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설경보 : 첫눈이
오면 불금이 됩니다.
첫눈이 내리면 정부의 긴급 포고령'이 떨어진다. " 국민 여러분, 뉴스 속보를 알려드립니다. 국민 여러분, 긴급 속보를 알려드립니다 ! 지금 이 시간 이후 모든 관공서는 하던 일을 멈추고 실시간 뉴스 속보에 귀를 기울여 주십시오. 초설경보'를 알려드립니다. 초설경보를 알려드립니다. 정부는 첫눈 오는 날을 기념하야, 이 시간 이후 모든 관공서 및 학교'를 임시 공휴일로 지정하는 바입니다. 하던 일을 당장 멈추고 사랑하는 사람과 데이트 약속이나 잡으셔 ~ " 동화 속 이야기'가 아니다. 중국과 인도 사이에 위치한 작은 나라 << 부탄 >> 에서 벌어지는 일'이다. 폭설이 오는 날이면 출근길 지옥이 되는 대한민국을 생각하면...... 만두 부인 속 터지는 일'이다.
- 다큐 정보를 찾을 수 없어서 부탄에 대한 방송 화면으로 갈무리한다
월요병에 걸린 직장인에게 부탄의 하늘에서 월요일에 첫눈이 내린다면 불타는 금요일이 되리라. 마음껏 흔들리리라. 몇 년 전, 다큐 영화제'에서 작은 왕국 부탄'에 대한 다큐를 본 적이 있다. 보고 싶어서 본 영화'는 아니었다. 아, 기다리고 기다리던 " 아다리 " 가 딱딱 맞지 않다 보니 울며 겨자 먹기로 고른 영화였다. 풍요에 찌들 대로 찌든 서구 여행객이 바라본 < 가난해서 행복해요 > 따위의 자위용 힐링'이겠지 ? 평소 빈자'를 풍요의 부작용에 대한 반작용으로 울궈먹으려는 캘커타풍 서사'에 염증을 느끼고 있었던 터라 삐딱하게 보리라, 마음 먹으며 < ㅡ 자 > 자세를 취했던 나는 곧 < ㄴ 자 > 정자세로 보기 시작했다. 다큐가 끝났을 때는 < ㅣ 자 > 자세로 박수라도 치고 싶었다.
첫눈이 오면 공휴일로 지정하는 나라'라니, 꽤...... 근사한걸 ! 세계 행복 만족도 1위 국가'라는 게 단순한 공염불'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부처의 나라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옛날, 궁예는 " 옴 마니 반메 훔 " 을 외치며 무자비하게 사람들을 철퇴로 때려 죽였는데, 부탄 사람들은 행복한 표정으로 " 옴 마니 반메 훔 " 을 속삭이고 있었다. 부탄은 히말라야 산기슭에 위치한 나라로 왕이 군림하는 군주제 국가'다. 현대 사회에서 군주제'라는 말에 반감을 가질 사람도 있겠으나 현명한 왕이 멍청한 자유 민주주의 대통령보다 백 배는 낫다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주는 나라가 바로 부탄이다. 부탄의 왕은 1976년'에 서구 잣대로 만든 GNP와 GDP 대신 GNH 를 도입하며 전담 부서'를 두고 국민 행복을 위해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한다고 한다. GNH란 Gross National Happiness 의 약자로 " 국민행복지수 " 를 뜻한다.
< 컬러 오브 머니 > 대신 < 행복의 조건 > 으로 삶의 질'을 향상하겠다는 야심찬 프로젝트'였다. 무엇보다도 부탄은 국민 행복을 위해 환경 보호에 앞장선다. 외화벌이를 위해 산악 사업이나 난개발 따위로 자연을 훼손하지는 않겠다는 생각이다. 그래서 히말라야 산기슭에 위치한 부탄은 산봉우리 7개를 서구 산악인에게 입장을 불허했다. 그뿐 아니라 해외 여행자'도 엄격하게 적용하여 국내로 유입되는 해외 여행자'는 2만 명 이하로 제한한다. 피 끓는 청춘을 베트남과 독일 탄광으로 보내 " 외화벌이 " 에 몰두했던 박정희와 대조되는 구석'이다. 환경을 훼손하지 않다 보니 부탄은 생물 종 다양성'이 가장 높은 나라 가운데 하나가 되었다. 여기에는 불교의 생명 존중 사상도 한몫 했는데, 부탄 국민은 야생 동물'을 해치지 않는다고 한다.
인간과 동물의 오랜 평화'로 인해 야생 짐승은 인간을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심지어는 사람이 다가와도 날아가지 않는 새도 있다. 인간이 자신을 해지지 않으리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인간의 등장에 도망치지 않는 야생 노루와 검은목 두루미'를 보았을 때, 부탄 사람들이 왜 행복한 사람인가를 깨닫게 되었다. 끝으로 부탄 사람들은 100명 가운데 97명이 행복하다고 생각한단다. 또한 무상 의무 교육과 평생 무상 의료'를 실시하는 나라다. 무엇보다도 무상 의료는 헌법에 의해 보호받고 있다. 끝으로 부탄 1인당 GDP는 2000달러'이고, 대한민국은 약 30,000달러, 행복 만족도 118위'이며 오이시디 회원국 가운데 자살률'은 1위'이다. 또한 어린이 행복 만족도는 꼴찌다. 이 정도 수치이면 100명 가운데 3명 정도만 행복하다고 말하는 나라가 아닐까 싶다. 부탄 사람이 한국인에게 묻습니다. " 오늘 하루, 존중 받았습니까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