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 싸고 자빠졌네
緊
1. 긴하다(緊--: 꼭 필요하다), 요긴하다(要緊--)
2. 팽팽하다(膨膨--), 엄하다(嚴--: 매우 철저하고 바르다), 급하다(急--)
3. 굵게 얽다
4. (속이)차다
5. 굳다, 단단하다
6. 급박하다(急迫--), 절박하다(切迫--)
7. 줄이다, 긴축하다(緊縮--)
8. 오그라들다, 수축하다(收縮--)
9. 갑자기, 급히(急-)
긴장(緊張)을 의학적으로 설명하자면 : 근육이나 신경 중추가 수축되거나 흥분되어 힘줄과 정신줄이 팽팽한 경우를 말한다. 여기서 한자 긴(緊)은 뜻을 나타내는 실 사(糸☞실타래)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 단단(팽팽)하다 > 의 뜻이 중첩된 글자‘다. 풀어서 설명하면 한자 < 緊 > 은 “ 실을 팽팽하게 만든다 ” 라는 뜻이 담겨져 있다. 양손으로 양쪽 실 끝을 단단하게 당겨본 사람은 << 팽팽 ㅡ >> 과 << 널널 ㅡ >> 이 한 끗 차이’란 사실을 알고 있다. 힘 조절이 필요한 것이다. 자칫 잘못하면 실이 끊어지는 경우가 발생하게 된다. 즉, “ 단단하다(견고하다) ”라고 하는 것은 역설적으로 “ 단단하지 않 ” 는 상황을 만들 수도 있다.
거센 칼바람에 부러지는 것은 풀이 아니라 나무이니, < 실 > 은 팽팽하면 팽팽할 수록 견고한 것이 아니라 끊어지기 쉬운 상태가 된다. 자본가는 끊임없이 노동자에게 " 긴장할 것 " 을 요구한다. 왜냐하면 < 긴장 > 은 집중력을 높여서 작업 능률을 높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긴장'이 지속되면 스트레스가 쌓여서 만병의 근원이 된다. 그래서 인간은 때때로 팽팽한 힘줄과 정신줄을 놓아야 하는 보완 장치'를 마련해야 했다. " 아, 이제 줄다리기는 그만 ! " 대표적인 것이 << 놀이1 >> 이다. 놀이는 밖에서 일을 하느라 조였던 것(수축)을 느슨하게 풀어놓는 행위(이완)이다. < 일 > 이 생산 활동을 통한 결과'라면 < 놀이 > 는 아무것도 생산하지 않는다. 한 게임이 끝나면 다시 0(zero)으로 " 리셋 " 되기 때문에 누구에게나 기회는 있다.
다시 말해서 큰 점수 차로 이겼다고 해서 다음에도 이기리란 보장은 없는 것이다. 오히려 놀이는 " 승자의 일방적 독주 " 를 견해하는 다양한 기능이 발달했다. 카드놀이에서는 기울어진 균형을 회복시키기 위해 조커(joker)가 등장하고, 화투놀이에서는 " 광땡 " 을 잡는 " 암행어사(화투에서 9와 4) " 가 있다. 현실에서 호랑이 잡는 토끼는 존재하지 않지만 놀이에서는 호랑이 잡는 토끼가 존재하는 것이다. 모든 상황을 한방에 역전시킬 수 있는 강력한 " 히든 카드 " 가 존재하는 것. 놀이가 승자 독식을 견제하고 패자에게 기회를 줄 수 있는 방향으로 규칙이 정해진 이유는 무상성(無償性 : 어떤 행위에 대하여 아무런 대가나 보상이 없음)에 있다. 이 " 무상성 " 을 저잣거리 입말로 표현하자면 << 헛짓 >> 이다.
그렇다면 놀이'에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 놀이의 목적은 바로 웃음(즐거움)이다. 순수한 놀이가 주는 교훈은 " 증오심을 품지 않고 상대방과 재미있게 싸우는 것2 " 이다. 그런 점에서 긴장의 반대말은 < 웃음 > 이다. 긴장이 경쟁 관계에 놓인 상대를 견제하기 위해 발생한 신체 반응'이라면 호탕한 웃음은 힘줄과 정신줄을 잠시 놓은, 긴장이 풀어진 상태'를 나타낸다. 진화심리학자에 의하면 인간은 웃을 때 상대방 공격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된다고 한다. 그렇기에 호탕하게“ 웃는다는 것 " 은 < 상대방 > 을 견제해야 될 적이 아닌 친근한 대상으로 여긴다는 신호라고 할 수 있다. 영화에서 보는 흔한 장면, 힘 센 놈이 무심히 내뱉은 말에 박장대소하는 얼라 1人.
잠시 후, 다음과 같은 대사와 함께 원 펀치 쓰리 강냉이가 시현(示現)된다. ” 웃어??!! 내가 웃겨 ? “ 힘 센 놈 입장에서 보면 힘없는 놈이 낄낄거리며 웃고 있다는 것은 자신을 만만하게 보고 있다는 증거인 것이다. 청와대에서 상징적인 장면이 연출된 적이 있다. 박근혜가 회의석상에서 던진 말에 누군가 웃었다. 그러자 박근혜는 웃음소리가 난 쪽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싸늘한 눈길 한 번 줬을 뿐인데 웃음은 뚝 ! 그 웃음의 진원지는 권력 서열 2위’인 넘버 투‘였다. 넘버 투 입장에서는 오야붕과도 격의 없이 웃고 지내는 일촌'이라는 몸짓을 회의에 참석한 쫄따구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과시욕이었으나 이 너털웃음이 오야붕의 심기를 건드린 것이다. < 하와이 호놀루루 > 를 연출하려다가 < 시베리아 오호츠크 > 로 간 경우.
박근혜는 말을 하지는 않았지만 그 침묵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명확했다. ” 웃어 ?!! 내 말이 웃겨 ? “ 조직에서 오야붕 눈치를 보지 않고 자주 웃는 놈은 언젠가 등에 칼을 꽂는다. 조폭 사회에서는 성 내는 놈보다 웃는 놈을 조심해야 한다. 서열을 중시하는 조직은 얼핏 보면 뜻을 같이하는 동지의 결속체 같지만 사실은 목표가 같기에 적이 되는 동지의 결속체'이다. 근육을 푼다는 의미에서 < 배변 행위 > 는 ” 긴장 “ 보다는 ” 웃음 “ 에 닿아 있다. 괄약근을 풀어야 똥이 나올 것 아닌가 ! < 배변 > 과 < 웃음 > 이 닮은 점은 또 하나 있다. 무방비 상태가 된다는 점이다. 사람은 똥을 쌀 때 적의 공격에 무방비로 노출된다. 놀부 악행 가운데 하나가 " 똥 누는 놈 주저앉히기 " 다.
이 행위는 ” 더러운 똥을 묻히다 “ 에 방점이 찍힌 것 같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똥을 누느라 무방비인 상태에서 상대방을 공격한다는 점에 방점이 찍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똥 누는 놈 주저앉히기는 웃는 얼굴에 침 뱉기와 같은 것이다. 반칙인 것이다. 독자여, 똥 얘기 자꾸 해서 비위가 상했다면 더 이상 내 글을 읽지 않아도 좋다. 내가 이 글을 쓰기로 마음먹은 이유는 << 응답하라 1988 >> 때문이다. 드라마에서 배우 성동일이 자주 하는 말이 ” 염~병 하고 앉아 있네 “ 이다. < 염병 하고 앉아 있네(자빠졌네) > 와 < 똥 싸고 자빠졌네 > 는 같은 말이다. 둘 다 괄약근을 푼 상태를 지시한다. 왜냐하면 염병이 ” 장티푸스 “ 를 뜻하기 때문이다. 장티푸스'란 고열에 동반한 잦은 설사 증상'이 아니었던가.
다시 말해서 : 염병 하고 자빠지기, 웃고 자빠지기, 놀고 자빠지기, 똥 싸고 자빠지기는 모두 " 긴장이 이완된 상태 " 즉, " 자빠졌네 ~ " 라는 경멸은 헛짓(놀이)에 대한 꼰대의 반응인 셈이다. 그들은 무상성의 효용성3을 인정하지 않는다. 죽도록 일만 했기 때문이다. 밥이나 돈이 되지 않는 행위는 모두 헛짓이다. 대한민국 사회는 일 중독에 빠져서 놀이는 사치'라고 여기는 과노동 사회'다. 법이 정한 법정 근로 시간 준수를 외치며 노동 시간 단축을 이야기하면 빨갱이로 몰린다. 기득권 세력이 보기에 긴장을 푸는 유희는 모두 " 자빠지기 " 이다. 그런데 < 염병 잘하고 자빠지는 사회 > , < 똥 잘 싸고 자빠지는 사회 > , < 잘 놀고 자빠지는 사회 > 일 수록 그 사회는 건강한 사회'다. 자빠지기 3종 세트'를 잘하는 사회가 복지 국가인 것이다.
한국 노동자의 정신줄은 24시간 팽팽하게 당겨진다. 이 피로감은 고스란히 우울, 자기 비하를 동반한 타자를 향한 혐오, 폭력, 자살로 이어진다. 대한민국을 자지우지하는 1%에게 외치고 싶다. " 웃고, 놀고, 똥 싸는 행위를 무시하지 마라 ! " 황정민의 말이 맞는 모양이다. " 몰랐어 ? 사는 게 고해야 ! " 사실, 며칠 전에 길거리에 떨어진 똥을 먹는 꿈을 꾸었다. 비참하다. 내가 요즘 사는 꼴이 이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