임은 전세계 문화의 공통점 음식 저장 방식이죠. 김치가 틀별히 위대한 문화라는 건 아니라는 말입니다. 김치 문화는 너무 위대한 것으로 호들갑 떠는 것도 좀 그래요.. ㅎㅎㅎ. 김치도 넓게 보면단순한 채소절임인데 말입니다.

yamoo 2015-03-09 23: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발, 갑자기 눈물이 났엉. ㅠㅠ <- 전 이런 글을 쓸 수밖에 없습니다. 왜냐, 시를 싫어하거든요~ 너무나 이상한 시들을 많이 봐서 그런가...그래서 그런지 제 글은 대체로 ˝시발, 갑자기 눈물이 났엉. ㅠㅠ ˝라는 데서 벗어 날 수가 없습니다..시를 읽어야 문장을 잘 쓴다니, `시발, 갑자기 눈물이 날라고 그러넹~ㅠㅠ`라고 표현할 수밖에 없습니다. 시를 읽기도 싫고 앞으로 읽을 계획도 없으니...그럴수밖에요~ 에휴~

덧.
근데, 전 왤케 시발, 갑자기 눈물이 났엉. ㅠㅠ 라는 표현에 꽂히죠...이런 문장이 시적 표현 아닌감요?? 흠...닭이 더 뭐라 말하겠습니까만은..^^;;

곰곰생각하는발 2015-03-11 04:19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 체질적으로 맞지 않으셔서 그렇습니다. 사실 저도 문학과는 거리가 먼 체질입니다. 저도 주로 문학보다는 인문사회학 쪽으로 읽으니 말이죠. 그리고 문학 작품을 읽는다고 해도 전 주로 추리소설을 읽습니다.
인문학 서적 때문에 골치 아픈데 굳이 소설마저 골치 아프게 생각할 필요가 없어서요.
하지만 개인적으로 시집을 읽으면서 시인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표현에 감탄한 적은 있습니다.

cyrus 2015-03-09 23: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을 잘 쓰고 싶은 사람들이 흔한 착각이 다독, 다작, 다상량은 열심히 하는데 퇴고를 제대로 안 하는 겁니다. 저도 예전에 삼다 원칙만 믿고 글 잘 쓰려고 노력한 적이 있어서 뼈아픈 교훈을 얻었어요. 잘 쓴 글이라 믿었는데 저보다 글 잘 쓰는 사람한테 지적을 많이 받으면서 퇴고의 중요성을 알게 되었어요. 글을 쓰는 과정에 꽤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면 퇴고하는 과정이 귀찮게 여겨져요. 글을 다 쓰고 나면 자신 스스로 만족하게 생각해요. 그런데 그런 착각이 망신의 지름길이 되더라고요. 저도 실제로 망신을 당해봤고, 글 쓰기 좋아하는 주변 사람들의 경험을 옆에서 많이 봐서 퇴고의 중요성을 잊지 않습니다.

사실 퇴고가 귀찮기보다는 타인의 지적으로 인해 퇴고를 하게 될까봐 두려워하는 경향이 강해요. 잘 썼다고 믿었던 글인데 타인이 그 글의 부족한 점을 제대로 짚어내면 자존심 상하니까요. 제가 2년 전에 모 일간지 대학생 칼럼을 선정하는 페이스북 페이지의 멘토가 되어서 대학생들이 올리는 글을 첨삭하는 일을 한 적이 있어요. 멘토가 첨삭하라고 권하는 댓글이 없으면 학생들은 자신의 글을 스스로 고치치 않더군요. 일부 학생들은 제가 퇴고해야 할 사항을 댓글로 남기면 수긍하기는커녕 반박하기도 합니다. 글 잘 쓰고 싶은데 결과물이 신통치 않으니 열등감만 생기고, 타인이 자신의 글을 자꾸 지적하니까 짜증이 날 법하죠. 그들의 심정은 이해할 수 있어요. 한때 저도 그랬으니까요. 그런데 자존심을 버리고 퇴고를 해야만 글의 원석을 갈고 깎아 화려한 보석으로 만들 수 있어요. 저는 퇴고도 창작의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곰곰생각하는발 2015-03-11 04:17   좋아요 0 | URL
그럼요. 그럼요. 좋은 책은 반드시 좋은 편집자가 있기 마련입니다. 문학도 영화와 같아서 결국은 편집의 묘미 아니겠습니까. 퇴고 과정이 무지 중요하지요.

제가 말한 다독, 다작, 다상량은 기본이 되어야 한다는 말이지 3다`가 곧 글솜씨를 말할 수는 없죠. 그런 식이라면 독서왕이 가장 문장력이 뛰어나야 하는데 그렇지는 않잖아요. ㅎㅎㅎ. 결국 기술적 보완이 필요한 부분이 글쓰기 같습니다.

2015-03-10 19: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좋은 시집 좀 추천해주십사... 책을 많이 읽지 않은 사람도 읽을 수 있는 쉬운 어휘로 이뤄진 시집이면 더욱 감사하겠습니다. 이런 저런 시집을 많이 사봤는데 소화할 수 있는 시집은 좀처럼 없더라구요.

어떻게 생각하실지 모르겠으나, ˝나쁜 소년이 서있다˝ 정도의 문장이면 저도 읽고 이해를 하겠는데... 김경주시집은 말할 필요도 없고, 웬만한 시집은 다 어렵더라구요.

김사인 선생님인가? 가만히 좋아하는 이것도 괜찮더라구요. 아무튼 이정도 수준의 어휘로 읽을 수 있는 시집 좀 추천 부탁드립니다.

p.s. 가재민가? 하는 시로 유명하신 분 있잖습니까? 저는 그 시집도 어렵더라구요. 박태준인가?? 아무튼 저한테 그 시집도 어려웠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5-03-11 04:15   좋아요 0 | URL
가재미 추천하려고 했는데 느닷없이 가재미가 나와서 당황했습니다. 제가 뭐 시를 알겠습니까. 의미를 파악하려 하지 말고 그냥 이해 못해도 계속 읽다 보면 뭐 얻어가는 게 있지 않겠씁니깡.
함민복 시집이나 윤희상 시인 시집 추천합니다. 쉽습니다. 류근의 상처적 체질도 웃고 넘길 수 있어요.


윤희상 시집이 좋겠네요. << 이미 서로 알고 있었던 것처럼 >> 추천 ! 요것 읽어보시고 나중에 덧글 좀 달아주십셔..

2015-03-11 17:59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윤희상 시집을 초큼^^* 읽고 왔는데요. 저한테는 좀 버겁다는 느낌였습니다.... 좀 더 솔직히 말하자면 너무 힘이 들어간 느낌이랄까? 물론, 제가 시를 이해하는 능력이 극히 떨어지는 관계로 그렇게 느꼈을 공산이 크다 생각합니다. <생각날때마다울었다> 는 시를 처음 접했을 때는 이게 무슨 소리야?? 싶었는데, 신형철씨란 분의 해석을 듣고 나니 ˝와, 이건 냬 얘기잖아˝싶어 몇 번이고 반복해서 찾았던 기억이 있거든요.

p.s. 문정희씨 (응)이란 시집이 전시되어 있어서 잠시 들춰 봤는데, 저는 이 분 시가 더 와 닿는 느낌였습니다. 다루는 이야기는 저랑은 별 상관이 없어 보였으나, 뭔가 시원시원한 느낌였습니다. 맛깔나는 표현들이 심심찮게 보였는데, 이 게 또 별 힘들이지 않고 쓴 듯한 느낌이라 그게 참 좋더라구요.


곰곰생각하는발 2015-03-11 21:13   좋아요 0 | URL
어, 이 시집 시집치고는 무척 쉬운 시집입니다. 이 시가 좀 독특한데 이야기하듯 쓰여 있어서 이해하는 데 별 무리는 없을 겁니다. 그냥 자기 이야기를 풀어놓는 듯한 이야기 시`라고나 할까요.
시라는 분야가 당연히 어렵죠. 형이상학입니다.

생각날 때마다 울었다`가 흠 님 이야기로군요. 흠....
이 시는 참 좋죠. 근데 시집 자체는 그닥 확 와닿지는 않더군요. 하여튼 자기에게 와 닿는 게 무조건좋은 시입니다.

문정희 시인 시`가 여장부같은 맛이 나죠. 그럼 문정희 시인 시로 시작해 보세요.
 
[VCD] 남극일기
대경DVD / 200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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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극일기 : 집으로 가는 길


 

 

분리 불안 장애'는 일상 생활에서 쉽게 볼 수 있다. 아이가 유치원에 가지 않기 위해 떼를 쓰며 울거나 주인이 외출을 하면 불안해서 짖거나 주변 물건을 물어뜯는 개도 분리에 따른 불안 심리 상태다.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건강한 사람'도 성장 과정에서 애착 대상( 주로 엄마)과 떨어지게 되면 심리적으로 불안을 느끼게 된다.  만약에 세 살짜리 아이'가 엄마와 헤어질 때 기뻐서 발광한다면 오히려 그 아이 행동이 이상 심리 증후'가 아닌지 의심을 해야 한다. 영화 << 엑소시스트 >> 는  겉으로는 " 엑소시즘 " 을 전면에 내세우지만 그 심리적 밑바닥은 " 분리 불안 공포 " 이다. 다시 말해서 소재는 " 엑소시즘 " 이지만 주제는 " 분리 불안 장애 " 라는 말이다. 12살 소녀 리건은 첫 생리'를 시작하면서 귀신 들린 연기'에 몰입한다.

귀신 들린 연기'를 밑바닥 깊숙히 자리잡은 심리를 숨기기 위한 모방, 흉내, 시늉이라고 한다면, < 첫ㅡ생리 > 시점과 < 신경증 > 은 깊은 관계가 있다.  생리는 난자가 배란이 되어 임신이 가능한 가임기 여성ㅡ몸'이 되었다는 현상이므로 육아를 담당하는 어머니 입장에서 보면 육아 기간이 끝났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제 리건도 어머니와 동일한 가임기 여성'이다.  리건의 신경증은 바로 어머니의 육아'로부터 독립해야 한다는 부담감에서 시작된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그녀는 이제 " baby " 가 아니라 " girl " 이다. 이때부터 리건은 극단적인 분리 불안 장애'를 겪는다. 그녀는 자기 몸이 가임기 여성'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하기 위해 " 퇴행ㅡ모방 " 을 한다.  제일 먼저 선보인 퇴행 모방은 어른들이 다 모인 자리에서 보란듯이 그들 앞에서 오줌을 싸는 일'이다.

그 다음은 끊임없이 먹은 것을 입 밖으로 게운다. 먹은 것을 채 삭이지 못하고 입 밖으로 내놓는다는 점을 과시해서 자신이 " 유아식 " 에 의존해야 하는 아기'라는 점을 분명히 한다. 분리 불안 공포'를 좀더 과도하게 " 점프 컷 " 을 하자면 리건은 만삭인 어머니 뱃속에 있는 태아 상태'다. 어머니는 자궁 밖으로 다 큰 아이를 밀어내려고 하고, 아이는 자궁에서 벗어나지 않기 위해 저항하는 순간이다. 반면, 영화 << 캐리 >> 는 << 엑소시스트 >>  와는 정반대'이다. 이 영화에서 분리 불안 장애'를 겪는 사람은 딸이 아니라 어머니'다. 캐리 또한 리건처럼 (나이에 비해 늦은) 첫-생리를 시작하는 것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캐리는 처음에는 생리 혈'을 받아들이지 못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 사실을 받아들인다. 캐리는 이제 어머니로부터 분리'를 희망한다.

 

영화 << 엑소시스트 >> 와 << 캐리 >> 가 어머니와 딸의 관계를 다루었다면, 영화 << 사이코 >> 는 어머니와 아들 사이에 형성된 " 케미 " 를 다룬다. 노먼 베이츠는 망상을 통해 어머니의 죽음을 유예시켜서 어머니와의 분리'를 지연시킨다. 어머니는 이미 오래 전에 죽은 몸이지만 그는 이 사실을 부정한 채 살아 있는 존재'로 인식한다. 어머니는 화면 밖 목소리'로만 존재한다. 이 영화에서 눈여겨보아야 할 점은 " 식욕 " 에 대한 강박'이다. 미라처럼 비쩍 마른 노먼 베이츠는 어머니의 목소리를 빌려 행실이 좋지 못한 여자를 " 더러운 식욕 " 이라고 비난하거나, 거실에 장식된 박제된 새를 이야기하면서 " 새는 엄청나게 먹어대거든요. " 라고 비난한다. 재미있는 사실은 살해된 여성의 이름이 " 마리온 크래인 " 이라는 사실'이다. crane'은 학'이라는 뜻이다.

결국 그가 마리온 크레인'에게 쏟아낸 새에 대한 비난은 고스란히 그녀를 향한 비난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미라와 박제가 속이 텅빈 기표하는 점에서 그는 어머니 육체와는 정반대에 속하는 엄청나게 먹어대는 풍만한 육체를 비난함으로써 어머니에게 지지'를 호소한다. 그는 자신의 이상형이 풍만한 여성이 아니라 미라나 박제처럼 바짝 마른 여성'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는 행위'다. 노먼 베이츠는 항상 엄마에게 칭찬받기를 원하는 " 인정 욕구 " 에 시달리는 미성숙한 아이'이다. 그는 행실이 좋지 못한 암컷을 제거한 후 흔적을 없애기 위해 그녀를 자동차와 함께 늪에 빠뜨리는데, 늪은 끈적끈적하고, 질척거리며 시커멓다는 의미에서 아브젝션의 모태'라 할 수 있는 거대하며 기괴한 자궁'에 대한 은유로 작동한다.


 

 

 

 

영화 << 남극 일기, 2005 >> 는 탐험대 대원 유지태(민재 역) 가 크레바스(눈에 덮여 보이지 않는 빙하지대의 갈라진 틈)에 떨어져 추락할 위험에 빠지지만 대원들의 도움으로 가까스로 위기를 모면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위 화면을 자세히 보면 여성 음부를 닮았다는 점을 깨닫게 된다. 크레바스'가 여성 음부 이미지'를 차용한다는 점 그리고 균열로 인해 빙하 표면에 생긴 갈라진 틈'이라는 점에서 탐험대를 위협하는 " 크레바스 ㅡ 공포 "는 줄리아 크리스테바'가 여성성'을 설명하면서 끌어들인 " 아브젝션 " 개념과 유사하다. 이 개념이 " 밀려남과 밀어냄을 동시에 포함하는 단어이며 쪼개지고 갈라지고 분열된다는 의미1 " 를 나타나기에 < 크레바스 ㅡ 공간 > 은 아브젝션의 성소인 < 코라 ㅡ 공간 > 과 동일하다. 갈라진 틈'은 집어삼키는 기괴한 자궁'이자 모태'인 장소이다. 

프로이트'는 < 언캐니 unheimlich > 개념을 설명하면서 " 낯선, 기괴한, 이상한 " 이라는 뜻으로 사용되는 unheimlich'의 언어 구조에 대해 관심을 보였는데, 그는 접두사 < un- > 을 < heimlich > 를 억압한 증거로 보았다. 그러니까 낯선 대상은 사실 한때 친숙한 것의 변형이라는 말이다. 좋은 예가 < 언캐니 밸리 효과 > 이다. " 로보트학자인 모리 마사히로 씨가 발표한 이론으로 인형, 만화 캐릭터, 그림, 로보트과 같은 인공체들이 인간을 닮아갈수록 호감은 상승하지만 인간과의 유사점이 어떤 특정한 정도를 넘어서면 호감도가 급격하게 추락하는 현상을 말한다. ( 네이버 지식백과에서 인용) 프로이트는 heimlich : 집과 같은, 친숙한' 에서 < heim > 이 " 집 " 이란 사실에 주목하면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노이로제 환자들은 여자의 성기가 그들에게는 왠지 이상하게 두려운 것으로 느껴진다고 종종 호소하곤 한다. 그러나 이때의 두려운 낯설음의 감정은 여자의 성기가 인간이 태어난 옛 고향heimlich을, 다시 말해 우리 모두가 태초에 한번은 머물렀던 장소를 상기시키기 때문에 생긴다. 흔히 우스개 소리로 우리는 < 사랑은 향수병 heimweb > 이라고 말하지 않은가. 어떤 이가 잠을 자면서 꿈속에서조차 < 여기는 내가 잘 아는 곳인데, 언젠가 한번 여기에 살았던 적이 있었는데>라며 장소나 풍경에 대해 생각을 할 때 이 꿈에 나타나는 공간이나 풍경은 여인의 성기나 어머니의 품으로 대치해서 해석을 할 수 있다. 두려운 낯설음의 감정은 따라서 이 경우에도 집das heimische인 것이다. 그것은 아주 오래된 것이지만 친근한 것이고, 친근한 것이지만 아주 오래된 것이다. unheimlich(두려운 낯설음)의 접두사 un은 이 경우 억압의 표식이 될 것이다.

 

- 프로이트, Das Unheimlich(1919) 열린책들 < 창조적 작가와 몽상 > 중

 

 

그렇기에 << 남극 일기 >> 에서 말하는 " 도달불능점 " 이라는 장소는 아주 오래된 것이지만 친근한 것이고, 친근한 것이지만 아주 오래된 집(모태)이며, 친숙한 장소이지만 기억에서 잊혀진 낯선 장소이며, 지도에는 있지만 지도 없이는 결코 도달할 수 없는 " 생명의 근원 " 인 자궁에 대한 은유라 할 수 있다. 

내용은 간단하다. 송강호(최도형 역)를 탐험 대장으로 한 남극 탐험대 6인은 도달불능점'이라는 곳을 정복하기 위해 모험을 시작한다. 이곳은 6개월은 낮만 계속되고 6개월은 밤만 계속되는 곳'으로 지형적 특성을 보여줄 만한 높이의 고저가 없다. 그저 새하얀 평원이 끝없이 펼쳐질 뿐이다. 그들이 정복하고자 하는 곳은 가장 높은 정상이 아니라 가장 먼 평원의 한 점이다. 그곳은 남위 82도 8분, 동경 54도 58분에 위치한 곳으로 지도에는 있지만 지도 없이는(나침판 없이는) 절대로 발견할 수 없는 곳이다. 이곳은 계곡도 없고 골짜기도 없고 나무도 없고 꽃도 없고 호수도 없다는 점에서, 또한 영하 80도에 달하는 혹한 때문에 바이러스가 살지 못한다는 점에서 끝없는, 끝없는, 끝없는, 끝없는, 끝없는, 끝없는 우주를 연상케 한다. 

 

 

이들은 탐험 과정에서 하나 둘 실종되거나 사고로 죽는다. 하지만 불가능한 조건에도 불구하고 탐험대장 송강호는 직진 본능을 버리지 못한다. 그는 15층 아파트에서 떨어져 죽은 아들에 대한 죄책감으로 인해 환영에 시달리다 미쳐간다. 그는 왜 지도에는 있지만 지도 없이는 갈 수 없는 한 점'에 집착하는 것일까 ?  어쩌면 탐험 대장 최도형이 보이는 집착은 돌이킬 수 없는 후회가 만든 퇴행인지도 모른다. 노먼 베이츠가 어머니에게서 분리되는 것에 대한 공포를 가지고 있다면 탐험대장 최도형'은 도달불능점이라는 코라( 모태와 태아가 분리되지 않은 영역)에 도달하기 위해 강한 집착을 보인다는 측면에서 둘 다 동일한 심인'이 작동한 결과'다 ■


 





 

  1. 줄리아 크리스타바의 경계선의 철학, 고갑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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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멜의 모더니티 읽기
게오르그 짐멜 지음, 윤미애 외 옮김 / 새물결 / 200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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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칼코마니 : 비너스와 모나리자

 

 

 

 

르네상스 회화에 흔히 등장하는 미의 여신 " 비너스 " 를 보고 성적 매력이 있다고 생각한 적은 없다. 성에 대한 호기심이 왕성했던 중학생 때에도 : 또래아이들이 벌거벗은 비너스가 등장하는 도록을 보며 침 닦고 아, 할 때 나는 입 닫고 우, 했다. 초등학생 때부터 에로 영화'를 섭렵했기에 그 나이 때는 이미 성적 권태에 빠진 상태'였다. 그렇다고 내가 죽으면 몸에서 사리가 발견될 정도로 성에 대해 무관심했던 경지에 다다른 것은 아니었다. 그저 " 비너스 " 가 못마땅했을 뿐이다. 신이 내린 완벽한 외모와 몸매를 보며 " 시바, 그래... 네 팔뚝 굵다 " 정도였다. 그러다 보니 신화 속 이야기를 주로 다루는 르네상스 회화'에 대한 감동이 없었다. 하지만 << 모나 리자 >> 는 달랐다. 이 그림이 주는 후광 효과'도 있겠지만,

<< 모나 리자 >> 에는 확실히 기기묘묘한 아우라'가 존재했다. 이 호기심은 당연히 관심으로 이어졌고 리자 부인( 제목 모나 리자'에서 모나는 유부녀를 지시하는 단어이고 리자'는 사람 이름이다 )에 대한 책이나 관련 기사'는 꼬박꼬박 챙겨 읽었다. 내가 이 그림에서 이해하지 못했던 부분은 " 풀어헤친 머리카락 " 에 있었다. 지금이야 엘라스틴 모델처럼 긴 머리카락을 찰랑찰랑거리며 거리를 활보하는 게 매력이지만, 당시만 해도 머리를 묶지 않고 풀어헤친 모습으로 밖을 돌아다니면 게으르거나 행실이 좋지 못한 여자'라고 손가락질을 받고는 했다. 풀어헤친 머리카락은 성적인 것과 관련이 있었다. 그렇기에 머리를 풀어헤친 모습을 볼 수 있는 사람은 가족들 밖에 없었다. 르네상스 시대 그려진 개인 초상화'를 보면 여성 모델들은 모두 머리를 단정히 묶거나 모자'를 썼다.

http://myperu.blog.me/20113231534 : 모나리자는 왜 머리카락을풀어헤쳤나


동시대 그림들 ▼

 

 

 

 

 

 

 

 

 

펼친 부분 접기 ▲

 

화가 또한 외간 남자'이니 머리를 풀어헤칠 수는 없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그린 << 모나 리자 >> 속 모델은 왜 머리를 묶지 않았을까 ? 이 지점에서 나는 서당 훈장에게 밥 좀 얻어먹은 개 흉내를 내기 시작했다. 다 빈치와 리자 부인은 서로 " 얼레리 꼴레리1 " 하는 사이가 아니었을까. 나는 레오나르도 다 빈치를 리자 부인의 은밀한 내연남'으로 설정하고는 혼자 낄낄거렸다. 그런데 이 추론은 지금 생각해 보면 엉터리'에 가깝다. 당시 화가는 계급 서열이 높지 않았다. 그림 의뢰가 들어오면 화가가 그림 의뢰인 집에 가서 그림을 그렸다. 집에 남편이 버젓이 있는 마당에 리자 부인이 화가가 보는 앞에서 머리를 풀어헤친 채 앉아 있었다 ?  납득이 가지 않는 설정이다. 의문점은 그것만이 아니었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는 이 그림을  의뢰인에게 전달하지 않고 죽을 때까지 자신이 보관하고 있었다. 이 의문점을 한방에 해결해 주는 주장이 나왔다. 캐나다 과학자들이 적외선 촬영과 3차원 기법을 동원해 밝혀낸 바에 따르면, 초기 그림은 머리를 풀어헤친 지금의 모습과는 달리 머리를 묶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부분에서 나는 무릎 탁, 치고 아, 했다. 모든 수수께끼'가 풀리는 대목이었다. 내가 내린 추론은 다음과 같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는 지오콘도 공작이 부인의 초상화를 그려달라는 부탁을 받고 지오콘도 공작 집에 가서 리자 부인 초상화를 그리다가 그만 사랑에 빠진다. 쉽게 말해 짝사랑이 시작된 것이다. 그는 그림 의뢰 약속을 파기한 후 집에 돌아와 머리를 묶었던 초기 그림에서 머리를 풀어헤친 지금의 모습으로 수정한다.

그러니까 이 그림은 다 빈치 혼자서 감상하기 위해 그린 음화'인 셈이다. 그럴듯한 추론이지 않은가 ? 다 빈치는 이 그림을 보며 음란한 상상을 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말입니다 !  모라 리자'를 둘러싼 온갖 " 설설설 " 은 내가 이 그림에 매혹된 이유를 설명하지 못한다. 내 수수께끼의 핵심은 < 나는 왜 완벽한 비너스보다 불완전한 리자 부인'에게 끌리는가 ? > 에 있다. 예술이 " 미'를 향한 궁극 " 이라면 사람들은 모나 리자'보다 아름다운 비너스'에 끌려야 한다. 곰곰 생각했다. 다시 곰곰 생각했다. 내가 내린 결론은 데칼코마니'였다. 누구나 한 번쯤은 미술 수업 시간에 데칼코마니 수업을 받았을 것이다. 물감을 뿌린 후 도화지를 반으로 접었다 펼치면 완벽한 좌우 대칭이 된다. 이것을 데칼코마니'라고 한다. 

비너스나 바비 인형 혹은 일본 애니 속 미녀 그림은 모두 데칼코마니형 미인'이다. 강남 성형 미인'도 전형적인 데칼코마니형 미인상'이다. 강남 성형 미인도의 핵심 기술은 " 짝짝이 " 를 " 짝짜기(캐스터네츠) " 로 만드는 데 있다. 쉽게 말해서 좌우 비대칭인 짝짝이 눈을 성형 기술로 좌우 대칭으로 만든다. 미인의 기준은 비율과 좌우 대칭'에 있다. 하지만 인간 신체는 대부분 좌우 비대칭으로 이루어져 있다. 팔 길이만 해도 그렇다. 오른팔 길이와 왼팔 길이는 서로 다르다. 여자 젖가슴도 마찬가지다. ( 아, 사랑스러운 젖가슴 ) 크기가 조금씩 다르다. 당연히 왼쪽 얼굴과 오른쪽 얼굴도 차이가 난다. 그렇기에 완벽한 대칭을 이루는 비너스, 바비 인형, 성형 미인은 인간적이지 않다.

다 빈치의 < 모나 리자 > 가 < 비너스 > 와 다른 이유는 바로 불완전한 비대칭'에 있다. 잔가시 많은 생선 살을 고르듯이 그림을 꼼꼼하게 뜯어보면 좌우가 비대칭'이라는 점을 발견하게 된다. 결국 우리가 완벽한 비너스보다 불완전한 모나 리자'에게 끌리는 이유는 모나 리자'가 보다 인간적이기 때문에 그렇다. 게오르그 짐멜도 << 얼굴의 미학적 의미 >> 라는 글에서 같은 주장을 한다.



합리주의는 대칭을 추구하는 반면에, 개별성은 언제나 비합리적인 그 무엇을, 즉 미리 결정된는 모든 원칙을 기피하는 그 무엇을 지닌다. 그러므로 얼굴의 양쪽을 대칭으로 표현하는 조각은 일반적이고 전형적인 양식에 의존함으로써 궁극적으로 개별적 차이를 기피한다. 반면에 회화는 얼굴 양쪽의 직접적인 외양을 상이하게 표현하기 때문에 ㅡ 이는 다양한 윤곽의 묘사와 명암의 배치에 의해서 가능하다ㅡ 처음부터 더 개인주의적인 특성을 보여준다.


- 게오르그 짐멜, 얼굴의 미학적 의미 중


짐멜의 말을 적용하자면 비너스는 합리성'를 대표하는 미인이고, 모나 리자'는 비합리성을 대표하는 미인'이다. 이 사실을 내 식대로 말하자면 비너스는 " 짝짜기 " 이고 모나 리자는 " 짝짝이 " 다. 송강호가 장동권보다 매력적인 이유는 바로 비합리성이 주는 개별성(개성)에 있다. 송강호는 얼굴이 좌우 비대칭'이기 때문에 송강호가 카메라 정면을 응시하게 되면 비대칭적 얼굴이 도드라진다. 영화 << 살인의 추억 >> 에서 송강호는 자주 카메라 정면을 응시하게 되는데 그럴 때마다 관객은 이 비대칭 구조로 이루어진 얼굴에 압도당하게 된다. 인간의 시각적 정보는 동일성'보다는 차이'에 각인되기 때문이다. 정상적인 걸음걸이보다 절룩거리는 걸음걸이'가 머릿속에 오랫동안 남는 이유이기도 하다. 차이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는 야생의 흔적'이다. 사자가 들소 무리를 사냥할 때 제일 먼저 보는 것은 무리 가운데 걸음걸이가 이상한 들소'다.

대한민국이 성형 미인 천국이 된 이유는 바로 맹목적 합리주의를 추구한 결과'이다. 한국 사회'가 강박적 합리주의에 빠졌다는 것은 미국식 자본주의보다 더 자본주의화'되었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 조지 리처가 << 맥도날드, 맥도날드화 >> 에서 지적한 합리주의'는 효율성, 예측가능성, 계산가능성, 통제가능성'이다. 쉽게 말해서 합리주의는 앞으로 일어날 모든 상황에 대한, 예상가능한 모범 답안을 만드려는 욕망이다. 여기에는 과학 중심 주의'가 똬리를 틀고 있다. 합리주의는 전지전능한 힘으로 시스템을 콘트롤할 수 있다고 믿는다. 청기 올리라고 하면 청기를 올릴 수밖에 없는 시스템을 만드는 게 합리주의'다. 만약에 청기 올리라고 했는데 백기 올리는 놈은 예외 상태에 놓이게 된다. 쉽게 말해서 이상한 놈 되기 일쑤'다. 그러한 합리주의적 태도는 노조 파업을 다루는 언론의 자세를 보면 알 수 있다. 노조가 파업을 하면 언론은 앵무새처럼 파업 시 경제손실액을 계산한다. 그들은 파업을 단순히 효율성, 예측가능성, 계산가능성 문제로만 접근하는 것이다. 한국 사회는 미국보다 더 미국적 합리주의에 빠져 있다.

 

인간 존재는 " 합리적 " 이기보다는 " 비합리적 주체 " 다.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속담은 인간이 가지고 있는 불완전성'을 알기 쉽게 설명한다. 그렇기에 불완전한 비합리적 주체'를 규격이 정해진 쇠 틀 안에 가두려고 하면 할수록 반발력이 커질 수밖에 없다. 우리가 맹목적으로 추구하는 합리성'은 우리가 알고 있는 것만큼 훌륭한 가치가 아닐 수도 있다. 송강호의 얼굴을 보면 답이 나온다. 좋은 연기'는 비대칭적 얼굴에서 나온다 ■















 

  1. 어원)알나리깔나리 : 아이들이 서로 놀리는 말. '알나리'는 나이가 어리고 키가 작은 사람이 벼슬을 했을 때 농담 삼아 '아이나리'라는 뜻으로 이르던 말이며, '깔나리'는 꼬마나리를 빠르게 덧붙인 말이라고 한다. 얼레리 꼴레리'같은 말은 다 '알나리깔나리'가 변해서 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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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5-03-06 18: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어원이 그런 거였군요. 곰발님은 모르는 것이 없으십니다.

살인의 추억을 꽤 꼼꼼히 보셨나봐요. 얼마 전 영화 티비에서 해 줘서
봤는데 전 그런 것 까진 생각 못해봤네요. 단지 푸른 소금이었나? 신세경 나오는.
거기서 이 남자 제법 매력적이기도 하네. 그랬는데...

저는 오히려 <인정사정 볼 것 없다>에서 박중훈과 장동건이 확실히 비교되더군요.
장동건이는 잘 생기기만 했지 확실히 끌리지는 않죠.
근데 박중훈이 그 영화에서 정말 캐릭터 연구를 많이했겠구나 그런 생각이 들어요.
자라처럼 목을 쭉 빼고 걷는 폼이 예사롭지 않잖아요.
처리해야 할 상대를 만났을 때 태도도 그렇고.
박중훈 그다지 좋아하는 배우는 아니었는데 열심히 하는 배우는 존경스럽더라구요.

참, 그래서 모나 리자를 띠어 쓰기해야 하는 거였군요.
옛날엔 붙여 썼잖아요. ㅋ

곰곰생각하는발 2015-03-06 19: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뭐가 모르는 게 없습니까. 그냥 네이버 검색했더니 옆에 딸려나오더군요. ㅎㅎㅎ

살인추억은 거의 10번 정도 보았습니다. 제가 본 거 또 보는 성격이라서요. 볼수록 재미가 있습니다.
박중훈과 장동건.. 그래요. 저도 이상하게 조각같은 얼굴은 끌리지 않습니다.
제임스 딘 같은 경우는 정말 얼굴이 비대칭입니다. 비대칭이 오래 살아나믐...

박중훈도 호불호가 갈리죠. 자기에게맡는 역을 맡으면 연기가 좋은데 해운대 같은 영화 맡으면 정말 병맛 연기`를 하기 됩니다.

원래 제목은 붙여쓰기 하니 붙여써도 되고 듸어 써도 되고 뭐... 그런 거 아닌가요...

cyrus 2015-03-06 20: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미술사 전공수업 때 들은 얘기입니다. 보티첼리의 비너스 그림이 결혼한 지 얼마 안 된 귀족 부부의 방에 걸렸다고 합니다. 신혼부부의 금슬을 더욱 뜨겁게(?) 하라는 의미에서 이 그림을 걸었으리라 추측합니다. 18세기 낭만주의자들은 비너스에 성적 매력을 느꼈을 거예요. 비너스가 창백한 결핵 환자처럼 보이니까요. 결핵에 걸려서 허약하고 창백한 피부를 가진 여인이 당시 낭만주의 시대 때 미녀였습니다. 실제로 연구가들이 비너스의 모델이 결핵 환자가 아닐까 추정도 한 적이 있어요.

‘알나리깔나리’의 어원을 보면서 90년대 중반에 나온 만화 ‘마법사소년 코리’의 주문이 생각났어요. 코리라는 주인공이 만날 하는 주문이 ‘알라깔라 또깔리비 또깔라비 띠’였어요. 요즘 아이들은 해라포터의 윙가르디움 레비오우사를 마법 주문으로 먼저 떠오를 겁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5-03-07 13:23   좋아요 0 | URL
알라깔라 또깔리비 하니 발음이 참 웃기군요. 코미디언들이 자주 주문하던 것인데......
하긴 결핵이 옛날에는 예술병이라고 해서 낭만적으로 접근하기는 했죠.
시러스 님 말씀 듣고 다서 그림 보니 정말 결핵 환자처럼 창백하네요.
다크서끌 잔뜩 있는 것 같기도 하고 말입니다.

iforte 2015-03-07 0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전에 미술시간에 들은얘기로는, 문학에 등장하는 미녀들 중 눈이 사시인 사람들이 있다 하더이다. 눈의 초점이 정확히 맞으면 상대방의 시선을 반사하지만, 눈의 초점이 살짝 어긋나면 상대의 시선을 흡수해서, 그런 여자한테 매력을 느끼게 된다고요. 살짝 불완전함이 완벽함보다 더 매력이 있다는데 동의 합니다. 아니, 동의허고 싶습니다. 그래야 외모도, 성격도 완벽하게 타고나지 못한 일인으로서 삶의 위안을.. ㅠㅠ

곰곰생각하는발 2015-03-07 13:27   좋아요 0 | URL
제가 보기엔 제임스 딘`도 사시입니다. 약사시`라고 하죠.
약간 사시`를 약사시`라고 하는데 제임스 딘`이 전형적인 약사시`죠.
한국에서는 문근영이 약사시`라고 하죠 ?
제가 무척 좋아하는 배우 가운데 한 명이 포레스트 훼테커`인데
이 양반도 약사시`입니다. 눈빛이 참... 묘해요. 이 배우....
그래서 저는 사시`에 매력을 느낀다는 거 100%이해합니다.

특히... 이건 추측인데 왜 시각장애인 얼굴을 보면 악하게 생긴 얼굴이 하나도 없어요. 신기하지 않습니까.
앞을 못 본다는 것은 거짓말을 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얼굴에 나타나는 거 아닌가라는 이상한 생각을...

iforte 2015-03-07 22:45   좋아요 0 | URL
아.. 맞아요. 크라잉 게임에서 굉장히 인상적이었던.

헉.. 이런 오래된 영화를 기억하다니.. 아마도 보이 조지 노래를 조아해서.. 헙.. 보이 조지 역시 오래된 가수네.. 갑자기 보이 조지 노래가 땡기네여. 보이 조지 노래 들으러 갑니다. 휘릭~

곰곰생각하는발 2015-03-08 13:32   좋아요 0 | URL
크라잉 게임 워낙 인상적인 작품이라.. 닐 조던이 크라잉과 푸줏간 소년 이후에는 영 나오는 영화가 그렇습니다. 옛날 그림은, 벌거벗은 여자 모델이 등장할 때, 그림 속 여자는 정면을 응시하지 않았다고 하죠. 관객이 부담을 느끼기 때문이랍니다. 훔쳐보는 것을 들킨 듯한 느낌이 들어서라네요.
그래서 마네인가요 ? 올랭피아인가 뭐 그런 그림에서 벌거벗은 모델이 정면을 응시해서 한바탕 논란이 되었다고....




마립간 2015-03-07 08: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판단은 이렇습니다. 세상의 어느 면은 플라톤-노자주의(합리주의)적이고 또 다른 어떤 면은 디오게네스-양주주의(비합리주의)적입니다. 작용 원리를 잘못 적용하면 오류가 발생하죠.

그리고나서 제 의문은 플라톤-노자주의, 아리스토텔레스-장자주의, 디오게네스-양주주의가 합져질 수 있느냐, 즉 가치관이 일원一元이었을까, 다원多元이었을까. 다원으로 추즉합니다만.

곰곰생각하는발 2015-03-07 13:30   좋아요 0 | URL
마립간 님의 말씀을 달리 말하면
저는 이렇게 말하고 싶습니다. 합리주의는 과학주의이고 비합리주의는 자연주의`가 아닌가 라는....

저는 이 사회가 합리주의`를 강요하는데 사실 합리주의`에는 불합리한 것이 많습니다.
합리주의인 척하는 불합리주의`라고나 할까요....

수다맨 2015-03-08 23: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데칼코마니형 미인상이라는 말이 솔깃하네요! 좋은 연기는 비대칭적 얼굴에서 나온다는 마지막 문장에 크게 공감합니다. 요즘은 뭐랄까, 송강호 같은 얼굴을 찾는 게 의외로 어려워진 것 같습니다. 남자건 여자건 죄다 인형 같은 얼굴만 있는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까 영화 또는 드라마를 보면 저게 사람 사는 세계라기보다, 인형들 소꿉놀이를 보는 착각에 빠질 때가 있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5-03-09 13:58   좋아요 0 | URL
데칼코마니 미인상은 잠깐 스타가 될 수 있지만 오래 스타가 될 수는 없습니다.
송강호나 다른 주연급 조연 보십시오. 주름.. 이런 거 두려워할 필요 없습니다.
연기에서 중요한 게 주름이란 사실을 잘 모르는 거 같아요..

42zone 2019-11-01 12: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낄낄거리며 재미있게 읽고 갑니다.
 

 

 

한식은 실패했다

 

 

 

 

 

남편은 " 녹색 성장 " 한다고 강을 온통 초록색 똥물로 만들더니, 아내는 밖에서 " 한식 세계화 " 한다고 한식 재단을 만들어서 600억이란 돈을 쏟아부었다. 각하와 그 부인 이야기'다. 2011년 11월부터 2012년 1월까지 지구촌 세계 여행을 하며 한식가이드북 출판기념회를 열었는데, 이때 조촐하게 다과 체험 행사'를 진행하면서 사용된 지출액이 런던 8천 987만 원, 파리 9천 483만 원, 브뤼셀 4천 769만 원'이다. 어린이날(부처님 오신 날이었던가?!) 행사로 청와대에 초대한 동자승'에게 다과로 오리온 고래밥'을 내와서 욕을 바가지로 먹었던 전력에 비추면 과자 부스러기 비용으로 9천 483만 원이 지출되었다는 점이 믿기지 않는다. 이때 행사를 축하하기 위해 모인 인사들이 20명 남짓이라고 한다. 이를 1인당 비용으로 환산하니 다과 비용으로 런던은 449만 원, 파리는 474만 원, 브뤼셀은 238만 원이 지출된 것이다.

 

부창부수라고 남편이나 아내나 남의 돈으로 돈을 물 쓰듯 하는 자세는 똑같다. 누누이 하는 말이지만 한식은 세계화'하기 힘든 품목이다. 음식 세계화'라는 말은 달리 말해서 " 음식(맛) 통일화 " 이다. 맥도날드가 음식 세계화를 뛰어넘어 문화 현상으로까지 발전한 데에는 음식 맛이 동일했기에 가능하다. 인도에서 먹는 맥도날드나 중국에서 먹는 맥도날드나 미국에서 먹는 맥도날드나 맛이 동일하다는 소리'이다. 이처럼 동일한 맛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 레시피의 계량화 " 가 필수다. 소금 한 숟가락 설탕 두 숟가락 따위가 아니라 소금 몇 그램, 설탕 몇 그램 식'으로 계량화되어야 한다는 소리'이다. 그렇다면 한식 문화는 어떨까 ? 소금 한 숟가락 넣고 설탕 두 숟가락 넣어라, 라는 주문은 그래도 양반이다.

대부분은 " 적당히 ! " 로 통한다. 이렇게 해서 만들어진 음식이 한식'이다. << 적당히 >> 라는 감각은 오로지 부엌 주인만이 느낄 수 있는 감각이다. 그렇기에 옛날에는 김치 맛이 모두 달랐다. 하지만 판매용 김치'가 출시되고 학교 급식 문화가 보급되면서 김치 맛은 하나로 통일되었다. 과연 통일된 김치 맛이 한식 문화를 대표하는 맛이 될 수 있을까 ? 역설적이지만 한식은 " 한식 레시피의 계량화 " 가 완성되는 순간 의미를 잃는다. 개인적 판단이지만 인간의 신체 부위 가운데 기능이 가장 떨어지는 부분은 눈과 혀'다. 한국인 가운데 팔 할은 스스로를 미식가'라고 말하지만, 사실은 누군가의 메시지에 세뇌당한 것이다. 당신의 혀가 최종 선택한 맛집은 스스로 결정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외부 요인에 의해 수동적으로 선택된 것일 확률이 높다.

노란 달걀과 흰 달걀의 경우, 맛은 흰 달걀이 뛰어나지만 대중이 선택한 것은 비린내나는 노란 달걀이었다. 그러니까 대중은 맛있는 달걀보다 맛없는 달걀을 선택한 것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누군가가 상업적 이득을 위해 노란 달걀이 흰 달걀보다 맛있다고 유포했기 때문이다. 짜장면도 마찬가지'다. 대중이 선택한 것은 갈색 짜장면이 아니라 검은색 짜장면이었다. 모든 장이 그렇듯이 시간이 지날수록 색이 진해지기 마련이다. 삶은 콩으로 숙성시키는 춘장도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짙게 변한다. 춘장을 만드는 제조사들이 경쟁사를 이기기 위해 갈색 춘장은 숙성이 덜 됐고 검은색 춘장은 숙성이 오래되었다는 증거라며 입소문을 냈고 대중은 검은색 짜장면을 선택하게 되었다. 하지만 오랜 숙성 기간의 결과라고 입소문을 낸 검은색 춘장은 사실 카라멜이란 천연 색소로 만들어진 색에 불과했다.

이처럼 대중의 혓바닥은 반드시 맛있는 쪽을 선택하지는 않는다. 닭도 마찬가지'다. 한국에서 판매되는 닭은 35일 자란 닭으로 무게가 1.5킬로그램인 영계 ( 일명 " 팝콘치킨 " 이라고도 한다. 최단 시간 안에 무게를 최대한 늘린 닭이다. 닭은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난 무게에 짓눌려서 다리가 부러지기도 한다 ) 이다. 한국인은 영계가 맛있어서 영계를 찾는다고 하지만 한국을 제외한 거의 모든 나라는 50일 지란 무게 2.7킬로그램'인 닭을 먹는다. 영계는 닭 비린내가 나고 식감이 떨어지기 때문에 미식가가 많기로 소문난 프랑스나 이탈리아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선택이다. 한국인만 영계가 맛있다고 착각하는 것이다. 여기에도 상업적 계산이 깔려 있다. 한국 닭이 영계를 사용하는 이유는 좁은 사육장에 병아리를 최대한 많이 가두기 때문이다. 공간이 워낙 협소하다보니 병아리 한 마리'가 병에 걸리면 좁은 우리에 갇힌 병아리가 모두 병에 걸려 집단 폐사할 확률이 높다. 그러니 생육일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여기에는 사육비에 대한 부담도 작용한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간단하다. 당신이 맛을 결정하는 중요 요인은 맛 자체에 있다기보다는 이윤을 목적으로 한 이익 집단의 불순한 개입'에 좌지우지된 결과다. 자발적 선택이 아니라는 소리'이다. 혓바닥이 감히 당신의 뇌를 속인 것이다. 한국 음식은 자본주의 사회가 되면서 점점 식재료 본연의 맛을 잃어버리는 쪽으로 발전했다. 모든 한식의 팔 할은 양념장 맛 하나로 통일되었다. 고등어 조림이나 갈치 조림이나 병어 조림이나 대동소이'하다. 식재료 맛은 이 할이고 양념장 맛이 팔 할을 차지했다. 한식이 세계화'가 되기 위해서는 양념장 맛을 거둬야 한다. 하지만 혓바닥이란 옹고집이어서 쉽게 잘못된 맛을 버리지 못한다. 한식(세계화)는 실패했고, 앞으로도 계속 실패할 수밖에 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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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5-03-03 15: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언제 또 우리의 마님께서 그런 일을 해서 돈을 옴팡 날리셨나요?
하는 일이 다 그렇죠 뭐.ㅠ

곰발님 글을 읽으니 좀 슬퍼지는데요? 나름 우리 한식에 대한 자부심이 있었는데 말임다.
믿어야할지 말아야할지 모르겠군요.ㅠㅠㅠ

곰곰생각하는발 2015-03-03 19:32   좋아요 0 | URL
한식이 후지다는 소리가 아니라 한식을 상품화하려는 정책이 실패했고, 실패할 수밖에 없다는 소리입미다.
제가 보기엔 한식 정책은 얄딱구리한 퓨전 레시피로 승부하면 백전백패죠.
오히려 음식문화는 관광상품과 연관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글쿠, 뭐 굳이 음식 가지고 그걸 상품으로 만들려는 것 발상 자체가 웃긴 거죠....
김치칵테일 만드는 게 한식인가요. 김윤옥 여사 한다는 게 고작 김치 칵테일 ?! ㅎㅎㅎ 웃긴 일...

꼬물거리는우주 2015-03-04 0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곰곰생각하셨을 표현에 놀라 가끔 눈치채지 못하지만 발로 뛰어 수집한 듯 풍부한 근거가 인상적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5-03-04 15:56   좋아요 0 | URL
아, 풍부한 자료는 아닙니다. 그냥 이리저리 주운 풍문으로.. ㅎㅎ

마립간 2015-03-04 1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중국 음식, 일본 음식 그리고 이태리 음식(이태리는 유럽에 있는 동양?)은 tasty & healthy에 비해 한국 음식이 양쪽 모두에서 뒤떨어진다는 것은 좀 의외이네요.

곰곰생각하는발 2015-03-04 15:55   좋아요 0 | URL
한국음식이 나트륨 함량이 많아서 그런 것 아닐까요 ? 하긴 나트륨하면 미국음식도 만만치 않치만....
확실히 다른 나라 사람들이 보기엔 한국 음식 냄새`가 그리 좋은 건 아닌가 싶습니다.

마립간 2015-03-05 08:05   좋아요 0 | URL
곰곰발 님, 위 도표 출처를 알려주실 수 있나요. 곰곰이 생각해보니, 원 논문이 궁금해집니다. 입맛이나 건강 두가지 모두 객관화, 계량화를 하기 힘든 연구인데, 연구 방법이 무엇이었을까요? 개인적으로, 편견에 의한 결과로 그 이상에 의미를 두지 않지만, 제 생각이 맞는지 확인해 보고 싶어지는데요.

곰곰생각하는발 2015-03-06 12:24   좋아요 0 | URL
글적긁적....
출처는 모릅니다.. 제가 저 도표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은 이유도
출처를 모르기 때문입니다. 이거.. 뭐, 신용있는 거라기보다는
맛 칼럼리스트 개인의 취향 아니겠습니까..

Jin Jui 2015-07-23 03:09   좋아요 0 | URL
출저요? 당연히 없죠. 왜냐구요 한국인이 만든거거든요.
디시 기타음식갤러리에서 만든건데 어떤 덕후가 만든겁니다. 나라별 밥그려놓은거
모아서 우스개로 만든겁니다. 아무런 출저도 없는 자료를 믿는것도 웃기지만 이걸가지고 그대로 믿고
이렇게 떠돌아다니느것도 웃깁니다;;

구글검색은 그냥 뻘로있나요??? 검색해보시면 한국웹밖에 안뜹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5-07-23 09:48   좋아요 0 | URL
그렇군요. 구글로 함 검색해야겠씁니다. 고급진 정보 고맙습니다.

수다맨 2015-03-04 17: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부가 저 모양으로 돈을 쓰고 다녔군요. 둘 다 당장 감옥에 넣어야 할 텐데, 아쉽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5-03-06 12:26   좋아요 0 | URL
하나하나 죄를 나열하면 엄청나게 많을 것 같습니다. 과연 법 적용하면 몇 년이 선고될지 자못 궁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