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화요일날 출장길 버스를 타면서 2시간은 걸린다니 늘어지게 잠이나 자보자라는 생각을 했었다.
뒷자리에 자리잡으신 연세가 지긋하신 세분의 어르신들만 없었다면 말이다.
비교적 큰 목소리로 대화를 나누시는 그분들의 주요 관심사는 집.부동산...그리고 좋게 말해 투자..
나쁘게 말하면 투기였었다.
나와 같은 목적지에 똑같은 관심대상으로 가시는 듯...하지만 난 일때문에 아파트를 찾았지만 그분들
은 투자의 대상으로 아파트를 찾으시는 듯 했다.
세금문제부터 시작해서 은행대출까지... 그 연세에 어쩌면 1시간여동안 쉬지도 않고 우렁차게 투자에
대한 열변을 토하시는지...난 결국 퀸과 트레비스. 킨, 후바스탱크, 콜드플레이의 힘을 빌려 겨우겨우
버스안에서 모자란 잠을 청할 수 있었다.
2.
서산에 도착한 후 목적지로 가기 위해 택시를 탔고 그곳에 있는 W은행 앞을 지나게 되었다.
은행건물의 한쪽 벽면을 차지하고 있는 커다란 플랭카드...
초저금리로 아파트 구입을 위한 담보대출을 해주고 있다고 한다.
비록 서산뿐만이 아니라 보름에 한벌 꼴로 내 핸드폰은 은행에서 대출받으라고 귄유하는 전화가 온다.
내 신용상태가 그리도 좋았단 말인가..??
3.
사무실에 좋은 땅 있으니까 투자하라고 호객행위를 하는 제법 성가신 전화들이 자주 걸려온다.
주로 사장님~ 으로 시작하는 이런 종류의 전화는 제법 끈질기까지 하다. 자주 접하다 보니 이제
자연스럽게 상대하는 방법을 터득해버렸다.
"그렇게 좋은 땅을 왜 저에게 알려주시나요...댁이 사시면 되죠...요즘 은행대출도 잘해주고
최민식씨나 김하늘씨나 최수종씨를 만나시면 되는데 말이죠....뚝!(전화기 끊는 소리)"
버스에서 혹은 공공장소나 사람들이 모여서 떠드는 소리를 유심히 들어보고 있으면 집값 어쩌구....
대출 어쩌구... 투자...어쩌구..가 제법 많이들 들려온다. 이런 소리를 듣다 보면 왠지 모르게 걱정이
앞서게 된다.
미국의 어느 수완좋은 금융인이 어느순간 자신의 금융일선에서 손을 놓고 활동중지를 선언한 적이
있다고 한다. 지인들이 그렇게 잘나가면서 왜 그만두고 활동중단을 선언했는지 물어봤다고 한다.
그가 말하길 증권거래소 앞에서 구두를 닦는 어느 소년이 구두약이 묻은 손으로 주식을 사가는 모습을
보고 조만간 큰 위기가 올것이라고 예상하고 일선에서 발을 뺀 것이라 농담조로 이유를 설명했다고 한다.
반년이 채 되기도 전에 미국엔 대공항이 몰아닥쳤다
내년엔 상황이 더 악화될지도 모른다고 하던데...
짙은 안개속에 갇히게 되면 길을 헤쳐나갈 촉수가 높은 안개등을 장비하던지..
아님 그 자리에 꼼짝말고 있어야 하던지...
섣불리 움직였다간 길을 잃는 건 기본이고 끝장이 날 판국이니까..
뱀꼬리 : 펀드가 마이너스다..!!! 에이 댄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