콰이어트 Quiet - 시끄러운 세상에서 조용히 세상을 움직이는 힘
수전 케인 지음, 김우열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2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변소밥과 태극기 : 혼자서도 잘해요 !

 

 

 

 

" 벤조메시 " 라는 말이 있다. 일본어로 변소밥(便所飯)’이라는 뜻으로 화장실에서 식사를 하는 현상을 말한다. 혼자 밥을 먹는 것을 부끄럽게 여겨서 화장실로 숨는 것이다. 한 정신과 의사는 이런 현상을 " 런치메이트 신드롬 " 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니다. 대한민국도 " 혼밥족 " 이라는 신조어가 국어사전에 등재되었고 화장실에서 밥 먹는 사진도 곧잘 보인다. " 깁밥에서 단무지는 빼주세요. 씹을 때 소리가 나니까 ! " 일본인이나 한국인'이나 혼자서 밥을 먹는 일은 꽤나 부끄러운 모양이다. 이들이 식당이 아닌 변소'를 선택하는 이유는 친구도 없는 외톨이'라는 사실을 감추기 위해서다. 친구가 없다는 것을 두고 그 사람 인성'에 문제가 있다고 보는 사회적 편견이 작용한 까닭'이다.

친구(들)이라는 친목 집단'을 그닥 신뢰'하지 않는 내게는 쉽게 와 닿지 않는 현상'이다. 우리가 남이면서 우리가 남이냐고 묻는 족속은 대부분 양아치들이나 부당거래로 얽힌 관계인 경우가 많다. 그것은 날이면 날마다 오는 약장수가 날이면 날마다 오는 게 아니라고 말하는 것과 유사하다고나 할까 ? 찔리는 게 있으니 " 큰소리 " 미리 선수를 치고 보는 것이다. 일본인과 한국인은 개인보다는 집단 속에서 안정을 느낀다. 서양에서는 실패한 주거 환경 정책이었던 아파트가 한국에서는 부의 상징'이 된 이유는 아파트가 주거 집단 형식'이기에 그렇다. 아파트는 환경이 비슷비슷한 사람끼리 모여서 개별적 존재를 한통속으로 묶는다. 아파트가 대부분 크기와 구조가 비슷하다 보니 나중에는 패턴이 비슷해지는 동조화 현상이 발생하게 된다.

입고 다니는 옷과 색깔도 비슷해지고 생활 패턴도 동일하다. 아파트 단지 주민 스똬일'은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다.  이런 공간에서 튀는 행동과 패턴은 단지 주민으로부터 구설에 오르기 좋다. 이처럼 대한민국은 집단의 힘'을 맹신한다.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말이 이를 뒷받침해 준다. 좋게 말하면 하나된 힘이지만 나쁘게 말하면 전체주의적 발상'이다. 우리가 착각하고 있는 것 가운데 하나가 < 집단 > 의 힘'이다. 여럿이 머리를 맞대고 힘을 모으면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꿀 수 있다고 말한다. 이것을 유식하게 말하자면 < 집단 브레인스토밍 > 이다. 티끌 모아 태산이요, 십시일반 정신'이다. 개인이 가지고 있는 작은 재능을 모으면 큰 힘이 된다는 믿음이다. 팀 플레이를 강조하는  재능 줄다리기'라고나 할까 ?

축구 경기에서 관중을 12번째 선수'라고 말하는 이유는 응원이라는 하나된 힘이 경기에 도움이 된다고 믿기에 그렇다. 선수들이 흔히 홈팬의 열광적 응원에 힘입어 더욱 열심히 뛸 수 있었기에 월드컵 4강 기적은 응원 열기'가 작용한 결과'라고 말하지만 사실은 심판의 악의적 편파 판정 덕'이 더 큰 변수로 작용했다. 물론 붉은악마 응원단은 이 사실을 부정하려 하겠지만 !  다음 사례는 어떻게 볼 수 있을까 ?



 

1988~1989년 농구 시즌에서 NCAA 농구팀 중 2팀이 관중 없이 11경기를 뛰었는데, 홍역이 발생한 탓에 학교에서 학생을 모두 격리해두었기 때문이다. 양 팀은 그들을 불안하게 할 팬 없이, 심지어 홈팀을 응원하는 팬조차 없이 시합하여 훨씬 좋은 결과를 냈다. 예를 들면 자유투 확률이 놓아졌다.


-  수잔 케인, < 콰이어트 > 147쪽


다시 말해 선수에게 있어서 팬은 자극이 되기도 하지만 스트레스로 작용하기도 한다는 뜻이다. 선수들은 사람들 앞에서 수치를 당하지 않을까 두려워하다 보니 오히려 평소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나쁜 결과를 초래하는 것이다. 팬이 힘을 주기는커녕 경기에 오히려 악영향을 주는 경우'다. 이처럼 < 머리를 맞대고 역경을 헤쳐나가자 ㅡ 정신 > 은 과대평가된 예'에 속한다. 집단의 크기가 커질수록 성과는 나빠진다. " 9명씩 묶은 그룹은 6명씩 묶은 그룹보다 아이디어 수도 적도 질도 떨어졌고, 6명씩 묶은 그룹은 다시 4명씩 묶은 그룹보다 성과가 나빴다 ( 콰이어트, 146쪽 ) " 이것만 봐도 집단의 일 효율성보다는 혼자서 일하도록 환경을 개선하는 쪽이 더 효율적'이다. 뭉치면 성과가 나쁘지고 흩어지면 성과가 좋아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은 여전히 허황된 " 머리를 맞대고 ㅡ 정신 " 에 빠져있다.


 

 

대통령 총통 각하 님께서 영화 << 국제 시장 >> 을 보시고는 태극기가 바람에 펄럭이는 모습이 보기 좋다고 하신 모양이다. 그러자 정부 부처 공공기관과 관변 단체'가 나서서 뜬금없이 태극기 달기 운동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태극기를 만들어서 구매 능력이 떨어지는 저소득층 가정에 배포하거나 대형 태극기, 태극기 달기 운동 홍보용 어깨띠, 배지, 현수막, 피켓, 차량용 태극기, 태극기 꽂이, 홍보 팸플릿 등을 제작해서 첩첩산중, 방방곡곡, 가정방문, 면면촌촌, 굽실굽실, 가가호호, 골골샅샅이 태극기 물결이 장관을 이루도록 할 계획인 것이다. 청와대를 향해 자신의 충정을 헤아려달라는 전형적인 전시 행정'이다. 긴 말 하지 않으련다. 태극기 사업 예산 편성 기록을 보니 급식비 없다고 징징거렸던 경상남도가 태극기 관련 예산 1위'다. 대통령 말 한 마디'에 공공기관과 공무원들이 서로 머리를 맞대고 만든 훈훈한 풍경이다. 

 

전시 행정'이 만든 " 언캐니 " 한 풍경이다. 이런 엉터리 예산(들)을 거르면 급식비는 충분히 충당할 수 있지 않을까 ? 화장실에서 먹는 밥이 맛있을 리 없다. 눈치밥도 마찬가지'다. 가난한 아이들은 비록 식당에서 밥을 먹겠지만 화장실에서 먹는 것만큼 불편한 자리일 것이다. 영화 << 국제 시장 >> 이 일낼 줄 알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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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5-04-09 23: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화장실서 밥을 먹어야 할 만큼 남의 시선을 신경쓰는 학생들은 얼마나 경멸적인 시선을 받았기에 그런 불편을 감수하는건가요?타인의 시선을 신경쓰는 벤조메시가 마음의 병인것인지 다수의 시선이 폭력인건지 헤깔리네요.
살면서 느끼기에는 제가 혼자 무슨 미친짓을하건말건 세상은 의외로 저한테 무관심하다는 것이었는데...
그리고 태극기 계양은 정말 미친짓같습니다.어떤 덜떨어진 의원이 애국3법을 발의한다던데...대학생들은 엑소더스하려고 이민계를 만들고 있다죠...애국심을 강요해서 애국심이 생길거라 믿는 바보들이 의원석에 앉아있기에 오늘도 대학생 한명이 이민계에 가입하겠지요...

곰곰생각하는발 2015-04-10 13:59   좋아요 0 | URL
옛부터 왕관 쓴 놈보다 그 밑에서 완장 찬 놈이 무서운 법입니다.
애국 3법... 무신 유신체제도 아니고... 애국이 태극기 달면 자동적으로 생산되는 본능도 아니고
윗대가리에서 스스로 애국적 행동 취하면 자연적으로 나라사랑하게 되어 있습니다.
온갖 부정부패 저지르고는 나라사랑하라 하면 합니까.

수다맨 2015-04-10 03: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위의 과도한 관심이 도리어 누군가가 하는 일에 부정적 영향력을 끼치는 경우가 참 많은 것 같습니다. 저는 솔직히, 월드컵만 되면 광장이나 경기장에 모여서 붉은 옷 입고 붉은 띠 두른 사람들 보면 제정신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러한 열정은 자신도 선수들과 하나이자, 든든한 조력자라는 기이한 믿음에서 생겨나는 듯합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5-04-10 14:00   좋아요 0 | URL
그렇죠 ? 가장 희한한 풍경일 겁니다. 붉은악마... ㅋㅋㅋㅋ.
그럴 열정 있으면 국내 프로축구장 가서 경기 좀 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