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를 창조한 신의 설계도면을 은밀히 엿보고 있는 듯한 느낌을 주는 기발한 문장들도 많았지만 푸코의 다른 번역서가 그렇듯 조금 더 친절한 번역은 불가능한지도 함께 느끼게 했다. 어디에나 존재하지만 현실의 다른 공간과는 전혀 다른 이질적 세계. 주변 공간으로부터 고립된 공간이지만 외부에 열려 있고, 열려 있지만 여전히 외부에 머무르게 하는 헤테로토피아. 이 난해한 내용의 불친절한 번역이 왜 이리도 아름다울 수 있을까? 이 불친절하고도 아름다운 내용을 라디오로 방송하게 하는 프랑스 대중의 사유 수준이 놀랍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