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 캐처 그리고 서울여대 


 

                                    

 

                                                                          올해 초, 개봉된 영화 중에서 인상 깊게 본 영화'가 << 폭스 캐처 >> 다.  납처럼 무거운 분위기와 멜랑꼴리한 중독성'을 원한다면 추천한다(네이버 영화 다운로드 서비스'를 이용하시길 !). 레슬링 선수 마크 슐츠'는 자신을 지지하며 후원을 아끼지 않는 백만장자 죤 듀폰'에게 인정받고 싶어 한다.

 

영화적 배경이 대한민국이었다면 " 가족 같은 분위기에서 꿈을 펼칠 수 있는...... "  운운하며 레슬링 유망주를 발굴하는 모집 광고를 냈을 것이다. 마크 슐츠에게 존 듀폰'은 상징적 아버지'다. 그에게 존 듀폰은 자신의 결핍을 채울 수 있는 대상이다. 말 그대로 스폰서인 셈'이다. 그는 아버지를 아버지라 하지 못하고 형을 형이라 하지 못하는, 애비는 있으나 애비가 없는 것이나 다름없는 고아 신분을 벗어나 존 듀폰의 가족이 되기를 희망한다. 그에게는 서자에서 로열패밀리로 진입하는 것이 목적이다. 하지만 동성애적 뉘앙스가 풍기는 끈끈한 남성 동맹 brotherhood 은 계급 진입 장벽에 부딪친다. 존 듀폰은 마크 슐츠가 성적이 부진하자 냉정하게 돌아선다. 동료애를 빗댄 동성애'는 결국 애증으로 변질된다.

 

그들은 모두 인정 욕구에 시달리는 꼬마 한스'요, 레슬링 훈련장은 인정 투쟁의 장'이다. 


 

 

 

​- 서울여대는 축제 분위기를 잡친다는 이유로 파업 중인 청소 노동자의 현수막을 쓰레기 봉투에 담았다. 축제 며칠이 노동자의 간절한 밥줄보다 중요하다?!


서울여자대학교 총학생회'가 미관상 흉물스럽다는 이유로 학내에서 파업 중인 청소 노동자들이 내건 현수막을 일방적으로 철거한 사건을 접했을 때 제일 먼저 떠오른 영화는 공교롭게도 << 폭스 캐처 >> 였다. 왜 느닷없이 이 영화가 떠올랐을까 ? 서울여대 총학생회'는 1년에 단 한번 있는 축제를 위해서 사전에 양해를 구했다고는 하나, 검은 쓰레기 봉투에 현수막을 담아 학내 청소 노동자 사무실 앞에 버려둔 짓을 두고 양해 운운하는 것은 뻔뻔한 일'이다. 총학생회는 이 사건 이전(경비 노동자 해고 문제)에도 약자보다는 강자의 편에 서서 핸드마이크 역할을 하곤 했다. 아아, 마이크 테스트. 하나, 둘, 셋... 아아, 마이크 테스트. 그들은 성능 좋은 핸드마이크에 대고 경비 노동자에게 훈수를 둔다. 냉철한 논리와 강한 어조가 섞인 명문이다.

​<< 노동조합에 대한 총학생회의 입장 >> 이란 글에서 " 민주노총 외 다른 노동조합 및 무노조인 경비 노동자들은 아무런 (입장) 표명도 하고 있지 않다. 이 분들은 자신들이 소리를 내는 것이 그동안 좋은 환경에서 일할 수도 있도록 해준 학생들과 학교를 위한 행동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 라고 입장을 표명한 후 " 일부 노조가 지금까지 우리 학교를 자랑스럽게 생각해온 사람들로 하여금 학교는 타도의 대상이며, 학교에 반대하는 것만이 정의인 듯 여기게 만드는 점이 매우 개탄스럽다 " 면서 " 서울여대분회는 '통합 경비 시스템'을 반대하는 이유가 학교와 학생을 위해서인지 노조를 위해서인지 그 행보를 다시 한 번 생각해보기 바란다 " 고 엄중 경고한다. 제목을 읽지 않고 바로 본문부터 읽었다면 사학 재단의 강경한 입장 표명처럼 들린다.

윤흥길의 소설 << 완장 >> 이 생각나는 대목이다. 총학생회는 반론을 제기하는 글에 대한 댓글로 다음과 같은 논리를 편다.  " 4년제 대학을 졸업하고 우리 학교에서 일하는 인턴의 임금보다 노동자 분들의 임금이 많은 것은 알고 있느냐 " 이 문장 때문에 이 글'을 쓰는 계기가 되었다. 이 태도는 누가 봐도 < 종로에서 뺨 맞고 한강 가서 눈 흘기는 자세 > 다. 대학을 졸업해도 대학 청소하는 노동자'보다 못한 임금으로 사회 생활을 시작해야 하는 현실을 청소 노동자와 연결하려는 속내는 과연 합리적 논리'일까. 육체 노동자'가 대학을 졸업한 사무직 노동자'보다 더 많은 월급을 받는다는 것이 과연 불합리한 노동 구조일까 ? 과부 사정은 홀아비가 안다고 했는데, 총학생회는 약자와의 연대는커녕 강자의 하수인처럼 행동한다. 글을 읽다 보면 굶주림에 허덕이는 이디오피아 난민이 미국의 비만을 걱정하는 꼴이다.

블루 칼라가 화이트 칼라'보다 더 많은 돈을 받는 나라는 수두룩하다. 총학생회는 한국 사회의 차별과 편견을 너무나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인다. 계급 차별을 당연시한다면 여성이라는 이유로 남성보다 적은 연봉을 받아야 하는 사회적 차별에 대해서도 침묵해야한다. 졸라 쪽, 팔린 태도'다. 이런 태도는 백만장자인 아버지에게 잘보이려고 온갖 알랑방귀'를 뀌다가 좆된 레슬러'를 떠올린다. 그들은 같은 계급을 지지하지 않고 오히려 자신이 선망하는 지배 계급에게 투표를 한다. 가난한 유권자가 부자를 대변하는 정당에게 투표하는 심리와 동일하다. 논란이 되자 총학생회는 중립을 지키겠다는 자세이지만, < 중립 > 이란 지배 계급이 퍼트린 논리'다. 1%가 모든 것을 독차지하는 사회에서 필요한 것은 중립이 아니라 편애'다. 누누이 하는 말이지만 예수야말로  조건 없이 무조건 사회적 약자 편에 섰던 성인이 아니었던가 ? 누군가 말했다. 갈라진 두 편 사이에서 어느 한 편을 지지해야 된다면 무조건 약자 편을 들어야 한다고 말이다.

총학생회는 자신의 레벨을 청소 노동자와는 다른 계급이라고 인식히지만 언젠가는 깨닫게 될 것이다. 같은 계급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손톱 밑 죽은 살(굳은살)을 뜯어내다 보면 이내 생살과 연결되었다는 사실을 발견하고는 한다. 하지만 이 깨달음은 항상 늦다. 피를 보아야 깨닫게 되는 통증이니 말이다. 청소 노동자 문제는 자신과 상관 없는 " 죽은 살 " 이 아니다. 여자가 남자의 미래'라면, 청소 노동자 문제는 바로 당신의 미래'다. 제이크 폭스'라는 야구 선수'가 있다. 그는 실력이 뛰어난 선수가 아니었다.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이곳저곳을 떠돌던 저니맨(journey man)이었다.   2003년 드래프트에서 3라운드 전체 73순위로 시카고 컵스에 포수로 지명됐다가 방출된 그는 3개 나라 19개 팀을 전전했다. 마이너리그와 독립리그, 멕시칸리그와 도미니칸리그를 떠돌다가 꼴찌를 밥 먹듯 하는 한화에 둥지를 틀었다. 

그가 떠돌이 생활을 한 이유는 단 하나다.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서다. 취재진이 "폭스는 생계형 타자인가"라고 묻자 김성근 감독은 고개를 끄덕였다고 한다. 그가 올해 받는 연봉은 12만 달러'다. 외인 용병 가운데 가장 낮은 연봉'이다. 나는 그를 지지하기 위하여 한화를 응원하기로 했다. 이유는 없다. 계급 투표일 뿐이다. 가난한 노동자가 가난한 생계형 노동자를 지지한다는 데 무슨 놈의 중립이고 이데올로기'란 말인가. 제이크 폭스가 처음 맡은 보직은 포수였다고 한다. 어쩌면 서울여대 총학생회의 태도를 보다가 느닷없이 떠오른 것은 영화 < 폭스 캐처 > 가 아니라 < (제이크) 폭스 캐처 > 때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캐처는 포수를 의미하니까 ■

 


댓글(13) 먼댓글(0) 좋아요(1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수다맨 2015-05-22 0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저 기사를 오늘 보았는데, 제정신 아닌 인간들 같습니다. 자칭 애국 보수라고 말하는 사람들보다도 저렇게 배웠다는(??) 사람들이 때로는 더 역겹게 느껴집니다.

그리고 글 내용과는 전혀 상관없는 얘기입니다만 곰곰발님이 예전에 드셨다는는 대구 맑은탕맛이 새삼 궁금해지네요 ㅎㅎㅎ

곰곰생각하는발 2015-05-22 04:19   좋아요 0 | URL
대구맑은탕은 그냥 바다 맛이 납니다. 제가 복지리` 이런 국 좋아하거든요.
시원하고 깔끔하고.... ㅎㅎㅎㅎ 언제 한번 좋은 곳 있으면 먹으러 갑시다.
조만간 술 파티 함 해요...

마립간 2015-05-22 08: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계급 차별을 당연시한다면 여성이라는 이유로 남성보다 적은 연봉을 받아야 하는 사회적 차별에 대해서도 침묵해야한다. ; 저에게 오염된 것 아닙니까?^^

만화애니비평 2015-05-22 12:33   좋아요 0 | URL
일반화의 오류, 사소한 세계의 확대화는 위험한 것은 인정합니다. 하지만 제 의견을 보시면 서울여대 안에서 보이는 저런 학생들 일부를 지칭한 것이지 전체로 몬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단지 ˝이런 여대생˝이라 했지, 모든 여대생의 보편, 여성의 보편이라 명시하지 않았습니다.

제 글이 보기 심정이 불편하면 사과드리겠지만, 제 덧글에 님이 우려하는 내용은 아님을 밝혀드립니다.

마립간 2015-05-22 14:09   좋아요 0 | URL
저 그런 뜻으로 말씀드린 것은 아니고, 제가 심정이 불편해 할 것도 없습니다. (아시겠지만, 저는 여성혐오자?로 판단받는 사람이라서.)

제가 우려했다기보다 제가 그런 지적을 받았다고 여기기에 남긴 글입니다. 오히려 제가 사과드려야겠군요.

곰곰생각하는발 2015-05-22 17:11   좋아요 0 | URL
댓글은 종종 오해를 불러일으키고는 하죠...

만화애니비평 2015-05-22 10: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현실은 남자의 적은 여자가 아니라 여자의 적은 여자다
그 여자라는 적은 생물학적인 적이 아니라 사회적, 경제적으로 적대하죠.
청소부 아주머니와 대학교 여대생, 이런 여대생이 나가서 여성의 권리와 인권을 말하는 것이 가장 추하죠.
인권과 관리는 가장 열악한 자로부터 시작되어야 하는데 말이죠.

마립간 2015-05-22 12:01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만화애니비평 님.

제가 최근에 읽은 여성주의를 표방하는 책에 의하면
위 여대생들은, 여대생의 보편이 아니며, 여성의 보편도 아니며 편견 또는 일반화의 오류라고 합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5-05-22 17:13   좋아요 0 | URL
이 사건 보면서 오버랩되는 게
올림픽도 거리 미관을 해친다는 이유로
노점상 단속했다는 일이 생각나네요.
그때도 축제 분위기, 외국인에게 흉물스러운 모습 보이기 싫다는 이유로
국가적으로 행한 현수막 잘라내기였는데 말입니다

만화애니비평 2015-05-22 17: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데 언제 서울로 가야 하는데 말이죠
곰발님하고 막걸리(저는 술에 약해 도중에 졸아버리나) 한 잔 해야 하는데
언제 하죠

형수님이 아이 낳고, 둘째 임신시기가 5개월차라 형집에 차마 가지 못해 서울가기 힘들어요

곰곰생각하는발 2015-05-22 19:24   좋아요 0 | URL
찜질방 있잖습니까. 뭔 걱정을.. ㅋㅋㅋㅋㅋㅋㅋ

만화애니비평 2015-05-22 19: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문제는 저 같은 경우 사람이 이래저래 많은 곳에 잠을 못잡니다. 민감하다보니

samadhi(眞我) 2015-05-23 19: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지막 제이크 폭스 캐처가 정말 절묘하네요. 이래서 제가 여성이면서도 ˝여대˝에 대해 선입견을 갖게 됩니다. 한쪽으로만 성이 몰려있는 경우, 군중심리(?)의 수준이 많이 처지는 듯해요. 군대도 마찬가지라 생각하구요. 제가 선입견, 편견 덩어리라 그런지 모르겠지만요.
 

 

 

 

 

 

 

 

 

 

 

 


 

 

 

 

 

 

 


 



war : 0 . 333과

0 . 233 의  차이


                              단타 2개를 치면 2루 베이스'를 밟을 수 있다. 간단하게 정리하자면 2루타는 단타 2개의 값'이니 2루타 10개는 단타 20개와 같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2루타는 단순히 1루타'보다 2배 값진 값어치'를 의미하지 않는다. 단타(1루타)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효율성이 뛰어난 공격'이 아니라는 말이다. 왜냐하면 주자가 1루'에 있다는 사실은 " 병살타 " 라는 환경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땅볼 유도를 잘하는 투수'라면 다음 타자를 병살타를 유도해서 경기를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전환시킬 수 있다. 위기 뒤 찬스'라고 하지 않았던가. 야구는 흐름(氣)이 중요한데 득점 기회에서 병살타로 마무리되면 경기 주도권은 상대 팀'이 가지고 가게 된다.

반면 2루타는 애초에 다음 타자가 병살타를 칠 가능성이 없기 때문에 그만큼 득점을 뽑을 기회'는 높아진다. 내가 이 지점에서 하고 싶은 말은 2루타는 단타 2개의 값이 아니라 그보다 높은 점수를 줘야 한다는 소리'이다. 그렇기에 2루타 10개는 " 단타 20 + a " 다. 단타만 뽑아내는 타자의 타율이 0.300이고 장타(2루타 이상)만 뽑아내는 타자의 타율이 0.200'인 타자가 있다고 가정했을 때 당신이 구단주'라면 누구를 스카우트할 것인가 ? 단타만 생산하는 3할 타자'는 영양가 없는 선수'다. 앞선 타자가 3루에 있을 때에만 점수를 뽑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선수는 타율 성적을 내새워 몸값만 비싸게 부를 뿐이다. 3할 타자와 2할7푼5리 타자'를 비교했을 때 3할 타자가 0.275인 타자에 비해 굉장히 뛰어난 안타 생산 능력을 가진 선수처럼 보이지만,  

사실 한 시즌을 놓고 보았을 때 3할 타자는 2할7푼5리 타자'보다 안타를 25개 더 생산했을 뿐이다. 야구에서 중요한 것은 " 안타의 양 " 이 아니라 " 안타의 질 " 이다. 타율이 낮은 대포 타자'가 타율이 높은 딱총 타자'보다 팀 승리 기여도'가 높은 경우는 허다하다. 여기서 질문 하나 던지자. 0.333 를 치고 있는 미구엘 카브레라 선수(디트로이트 타이거즈)와 0.233 를 기록 중인 작 피더슨 선수(엘에이 다저스) 가운데 대체 선수 대비 팀 승리 기여도 war ( wins above replacement ) 는 누가 더 높을까 ? 놀랍게도 작 피더슨 선수'다. << 카브레라 >> 는 현재 타율이 0.333 으로 안타를 48개 생산했다. 이 가운데 2루타 7개, 3루타 1개, 홈런이 10개다. 안타 48개 중 장타는 18개 생산했고 단타는 30개를 만들었다. 이 방망이질'로 만든 득점이 23점이요, 타점은 30점'이다.

그런데 30타점은 뉴욕 양키스 팀 소속인 마크 텍세이라 선수가 만든 타점과 동일하다. 그의 타율은 0.258 이다. 정리를 하자면 마크 텍세이라'는 33개 안타로 30타점을 만들었고, 미겔 카브레라는 48개 안타로 30타점을 기록했다. 결국 안타 48 = 안타 33 '라는 공식이 성립된다. 그렇다면 작 피더슨이 올해 기록한 성적을 볼까 ? << 작 피더슨 >> 선수는 안타 33개(2타 6개, 홈런 10)로 장타는 16개를 생산했고 24득점에 21타점을 만들어냈다. 하위 타선인 7,8,9번 다음에 배치된 1번 타자'라는 점을 감안하면, 더군다나 9번 타순이 투수'라는 점을 감안하면,  21타점은 중심 타자에 배치된 카브레라'가 뽑은 30타점보다 더 준수한 기록이다. 만약에 작 피더슨이 4번 타자'였다면 카브레라의 기록보다 더 좋은 성적을 남겼을 것이다.

카브레라의 올해 연봉은 2,200만 달러이고 작 피더슨 연봉은 51만 달러'이다. 카브레라가 루키'인 작 피더슨보다 영양가 없는 성적을 낸 주요 원인은 장타에 비해 단타 생산력이 높기 때문이다. 장타만 놓고 보았을 때 카브레라가 때린 장타 18개와 작 피더슨이 기록한 장타 16개는 큰 차이가 없다. 그는 영양가 없는 안타를 피더슨보다 15개 더 때렸을 뿐이다. 단타 위주 공격은 파과력이 높지 않다. 좋은 타자의 기준은 높은 타율에 있는 것이 아니라 주루 능력, 수비 능력, 팀 작전 수행력, 출루율, 좋은 선구안 따위를 종합적으로 반영해야 한다. 10점 차이로 지고 있는 경기에서 9회말 2아웃에 때리는 솔로 홈런'은 개인 성적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팀 성적에는 아무런 영향도 주지 못한 채 심판과 선수 및 구단 관계자와 관중의 퇴근 시간'만 연장할 뿐이다. " 심판도 노동자'입니다. 지나친 성적 욕심은 노동자의 노동 시간을 연장시킬 뿐이에요."

 

결과보다 중요한 것은 과정'이다. 사람을 보는 눈도 이와 다르지 않다. 여자가 보았을 때 괜찮은 여자'는 남자에게 인기가 없고, 여자가 보았을 때 얄미운 여자는 남자에게 인기가 많다. 마찬가지로 남자가 보았을 때 괜찮은 남자는 여자에게 인기가 없고, 남자가 보았을 때 재수없는 남자는 여자에게 인기가 높다. 멀리 볼 것 없, 어요. 나를 보라 !  법 없이도 살 인간이라는 평판이 자자하지만 여자에게는 인기 없는 수컷이 아니었던가. 남자 사이에서는 와와, 하지만 여자 사이에서는 우우, 하게 되는 인간이 바로 나올시다, 시바. 주목 꽉 쥐고 눈물 닦는다. 됐고 ! 사람들은 안타의 질'보다는 안타의 양'을 중요시하는 경향이 높다. 과정보다는 결과'를 우선한다. 야구를 보다가 피식, 웃었다. " 그렇구나, 인간 사회'나 야구'나 똑같구나...... " 

엘지 트윈스'에 최경철이란 포수가 있다. 실력이 뛰어나지 못해서 민들레 홀씨'처럼 이 팀 저 팀 옮겨다니며 2군 생활을 이어가다고 겨우 엘지에 터를 잡고 1군에 합류한 선수'다. 타율도 그럭저럭, 수비도 그럭저럭, 주루 실력은 뒤뚱뒤뚱. 하지만 이 선수가 보여주는 전력 질주에 늘 감동하고는 한다. 허파가 터질 것처럼 뛰고 나서 하마처럼 날숨을 쉴 때의 그가 좋다. 그는 9번 이병규 선수처럼 귀족 스타 플레이어는 아니지만 열심히 달리는 그 모습에는 말로 표현하기 묘한 서글픔이 보인다. 언젠가는 9번 이병규가 23번 최경철보다 더 많은 안타를 때리는 날이 오리라 믿는다. 하지만 이병규보다는 최경철을 응원하겠다. 인간은 넘어지지 않으려고 두 다리로 버티고 의자는 넘어지지 않으려고 네 다리'로 버틴다.

최경철 포수를 볼 때마다 넘어지지 않으려고 네 다리로 버티는 의자'가 떠오른다. 좋은 타자는 안타를 많이 생산하는 선수가 아니라 열심히 달리는 선수'다. 



 


댓글(6) 먼댓글(0) 좋아요(1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마립간 2015-05-20 20: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남자가 보았을 때 괜찮은 남자는 여자에게 인기가 없고, ; 제가 안티페미니스트인 이유는 논리적인 것보다 여자에게 인기가 없어서였을까요?^^

곰곰생각하는발 2015-05-21 05:40   좋아요 0 | URL
음... ㅋㅋㅋㅋㅋㅋㅋ 그럴지도 모르겠습니다 ㅋㅋㅋㅋ ( 농담입니다 )

마태우스 2015-05-21 0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옷 야구 얘기네요. 알라딘에서 스포츠 얘기는 환영을 못받는답니다. 그래도 좋아요가 9이니, 님이 얼마나 글을 잘쓰셨는지... 암튼 작 피터슨과 미기에 대한 비교는요, 카브레라가 타격에서 앞서는 건 분명합니다. 다만 피터슨이 수비난이도가 높은 중견수를 보고 있고, 수비도 기가 막히게 잘본다는 점, 이것 때문에 WAR가 더 높은 거라고 생각합니다. 주루도 그렇구요. 작 피터슨이 마이너서 30-30을 기록한 전도유망한 선수이긴 한데, 타율이 갈수록 떨어지네요. 물론 출루율은 말이 안되게 높긴 합니다만.... 간만에 야구 얘기 나와서 흥분했어요^^

곰곰생각하는발 2015-05-21 05:05   좋아요 0 | URL
그럼요. 제가 목적을 가지고 비교 평가하려고 해서 그렇지 미겔`이 타격의 마스터`아닙니까. war은 수비 능력, 주루 실력, 모든 것을 종합한 데이터 잖아요. 피더슨 같은 경우는 .233인데 출루률이 .400에 육박한다는 것은 비정상적이죠. war이 재미있어서 쓴 글입니다. 다저스 경기는 개막전 이후 한 경기도 놓치지 않고 전경기 다 시청했는데 피더슨이 정말 필요할 때 한반을 터뜨려줍니다. 신기한 경우예요.. ㅎㅎㅎㅎㅎㅎㅎ

확실히 알라딘은 야구 얘기를 군대 얘기만큼 재미없어들 하시더군요. ㅎㅎㅎㅎ

samadhi(眞我) 2015-05-21 08: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때 광곤(유격수 이현곤. 지금은 nc3루수인 것같은데요. 자동아웃(?)으로 광고를 불러서 광곤이.)이가 타격왕을 했다고 하더라구요. 정말 영양가 없는 타격을 하는 선수의 대표가 아닐까 싶어요. 어쩌다 출루를 하더라도 단타로 그것도 2사에, 주자 없을 때. 그런 거 보면 배짱도 운동선수의 덕목(?)이 아닐까 합니다. 삼진을 당하더라도 자신있게 휘두르고, 주자가 있을 때 어떻게든 진루를 시키려는 배짱있는 타자가 멋지죠. 무엇보다도 기본인 수비를 잘 해야 괜찮은 선수로 인정하지만요^^

곰곰생각하는발 2015-05-21 05:39   좋아요 0 | URL
zzzzzzzzzzzzzzzzzzzzzz dl이 현곤....
현곤 같은 스타일을 쵸크 히터`라고 하더군요. 클런치 히처 반대 가념으 개념으로 말이죠.
목졸라죽이고 싶은 타자`라는 뜻이라고 하네요... 득점 찬스만 오면 겁이 많아서 헛스윙만 하게 되는....ㅎㅎ
수비가 정말 중요하죠. 좋은 수비가 득점을 만들지는 못하지만 종종 좋은 수비 하나가 경기를 이기는 원동력이 되잖아요. 수비 우습게 보면 안됩니다. war 은 수비 능력도ㅗ매우 중요하게 봅니다.
 

 

 

 

 

 

 

 

 

 

 

 

 

 

 

 

 

 


 


 

 

 

위대한 의자는 얼굴과 같다. 당신은 수많은 의자를 만나겠지만 기억할 만한 의자는 흔치 않을 것이다.

- 로스 러브그로브


의자 : 시인대장장이

 

                                    기억을 더듬어 복기하자면 : 학교 가는, 외딴 길목에 대장간'이 하나 있었다. 내가 기억하는 대장간 풍경은 투명한 유리병 속에 담겨진 오렌지 마멀레이드 빛'이었다. 내부는 15촉 알전구와 용광로에서 새어나오는 오렌지 빛으로 물들었다. 그곳은 제법 규모가 큰 대장간'이어서 대장장이 서너 명이 아침 일찍부터 망치질을 하고는 했다. ( 돌이켜 추측컨대, 여름에는 날이 더우니 새벽에 일을 시작해서 정오 무렵에 매조지했던 것 같다. )  새빨간 숯불에 쇠를 달구고, 둔탁한 쇠뭉치'를 망치로 두들기고, 이내 담금질을 한 후 다시 망치로 두들기면......    아,  반짝거리는 은빛 벼린 칼날이 되어 나오고는 했다. 풀무로 바람을 넣으면 뜨거운 불꽃'이 되고 뭉툭한 쇠뭉치는 벼린 칼끝이 되니니 !

 

나는 그곳을 지나칠 때마다 잠시 넋을 놓고 그 풍경을 바라보고는 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다시 봄. 대장장이는 계절과는 관계 없이 늘 땀에 젖은 얼굴이었다. 종종 학교 선생이 대장쟁이'를 빗대서 학생들에게 말하고는 했다. " 등굣길에 대장간 하나 있지 ? 한겨울에도 땀 뻘뻘 흘리는 거, 공부 안 하면 너희들도 저렇게 된다. " 지금 생각해 보면 그 선생이란 작자는 교육자로서 인성이 부족한 인간이었다. 나는 선생이 생각없이 내뱉은 말에 동의하지 않았다. 대장간 일은 꽤 근사한 일이었다. 대장장이는 연금술사'였고, 대장간은 뭉툭한 것을 뾰족한 것으로 만들고 거무퉤퉤한 잿빛을 은빛으로 만드는 세계'였다.

 

 

 

 

종종, 시골 오일장에서 대장장이가 바람과 불의 힘'으로 만든 재래식 칼( 공장에서 생산하는 스테인레스 칼이 아닌 ) 을 볼 때마다 어릴 때 보았던 대장간 풍경이 아령칙하게 생각난다. 칼을 다루는 직업을 가진 사람은 그 누구보다도 대장간에서 만들어낸 재래식 칼의 가치'를 잘 알고 있다. 재래식 칼은 내구성이 뛰어날 뿐만 아니라 무엇보다도 가볍다. 특히, 거무퉤퉤한 칼등과 반짝거리는 칼날이 만나는 지점은 미학적으로 볼 때 훌륭하다. 아름다운 꽃에는 날카로운 가시가 있고 화려한 색을 가진 뱀은 맹독을 품고 있듯이, 대장간에서 만든 재래식 칼 또한 반짝거리는 부분일수록 날카롭다. 실패한 모든 사랑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 스치면 베인다. 반짝거리는 것은 위험하다.

 

시인은 대장장이와 비슷하다. 일상 속에서 거들떠도 안 보는 단어 쪼가리'를 모아 용광로에 바람을 불어넣어 거무퉤퉤한 쇠붙이'를 만들고 천 번의 망치질과 천 번의 담금질 끝에 벼린 칼'을 만드는 과정이 시작 詩作 이 아닐까 싶다. < 詩作 > 란 둔탁한 쇳덩이를 두들기고 두들겨서 높이를 없애는 행위. 칼날은 오로지 길이만 존재할 뿐 높이는 없다. 시도 이와 같아서 좋은 시는 깊이가 있을 뿐 높이는 없다. 높이는 군더더기'다. 소설이 낱개비 성냥 '을 쌓아올리는 < 플러스 - 미학 > 이라면 시는 쌓아올린 젠가(genga) 조각을 하나둘 빼내는 < 마이너스 ㅡ 미학 > 이다. << 의자 >> 도 마찬가지'다. 의자'는 소설보다는 시에 가깝다. 데얀 수딕이 한 말이다. 의자'를 깊이 있게 관찰하다 보면 데얀 수딕이 한 말'에 동의할 수밖에 없다.

의자는 뼈대만 남은 건축물이요, 발랄한 8분 음표 같다. 전자는 서사이고 후자는 서정'이다. 이 두 요소가 만나서 시적 운율을 만든다.

 

 

 

 

                                                                                                    에어로 샤리넨, 튤립 의자

 

내가 의자에 대해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이유 가운데 하나는 경제적 효율성도 큰 몫을 차지한다. 살림이 넉넉하다면 유유자적하며 루브르 미술관도 구경하고 피렌체 대성당에도 가고 싶지만 그럴 만한 처지가 아닌지라 일상 속에 스며든 의자로 대리만족을 하는지도 모른다. 영화 << 스타 트랙 >> 에서 우주선 조정실에 배치된 의자'가 그 유명한 에로 사리넨의 튤립 의자'가 변형된 결과'라는 사실은 영화를 보는 재미를 더한다.

 
 

 

 

 

 

 

 

                                                                                                         알바 알토, 스툴 60 의자

 

 

말이 나와서 하는 말이지만 영화 << 카모메 식당 >> 은 핀란드의 위대한 건축가이자 디자이너인 알바 알토'에 대한 헌정 영화'다(라고 나는 생각한다). 사진 속 식탁은 알바 알토가 디자인한 < 스툴 60   stool  :  등받이와 팔걸이가 없는 서양식, 작은 의자 > 을 테이블로 확장한 디자인'이다. 의자가 식탁이 되었으니 개천에서 용 난 경우'다. 비록 " 짝퉁 " 이기는 하나 스툴 60 디자인은 한국의 포장마차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의자'다. 이처럼 관심을 가지고 자세히 보면 일상은 거대한 미술관'이다. 굳이 세계 미술관 순례를 하지 않아도 충분히 누릴 수 있는 문화 혜택이다. << 스툴 60 의자 >> 를 볼 때마다 높이는 없으나 깊이가 있는 간결한 시'를 읽는 맛이 나서 기분이 좋아진다. 종종 이런 생각이 든다. 왜, 의자는 대부분 다리가 네 개일까 ?

 

곰곰 생각하다 보면 결국에는 인간의 다리가 두 개이기에 그렇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의자는 자신보다 몇 곱절은 무거운 인간의 두 다리를 자유롭게 하기 위해서 네 다리로 버티고 있는 중'이다. 그래야 버틸 수 있으니까. 그러니까,  의자는 넘어지지 않기 위해 서 있는 시지포스'가 아니었을까. 여자의 일생은 눈물이 반이라면, 의자의 일생은 버티는 삶'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6)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의자의 품격 : 의자를

보면  계급이  보인다


                              빈센트 반 고흐가 그린 그림 두 점'이 있다. 하나는 자신이 늘 앉던 의자 정물화'이고, 다른 하나는 고갱이 즐겨 앉던 의자 정물화'이다. 두 그림 가운데 어느 쪽이 고갱의 의자'일까 ?


 

a.                                                      b.

 

이 그림에 대한 사전 정보'가 전혀 없더라도 고흐와 고갱의 성질머리'를 어느 정도 알고 있다면 맞출 수 있는 확률은 높아진다. < a > 는 고흐의 의자'이고, < b > 는 고갱의 의자'이다. 누가 보아도 a는 b에 비해 소박하고 화려하지 않아 고흐를 연상시킨다. 또한 의자 색깔을 보면 빈 의자에 앉은 주인'이 누구인가를 쉽게 알 수 있다. 더군다나 팔걸이 의자는 조용하고 다소곳하며 왜소한 고흐보다는 남성적이며 덩치가 큰 고갱에게 어울린다. 무엇을 먹었느냐가 그 사람의 계급을 말해준다면, 어떤 의자에 앉아 있느냐도 그 사람의 계급을 말할 수 있다.


 

 

 

 

 

나무 의자'인 경우 : 민무늬보다는 무늬가 화려한 의자가 품격 있는  고급 의자'다. < 무늬 > 는 곧 목수의 품삯'과 연결되기 때문이다. 대부분 품격 있는 의자들은 등받이나 팔걸이'에 화려한 무늬로 장식되어 있다. 드라마 속 회장님 거실에 거만하게 자리잡은 비룡 무늬 의자를 떠올려 보라. 겸손한 사람도 회장님 의자'에만 앉으면 거만해 보인다. 자리가 사람을 거만하게 보이도록 만드는 것이다. 여기 의자'가 있다. 평소 의자에 대해 관심이 없는 사람은 그 차이'를 잘 모르겠지만, 이 의자들은 다른 의자에 비해 독특한 구석'이 있다. 등판을 보면 장식이 화려하다. 목수가 한 끌 한 끌 정성을 들인 티가 난다. 의자 다리'도 솜씨 좋은 가구 장인의 내공이 느껴진다. 그런데 정작 의자 바닥(좌석)은 쿠션이 전혀 없는,

딱딱한 나무판으로 되어 있다. 방석 없이 오래 앉아 있기에는 불편한 의자'다.        맥도날드 매장에 배치된, 딱딱한 의자를 보면 답이 나온다. 맥도날드 의자의 딱딱함은 오래 앉아 있지 말라는 경고'다. 박리다매 전략을 구사하는 맥도날드'는 무엇보다도 테이블 회전율이 중요하다. 손님이 후딱 먹고 후딱 떠나야 한다. 그렇기에 안락한 환경'은 테이블 회전율'을 느리게 만든다. 포장마차에서 사용되는 의자가 등받이가 없는 플라스틱 의자'인 이유 또한 테이블 회전율 때문이다. 취객이 소주 한 병 시켜 놓고 세월아, 네월아, 오월아 !  하면 골치 아프니깐 말이다           한마디로 대저택 복도에 놓인 의자는 보기 좋은 떡이기는 하나 맛은 없는 떡'이다. 이 의자는 주로 19세기 미국 대저택 현관 복도에 놓여 있던 의자'였다. 주인이나 손님의 코트를 받기 위해 하인이 대기하면서 틈틈이 앉아 있는 의자였던 것이다.

다시 말해서 하인이 이용하는 의자이니 편안할 필요는 없지만 화려한 실내 인테리어에 맞는 품격'을 맞추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디자인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 건축사가 에이드리언 포티는 << 욕망의 사물 >> 에서 이 의자를 두고 " 한 계층에게는 보이기 위해, 다른 계층에게는 사용되기 위해 디자인된 일종의 잡종이었다. " 라고 논평한다. 주인이나 손님이 이 의자'에 앉을 리는 없다. 그들 엉덩이는 소중하니까. 그렇다고 지랄같은 19세기 귀부인의 성정에 대해 손가락질 할 필요는 없다. 그래도 그때는 의자'라도 두었지, 요즘 21세기 고용주는 서비스 노동자의 의자를 걷어찼다. 21세기 서비스 노동자는 하루종일 서서 일을 한다. 이처럼 의자'를 보면 어느 정도 계급이 보인다. 사무실 의자'도 계급에 따라 다르다.

설령, 같은 디자인의 의자'라고 해도 직급이 높을 수록 등받이 높이'가 높아진다고 한다. 직급이 높은 사람은 의자에 푹 파묻히고, 직급이 낮은 사람은 머리를 기댈 수 없는 낮은 등받이 의자'에서 일을 한다.

 

 

 

a.

 

 

b.

두 그림 가운데 누가 더 직급이 높은가는 말풍선을 지우더라도 쉽게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보스는 노동자'들이 머리통을 의자 등받이에 기대는 꼴'은 두 눈 뜨고 볼 수 없다. 하급 노동자'가 등받이 높은 의자에 머리를 기대고 있을 수 있는 공간은 집을 제외하고는 극장이나 피시방이 유일하다. 어쩌면  영화관이나 피시방은 영화를 보거나 오락 따위를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등받이 높은 의자'에 앉아 보고 싶은 욕망이 작동한 탓은 아닐까 ? 의자에 달린 " 팔걸이 " 도 등받이 높이와 비슷한 기능을 수행한다. 권위를 내세우는 마초일수록 팔걸이가 달린 의자를 선호한다. 좌식 문화에 속했던 조선 시대'에도 왕은 팔걸이에 해당되는 곳에 팔을 걸치고 앉아 있지 않았나 ?

그렇다면 등받이가 가장 낮고, 팔걸이가 없으며, 바닥이 딱딱한 의자'에 앉는 대표적 계급은 누구일까 ? 반짝, 머릿속 번개가 지나가는 사람은 똑똑한 사람이다. 학생이다. 학교 의자는 등받이가 가장 낮고, 팔걸이가 없으며, 바닥이 딱딱한 의자'에 앉는다. 어른들은 등받이 높은 의자에 몸을 파묻고 팔걸이에 팔을 걸친 어린 놈'을 두 눈 뜨고 볼 수 없는 것이다. 속으로 어른들은 이렇게 생각한다. " 머리에 피도 안 마른 것이...... "  이처럼 의자'를 보면 서열이 보인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2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cyrus 2015-05-18 2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다녔던 대학교 책상은 1인용이었는데 의자와 책상이 연결된 형태였어요. 이걸 그림을 보여줘야 이해하실텐데... 아무튼 그 1인용 책상은 앉기가 불편했어요. 의자를 안으로 바짝 땡길 수가 없거든요.

곰곰생각하는발 2015-05-19 17:11   좋아요 0 | URL
수강용 탁자 말씀하시는 거 아닙니까. 그거 진짜 불편하죠. 몸집이 조금이라도 뚱뚱하면 그렇게 불편한 게 없습니다. 의자 디자인계의 이명박이라고나 할까요. 개인적으로 그 의자만 보면 스트레스 쌓입니다. 개새끼들, 천만 원 등록금 받아처먹고 그 돈 다 어디다 쓰는 지 모르겠습니다. 편안한 의자` 구입해도 좋을 텐데 말이죠.

수다맨 2015-05-19 13: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주 오래전에, 어느 개그 만화를 본 적이 있는데, 교장이 어쩌다 자리를 비우는 날이면 교감은 항상 교장실에 갑니다. 교감이 교장실 들어가서 한다는 일이, 마사지 기능을 갖춘 푹신한 중역 의자에 앉아서 시간을 보내더라구요. 그리고 교장이 자리에 있는 날이면, 교감은 우울한 얼굴로 여느 학생들이 앉는 딱딱한 나무 의자에 앉아서 업무를 봅니다. 그때는 참 웃으면서 이 만화를 봤는데, 지금 다시 생각하니 뭔가 서글퍼지네요.

곰곰생각하는발 2015-05-19 17:12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웃프네요... 시바.....
가끔 사고 쳐서 교장실 갈 때마다 그 등판 높고 시커먼 가죽 의자 볼 때마다 혐오의 감정을 숨길 수 없었죠...
 

 

 

 

 

 


 

 

 


 

초설경보  :  첫눈이

오면 불금이 됩니다.


                                첫눈이 내리면 정부의 긴급 포고령'이 떨어진다. " 국민 여러분, 뉴스 속보를 알려드립니다. 국민 여러분, 긴급 속보를 알려드립니다 !  지금 이 시간 이후 모든 관공서는 하던 일을 멈추고 실시간 뉴스 속보에 귀를 기울여 주십시오.  초설경보'를 알려드립니다. 초설경보를 알려드립니다. 정부는 첫눈 오는 날을 기념하야, 이 시간 이후 모든 관공서 및 학교'를 임시 공휴일로 지정하는 바입니다. 하던 일을 당장 멈추고 사랑하는 사람과 데이트 약속이나 잡으셔 ~ " 동화 속 이야기'가 아니다. 중국과 인도 사이에 위치한 작은 나라 << 부탄 >> 에서 벌어지는 일'이다. 폭설이 오는 날이면 출근길 지옥이 되는 대한민국을 생각하면...... 만두 부인 속 터지는 일'이다.


​- 다큐 정보를 찾을 수 없어서 부탄에 대한 방송 화면으로 갈무리한다

 

월요병에 걸린 직장인에게 부탄의 하늘에서 월요일에 첫눈이 내린다면 불타는 금요일이 되리라. 마음껏 흔들리리라. 몇 년 전, 다큐 영화제'에서 작은 왕국 부탄'에 대한 다큐를 본 적이 있다. 보고 싶어서 본 영화'는 아니었다. 아, 기다리고 기다리던 " 아다리 " 가 딱딱 맞지 않다 보니 울며 겨자 먹기로 고른 영화였다. 풍요에 찌들 대로 찌든 서구 여행객이 바라본 < 가난해서 행복해요 > 따위의 자위용 힐링'이겠지 ? 평소 빈자'를 풍요의 부작용에 대한 반작용으로 울궈먹으려는 캘커타풍 서사'에 염증을 느끼고 있었던 터라 삐딱하게 보리라, 마음 먹으며 < ㅡ 자 > 자세를 취했던 나는 곧 < ㄴ 자 > 정자세로 보기 시작했다. 다큐가 끝났을 때는 < ㅣ 자 > 자세로 박수라도 치고 싶었다.

첫눈이 오면 공휴일로 지정하는 나라'라니, 꽤...... 근사한걸 ! 세계 행복 만족도 1위 국가'라는 게 단순한 공염불'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부처의 나라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옛날, 궁예는 " 옴 마니 반메 훔 " 을 외치며 무자비하게 사람들을 철퇴로 때려 죽였는데, 부탄 사람들은 행복한 표정으로 " 옴 마니 반메 훔 " 을 속삭이고 있었다. 부탄은 히말라야 산기슭에 위치한 나라로 왕이 군림하는 군주제 국가'다. 현대 사회에서 군주제'라는 말에 반감을 가질 사람도 있겠으나 현명한 왕이 멍청한 자유 민주주의 대통령보다 백 배는 낫다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주는 나라가 바로 부탄이다. 부탄의 왕은 1976년'에 서구 잣대로 만든 GNP와 GDP 대신 GNH 를 도입하며 전담 부서'를 두고 국민 행복을 위해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한다고 한다. GNH란 Gross National Happiness 의 약자로 " 국민행복지수 " 를 뜻한다.

< 컬러 오브 머니 > 대신 < 행복의 조건 > 으로 삶의 질'을 향상하겠다는 야심찬 프로젝트'였다.  무엇보다도 부탄은 국민 행복을 위해 환경 보호에 앞장선다. 외화벌이를 위해 산악 사업이나 난개발 따위로 자연을 훼손하지는 않겠다는 생각이다. 그래서 히말라야 산기슭에 위치한 부탄은 산봉우리 7개를 서구 산악인에게 입장을 불허했다. 그뿐 아니라 해외 여행자'도 엄격하게 적용하여 국내로 유입되는 해외 여행자'는 2만 명 이하로 제한한다. 피 끓는 청춘을 베트남과 독일 탄광으로 보내 " 외화벌이 " 에 몰두했던 박정희와 대조되는 구석'이다. 환경을 훼손하지 않다 보니 부탄은 생물 종 다양성'이 가장 높은 나라 가운데 하나가 되었다. 여기에는 불교의 생명 존중 사상도 한몫 했는데,  부탄 국민은 야생 동물'을 해치지 않는다고 한다.

인간과 동물의 오랜 평화'로 인해 야생 짐승은 인간을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심지어는 사람이 다가와도 날아가지 않는 새도 있다. 인간이 자신을 해지지 않으리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인간의 등장에 도망치지 않는 야생 노루와 검은목 두루미'를 보았을 때, 부탄 사람들이 왜 행복한 사람인가를 깨닫게 되었다. 끝으로 부탄 사람들은 100명 가운데 97명이 행복하다고 생각한단다. 또한 무상 의무 교육과 평생 무상 의료'를 실시하는 나라다. 무엇보다도 무상 의료는 헌법에 의해 보호받고 있다. 끝으로 부탄 1인당 GDP는 2000달러'이고,  대한민국은 약 30,000달러, 행복 만족도 118위'이며 오이시디 회원국 가운데 자살률'은 1위'이다. 또한 어린이 행복 만족도는 꼴찌다. 이 정도 수치이면 100명 가운데 3명 정도만 행복하다고 말하는 나라가 아닐까 싶다. 부탄 사람이 한국인에게 묻습니다. " 오늘 하루, 존중 받았습니까 ? "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stella.K 2015-05-15 18: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GNH란 게 있었군요!
그러니깐요. 그 기준이란 게 서양의 경제 정책에서 나온 것들인데
어쩔 수 없이 그걸 따라야 한다는 게 못 마땅하다니까요.
뭐 OECD 가입국이라고 자랑 말고 내 집안 사람이나 챙겼으면 좋겠어요.
부탄은 진짜 왕국이네요. 동화에서 보는...

곰곰생각하는발 2015-05-15 17:05   좋아요 0 | URL
외부의 시선은 아무래도 낭만이라는 색안경을 낄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는 하나
이곳 사람들은 행복하기는 한가 봅니다. 슬로시티의 국가적 확장판이라고나 할까요 ?
뭐. 그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