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 페미니스트 선언문



 

 


 



선언문 하나 떠돌고 있다. 널리 회자되고 있는 것으로 보아 명문이리라. 엥겔스의 공산당 선언문 수준'이겠거니 살펴보니 반 페미니스트 선언문이란다. 읽다 보면 논리가 박약하여 하아악 _ 한숨부터 나온다.








 

페미니스트 하고 싶은 날이 왜 없었겠는가
그저 선언하기만 하면 되는 것 아닌가
#나는페미니스트입니다 라고
공감한다고 지지한다고 연대한다고
노인도 장애인도 성소수자도 외노자도 아닌 
'여성'이 바로 이 시대 약자들의 챔피언이라고
남자라 너무 편하고 안전하고 행복해서 미안하다고
눈 딱 감고 외치기만 하면 되는 것 아닌가


▷ " 선언 " 이라는 정치적 행위를 단순히 립 서비스 차원'으로 생각하는 모양이다. 하지만 선언이란 양심을 거는 행위이며 책임을 지는 행위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나는 페미니스트입니다 _ 라는 고백을 단순하게 립 서비스로 비하하는 것은 억지에 속한다.

 

 

그럼 구만리 꽃길 열리는 것 아닌가


▷ 이 논리가 맞는다면 나는 페미니스트입니다 _ 라고 외친 사람들은 구만리 꽃길 걷는 나날들이 펼쳐져야 하는데 정작 그들은 온갖 욕을 먹기 십상이다. 서민 교수님을 보라, 페미니스트라는 이유로 졸라 욕먹고 있어요. 반대로 나는 페미니스트가 아닙니다 _ 라고 선언한 선생님의 글은 선생님 논리가 맞는다면 구만리 흙길 밟아야 하는데, 지금 선생님의 안티 페미 선언으로 인해 " 팔로워" 를 쏠쏠하게 버시고 계시던데 이 현상은 어떻게 설명해야 합니까. 누가 꽃길이고 누가 흙길입니까요.

 


 

굳이 '나는 잠재적 가해자입니다'같은 낯뜨거운 짓까지 안 해도
적당히 이슈마다 한 두 마디 거들고
한남들아 씹치들아 공부하세요 성찰하세요 사자후 한번씩 토해주면 
바로 백마 탄 페미왕자 되는 것 아닌가 

부랄달고 페미니스트 해서 잃을 것은 하나도 없으니
이렇게 수지맞는 장사가 또 어디 있겠는가


▷ 경제학 석학들과 성공학 저술가들은 " 불알 달고 페미니스트 하면 잃을 것 하나 없다(수지맞는 장사) " 라는 말씀을 새겨들을 필요가 있다. 아스트랄한 과잉의 초자연적 셈법이다. 이 말을 그대로 미러링 하게 되면 역설적으로 페미니즘에 힘을 실어주기 때문이다. 여성은 자궁 달고 페미니스트 하면 잃을 것 많은데 ,   남자는 " 불알 달고 페미니스트 하면 수지맞는 장사 " 를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이미 여성의 경제적 불평등과 차별을 의미하는 것은 아닐까 ?





뒤에선 성매매를 하건 강간을 하건 소라넷을 하건 
어차피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인 세상이니
나라고 그 좋은 거 왜 하고 싶지 않았겠는가
그런데 못하겠더라
인기도 좋고, 도덕적인 척 우쭐해보고도 싶고 
눈빛 초롱초롱한 꼬마들과의 소곤소곤 연대감도 싫지 않지만
차마 그리는 못하겠더라
아무리 온라인이라고 얼굴 안 보인다고
내가 쓰는 글이 곧 내 자신이 돼버리는 바닥이라도 
차마 그리는 못하겠더라
양심이란 놈 때문에 못하겠더라


▷ 이 문장의 핵심은 간단하다. 뒤로 호박씨 까지 마쇼 !  이 글에서는 속(마음) 다르고 겉 다른 말은 차마 하지 못하겠노라고 은근 슬쩍, 사나이답게, 츤데레처럼 SHY한 어조로 자신을 광고하지만 속 다르고 겉 다른 애티튜드는 가식적인 것도 아니요, 이중인격도 아니다. 이드(속)과 에고(겉)은 끊임없이 충동하고 충돌하며 사회적 인간은 그것을 조율하며 억압하고 통제한다. 나는 욕망에 솔직한 놈이요 _ 라며 있는 말 없는 말 마음대로 내뱉다가는 깜빵 가기 일쑤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2015년 12월 28일)에 " 나는 몰카와 유출영상을 본다. 그런 걸 보는 게 별로 아름다운 일이 아니라는 건 알지만 보지 않겠노라 결심할 생각은 없다..... 몰카나 유출 영상에는 사랑이 있다...... 비록 그것이 지금은 흔적도 없이 사라져 이렇게 하찮은 자위행위 감으로 세상을 떠도는 몸짓이 되었겠지만, 그래도 그 순간 저 방안에는 서로의 빈 곳을 가득 채우는 온기로 존재했다. " 라고 솔직한 속마음을 털어놓으셨지만, 리벤지 포르노 때문에 오늘도 피해 여성들은 몰카와 리벤지 포르노를 유통하는 포르노 사이트를 돌아다니며 자신이 나오는 유출 영상을 검색하는,  무간지옥의 고통을 경험한다는 것을 생각하면 당신의 낭만은 아름답지 않다.  그들의 아름다운 사랑을 왜 당신은 크리넥스 티슈 몇 장으로 소비하는가.


 

 

남성과 여성을 동등하게 대함으로 페미니스트라면
성별 구분없이 인간취급 안하는 자도 페미니스트 아니겠는가 

▷ 이 문장은 논리 비약의 끝판왕을 보여주는 명문이다.  < 페미니스트 : 남성 = 여성 > 이기에 페미니스트는 성별 구분 없이 인간 취급 안 하는 자라는 비약은...... 6월의 활엽수를 뜯어먹는 송충이처럼 꼼꼼하게 문장을 뜯어보아도 이해할 수 없는 논리 전개'다. 이 논리가 합당하다면 이런 비약도 가능하다.


인간과 짐승을 동등하게 대우하는 것이 휴머니스트라면

종별 구분 없이 인간 취급 안 하는 자도 휴머니스트 아니겠는가 ?


이런 오스트랄로피테쿠스 같은 소리는 하지 맙시다. 지금 시대가 어느 때입니까 ? 적어도 호모 사피엔스 수준은 되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나는 다만 인간을 인간으로 보고 싶을 뿐이다

모든 인간에게 주어진 것이라 오래전 우리들이 믿기로 합의했던 권리들이
피부색이나 국적이나 성별이나 성적지향 따위를 이유로 제한당하지 않길 바란다
나와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받지 않았으면 하는 대우를 
생판 모르는 타인에게도 하지 않으려 애쓰기를 바란다

▷ 나는 다만 인간을 인간으로 보고 싶을 뿐이다 _ 이라고 말씀하셨는데........ 선생님, 그것이 바로 페미니즘의 핵심이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페미니스트가 아니다
예를 들어 무거운 물건은 남자가 들어야 한다고 믿기에 
예를 들어 결혼할 때 집은 남자가 사와야 한다고 믿기에 
예를 들어 데이트 비용이 반반이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기에 
예를 들어 여성들도 군대에 가야한다는 절규에 동의하지 않기에
예를 들어 혹시라도 내가 탄 배가 침몰하기 시작할 때 
건강한 성인 남자들은 어린이와 노약자와 여자들이 다 빠져나갈 때까지 구명보트에 올라선 안된다고 믿기에 
나는 페미니스트가 아니다


 

▷ 여기서부터 글쓴이와 내 생각은 판이하게 다르다. " 무거운 물건 " 에 대한 기준점이 무엇인지는 모르겠다. 다만, 핸드백도 무거운 물건에 속한다면 그 물건을 남자가 들어주는 것이 에티켓이란 생각에는 1% 도 동의하지 않는다. 손바닥만한 핸드백이 여성의 척추 측만증을 유발하지는 않습니다. 연애할 때 핸드백 잘 들어주는 남자치고 결혼해서 아내의 장바구니 잘 들어주는 남자는 별로 없다. 또한 결혼할 때 집은 반드시 남자가 사와야 한다는 촌스러운 믿음에도 동의하지 않는다. 하지만 데이트 비용은 각각 추렴하자는 주장에는 동의한다. 우리의 상남자이자 하, 하하하하하하하하드바디이며 구한말 장남 마인드를 가지신 선생님은 내 고백을 듣고는 쩨쩨한 녀석이라고 코웃음을 칠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상남자 스타일로 믿기에, 믿기에, 믿기에, 믿기에를 남발하며 써내려가신 힘찬 결기의 황홀한 문장 나열과 그 신앙이 졸라게, 졸라게, 졸라게, 졸라게, 졸라게 쩨쩨해 보인다.

 

 

 


 

그런 기울어진 생각들에 반대하지 않으면서 당신이 스스로를 페미니스트라 부른다면
보호는 보호대로 받고 특권은 특권대로 누리면서 
더 많은 짐을 지고 가는 이들과 동등한 대우마저 받길 원한다면 당신은
'페미니즘은 정신병'이라는 부박한 언어에 1인분의 정당성을 더할 뿐이다 

나는 무엇이 페미니즘이고 무엇이 아닌지 
유행따라 끼리끼리 찧고 까부는 말장난에는 관심이 없다
다만 무엇이 휴머니즘이고 무엇이 아닌지는 안다
무엇이 인간을 위하는 길이고 무엇이 아닌지는 안다 
페미니스트이기 위해 휴머니스트이길 포기한 이들이 있음을 안다 

 

▷ 우리의 친애하는 선생님께 묻습니다 : 페미니스트의 기준이 " 남성과 여성을 동등하게 대함으로 페미니스트라면 성별 구분없이 인간취급 안하는 자도 페미니스트 아니겠는가 " 라고 설정하셨다면 같은 논리로 인간과 짐승을 동등하게 대우하는 것이 휴머니스트라면 종별 구분 없이 인간 취급 안 하는 자도 휴머니스트 아니겠는가 ?                                             라는 저의 반문에 대한 답변이 궁금합니다. 페미니스트가 휴머니스트를 포기할 때 얻을 수 있는 명예 훈장이라면 같은 논리로 휴머니스트는 여성을 차별하면 얻을 수 있는 명예 훈장이라는 말이 되는데,  일베나 소라넷 이용자도 휴머니스트가 될 자격이 된다는 말씀이시죠 ?





그런 이들에게 회초리를 드는 것이 여혐이라면 그것이 멍에가 아닌 훈장임을 안다
인간은 남자나 여자보다 훨씬 크고 넓고 중한 존재임을 안다
왜 인간으로 태어나 오로지 남자나 여자로 살려고 하는가
왜 아리안 혈통 외엔 가진 게 없어 더욱 악독하게 날뛰었던 밑바닥 나치의 삶을 사는가 
세상 모든 것을 여혐이라 부르니 이제 무엇도 여혐일 수 없게 되지 않았는가
당하지 않은 일을 당했다 하는 범죄를 옹호함으로 이제 진짜 피해자들마저 의심의 눈초리를 받지 않는가
거울 속 괴물에게 잡아먹혀 어느덧 스스로 괴물이 되어버린 것은 아닌가
위선과 허위의식과 이기심과 증오로 굴러가는 사상이 어느 대지 위에 푸른 싹을 틔우겠는가
그리하여 나는 인류와,
모든 살아있는 것들에 대해 내가 가진 최선의 애정과 존중을 담아 말한다
나는 페미니스트가 아니다


▷ 내가 가진 최선의 애정과 존중을 담아 말하련다. 지구는 독수리 오형제가 지키고, 고담은 배트맨과 로빈이 지키니 인류 걱정은 하지 맙시다. 거창하게, 시바...... 무슨 인류 타령입니까.  차이 밍량 감독이 이런 말을 했습니다. 인류의 먼 미래를 걱정하는 영화는 나쁜 영화이고 나의 내일을 걱정하는 영화는 좋은 영화다. 이영애가 영화 << 친절한 금자씨 >> 에서 유행시킨 대사를 사용하고 싶었으나 차마 하지 못한 채 탤런트 고두심이 쌍팔년도에 유행시켰던 말투를 빌려 다정한 목소리로 시니컬하지만 동시에 포지티브 하며 러블리한 메시지 하나, 선생님의 뾰족한 등짝을 향해 띄우련다. " ㅋㅋㅋ 잘났어, 정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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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o 2017-12-06 21: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장주원은 무슨 작가인가요?

곰곰생각하는발 2017-12-06 23:06   좋아요 1 | URL
모르겠숩나더. 책 하나 나온긴 합니다만.. 처음 듣는 이름입니디ㅏ. 샐링 포인트 보니 좆도 안 팔린 책이던데.. 이참에 보일러 놯드리는 것처럼 이참에 이 책 한 권 사드려야 겠어요..

akardo 2017-12-06 23: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냥 봐도 장씨 글은 구구절절 ‘개‘소리네요. 시원한 반박글 감사합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7-12-07 09:12   좋아요 0 | URL
논리가 하도... ㅎㅎㅎㅎㅎㅎ 좀 더 근사한 논리를 펼수는 없었을까요.. 그게 신기하더군요.

2017-12-07 06: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2-07 09: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7-12-07 1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모든 인간에게 주어진 것이라 오래전 우리들이 믿기로 합의했던 권리들이 피부색이나 국적이나 성별이나 성적지향 따위를 이유로 제한당하지 않길 바란다.」

→ 이 문장만 보고 사람들이 페미니스트가 ‘국적’, ‘성별’, ‘성적 지향’을 무시하는 사람인 줄 알겠어요. 한서희처럼 트랜스젠더를 배제하는 극단적인 페미니스트가 있긴 합니다만, 그 ‘부분’만 보고 ‘전체’가 잘못됐다고 할 수 없어요. 국적이 다른 사람, 성소수자도 인간이기에 그들을 이해하려고 접근하는 페미니즘이 제3세계 페미니즘, 퀴어 페미니즘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7-12-07 10:36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맞습니다. 저 선언문 자체가 극단적 논리 모순이라 나쁜 문장의 좋은 예로 학원에서 유통해도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yamoo 2017-12-07 2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대뽀의 논리네요.ㅎ 뭐, 페미니스트들한테 논리를 기대하기는 힘들고...참으로 한심한 선언입니다. 그러니 페미니스트들이 욕먹지요. 네, 욕먹을만한 선언인 듯합나다.

근데, 이 선언을 한 사람이 장주원인가 보죠? 첨 듣는 사람인데 선언이 참으로 우스운 글꼴이 되버려서, 많이 까임을 당하겠습니다...ㅎ
 

 

 

 





성공한 억압





 


                                                                                                       어떤 행위가 " 억압 " 이라고 느껴질 때 그것은 " 실패한 억압 " 에 불과하다. 눈에 보이는 억압은 저항을 부르기 때문이다. 그것은 날개가 달린 짐승과 같아서 언젠가는 추락하게 된다.

왜냐하면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으니까.  대표적인 예가 박근혜와 얄개-들이다. 그들은 인류라기보다는 원생 조류에 가깝다.  반대로 피억압자가 자신에게 가해지는 억압이 억압이라는 사실도 모른 채 지나칠 때, 투명 망토를 입은 억압은 성공한 억압이 된다.  저항 없이 진행되는 억압은 실패를 모른다.  독재자는 < 아우성치는 억압 > 보다는 < 소리 없는 억압 > 을 선호한다.  그렇기에 독재자가 선호하는 폭력의 기술은 세뇌다.  최종 목적은 억압의 흔적을 지우고 그것을 사회 " 통념 " 화시키는 것이다.  우리가 너무나 당연해서 의심 없이 당연시하는 것을 다른 시각으로 분석하다 보면 

권력자의 숨은 욕망을 발견하게 된다. 어르신, 참말로 꼼꼼하십니다아.                           대한민국 사회에서 가장 성공한 억압은 " 여성 억압 " 이다.  한국 사회가 여성에게 요구하는 < 여성 - 다움 > 은 대부분 남성이 여성을  협박해서 얻어낸 결과이다. 하지만 밖에서 보면 애교는 이상한 요구처럼 보인다. 우리는 애교가 성인  여성이 갖춰야 할 필살기라고 여기지만 사실 애교 문화는 일본과 한국을 제외하면 그 어느 나라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잰더 독립을 당연시하는 국가가 보기에 애교 부리기는 성인 여성의 항문기 고착 증세처럼 보이거나 발달 장애 행동처럼 보일 뿐이다.

남성은 그렇다 쳐도 여성 스스로 여성이 담배를 피우는 것을 좋게 보지 않는 경향도 세뇌의 결과'다. 그리고 우리가 흔히 여성에게 칭찬이랍시고 내뱉는 " 예쁘다 " 와 " 귀엽다 " 라는 말도 알고 보면 여성을 자신과 동등한 성인으로 인식한다기보다는 미성숙한 존재로 인식한 결과'이다. 예쁘다와 귀엽다라는 단어는 모두 작고 어린 것을 지시하는 형용사'로,  아이가 말을 잘 듣거나 행동이 발라서 흐뭇할 때 어른이 아이에게 사용하는 단어였다. 그렇기에 한국 남성들이 최근의 페미니즘적 경향에 대해 투덜대며 " 이런 것도 억압이냐 ? 이런 것도 혐오 발언이냐 ? 이런 것도 여성 차별이냐 " 라며

당당하게 반론을 내뱉는다는 것 자체가 바로 한국 사회가 여성을 억압하는 사회라는 사실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그때는 망설이지 말고 이렇게 내뱉어야 한다. " 좆이나 뱅뱅 ! "    억압이 억압이라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할 때,  그것은 성공한 억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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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와 술에 대한 잡담

 

 


 




1     하길종 감독이 연출한 << 바보들의 행진, 1975 >> 에서 주인공 병태는 포장마차에서 소주를 잔술(낱잔으로 파는 술)로 마신다. 소주 한 병 값을 내는 것이 아니라 한 잔 값을 지불하는 것이다. 잔술을 파는 곳을 본 적이 없는 나는 70년대 서비스'에 압도당했다. 그런데 잔술을 받는 소주잔의 용량이 특별했다. 얼핏 보면 맥주 잔인데 자세히 보면 맥주 잔보다는 크기가 1/2 작은 것 같고 일반 소주잔보다는 2배 큰 것 같다. 크아, 절묘하다. 영화 << 바보들의 행진 >> 은  시나리오의 정석을 놓고 보자면 형편없는 시나리오'다. 술 마시고, 미팅 하고, 술 마시고, 당구 치고, 술 마시고,  연애하는 내용이 전부여서 플롯에서 심각한 오류가 보인다. 하지만 " 서사 없음 " 과 " 담론 없음 " 이 그 당시 70년대 검열의 제국과 맞물리면서 빛을 발한다. 무력하다는 것, 국가의 폭력과 억압 앞에서 완벽하게 무력하다는 것. 그래서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술에 취하는 것밖에 없다는 사실. 영화의 시작은 지나치게 얄개스러워서 명량 학원물처럼 보이지만 감독은 과도한 조종의 표정들에서 느닷없이 출몰하는 젊은이의 울증을 포착한다. 60년대 최고의 한국 영화가 << 하녀 >> 라면 70년대 최고의 한국 영화는 << 바보들의 행진 >> 이다.



2    영화 << 술고래 barfly, 1987 >> 는 제목 그대로 술꾼에 대한 이야기다. 이 변두리 술집은 빈속에 잔술을 한입 털면 세상 부러울 것 하나 없는 인생이 모이는 곳이다. 미키 루크가 온갖 진상과 주사를 부리는 주정뱅이로 등장하는데 그는 이 술집에서 또 다른 주정뱅이 여자를 만나 사랑하는 사이가 된다. 잔술 주고받다가 사랑이 싹트기 시작한 것이다. 치어스 ! 치어스 !!  치어스 !!!  전형적인 할리우드 영화였으나 이상하게도 인상에 남는 영화였다. 이 영화의 각본을 찰스 부코스키가 썼다는 사실은 먼 훗날에서야 알게 되었다. 왜냐하면 내가 찰스 부코스키라는 작가를 안 지 몇 년 안되기 때문이다. 찰스 부코스키는 술과 섹스에 대해 집요하게 파고들었는데 나는 이 빈곤한 서사'가 마음에 들었다. 소설 << 여자들 >> 의 마지막 문장은 " 자지가 서질 않는다. " 였는데,  나는 이 마지막 문장 앞에서 숨이 턱턱 막혔다.


 

3   술독에 빠진 영화를 이야기할 때 빠트리면 섭섭할 영화가 바로 << 라스베가스를 떠나며, 1995 >> 이다. 좋아하는 술을 실컷 마시다가 죽겠다는 결심을 한 남자에 대한 이야기이니까. 그때는 질질 짜면서 본 영화였으나 지금 다시 본다면 꽤나 실망할 수도 있는 영화라는 생각이 든다. 신파가 과도했던 영화로 기억된다. 나는 이상하게도 좋은 영화를 보게 되면 뒤풀이로 술을 마시는 버릇이 있었고 그것이 내가 영화에 빠져들게 된 계기가 되었다. 내가 어떤 영화를 보고 나서 뒤풀이 술집에서 만취했다는 것은 그만큼 그 영화가 좋았다는 증거이기도 했다. 할 말이 그만큼 많았다는 것. 대학로에서 기타노 다케시의 << 키즈 리턴 >> 을 보고 나서 혼자서 대학로 공원 벤치에 앉아서 소주를 마시다가 정신줄 놓은 기억도 나고 << 밀리언 달러 베이비 >> 를 보고 나서 애인과 늦은 새벽까지 술을 마셨던 기억도 난다. 술맛은 훌륭한 안주가 아니라 훌륭한 이야깃거리가 좌우한다.

4. 고흐가 즐겨 마셨다는 압생트1) 한 잔 털고 싶다. 독하고 값싼 술이어서 가난뱅이 술꾼들이 즐겨 찾았다고 한다. 압생트 하면 생각나는 영화는 아그네츠카 홀란드 감독이 연출한 << 토탈 이클립스 >> 이다. 연인이었던 랭보를 잃은 베를렌느는 술집에서 혼자 압생트 두 잔을 주문한다. 마신다. 환각 탓이었을까 ? 그 앞에 랭보가 나타나 그와 함께 잔을 나눈다. 이 영화에서는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치명적 매력을 엿볼 수 있다. 나에게도 그런 기회가 찾아 올까. 먼 나라의 어느 술집에서, 이렇게 외칠 수 있을까. " 압생트 투 ! "


 

 

 

 

                         

                         

 

1) 압생트(absinthe)는 19세기 후반 프랑스에서 많이 마셨던 술로서 쑥의 줄기와 잎을 잘게 썬 다음 고농도의 알코올을 부어 방치한 후 추출하고, 방향 성분이 녹아 있는 이 추출액을 다시 증류하여 제조한다. 압생트는 알코올 도수(45-74%)가 강하고 당분을 포함하지 않는 암록담황색 술로서 아니스의 방향과 약간 쓴맛이 나서 식전주(apéritife)로 많이 이용하였다. 유럽에서는 쑥의 쓴맛으로 인한 약효로서 식욕부진과 위액 분비 촉진제로 많이 사용되어 왔다. 압생트는 향쑥의 라틴명 압신티움에서 유래한 이름으로서 강력한 환각작용으로 19세기 말과 20세기 초 예술의 도시인 프랑스 파리에서 화가, 소설가, 시인을 비롯한 예술가들 사이에서 창조력에 도움이 된다고 하여 상당히 인기가 있었다. 그러나 압생트를 상습적으로 마실 경우 건강에 좋지 못하다는 것이 점차 밝혀져 20세기 초반부터는 압생트 음주를 법으로 금하게 하였다. 압생트에는 튜존(thujone)이라는 테르펜 성분이 들어 있는데, 이 성분은 압생트에 독특한 향취를 주는 성분이지만 뇌세포를 파괴하고 환각 상태를 유발한다. 압생트를 상습적으로 마심으로써 생기는 중독을 압시틴 중독증(absin-thism)이라 하며, 멍청한 상태, 정신력 저하, 신경과민, 안신경염 또는 환각 경험 등의 증상으로 나타난다고 보고되어 있다. 프랑스의 시인 알프레드 뮈세와 화가인 로트렉과 빈센트 반 고흐 같은 사람들이 모두 압생트의 중독으로 인한 간질발작으로 목숨을 잃거나 자살하였다. 제1차 세계대전 무렵에 대부분의 유럽 국가들에서 압생트의 생산이 중단되었으나 지난 1981년 유럽연합의 전신인 유럽공동체(EC)가 합법화 결정을 내리면서 상당수 유럽 국가들에서 압생트의 생산이 다시 개재된 상태이며, 현재 200개 브랜드의 압생트가 생산되고 있다. 이들 유럽 국가들이 압생트의 생산을 개재한 이유는 압생트가 정신에 미친 영향이 많이 과장되었고 그 위험이 다른 술보다 그다지 높지 않으며, 유해물질의 농도는 충분히 조절할 수 있다는 주류 업계의 주장을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 네이버 지식백과, 압생트 (두산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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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7-12-05 14: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죽기 전에 마시고 싶은 술이 고흐가 살아있을 때 마셨던 오리지널 압생트입니다. ^^

곰곰생각하는발 2017-12-05 14:18   좋아요 0 | URL
압생트가 환각 증세가 나타난다고 해서 금지된 술로 알고 있습니다. 얼핏 들었습니다..

cyrus 2017-12-05 14:22   좋아요 0 | URL
한 잔 정도는 괜찮을거예요.. ^^;;

곰곰생각하는발 2017-12-05 14:40   좋아요 0 | URL
압생트가 왜 알코올농도가 70%인가 그럴 겁니다... 먹으면 죽어요.. ㅎㅎㅎㅎ
요즘 나오는 압생트가 이 농도를 유지하나 모르겠네요..
이 술 풀린지도 얼마 되지 않아요.. 20세기 후반에서야 주류 회사에서 로비해서 풀린 걸로 알고 있습니다..

2017-12-05 14: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2-05 14: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2-05 14: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2-05 14: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시이소오 2017-12-05 14: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빙 라스베가스>를 보며 저도 질질 짰던 기억이. ㅋ.
지금 다시봐도 울것 같아요. 역쉬 영화는 신파가. ㅎㅎ

곰곰생각하는발 2017-12-05 14:43   좋아요 0 | URL
ㅎㅎ 라스베스 음악이 또한 죽여주잖아요.
음악이 이 영화의 분위기 절반을 먹고 들어가는 듯합니다..ㅎㅎ

2017-12-05 14: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7-12-06 12:19   좋아요 0 | URL
다시 봐도 재미있네요. 옛날 풍경을 본다는 게 의외로 재미가 있습니다..

데미안 2017-12-05 2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술을 보면 술 자가 아닐까 싶을정도로, 긴밀한 관계 아닐까요?

곰곰생각하는발 2017-12-06 12:20   좋아요 0 | URL
ㅎㅎ... 어떤 사람이 예술하냐고 물으면

이 분은 예술보다는 술을 좋아해서 항상 ˝ 예 ! 술 좀 합니다.. ˝ 이런 식으로 말했다는 고백을 들은 생각이 나는군요..

수다맨 2017-12-07 08: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보들의 행진˝ 보다가 생각이 난 건데 종로 3가에는 아직도 잔술을 파는 곳이 몇군데 있다고 하더군요. 물론 저 영화에서 나오는 작은 유리컵이 아니라 스테인리스 컵에 담아서 준다고 들었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7-12-07 09:23   좋아요 0 | URL
오, 수다맨 님 바보들 행진 보셨군요. 좋은 영화는 시대가 흘러도 항상 동시대성을 가지는데
이 영화가 바로 그런 영화입니다..
 


 



 

 

 

 

 

 

 

 

 

 


 

 

 

                                              

착한 페미니즘 VS 나쁜 페미니즘 :

 


 





미스터 그레이트 빅 퐈이어 에그 씨


 


                                                                                                          바지 단추와 배꼽이 일치할 때가 최상의 패션이라고 믿는 그는 언제나 바지춤을 위로 추켜 입었다. 밑위길이가 길면 그나마 볼썽사납지는 않은데 밑위가 짧으면 차마 볼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된다.

밑위가 짧은 바지 단추를 배꼽에 끼우면, 아...... 아아, 이런 씨불알 !  남근이 돋보이게 되는 상황이 연출되는 것이다. 바지 속에서 봄에 피는 쑥도 아니면서 불쑥 쏫은 (남근과 불알로 추정되는) 그것을 본다는 것은 지옥 같은 맛이다. 설상가상 웃옷을 바지 속으로 넣어 입으면 점입가경이라. 볼썽사나우면 안 보면 되지 _ 라고 말하는 이도 있겠으나 사람 마음이라는 게 그게 아니다. 그럴수록 자꾸 그곳에 눈길이 가기 마련. 그런데 독특한 점이 있었다. 퐈이어 에그(FIRE EGG 혹은 火卵)의 크기가 남다른 것이다. 내 뽜이어 에그가 지구 크기였다면 그는 천왕성이었다.

비밀은 화장실에서 밝혀졌다. 그는 대물이었다 ! 그러니까 바지춤을 최대한 위로 추켜 입는 그의 패션은 " 그레이트 빅 퐈이어 에그 " 를 만천하에 알리고 싶은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대다나다. 그는 대물답게 남성우월주의자였다. 입만 열면 남자가 돼서 _ 이라거나 여자가 감히 _ 라고 말하는 부류였다. 이쯤되면 나이 지긋한 중년의 남자이겠거니 지레짐작하겠지만 아니올시다. 그는 피 끓는 삼십 세'였다. 열혈남아답게 강건한 몸이었다. 철근도 씹어먹을 것 같은 대식의 소화력과 터질듯한 허벅지는 남성다움을 과시하기에 좋은 체형이었다. 당시에 그는 같은 직장에 다니는 사무실 직원을 짝사랑하고 있었는데,


아쉽게도 그녀는 나와 함께 배꼽을 바지 단추 구멍에 끼우는 패션을 혐오하는 부류였다. 사달은 같은 직장에 다니는 직원의 신혼부부 집들이에서 벌어졌다. 자신이 짝사랑하던 직원이 다른 남자에게 호감을 보이며 호호호 _ 하자 그레이트 빅 퐈이어 에그의 마음은 퐈이어 !  질투에 사로잡힌 대물은 그 남자에게 다음과 같은 제안을 했다. " 형씨, 형씨가 이 동네에서 그렇게 술을 잘 마신다며 ? 나랑 술 내기 한번 합시다. 병나발 원샷, 오케이 ? " 맞장구를 쳐야 소리가 나는 법인데 놀랍게도 대물의 제안을 받은 사내 A는 게임을 받아들였다. 집들이에 초대된 사람들은 모두 다 말렸으나 두 사내의 호기를 막을 힘은 없었다.

대물이 먼저 소주 뚜껑을 따서 벌컥벌컥 마시기 시작했다. A도 소주를 따서 벌컥벌컥 마셨다. 1차 병나발전은 무승부. 대물이 다시 소주 뚜껑을 따서 벌컥벌컥 마시기 시작했다. 그 다음 차례는 A였지만 뚜껑을 따기도 전에 2차 병나발 게임 포기 선언을 했다. 대물은 승리에 도취돼서 불콰한 얼굴로 자신이 짝사랑하는 여자를 바라보았다. 나, 이런 남자야 _ 이런 표정으로. 대물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소주 한 병을 더 따서 병나발을 불었다. 소주 세 병을 마시는데 걸린 시간은 10분이 채 지나지 않았다. 문제는 10분 후에 발생했다. 속이 더부룩하다며 화장실에 간 그는 변기 밖에다가 어마어마한 토사물을 쏟아냈다.

위액이 분비되어 음식을 삭이기 전이라 그가 쏟아낸 토사물은 무척 싱싱했다. 오징어꼴뚜기대구명태거북이연어알물새알, 신혼부부 화장실을 노량진 수산시장으로 만든 것이다. 신혼부부는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어이가 없네. 당연히 집들이는 파투가 나고 손님들은 뿔뿔이 흩어졌다. 그렇다면 여기서 끝이냐 ? 아니올시다. 미스터 그레이트 빅 퐈이어 에그 씨는 신혼부부가 어렵게 장만한 아파트를 나서면서 계단을 한 층 내려오다가 아래층 문 앞에 토사물을 다시 한번 쏟아냈다. 5, 4, 3, 2, 1.  퐈이야 ~  오징어꼴뚜기대구명태거북이연어알물새알. 그렇게 두 번을 더 쏟아낸 다음에야 그는 그곳을 떠났다.

떠난 자는 말 없이 떠난다지만 남겨진 자의 비애는...... 말해서 무엇하랴. 이 전설적인 이야기는 토씨 하나 안 틀리고 있는 그대로를 전한 것이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한국의 가르캉뒤아, 미스터 그레이트 빅 퐈이어 에그 씨가 싸질러 놓은 어마어마한 토사물이 아니라 한국 남성들이 유아인으로 시작된 애호박 게이트를 관람한 후 입 밖으로 싸질러 놓은 관전평'이다. 참..... 이상한 일이다. 페미니즘이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남근 대신 핏대로 텐트를 세우던 남성들이 페미니스트라고 고백한 유아인을 지지하는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이 자지는. 오타다. 이 지지는 논리 모순이다. 

이 모순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페미니스트 유아인이 가짜이거나 아니면 대개의 한국 남성들이 알고 보니 페미니스트여야 한다. 그동안 한국 남자들 위악 떨고 있엇구나아. 물론 대개의 한국 남성들이 페미니스트라는 가설은 잘못되었으니, 유아인의 페미니즘이 가짜라는 결론에 도달할 수밖에 없다. 유아인이 남초들에게 열렬한 지지를 받으며 영웅으로 등극한 데에는 그가 사용하는 언어에 있다. 꼴페미, 메갈짓 따위는 남초들이 평소 즐겨 사용하는 언어였기 때문이다. 유아인은 자신의 논리를 정당화하기 위해서 착한 페미니즘과 나쁜 페미니즘으로 구별 짓기를 시도한다. 

그는 자신이 믿고 실천하는 것은 착한 페미니즘이고 상대방은 나쁜 페미니즘이라는 주장한다. 그런데 남성들이 페미니즘을 지지하는 척하지만 사실은 공격하기 위한 수단으로 착한 페미니즘 운운하는 방식은 이미 구라파에서 오래 전에 유행했던 의 구닥다리 방식이다. 서프러지스트(suffragist)와 서프러제트(suffragette)의 관계를 이해하면,  왜 유아인이 착한 페미니즘과 나쁜 페미니즘을 이용하려 하는지 알 수 있다. 서프러지스트는 1860년대부터 시작된 여성 참정권 운동을 지지한 사람을 지시하는 단어이고, 서프러제트는 1910년대 평화적 저항에서 무력 저항으로 노선을 바꾼 세력을 지시하는 단어이다.

서프러제트는 서프러지스트와는 달리 조직적으로 무력 시위에 가담했다. 평소 서프러지스트의 평화적 저항에 대해 초지일관 무관심(무려 50년 동안이나 !)으로 대응했던 남성들은 서프러제트의 과격 시위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남성들이 서프러지스트를 서프러제트라고 비틀어버린 데에는 조롱의 의미가 담겨 있는데 작은 것'을 의미하는 어미(-ette)를 붙임으로써 그들을 비하했던 것이다(한국에서 페미니스트를 꼴페미라고 말하는 것과 유사하다). 남성들은 폭력은 옳지 않다면서 서프러제트는 서프러지스트의 평화적 저항을 배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남성들은 서프러제트에 대항하기 위해 서프러지스트를 지지하기 시작했다.

그동안 서프러지스트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던 그들은 서프러제트가 출몰하자 비로소 서프러지스트의 말에 귀를 기울어기 시작한 것이다.  그들이 내린 결론은 똥 묻은 개보다는 겨 묻은 개가 낫다. 유아인이 진짜 페미니즘과 나쁜 페미니즘(메갈짓, 꼴페미, 워마드) 프레임으로 갈라치기하는 방식도 이와 유사하다.  그는 나쁜 페미니즘을 공격하기 위해서 착한 페미니즘 전략을 차용한 것뿐이다. 그 옛날 구라파 남성들이 서프러제트를 공격하기 위해서 평소에는 마음에도 없던 서프러지스트를 지지(하는 척)했던 것처럼 말이다. 유아인의 전략이 기만적일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유아인의 애호박 게이트'를 보면서 그레이트 빅 퐈이어 에그 씨의 에피소드가 떠오르는 것은 왜일까. 그 싱싱했던 토사물들. 토사물을 뒤적거리다 보면 아마도 싱싱한, 아직 삭지 않은 애호박 하나 정도는 있지 않았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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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o 2017-12-02 09: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힘찬 하루를 열게 하는 글이네요. 오징어꼴뚜기대구명태거북이연어알물새알.

곰곰생각하는발 2017-12-02 09:26   좋아요 1 | URL
페미니스트인 유아인이 남초의 우상이 되는 세상이 되었으니 이제 남초들도 죄다 페미니스트인 모양입니다. 꼴뚜기 같은 색휘들..

페스트 2017-12-04 15: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가해자-피해자, 남자-여자, 강자-약자와 같은 이분법은 당장은 적을 향해 돌진하는 전선에 대한 의심과 질문을 줄어들게 하고, 현상을 명쾌하게 보여주며 설명되는 듯한 착각을 가져다 주기는 합니다. 여기 이분법에서 피해자이며 약자는 옹호받고 배려 받는 것만으로는 권력의 위계가 바뀌지 않습니다. 옹호하고 배려하는 강자에 의지하는 관계이니까요. 그러면 메갈처럼 옹호-배려는 강아지에게나 줘라 나는 니들을 껌처럼 씹겠다고 한다면, 이 권력관계에 균열이 조금이나마 생기고 지향하는 바(이게 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가 관철되는데 도움이 될까요? 물론 의제를 선명하게 하고 돌진하게 하는 동력이 되기는 하는 것 같습니다. 이러한 충돌은 계속 사건적 명제로 떠오르게 하고 정치적 투쟁을 지속될 수 있게 하니까요. 여기 대의?에 바쳐진 칼은 소의를 챙겨볼 기능(눈)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빨갱이를 극혐하게 되면 빨강양말만 신어도 적이며 자신의 희생양이 되어야 합니다. 이런 류의 행태까지도 미러링하는게 좋은 전략인줄은 모르겠습니다. 유아인이 설명충적 성향도 있고 맨스플레인적 성향도 있습니다. 그게 제물이 되어야 할 충분조건이 될까요? 사람은 누구나 완전하지 못합니다. 아니 모순되고요 덜떨어진게 우리들입니다. 그러기에 서로가 서로를 품어줄수 있는 여지가 있는게 아닌가요. 서로를 제물 삼는 죽이는 전쟁이면 남는 것은 서로 폐허가 되거나 원한의 악순환밖에 뭔가 남을런지요. 전쟁을 벌여야 한다면 해야 합니다. 그러나 토벌하는 전쟁은 극히 제한적으로 사용해야 하지 않을까요? 저는 유아인에게 낙인을 붙이는 행위도 토벌의 한 행태가 아닌가 우려스럽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7-12-05 12:18   좋아요 0 | URL
페미니즘은 여성과 남성을 편가르기하려는 이분법이 아닙니다. 여성 억압에 대한 고찰입니다. 그러니까 여성을 억압하는 기제가 무엇인가를 탐구하는 학문이라고 할까요. 이걸 단순하게 남성 여성 나눠서 성 대결 팔씨름하는 것이 아니라는 겁니다. 만약에 이것을 단순하 남녀 성대결로 인식하고 그 출발점을 그것에 맞춘다면 시작부터 단추를 잘못 꿴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고양이라디오 2017-12-07 1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유아인 애호박 게이트가 뭔가 해서 찾아봤습니다. 저는 유아인씨의 발언을 농담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어떤 블로거 분의 말씀대로 유아인씨가 깔끔하게 사과했다면 바로 해결됐을 문제일텐데... 언쟁은 하면 할수록 소모적이고 감정싸움으로 치닫는거 같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7-12-07 10:35   좋아요 1 | URL
저는 이런 논쟁이 좋은 징조라고 생각됩니다. 사실 제가 유아인을 까긴 하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둘 다 응원하는 마음입니다. 논쟁이 치열하다는 것은 단순한 가십을 떠나 정치적 영역으로 포섭되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닌가 싶습니다. ㅎㅎㅎ

고양이라디오 2017-12-07 11:40   좋아요 0 | URL
곰발님 말씀에 동의합니다. 다만 저는 왠지 또다른 형태의 마녀사냥은 아닌가해서 댓글 달아봤습니다ㅎ
사건이나 논쟁에 대해 잘 모르면서 괜히 말씀드렸습니다.

굉장히 오랜만에 곰발님과 말씀 나누니 좋네요ㅎㅎㅎ

곰곰생각하는발 2017-12-07 11:45   좋아요 0 | URL
우리가 오랜만이었나요. 전 꼬박꼬박 들렀습니다. ( 뭔가 억울한 느낌이.. ㅎㅎㅎㅎ )
저는 싸워야지 뭐라도 해결이 된다는 주의여서요... ㅎㅎㅎ



싸움 구경이 재미있잖습니까. 그래서 자주 봅니다.. ㅎㅎ
 

 

 

 





영  화  잡  담



 

                                                                                                        스스로를 영화광이라고 자부하는 사람이 있다. 언어 능력이 탁월하여 자막 없이도 몇몇 나라의 영화를 보는 사람이다. 영화제 기간이 되면 종종 보게 되는 이이여서 알음알음 한 다리 건너 통성명을 하게 되는 사이가 됐다. 구라파 언어에 자부심이 대단했던 그는 내가 종종 생각없이 업계 용어인 우라까이나 가께모찌 같은 말을 쓰면 인상을 찡그리고는 했다.

내가 이 사람을 인상 깊게 본 계기는 GV(영화가 끝나면 감독과의 대화) 시간이었다. 그는 유창한 외국어로 감독에게 질문을 쏟아냈다. 하아유, 아엠 파인 탱규 앤듀 따위의 수준이 아니었다. 외국어 까막눈인 내 귀에는 쏼라쏼라처럼 들렸다. 외국어가 쏼라쏼라로 들리는 관객은 나뿐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가방 끈이 가장 긴 세대라고는 하지만 그 자리에 모인 대개는 까막눈이었으리라. 나는 이 상황이 매우 유감이었으며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그 무대는 감독과 함께 통역사도 참석하는 자리였다. 그가 굳이 감독과 직접적으로 외국어로 대화할 필요는 없었던 것이다. 그가 다른 관객들을 배려했다면 그런 짓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니미, 허세가 하늘을 찌르는구나. 어느 날, 영화 모임에 참석했더니 그도 있었다. 이런저런, 그런 수다가 이어졌다. 그가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연출한 << 다크 나이트 >> 에서 크리스찬 베일의 연기를 극찬하기에 내가 개소리하지 말라고 했다. " 개소리라니요 ? "  화가 난 그는 내 쪽을 향해 뾰족한 말풍선을 띄웠지만 나는 포크로 그 말풍선을 터뜨리며 말했다. 새소리보단 낫잖습니까. 크리스찬 베일이 연기를 못하는 배우라는 의미는 아니다. 나는 그를 좋아하고 훌륭한 배우라는 사실에도 동의한다. 하지만 영화 << 다크 나이트 >> 에서는 연기의 신 로버트 드니로라고 해도 제대로 된 연기를 선보이지는 못할 것이다.

배트맨 가면 쓰고 연기하는 장면이 팔 할인데 어떻게 제대로 된 연기 실력을 뽐낼 것인가. 물론 얼굴 표정 연기가 전부는 아니다. 연기에는 액션도 포함된다. 배트맨 역은 안타깝게도 신체마저도 갑옷으로 둘러싸여 있어서 제대로 된 메소드 연기를 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렇기에 이 영화에서 크리스찬 베일의 연기를 극찬한다는 것은 웃긴 일이다. << 배트맨 >> 은 가면 쓰고 진검승부를 가리는 복면가왕은 아니다. 나한테 개소리라는 소리를 들은 그는 기회를 만회하고자 우아한 영화로 화제를 돌렸으나 내 취향은 " 막가는 영화 " 쪽이어서 탁자 위에서 오고가는입말이 그다지 흥미롭지는 않았다.

뚱한 표정으로 듣는 둥 마는 둥 시큰둥한 얼굴을 하자 배려심 깊은 A가 나에게 좋아하는 영화가 무엇이냐고 물었다. 이때다 싶어 나는 잽싸게 대답했다. 내 얘기 좀 들어보실라우 ? 막가는 영화 몇 편을 이야기하자 그가 비웃듯이 말했다. 호호호. 아니 무슨 그런 영화를 보세요. 수준 떨어져서 대화를 못하겠다는 말투였다. 이때는 영화 << 아수라 >> 가 개봉되기 전이었기에 그때가 << 아수라 >> 개봉 이후의 일이었다면 이렇게 말했을 것이다, 물론 속으로만. " 좆이나 뱅뱅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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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7-12-01 13: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나와 생각이 다르면 그러려니하고 넘어가면 되는데 대놓고 상대방에게 ‘개소리‘라고 쥐어박는 건 무례하군요. 제가 독서 모임에 참석하지 않는 이유 중 하나가 본인 말만 계속 하는 사람, 상대방의 취향이나 생각을 무시하거나 귀담아듣지 않는 사람 때문이에요.

곰곰생각하는발 2017-12-01 14:10   좋아요 2 | URL
ㅎㅎㅎㅎ 반성합니다. 개소리라는 소리는 제가 했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cyrus 2017-12-01 14:13   좋아요 2 | URL
아이고.. 저는 개소리라고 한 사람이 영화광인 줄 알았어요.. ㅎㅎㅎ 제가 글을 잘못 읽었어요. 본의 아니게 곰발님을 욕하는 상황이 되어버렸군요.. ^^;;

곰곰생각하는발 2017-12-01 14:18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닙니다. 맞는 말씀이세요...

syo 2017-12-01 14:29   좋아요 2 | URL
ㅋㅋㅋㅋㅋ두 분ㅋㅋㅋㅋㅋ사랑합니다ㅋㅋㅋㅋㅋ

cyrus 2017-12-01 14:53   좋아요 2 | URL
저도 syo님 사랑합니다. ㅎㅎㅎ

곰곰생각하는발 2017-12-01 15:19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사이러스 님 때문에 오랜만에 웃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

syo 2017-12-01 15:28   좋아요 0 | URL
사이러스님 가끔가다 이런 허당기를 보이는 게 매력포인트입니다. ㅋㅋㅋㅋ 리뷰머신의 허방집기

곰곰생각하는발 2017-12-01 15:41   좋아요 0 | URL
허 당 있는 사람이 그래도 법 없이도 살 사람이죠.
자유당 놈들이 법 없으면 무뢰아 되는 법.

cyrus 2017-12-01 18:27   좋아요 0 | URL
To. syo님 // 북플로 글을 빨리 읽다 보니 종종 오독할 때가 있어요. 글을 잘못 읽은 상태에서 의견을 말하면 상대방이 오해할 수 있어요. 그럴 때 바로 잘못을 인정하는 것이 맞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