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분께 주워들은 이야기로 객지에 나가 먹을 것이 마땅치 않을 땐 비빔밥을 선택하라는 훈수를 들은 적이 있다. 그 음식만큼은 전국 비슷한 모양새와 대동소이한 평균적인 맛을 유지할 수 있다는 이유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모든 비빔밥이 다 똑같지는 않을 것이다.

 

강남에서 사회생활을 할 때 직장 동료와 함께 어느 건물의 지하상가에 들어 한 끼 해결한 적이 있었다. 식당 제목이 아마 “무슨무슨 비빔밥”이던 기억이 난다. 기대는 하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땅값 비싼 강남 그것도 오피스 거리가 운집한 동네 식당이라고 하기엔 인테리어에 걸맞지 않게 내오는 음식이 비빔밥이라니. 그냥 김밥, 라면 쫄면을 팔면 딱 어울리는 분위기와는 어울리지 않는 메뉴였었다. 더불어 한참 점심시간에 손님이 정말 뜨문뜨문 민망할 정도로 앉아 있는 모습에서 애당초 기대를 접었었다.

 

잠시의 시간이 흐른 후 내 앞에 내온 비빔밥은 기대 이상의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일단 허연 플라스틱 그릇이 아닌 제법 뜨끈하게 덥혀 논 누르스름한 방짜 유기에 음식이 담겨져 나온다. 밥 위에 올려 진 고명은 때깔도 곱다. 각종 나물들이 각자의 색깔을 그대로 보유하고 있었으며 비비기 전 살짝 집어 먹었던 고명에선 적당한 풋내와 더불어 식감 자체가 제대로 살아있었다. 모든 것이 기대치 이상이었으나 그 기대를 넘어서는 것은 고추장이었다. 밥 위에 올려져 나와 있지 않고 다른 방짜유기 종지에 담겨져 나온 고추장은 일반 고추장과는 다른 느낌을 가지고 있었다. 살짝 찍어 먹어 보니 참 오묘하다. 너무 맵지도 짜지도 달지도 않으면서도 식욕을 확 끌어 당겼다. 고추장을 적당량 섞어 열심히 비벼 정신없이 “퍼”먹었다. 배가 고프기도 했었지만, 음식 맛이 좋다 보니 섭취가 아닌 흡입의 수준이었다.

 

몇 차례 그 집을 방문했을 때 언제나 그 수준의 맛을 유지해주는 실력을 가졌었기에 입맛 없을 때 종종 찾아 갔던 기억이 난다. 물론 내가 그 동네에서 사회생활을 마감했을 때 자연스럽게 발길을 끊었지만 말이다.

 

이렇게 맛있는 비빔밥만 마주친다면 그다지 불만은 없겠으나 그렇지 못한 비빔밥도 종종 마주치곤 한다. 시금치나물이 분명 상했음에도 안상했다 우기는 밥집을 마주치기도 했지만, 그래도 모님이 말씀하졌듯 비빔밥은 고만고만 평균 이상은 해줬던 메뉴였던 것 같다. 그런데 내가 생각하는 비빔밥이 어쩌다 하루아침에 고상과 우아의 상징이 돼 버린 것 같다 사실 말장난의 극치 같기도 하지만 졸지에 구국의 결단, 민족 단결의 상징이 돼 버렸으니 말이다.

 

“다른 재료들이 고추장과 참기름이 함께 섞여 완전히 다른 음식이 되며 융합해서 하나가 될 때 시너지효과, 새로운 발전. 도약. 아름다움이 나타날 수 있는 비빔밥”

 

아 이정도면 튀르푸, 캐비어, 푸아그라가 부럽지 않다. 거기다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수준의 식재료에서 저런 아름답고 거룩한 뜻이 숨어있었을 줄이야. 확실히 차원이 달라도 한참 다른 사람들의 머릿속에선 평범한 비빔밥도 저리 변신할 수 있나 보다. 이렇게 말하면 정말 수많은 음식들에게 찬란한 의미를 부여해 줄 수 있을 것 같다. 예를 몇 개 들어보자.

 

1)부대찌게
-서양의 문물인 햄, 소시지와 일본문화가 원류인 라면과 함께 한국 고유의 양념이 만나 글로벌한 시대에 맞춰 전 세계적으로 뻗어 나가는 한국인의 진취적인 기상을 내포하고 있는 전 세계화된 전대미문의 부대찌개.

 

2)뼈다귀감자탕
-딱딱한 돼지 등뼈 속에 파묻힌 고단백 살코기를 젓가락으로 발췌하여 먹을 수 있는 음식으로써 정밀과학과 반도체 산업의 세계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대한민국 위상을 상징할 수 있는 인터내셔널하며 트레지스터한 뼈다귀 감자탕.

 

3)수제비
-밀가루와 물의 환상적인 조합으로 믹싱 되어 찰진 글루틴의 효과를 100% 뽑아낸 음식으로 이는 우리 민족의 타 문물의 흡수와 더불어 더더욱 업그레이드되어 문화를 크리에이티브하게 만들어주는 원동력을 표현해주는 음식.

 

이렇게 해석이 가능하지 않을까.

 

뱀꼬리 : 먹는 거 가지고 장난치지 마라. 정말 화난다.


댓글(12)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마녀고양이 2012-11-27 13: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 비빔밥.
어제 모 토론에서 주인공에게 잘 하는 음식은 하고 묻자 비빔밥이라고 대답했던,
페이퍼와 전혀 상관없는 상황이 떠오르네요. 그만큼 비빔밥은 한국 대표 음식이겠죠.
사실 저는 밑반찬 해치우고 싶으면, 다 넣고 비비기 시작합니다. 음....
이렇게 하면 비빔밥이긴 한데, 거지 동냥 그릇과 비슷한 내용물이 되기도 합니다.

다시 하시던 일로 돌아오셨군요.
다행입니다, 살짝 걱정했거든요. 그리고 제가 예전 하던 업종의 월급이 센 편이지만
저는 그래도 다른 직업의 월급이 아무리 적어도 그것의 절반 수준은 될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최근에 충격의 연속입니다. ㅋ

Mephistopheles 2012-11-28 16:42   좋아요 0 | URL
그 주인공되시는 분이......비빔밥을 저기 저 빨간글씨로 평가하셨습니다. 어찌나 오글거리는지...

월급의 격차는 대한민국에서 제법 많이 납니다. 제가 다른 일을 했을 때 그 노동강도에 비해 받는 월급은 처참하더군요. 그나마도 인권비 많이 나간다고 제때 안주고 밀리기도 하고요.(이 나라는 선진국 될라면 아직 멀었어요.)

감은빛 2012-11-28 1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천 꽝 찍고 갑니다! ^^

Mephistopheles 2012-11-28 16:42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종종 들려주세요.^^

야클 2012-11-28 13: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어탕'도 풀어서 해석 바랍니다.

Mephistopheles 2012-11-28 17:48   좋아요 0 | URL
외모가 먹음직스럽지 않은 미꾸라지를 통째로 믹스시켜 뼈까지 분쇄하여 탕국으로 끓인 이 음식은 자랑스럽지 않은 과거를 한 순간에 이미지 메이킹시키는 특정 인물들에게 비유되는 음식. (점심은 추어탕? 드셨나요?)

야클 2012-11-28 18:03   좋아요 0 | URL
오늘 저녁메뉴가 될듯 합니다. 남원추어탕 ^^

Mephistopheles 2012-11-28 18:37   좋아요 0 | URL
야근이시군요.

antitheme 2012-11-28 18: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맛있는 비빔밥집이 어딘지 알려주세요. 혹여 강남 가면 한번 가보고 싶군요.^^

Mephistopheles 2012-11-28 18:37   좋아요 0 | URL
선릉역 쪽에 있었는데 지금은 있는지 없는지 모르겠습니다. 성원타워 지하였으니까요.

루쉰P 2012-11-29 10: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하하하 전 부대찌개의 원류인 경기 북부 O시에 살고 있어요. 이번 주말에 지인들 부대찌개 대접하려고 하는데 ㅋ 진취적인 기상을 가진 음식이라 소개하면 딱이겠어요.

아 완전 감사합니다. ㅋㅋ

Mephistopheles 2012-11-29 20:51   좋아요 0 | URL
설마 진짜로 그리 소개하실라고요?? ㅋㅋ 그냥 존슨탕이라고 소개하세요. 꿀꿀이 죽이 좀 럭셔리하게 발전한 음식인데 태생이 사실 비극적인 음식이기도 하잖아요.
 

 

다짜고짜 근황 페이퍼.

 

접힌 부분 펼치기 ▼

 

1. 서울을 떠난 지 1년여...신해철은 말했다. “아침엔 우유한잔, 점심엔 패스트푸드 쫒기는 사람처럼 시계바늘 보면서 (중략) 디스이스더시티라이프!” 이젠 마음까지도 턱별시민이 아닌 사람이 되어버렸다. 그 증거가 수요일, 대중교통을 이용해 상경한 서울에서 부대낀 수많은 인파에 섞이며 살쩍 멀미를 느껴버렸으니까. 특별시는 분명 특별시로써의 장점이 있겠으나 지금의 내 사정상 분명 버거운 도시가 돼 버린 것 같다.

 

2. 아버지가 많이 호전되셨다. 워낙 고집불통의 성격을 가진 완고한 양반이셔서 치료와 재활에 많은 애로사항을 겪었으나 주치의와 간호사도 깜짝 놀랄 정도로 그 회복속도가 빠르신가 보다. 뇌경색의 특징 상 후유증은 분명 존재하겠으나 그 정도가 경미하다면 그 또한 반가운 일이다. 주말마다 본의 아니게 병원에서 1박을 하며 병상에 누워있는 환자뿐만 아니라 보호자들의 모습에 많은 연민을 느끼게 된다. 제대로 된 밥 한 끼 먹기 힘든 상황에서 병상을 간호하는 그들에게 일종의 경외감을 느꼈다. 긴병에 열녀와 효자가 없다고 한다. 틀린 말은 아닌 것 같다. 하지만 마지막 끈이 떨어지는 그 순간까지 가족들은 최선을 다한다. 그게 피가 물보다 진한 이유일지도 모른다.

 

3. 졸지에 미쿡에 사는 누나가 급하게 들어왔다. 사실 아버지가 쓰러지실 때 매형이 일 때문에 한국에 나와 있었다. 많이 놀란 매형은 아버지의 병상을 지켰고 출국날짜가 다가오자 발이 떨어지지 않는다고 말하곤 했다. 결국 조카 녀석들 때문에 매형은 출국하고 누나가 입국하게 되었다. 초반엔 고생을 했지만 아버지가 호전되다 보니 한시름 놓게 되었다. 시간적으로 심리적으로 여유를 찾게 되니 여러 가지 문화적 충돌이 오고 있나 보다.

 

에피소드 1)

재활병동으로 옮기신 아버지가 제법 도도한 레지던트의 진료를 받았었나 보다. 이런저런 검사를 약간은 고압적으로 했고, 그게 제법 못마땅했었나 보다. 검사를 마치고 차트에 휘갈겨 쓴 꼬부랑 영어가 누나의 눈에 띄었다. 그 중에 단어 하나가 스펠링이 틀렸다고 살짝 지적했더니 그럴 리 없다는 반응을 보였단다. (사실 누나는 의료관련 봉사를 많이 하다 보니 의학전문영어를 알고 있는 상황) 슬쩍 인터넷으로 검색한 레지던트는 자신의 실수에 겸연쩍게 반응하며 “대체 어디 사세요?”라고 질문을 던졌단다. 누가의 답변은 “엔변이요” 였다.

 

에피소드 2)

짜장면이 먹고 싶다 하여 병원 부근의 중국집을 수소문해 주문을 넣었다. 메뉴판을 보던 누나는 “쟁반 짜장”에 시선에 머물렀다. 이게 뭐냐? 란 질문에 이런 저런 설명을 했더니 이걸 먹어보자고 한다. “군만두는 서비스로 준다며?” 이에 나는 4인분부터 서비스란 설명을 해줬더니 치사하다를 연발한다. 도착한 배달부의 모습을 보며 낄낄낄 웃기 시작한다. 왜 웃나 물어보니 한국에서 유년을 보냈던 조카 녀석이 저 철가방을 기억한다고 한다. 그것도 “스테인리스 스틸 실버 백 딜리버리”로 말이다.

 

4. 누나를 만나 조카들의 근황을 들었다. 첫째가 벌써 우리나라로 따지면 고3이란다. 내년이면 대학생이 되는 것이다. 둘째 놈은 주니어와 동갑이다. 세월이 그렇게 지난 것이다. 그런데 첫째 조카 녀석이 제법 똘똘한가 보다. H대나 M대나 J대 중 장학금을 많이 주는 곳으로 선택하여 간다고 한다. 아마도 조카 녀석들은 매형 두뇌를 유전적으로 물려받은 것이 확실해지는 부분이다. 예정대로 M대를 가게 된다면 말미잘님의 페이퍼에서 보여 준 3분 19초에 등장하는 그 유명한 남자를 만난다는 것인데 나중에 소감이나 물어봐야겠다. 다행히 조카 놈은 한국말도 한다. 더불어 학교에서 말 춤도 춘다고 한다.

펼친 부분 접기 ▲

 

 

나의 근황은 대략 이랬다. 이 중엔 차마 말하기 어려운 수많은 이야기들이 있으나 그건 그냥 내 속에 묻어두는 편이 나을 것 같다. 지난 1년여 동안 나에겐  수많은 별 일이 발생했다. 고속도로에서 3번 황천길을 건너갈 뻔 했고, 왼쪽 손등이 박살날 뻔도 했고 양쪽 팔뚝과 종아리엔 아마 지워지기 힘든 물리적 흉터가 남겨졌다. 사업을 하는 사람의 아집이 얼마나 무섭다는 것도 알았으며, 최악의 상황에서 인간의 본색이 드러난다는 것도 깨닫게 되었다. 대기업이 아닌 중소기업 노동자들의 삶이 어처구니 없을 정도로 억압과 착취를 당하는지는 덤이다. 더불어 아버지는 쓰러지시고 과감히 버렸던 예전의 밥벌이의 현장으로 다시 돌아갔다. 전쟁으로 따지면 패잔병이고 사회적으로 말하면 패배자일지도 모르겠다.

 

지금도 난 수 많은 별일과 함께 살고 있지만 분명한 건 어제보단 오늘이 오늘보단 내일이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 별일이 있다한들 나날이 좋아진다면 패잔병이고 패배자일지라도 현실은 그리 나쁘지만은 않을 것 같다.

 

누군가 내게 이런 말을 했었다. 언제까지 남의 밑에서 일할래? 너도 늬 사업을 해야지. 분명 달콤하고 유혹적인 말이긴 하다. 넘어갈 뻔 했지만 막판에 정신을 차렸길 다행이다. 시간이 지났지만 되묻고 싶다. 엄청난 빚더미에 가족과 형제까지 팔아먹으며 사업을 하고 싶을까. 수많은 거짓말로 여러 사람 수렁에 빠트리느니 조금 부족해도 그냥 월급쟁이로 살겠다고.


댓글(28) 먼댓글(0) 좋아요(1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antitheme 2012-11-16 06: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메피님 그동안 많은 일들을 겪으셨군요. 그래도 그모든 일들이 좋은 쪽으로 수습되고 있다니 다행이네요. 앞으론 좋은 일이 더 많이 생기길 기원드립니다.
알라딘에서 자주 뵐 수 있었으면 합니다.

Mephistopheles 2012-11-16 09:33   좋아요 0 | URL
아직 정리되지 않은 일이 있긴 하지만 그건 제가 그리 신용하지 않는 법의 힘을 빌려볼까 하고요. 관련 법규만 따져보니 어마어마하더군요. 노동법은 기본에 도로교통법에 식품 위생법에 금융에 관련된 법에...분명한 건 한꺼번에 터트리면 완벽한 재기불능으로 만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조선인 2012-11-16 08: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헐 끝내주는 태그네요. 그 모든 1년을 살아낸 메피스토님에게 건배를. 슬쩍 곁들여 모든 생존경쟁에서 끈질기게 버틴 우리 모두에게 건배를.

Mephistopheles 2012-11-16 09:34   좋아요 0 | URL
라디오에서 줏어 들었는데 "젖은 낙엽 정신"이라는게 있다더군요. 비온 날 아스팔트 바닥에 찰싹 붙어서 무진 빗질에도 절대 떨어지지 않는...그런 정신으로 살아야 하는 세상이라고..^^

토트 2012-11-16 09: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힘드셨겠어요.
안좋은 일은 한꺼번에 일어난다니까 이제 당분간 좋은 일만 일어날거에요.
힘내세요!! ^^

Mephistopheles 2012-11-16 09:35   좋아요 0 | URL
근데 제가 내년부터 삼재라더군요. 아니 그럼 이 모든 건 단지 리허설이고 전야제였단 말인건지..나원참..

깐따삐야 2012-11-16 09: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라딘의 큰오빠 메피님! 역시 큰오빠다운 선택이세요. 힘든 일을 겪는 중에도 온정과 유머와 희망을 잃지 않는 가족의 모습이 좋아 보여요. 메피님이 이곳에 계셔서 왠지 모르게 항상 든든해요.^^

Mephistopheles 2012-11-16 12:02   좋아요 0 | URL
와하하하하...제가 큰오빠면 제 윗 연배이신 분들은 아저씨군요.와하하하하 왠지 아저씨와 오빠의 경계에서 오빠의 영역에 안주하는 이 뿌듯함이란!!

개인주의 2012-11-16 11: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유머를 잃지 않으시는 메피님과 가족. ^^
굉장히 공감가는 글이네요.
특히 맨 마지막 글이.=_=
막 달리다 보면 이성적인 판단이 흐려지더라구요.
본인은 절대 인정하지 않지만.;

Mephistopheles 2012-11-16 18:10   좋아요 0 | URL
넵 본인은 절대 인정하지 않죠.
말리고 제지하는 사람들에게 오히려 그게 당신들의 한계라고 큰소리를 칩니다.
하지만 단 몇개월만에 바닥이 전부 보여버리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정을
않합니다. 참 묘하죠?

프레이야 2012-11-16 1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동안 정말 많은 일이 있으셨군요. 참 별일 없이 산다는 게 쉽지 않다는..ㅠㅠ
아버님, 잘 회복하시길 바랍니다.
에피소드 1) 때문에 웃다가 넘어질라 합니다.ㅎㅎㅎㅎㅎ
유머도 가족내력인가 봐요.^^

Mephistopheles 2012-11-16 18:11   좋아요 0 | URL
그 레지던트는 그 다음부터 회진돌때 유독 어색하고 불편하게 무언가로 왠만하면 가리면서 차트를 쓴다...라고 하더군요.

moonnight 2012-11-16 12: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힘드셨겠어요. 많은 일들이 있었는데도 꿋꿋이 이겨내시는 모습이 정말, 멋지십니다. ^^ 언제까지 남의 밑에서 일할래? 이렇게 부추기는 사람들, 나빠요. -_-;;;;; 아버님 빨리 회복되고 계시다니 참 감사합니다. 하여간에 건강이 최고예요. 메피님도 건강 잘 챙기시길 바라며, 컴백하신 직장(직종?)에서 좋은 하루하루 보내시길 또 기도합니다. ^^

Mephistopheles 2012-11-16 18:12   좋아요 0 | URL
그 부추킴이 내면 깊숙히 이용가치를 철저히 계산한 언행이었기 아마도 걸려들어가지 않았나 봅니다. 사기를 칠려면 제대로 치던가 속이 뻔히 보이는 사기를 컴퓨터 파일 몇개와 세치 혀로 해볼려고 하다니..지금 다시 생각해보면 어처구니없기도 하지만 한심하게 보이기도 합니다.

BRINY 2012-11-16 14: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지막 문단은 '사업본부장' 명함을 갖고 다니는 동생에게 그대로 들려주고 싶습니다.

그나저나 태그는 정말 쇼킹하네요. 동생은 그 정도 그릇은 아니니까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Mephistopheles 2012-11-16 18:13   좋아요 0 | URL
이 태그는 새발의 피랍니다. 전 이번에 인간의 바닥을 봤습니다. 인간과 짐승의 아슬아슬한 경계...

비연 2012-11-16 14: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메피님. 많은 일들이 있었던 것 같네요....
그래도, 어렵게 돌아돌아 자리를 다시 잡으신 것 같으니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걸 계기로 알라딘에 자주 들러주시니 더욱 좋네요, 저는.

Mephistopheles 2012-11-16 18:15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참 많이도 돌아서 왔네요. 바로 전의 일터가 최악의 상황인지라 이젠 왠만한 일에도 여유가 생기더군요. 무슨 대장간의 담금질 당한 쇠덩이도 아니고 한껏 쇠망치로 두둘겨 맞았더니 단단해졌습니다..ㅋㅋ

무해한모리군 2012-11-16 15: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도 건강이 돌아오셔서 다행입니다..
정말 다행이예요.

Mephistopheles 2012-11-16 18:16   좋아요 0 | URL
건강은 늘 소중해요 정말..
그런데 그걸 지키는게 생각보다 힘들더군요.
주위환경의 영향도 무시못하고요.

마노아 2012-11-16 16: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생 많으셨지만 여전히 씩씩한 메피님을 보니 다행스러워요. 격렬히 응원합니다.^^

Mephistopheles 2012-11-16 18:17   좋아요 0 | URL
씩씩하진 않고 요즘은 그냥 품속에 칼하나 품고 다니는 기분입니다.
튀어나오지 말아야 할텐데 자꾸 튀어나오게 도발하는 사람하나가 있어
문제입니다. 빨리 정리하고 털어내야죠..

몬스터 2012-11-16 21: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살아낸다는게 견뎌내는 것인듯 합니다. 기운내세요 3번 썼다가 지웠다가 했습니다. (조심스러워서요). 기운내요. 내강외유이신 분인듯 합니다.

Mephistopheles 2012-11-18 17:25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문오현님. 저만 그렇겠습니까. 요즘 사는 것자체가 많이 힘든 시기다 보니 저보다 더 힘들분들도 신나게 웃으면서 사실꺼 같습니다. (대표적인 예로 아버지가 입원한 병원에 누웠는 중환자 분들이나 사건 사고로 급하게 응급실로 실려오시는 분들이요) 아 전 내강외유라기보단 그냥 내유외유하고 싶습니다..^^

saint236 2012-11-18 17: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매일 치열하게 살아가는 것이 패잔병일리가 없죠. 가끔은 그 자리에서 버텨주는 것이 가장 힘든일이고, 주변 사람에게 가장 힘이 되는 일이기도 합니다. 힘내시고요. 컴백한 메피님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컴백 공지를 하신 다음에도 메피님답지 않은 글을 보면서 의아했던 적이 꽤 있었습니다.

Mephistopheles 2012-11-18 17:26   좋아요 0 | URL
이미 지난 일이라 그려려니 합니다만. 받은 건 반드시 되돌려줘야겠기에 준비 중인 것이 있습니다.^^

2012-11-20 15: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11-21 00: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건너 테이블에 앉아 있는 여자가 전화통화를 한다. 피곤에 찌든 음성이며 목소리는 갈라지고 눈은 퀭해 보인다. 근접거리다 보니 본의 아니게 통화내용을 듣게 되었다.

 

어 어젯밤에 오빠랑 교대했어. 그러게 그나마 비행기로 4시간 거리니까 올 수 있는 거지 더 멀었으면 꿈도 못 꿨지. 상태는 많이 좋아졌어. 본인은 당장 나가겠다고 하지만 그건 불가능하고....아무래도 무리했나 봐. 안 그래도 아빠 저리 되고 엄마가 고생이 심했어. 그 수발드는 게 보통이 아니잖아 저러다 엄마까지 쓰러진 거지. 다행히 119불러 2시간 이내로 응급실 와서 상태가 저 정도인거야 좀만 늦었어봐 어휴....

 

그 대화를 본의 아니게 엿듣는 나 역시 전화기를 붙잡고 수다를 하는 여인네와 별반 다를 바 없다. 추리닝을 걸쳐 입고 잠은 제대로 못자 눈은 뻑뻑하다, 조금이라도 정신 좀 차리겠다고 의자 앞에 자리 잡은 푸르스름한 조명을 내뿜는 커피 자판기에서 일반커피보다 100원이나 비싼 고급 자판기 커피를 뽑아 마시고 있었으니까.

 

일주일 전 이런 일이 우리 집에도 일어났다. 우린 이미 일 년 전 분가를 했고, 퇴직하신 아버지는 홀로 집에 계셨고 어머닌 출타 중이었다. 침대에서 내려오시던 아버지는 곧바로 쓰러지셨고 집으로 귀가하시던 어머니에게 발견, 응급실로 실려갔나보다. 원인은 뇌경색. 응급실에서 반나절 후 집중치료실에서 사흘, 그리고 일반병동으로 옮기셨다. 음식물 섭취 불가로 인해 주렁주렁 팔에 주사액을 매달고 코에 불투명한 호스를 꼽으셨다.

 

그나마 다행이라고 봐야 할 사항은 병원 침대에 누우셔서도 평소의 못된 습관이 그대로 나온다는 것이다. 지독하게 어머니 말을 안 듣고 세상 만천하 사람들을 눈 밑에 두시는 버릇은 여전하시다. 회진 도는 의사와 간호사를 비롯해 주변 환자들까지 무시하는 그 모습에서 조금은 안도를 한다.

 

결국 주말엔 코에 꽂아 놓은 호스를 묶여 있는 손목 재갈을 풀고 스스로 기어이 뽑아내버렸다. 이게 벌써 4번째란다. 일주일 동안 이런 빈도는 전무후무하다는 병원 관계자의 평가다. 다행히 점차 호전되는 모습을 보이시나 보다. 이젠 코로 섭취해야 할 간단한 유동식도 입으로 직접 드시고 재활치료에 들어갔다고 하시니. 더불어 신체 반응을 점검하는 의사의 손가락을 부러질 정도로 잡아채는 손아귀 힘이라면 큰 문제는 없어 보인다.

 

덕분에 비행기로 13시간이나 걸리는 거리에 위치한 누나는 이번 주에 들어온단다. 아무래도 아버지 연세가 있기 때문에 이번 일을 계기로 가부장의 부재로 인해 발생하는 여러 가지 상황에 대해 이야기를 해봐야겠다,


 

 


댓글(1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12-10-30 20: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10-31 09: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야클 2012-10-30 21: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주일이란 시간이 참 힘드셨겠군요. 큰 고비는 넘기신 듯 하니 다행입니다.
쾌유를 바랍니다. 그런데 아버님의 손아귀 힘은 당근 아드님이 물려 받으셨겠지요? 메피님 몸 손가락으로 함부로 건드리면 큰일 나겠습니다. ^^

Mephistopheles 2012-10-31 09:02   좋아요 0 | URL
아..전 직업의 특성상 테니스엘보부터 시작해 어깨 팔꿈치, 손목까지 두루두루 산업재해급 장애가 있는지라..그닥 힘이 좋진 않습니다..^^ 무슨 프로 10년차 매 시즌 15승씩 올리는 정통파 우완투수도 아닌데 말입니다.

paviana 2012-10-31 00: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계절이 참 무서운 계절이에요 . 그래도 그만 하시니 다행이네요. 많이 놀라셨겠네요.

Mephistopheles 2012-10-31 09:02   좋아요 0 | URL
저보다야 어머니가 많이 놀라셨죠. 전화 받았을 때 거의 패닉상태셨죠..

개인주의 2012-10-31 1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르신들도 조심하셔야 하지만 요즘은 다들 조심해야합니다..ㅠㅠ;;
요렇게 온도 변화가 심할때는 특히..
저는 봄에 찬바람 불 때 안면마비가 왔는데
다시 찬바람 부니 한쪽 얼굴과 머리가 다시 통증이 시작됩니다.
조금씩 겁도 나고..

Mephistopheles 2012-10-31 18:17   좋아요 0 | URL
저도 작년에 심각하진 않은 증상으로 수술받고 회복이 굉장히 더디는 바람에 겁 잔뜩 먹고 건강을 생각하게 되었답니다. 술은 완전 끊은거나 마찬가지고 담배는 진행중이고 암튼 조심해졌습니다..

moonnight 2012-11-01 17: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고 얼마나 걱정하셨어요. ㅠ_ㅠ
그나마 천만다행이라고 해야겠어요. 어머니 진짜 많이 놀라셨겠네요. ㅠ_ㅠ
좌우지간 건강이 최고예요. 아버님 얼른 쾌차하시길 기도하겠습니다.

Mephistopheles 2012-11-01 18:27   좋아요 0 | URL
아무래도 연세가 있다보니...놀라기도 놀랐지만...이제 슬슬 다른 준비꺼리도 걱정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다시 시작하는 사회생활. 조금 더 구차하게 말을 하자면 밥벌이라는 것을 시작하며 필수 불가결로 따라오는 것은 “회식”이라는 행위란다. 그래도 요즘은 다양한 방면으로 발전하는지 꼭 음주가무와 주지육림의 세계가 아닌가 보다. 라곤 하지만....

 

여전히 대부분의 회식에 꼭 따라 붙는 건 “술”이 아닐까 싶다. 이게 시대의 변화에 따라 소주와 맥주의 시대에서 각종 외국술(와인, 데낄라, 보드카 등등)로 다양성이 확보 되었다고는 하지만...

 

내가 밥벌이를 주로 했던 업종은 여전히 주종은 소주다.

 

목요일이었나. 급작스럽게 잡힌 회식일정. 워낙 소규모의 회사다 보니 직원도 별로 없다. 뭐 불경기의 여파를 직격탄으로 맞은 분야다 보니 규모와 사업 축소, 현 상태 유지 혹은 버티기가 주류인지라 이런 규모의 사무실은 증가 추세라고 한다. 어찌되었건 잡힌 회식 일정에 1년 반 만에 이슬이를 만나러 간다.

 

메뉴는 너무나도 대중적인 국민육식섭취의 대표주자 삼겹살. 회사 근처에 그래도 제법 잘하는 단골집이 있는지 자연스럽게 그리로 가게 된다. 제법 잘 나오는 것 같다. 메인이 나오기 전 이런저런 반찬에 눈에 띄게 차별적인 건 김+날치알, 콘치즈 정도. 고기도 제법 실하다. 더불어 등장한 이슬이는 후레쉬가 아니라 빨간 병마개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일잔...그리고 이잔......더불어 삼진.......잠시 후 “여기 한 병 더요!” 또 일잔...이잔...삼잔...(어 좀 빠른 것 같은데...) 또 다시 “여기 한 병 더요!”...그리고 무한 루프......

 

고기와 반찬이 바닥났을 때 명당 두병씩은 마신 것 같다. 그런데....

 

예전에 난.....이리 먹고 멀짱했다. 예전에 난... 이리 퍼마시고 얼굴색조차 변하지 않았다. 그리고 예전에 난....예전에 난.....블라블라 주절주절 어쩌고저쩌고.

 

그래도 첫 회식인데 약한 모습 보이면 안 되지. 라는 단단한 정신력으로 재무장하며 고기 집을 나왔는데, 왜 세상은 내 중심으로 빙빙 도는 걸까. 더불어 영화 인셉션의 어떤 장면마냥 저쪽 언덕 위의 집들이 쿠아아 하며 구부러지며 내 코앞으로 다가오는 것일까. 메트릭스의 세계처럼 건물 외벽은 우굴렁 쭈굴렁거리는 걸까.

 

  이렇게 2차까지 마치고 집에 오자마자 바로 자빠링. 바로 숙면모드로 들어갔다. 아침에 일어나도 어지럼증은 계속 진행형이다. 다음 날 역시 두통을 달고 살았다. 난 이제 소주 두병에 침몰되는 수순을 거치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잠시의 음주가무와 주지육림의 단절로 인한 일시적인 현상일까.

 

다음 주에 몇 번 더 술 마셔보고 결정해봐야 겠다.


댓글(12)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웽스북스 2012-10-22 01: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빨간병 두병이면 저는 치사량인걸요 ㅠㅠ

Mephistopheles 2012-10-24 01:15   좋아요 0 | URL
대신 다른 주종은 아니겠죠..^^

야클 2012-10-22 09: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승엽이 왜 매일 경기가 있으나 없으나 수백번씩 방망이를 휘두르겠습니까? 감을 잃지 않으려는 거겠죠. 술도 감입니다. 자주 마시는 놈 못 당합니다. 자주 마시는게 해결책입니다. 우리 같이 자주 마셔 BoA요.......


라고 말씀 드리면 안되고 ^^ 이 참에 며칠 전 회식을 핑계삼아 술을 좀 줄이세요. 차라리 꼭두새벽에 등산을 해보세요.

Mephistopheles 2012-10-24 01:16   좋아요 0 | URL
이사한 동네 주변에 산이 없습니다...ㅋㅋ (아주 제대로 구색 맞춰 변명거리를 만들었다는..)

레와 2012-10-22 11: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얼마전 몇 달 금주 후 맥주 한캔 마셨다가 숙취로 고생한 걸 생각하면,
아........................................ 옛날이여...ㅡ.ㅜ

Mephistopheles 2012-10-24 01:17   좋아요 0 | URL
크어어헉 그래도 전 다행히 아직 홀짝홀짝 마시는 캔맥주 한캔에 숙취는 아직 오지 않고 있습니다.

Joule 2012-10-22 15: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술 마실 때 안주를 먹지 말아 보세요. 술만으로도 벅찬 상태에서 음식까지 소화시키려니 위며 간이며 더 난리난다고 들었어요. 의사들이 쓴 책에서. 위기의 주부에서 브리가 한때 알콜 중독에 빠졌을 때 술집 테이블에 그 흔한 마른안주 하나 없이 와인 병 하나 잔 하나 있는 것 보고 꽤 신선한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나네요. 술을 끊지도 줄이지도 말고 안주를 먹지 않으면 몸도 훨씬 좋아할 거예요.

Mephistopheles 2012-10-24 01:18   좋아요 0 | URL
근데...그 말씀하신 깡술이요...더 무섭다고 하더라고요. 알콜 의존증의 대표 증상 중에 깡술 이라고 하더라고요.

세실 2012-10-22 16: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웅 저런 사진은 대체 어디서 구하는 거래요? ㅎㅎ 센스쟁이 메피님^*^
술..나이를 생각해서 이제 1병으로 줄이세요~~

Mephistopheles 2012-10-24 01:19   좋아요 0 | URL
이런 사진은 그냥 포탈에서 "인셉션"만 검색하면....와장창 쏟아지신다죠..^^
가급적이면 안먹는 방향으로 잡을려고요..(담배도 그렇다면 얼마나 좋아요)

비연 2012-10-22 2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메피님. 그리웠습니다!

Mephistopheles 2012-10-24 01:19   좋아요 0 | URL
저도요!
 

1. 내 청소년 시절 그 질풍노도의 시기에 (사실은 발정 충만 시대.) 의래 수컷들은 시각적 이미지를 탐닉하곤 했다. 그 대표적인 아이콘이 가지가지 여러 방면 두루두루 있겠지만 아마도 “엠마누엘” 이란 이 4글자는 깊숙이 박혀 있을지도 모른다. 실비아 크리스텔이란 이 여배우는 아마도 그 당시 아직 채 덜 여문 내 또래 아이들의 발칙한 상상의 이상향이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런 그녀가 60의 나이에 삶을 내려놨다고 한다. 이유는 암 발병 후 치료에 전념하다 결국 다른 부위로 전이가 되며 상태 악화. 병원에서 수면 중 운명하였다고 한다. 그래 아무리 화려하고 요철 가득한 인생을 살아왔어도 결국 우린 늙거나 혹은 병들지도 모른다. 그리고 결국 이 복잡하고 머리 아픈 세상과 영원한 작별을 고한다. 같은 나이에 아직도 왕성하게 삶을 능동적으로 살아가는 또래의 사람들에 비해 그녀의 마지막은 왠지 쓸쓸해 보인다. 어쩌면 너무나 화려하고 자극적인 이미지로 인해 각인되어버렸을 선입견일지도 모른다. 이렇게 내 어린 시절의 에로스적 환상을 충족시켜주었던 시대의 아이콘 하나는 이제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2. 리턴이라고 해야 하나. 세상은 생각보다 무섭다는 걸 학습했다고 해야 하나. 난 분명 이 일 년 동안 꽤 거칠어진 것 같다. 다른 환경, 다른 부류의 인간들과 섞이면서 많을 것을 보고 경험했다. 아무리 가족이란 테두리의 범위에 있다 하더라도 나락의 상황에서 사람들은 본성이 나온다. 근데 그 모습은 희생적이거나 숭고한 것과는 거리가 멀다. 추하고 졸렬할 뿐이다. 나 혼자 독야청청하기에 세상은 만만치 않다. 더불어 흔히 말하는 바닥 쪽에 있는 노동자라는 계층이 무지막지한 대우를 받으며 노동력을 저당 잡히는 모습은 제법 충격이었다. 그들을 위해 만들었다는 노동법이 언제든지 그들의 심장을 관통하는 예리한 비수가 될 수 있다는 웃기지도 않는 현실은 제대로 학습한 것 같다.

 

 

 

3. 프랑수아즈 사강의 “슬픔이여 안녕” 처럼 나 역시 온갖 부정적인 슬픔과 분노의 부조리에게 이젠 안녕을 고해야 할 것 같다. 책의 원제목처럼 바이가 아닌 헬로우 혹은 봉쥬르의 뜻으로 말이다. 아니면 기타노 다케시의 영화 키즈 리턴의 마지막 대사처럼 아직 시작도 안했다고 외쳐야 할지도 모르겠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12-10-20 18: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 '엠마누엘' 영화는 안 봤어도, 포스터는 숱하게 봤고, 제목은 숱하게 들었지요. 소년들의 환상이 넘쳐나서 소녀들의 언저리까지 왔던가, 아님 소녀들이 호기심을 빛내며 넘겨다 봤던가.. 2. "아직 시작도 안 했잖아" 이 역시 시대를 풍미한 대사 혹은 소수에게 굉장히 유행한 대사.. 3. 노동법과 세상 얘기 인상적이에요. // 짧은 글이지만 오만 게 다 담겨 있군요.^^

Mephistopheles 2012-10-21 16:53   좋아요 0 | URL
1. 엠마누엘로 시작한 아이콘이 소피마르소와 피피 케이츠로 옮겨갔습니다. 단순한....호기심...이겠죠.^^
2. 그 시대 그 대사를 읇었던 세대들은 어디서 뭘 할까요? 여전히 시작도 않했을지도...
3. 일과 관리를 병행하며 여러가지 사실을 알게 되더군요. 법이란게 원래 그랬지만 이정도까지 불합리....할 줄은 몰랐습니다.

하늘바람 2012-10-21 13: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지내셨어요
오랫만에 글 보며 메피님 생각해봅니다

Mephistopheles 2012-10-21 16:28   좋아요 0 | URL
저야 늘 그렇죠. 기복이 있기는 하지만 뭐라 말하기도 그렇고 그렇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