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 페미니스트 선언문



 

 


 



선언문 하나 떠돌고 있다. 널리 회자되고 있는 것으로 보아 명문이리라. 엥겔스의 공산당 선언문 수준'이겠거니 살펴보니 반 페미니스트 선언문이란다. 읽다 보면 논리가 박약하여 하아악 _ 한숨부터 나온다.








 

페미니스트 하고 싶은 날이 왜 없었겠는가
그저 선언하기만 하면 되는 것 아닌가
#나는페미니스트입니다 라고
공감한다고 지지한다고 연대한다고
노인도 장애인도 성소수자도 외노자도 아닌 
'여성'이 바로 이 시대 약자들의 챔피언이라고
남자라 너무 편하고 안전하고 행복해서 미안하다고
눈 딱 감고 외치기만 하면 되는 것 아닌가


▷ " 선언 " 이라는 정치적 행위를 단순히 립 서비스 차원'으로 생각하는 모양이다. 하지만 선언이란 양심을 거는 행위이며 책임을 지는 행위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나는 페미니스트입니다 _ 라는 고백을 단순하게 립 서비스로 비하하는 것은 억지에 속한다.

 

 

그럼 구만리 꽃길 열리는 것 아닌가


▷ 이 논리가 맞는다면 나는 페미니스트입니다 _ 라고 외친 사람들은 구만리 꽃길 걷는 나날들이 펼쳐져야 하는데 정작 그들은 온갖 욕을 먹기 십상이다. 서민 교수님을 보라, 페미니스트라는 이유로 졸라 욕먹고 있어요. 반대로 나는 페미니스트가 아닙니다 _ 라고 선언한 선생님의 글은 선생님 논리가 맞는다면 구만리 흙길 밟아야 하는데, 지금 선생님의 안티 페미 선언으로 인해 " 팔로워" 를 쏠쏠하게 버시고 계시던데 이 현상은 어떻게 설명해야 합니까. 누가 꽃길이고 누가 흙길입니까요.

 


 

굳이 '나는 잠재적 가해자입니다'같은 낯뜨거운 짓까지 안 해도
적당히 이슈마다 한 두 마디 거들고
한남들아 씹치들아 공부하세요 성찰하세요 사자후 한번씩 토해주면 
바로 백마 탄 페미왕자 되는 것 아닌가 

부랄달고 페미니스트 해서 잃을 것은 하나도 없으니
이렇게 수지맞는 장사가 또 어디 있겠는가


▷ 경제학 석학들과 성공학 저술가들은 " 불알 달고 페미니스트 하면 잃을 것 하나 없다(수지맞는 장사) " 라는 말씀을 새겨들을 필요가 있다. 아스트랄한 과잉의 초자연적 셈법이다. 이 말을 그대로 미러링 하게 되면 역설적으로 페미니즘에 힘을 실어주기 때문이다. 여성은 자궁 달고 페미니스트 하면 잃을 것 많은데 ,   남자는 " 불알 달고 페미니스트 하면 수지맞는 장사 " 를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이미 여성의 경제적 불평등과 차별을 의미하는 것은 아닐까 ?





뒤에선 성매매를 하건 강간을 하건 소라넷을 하건 
어차피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인 세상이니
나라고 그 좋은 거 왜 하고 싶지 않았겠는가
그런데 못하겠더라
인기도 좋고, 도덕적인 척 우쭐해보고도 싶고 
눈빛 초롱초롱한 꼬마들과의 소곤소곤 연대감도 싫지 않지만
차마 그리는 못하겠더라
아무리 온라인이라고 얼굴 안 보인다고
내가 쓰는 글이 곧 내 자신이 돼버리는 바닥이라도 
차마 그리는 못하겠더라
양심이란 놈 때문에 못하겠더라


▷ 이 문장의 핵심은 간단하다. 뒤로 호박씨 까지 마쇼 !  이 글에서는 속(마음) 다르고 겉 다른 말은 차마 하지 못하겠노라고 은근 슬쩍, 사나이답게, 츤데레처럼 SHY한 어조로 자신을 광고하지만 속 다르고 겉 다른 애티튜드는 가식적인 것도 아니요, 이중인격도 아니다. 이드(속)과 에고(겉)은 끊임없이 충동하고 충돌하며 사회적 인간은 그것을 조율하며 억압하고 통제한다. 나는 욕망에 솔직한 놈이요 _ 라며 있는 말 없는 말 마음대로 내뱉다가는 깜빵 가기 일쑤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2015년 12월 28일)에 " 나는 몰카와 유출영상을 본다. 그런 걸 보는 게 별로 아름다운 일이 아니라는 건 알지만 보지 않겠노라 결심할 생각은 없다..... 몰카나 유출 영상에는 사랑이 있다...... 비록 그것이 지금은 흔적도 없이 사라져 이렇게 하찮은 자위행위 감으로 세상을 떠도는 몸짓이 되었겠지만, 그래도 그 순간 저 방안에는 서로의 빈 곳을 가득 채우는 온기로 존재했다. " 라고 솔직한 속마음을 털어놓으셨지만, 리벤지 포르노 때문에 오늘도 피해 여성들은 몰카와 리벤지 포르노를 유통하는 포르노 사이트를 돌아다니며 자신이 나오는 유출 영상을 검색하는,  무간지옥의 고통을 경험한다는 것을 생각하면 당신의 낭만은 아름답지 않다.  그들의 아름다운 사랑을 왜 당신은 크리넥스 티슈 몇 장으로 소비하는가.


 

 

남성과 여성을 동등하게 대함으로 페미니스트라면
성별 구분없이 인간취급 안하는 자도 페미니스트 아니겠는가 

▷ 이 문장은 논리 비약의 끝판왕을 보여주는 명문이다.  < 페미니스트 : 남성 = 여성 > 이기에 페미니스트는 성별 구분 없이 인간 취급 안 하는 자라는 비약은...... 6월의 활엽수를 뜯어먹는 송충이처럼 꼼꼼하게 문장을 뜯어보아도 이해할 수 없는 논리 전개'다. 이 논리가 합당하다면 이런 비약도 가능하다.


인간과 짐승을 동등하게 대우하는 것이 휴머니스트라면

종별 구분 없이 인간 취급 안 하는 자도 휴머니스트 아니겠는가 ?


이런 오스트랄로피테쿠스 같은 소리는 하지 맙시다. 지금 시대가 어느 때입니까 ? 적어도 호모 사피엔스 수준은 되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나는 다만 인간을 인간으로 보고 싶을 뿐이다

모든 인간에게 주어진 것이라 오래전 우리들이 믿기로 합의했던 권리들이
피부색이나 국적이나 성별이나 성적지향 따위를 이유로 제한당하지 않길 바란다
나와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받지 않았으면 하는 대우를 
생판 모르는 타인에게도 하지 않으려 애쓰기를 바란다

▷ 나는 다만 인간을 인간으로 보고 싶을 뿐이다 _ 이라고 말씀하셨는데........ 선생님, 그것이 바로 페미니즘의 핵심이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페미니스트가 아니다
예를 들어 무거운 물건은 남자가 들어야 한다고 믿기에 
예를 들어 결혼할 때 집은 남자가 사와야 한다고 믿기에 
예를 들어 데이트 비용이 반반이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기에 
예를 들어 여성들도 군대에 가야한다는 절규에 동의하지 않기에
예를 들어 혹시라도 내가 탄 배가 침몰하기 시작할 때 
건강한 성인 남자들은 어린이와 노약자와 여자들이 다 빠져나갈 때까지 구명보트에 올라선 안된다고 믿기에 
나는 페미니스트가 아니다


 

▷ 여기서부터 글쓴이와 내 생각은 판이하게 다르다. " 무거운 물건 " 에 대한 기준점이 무엇인지는 모르겠다. 다만, 핸드백도 무거운 물건에 속한다면 그 물건을 남자가 들어주는 것이 에티켓이란 생각에는 1% 도 동의하지 않는다. 손바닥만한 핸드백이 여성의 척추 측만증을 유발하지는 않습니다. 연애할 때 핸드백 잘 들어주는 남자치고 결혼해서 아내의 장바구니 잘 들어주는 남자는 별로 없다. 또한 결혼할 때 집은 반드시 남자가 사와야 한다는 촌스러운 믿음에도 동의하지 않는다. 하지만 데이트 비용은 각각 추렴하자는 주장에는 동의한다. 우리의 상남자이자 하, 하하하하하하하하드바디이며 구한말 장남 마인드를 가지신 선생님은 내 고백을 듣고는 쩨쩨한 녀석이라고 코웃음을 칠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상남자 스타일로 믿기에, 믿기에, 믿기에, 믿기에를 남발하며 써내려가신 힘찬 결기의 황홀한 문장 나열과 그 신앙이 졸라게, 졸라게, 졸라게, 졸라게, 졸라게 쩨쩨해 보인다.

 

 

 


 

그런 기울어진 생각들에 반대하지 않으면서 당신이 스스로를 페미니스트라 부른다면
보호는 보호대로 받고 특권은 특권대로 누리면서 
더 많은 짐을 지고 가는 이들과 동등한 대우마저 받길 원한다면 당신은
'페미니즘은 정신병'이라는 부박한 언어에 1인분의 정당성을 더할 뿐이다 

나는 무엇이 페미니즘이고 무엇이 아닌지 
유행따라 끼리끼리 찧고 까부는 말장난에는 관심이 없다
다만 무엇이 휴머니즘이고 무엇이 아닌지는 안다
무엇이 인간을 위하는 길이고 무엇이 아닌지는 안다 
페미니스트이기 위해 휴머니스트이길 포기한 이들이 있음을 안다 

 

▷ 우리의 친애하는 선생님께 묻습니다 : 페미니스트의 기준이 " 남성과 여성을 동등하게 대함으로 페미니스트라면 성별 구분없이 인간취급 안하는 자도 페미니스트 아니겠는가 " 라고 설정하셨다면 같은 논리로 인간과 짐승을 동등하게 대우하는 것이 휴머니스트라면 종별 구분 없이 인간 취급 안 하는 자도 휴머니스트 아니겠는가 ?                                             라는 저의 반문에 대한 답변이 궁금합니다. 페미니스트가 휴머니스트를 포기할 때 얻을 수 있는 명예 훈장이라면 같은 논리로 휴머니스트는 여성을 차별하면 얻을 수 있는 명예 훈장이라는 말이 되는데,  일베나 소라넷 이용자도 휴머니스트가 될 자격이 된다는 말씀이시죠 ?





그런 이들에게 회초리를 드는 것이 여혐이라면 그것이 멍에가 아닌 훈장임을 안다
인간은 남자나 여자보다 훨씬 크고 넓고 중한 존재임을 안다
왜 인간으로 태어나 오로지 남자나 여자로 살려고 하는가
왜 아리안 혈통 외엔 가진 게 없어 더욱 악독하게 날뛰었던 밑바닥 나치의 삶을 사는가 
세상 모든 것을 여혐이라 부르니 이제 무엇도 여혐일 수 없게 되지 않았는가
당하지 않은 일을 당했다 하는 범죄를 옹호함으로 이제 진짜 피해자들마저 의심의 눈초리를 받지 않는가
거울 속 괴물에게 잡아먹혀 어느덧 스스로 괴물이 되어버린 것은 아닌가
위선과 허위의식과 이기심과 증오로 굴러가는 사상이 어느 대지 위에 푸른 싹을 틔우겠는가
그리하여 나는 인류와,
모든 살아있는 것들에 대해 내가 가진 최선의 애정과 존중을 담아 말한다
나는 페미니스트가 아니다


▷ 내가 가진 최선의 애정과 존중을 담아 말하련다. 지구는 독수리 오형제가 지키고, 고담은 배트맨과 로빈이 지키니 인류 걱정은 하지 맙시다. 거창하게, 시바...... 무슨 인류 타령입니까.  차이 밍량 감독이 이런 말을 했습니다. 인류의 먼 미래를 걱정하는 영화는 나쁜 영화이고 나의 내일을 걱정하는 영화는 좋은 영화다. 이영애가 영화 << 친절한 금자씨 >> 에서 유행시킨 대사를 사용하고 싶었으나 차마 하지 못한 채 탤런트 고두심이 쌍팔년도에 유행시켰던 말투를 빌려 다정한 목소리로 시니컬하지만 동시에 포지티브 하며 러블리한 메시지 하나, 선생님의 뾰족한 등짝을 향해 띄우련다. " ㅋㅋㅋ 잘났어, 정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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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o 2017-12-06 21: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장주원은 무슨 작가인가요?

곰곰생각하는발 2017-12-06 23:06   좋아요 1 | URL
모르겠숩나더. 책 하나 나온긴 합니다만.. 처음 듣는 이름입니디ㅏ. 샐링 포인트 보니 좆도 안 팔린 책이던데.. 이참에 보일러 놯드리는 것처럼 이참에 이 책 한 권 사드려야 겠어요..

akardo 2017-12-06 23: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냥 봐도 장씨 글은 구구절절 ‘개‘소리네요. 시원한 반박글 감사합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7-12-07 09:12   좋아요 0 | URL
논리가 하도... ㅎㅎㅎㅎㅎㅎ 좀 더 근사한 논리를 펼수는 없었을까요.. 그게 신기하더군요.

2017-12-07 06: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2-07 09: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7-12-07 1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모든 인간에게 주어진 것이라 오래전 우리들이 믿기로 합의했던 권리들이 피부색이나 국적이나 성별이나 성적지향 따위를 이유로 제한당하지 않길 바란다.」

→ 이 문장만 보고 사람들이 페미니스트가 ‘국적’, ‘성별’, ‘성적 지향’을 무시하는 사람인 줄 알겠어요. 한서희처럼 트랜스젠더를 배제하는 극단적인 페미니스트가 있긴 합니다만, 그 ‘부분’만 보고 ‘전체’가 잘못됐다고 할 수 없어요. 국적이 다른 사람, 성소수자도 인간이기에 그들을 이해하려고 접근하는 페미니즘이 제3세계 페미니즘, 퀴어 페미니즘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7-12-07 10:36   좋아요 0 |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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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습니다. 저 선언문 자체가 극단적 논리 모순이라 나쁜 문장의 좋은 예로 학원에서 유통해도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yamoo 2017-12-07 2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대뽀의 논리네요.ㅎ 뭐, 페미니스트들한테 논리를 기대하기는 힘들고...참으로 한심한 선언입니다. 그러니 페미니스트들이 욕먹지요. 네, 욕먹을만한 선언인 듯합나다.

근데, 이 선언을 한 사람이 장주원인가 보죠? 첨 듣는 사람인데 선언이 참으로 우스운 글꼴이 되버려서, 많이 까임을 당하겠습니다...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