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처럼 보기 - 왜 국가는 계획에 실패하는가
제임스 C. 스콧 지음, 전상인 옮김 / 에코리브르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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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모퉁이 없는 도시 : 전봇대와 뱀                 

 

 

 

 

 

 

 

 

 

 

 

태국과 같은 동남아 국가에서는 전봇대 기둥이 사각형'인 경우가 있다. 둥근 전봇대 기둥만 보았던 한국 관광객 입장에서 보면 신기한 풍경일 터. 그 모습이 신기해서 관광 버스 여행 가이드에게 물어보면 뱀이 전봇대를 타고 올라가는 바람에 종종 정전 사고를 일으켜 전봇대 기둥을 사격형으로 만들었다는 재미있는 답변이 돌아온다. 태국 하면 뱀 많기로 소문난 동네가 아니었던가. 한국 관광객은 나뭇가지에 돌돌 말린 뱀을 본 기억을 떠올리며 무릎 탁 치고 아, 한다. 아, 하며 무릎 탁, 치는 건 좀 이상하잖아. " 희한하네에에에에 ~ "   하지만 전봇대가 사각형인 이유는 사각형 전봇대보다 원기둥 전봇대가 제조 단가'가 더 비싸고 정교한 기술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기술력이 낙후한 동남아에서는 설치 비용 절감 차원에서 사각형 전봇대가 거리에 박혔다고 해야 맞는 설명이 될 것 같다.

전봇대가 단순해 보이지만 사실은 기술력이 필요한 건축물이다(전봇대 속은 텅 비어 있다). 누구나 쉽게 예상할 수 있겠지만 전봇대가 둥근 이유는 바람의 저항을 적게 받기 위해서'다. 비행기가 버스처럼 네모난 맵시'를 자랑했다면 날개는 있으나 멀리 날지 못하는 공작새 신세를 벗어나지 못하리라. 비행기는 오로지 날아야 한다는 욕망 때문에 모든 겉치레'를 제거해 버린 순수한 형태로 남았다. 그렇다고 해서 관광 가이드의 말이 아예 말도 안 되는 엉터리'라고는 할 수 없다. 뱀이 사각형 기둥보다는 원형 기둥을 오르기 쉽다는 것은 맞는 말이다. 뱀이 기둥을 돌돌 감쌀 때에는 원형 전봇대 원통과 뱀 몸통 사이의 틈'이 없지만 사각형 전봇대는 구조상 밀착이 어려워 틈이 많이 벌어진다. 당연히 사각형 기둥보다는 원형 기둥을 감쌀 때 안정적이다. 

하지만 뱀이 둥근 기둥을 이용해서 전봇대를 쉽게 오르기 위해서는 몸 길이가 매우 길어야 한다는 조건이 붙어야 한다. 쇠막대에 칭칭 감긴 코일coil처럼 말이다. 과연 전봇대를 쇠막대처럼 칭칭 감을 만한 길이를 가진 뱀이 있을까 ? 있다, 심형래 감독이 연출한 영화 << 디워 >> 에 나오는 이무기'라면 동남아 관광 가이드'가 한 말은 정답일 수 있다. 영화 << 디워 >> 포스터'를 보면 빌딩을 오르는 이무기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이때 포스터에 등장하는 빌딩은 원형에 가까운 형태'다. 심형래도 나름 과학적 지식을 동원하여 영화를 만들었다는 계산이 나온다. 적어도 << 디워 >> 만듦새는 " 키 2미터에 몸무게는 30kg인 건장한 녀석 " 이라고 쓰는 초등학생의 펜픽' 정도는 아니라는 소리'다.

" 장래 희망이 베스트셀러 작가인 초등학교 5학년 정다래 학생 !  키 2미터에 몸무게가 30kg인 남자는 건장한 사내가 아니라 성냥개비 물 빠따'랍니다. " 뱀은 배 부분 전반에 걸친 역방향 비늘결을 이용하여 측선 물결운동으로 앞으로 나아간다. 직선 주행은 불가능하다. 그렇기에 뱀을 도형으로 표현하자면 < 곡선 > 이라 할 수 있다. 위에서도 지적했듯이 전봇대가 둥근 이유는 바람의 저항을 적게 받기 위해서다. 나무가 둥근 이유'가 광합성을 골고루 받기 위한 식물의 전략이라고는 하지만 바람의 저항을 최소화하기 위해 최적화된 디자인'이라는 점도 부인할 수는 없다. 나무는 보다 많은 광합성을 얻기 위해서 최대한 높이 자라는데 높이 자랄수록 맞바람을 세게 받으니 바람의 저항을 계산하지 않으면 키 큰 나무는 바벨탑 신세가 될 공산이 크다.

산 정상에 가까운 나무일수록 키가 낮거나 곱추의 허리처럼 자세를 최대한 낮추는 이유는 바람의 저항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산 정상에서 대나무처럼 꽂꽂하게 버티다가는 뿌리째 뽑히기 딱이다. 강과 하천이 구불구불한 곡선으로 이루어진 원인도 유속에 따른 퇴적과 유실을 막기 위해서'다. 강과 하천은 유속이 빠르다 싶으면 휘어져서 속도를 줄인다. 자연적으로 발생한 속도 제어 장치'인 셈이다.  이처럼 곡선은 수직의 속도와 가로의 저항을 적절하게 안배하여 저항'을 상쇄하는 지혜를 가지고 있다. 시멘트 원기둥 전봇대'가 모방하려는 것은 바로 나무'다. 실제로 시멘트 원기둥 전봇대 전에 사용되었던 전봇대는 우뚝 솟은 나무 전봇대'였다. 직선이 모더니즘을 대표하는 디자인이라면 곡선은 자연친화적 형태'라 할 수 있다.

 

<< 국가처럼 보기 Seeing Like a State >> 를 저술한 제임스 스콧'은 레비스트로스의 문학적 표현을 빌려 원시와 문명을 < 날것과 요리한 것 > 으로 분류한다. 스콧에 의하면 곡선은 정복되지 않은 처녀지(비가독성)이고 직선은 " 읽기 쉬워진 삼림(단순화) " 에 해당된다. 직선은 인간에 의해 관리되고 정리된 디자인이다. 만약에 1500년경 도시 지적도'가 있다면 어떤 모양새였을까 ? 아마도 2살짜리 갓난아이'가 크레파스로 그린, 의미를 알 수 없는 실 뭉텅이 모양일 것이다. 도시 계획 이전이니 골목길은 미로처럼 구불구불하고 논이나 밭도 뒤죽박죽일 것이다. 그렇다면 계몽주의자들이 신대륙에서 건설한 시카고 도시는 어떤 모양일까. 1893년 시카고 시내 지적도를 보면 네모반듯한 바둑판 모양으로 되어 있다. 신도시는 대부분 이런 형태로 건설된다. " 모더니티 " 는 < 곡선을 직선으로 바꾸는 작업 > 과 연관이 있다. 모더니티'는 곡선을 직선으로 변형시키는 과정에서 발생된 " 속도 " 를 얻는다.


현대인은 곡선을 직선에 비해 느리고 불편하며 비효율적'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렇다면 " 빠르다 " 는 개념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제임스 스콧은 권력자가 도시를 곡선에서 직선으로 바꾸고자 하는 이유로 대중 통제 전략과 깊은 관련이 있다고 말한다. 바둑판 모양으로 구성된 도시는 폭동이 일어날 경우 신속하게 진압군'을 투입하여 제압하기 좋은 구조'다. 반면 구불구불한 마을'은 미로 같아서 폭동 진압군이 애를 먹는다. 당연히 폭동을 일으킨 마을 주민이 유리할 수밖에 없다. 지리에 밝기 때문이다. 실제로 시민 혁명군들은 골목길이 미로처럼 얽힌 곳에서 최후의 항전을 치루고는 했다. 히틀러가 장기 프로젝트로 거대 도시 건설 계획을 설계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또한 " 아우토반 " 을 건설한 인물이 바로 히틀러'가 아니었던가.

 

<< 국가처럼 보기 >> 는 옮긴이'가 지적한 대로 " 역사학, 정치학, 사회학, 경제학, 지리학, 인류학, 언어학, 철학, 농학, 임학, 조경학, 생태학, 도시계획학 등 한문의 거의 전 분야를 가로지르고 있(옮긴이의 글 중 ) " 어서 내용이 풍부하다. 무엇보다도 문학적 표현력이 뛰어나서 읽는 맛이 있다. 롤랑 바르트가 쓴 << 아케이드 프로젝트 >> 라고나 할까 ? 도시는 효율성이라는 이름으로 속도의 가치'를 지나치게 과대 포장 해서 확대 해석했다. 결과적으로 골목은 사라졌다(오세훈이 저지른 피맛골 정책을 보라).  처녀지는 합리성'이라는 이름으로 파괴되었다. 저자가 국가 개입으로 건설된 " 브라질리아 " 라는 행정 도시'를 유령 도시( 군중 없는 도시 ) 라고 언급한 후 지적한 부분이 바로 " 길모퉁이의 부재 " 였다. 도시 건설자'는 길모퉁이'를 도시 건설 계획'에 있어서 불필요한 요소'로 파악해 제거했으나 바로 그 길모퉁이가 없는 도시 때문에 브라질리아는 생명력을 상실한 삭막한 신도시'가 되었다고 주장한다.

 

골목이 사라지다 보니 골목에서 놀던 아이들은 대로'로 나오게 된다. 대로는 무법천지'다. 차들은.... 아, 띠띠빵빵 빠르게 달린다. 그때 깨닫게 된다. 골목이 간직한 구불구불한 곡선'이 차의 진입과 속도를 늦춰서 아이를 위험에서 구했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뿐이 아니다. 골목 가게'도 사라졌다. 피맛골에 모여 있던 맛집은 모두 뿔뿔이 흩어져서 어디론가 사라졌다. 사람들은 피맛골에 있던 맛집이 다른 곳으로 이주한, 종로 2가 14층 " 신삥 " 빌딩 5층에 있는 빈대떡 가게를 찾지는 않는다. 그때 다시 깨닫게 된다. 어쩌면 빈대떡 맛 때문에 피맛골을 찾았던 게 아니라 골목 운치가 좋아서 그 가게를 찾았다는 사실 말이다. 만약에 어떤 마을이 마음에 쏙 든다면 당신의 호의는 팔 할이 구불구불한 길모퉁이 때문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곡선은 계몽되어야 될 존재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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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madhi(眞我) 2015-04-20 11: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과학선생님이네요 호호호. 예전에 피맛골 골목사이를 이은 술집에서 안주로 먹은, 짝짝 달라붙던 자연산 굴 맛을 잊을 수가 없네요. 골목길을 이어붙인 집이라 꽤 추웠지만요. 그 때문에 운치가 있었죠. 그 사람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요. 청계천을 지나칠 때마다 그 상인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쥐박이 욕하면서 궁금해집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5-04-20 21:16   좋아요 0 | URL
피맛골을 왜 없앴을까요 ? 물론 땅값 비싼 곳이니 헐고 건물 세우면 가진 자가 이득 취하는 건 당연하겠지만
그래도 피맛골은 그 특유의 정서가 있잖습니까. 오세훈 이 인간 참... 정 떨어지는 인간입니다.
 
또래압력은 어떻게 세상을 치유하는가 - 소속감에 대한 열망이 만들어낸 사회 치유의 역사
티나 로젠버그 지음, 이종호 옮김, 이택광 감수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2년 7월
평점 :
절판


 

 

 

 




 


 



SMO KING / NO SMOKING 

 


Smoking/No Smoking 라는 제목은 알랭 레네의 영화 제목 << Smoking/No Smoking, 1993)  >> 과는 아무 관련이 없음을 고지합니다.

 

 


 

- 업계 대변인, 금연 광고 캠페인

 

 

풍채 좋은 중년 남자'가 회의실로 보이는 어두컴컴한 사무실에서 위풍당당한 말투로 말한다. " 여러분, 우리 담배 업계가 위기에 봉착했습니다. 수십 조 달러에 달했던 건초 수익'이 거덜났어요, 너덜너덜. 띠바 ! 하루바삐 골초 새끼들을 포섭해야 합니다. 날마다 2천 명이나 되는 골초 새끼들이 건강을 이유로 금연을 선언하는 상황이오. 그뿐입니까 ? 매일 1천 100명이나 되는 뻐끔이들은 이제 더 이상 담배를 피우지 않아요. 왜냐 ? 피우고 싶어도 피울 수가 없소. 흡연으로 인해 하루에 1천 100명이 뒈지기 때문입니다. 결론은 이 결손을 담배를 피우지 않아 아직은 허파가 싱싱한 잠재적 뻐끔이들로 대체해야 한다는 점이오. 암, 심장병, 뇌졸증 따위는 잊읍시다. 시바, 우리가 무슨 건강 전도사요 ? 건초 장사꾼이지...... "

일동  :  ( 격한 동감과 골초에 대해 조롱이 섞인 웃음을 날리며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위 동영상은 캘리포니아 주의 지원금으로 만든 금연 공익 광고'로 광고인 폴 키 씨'가 << 업계 대변인 >> 이라는 제목으로 1990년 4월 10일에 선을 보인 작품'이다. 이 광고는 다른 금연 광고'와는 사뭇 달랐다.  기존 광고는 < 흡연이 당신을 죽일 수 있습니다 ㅡ 류 > 와 < 당신이 뱉은 담배 연기가 당신 아이를 죽일 수 있습니다 ㅡ 류 > 따위의 " 보건소(스타일) 광고 " 가 대부분이었다. 이 광고들은 " 끽연가여, 각자 알아서 조심하십시다 ! " 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었다. 광고 속 흡연자는 피해자이면서 동시에 가해자'였으며, 아무것도 모른 채 속을 태우니 속도 없는 놈으로 묘사되었다. 당신의 불행은 자업자득'이라는 논리가 박혀 있었다. 하지만 << 업계 대변인 >> 광고는 흡연가에게 1차적 책임을 묻는 대신 불투명한 적을 선명하게 부각시킨다. 광고 속 업계 대변인'은 잇속을 위해서 커튼 뒤에서 꼭두각시를 조종하는 야비한 인물처럼 보인다. 흡연자는...... 속고 있는 것이다.

광고인 Paul Keye 씨가 보기에 흡연이 증가하는 원인'은 담배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담배 회사들이 수백만 달러를 들여 만든 이미지 마케팅'에 있다고 보았다. << 업계 대변인 >> 은 담배 회사'를 악당으로 묘사한 첫 번째 광고'였다. 공격 방향을 < 담배를 피우는 흡연자' > 에서 < 담배 회사 > 로 화살을 돌린 것이다. 이 전략은 통했다. 인간이란 자고로 모르고 있었다면 모를까, 알고 있는 이상은 속고는 못 사는 족속이니깐 말이다. 손실 회피 반응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안 피우면 안 피웠지 꼭두각시 장단 놀음에 놀아나지는 않겠다며 주먹 불끈 !  또 다른 광고에서는 흑인 래퍼가 나와 담배 업계를 디스한다. 시바 새끼들, 우리가 니네 꼭두각시니 ? 이젠 우리가 타바코(TABOCCO) 다 바꿔, 타바코 다바꿔. yo ~  이런 메시지였다. 적이 선명할수록 의지 또한 불타는 법이다. 플로리다 주'도 발빠르게 움직였다.

캘리포니아 주가 공급한 금연 광고가 성인 흡연 인구 전체를 겨냥한 캠페인이었다면, 플로리다 주는10대 청소년을 겨냥한 금연 공익 광고에 주력했다. 애초에 싹을 뽑자는 의도였다. 이 캠페인에는 SWAT : Student Working Against Tabacco 이라는 " 담배를 반대하는 학생 모임 " 이 중심이 되어 제작 단계에서부터 캠페인 광고에 적극 참여했다. 십대들은 뻔한 보건소 광고에 식상하고 있었다. 그들은 " 담배는 몸에 해로워요 ! " 라거나 " 담배 오래 피우면 이빨이 누렇게 됩니다. " 라는 메시지'에 반응하지 않았다. 비록 십대들이 < 트와일라잇 > 같은 병맛 건전 판타지 소설에는 열광해도 이따위 금연 광고 메시지에는 콧방귀도 뀌지 않았다. 십대에게는 금연 메시지'가 뭔가 근사하다는 점을 심어줘야 했다. 그래서 저항'이라는 코드로 접근을 시도했다. 십대 하면 반항 아닌가 !

" 진실 " 캠페인 시리즈는 담배 회사와 맞짱을 뜨는 또래 짐단을 담았다. 십대들이 보기에 광고 속에 등장하는 거대 담배 회사는 다스 베이더처럼 보였고, 또래 집단은 루크 스카이워커처럼 보였다. 십떼( 오타 아니다 ) 들이 우르르 거대 담배 회사 건물 앞에 모인다. 티셔츠에는 하나같이 1200이란 숫자가 적혀 있다. 그 숫자 옆에는 각자 고유 번호가 적혀 있다. 카메라는 불안하게 흔들리고 부감으로 십떼'를 비춘다. 흡사 좀비 영화 속 한 장면 같다. 어느 한 순간, 십떼가 모두 쓰러진다. 죽은 것이다. 궁금증은 곧 해소된다. 누군가 피켓을 들고 있다.  날마다 흡연 때문에 1200명'이 죽습니다 !


 

ㅡ 진실, 금연 공익 광고 캠페인

 

10대 청소년이 주축이 되어 만든 " 진실 " 시리즈는 10대 청소년들이 사악한 집단에 맞서 저항한다는 이미지'를 적극 활용했다. 흡연에 반대하는 금연자 혹은 비흡연자'는 흡연자가 뱉는 담배 연기에 인상을 찡그리거나 코를 막는 소극적 행동에서 벗어나 담배 회사'를 상대로 적극적 행동에 나선다. 골리앗과 싸우는 다윗 같다. 이들은 마치 정의를 위한 투사처럼 보인다. 나와라, 이 시밤바들아 ! 정의의 사도가 나가신다. 길을 비켜라. 바로 이 코드'가 십대들에게 제대로 먹혔다. 돌이켜보면 십대는 폼생폼사가 아니었던가 !  효과는 바로 나타났다. 플로리다 주의 10대 흡연율은 2007년에 이르러 고등학생 흡연율이 14.5 퍼센트로 떨어졌다. 10년도 안 돼 절반 수준으로 하락한 것이다.

그러자 금연 정책에 대해 팔 걷고 and 발 벗고 나섰던 주 정부가 다시 칼을 빼들었다. 하지만 관객의 예상과는 달리 이야기는 골때리는 방식으로 전개된다. 이런 것을 두고 " 황당한 반전 " 이라고 하는 것이다.  주 정부는 담배 가격 인상을 중단하고 진실 캠페인 자금 지원을 대폭 삭감한 것이다. 주 정부는 금연 프로그램 효과가 괄목할 만한 성과를 보이자 담배 회사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손을 쓰기 시작한 것이다. 금연은 곧 세금 수입이 줄어든다는 것을 의미하니까. 플로리다 주는 더 이상 금연 공익 광고 캠페인에서 담배 업계의 조종이라는 테마'를 활용하지 않았다. 다시 " 흡연은 당신을 죽일 수 있습니다 ㅡ 보건소 광고 " 로 돌아왔다. 가파르게 하락했던 곡선은 다시 가파르게 상승하기 시작했다.

이 재미있는 이야기는 티나 로젠버그가 쓴 << 또래압력은 어떻게 세상을 치유하는가 >> 에서 자세히 다룬다. 관심이 있는 사람은 일독을 권한다. 티나 로젠버그'가 이 책에서 말하고 싶은 것은 또래 집단이 개인에게 행사하는 긍정적 압력'이다. 같은 처지에 놓인 또래 집단의 친화력을 이용해서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자는 것이다. 긍정적 또래 압력이라는 말이 쉽게 와 닿지 않는다면 " 홀아비 사정은 과부가 안다 " 는 속담으로 바꿔 생각하면 쉽게 와 닿으리라.  < 또래 끼리 어깨 톡톡talk talk > 이라고나 할까 ?  티나 로젠버그는 풀리쳐 수상 작가답게 다양한 사례를 뽑아 짜임새 있게 정리한다. 그러니까 또래 끼리 어깨 톡톡 운동은 상부 구조가 하부 구조를 계몽하는 구태가 아니라 하부 구조를 구성하는 또래끼리 서로를 격려하며 힘을 북돋는다는 점에서 다르다. 섹스할 때는 콘돔을 사용하자는 러브 라이프 캠페인으로 남아공의 10대 에이즈 감염 수치를 줄였고, 미적분학 클럽'으로 학업 성적을 올렸으며,

그라민 은행은 대출 부적격자인 빈민에게 돈을 빌려줘 가난에서 벗어나게 했으며, 오트포르 민주화 운동으로 세르비아 민주화에 공헌을 한 예를 든다. 러브라이프, 미적분학 클럽, 그라민 은행, 오트포르 운동은 모두 지도자, 스승 따위가 하위 그룹에 영향을 준 게 아니라 또래 집단 스스로 긍정적 방향으로 변화를 주도했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티나 로젠버그는 또래 집단이 가지고 있는  친화력과 전염성에 주목했다.

 

 

 

다시 담배 이야기로 돌아오자. 대한민국 금연 광고는 대부분 " 흡연이 당신을 죽일 수 있습니다 " 와 " 당신이 내품은 담배 연기가 아이를 죽일 수 있습니다 " 뿐이다. 흡연자는 사탄처럼 묘사되거나 배려가 없는 사람으로 묘사한다. 이런 광고는 지긋지긋하게 본 터라 경각심은커녕 시큰둥하기 일쑤'다. 대한민국 금연 공익 광고를 보고 담배를 끊을 결심을 하는 흡연자가 있을까 ? 역설적이지만 대한민국에서 유통되는 금연 광고'는 담배 판매 수익에 아무 영향도 주지 않기 때문에 썩 괜찮은 광고'다. 담배 제조사인 대한민국 정부 차원에서 보자면 말이다. 박근혜 정부는 연초에 담배 가격을 대폭 올렸다. 가격 인상 목적 가운데 하나가 금연 효과라고 말하지만 과연 그 말을 믿을 인간이 있을까 ? 때리는 시어머니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밉다는 말이 떠오른다.

 

끽연금지회喫煙禁止會' 라는 구국 운동 단체가 있었다. 1907년, 대구에서 조직되었는데 금연을 통한 저축으로 일본에 진 빚을 갚아 국권을 회복하자는 목적으로 만들어진 단체'였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180도 달라졌다. 국가 수익 가운데 중요한 수입원이 바로 건초 판매 사업'이기 때문이다. 국가는 대놓고 흡연을 장려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금연을 적극 장려할 수도 없는 위치에 있다. 그러다 보니 금연 공익 광고'도 보건소 광고가 전부다. 대한민국 금연 광고는 폭력 주체를 흡연자'라고 주장하지만 사실 흡연자는 폭력 주체가 아니라 피해자일 뿐이다. 국민 속을 태워 이윤을 챙기는 주체가 폭력 주체를 흡연자로 설정하는 꼴을 보니, 이 정도면 참......  뻔뻔하다는 생각이 든다. 제발 이런 고리타분한 공익 광고는 만들지 말기를 바란다. 전파 낭비일 뿐이니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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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5-04-11 11: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우, 곰발님은 어떻게 이런 책을 아시고 보십니까?
지난 번 맥도날드도 그렇고. 곰발님을 통해 모르는 책도 많이 알게 되는 것 같습니다.
보통 또래 압력이라고 하면 부정적인 뭔가의 작용을 생각하는데 저자는 오히려 긍적적인 면을
다뤘나 봅니다. 그런 책이라면 가급적 많이 읽혀야 한다고 봅니다.
알라딘 이달의 당선금 받아 이런 책을 사 본다면 알라딘으로서도 꽤 보람있겠어요.ㅋ
전 언제 되보고 여지껏 안 되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알라딘이 점점 눈이 높아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아니면 제가 점점 후지게 글을 쓰고 있거나...ㅠ

어쨌든 소개한 사례는 이제야 제대로 짚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는 그렇게 담배가 안 좋은 거라면 담배 회사를 아예 패쇄시키고 못 팔도록 해야 하는 거 아닙니까?
금연은 금연대로 해야한다고 하면서 담배는 담배대로 팔고. 웃기잖아요.
결국 흡연자를 우롱하는 거죠. 아니면 좋은 성분의 담배를 개발하던가?
별거 다 만들면서 왜 담배는 역발상을 안 하는지 모르겠어요.

근데 금연 정책에 대해선 박근혜 정부만 못하고 있는 건 아닌 거 같아요.
거의 대부분의 나라가 금연을 그 정도하고 있고 거기에 우리나라 정부도 편승해 가는 건 아닌가 싶어요.

곰곰생각하는발 2015-04-11 14:47   좋아요 0 | URL
제 독서 취향은 짬밥입니다. 한쪽에 편중해서 읽으면 안 되겠더라고요.
글구.... << 맥도날드.... >> 요 책은 굉장히 유명한 책입니다.
사회학 명저에 곧잘 뽑히는 책이기도 하고요. 스텔라 님도 함 읽어보십시오.

담배의 역사가 몇 년입니까. 그동안 담배 세력이 쌓은권력을 쉽게 무너뜨릴 수있나요
글구. 담배 피는 사람들이 담배 금지 사회가 되면 쿠데타를일으킬 걸요 ? ㅎㅎㅎㅎㅎㅎ


AgalmA 2015-04-11 14: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또래집단 친화력을 ˝홀아비 사정은 과부가 안다˝로 연결시키다니 ㅋㅋ
헌데, 진보는 왜 같은 진보 사정을 알면서도 그리 싸우는가...유유라는 게 정말 지속적이며 정말 상종하나...싶기도 하며 씁쓸. 이건 단지 정치만 국한해서 하는 말이 아닙니다.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 <파수꾼>등의 영화를 보면 또래들이 얼마나 쉽게 뭉치고 얼마나 쉽게 흩어지는지 단적으로 볼 수 있었죠. 살아보니 그건 단지 사춘기의 호르몬 문제는 아닌 듯.

곰곰생각하는발 2015-04-11 14:48   좋아요 0 | URL
저도 처음에는 또래압력이 나쁜 의미에서 그런 건 줄 알았습니다.
왜 또래와 어울리기 위해서 담배를 배우기도 하자낳아요.
그런데 정반대더군요. 살짝 당황을... ㅋㅋㅋㅋ.

samadhi(眞我) 2015-04-20 11: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번에 제주여행 갔다가 울면서 전자담배로 갈아탄 남편을 위하여 담배를 사왔더니 입이 귀에 걸렸네요. 제가 타르 1mg을 0.1mg으로 헷갈리지만 않았어도 더 좋았겠지만^^. 말로만 듣던 면세점 담배줄 엄청나더군요. 하마터면 비행기 놓칠 뻔 했습니다. 시누이와 둘이 한 여행인데, 시간개념 철저한 시누이에게 욕처먹을 뻔 했습니다. 담배 냄새를 좋아하지 않지만 특히 길담배가 정말 싫지만 남편의 기쁨을 뺏고 싶지 않아 굳이 끊으라고 하지 않습니다. 줄담배를 피는 것도 아니고 술도 마실 줄 모르는 사람이라 좋아하는 것을 막고 싶지 않거든요. 근데 이 정부가 노동자들의 작은 기쁨을 앗아가는군요. 세법강사가 담배에 들어가는 세금 때문에 저항하기 위해(순전히 열받아서) 금연을 하고는 금단증상 때문에 스트레스 받아 죽을 것 같다고 합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5-04-20 11:55   좋아요 0 | URL
담배가 의지로 끊을 수 있다면 백이면 백 다 끊었죠. 정부에 분노해서 끊어야 한다고 하는데 그게 됩니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담배 피워도 오래 사는 사람은 오래 사니, 끊어서 스트레스 받느니 아예 피우는 게 낫죠. 저도 건강 생각해서 술을 1주일 정도 끊었는데 어느 날 맨 정신으로 곰곰생각했습니다. 시바. 무슨 낙으로 사냐... 취하는 낙으로 살았는데... 이런 생각하니 정말 슬프더라고요. 그래서 다시 마십니다. 물론 횟수를 줄이지만 말입니다.

samadhi(眞我) 2015-04-20 11:59   좋아요 0 | URL
본 컬렉터 였나? 그 책에 나오는 남자주인공이 스티븐 호킹 같은 루게릭병이었던가, 그랬는데. 그런 사람이 담배를 즐기는 걸 보고 사람들이 너 같은 몸으로 특히 담배 끊어야 하지 않느냐 그랬더니, 그 사람이 해로운 것 하나 하지 않고 무슨 재미로 사느냐. 고 하더군요. 그래서 ˝되차˝(과연. 전라도 사투리) 그랬죠.

곰곰생각하는발 2015-04-20 12:08   좋아요 0 | URL
그럼요. 저도 술을 줄여서 일주일에 한두 번 그냥 소주 한 병 정도로 마시는데 마시면서 캬... 좋구나 합니다. ㅎㅎㅎㅎㅎㅎㅎ
 

 

 

 

 

안타보다 가치 있는 삼진(아웃) '도 있다



야구에 대해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보면 평소 우리가 알고 있는, 혹은 굳게 믿고 있는 상식과 가치'가 지나치게 < 고ㅡ평가 > 되거나 < 저ㅡ평가 > 된 경우가 많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일단 여러분에게 질문 하나를 던지자. < (타자의) 안타 > 는 < (타자의) 삼진 > 보다 가치'가 있는가 ? 이 질문에 당신은 쏨치'처럼 벌컥 화를 낼 것이 분명하다. " 뭐.... 이런 시베리아 오오츠크해 새우젖 같은 녀석이 다 있어 ! " 이 리액션...... 이해한다. 내가 던진 질문이지만 황당하기는 하다. 공격 팀 입장에서는 안타는 당연히 삼진보다 가치가 있다. 두말하면 잔소리'다. 그렇다면 상황을 다시 디테일하게 묘사하자. 안타가 만들어진 상황을 나열하자. 이 안타는 투 아웃 주자 없는 상황에서 엘지 7번 타자가 투수가 던진 초구를 때려 만들어낸 단타'다.

반면 한화 7번 타자는 투 아웃 주자 없는 상황에서 투수와 끈질긴 승부 끝에 파울을 8개나 쳐낸 끝에 삼진으로 물러난다. 투수 입장에서 보면 한 타자에게 공을 16번이나 뿌린 셈이다. 다시 묻자. 어느 쪽이 영양가 놓은 승부'일까 ? 당신은 다시 시베라이 오오츠크해 새우젖 같은 녀석'이라며 우우, 할지 모르겠지만 내가 보기엔 엘지 7번 타자보다는 한화 7번 타자'가 팀 기여도'가 더 높다. 상대 투수가 제구력이 좋아 볼 넷 허용을 하지 않는다는 가정에서 투 아웃 주자 없는 상황에서 7번 타자가 안타를 치고 나갔다고 했을 때 점수를 뽑기 위해서는 8번 타자와 9번 타자가 연속 안타를 쳐야 한다. 만약에 8,9번 타자 모두 단타를 쳤을 경우는 1번 타자도 안타를 쳐야 점수를 얻을 수 있다.

결과적으로 보았을 때 3연속 혹은 4연속 안타가 터져야 점수를 얻을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런데 7,8,9 하위 타선에서 연속 안타가 날 확률은 희박하다. A ㅡ ①,②,③번을 중위 타선, B ㅡ ③,④,⑤번을 상위 타선, C ㅡ ⑦,⑧,⑨번을 하위 타선'이라고 하자. 한 경기당 평균 팀 안타는 8,9개'다. 1이닝에 안타 1개를 생산하는 꼴'이다. 그리고 타자는 평균 0.250'이다. 이를 알기 쉽게 표현하면 4타수 1안타'이다. 타자가 평균 4번 정도 타석에 들어선다고 했을 때 안타 1개를 뽑아내니 팀 안타가 평균 8,9개가 생산되는 것이다. 하지만 모든 타자가 안타 1개를 생산하지는 않는다. 계산을 쉽게 하기 위해서 상황을 단순하게 나열하자. 타율이 가장 높은 B군은 팀 평균 안타 생산량보다 높은 3타수 1안타를 뽑아내고,

A군은 4타수 1안타로 평균값에 도달하고, C군은 평균값에 미달하는 5타수 1안타를 때린다. 5타수 1안타라는 말은 경기당 평균 4번 타석에 들어설 수 있다고 가정했을 때 무안타로 끝날 수도 있다는 말이다. 다른 식으로 말하면 7,8,9번 타자는 한 경기당 가까스로 1안타를 뽑아낼 수 있지만 무 안타'에 그칠 수도 있다. 그렇다면 투아웃 상황에서 7,8,9번 타자가 연속 3안타를 때릴 가능성은 ?! 확률적으로 보면 " 졸라 " 희박하다고 보아야 한다. 다시 말해서 엘지 7번 타자가 초구를 공격해서 안타를 뽑아낸다고 해도 후속 타자들이 안타를 뽑아내 점수를 낼 확률은 희박하다는 점이다. 잔루로 남을 가능성이 90% 이상이다. 다들 아시겠지만 야구에서 잔루는 아무 의미가 없어요.

반면 16구 승부 끝에 삼진 당한 한화 7번 타자'는 투구 수를 늘렸다는 점에서 비록 아웃은 당했지만 영양가는 놓다고 할 수 있다. 투수가 한 경기에서 던질 수 있는 투구 수는 100개 안팎으로 정해져 있다. 7번 타자가 한 이닝을 던질 때 사용되는 투구 수'를 뽑아냈다는 점은 높은 점수를 줘야 한다. 그렇기에 초구에 안타를 친 엘지 7번 타자보다는 16구 끝에 삼진을 당한 한화 7번 타자'가 팀 기여도'가 높다고 할 수 있다. 내가 야구 분석관으로써 선수 평가'를 해야 한다면 한화 선수에게 더 높은 점수를 줄 것이다. 삼진이 안타보다 공격 기여도가 높은 경우'다. 마찬가지로 타율이 높은 선수보다는 출루율이 높은 선수가 팀 기여도'도 더 높다. 안타는 많이 뽑아내지는 못하지만 선구안이 좋은 선수가 더 낫다.

관객 입장에서는 타율이 높은 선수의 플레이가 팀 기여도가 높은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투수를 괴롭히는 타자가 실력있는 선수'다. 여기서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실패(삼진)했다고 해서 그 실패'가 모두 가치 없는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그리고 우여곡절 끝에 성공(안타)했다고 해서 그 성공이 반드시 가치 있다고 말할 수도 없다. 아름다운 실패는 얼마든지 있다. 노무현이 낮은 예상 승률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에 오를 수 있었던 이유는 그의 과거가 보여준 아름다운 실패 때문이었다. 박근혜의 승리도 마찬가지'다. 그는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했지만 아름답지 않았다. 내가 대통령 자격 심사 위원으로 평가를 한다면 박근혜에게 F를 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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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5-04-11 0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제 박해민의 끝내기 안타를 예언하는 글 같아요. 4타수 무안타였다가 끝내기 안타 한방으로 경기의 주인공이 되었잖아요. 박해민이 작년 시즌보다 공을 끝까지 보는 능력이 좋아졌어요. 번트를 안타로 만드는 실력도 여전하고요. 아직 시즌 초반이지만 타율이 3할 넘었어요. 홈런 2개를 친 이승엽보다 타율이 높아요.

곰곰생각하는발 2015-04-11 16:01   좋아요 0 | URL
어제 한화와 롯데 전 보셨습니까. 기막한 아이러니한 상황이....
요즘 진짜. 한화 경기 재미있씁니다. 이게 김성근의 힘이 아닌가 싶습니다. 지긴 했으니 묘하게 재미가 있습니다.

cyrus 2015-04-11 23:21   좋아요 0 | URL
하필 삼성 대 기아와 한화 대 롯데 경기가 연장으로 가게 되어서 두 경기를 동시에 봤어요. 권혁이 삼성에 있을 때 전력투구한 적을 한 번도 없었는데 삼진을 잡아내는 모습을 보니까 대단하더군요. 송은범 초구 피홈런은 생각할수록 진짜... 저도 보면서 황당했습니다. 요즘 한화를 `마리화나`라고 부르더군요. 마약 같은 팀입니다. ㅎㅎㅎ

곰곰생각하는발 2015-04-12 01:49   좋아요 0 | URL
다 보셨으면 아시겠군요. 권혁 죽음의 쾌투로 불을 사르고 감동하고 있는데 송은범 초구에 홈런 맞아서 어리둥절했습니다. 어, 이거 무슨 시츄에이션이지 ? 이런 느낌. 롯데도 가만 보면 참... 재미있어요. 롯데 스타일 좋아합니다.

개인적인 소견입니다만. 전 김성근 스타일`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권혁 51구인가요. 불펜에게 그렇게 던지게 하는 거 보고 좀 너무하다 싶었습니다.
보통 20구 내외로 던지게 하잖습니까. 선수 생명에 지장을 줄 수 있죠.
아니나 다를까. 유창식인가요. 3일 전 선발로 나온 선수를 다시 8회 등판시켜서 깜짝 놀랐습니다.
이렇게 하면 선수 어깨 그냥 망가지지 않겠습니까. 승도 좋지만 무엇보다 선수 관리가 중요한 것을....

samadhi(眞我) 2015-04-20 11: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말이 그말이죠. 투수를 빡치게(?)하는 용큐놀이가 좋고 ˝선구˝, ˝매눈˝ 박기남 선생(?)이 좋아요. 투스트라이크로 시작해 볼넷으로 나가는 포카리박. 용큐가 한화로 가니 군대갔다온 다른 용큐가 용큐놀이를 해준단 말이죠. 음하하. 사랑해효~ 엘지 입니다. 엘지에서 온 선수들이 아주 훌륭하죠.

곰곰생각하는발 2015-04-20 11:58   좋아요 0 | URL
볼 많이 고르는 타자가 투수입장에서는 정말 성질날 겁니다. 초구에 안타 맞는 것과 18구에 안타 마는 것은 하늘과 별 사이잖아요. 1이닝 더 던질 수 있는 데 한 타자 때문에... ㅋㅋㅋㅋ
이용규 띄어난 타자임...
 
콰이어트 Quiet - 시끄러운 세상에서 조용히 세상을 움직이는 힘
수전 케인 지음, 김우열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2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변소밥과 태극기 : 혼자서도 잘해요 !

 

 

 

 

" 벤조메시 " 라는 말이 있다. 일본어로 변소밥(便所飯)’이라는 뜻으로 화장실에서 식사를 하는 현상을 말한다. 혼자 밥을 먹는 것을 부끄럽게 여겨서 화장실로 숨는 것이다. 한 정신과 의사는 이런 현상을 " 런치메이트 신드롬 " 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니다. 대한민국도 " 혼밥족 " 이라는 신조어가 국어사전에 등재되었고 화장실에서 밥 먹는 사진도 곧잘 보인다. " 깁밥에서 단무지는 빼주세요. 씹을 때 소리가 나니까 ! " 일본인이나 한국인'이나 혼자서 밥을 먹는 일은 꽤나 부끄러운 모양이다. 이들이 식당이 아닌 변소'를 선택하는 이유는 친구도 없는 외톨이'라는 사실을 감추기 위해서다. 친구가 없다는 것을 두고 그 사람 인성'에 문제가 있다고 보는 사회적 편견이 작용한 까닭'이다.

친구(들)이라는 친목 집단'을 그닥 신뢰'하지 않는 내게는 쉽게 와 닿지 않는 현상'이다. 우리가 남이면서 우리가 남이냐고 묻는 족속은 대부분 양아치들이나 부당거래로 얽힌 관계인 경우가 많다. 그것은 날이면 날마다 오는 약장수가 날이면 날마다 오는 게 아니라고 말하는 것과 유사하다고나 할까 ? 찔리는 게 있으니 " 큰소리 " 미리 선수를 치고 보는 것이다. 일본인과 한국인은 개인보다는 집단 속에서 안정을 느낀다. 서양에서는 실패한 주거 환경 정책이었던 아파트가 한국에서는 부의 상징'이 된 이유는 아파트가 주거 집단 형식'이기에 그렇다. 아파트는 환경이 비슷비슷한 사람끼리 모여서 개별적 존재를 한통속으로 묶는다. 아파트가 대부분 크기와 구조가 비슷하다 보니 나중에는 패턴이 비슷해지는 동조화 현상이 발생하게 된다.

입고 다니는 옷과 색깔도 비슷해지고 생활 패턴도 동일하다. 아파트 단지 주민 스똬일'은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다.  이런 공간에서 튀는 행동과 패턴은 단지 주민으로부터 구설에 오르기 좋다. 이처럼 대한민국은 집단의 힘'을 맹신한다.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말이 이를 뒷받침해 준다. 좋게 말하면 하나된 힘이지만 나쁘게 말하면 전체주의적 발상'이다. 우리가 착각하고 있는 것 가운데 하나가 < 집단 > 의 힘'이다. 여럿이 머리를 맞대고 힘을 모으면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꿀 수 있다고 말한다. 이것을 유식하게 말하자면 < 집단 브레인스토밍 > 이다. 티끌 모아 태산이요, 십시일반 정신'이다. 개인이 가지고 있는 작은 재능을 모으면 큰 힘이 된다는 믿음이다. 팀 플레이를 강조하는  재능 줄다리기'라고나 할까 ?

축구 경기에서 관중을 12번째 선수'라고 말하는 이유는 응원이라는 하나된 힘이 경기에 도움이 된다고 믿기에 그렇다. 선수들이 흔히 홈팬의 열광적 응원에 힘입어 더욱 열심히 뛸 수 있었기에 월드컵 4강 기적은 응원 열기'가 작용한 결과'라고 말하지만 사실은 심판의 악의적 편파 판정 덕'이 더 큰 변수로 작용했다. 물론 붉은악마 응원단은 이 사실을 부정하려 하겠지만 !  다음 사례는 어떻게 볼 수 있을까 ?



 

1988~1989년 농구 시즌에서 NCAA 농구팀 중 2팀이 관중 없이 11경기를 뛰었는데, 홍역이 발생한 탓에 학교에서 학생을 모두 격리해두었기 때문이다. 양 팀은 그들을 불안하게 할 팬 없이, 심지어 홈팀을 응원하는 팬조차 없이 시합하여 훨씬 좋은 결과를 냈다. 예를 들면 자유투 확률이 놓아졌다.


-  수잔 케인, < 콰이어트 > 147쪽


다시 말해 선수에게 있어서 팬은 자극이 되기도 하지만 스트레스로 작용하기도 한다는 뜻이다. 선수들은 사람들 앞에서 수치를 당하지 않을까 두려워하다 보니 오히려 평소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나쁜 결과를 초래하는 것이다. 팬이 힘을 주기는커녕 경기에 오히려 악영향을 주는 경우'다. 이처럼 < 머리를 맞대고 역경을 헤쳐나가자 ㅡ 정신 > 은 과대평가된 예'에 속한다. 집단의 크기가 커질수록 성과는 나빠진다. " 9명씩 묶은 그룹은 6명씩 묶은 그룹보다 아이디어 수도 적도 질도 떨어졌고, 6명씩 묶은 그룹은 다시 4명씩 묶은 그룹보다 성과가 나빴다 ( 콰이어트, 146쪽 ) " 이것만 봐도 집단의 일 효율성보다는 혼자서 일하도록 환경을 개선하는 쪽이 더 효율적'이다. 뭉치면 성과가 나쁘지고 흩어지면 성과가 좋아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은 여전히 허황된 " 머리를 맞대고 ㅡ 정신 " 에 빠져있다.


 

 

대통령 총통 각하 님께서 영화 << 국제 시장 >> 을 보시고는 태극기가 바람에 펄럭이는 모습이 보기 좋다고 하신 모양이다. 그러자 정부 부처 공공기관과 관변 단체'가 나서서 뜬금없이 태극기 달기 운동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태극기를 만들어서 구매 능력이 떨어지는 저소득층 가정에 배포하거나 대형 태극기, 태극기 달기 운동 홍보용 어깨띠, 배지, 현수막, 피켓, 차량용 태극기, 태극기 꽂이, 홍보 팸플릿 등을 제작해서 첩첩산중, 방방곡곡, 가정방문, 면면촌촌, 굽실굽실, 가가호호, 골골샅샅이 태극기 물결이 장관을 이루도록 할 계획인 것이다. 청와대를 향해 자신의 충정을 헤아려달라는 전형적인 전시 행정'이다. 긴 말 하지 않으련다. 태극기 사업 예산 편성 기록을 보니 급식비 없다고 징징거렸던 경상남도가 태극기 관련 예산 1위'다. 대통령 말 한 마디'에 공공기관과 공무원들이 서로 머리를 맞대고 만든 훈훈한 풍경이다. 

 

전시 행정'이 만든 " 언캐니 " 한 풍경이다. 이런 엉터리 예산(들)을 거르면 급식비는 충분히 충당할 수 있지 않을까 ? 화장실에서 먹는 밥이 맛있을 리 없다. 눈치밥도 마찬가지'다. 가난한 아이들은 비록 식당에서 밥을 먹겠지만 화장실에서 먹는 것만큼 불편한 자리일 것이다. 영화 << 국제 시장 >> 이 일낼 줄 알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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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5-04-09 23: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화장실서 밥을 먹어야 할 만큼 남의 시선을 신경쓰는 학생들은 얼마나 경멸적인 시선을 받았기에 그런 불편을 감수하는건가요?타인의 시선을 신경쓰는 벤조메시가 마음의 병인것인지 다수의 시선이 폭력인건지 헤깔리네요.
살면서 느끼기에는 제가 혼자 무슨 미친짓을하건말건 세상은 의외로 저한테 무관심하다는 것이었는데...
그리고 태극기 계양은 정말 미친짓같습니다.어떤 덜떨어진 의원이 애국3법을 발의한다던데...대학생들은 엑소더스하려고 이민계를 만들고 있다죠...애국심을 강요해서 애국심이 생길거라 믿는 바보들이 의원석에 앉아있기에 오늘도 대학생 한명이 이민계에 가입하겠지요...

곰곰생각하는발 2015-04-10 13:59   좋아요 0 | URL
옛부터 왕관 쓴 놈보다 그 밑에서 완장 찬 놈이 무서운 법입니다.
애국 3법... 무신 유신체제도 아니고... 애국이 태극기 달면 자동적으로 생산되는 본능도 아니고
윗대가리에서 스스로 애국적 행동 취하면 자연적으로 나라사랑하게 되어 있습니다.
온갖 부정부패 저지르고는 나라사랑하라 하면 합니까.

수다맨 2015-04-10 03: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위의 과도한 관심이 도리어 누군가가 하는 일에 부정적 영향력을 끼치는 경우가 참 많은 것 같습니다. 저는 솔직히, 월드컵만 되면 광장이나 경기장에 모여서 붉은 옷 입고 붉은 띠 두른 사람들 보면 제정신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러한 열정은 자신도 선수들과 하나이자, 든든한 조력자라는 기이한 믿음에서 생겨나는 듯합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5-04-10 14:00   좋아요 0 | URL
그렇죠 ? 가장 희한한 풍경일 겁니다. 붉은악마... ㅋㅋㅋㅋ.
그럴 열정 있으면 국내 프로축구장 가서 경기 좀 보지.....
 

 

 

 

 

 

 

2015시즌 프로야구 :  LG의 경우

 

 


 

 

 


야구 역사상 절대 일어날 수 없는 상황'을 만들어 보자.  시작은 좋다. 1번 타자'가 장타를 치고 3루까지 달리다가 아웃되지만 이후 2번 타자와 3번 타자 모두 단타를 때려 득점 기회'를 다시 살린다. 다음은 4번 타자 등장. 그가 친 공은 유격수 키를 넘기는 안타. 하지만 아쉽게도 2루에 있던 선수가 홈으로 달려오다가 그만 태그 아웃. 이 정도면 불길한 예감이 훅 끼친다. 아니나 다를까, 불운은 이어진다. 5번 타자가 안타를 치며 투 아웃 주자 만루 상황을 연출하지만 6번 타자는 헛 스윙 3구 삼진 아웃으로 물러난다. 이 경우 한 이닝에 무려 5연속 안타를 생산했지만 1점도 나지 않는 경우가 발생한다. 이런 식으로 9회까지 불운이 계속된다면 안타를 45개나 치고도 무 득점'인 황당한 상황이 연출된다.

상대 팀 선발 투수'가 교체되지 않고 9회까지 던져서 완봉승을 거뒀다고 해도, 투수 입장에서 보면 기분이 그리 좋지는 않을 것'이다. 이기고도 찜찜한 상황. 반면 상대 팀은 안타 1개로 4점을 얻는다. 만루 홈런 한 방'으로 말이다. " 볼 넷 " 과 수비 실책이 겹쳐 안타 없이 만루 상황을 연출하는 풍경'은 흔하지 않은가. 이 상황에서 홈런 한 방'이면 4점이니 안타 1개로 4점을 얻을 수도 있다. 결국 안타 1개(홈런) 가 안타 45개'보다 값진 경우가 발생한다. 배보다 배꼽이 큰 경우라고나 할까 ?  < 홈런 > 이 중요한 이유'다. 야구가 다른 스포츠에 비해 재미있는 점은 바로 " 비합리성(비효율성) " 때문이다. 안타를 많이 친다고 해서 경기를 이기는 것도 아니요, 빗맞은 타구라고 해서 반드시 아웃이 되는 것도 아니고,

투수 입장에서는 기가 막히게 잘 던진 공이 안타가 되는가 하면 타자 입장에서는 기가 막히게 잘 맞은 타구가 종종 수비수 글러브 속으로 들어가기도 한다. 유인촌이 야구 선수였다면 " 승질 뻗쳐서, 증말 ! " 이라는 소리를 지를 만하다. 특히 잘 맞은 타구가 아웃되는 경우는 야구 경기에서 흔하다. 이 정도면 야구는 승리의 여신인 나이키(니케 :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승리의 여신)가 어디에다 대고 콧방귀를 뀌느냐에 따라 승리가 좌우되는 경우도 있으니 비효율적 스포츠'다. 사실, 타자가 투수가 던진 공을 쳐내는 야구 경기 방식 자체가 신기한 경우'다. 공이 투수의 손을 떠나 포수 글러브에 도착하는 시간은 대략 0.4초'다. 그런데 타자가 0.4초 후에 방망이를 휘두르면 공은 이미 포수 글러브에 도착한 상태'다.

만약에 0.4초가 지나서 방망이를 휘두르면 관중에게 웃음거리를 선사할 것이 분명하다. 그렇기에 타자는 공이 투수의 손을 떠난 지 대략 0.2초 안에 방망이를 휘둘러야 한다. 타자는 투수의 팔 동작을 보고 볼의 구질을 파악해야 한다. 타자가 홈플레이트에 온 공을 보고 구질을 파악할 때쯤이면 공은 바깥으로 휘어져 나갔다가 포수의 미트로 들어간다. 즉 타자가 직구로 생각하고 배트를 휘두르면 슬라이더인 경우가 생기는 것. 타자 근처까지 오다가 홈플레이트 앞에서 갑자기 떨어져 순간 볼이 사라지는 느낌울 주는 포크볼, 직구처럼 빠르게 날아오다가 홈플레이트 근처에서 살짝 떨어지며 우타자 몸 쪽 아래로 파고드는 싱커볼, 속도 조절을 통해 타자들의 배팅 타이밍을 빼앗는 체인지업 등의 변화구들도 대부분 공의 각 부위별 압력의 차에 의해서 가능하게 된다.

 

 이처럼 타자는 다양한 " 경우의 수 " 를 생각해서 하나를 선택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타자는 공이 투수와 포수 중간쯤에 있을 때 공의 속도와 구질을 간파하여 낙차에 따른 궤적과 탄착점을 미리 계산해야 된다. 쉽게 말해서 짧은 시간 동안 잔머리를 " 졸라 " 굴려야 한다는 소리'다. 안타는 타자가 예측한 결과가 맞아떨어질 때 발생하는 현상이다. 이 세상 모든 안타는 미래에 대한 예측 결과'다. 그렇기에 타자가 안타를 친다는 것 자체가 비과학적이라는 소리'다. 스즈키 이치로 선수가 시애틀 런닝구 메리야스 팀에서 2004 시즌 162 경기에서 안타를 262개나 생산했다는 것'은 어마어마한 기록'이다.

한 경기당 1.6개의 안타를 쳤다는 소리인데 그가 결장한 경기 수를 감안하면 이 수치는 더욱 올라갈 것이다. 재미있는 점은 스즈키 이치로'가 메이저리그 2004 시즌에 시애틀 메리야스 팀에서 기록한 연속 안타 기록'은 고작 20경기 안팎이라는 사실이다. 아는 사람을 알고 모르는 사람은 절대 모르는 사실이지만, 나는 보스톤 레드삭스 팀에서 5선발 투수로 뛴 경험이 있다. 당시 나는 맹인 투수'였다. 그때 런닝구 메리야스 팀과 4차례 대결을 펼쳤는데 나는 스즈키 이치로 선수에게 " 15타수 6안타 " 를 허용했다. 그는 안타의 신'이었다. 자세한 내용은 링크를 걸어둔다.


이치로 선수가 기록한 안타 262개(162경기)만 놓고 보면 162경기 연속 안타'도 가능할 것 같지만 날마다 안타를 친다는 것은 꽤나 어려운 모양이다. 연속 안타 최고 기록은 1941년에 조 다마지오가 세운 56경기'다. 마찬가지로 선수들이 한 이닝에서 3연속 안타를 뽑아내는 것도 결코 쉬운 일은 아니라는 계산이 나온다. 메이저리그 선수 평균 타율은 0.250이다. 12타수 3안타를 치면 나오는 값이니 한 경기당 보통 팀 안타를 8~9개를 생산한다(실제로 한국 프로야구 한 경기당 두 팀이 만들어낸 안타수는 평균 17.7이다). 선수가 한 경기당 보통 4번 정도 타석에 들어설 기회가 있으니 타자'가 평균 4타수 1안타를 치면 잘한 것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못한 것도 아닌, 가까스로 밥값은 한 결과다. 평균값을 적용해서 선수 한 명이 한 경기당 평균 안타 1개'를 생산한다는 값을 놓고 보면 선수들이 한 이닝에서 3연속 안타를 기록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라는 계산이 나온다. 

계산을 쉽게 하기 위해 3,4,5번 타자를 A 집단 : 0.250 이상으로 3타수 1안타를 치는 무리, 1,2,6번 타자를 B집단 : 평균 0.250으로 4타수 1안타를 치는 무리, 7,8,9번 타자를 C 집단 : 5타수 1인타를 치는 무리'라고 가정했을 때 C집단이 한 이닝에서 연속 3안타를 때려서 점수를 낸다면 비록 상대 팀'이 점수를 냈다고 해도 박수를 쳐야 한다. 경우의 수'를 놓고 보면 드문 경우이기 때문이다. 4번 실패하고 1번 성공하는 C집단'이  신기하게도 한 이닝'에서 안타를 뽑아내니 말이다. 말 머리가 뱀 꼬리가 되어 길어졌다. 2015 시즌,  LG 트윈스가 빌빌거리는 원인은 홈런을 생산할 타자가 없기 때문이다. 고만고만한 딱총 부대가 안타 나부랭이'나 만들어서 점수를 뽑으려고 하니 피똥 쌀 수밖에 없다. 2015. 04. 07 현재, LG가 8경기에서 뽑아낸 홈런은 달랑 1개'였다. 결국은 안타 모아서 점수를 내야 하는 상황.

선수들이 선구안이 좋고 타격이 정교해서 볼도 잘 고르고 안타도 그럭저럭 잘 생산하지만 결정적 한 방'은 부족하다. 그러다 보니 8안타 치고 1점 얻는 식이다. 티끌 모아 1점이다. 반면 상대 팀은 안타 없이 " 노 히트 노 런 " 으로 빈타에 허덕이다가 홈런 한 방으로 2점을 얻기도 한다. 좆빠지게 안타 만들어서 3점 내며 기뻐하는 LG 선수들의 거친 숨소리와 땀방울을 보다가 느닷없이 홈런 한 방으로 2점을 내며 담담하게 그라운드를 도는 상대 선수를 보니 당황스럽기도 했다. 아무래도 LG는 올해 전망이 시망스럽게도 좆망'이다. 마무리 투수 봉중근은 방어율이 32.24이다. 오타, 아니다. 3.24가 아니라 말 그대로 두자릿수인 32.24'이다. 양상문은 베테랑 마무리 투수에 대한 예의라며 의젓한 태도로 무한 신뢰를 보내지만

내가 보기엔 마무리란 중요 보직을 " 마무으리 " 로 마무리하다가는 끝장이다. 봉중근은 올해 들어 갑자기 컨디션 난조를 보인 게 아니라 이미 지난 시즌부터 불안한 모습을 보여왔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이 상태로 가다가는 봉중근 투수는 전세계 야구 역사상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울 수도 있다. 마무리 투수도 문제지만 그보다 더 시급한 것은 홈런의 부재'다. 사실 262개 안타를 기록한 타자보다는 40개 홈런을 때린 타자'가 몸값이 더 비싸다. 야속하지만 그게 야구판의 진실'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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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립간 2015-04-09 14: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야구의 본질이라고 해야 할까, 특징이라고 해야 할까. 야구의 비합리성을 잘 표현하셨군요. 말씀하신대로 (저 주위에는) 이것 때문에 야구를 좋아하는 사람이 꽤 있습니다.

(예상하셨겠자만,) 저는 야구 스타일이 아니죠. 저는 야구보다는 축구가 좋습니다. 야구 선수의 체격은 좋아합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5-04-09 16:39   좋아요 0 | URL
야구는 수학놀음이기도 합니다. 상당히 재미있어요.
저도 국내 축구는 빼고 해외 클럽 축구는 좋아합니다.

만병통치약 2015-04-09 15: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야구는 해설과 네이버 댓글이 더 재미있어요^^

곰곰생각하는발 2015-04-09 16:40   좋아요 0 | URL
야구는 하일성보다 네이버 댓글이 더 정확한 때가 많아요.. ㅋㅋㅋㅋㅋㅋㅋㅋ
이젠 어느 정도 정보 공유가 만이 되었습니다.

돌궐 2015-04-09 18: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야구의 백미는 홈런이 아니라 벤치클리어링이라고 생각합니다.ㅎㅎ

곰곰생각하는발 2015-04-09 21:20   좋아요 0 | URL
동의합니다.. ㅋㅋㅋ 벤치클리어링 은근 재밌져..

cyrus 2015-04-10 0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세원이 만든 영화 ‘도마 안중근’의 누적 관객 수가 5만이던데 이틀 전 대전 한밭에서 상영된 ‘미미 봉중근’의 네이버 중계 실시간 관객 수가 27만이었어요. 임창용 등판을 안 보고 저도 그 경기를 봤어요. 가슴이 쫄깃했어요. 하필 2사 만루 상황에 타석에 작년까지 LG에서 한솥밥 먹었던 권용관이 들어섰으니 정말 볼만한 장면이었어요.

그런데 제 생각에는 봉중근에 대한 양 감독의 신뢰를 의리의 나쁜 의미로 보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봅니다. 사실 작년에 류중일 감독도 임창용의 연속 블론세이브에도 신뢰를 보였고, 역시 팬들은 의리야구라고 비꼬았거든요. 그래도 류 감독은 임창용을 계속 중용했어요. 사실 당시 삼성에 임창용과 오승환의 자리를 채울만한 마무리가 없었거든요. 지금의 LG도 그런 상황이라고 봐요. 봉중근을 중간 계투로 옮겨야 한다는 의견도 있는데 이것 또한 위험한 모험수가 될 수도 있어요. 차라리 믿고 던지는 것보다는 봉중근을 2군으로 내려서 투구 밸런스를 다시 맞추고, 컨디션을 다시 조절하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해요. 임창용도 작년에 2군으로 내려가고 난 뒤에 이제서야 정상적인 투구가 나왔어요.

저는 LG 우타 최승준이 올해 신인 거포로 뜰 줄 알았는데 작년 후반기 때 모습이 나와 주지 않더군요. 제 기억에는 작년에 최승준이 차우찬, 장원삼에게 홈런을 친 거랑 아시안게임 국가대표와의 연습경기에서 홈런을 친 것을 보면서 최승준의 올해 활약을 기대했어요. 최승준을 보면 마치 삼성의 우타거포 유망주였던 모상기가 연상되기도 했고요. 모상기도 최승준처럼 우타에, 수비도 내야수인데 허리 부상 때문에 방출되었어요. 삼성에 박석민에 이을 우타 거포가 필요한데 최승준이 탐납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5-04-10 14:06   좋아요 0 | URL
봉미미 사건 때 순간 30만 찍더군요. 네이버 스포츠 역사상 최고 시청률이었다고.... ㅋㅋㅋㅋㅋㅋㅋ
봉중근을 중간 불펜으로 기용하는 것은 오히려 봉미미에게 치명타일 수 있는 것 같고.
사이러스 님 말씀처럼 2군행으로 가서 몸을 다듬고 와야 할 것 같습니다.
현재 봉은 1이닝을 책을 질 수 있는 능력이 부족한 게 아니라 아웃 한 개`를 잡을 능력조차 없는 것 같아요.
하여튼 봉 중간 계투로 내르는 것은 오히려 자존심에 스크래치를 해서 영원히 실력 발휘를 못할 가능성도 있을 것 같습니다. 사실 불펜진은 하루아침에 실력 저하가 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메쟈리그만 봐도 3년 전 불펜진이 그대로 지금까지 이어진 경우는 별로 없어요.
선발이 관리 잘하면 10년도 버티지만 불펜은 말 그대로 소모되는 운명이 아닌가 싶습니다.


최승준은 아무래도 실전 경험이 많이 필요하겠죠. 거포가 절실한 만큼 최승준에게 기회를 많이 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엘지는 무조건 장타 치는 선수를 데리고 와야 합니다(키워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