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r : 0 . 333과

0 . 233 의  차이


                              단타 2개를 치면 2루 베이스'를 밟을 수 있다. 간단하게 정리하자면 2루타는 단타 2개의 값'이니 2루타 10개는 단타 20개와 같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2루타는 단순히 1루타'보다 2배 값진 값어치'를 의미하지 않는다. 단타(1루타)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효율성이 뛰어난 공격'이 아니라는 말이다. 왜냐하면 주자가 1루'에 있다는 사실은 " 병살타 " 라는 환경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땅볼 유도를 잘하는 투수'라면 다음 타자를 병살타를 유도해서 경기를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전환시킬 수 있다. 위기 뒤 찬스'라고 하지 않았던가. 야구는 흐름(氣)이 중요한데 득점 기회에서 병살타로 마무리되면 경기 주도권은 상대 팀'이 가지고 가게 된다.

반면 2루타는 애초에 다음 타자가 병살타를 칠 가능성이 없기 때문에 그만큼 득점을 뽑을 기회'는 높아진다. 내가 이 지점에서 하고 싶은 말은 2루타는 단타 2개의 값이 아니라 그보다 높은 점수를 줘야 한다는 소리'이다. 그렇기에 2루타 10개는 " 단타 20 + a " 다. 단타만 뽑아내는 타자의 타율이 0.300이고 장타(2루타 이상)만 뽑아내는 타자의 타율이 0.200'인 타자가 있다고 가정했을 때 당신이 구단주'라면 누구를 스카우트할 것인가 ? 단타만 생산하는 3할 타자'는 영양가 없는 선수'다. 앞선 타자가 3루에 있을 때에만 점수를 뽑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선수는 타율 성적을 내새워 몸값만 비싸게 부를 뿐이다. 3할 타자와 2할7푼5리 타자'를 비교했을 때 3할 타자가 0.275인 타자에 비해 굉장히 뛰어난 안타 생산 능력을 가진 선수처럼 보이지만,  

사실 한 시즌을 놓고 보았을 때 3할 타자는 2할7푼5리 타자'보다 안타를 25개 더 생산했을 뿐이다. 야구에서 중요한 것은 " 안타의 양 " 이 아니라 " 안타의 질 " 이다. 타율이 낮은 대포 타자'가 타율이 높은 딱총 타자'보다 팀 승리 기여도'가 높은 경우는 허다하다. 여기서 질문 하나 던지자. 0.333 를 치고 있는 미구엘 카브레라 선수(디트로이트 타이거즈)와 0.233 를 기록 중인 작 피더슨 선수(엘에이 다저스) 가운데 대체 선수 대비 팀 승리 기여도 war ( wins above replacement ) 는 누가 더 높을까 ? 놀랍게도 작 피더슨 선수'다. << 카브레라 >> 는 현재 타율이 0.333 으로 안타를 48개 생산했다. 이 가운데 2루타 7개, 3루타 1개, 홈런이 10개다. 안타 48개 중 장타는 18개 생산했고 단타는 30개를 만들었다. 이 방망이질'로 만든 득점이 23점이요, 타점은 30점'이다.

그런데 30타점은 뉴욕 양키스 팀 소속인 마크 텍세이라 선수가 만든 타점과 동일하다. 그의 타율은 0.258 이다. 정리를 하자면 마크 텍세이라'는 33개 안타로 30타점을 만들었고, 미겔 카브레라는 48개 안타로 30타점을 기록했다. 결국 안타 48 = 안타 33 '라는 공식이 성립된다. 그렇다면 작 피더슨이 올해 기록한 성적을 볼까 ? << 작 피더슨 >> 선수는 안타 33개(2타 6개, 홈런 10)로 장타는 16개를 생산했고 24득점에 21타점을 만들어냈다. 하위 타선인 7,8,9번 다음에 배치된 1번 타자'라는 점을 감안하면, 더군다나 9번 타순이 투수'라는 점을 감안하면,  21타점은 중심 타자에 배치된 카브레라'가 뽑은 30타점보다 더 준수한 기록이다. 만약에 작 피더슨이 4번 타자'였다면 카브레라의 기록보다 더 좋은 성적을 남겼을 것이다.

카브레라의 올해 연봉은 2,200만 달러이고 작 피더슨 연봉은 51만 달러'이다. 카브레라가 루키'인 작 피더슨보다 영양가 없는 성적을 낸 주요 원인은 장타에 비해 단타 생산력이 높기 때문이다. 장타만 놓고 보았을 때 카브레라가 때린 장타 18개와 작 피더슨이 기록한 장타 16개는 큰 차이가 없다. 그는 영양가 없는 안타를 피더슨보다 15개 더 때렸을 뿐이다. 단타 위주 공격은 파과력이 높지 않다. 좋은 타자의 기준은 높은 타율에 있는 것이 아니라 주루 능력, 수비 능력, 팀 작전 수행력, 출루율, 좋은 선구안 따위를 종합적으로 반영해야 한다. 10점 차이로 지고 있는 경기에서 9회말 2아웃에 때리는 솔로 홈런'은 개인 성적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팀 성적에는 아무런 영향도 주지 못한 채 심판과 선수 및 구단 관계자와 관중의 퇴근 시간'만 연장할 뿐이다. " 심판도 노동자'입니다. 지나친 성적 욕심은 노동자의 노동 시간을 연장시킬 뿐이에요."

 

결과보다 중요한 것은 과정'이다. 사람을 보는 눈도 이와 다르지 않다. 여자가 보았을 때 괜찮은 여자'는 남자에게 인기가 없고, 여자가 보았을 때 얄미운 여자는 남자에게 인기가 많다. 마찬가지로 남자가 보았을 때 괜찮은 남자는 여자에게 인기가 없고, 남자가 보았을 때 재수없는 남자는 여자에게 인기가 높다. 멀리 볼 것 없, 어요. 나를 보라 !  법 없이도 살 인간이라는 평판이 자자하지만 여자에게는 인기 없는 수컷이 아니었던가. 남자 사이에서는 와와, 하지만 여자 사이에서는 우우, 하게 되는 인간이 바로 나올시다, 시바. 주목 꽉 쥐고 눈물 닦는다. 됐고 ! 사람들은 안타의 질'보다는 안타의 양'을 중요시하는 경향이 높다. 과정보다는 결과'를 우선한다. 야구를 보다가 피식, 웃었다. " 그렇구나, 인간 사회'나 야구'나 똑같구나...... " 

엘지 트윈스'에 최경철이란 포수가 있다. 실력이 뛰어나지 못해서 민들레 홀씨'처럼 이 팀 저 팀 옮겨다니며 2군 생활을 이어가다고 겨우 엘지에 터를 잡고 1군에 합류한 선수'다. 타율도 그럭저럭, 수비도 그럭저럭, 주루 실력은 뒤뚱뒤뚱. 하지만 이 선수가 보여주는 전력 질주에 늘 감동하고는 한다. 허파가 터질 것처럼 뛰고 나서 하마처럼 날숨을 쉴 때의 그가 좋다. 그는 9번 이병규 선수처럼 귀족 스타 플레이어는 아니지만 열심히 달리는 그 모습에는 말로 표현하기 묘한 서글픔이 보인다. 언젠가는 9번 이병규가 23번 최경철보다 더 많은 안타를 때리는 날이 오리라 믿는다. 하지만 이병규보다는 최경철을 응원하겠다. 인간은 넘어지지 않으려고 두 다리로 버티고 의자는 넘어지지 않으려고 네 다리'로 버틴다.

최경철 포수를 볼 때마다 넘어지지 않으려고 네 다리로 버티는 의자'가 떠오른다. 좋은 타자는 안타를 많이 생산하는 선수가 아니라 열심히 달리는 선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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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립간 2015-05-20 20: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남자가 보았을 때 괜찮은 남자는 여자에게 인기가 없고, ; 제가 안티페미니스트인 이유는 논리적인 것보다 여자에게 인기가 없어서였을까요?^^

곰곰생각하는발 2015-05-21 05:40   좋아요 0 | URL
음... ㅋㅋㅋㅋㅋㅋㅋ 그럴지도 모르겠습니다 ㅋㅋㅋㅋ ( 농담입니다 )

마태우스 2015-05-21 0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옷 야구 얘기네요. 알라딘에서 스포츠 얘기는 환영을 못받는답니다. 그래도 좋아요가 9이니, 님이 얼마나 글을 잘쓰셨는지... 암튼 작 피터슨과 미기에 대한 비교는요, 카브레라가 타격에서 앞서는 건 분명합니다. 다만 피터슨이 수비난이도가 높은 중견수를 보고 있고, 수비도 기가 막히게 잘본다는 점, 이것 때문에 WAR가 더 높은 거라고 생각합니다. 주루도 그렇구요. 작 피터슨이 마이너서 30-30을 기록한 전도유망한 선수이긴 한데, 타율이 갈수록 떨어지네요. 물론 출루율은 말이 안되게 높긴 합니다만.... 간만에 야구 얘기 나와서 흥분했어요^^

곰곰생각하는발 2015-05-21 05:05   좋아요 0 | URL
그럼요. 제가 목적을 가지고 비교 평가하려고 해서 그렇지 미겔`이 타격의 마스터`아닙니까. war은 수비 능력, 주루 실력, 모든 것을 종합한 데이터 잖아요. 피더슨 같은 경우는 .233인데 출루률이 .400에 육박한다는 것은 비정상적이죠. war이 재미있어서 쓴 글입니다. 다저스 경기는 개막전 이후 한 경기도 놓치지 않고 전경기 다 시청했는데 피더슨이 정말 필요할 때 한반을 터뜨려줍니다. 신기한 경우예요.. ㅎㅎㅎㅎㅎㅎㅎ

확실히 알라딘은 야구 얘기를 군대 얘기만큼 재미없어들 하시더군요. ㅎㅎㅎㅎ

samadhi(眞我) 2015-05-21 08: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때 광곤(유격수 이현곤. 지금은 nc3루수인 것같은데요. 자동아웃(?)으로 광고를 불러서 광곤이.)이가 타격왕을 했다고 하더라구요. 정말 영양가 없는 타격을 하는 선수의 대표가 아닐까 싶어요. 어쩌다 출루를 하더라도 단타로 그것도 2사에, 주자 없을 때. 그런 거 보면 배짱도 운동선수의 덕목(?)이 아닐까 합니다. 삼진을 당하더라도 자신있게 휘두르고, 주자가 있을 때 어떻게든 진루를 시키려는 배짱있는 타자가 멋지죠. 무엇보다도 기본인 수비를 잘 해야 괜찮은 선수로 인정하지만요^^

곰곰생각하는발 2015-05-21 05:39   좋아요 0 | URL
zzzzzzzzzzzzzzzzzzzzzz dl이 현곤....
현곤 같은 스타일을 쵸크 히터`라고 하더군요. 클런치 히처 반대 가념으 개념으로 말이죠.
목졸라죽이고 싶은 타자`라는 뜻이라고 하네요... 득점 찬스만 오면 겁이 많아서 헛스윙만 하게 되는....ㅎㅎ
수비가 정말 중요하죠. 좋은 수비가 득점을 만들지는 못하지만 종종 좋은 수비 하나가 경기를 이기는 원동력이 되잖아요. 수비 우습게 보면 안됩니다. war 은 수비 능력도ㅗ매우 중요하게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