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타보다 가치 있는 삼진(아웃) '도 있다
야구에 대해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보면 평소 우리가 알고 있는, 혹은 굳게 믿고 있는 상식과 가치'가 지나치게 < 고ㅡ평가 > 되거나 < 저ㅡ평가 > 된 경우가 많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일단 여러분에게 질문 하나를 던지자. < (타자의) 안타 > 는 < (타자의) 삼진 > 보다 가치'가 있는가 ? 이 질문에 당신은 쏨치'처럼 벌컥 화를 낼 것이 분명하다. " 뭐.... 이런 시베리아 오오츠크해 새우젖 같은 녀석이 다 있어 ! " 이 리액션...... 이해한다. 내가 던진 질문이지만 황당하기는 하다. 공격 팀 입장에서는 안타는 당연히 삼진보다 가치가 있다. 두말하면 잔소리'다. 그렇다면 상황을 다시 디테일하게 묘사하자. 안타가 만들어진 상황을 나열하자. 이 안타는 투 아웃 주자 없는 상황에서 엘지 7번 타자가 투수가 던진 초구를 때려 만들어낸 단타'다.
반면 한화 7번 타자는 투 아웃 주자 없는 상황에서 투수와 끈질긴 승부 끝에 파울을 8개나 쳐낸 끝에 삼진으로 물러난다. 투수 입장에서 보면 한 타자에게 공을 16번이나 뿌린 셈이다. 다시 묻자. 어느 쪽이 영양가 놓은 승부'일까 ? 당신은 다시 시베라이 오오츠크해 새우젖 같은 녀석'이라며 우우, 할지 모르겠지만 내가 보기엔 엘지 7번 타자보다는 한화 7번 타자'가 팀 기여도'가 더 높다. 상대 투수가 제구력이 좋아 볼 넷 허용을 하지 않는다는 가정에서 투 아웃 주자 없는 상황에서 7번 타자가 안타를 치고 나갔다고 했을 때 점수를 뽑기 위해서는 8번 타자와 9번 타자가 연속 안타를 쳐야 한다. 만약에 8,9번 타자 모두 단타를 쳤을 경우는 1번 타자도 안타를 쳐야 점수를 얻을 수 있다.
결과적으로 보았을 때 3연속 혹은 4연속 안타가 터져야 점수를 얻을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런데 7,8,9 하위 타선에서 연속 안타가 날 확률은 희박하다. A ㅡ ①,②,③번을 중위 타선, B ㅡ ③,④,⑤번을 상위 타선, C ㅡ ⑦,⑧,⑨번을 하위 타선'이라고 하자. 한 경기당 평균 팀 안타는 8,9개'다. 1이닝에 안타 1개를 생산하는 꼴'이다. 그리고 타자는 평균 0.250'이다. 이를 알기 쉽게 표현하면 4타수 1안타'이다. 타자가 평균 4번 정도 타석에 들어선다고 했을 때 안타 1개를 뽑아내니 팀 안타가 평균 8,9개가 생산되는 것이다. 하지만 모든 타자가 안타 1개를 생산하지는 않는다. 계산을 쉽게 하기 위해서 상황을 단순하게 나열하자. 타율이 가장 높은 B군은 팀 평균 안타 생산량보다 높은 3타수 1안타를 뽑아내고,
A군은 4타수 1안타로 평균값에 도달하고, C군은 평균값에 미달하는 5타수 1안타를 때린다. 5타수 1안타라는 말은 경기당 평균 4번 타석에 들어설 수 있다고 가정했을 때 무안타로 끝날 수도 있다는 말이다. 다른 식으로 말하면 7,8,9번 타자는 한 경기당 가까스로 1안타를 뽑아낼 수 있지만 무 안타'에 그칠 수도 있다. 그렇다면 투아웃 상황에서 7,8,9번 타자가 연속 3안타를 때릴 가능성은 ?! 확률적으로 보면 " 졸라 " 희박하다고 보아야 한다. 다시 말해서 엘지 7번 타자가 초구를 공격해서 안타를 뽑아낸다고 해도 후속 타자들이 안타를 뽑아내 점수를 낼 확률은 희박하다는 점이다. 잔루로 남을 가능성이 90% 이상이다. 다들 아시겠지만 야구에서 잔루는 아무 의미가 없어요.
반면 16구 승부 끝에 삼진 당한 한화 7번 타자'는 투구 수를 늘렸다는 점에서 비록 아웃은 당했지만 영양가는 놓다고 할 수 있다. 투수가 한 경기에서 던질 수 있는 투구 수는 100개 안팎으로 정해져 있다. 7번 타자가 한 이닝을 던질 때 사용되는 투구 수'를 뽑아냈다는 점은 높은 점수를 줘야 한다. 그렇기에 초구에 안타를 친 엘지 7번 타자보다는 16구 끝에 삼진을 당한 한화 7번 타자'가 팀 기여도'가 높다고 할 수 있다. 내가 야구 분석관으로써 선수 평가'를 해야 한다면 한화 선수에게 더 높은 점수를 줄 것이다. 삼진이 안타보다 공격 기여도가 높은 경우'다. 마찬가지로 타율이 높은 선수보다는 출루율이 높은 선수가 팀 기여도'도 더 높다. 안타는 많이 뽑아내지는 못하지만 선구안이 좋은 선수가 더 낫다.
관객 입장에서는 타율이 높은 선수의 플레이가 팀 기여도가 높은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투수를 괴롭히는 타자가 실력있는 선수'다. 여기서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실패(삼진)했다고 해서 그 실패'가 모두 가치 없는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그리고 우여곡절 끝에 성공(안타)했다고 해서 그 성공이 반드시 가치 있다고 말할 수도 없다. 아름다운 실패는 얼마든지 있다. 노무현이 낮은 예상 승률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에 오를 수 있었던 이유는 그의 과거가 보여준 아름다운 실패 때문이었다. 박근혜의 승리도 마찬가지'다. 그는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했지만 아름답지 않았다. 내가 대통령 자격 심사 위원으로 평가를 한다면 박근혜에게 F를 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