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시즌 프로야구 : LG의 경우

야구 역사상 절대 일어날 수 없는 상황'을 만들어 보자. 시작은 좋다. 1번 타자'가 장타를 치고 3루까지 달리다가 아웃되지만 이후 2번 타자와 3번 타자 모두 단타를 때려 득점 기회'를 다시 살린다. 다음은 4번 타자 등장. 그가 친 공은 유격수 키를 넘기는 안타. 하지만 아쉽게도 2루에 있던 선수가 홈으로 달려오다가 그만 태그 아웃. 이 정도면 불길한 예감이 훅 끼친다. 아니나 다를까, 불운은 이어진다. 5번 타자가 안타를 치며 투 아웃 주자 만루 상황을 연출하지만 6번 타자는 헛 스윙 3구 삼진 아웃으로 물러난다. 이 경우 한 이닝에 무려 5연속 안타를 생산했지만 1점도 나지 않는 경우가 발생한다. 이런 식으로 9회까지 불운이 계속된다면 안타를 45개나 치고도 무 득점'인 황당한 상황이 연출된다.
상대 팀 선발 투수'가 교체되지 않고 9회까지 던져서 완봉승을 거뒀다고 해도, 투수 입장에서 보면 기분이 그리 좋지는 않을 것'이다. 이기고도 찜찜한 상황. 반면 상대 팀은 안타 1개로 4점을 얻는다. 만루 홈런 한 방'으로 말이다. " 볼 넷 " 과 수비 실책이 겹쳐 안타 없이 만루 상황을 연출하는 풍경'은 흔하지 않은가. 이 상황에서 홈런 한 방'이면 4점이니 안타 1개로 4점을 얻을 수도 있다. 결국 안타 1개(홈런) 가 안타 45개'보다 값진 경우가 발생한다. 배보다 배꼽이 큰 경우라고나 할까 ? < 홈런 > 이 중요한 이유'다. 야구가 다른 스포츠에 비해 재미있는 점은 바로 " 비합리성(비효율성) " 때문이다. 안타를 많이 친다고 해서 경기를 이기는 것도 아니요, 빗맞은 타구라고 해서 반드시 아웃이 되는 것도 아니고,
투수 입장에서는 기가 막히게 잘 던진 공이 안타가 되는가 하면 타자 입장에서는 기가 막히게 잘 맞은 타구가 종종 수비수 글러브 속으로 들어가기도 한다. 유인촌이 야구 선수였다면 " 승질 뻗쳐서, 증말 ! " 이라는 소리를 지를 만하다. 특히 잘 맞은 타구가 아웃되는 경우는 야구 경기에서 흔하다. 이 정도면 야구는 승리의 여신인 나이키(니케 :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승리의 여신)가 어디에다 대고 콧방귀를 뀌느냐에 따라 승리가 좌우되는 경우도 있으니 비효율적 스포츠'다. 사실, 타자가 투수가 던진 공을 쳐내는 야구 경기 방식 자체가 신기한 경우'다. 공이 투수의 손을 떠나 포수 글러브에 도착하는 시간은 대략 0.4초'다. 그런데 타자가 0.4초 후에 방망이를 휘두르면 공은 이미 포수 글러브에 도착한 상태'다.
만약에 0.4초가 지나서 방망이를 휘두르면 관중에게 웃음거리를 선사할 것이 분명하다. 그렇기에 타자는 공이 투수의 손을 떠난 지 대략 0.2초 안에 방망이를 휘둘러야 한다. 타자는 투수의 팔 동작을 보고 볼의 구질을 파악해야 한다. 타자가 홈플레이트에 온 공을 보고 구질을 파악할 때쯤이면 공은 바깥으로 휘어져 나갔다가 포수의 미트로 들어간다. 즉 타자가 직구로 생각하고 배트를 휘두르면 슬라이더인 경우가 생기는 것. 타자 근처까지 오다가 홈플레이트 앞에서 갑자기 떨어져 순간 볼이 사라지는 느낌울 주는 포크볼, 직구처럼 빠르게 날아오다가 홈플레이트 근처에서 살짝 떨어지며 우타자 몸 쪽 아래로 파고드는 싱커볼, 속도 조절을 통해 타자들의 배팅 타이밍을 빼앗는 체인지업 등의 변화구들도 대부분 공의 각 부위별 압력의 차에 의해서 가능하게 된다.
이처럼 타자는 다양한 " 경우의 수 " 를 생각해서 하나를 선택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타자는 공이 투수와 포수 중간쯤에 있을 때 공의 속도와 구질을 간파하여 낙차에 따른 궤적과 탄착점을 미리 계산해야 된다. 쉽게 말해서 짧은 시간 동안 잔머리를 " 졸라 " 굴려야 한다는 소리'다. 안타는 타자가 예측한 결과가 맞아떨어질 때 발생하는 현상이다. 이 세상 모든 안타는 미래에 대한 예측 결과'다. 그렇기에 타자가 안타를 친다는 것 자체가 비과학적이라는 소리'다. 스즈키 이치로 선수가 시애틀 런닝구 메리야스 팀에서 2004 시즌 162 경기에서 안타를 262개나 생산했다는 것'은 어마어마한 기록'이다.
한 경기당 1.6개의 안타를 쳤다는 소리인데 그가 결장한 경기 수를 감안하면 이 수치는 더욱 올라갈 것이다. 재미있는 점은 스즈키 이치로'가 메이저리그 2004 시즌에 시애틀 메리야스 팀에서 기록한 연속 안타 기록'은 고작 20경기 안팎이라는 사실이다. 아는 사람을 알고 모르는 사람은 절대 모르는 사실이지만, 나는 보스톤 레드삭스 팀에서 5선발 투수로 뛴 경험이 있다. 당시 나는 맹인 투수'였다. 그때 런닝구 메리야스 팀과 4차례 대결을 펼쳤는데 나는 스즈키 이치로 선수에게 " 15타수 6안타 " 를 허용했다. 그는 안타의 신'이었다. 자세한 내용은 링크를 걸어둔다.
이치로 선수가 기록한 안타 262개(162경기)만 놓고 보면 162경기 연속 안타'도 가능할 것 같지만 날마다 안타를 친다는 것은 꽤나 어려운 모양이다. 연속 안타 최고 기록은 1941년에 조 다마지오가 세운 56경기'다. 마찬가지로 선수들이 한 이닝에서 3연속 안타를 뽑아내는 것도 결코 쉬운 일은 아니라는 계산이 나온다. 메이저리그 선수 평균 타율은 0.250이다. 12타수 3안타를 치면 나오는 값이니 한 경기당 보통 팀 안타를 8~9개를 생산한다(실제로 한국 프로야구 한 경기당 두 팀이 만들어낸 안타수는 평균 17.7이다). 선수가 한 경기당 보통 4번 정도 타석에 들어설 기회가 있으니 타자'가 평균 4타수 1안타를 치면 잘한 것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못한 것도 아닌, 가까스로 밥값은 한 결과다. 평균값을 적용해서 선수 한 명이 한 경기당 평균 안타 1개'를 생산한다는 값을 놓고 보면 선수들이 한 이닝에서 3연속 안타를 기록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라는 계산이 나온다.
계산을 쉽게 하기 위해 3,4,5번 타자를 A 집단 : 0.250 이상으로 3타수 1안타를 치는 무리, 1,2,6번 타자를 B집단 : 평균 0.250으로 4타수 1안타를 치는 무리, 7,8,9번 타자를 C 집단 : 5타수 1인타를 치는 무리'라고 가정했을 때 C집단이 한 이닝에서 연속 3안타를 때려서 점수를 낸다면 비록 상대 팀'이 점수를 냈다고 해도 박수를 쳐야 한다. 경우의 수'를 놓고 보면 드문 경우이기 때문이다. 4번 실패하고 1번 성공하는 C집단'이 신기하게도 한 이닝'에서 안타를 뽑아내니 말이다. 말 머리가 뱀 꼬리가 되어 길어졌다. 2015 시즌, LG 트윈스가 빌빌거리는 원인은 홈런을 생산할 타자가 없기 때문이다. 고만고만한 딱총 부대가 안타 나부랭이'나 만들어서 점수를 뽑으려고 하니 피똥 쌀 수밖에 없다. 2015. 04. 07 현재, LG가 8경기에서 뽑아낸 홈런은 달랑 1개'였다. 결국은 안타 모아서 점수를 내야 하는 상황.
선수들이 선구안이 좋고 타격이 정교해서 볼도 잘 고르고 안타도 그럭저럭 잘 생산하지만 결정적 한 방'은 부족하다. 그러다 보니 8안타 치고 1점 얻는 식이다. 티끌 모아 1점이다. 반면 상대 팀은 안타 없이 " 노 히트 노 런 " 으로 빈타에 허덕이다가 홈런 한 방으로 2점을 얻기도 한다. 좆빠지게 안타 만들어서 3점 내며 기뻐하는 LG 선수들의 거친 숨소리와 땀방울을 보다가 느닷없이 홈런 한 방으로 2점을 내며 담담하게 그라운드를 도는 상대 선수를 보니 당황스럽기도 했다. 아무래도 LG는 올해 전망이 시망스럽게도 좆망'이다. 마무리 투수 봉중근은 방어율이 32.24이다. 오타, 아니다. 3.24가 아니라 말 그대로 두자릿수인 32.24'이다. 양상문은 베테랑 마무리 투수에 대한 예의라며 의젓한 태도로 무한 신뢰를 보내지만
내가 보기엔 마무리란 중요 보직을 " 마무으리 " 로 마무리하다가는 끝장이다. 봉중근은 올해 들어 갑자기 컨디션 난조를 보인 게 아니라 이미 지난 시즌부터 불안한 모습을 보여왔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이 상태로 가다가는 봉중근 투수는 전세계 야구 역사상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울 수도 있다. 마무리 투수도 문제지만 그보다 더 시급한 것은 홈런의 부재'다. 사실 262개 안타를 기록한 타자보다는 40개 홈런을 때린 타자'가 몸값이 더 비싸다. 야속하지만 그게 야구판의 진실'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