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파리

    

   

 

 

 

 

                                         “  김수희가 부릅니다. << 너무합니다 >>  ” 색소폰이 구슬프게 울리더니 김수희의 < 너무합니다 > 라는 노래가 라디오에서 흘러나온다. “ 마지막 한 마디 그 말은 / 나를 사랑한다고 ~ ”  시작부터 타령이다. 아니나 다를까, “ 떠날 때는 말없이 떠나가세요 / 날 울리지 말아요 ~ /  너무합니다 너무합니다 / 당신은 너무합니다.

​떠난 남자에 대한 원망이 알알이 박힌 노랫말'이. 노래 속 남자는 요샛말로 헤어지는 여자에게 희망 고문을 시키고 떠나는 유형이다. 飛鳥不濁水 / 비조불탁수1라는 말이 있다. 날아가는 새는 노닐던 물을 더럽히지 않고 떠난다는 뜻이다.  여자가 남자에게 하고 싶은 말일 것이다. 그렇다면 떠날 때는 말없이 떠나는 것이 과연 최선의 선택일까 ? 정희진의 << 정희진처럼 읽기 >> 라는 책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꼭지는 얀 마텔의 << 파이 이야기 >> 라는 소설에 대한 메모. 제목은 아무 인사도 없이 이다.

 

   

 197772. 거대한 화물선이 침몰한다. 힌두교도이자 무슬림이며 크리스천인 파이라는 사연 많은 이름의 인도 소년과 250킬로그램짜리 뱅골호랑이가 227일 동안 바다에서 표류한다. 둘은 멕시코 해안에서 구조된다. 아니, 소년은 구조되고 리처드 파커(호랑이 이름)는 뭍에 닿자마자 근처 밀림으로 들어간다. 소설과 달리 영화는 사라진 밀림 입구를 두 번 클로즈업한다. 통증이 느껴지는 압권이다. 소년은 엉엉 운다. 살아남은 감격 때문이 아니라 7개월 넘게 함께 했던 리처드 파커가 뒤도 안 돌아보고 아무 인사도 없이(so unceremoniously) ” 떠났기 때문이다. 운동 경기 때 득점을 해도 세러머니를 하는 게 인간인데...... “ 나는 그가 내 쪽으로 방향을 틀거라고 확신했다. 날 쳐다보겠지. 귀를 납작하게 젖히겠지. 으르렁대겠지. 그렇게 우리의 관계를 매듭지을거야. 그는 그런 행동을 하지 않았다. 밀림만 똑바로 응시할 뿐이었다. 그러더니 고통스럽고, 끔찍하고, 무서운 일을 함께 겪으면서 날 살게 했던 리처드 파커는 앞으로 나아갔다. 그렇게 내 삶에서 영원히 사라져버렸다. ” .... ( 중략 ) ... 인간이 급격히 외로워진 시기는 의미, 이성, 역사주의 따위를 앞세워 자연을 공격하면서부터다....... 사람은 인연 덕분에 산다. 하지만 그것은 인간 스스로 부여한 의미일 뿐 자연은 우리에게 관심이 없다.

 

- 아무 인사도 없이, 66~67쪽 

 

한쪽은 떠날 때는 말없이 떠나라고 말하고, 다른 한쪽은 인사 한 마디 정도는 하고 가야 하는 것 아니냐며 원망 섞인 말을 한다.  둘은 서로 상반된 지적을 하고 있는 것 같지만 사실은 동일한 감정에서 파생한 넋두리이니 이심전심인 셈이다. 두 사람 모두 떠난 자에게 배신감을 느낀다. 두 사람이 보기에는 둘 다 " 너무합니다, 너무합니다, 당신은 너무한 "  사람이다. 이 감정(들)에는 원망이 섞였으나, 어디 미움뿐이랴. 사무친 정에 대한 깊은 회한이 짙게 남아 있으리라. 정희진은  리처드 파커의 거시무언(去時無言) 장면에서나도 그 장면에서 울었다 고 고백한다. 나는 정희진의 말에 격하게 공감했다. 하지만 내가 이 소설을 읽은 것은 아니다. 영화를 본 것도 아니다.

내가 보기에는 << 파이 이야기 >> 는 톰 행크스가 열연한 << 캐스트 어웨이 >> 와 닮은 구석2이 있. 다른 점이 있다면 250kg짜리 벵골호랑이 대신 250g짜리 배구공 윌슨이 등장한다는 점이 다를 뿐이다. 중요한 것은 무게가 아니지 않은가 ? 모래알이든 바윗덩어리이든 물에 가라앉기는 마찬가지이니 말이다. 척 롤랜드(톰 행크스)는 땟목 위에서 뜻하지 않는 일(폭우)로 망망대해에서 윌슨과 헤어진다. 척 롤랜드는 애타게 윌슨을 부르지만, 윌슨은 아무 인사도 없이, 뒤도 안 돌아보고 떠난다. 리처드 파커(호랑이)처럼 말이다. 척 롤랜드의 쇳소리 나는 울음에는 서운함과 그리움이 묻어 있다. 그는 울면서 외친다. " 아'임 쏘리, 윌슨 ! "  떠나는 자에게 남겨진 자가 먼저 미안하다고 소리치는 것이다.

나도 이 장면에서 울었다. << 캐스트 어웨이 >> 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면 2년 전 성탄 전야로 되돌아가야 한다. 내가 그리워하는 대상은 250그램짜리 배구공이 아니다.  그보다 더 작은 2.5그램에 대한 이야기다. 작다고 눈물의 염도나 싱거운 것은 아니다. 모래알이든 바윗덩어리이든 물에 가라앉기는 마찬가지이니 말이다. 지금부터 내가 당신에게 들려주는 이야기는 사연이 길다. 눈물 없이는 볼 수 없는 서사이나,  웃으면서 읽어도 좋다.

 

깊은 밤, 티븨를 켰다. 오늘 같은 날은 볼 만한 영화'가 많지, 성탄 특선(特選)이니까 이제 막, 끝났는지 캄캄한 화면에서 엔딩 타이틀이 느리게 올라가고 있는 채널을 발견했다. 곧이어 다음 상영작을 예고하는 자막이 화면 오른쪽 상단에 떴다. , , , , , . 문득 이 영화는 " 특선 " 과는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많이 양보한다고 해도 " 성탄 " 에 어울리는 영화도 아니었다. 함박눈이 내리는 크리스마스에 무인도에 갇힌 벌거숭이 사내의 1인 모노로그'라니 ! 채널을 이리저리 돌리며 성탄과 특선에 어울리는 작품을 물색했지만 마땅히 볼 만한 작품은 없었다. 하는 수없이 << 캐스트 어웨이 >> 를 보기로 했다. 시작은 딱히 재미있지도, 그렇다고 지루하지도 않았다.

지루하다 싶으면 책을 읽다가 책이 지루하다 싶으면 영화를 보았다. 내가 영화에 집중하기 시작한 때는 " 배구공 " 이 등장하면서부터였다. 척 롤랜드(톰 행크스) 는 그 < > 에게 " 윌슨 " 이라는 사람 이름을 부여한다. 그에게 절실히 필요했던 것은 빵이나 잼'보다는 " 친구 " 였다. 윌슨은 과묵한 친구였지만 척 롤랜드에게는 " 빵 터지도록 잼나는 친구 " 였다. 그는 본능적으로 혼잣말이 늘면 광인'이 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는 끊임없이 윌슨과 (혼잣말이 아닌) 대화를 한다. 그때부터 이상한 기시감이 들기 시작했다. 영화 내용'에 대한 데자뷰가 아니었다. 그것은 나의 과거 속 어떤 체험과 연결된 정서'였지만 정확히 무엇인지를 깨닫지는 못했다. 하지만 이 수수께끼'는 이내 풀렸다.

척 롤랜드가 망망대해'에서 " 윌슨 " 을 떠나보내는 장면'에서 나는 척 롤랜드'보다 많이 울었다꺼이꺼이 울었다. ,,,,...... 나는 척 롤랜드를 연기한 톰 행크스'보다 척 롤랜드가 당시 처했던 그 심정을 누구보다도 잘 이해하고 있었다. 내 눈물은 같은 아픔을 공유한 자만이 공유할 수 있는 연민이었다. 척 롤랜드에게 윌슨이 있었다면, 나에게는 크로넨버그'가 있었다. 눈물 젖은 빵을 먹던 시절, 자유로움의 상징이었던, 나만의 파리 ! 속초에서 < 1> 을 살았다. 내가 살던 곳은 m 모텔 105호 달방'이었다. 야심찬 계획으로 출발했으나 어느 순간, 우울증이 깊어서 무기력에 빠지고 말았다. 노트북 모니터는 항상 텅 비어 있었다. 커서는 인적이 드문 길 위에서 기름이 떨어져 멈춘 자동차처럼 제자리에서 깜빡거릴 뿐 나아가질 못했다. 

불안을 동반한 불면이 깊어 갈수록 < > 에 내 몸을 의지하게 되었다. 외롭고 낮고 쓸쓸했다. 이 낯선 타관에서 대화를 나눌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나는 달방에 갇혀서 하루 종일 음을 소거한 채 낚시 채널을 시청했다. 유일한 낙은 낚시줄에 잡힌 대어를 보는 것이었다. 그때 날 찾아온 것은 " 파리 " 였다. 파리 한 마리가 내 달방으로 날아왔다. 당시 날씨는 겨울을 눈 앞에 둔 쌀쌀한 늦가을이었기에 파리가 살 만한 환경이 아니었다. 한파를 견디고 끝까지 살아남은, 지구상에서 마지막까지 견딘, 지상의 마지막 파리'였던 것이다. 늦가을 모기는 잡는 것이 아니라는 일본 속담이 있다. 내가 이 속담을 알게 된 계기는 다자이 오사무의 소설에서였다. 나 또한 그 파리를 잡거나 쫓아낼 생각이 없었다.

둘째 날, 파리는 천장에 붙어서 꼼짝도 하지 않았다. 셋째 날도 마찬가지였다. 슬슬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다음날, 동네 마트에서 횟감을 사서 혼자 달방에서 술을 마시고 있는데 그 파리'가 내 주위를 윙윙 날아다녔다. 생선 냄새를 맡고 하늘에서 내려온 것이다. 며칠 동안 달방을 나간 적도 없고 창문을 연 적도 없었으니, 내가 며칠 전 본 파리가 분명했다. " 배가 고프겠구나 ! " 생선 회 한 조각을 바닥에 내려놓자 파리가 그 살점 아래 내려앉았다. 그것을 인연으로 해서 파리와 나는 달방에서 함께 동거를 시작했다. 이름도 지었다. " 이제부터 넌 크로넨버그다 ! " 그렇게 보름을 함께 보냈다. 배구공을 보며 대화를 나눴던 영화 속 주인공처럼 나는 침대에 누워 맞은편 천장에 붙어 있는 파리에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 어느 소설가가 그러더라. 전쟁터에 나간 병사는 누구나 살아남기를 원한다고. 하지만 끝까지 살아서 제일 마지막에 죽는 것은 바라지 않는다고. 두려운 거지. 끝까지 살아남는다는 것은 두려운 거다. ...... 네 심정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 지금 넌 두려운 거야. 이 지상에서 살아남은 유일한 파리이거든...... "

그러던 어느 날, 서울에 내려가야 할 일이 생겨서 잠시 서울에서 며칠을 보내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미룰 수는 없었다. 파리의 끼니가 걱정되어서 꿀물을 사발에 가득 담은 후 달방'을 떠났다. 내가 다시 달방으로 돌아왔을 때 제일 먼저 찾은 것은 파리였다. 하지만 파리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얼어서 죽었니 ? 아니면 작별 인사도 없이 떠난 거니 ?  몇 시간 동안 파리의 흔적을 찾아헤매다 지쳐서 침대 위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았다. 눈물이 났다. 두려웠다. 그 감정은 고독도 아니었고 외로움도 아니었다. 적군이 우글거리는 적지에서 혼자 살아남은 듯한 느낌이었다. 아무 말도 없이 떠나다니 살짝 배신감도 들었다. 그리고는 이내 피식, 웃음이 났다. 파리가 떠났다고 슬퍼하는 인간이 있다는 사실을 사람들은 알고 있을까 ?

사람은 인연 덕분에 산다. 하지만 그것은 인간 스스로 부여한 의미일 뿐 자연은 우리에게 관심이 없다. 정희진의 문장이다.

 

 



 

  1. 생각해 보면 안철수는 날지 못하는 새‘다. 문 박차고 세상 밖으로 멋지게 비상하고 싶었으나 날지 못하는 < 닭 > 인지라. 물 위에서 난다고 날갯짓만 하다, 물만 흐리고는 자맥질로 가까스로 연못을 빠져나간 꼴이다. (안철수 얘기는 여기서 그만 !)
  2. 파커와 파이 그리고 척 롤랜드와 윌슨의 관계를 놓고 본다면 두 서사는 같은 맥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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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madhi(眞我) 2015-12-26 2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얘기가 왜 이렇게 닿을까요
마음 깊은 곳에 있는 외로움, 아닌 척 없는 척 꺼내기 싫은 느낌을 들킨 것 같네요.
인간이 자기본위이기에 그리고 끊임없이 사랑받고 존재를 인정받고자 하는 욕구가 강해 그런 거겠죠. 그게 다 부질없는 줄 알면서도 그렇게 생겨먹은 것 같아요.

곰곰생각하는발 2015-12-27 16:50   좋아요 0 | URL
행복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노력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이 노력이 또 만만치 않은 스트레스를 주거든요. 제가 보기엔 행복에 대한 강박을 줄이면 어느 정도의 얕은 노력으로 스트레스를 받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뭔 말인지 자꾸 꼬이네요.. ㅎㅎ

곰곰생각하는발 2015-12-27 16:50   좋아요 0 | URL
행복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노력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이 노력이 또 만만치 않은 스트레스를 주거든요. 제가 보기엔 행복에 대한 강박을 줄이면 어느 정도의 얕은 노력으로 스트레스를 받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뭔 말인지 자꾸 꼬이네요.. ㅎㅎ
 
정희진처럼 읽기 - 내 몸이 한 권의 책을 통과할 때
정희진 지음 / 교양인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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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같다면



                                    평일 오후 3시 즈음, 전철 < 안 > 은 텅 비어 있다. 거리도 마찬가지'다. 3시는 애매모호한 시간. 점심과 저녁 사이이며, 밤과 아침 사이'이기도 하다. 3시는 타자를 인식하기에 좋은 시간'이다. 저녁 8시에 불 켜진 집을 궁금해 하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새벽 3시에 " 불 켜진 집 " 을 보면 그 집 창문 너머가 궁금해진다. 불면을 공유한다는 점에서 < 불 켜진 집 > 과 < 잠 못드는 나 > 는 같다. 같다는 것은 때론 나에게 위안을 선사한다. 반면, < 같음 > 이 당혹스러운 경우'도 있다. 전철 안, 내 앞에 한 남자가 앉아 있다. 그 남자와 나는 잠시 시선이 마주쳤지만 둘 다 황급히 시선을 외면했다. 당혹스러운 상황이 연출되었다. 

우리는 서로 같은 옷을 입고 있었던 것이다. 동일한 브랜드, 동일한 디자인, 동일한 색상 ! 라벨을 뗀 지 얼마 지나지 않은 것처럼 보이는 옷 상태'로 보아 N 백화점에서 재고 정리할 때 산 59,800원짜리 아우터'인 것이다. 나와 같다면, 그도 똑같은 생각을 했으리라. " 시바, 너도 나처럼 지지리도 못사는 집 자식이구나 ! "  불온한 거울의 힘'이다. 거울 속 상(象)은 성능 좋은 반면교사인 셈이다. 계급에 대한 인식'은 < 거울 > 에서 나온다. 보수는 부패로 망하고 진보는 분열로 망한다는 말1은  예리한 통찰'이다. 피지배계급은 자신이 속한 계급에 대한 자긍심을 가지지 않는다. 그들이 동일시하고자 하는 욕망은 지배계급의 욕망'이다. 자신이 속한 계급에 대한 부정,

그러니까 나와 같은 옷을 입고 있는 사람을 보면 동료애보다는 부끄러움이 앞서는 마음이 결국은 회피와 분열을 낳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 유니클로 > 와 < 루이비통 > 의 차이'다. 명품은 명품을 알아 본다. 명품을 걸친 사람이 명품을 걸친 사람과 마주치게 되면 부끄러움보다는 호기심을 갖기 마련이다. 그것이 바로 명품이 가지고 있는 아우라'다. 뒤늦은 고백이지만,  나는 < 거울 > 이 무섭다.  < 자기애가 강한 남자 > 로 포장했지만, 사실 " 자기애 " 는 " 자기혐오 " 에 대한 은유에 불과했다. 거울은 그 사실을 낱낱이 폭로하고 내가 가지고 있는 허영을 산산조각낸다. 거울은 깨지기 쉬운, 물성으로 이루어졌으나 약하다는 것이 때로는 강하다는 것보다 더 두렵다1.  하여, 내가 불편해 하는 대상은 역설적이게도 나를 닮은 사람이다.

정희진의 << 정희진처럼 읽기 >> 를 읽다가 깜짝 놀랐다. 생각의 DNA가 나와 99.99999999 % 가 동일한 것이다. 외투만 동일한 게 아니라 바지와 신발, 심지어는 가방까지 같은 것이다. 다행히도 이 책은 < 나와 같은 옷을 입은 타인 > 이라기보다는 < 새벽 3시에 불 켜진 창문 > 같다. 반감보다는 공감의 울림이 크다. 정희진은 오 헨리의 << 마지막 잎새 >> 에 대한 글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 겨울이 좋은 점이 있다. 여름의 빗소리는 소란스럽지만 겨울에 내리는 눈은 음 소거 기능이 있다(290쪽) "  소리와 소음은 분리할 수 없다. 소리에서 소음을 분리하면 자연적인 소리는 사라진다. 아무리 아름다운 소리라고 해도 그 음역 속에는 소음이 자리하고 있다. 여름의 빗소리는 소리와 소음이 만든 결과'다.

하지만 소리와 소음이 동시에 사라지는 경우가 있다. 그때 창문을 열면 < 눈 > 이 소리 없이 내리고는 했다. 내 마음과 자연의 일기(日氣)가 서로 교감하는 순간이었다. 그때, 내가 깨달은 사실은 " 무음(無音) "의 힘이었다. 빗소리보다 아름다운 소리는 눈이 소리 없이 내리는 풍경이다. 그렇기에 말이 많거나, 목소리가 크거나, 언변이 유려한 사람을 믿지 않는다. 이 책이 가지고 있는 장점은 < 정직 > 이다. 정희진은 에둘러 말하는 법이 없다. 벼린 칼로 단칼에 베어버린다. 군더더기가 없다는 말이다.  정희진이 한 꼭지에서 " 나의 소원은 인류 멸망이다. 내 소원에 동의하지 않더라도 즉사(卽死)는 모든 사람의 희망일 것이다 " 라고 말했을 때 격하게 공감했다.

라스 폰 트리에 감독이 연출한 << 멜랑콜리아 >> 는 행성 충돌에 의한 지구 멸망으로 끝나는 영화인데, 나는 사람들이 이구동성으로 이 영화를 두고 비극적 결말이라고 말하는 데 질려버렸다. 이 영화는 비극이 아니라 해피엔딩'이다. 충돌과 함께 지구는 먼지가 되어 사라진다. 70억 인구가 모두 공평하게 동일한 죽음의 방식으로 매우 짧은 시간에 죽는다는 것은 비극이 될 수 없다. 그것은 축복받은 죽음이다. 아우슈비츠가 비극인 이유는 누구는 살고 누구는 죽었다는 데 있다. 정희진을 흉내내서 단칼에 말하자면 이 < 책 >  좋다.





  1. 이 말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보수는 부패로 망한 적이 없다. 부패로 망한 보수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보수는 부패 때문에 성공한 부류다
  2. 김기택, 유리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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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5-12-25 21: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사진에 찍히는 것을 싫어해요. 사춘기부터 외모에 민감하게 생각해서 그런지 지금도 제 모습이 있는 사진을 보면 부끄러워요.

곰곰생각하는발 2015-12-26 14:01   좋아요 0 | URL
사진도 습관인 거 같습니다. 자주 찍혀봐요 ~ 자연스러워지는 거 같습니다. 자기 얼굴에 익숙해져야 한다고나 할까요..

살리미 2015-12-25 22: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 책 읽고 `왜 나는 저렇게 읽을 수 없는지`를 심각하게 고민했었지요 ㅎㅎ 이 책 좋아요!! 정희진의 어떤 메모라고 아직도 한겨레 신문에 매주 연재되고 있어요.

곰곰생각하는발 2015-12-26 14:02   좋아요 0 | URL
정희진 씨 말처럼 새롭게 보고 이해할 필요가 있는 거 같습니다. 이제부터라도 좀 연습을 해야 겠어요... 앗, 늦었으나 멜크스마스입니ㅏ.

돌궐 2015-12-25 23: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전에 어린 딸내미가 저에게 세상에서 없애버렸으면 하는 게 있냐고 물었을 때 ˝인간들˝이라고 답했다가 놀란 딸내미 대성통곡해서 급하게 ˝아니 그게 아니고 아빠 말은 나쁜 사람들을 말하는 거였어˝라고 급둘러댄 기억이 나네요.
오랜만에 들렀다가 인사하고 갑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5-12-26 14:03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ㅎㅎㅎㅎ 저도 완전 똑같은 경험이...
애 아빠 앞에서 그리 말했다가.... 얼릉 수정했습니다.

새아의서재 2015-12-26 03: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희동네, 아웃렛에서 70%이상 세일을 할때가 간혹있답니다. 아이들 어렸을땐 거기서 삼천원짜리 티같은 많이 사서 입혔는데 거짓말 안보태고 동네아이들이 색깔만 다르고 다 같은 옷을 입고 뛰어놀아요. 부끄러운 거울 효과라기 이전에, 이건 사실 완전히 코메디같은 상황인거죠. 어른들 옷은 이보단 덜하지만, 주변에 아웃렛 천지인(아시죠? 가산 마리오 근처) 곳에서 사는 웃기지만 웃지못할 상황들이 저에겐 늘 일상이었어요.. ㅋㅋ 이럴땐 동질감을 느껴야 하나요? ^^

곰곰생각하는발 2015-12-26 14:05   좋아요 0 | URL
아. 재미있는데요.... 이런 댓글을 위해서 댓글창 열어둡니다.
남해에는 조금새끼라는 말이 있어요 조금 때가 되면 어부들 배 타고 나가지 못해서 집에만 있ㄴ느다고 하네요. 그때 그 마을은 온통 임신을 해서 거의 같은 시기에 아이들이 탄생하는데 그때 아이들을 조금새끼라고 한답니ㅏ. 이때 태어난 아이들이 한 가족처럼 지낸다고 합니다.

akardo 2015-12-26 1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점퍼는 아주 모양이나 색깔이 특이한 거 아니면 관심 잘 안 두는 사람이라서 그 생각은 못해봤네요. ㅎㅎ 사람들 옷이 다 시커먼 색으로 통일되어있어 역시 겨울엔 검정....이란 생각만 하고서 지나쳤거든요. 하하; 패션 감각이 원체 없어서.

곰곰생각하는발 2015-12-26 14:06   좋아요 0 | URL
오 패션 감각이 남다르신가 봅니다...ㅎㅎ
우린 너무 검은색 계열만 입습니다. 거의 90%는 그쪽 계열임....

samadhi(眞我) 2015-12-26 21: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말 많고 목소리 큰 저는 조용히 닥치고 있을게요 ㅋㅋㅋㅋ 진보의 문제는 시비에 집중한다는 거지요. 보수는 시비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데. 그래서 늘 보수에게 당하는 게 아닌가 해요. 보수의 뻔뻔함을 배워 역공격하는 전략적인 왼날갯짓을 보고 싶어요.

곰곰생각하는발 2015-12-27 16:51   좋아요 0 | URL
ㅎㅎ 앙탈 한 번 부려봤습니다. 여러모로 보수가 유리하죠.같은 문제라도 진보라면 욕을 먹고 보수라면 그러니깐 보수아니야.. 이런 마인드이니....
 

 

 

 

 

 

 

 

 

 

 

 

 


 


 

 

 

 


 

소주 한 잔  생각나는 밤

                                                    추워서 << 추어탕 >> 생각이 났네 ~  그래서 추어탕 가게'에 들어갔다(짜증나면 짜장면 집에 들어갔을 것이여~). 몸을 덥히는 데 " 소주 " 만한 것이 또 있으랴. 소주 < 1병 > 시켰다. 동네 식당인데도 가격은 어느새 3,000원에서 4,000원으로 인상된 상태'였다. 니미, 원가 50원 인상했다고 1000원 올리는 센스. 박근혜 정권의 업적은 부자 감세요, 서민 증세'였다.  " 내년에는 5000원으로 뛰겠군 ! "  이제 만 원 한 장이면 담배 한 갑과 소주 한 병 마시면 " 쫑 " 이다.   빈속에 소주 첫 잔을 마시는 습관은 내 오랜 버릇.        찬 소주로 속을 식히고 뜨거운 국물로 몸을 덥혔다.  아...... 이 맛에 소주를 마신다.

 

캬, 좋다 ! 식당에 설치된 티븨'에서는 손석희가 진행하는 << 뉴스룸 >> 이 방송되고 있었다.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다가 뉴스 한 꼭지에 내 귀가 솔깃해졌다. 손석희 앵커가 칼칼한 목소리로 말했다. 

 


 


" 올해 경기도의 순 유입 인구는 6만 명에 이릅니다. 경기도를 떠난 사람보다 새로 들어온 사람이 6만명 더 많다는 겁니다. 서울은 같은 기간 3만 7천명이 빠져나갔습니다. 무섭게 오르는 서울의 전셋값을 피해 경기도로 이동하는 겁니다. 그러다 보니 경기도에서 서울로의 출퇴근은 점점 힘들어지고 있습니다. 최근 한 조사에 따르면 경기도에서 서울로 출퇴근하는 사람들의 하루 평균 출퇴근 시간은 무려 2시간 46분입니다. 출퇴근에 하루 2시간을 쓰는 직장인의 경우 잃어버리는 행복의 가치가 월 94만 원이라는 연구결과도 있었는데요. 물론 행복을 수치로 계량화하기는 어렵겠지만 경기도민은 매월 100만원어치의 행복을 길바닥에 뿌리고 있는 셈이죠. 오늘 아침 출근길과 지난주 금요일 퇴근길을 유선의 기자가 따라가 봤습니다. "

- 손석희 앵커


 

 

뉴스를 보다가 문득 내가 2년 전에 썼던 글이 생각났다. 주요 내용은 < 행복과 거리 > 의 상관 관계'였다. " out of sight, out of mind " 라는 말이 있다.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지는 법. 그런데 몸이 멀어지면 마음만 멀어지는 것은 아니다. < 행복 > 도 함께 멀어진다. 믿지 않겠지만 < 행복 > 과 < 거리 > 는  밀접한 관계'가 있다. 일단 믿어보시라니깐~  내가 혜민 스님이 전하는 " 행복은 마음 먹기에 달렸습니다 " 라는 말을 믿지 않는 이유는 << 유심론(唯心論) >> 이 불행을 치유하는 만병통치약이 아니라는 데 있다. < 쾌 ( 快 ) > 는 마음보다는 몸의 상태에 달려 있다. 건강한 몸이 좋은 기분을 만든다. 행복학'은 심리학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생리학에 더 가까울 수 있다. 성인군자가 아니고서는 행복한 마음으로 죽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가족의 병수발을 오랫동안 한 사람이라면 격하게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마음이 비단 같이 고왔던 사람이라고 해도 병 앞에서는 이기적인 사람으로 변하기 마련이다. 행복하게 죽는 사람은 없다. (한때) 행복했던 사람이 죽을 뿐이다. 유심론은 가짜'다. 사실, 행복은 거창한 것이 아니다. 리처드 스코시는 << 행복의 비밀 >> 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10년 전 행동 과학자, 신경학자, 심리학자(프린스턴대학의 한 노벨상 수상자를 포함하여)이 모여 행복의 지수를 측정하고 행복의 원인을 규명하려는 실험을 진행했다. ( 중략 ) 그렇다면 이 실험 결과는 어땠을까 ? 새삼스러울 것도 없이 모든 사람이 섹스를 통해 더 큰 행복감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다음으로는 하루의 일과를 끝내고 동료나 친구와 한잔 걸치는 것이 큰 점수를 얻었다. ( 중략 ) 행복하게 사는 방법은 아주 간단하다. 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안정적인 일터에서 즐겁게 일하고 동료들과 한잔 걸친 후 집에 가서 섹스를 하는 것 ! 행복의 비밀은 바로 여기에 있었다 ! "

 

- 행복의 비밀, 리처드 스코시


행복 프로젝트에 참여한 연구자(들)이 내린 결론은 " 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안정적인 일터에서 즐겁게 일하고 동료들과 한잔 걸친 후 집에 가서 섹스를 하는 것 ! " 이었다. 설문 조사에 의하면 다른 조건들이 모두 만족해도 출퇴근 시간이 2시간 이상 소요되면 행복하지 않다고 느낀다고 한다. 즉, 출근 시간이 길면 길수록 행복은 멀어진다.

 

대한민국 노동자의 평균 출근 시간은 58분(왕복 대략 2시간)이다. 미국, 프랑스, 독일의 왕복 출퇴근 시간보다도 많다. 그나마 서울에 직장을 둔 서울 거주자 덕분에 2시간을 넘기지는 않았으나,  4분이 모자란 2시간을 놓고 기뻐할 일은 아니다. 뉴스에서도 지적했듯이 서울에 일터를 둔 직장인들은 치솟는 살인적인 집값 때문에 서울 외각으로, 다시 서울 외각에서 경기도로 삶의 터전을 옮기고 있다. < 일터 > 와 < 터전 > 이 점점 멀어지는 것이다. 그 결과가 경기도에서 서울로 출퇴근하는 노동자의 평균 시간이 4시간에 육박하는 것이다. 아침 6시에 일어나 만원 출근 버스에 몸을 싣고 저녁에는 잦은 잔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다. 눈꺼풀이 무거워질수록 의지할 곳은 버스 손잡이뿐이다. 해초처럼 흔들리다가 집에 도착하면 녹초가 된다. 유선의 기자의 말을 들어보자.

 


" 오늘(21일) 오전 6시 30분. 비가 내리는 경기도 분당의 버스정류장에는 서울로 가는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길게 줄지어 서있습니다. 50m는 족히 돼보입니다. 직장인 배주홍 씨는 세 정거장을 거슬러왔지만 30분 넘게 기다리는 중입니다.
퇴근길은 더 심각합니다. 출근길은 단속 때문에 입석이 없지만 퇴근길은 예전과 달라진 게 없습니다. 버스는 문이 닫히기 힘들 정도로 승객을 가득 태운 채 출발합니다. 퇴근시간 서울 한남동 버스정류장입니다. 경기도 분당으로 가는 이 광역버스를 타고 퇴근길 버스 안 상황 확인해보겠습니다.문이 닫히자마자 버스 창문은 순식간에 뿌옇게 흐려지고, 여기저기서 기침 소리도 들립니다. 패딩에 코트에 겨울철은 겉옷이 두껍다보니 몸이 짓눌려 숨이 막힙니다. 운좋게 자리에 앉은 사람들은 순식간에 곯아 떨어집니다. 경기도는 지난 1년여 동안 서울로 오가는 광역버스를 290여 대 늘렸습니다. 현재 운영되는 광역버스 2100여 대에 더해 관광버스까지 동원하고 있지만, 빠르게 늘고 있는 서울 출퇴근 인구를 감당하기엔 역부족입니다. 우리나라의 평균 출근시간은 58분. OECD 국가 중 가장 길고, 미국이나 프랑스의 2배가 넘습니다. 경기도의 직장인들은 오늘도 세계에서 가장 길고 고단한 출퇴근 여정을 이어갑니다. "

유선의 기자

 

 

이런 삶 속에서 과연 나는 행복하다, 나는 행복하다, 나는 행복하다고 자기 최면을 건다고 행복할 수 있을까 ? 살인적인 노동 강도에 더해서 살인적인 출퇴근 시간을 더하면 말 그대로 대한민국은 헬지옥이 된다. 종종 유명 연예인의 으리으리한 집이 티븨를 통해 소개된다. 20평짜리 집구석에 사는 사람이 화려한 200평 저택을 보는 맛은 그리 유쾌할 리 없다. 사실, 서울 갑부라 해도 땅값 비싼 서울에서 200평짜리 대저택을 마련하기란 쉽지 않다. 이런 대저택은 대부분 서울 외각 지역인, 서울 인근 경기도 외각에 위치한다. 물론 그들은 치솟는 집값을 마련하지 못해 외각으로 쫓겨났을 리 없다. 번거로운 도심 생활에서 벗어나 전원 생활을 향유하기 위해 선택한 터전이다.

그들은 박봉에 시달리는 노동자와는 달리 출퇴근 시간이 자유로운 사람들이거나 노동 없이도 일정한 재화를 거둬들이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공간은 늘 그런 식으로 점령당했다. 가난한 사람이 모여 시장을 만들면 부유한 사람이 시장의 부동산을 소유하고, 집값이 오르면 가난한 노동자는 서울 외각으로 떠난다. 하지만 부유한 사람도 바쁜 도심 생활에 염증을 느끼고  서울 외각으로 빠진다. 서울 외각은 다시 부유한 사람이 점유하게 되고, 가난한 노동자는 더욱 더 먼 곳으로 떠난다. 이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다. 이런 현상을 << 젠트리피케이션 >> 이라고 한다. 원주민은 항상 그런 식으로 쫓겨나다가 더 이상 갈 곳이 없게 되면 결국 원점으로 되돌아온다. 집값 때문에 비싸서 떠난 동네로 다시 돌아오는 것이다. 옥탑 방이거나 주차장 한켠에 불법으로 지은 지하 셋방, 혹은 고시원이 그들의 새 주거 환경이 된다.

 

며칠 전, 서울대 학생이 " 수저 색깔이 계급을 결정한다 " 는 유서를 쓰고 자살한 사건이 있었다. 그때 그 학생이 떨어진 곳은 자신이 살던 옥탑 방'이었다. 반면 송파구 세 모녀 동반 자살 사건은 반지하 셋방에서 벌어진 참극이었으며, 시나리오 작가 최고은 씨가 굶어죽은 곳 또한 반지하 셋방이었다. 손석희 앵커가 전한 뉴스 꼭지는 3분이 채 안 되는 분량이었으나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 뉴스였다. 당초의 계획을 접고 나는 큰소리로 말했다. " 아줌마 ! 여기 소주 한 병 더 주쇼 !!! " 알딸딸 취한 채 집으로 돌아왔다. 어머니가 거실에 나와 한 말씀 하셨다. " 아침에 나갈 때는 팔팔한 꼴뚜기 다리로 나가더니 집에 올 때는 흐느적흐느적 문어가 되어 돌아왔구나. "

 

 

 

 

 


 

 

 

 

 

 

젠트리피케이션 ( gentrification )

       

구도심이 번성해 중산층 이상의 사람들이 몰리면서, 임대료가 오르고 원주민이 내몰리는 현상을 이르는 용어. 중산층 이상의 계층이 도심 지역의 노후한 주택 등으로 이사 가면서 기존의 저소득층 주민을 대체하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신사 계급을 뜻하는 ‘젠트리’에서 파생된 말로 본래는 낙후 지역에 외부인이 들어와 지역이 다시 활성화되는 현상을 뜻했지만, 최근에는 외부인이 유입되면서 본래 거주하던 원주민이 밀려나는 부정적인 의미로 많이 쓰이고 있다.

도시 환경이 변하면서 중 · 상류층이 도심의 주거지로 유입되고 이로 인해 주거비용이 상승하면서 비싼 월세 등을 감당할 수 없는 원주민들이 다른 곳으로 밀려나는 현상이다. 이 현상은 1964년 영국의 사회학자 루스 글래스(R. Glass)가 노동자들의 거주지에 중산층이 이주를 해오면서 지역 전체의 구성과 성격이 변하는 것을 설명하면서 처음 사용했다.

젠트리피케이션은 우선 임대료가 저렴한 도심에 독특한 분위기의 갤러리나 공방, 소규모 카페 등의 공간이 생기면서 시작된다. 이후 이들 상점이 입소문을 타고 유명해지면서 유동인구가 늘어나고, 이에 대규모 프랜차이즈점들도 입점하기 시작하면서 임대료가 치솟게 된다. 그 결과 소규모 가게와 주민들이 치솟는 집값이나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해 동네를 떠나게 되고, 동네는 대규모 상업지구로 변화된다. 예컨대 2000년대 이후 서울의 경우 종로구 서촌을 비롯해 홍익대 인근, 망원동, 상수동, 경리단길, 삼청동, 신사동 가로수길 등에서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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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리미 2015-12-22 15: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담뱃값인상이후 제주도에 다녀올때마다 보게되는 풍경이 있어요. 바로 제주 공항 면세점에 담배를 사려고 선 기나긴 줄이죠. 집에 흡연자가 있으면 저같아도 당장 줄을 설 거예요. 근데 그렇게 담배사는 사람이 많아지니 박근혜정부는 또 꼼수를 부렸더군요. 제주공항면세점JDC에서 담배 판매를 금지한대요. 눈치 챈 기자들이 기사를 썼고 놀란 당국은 그런 일 없다고 발뺌이지만 내년에 시행될 확률이 백프로라더군요. 정말이지 서민들한테서는 철저하게 다 뺏어가는 정부에요. 돈 좀 아껴보겠다고 긴 시간 줄서는 불편함도 마다않는 서민들을 보면서 ˝아, 저렇게 세금망을 빠져나가다니 안되겠군˝ 하는 거잖아요. 욕해주세요 ㅋㅋ

곰곰생각하는발 2015-12-22 15:53   좋아요 1 | URL
오호츠크 시밤바 새끼들... 내년이 병신년입니다.
큰 누님이 법안 통과 안되서 밤에 잠을 못 주무신다고 걱정하시는 소식을 들으니 감개무량합니다. 시민들은 당신 때문에 잠을 쪼개며 1시간 일찍일어나야 한다는 사실과 참 비교되죠. 누구는 할 일 없어 침대에 눠어도 잠이 안오는 판에 누구는 잠이 부족한데도 일찍일어냐야 한다는 사실...
큰 누님에게 낮에 볕 좀 많이 쐬고 일 좀 많이 하라고 말하고 싶네요... 얼마나 할 일이 없으면 날밤을 깠겠습니까... 할 일 없으면 곰 인형 눈깔이라도 달던지....

표맥(漂麥) 2015-12-22 15: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자 감세, 서민 증세라는 말이 눈에 쏙 들어옵니다... 음...

곰곰생각하는발 2015-12-22 15:54   좋아요 0 | URL
담배세만 가지고 봐도 1800억 증세라는 소릴 들었습니다. 이젠 만 원이 천 원이 되었어요....

stella.K 2015-12-22 18: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건 딴 얘긴데, 곰발님의 사진을 태우는 저 손은 여자 손 같은데 뉘시온지...?ㅋ

곰곰생각하는발 2015-12-22 20:56   좋아요 0 | URL
탤런트 한가인 씨입니다 !

stella.K 2015-12-23 12:12   좋아요 0 | URL
헉, 정말요...? 대단하세요. 비교적 최근 사진 같은데
지금도 교류하고 지내시나 봐요. 부럽삼.ㅋ

곰곰생각하는발 2015-12-23 19:28   좋아요 0 | URL
허허허허허허허허허허허....

samadhi(眞我) 2015-12-22 20: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날마다 영종도로, 왕십리로, 부천으로 출퇴근 하던 길이 꼭 그랬어요. 그런 길은 꼭 겨울이 유난히 생각납니다. 마음이 추워 그랬나 봐요. 차를 몇 번 씩 갈아타야 도착하는 여정이 지긋지긋한데도 능력이 딸려 언제나 머나먼 직장만 골라(?) 다닐 수밖에 없었죠.
그래서(?)는 아니고 저도 송순주(소나무 순으로 만들어 향이 기막힙니다) 한 잔 했어요.

곰곰생각하는발 2015-12-22 20:59   좋아요 0 | URL
저는 특이하게 서울에서 경기도 일터로 다닌 적 있습니다. 만 원 버스에 질려서 아예 5시에 일어나서 첫차 타고 작업장 다녔던 기억이 나네요... ㅎㅎㅎ. 그나저나 송순주.... 소주로 담근 과실주인가요 ? 과실주는 아닌 거 같고.... ㅎㅎ. 진아 님도 파란만장한 출퇴근 역사를 가지셨군요.. 후후..

samadhi(眞我) 2015-12-22 21:05   좋아요 0 | URL
과실주는 아닌 듯해요 저도 한 병 얻어 온 거라... 과실주는 설탕반 소주반으로 만들텐데 이건 당도0%거든요. 그래서 딱 좋아요. 단술은 골 때려서 뒷끝이 안 좋으니.

곰곰생각하는발 2015-12-22 21:10   좋아요 0 | URL
하긴 솔잎이 과실은 아니지요... ㅎㅎㅎ. 저도 과실주는 아예 못 마십니다. 머리 아파서... 술은 그냥 써야 제맛이죠..... 앞으로는 고량주 마실 생각입니다.

새아의서재 2015-12-22 21: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제 남편을 대신하여) 출퇴근 3시간 오케입니다. 다만 제발 7시안에 퇴근하게좀 해달라구요. 점심만 좀 먹게 해달라구요. 점심먹을시간없어서 시리얼로 때운지가 벌써 몇년째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5-12-22 21:11   좋아요 0 | URL
심각하네요. 점심 먹을 시간은 최소한의 규범인데 말입니다. 개같은 놈들이네요......

새아의서재 2015-12-22 2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먹을시간은..정해져있겠죠.. 그치만 점심까지 먹고 일하면 집에 너무 늦게 와야하니까 아예 점심시간을 반납하고 일하는듯해요 아마 오너들은 이런 상황들 잘 모를겁니다. 당연히 점심시간이 있으니까요.

그런데.. 일이 많은건 제대로 일을 나누어서 못하기때문인것도 있고 실제로 학벌이나 전공에 상관없이 능력부족인 사람들이 실제로 많기 때문인것 같아요. 사실 저도 회사다닐때 고문관쯤 되었던듯해요. 도무지숫자다루는 일을 할수 없는 구조의 사람들있잖아요. 근데 그런 류의 사람들이 밀리고 밀려 mba까지 하고나면 결국 일반 기업에 취직하게 되는데 실제로는 업무능력 제로인경우가 있더라구요. 그러면 같이 일하는 동료들이 결국 점심시간반납하게 되는거죠. 학벌에 상관없이 사람을 잘 뽑아야하고 적절한곳에 배치시켜서 능력을 발휘하게 해야하는데.. 암튼, 덕분에 저랑 남편이랑 항상 20킬로차이의법칙이 있었는데 이제 10키로 차이로 줄어들었네요...남자들 삶....안되었고..그래요.

곰곰생각하는발 2015-12-22 21:28   좋아요 0 | URL
쉽게 말해서 일감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점심 시간을 쪼개서 일을 해야 제 시간에 시마이 할 수 있다는 뜻이군요. 이론보다는 실무죠. 제 옛 일터에 대학 재학 중인 학생들이 실습을 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영화과 학생들이어서 영화 필름 가지고 이리저리해라 지시했더니 얼굴이 새빨게게되서 필름을 만져도 되냐고 묻거군요. 무슨 말인지 몰라서 되물었더니 3년 내내 필름을 만져본 적이 없답니다. 이론만 배운 거예요. 필름 만졌다가는 선배들에게 존나 맞고 그랬다네요... ㅎㅎㅎ 과연 대학교에서, 가르치는 것은 무엇일까요 ? 영화과 학생이 피름을 단 한번도 만져보지 못했다 ??! 골때리는 상황이죠..
 

 

 

 

 

 

 

 

 

 

 

 

 

 

 

 

 

 


 

 


 

똥 싸고 자빠졌네

 


 

 

1. 긴하다(--: 꼭 필요하다), 요긴하다(要緊--)

2. 팽팽하다(膨膨--), 엄하다(--: 매우 철저하고 바르다), 급하다(--)

3. 굵게 얽다

4. (속이)차다

5. 굳다, 단단하다

6. 급박하다(急迫--), 절박하다(切迫--)

7. 줄이다, 긴축하다(緊縮--)

8. 오그라들다, 수축하다(收縮--)

9. 갑자기, 급히(-)

 

                                    긴장(緊張)을 의학적으로 설명하자면 : 근육이나 신경 중추가 수축되거나 흥분되어 힘줄과 정신줄이 팽팽한 경우를 말한다. 여기서 한자 긴()은 뜻을 나타내는 실 사(실타래)와 음()을 나타내는 < 단단(팽팽)하다 > 의 뜻이 중첩된 글자. 풀어서 설명하면 한자 < > 실을 팽팽하게 만든다 라는 뜻이 담겨져 있다. 양손으로 양쪽 실 끝을 단단하게 당겨본 사람은 << 팽팽 >> << 널널 >> 이 한 끗 차이란 사실을 알고 있다. 힘 조절이 필요한 것이다. 자칫 잘못하면 실이 끊어지는 경우가 발생하게 된다. , “ 단단하다(견고하다) ”라고 하는 것은 역설적으로 단단하지 않 는 상황을 만들 수도 있다.

거센 칼바람에 부러지는 것은 풀이 아니라 나무이니, < 실 > 은 팽팽하면 팽팽할 수록  견고한 것이 아니라 끊어지기 쉬운 상태가 된다. 자본가는 끊임없이 노동자에게 " 긴장할 것 " 을 요구한다. 왜냐하면 < 긴장 > 은 집중력을 높여서 작업 능률을 높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긴장'이 지속되면 스트레스가 쌓여서 만병의 근원이 된다. 그래서 인간은 때때로 팽팽한 힘줄과 정신줄을 놓아야 하는 보완 장치'를 마련해야 했다.  " 아, 이제 줄다리기는 그만 ! "  대표적인 것이 << 놀이1 >> 이다. 놀이는 밖에서 일을 하느라 조였던 것(수축)을 느슨하게 풀어놓는 행위(이완)이다. < 일 > 이 생산 활동을 통한 결과'라면  < 놀이 > 는 아무것도 생산하지 않는다. 한 게임이 끝나면 다시 0(zero)으로 " 리셋 " 되기 때문에 누구에게나 기회는 있다.

다시 말해서 큰 점수 차로 이겼다고 해서 다음에도 이기리란 보장은 없는 것이다. 오히려 놀이는 " 승자의 일방적 독주 " 를 견해하는 다양한 기능이 발달했다. 카드놀이에서는 기울어진 균형을 회복시키기 위해 조커(joker)가 등장하고, 화투놀이에서는 " 광땡 " 을 잡는 " 암행어사(화투에서 9와 4) " 가 있다. 현실에서 호랑이 잡는 토끼는 존재하지 않지만 놀이에서는 호랑이 잡는 토끼가 존재하는 것이다. 모든 상황을 한방에 역전시킬 수 있는 강력한 " 히든 카드 " 가 존재하는 것. 놀이가 승자 독식을 견제하고 패자에게 기회를 줄 수 있는 방향으로 규칙이 정해진 이유는 무상성(無償性 : 어떤 행위에 대하여 아무런 대가나 보상이 없음)에 있다. 이 " 무상성 " 을 저잣거리 입말로 표현하자면 << 헛짓 >> 이다.

그렇다면 놀이'에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 놀이의 목적은 바로 웃음(즐거움)이다. 순수한 놀이가 주는 교훈은 " 증오심을 품지 않고 상대방과 재미있게 싸우는 것2 " 이다. 그런 점에서 긴장의 반대말은 < 웃음 > 이다긴장이 경쟁 관계에 놓인 상대를 견제하기 위해 발생한 신체 반응'이라면 호탕한 웃음은 힘줄과 정신줄을 잠시 놓은, 긴장이 풀어진 상태'를 나타낸다.  진화심리학자에 의하면 인간은 웃을 때 상대방 공격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된다고 한다. 그렇기에 호탕하게웃는다는 것 " 은 < 상대방 > 을 견제해야 될 적이 아닌 친근한 대상으로 여긴다는 신호라고 할 수 있다. 영화에서 보는 흔한 장면, 힘 센 놈이 무심히 내뱉은 말에 박장대소하는 얼라 1

잠시 후, 다음과 같은 대사와 함께 원 펀치 쓰리 강냉이가 시현(示現)된다. ” 웃어??!! 내가 웃겨 ? “ 힘 센 놈 입장에서 보면 힘없는 놈이 낄낄거리며 웃고 있다는 것은 자신을 만만하게 보고 있다는 증거인 것이다. 청와대에서 상징적인 장면이 연출된 적이 있다. 박근혜가 회의석상에서 던진 말에 누군가 웃었다. 그러자 박근혜는 웃음소리가 난 쪽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싸늘한 눈길 한 번 줬을 뿐인데 웃음은 뚝 ! 그 웃음의 진원지는 권력 서열 2인 넘버 투였다. 넘버 투 입장에서는 오야붕과도 격의 없이 웃고 지내는 일촌'이라는 몸짓을 회의에 참석한 쫄따구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과시욕이었으나 이 너털웃음이 오야붕의 심기를 건드린 것이다. < 하와이 호놀루루 > 를 연출하려다가 < 시베리아 오호츠크 > 로 간 경우.

박근혜는 말을 하지는 않았지만 그 침묵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명확했다. ” 웃어 ?!!  내 말이 웃겨 ? “ 조직에서 오야붕 눈치를 보지 않고 자주 웃는 놈은 언젠가 등에 칼을 꽂는다. 조폭 사회에서는 성 내는 놈보다 웃는 놈을 조심해야 한다서열을 중시하는 조직은 얼핏 보면 뜻을 같이하는 동지의 결속체 같지만 사실은 목표가 같기에 적이 되는 동지의 결속체'이다. 근육을 푼다는 의미에서 < 배변 행위 > 긴장 보다는 웃음 에 닿아 있다. 괄약근을 풀어야 똥이 나올 것 아닌가 ! < 배변 > < 웃음 > 이 닮은 점은 또 하나 있다. 무방비 상태가 된다는 점이다. 사람은 똥을 쌀 때 적의 공격에 무방비로 노출된다. 놀부 악행 가운데 하나가 " 똥 누는 놈 주저앉히기 " .

이 행위는 더러운 똥을 묻히다 에 방점이 찍힌 것 같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똥을 누느라 무방비인 상태에서 상대방을 공격한다는 점에 방점이 찍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똥 누는 놈 주저앉히기는 웃는 얼굴에 침 뱉기와 같은 것이다. 반칙인 것이다. 독자여, 똥 얘기 자꾸 해서 비위가 상했다면 더 이상 내 글을 읽지 않아도 좋다.  내가 이 글을 쓰기로 마음먹은 이유는 << 응답하라 1988 >> 때문이다.    드라마에서 배우 성동일이 자주 하는 말이 염~병 하고 앉아 있네 이다. < 염병 하고 앉아 있네(자빠졌네) > < 똥 싸고 자빠졌네 > 는 같은 말이다. 둘 다 괄약근을 푼 상태를 지시한다. 왜냐하면 염병이 장티푸스 를 뜻하기 때문이다. 장티푸스'란 고열에 동반한 잦은 설사 증상'이 아니었던가. 

다시 말해서  :   염병 하고 자빠지기, 웃고 자빠지기, 놀고 자빠지기, 똥 싸고 자빠지기는 모두 " 긴장이 이완된 상태 "  즉, " 자빠졌네 ~ " 라는 경멸은 헛짓(놀이)에 대한 꼰대의 반응인 셈이다. 그들은 무상성의 효용성3을 인정하지 않는다. 죽도록 일만 했기 때문이다. 밥이나 돈이 되지 않는 행위는 모두 헛짓이다. 대한민국 사회는 일 중독에 빠져서 놀이는 사치'라고 여기는 과노동 사회'다.  법이 정한 법정 근로 시간 준수를 외치며 노동 시간 단축을 이야기하면 빨갱이로 몰린다. 기득권 세력이 보기에 긴장을 푸는 유희는 모두 " 자빠지기 " 이다. 그런데 < 염병 잘하고 자빠지는 사회 > , < 똥 잘 싸고 자빠지는 사회 > , < 잘 놀고 자빠지는 사회 > 일 수록 그 사회는 건강한 사회'다. 자빠지기 3종 세트'를 잘하는 사회가 복지 국가인 것이다. 

한국 노동자의 정신줄은 24시간 팽팽하게 당겨진다. 이 피로감은 고스란히 우울, 자기 비하를 동반한 타자를 향한 혐오, 폭력, 자살로 이어진다. 대한민국을 자지우지하는 1%에게 외치고 싶다. " 웃고, 놀고, 똥 싸는 행위를 무시하지 마라 ! " 황정민의 말이 맞는 모양이다. " 몰랐어 ? 사는 게 고해야 ! " 사실, 며칠 전에 길거리에 떨어진 똥을 먹는 꿈을 꾸었다.  비참하다. 내가 요즘 사는 꼴이 이렇다.

    

 



 


  1. 여기서 말하는 놀이는 경쟁이나 경기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원초적 놀이를 뜻한다
  2. 놀이와 인간, 로제 카이와
  3. 합리성에 대한 비판은 << 맥도날드, 맥도날드화 >> 라는 책을 참고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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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리미 2015-12-20 16: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왠지 똥 먹는 꿈은 왠지 대박날 꿈인거 같은데요??

곰곰생각하는발 2015-12-20 16:41   좋아요 0 | URL
수많은 똥 꿈을 꿨지만 단 한번도 재수가 좋았던 날은 없었습니다. ㅠㅠ

samadhi(眞我) 2015-12-20 18: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만날 ~하고 자빠지기만 해서. 4년 내내 술만 먹고 다녔던 대학 때 어느날 술이 과해서 겨우 집만 찾아가던 날 엄마왈, ˝소 자빠지는 소리˝ 가 났다더군요. 그날 현관앞에서 넘어져서 한동안 얼굴에 멍을 달고 살았지요. ㅋㅋ

곰곰생각하는발 2015-12-21 15:52   좋아요 0 | URL
소 자빠지는 소리...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재미있는 표현이네요.....
저도 옛날에 술 마시고 트럭 짐칸에서 파란 방수포 덮고 잔 적 있습니다. 조그만 늦게 일어났어도 트럭 운전수가 전남 땅끝 같이 갈 뻔....

stella.K 2015-12-20 18: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불쌍한 곰발님. ㅠㅋㅋㅋㅋㅋ
저는 괄약근을 풀러 가지만 화장실이 너무 더럽거나
바깥에서도 볼 수 있는 구조여서 결국 해결을 못하다 깨는 꿈을 종종 꾸죠.
전 그게 욕구불만을 해소하지 못해 그런 꿈을 꿈다고 생각하는데
그게 어느 정도 맞는 것 같네요. 곰발님식 해석이라면 놀 줄 몰라서인지도 모르겠네요.ㅋ

곰곰생각하는발 2015-12-21 15:53   좋아요 0 | URL
화장실 찾는 꿈은 아마 모든 사람들이 자주 꾸는 꿈이 아닐까 싶습ㄴ디ㅏ.
저도 이런 종류의 꿈 자주 꿈니다...
 

 

 

 

 

 

 

 

 


 

 

 

 

 

 

 


 

 

 

 

 


 

가난을 팝니다 

​                                        옥탑 방에서도 살아 본 적 있고 반 지하 셋방에서도 살아 본 적 있다. 탤런트 이재황 씨가 반 지하 셋방 거주자였다면 " 반 지하 제왕 " 이 될 뻔했다.  미안하다, 말장난이다. 반 지하 방에서 살다 보면 옥탑 방이 근사해 보이고, 옥탑 방에서 살다 보면 차라리 반 지하 셋방이 낫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옥상 낭만 달빛 ?! 니미, 살아보시라. 옥상이라는 허허벌판 위에 세워진 방은 12월 칼바람을 견디기엔 너무 추웠고, 그렇다고 8월 한낮의 직사(直射)를 고스란히 흡수하기엔 찜질방에서 계란 찜 쪄먹는 수준의 더위에 즉사(卽死)할 정도였다. 더워도 너무 더운 것이다.

옥탑 방에서 살아본 사람은 절대 옥탑 방 낭만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여름에는 다른 집보다 덥고 겨울에는 다른 집보다 추운 곳이 바로 옥탑 방이었다. 한여름에 옥탑 방에서 살다 보면 << 이방인 >> 의 뫼르소를 이해할 수 있다. 그렇다고 반 지하 방을 추천하는 것은 아니다. 두더지처럼 땅 파고 살다 보면 영화 << 넘버 3 >> 에서 불사파 두목 조필(송강호)이 핏대 선 얼굴로 해삣은 비치디 않아 !!!!!!!!!!!!!!!!!! ” 라고 외쳤던 처절한 절규를 이해할 수 있다. < 햇볕 > 이 인간에게 주는 혜택은 상상 그 이상이다. 우선 < 햇볕 > 은 종합비타민제. 볕만 잘 쬐도 비타민D는 생성되니 태양이야말로 영양가 높은 < ① 비타민제 > 인 것이다. 또한 햇볕은 세로토닌을 생성하니 < ② 항우울제 > 이기도 하다.


그뿐인가, 살균 소독 건조 기능이 있으니 < ③ 식기 건조기 > , < ④ 살균기 > , < ⑤ 빨래 건조기 > 이다. 또한 볕만 잘 들어도 난방비를 절약할 수 있으니 < ⑥ 절약형 보일러 > 요, < ⑦ 형광등 > 기능도 가지고 있다. 볕 잘 드는 남향 집에 살면 살림살이 절반은 장만하는 꼴이다. 어떻습니까, 불사파 두목 조삐리(조필)가 목에 핏대 세우며 해삣, 해삣, 해삣 할 만하지 않습니까 ? < 해삣 > 의 중요성은 다들 아시리라. 그래서 반 지하 방에 난 창문은 조형적 균형을 포기하면서까지 조각 볕을 받들어 모시기 위해 높은 곳에 위치한다. 더 많은 빛을 보기 위해서 말이다. 유명 블로거가 있었다. 그는 서른도 안 된 나이에 성공한 인물이었다. 그는 입만 열면 자신이 이룩한 성공을 자랑스럽게 말하고는 했다.

어느 날, 그가 셀카 를 찍어 블로그에 올린 적이 있다. 쥐새끼 같은 추리력을 가지고 있던 나는 그 사진을 보자마자 그가 허언증에 사로잡힌 환자라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그의 얼굴 뒤로 비친 창문이 너무 높은 곳에 달려 있던 것이다. 정상적인 집구석이라면 창문 위치가 그렇게 높은 곳에 달려 있지 않을 뿐더라 쪽창일 리 없었다. 이건희가 (높은 곳에 위치한) 쪽창 달린 방에서 생활한다고 생각해 보라. 한강이 보이는 고층 스카이라운지'에 산다던 그는 반 지하 세입자 였던 것이다. 모른 척했다. 느낌 아니까 ~  생각해 보면, 부자는 가난한 사람보다 더 많은 햇볕을, 더 질 좋은 햇볕을 공급받는다. 태양은 누구에게나 공평한 것이 아니었다. 불공평한 배분은 " 태양 " 만이 아니었다. " 좋은 풍경 " 도 거래되었다.

빈부 격차에 따라 부자는 좋은 풍경을 선점하고 빈자는 기껏해야 더러운 골목길을, 꽉 막힌 건물 벽을 바라볼 뿐이다. 풍경이 좋은 곳은 모두 가진 자'가 차지했다. 내가 반 지하 방에서 1년을 살면서 절실히 깨달았던 것은 " 좋은 것을 본다는 것(풍경) " 의 중요성이었다. 높이 달린 쪽창은 풍경을 거세한다. 밖을 볼 수 없는 것이다. 기껏해야 통풍을 위해 열어 놓을 뿐이다. 내가 반 지하 셋방에서 몸소 배운 것은 " 조망권에 대한 이해 " 였다. 조망권(眺望權) - 바라볼 조, 바랄 망, 권리 권. 조망권은 먼 곳을 바라볼 수 있는 권리'를 법적으로 보호한 조항이다. 그렇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먼 곳을 바라볼 권리가 있는 것이다. 교도소 감방에 난 쪽창이 높은 곳에 위치한 이유는 죄수의 조망권을 차단하기 위해서'다. 

몇 년 전, 세 모녀가 동반 자살한 곳도 반 지하 방이었고, 최고은 (시나리오) 작가'가 굶어죽은 곳도 조망권이 차단된 지하 셋방이었다. 종종, 드라마에서 옥탑 방이나 반 지하 방을 낭만적으로 소비하는 것을 보게 된다. 옥탑에는 낭만적인 달빛이 비추고, 반 지하는 " 벙커 " 라는 이름으로 소비된다. 시청률을 위해서 가난의 이미지'가 낭만적으로 포장되어 팔리는 것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팔지 못하는 것은 없다. 손으로 만질 수 있는 물물(物物)은 물론이고 손으로 만질 수 없는 것은 이미지化해서 판다. 다들 아시다시피 섹스-이미지'는 잘 팔리는 상품이다. 그리고 공포(걱정,위기감 조성) - 이미지'도 잘 팔리는 상품이다. 박근혜 정권의 주력 상품이 바로 공포 상품이다. 그리고 가난 - 이미지'도 돈벌이에 좋은 상품이다.

타인의 가난을 팔아서 돈을 버는 이들이 있다. 믿기지 않지만 사실'이다. 그들은 " 착한 소비 " 혹은 " 윤리적 소비 " 라는 이름으로 자신이 파는 상품을 " 착한 자본주의 " 라고 말하지만 실상은 잇속인 경우가 많다. 스스로를 윤리적 소비자(혹은 자신을 진보 지식인이라고 생각하는 소비자)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대기업이 경영하는 대형 마트에 가서 비싸더라도 < 공정 무역 커피 > 따위를 사는 데 주저하지 않지만 막상 지저분한 동네 구멍 가게'에서 (대형 마트에서 싸게 파는 맥주보다) 비싼 맥주를 사기보다는 대형마트에서 저렴한 묶음 상품 맥주를 사는 것을 선호한다. 효율성을 놓고 보자면 동네 구멍 가게에서 비싼 맥주를 사는 것이 낫다. 내가 이 사실을 지적하면 그들은 항상 불쾌한 얼굴을 한다.  

오늘 소개할 책은 두 권이다. 라미아 카림의 << 가난을 팝니다 >> 와 에드워드 로이스 Edward Royce 의 << 가난이 조종되고 있다 >> 이다. 에드워드 로이스( Edward Royce )라는 이름에서 ​쌀(Rice)을 떠올렸다면, 당신은 흙수저'다. 당신에게 읽기를 권한다.

 

덧대기 ㅣ 노파심에서 하는 말이지만, 나는 아직 이 책들을 읽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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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madhi(眞我) 2015-12-18 15: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쟈님이 소개해서 저도 이 책 읽어보고 싶어 보관함에 넣어뒀지요.
생각해보니 저도 반지하에 살 때부터 불면이 시작됐네요. 빛을 받아야 잠도 잘 오는 법인데... 물론 부지런히 아침부터 밖으로 돌아다니면 될 일이지만 수맥(?)이 흐르는 반지하, 정말 비인간적인 공간이지요. 서울을 비롯한 대도시에 있는 반지하를 모두 없애버리면 좋겠어요. 건축법이 개정돼 사람사는 세상이 됐으면 좋겠어요.

곰곰생각하는발 2015-12-18 15:38   좋아요 0 | URL
제가 알기로는 거의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옥탑 방과 지하방이 없습니다.
외국인들 가끔 보면 옥탑 방과 지하 방의 거주 형태를 신기해서 물어보고는 하죠...
이디오피아 주민들도 지하방에서는 살지 않습니다. 보니깐 어떤 건물주는 지하 주차장 한켠에 방을 만들었더라고요.... 깜짝 놀랐습니다. 그곳에 거주 공간이라는 사실에....

곰곰생각하는발 2015-12-18 15:41   좋아요 0 | URL
글고 옥탑방이라는 단어는 없습니다. 옥탑이 있을 뿐...
옥탑을 주거용으로 사용하는 것은 법적으로 불법입니다.
전셋값이 비싸다보니 불법인데도 정부는 눈을 감는 것이죠... ( 제가 아는 선에서는 그렇습니다. 아님 말고... )

옛날에 옥탑에서 살 때 도시 가스가 왜 안 되어있냐 물었더니 옥탑은 불법 개축이어서 도시 가스를 끌어올 수 없다고 부동산 중개인이 말하능 걸 들어씀..

samadhi(眞我) 2015-12-18 15:44   좋아요 0 | URL
그러니까요 지들이 한번 살아보라지.정책결정권자들을 혹독한 계절에 반지하나 옥탑에 살게 해야할 듯해요. 그래서 서민의 삶을 1/10이라도 이해할 수 있다면 좋겠네요. 공직자가 되기 위한 과정 뭐 이런 걸로. 4급이상 공무원의 등용문같은 것

곰곰생각하는발 2015-12-18 15:50   좋아요 0 | URL
문제 해결 간단합니다. 지금 집이 남아돕니다. 지방 미분양 아파트 얼마나 많습니다.
서울 중심에서 과감하게 탈출하고, 아파트 가격 공개해야 합니다.
살곳이 없다 보니 사람들이 주차장 한켠에 나 있는 방에서 생활하는 거 아니겠습까..

samadhi(眞我) 2015-12-18 15: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자리들이 지방으로 분산되어야 하지요. 지방에 살고들 싶어하는데 막상 지방으로 가려면 밥벌이가 힘들어서. 그렇다고 수도권 일자리가 충분한 건 아니지만. 어차피 수도가 의미없는 인터넷 세상인데 굳이 수도권에 기업에 몰려있을 이유가 없는데 말이죠.

곰곰생각하는발 2015-12-18 15:58   좋아요 0 | URL
기득권은 모두 수도에 어마어마한 부동산을 가지고 있거든요. 지방 분산하면 집값 떨어지는 소리가 들릴 겁니다. 그러니 죽기살기로 지방 분권에 대해 반대하죠.. 이렇도 좋은 땅덩어리에 무슨 얼어죽을 중앙 집중입니까...
결론은 부동산 기득권임...

samadhi(眞我) 2015-12-18 16:01   좋아요 0 | URL
그러니 노무현을 탄핵하자고 그 난리를 쳤겠지요. 저 혼자 배터지게 잘 살자고 이딴(?) 나라 골백번은 팔아먹을 거예요.

곰곰생각하는발 2015-12-18 16:55   좋아요 0 | URL
배터지게 먹고 살려고 지금도 열심히 일들 하시죠.... 요즘 십상시 보는 맛이 뉴스 봅니다. 니미, 다 십상시야... 용기있는 정치가 하나 없더군요.. 시바. 여의도 정치인의 십상시.. 황홀합니다.

stella.K 2015-12-18 15: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노파심이 아니라 정직해야 하는 거 아닙니까?
그러면서 이렇게 유려하게 글을 쓰시다니. 깜빡 속을 뻔했잖아요.;;;

곰곰생각하는발 2015-12-18 15:59   좋아요 0 | URL
아 제목 보고 문득 생각나서 쓴 글입니다. ㅎㅎㅎ 자본주의는 모든 것을 팔지요. 보이지 않는 것도 말입니다.

2015-12-18 17: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12-19 13: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표맥(漂麥) 2015-12-18 23: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노파심에서 하는 말이지만, 나는 아직 이 책들을 읽지는 않았다... 여기서 빵~ 터지려다 입에 치솔을 물고 있어 급히 푸풋풋~으로 순발력을 발휘합니다. 아이고 손에 튀었넹...^^

곰곰생각하는발 2015-12-19 13:41   좋아요 0 | URL
언젠가 읽을 날이 오겠죠... ㅎ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