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다시 시작하는 사회생활. 조금 더 구차하게 말을 하자면 밥벌이라는 것을 시작하며 필수 불가결로 따라오는 것은 “회식”이라는 행위란다. 그래도 요즘은 다양한 방면으로 발전하는지 꼭 음주가무와 주지육림의 세계가 아닌가 보다. 라곤 하지만....
여전히 대부분의 회식에 꼭 따라 붙는 건 “술”이 아닐까 싶다. 이게 시대의 변화에 따라 소주와 맥주의 시대에서 각종 외국술(와인, 데낄라, 보드카 등등)로 다양성이 확보 되었다고는 하지만...
내가 밥벌이를 주로 했던 업종은 여전히 주종은 소주다.
목요일이었나. 급작스럽게 잡힌 회식일정. 워낙 소규모의 회사다 보니 직원도 별로 없다. 뭐 불경기의 여파를 직격탄으로 맞은 분야다 보니 규모와 사업 축소, 현 상태 유지 혹은 버티기가 주류인지라 이런 규모의 사무실은 증가 추세라고 한다. 어찌되었건 잡힌 회식 일정에 1년 반 만에 이슬이를 만나러 간다.
메뉴는 너무나도 대중적인 국민육식섭취의 대표주자 삼겹살. 회사 근처에 그래도 제법 잘하는 단골집이 있는지 자연스럽게 그리로 가게 된다. 제법 잘 나오는 것 같다. 메인이 나오기 전 이런저런 반찬에 눈에 띄게 차별적인 건 김+날치알, 콘치즈 정도. 고기도 제법 실하다. 더불어 등장한 이슬이는 후레쉬가 아니라 빨간 병마개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일잔...그리고 이잔......더불어 삼진.......잠시 후 “여기 한 병 더요!” 또 일잔...이잔...삼잔...(어 좀 빠른 것 같은데...) 또 다시 “여기 한 병 더요!”...그리고 무한 루프......
고기와 반찬이 바닥났을 때 명당 두병씩은 마신 것 같다. 그런데....
예전에 난.....이리 먹고 멀짱했다. 예전에 난... 이리 퍼마시고 얼굴색조차 변하지 않았다. 그리고 예전에 난....예전에 난.....블라블라 주절주절 어쩌고저쩌고.
그래도 첫 회식인데 약한 모습 보이면 안 되지. 라는 단단한 정신력으로 재무장하며 고기 집을 나왔는데, 왜 세상은 내 중심으로 빙빙 도는 걸까. 더불어 영화 인셉션의 어떤 장면마냥 저쪽 언덕 위의 집들이 쿠아아 하며 구부러지며 내 코앞으로 다가오는 것일까. 메트릭스의 세계처럼 건물 외벽은 우굴렁 쭈굴렁거리는 걸까.
이렇게 2차까지 마치고 집에 오자마자 바로 자빠링. 바로 숙면모드로 들어갔다. 아침에 일어나도 어지럼증은 계속 진행형이다. 다음 날 역시 두통을 달고 살았다. 난 이제 소주 두병에 침몰되는 수순을 거치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잠시의 음주가무와 주지육림의 단절로 인한 일시적인 현상일까.
다음 주에 몇 번 더 술 마셔보고 결정해봐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