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불신자라 해도, 그리고 신자를 모두 바보로 여긴다 해도 드 프라츠 신부는 싱직이라는 신분에 대해 매우 지고한 관념을 갖고 있었기에, 종교적 열정이 부족한듯한 사제를 보았을 때 충격을 받기도 했다. 126

그는 왜 이런 삶을 택한 걸까-이게 그가 꿈꾸던 삶일까? 그가 원한건 오로지 소년들만을 돌보며 그들 가운데서 사는 삶이었고, 그러한 삶을 그에게 허용해주기로는 바로 이 사제복이 최선이었다. 그에게 교육자이자 사제로서의 소명은 있었지만, 신앙의 소명은 없었다.
그가 진로를 정했던 1896년경에는, 사회를 앞에 둔 채 ‘젊은이들‘에게 자신을 오롯이 바치기란 오늘날보다 힘든 일이었다. 어떤 상황에서든 의지하기 위해 언제나 매우 비싼 대가를 치러야 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필코 붙어 있어야 하는 두 권력 집단이 있다. 즉 정부와 교회다. 그는 교회가 아니라 다른 쪽에서 안전을 보장받고 싶었다. 그런데당시 교회와 국가는 더이상 분리되지 않고 그럴듯한 명목하에 결합되어 있었다. 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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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해류 - 진화의 최전선 갈라파고스에서 발견한 생명의 경이
후쿠오카 신이치 지음, 김소연 옮김, 최재천 감수 / 은행나무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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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라파고스에 대한 이야기는 많이 들어봐서 그런지 다윈의 진화론에 대한 증명이라거나 생명과학, 인문과학의 측면이라기보다는 좀 더 단순한 호기심에서 시작되는 관심이 더 크다. 그래서 백여개가 넘는 도판 수록, 이라는 말에 혹해 이 책은 사진을 보는 것만으로도 만족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데 도판에 대한 내 기대치가 실제와는 너무 달랐던가. 처음 책을 펼쳤을 때 도판이 눈에 띄지 않아 당황스러웠고 책장을 휘리릭 넘기며 찾아본 도판은 갈라파고스의 생명체에 대한 사진이라기보다는 여행자의 기록사진 같은 느낌이라 또 당혹스러웠다. 그렇게 기대했던 것과는 좀 다른 느낌이었지만 이 책을 갈라파고스 제도를 여행한 분자생물학자의 여행에세이 정도로 읽는다면 더할나위없이 훌륭한 책이지 않은가,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출발하기 전 서문이 좀 길게 쓰여졌다 싶기도하고 그리 궁금하지 않은 배의 구조와 화장실의 작동에 대해서는 또 왜 그리 길게 이야기하고 있나 싶었는데 저자 후쿠오카 신이치가 단순히 여행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그 옛날 다윈의 비글호가 항해했던 그 항로 그대로 따라가는 것이며 생태보존을 위해 최소한의 흔적을 남기기 위한 것임을 떠올리고 보니 이 책의 이야기가 진화론의 증명이라거나 단순히 호기심어린 눈으로 득특한 생물을 구경하기 위한 것이 아님을 생각하게 되었다. 이런 생각을 하게되니 이건 뭔가,라는 느낌에서 좀 더 흥미롭고 진지한 이야기로 읽게 되기 시작하게 되기도 하고.


갈라파고스제도에 수많은 섬이 있는데 그 중 플로레아나섬은 가장 오래된 섬이며 갈라파고스가 에콰도르의 영토임을 기정사실화 하기 위해 이민단이 이주를 위해 정착을 시도한 섬이기도 하다. 먹을 식량과 식수의 보급에 최적이라 원래 서식하던 땅거북이 그렇게 이주한 인간에 의해 멸종되었다는 것도 놀랍지만 에콰도르의 영토권 확보가 없었다면 이미 개발이 되어 진화의 최전선이라 불리는 갈라파고스는 휴양관광지가 되었을지도 모른다는 말에는 고개를 끄덕이지 않을수없다. 


저자의 글을 천천히 읽다보면 생명에 대한 경이로움뿐만 아니라 삶과 관계에 대한 인문철학적인 고찰도 같이 하게 된다. 그래서 이 책의 묘미는 백여개의 도판에도 있지만 그에 더한 글에 있지 않을까.

책의 뒷부분에는 갈라파고스에서 만난 생물들,이라고 해서 생물들의 도판이 잔뜩 실려있다. 책을 읽기 전에는 그 부분이 이 책의 핵심이라고 생각했었지만 책을 읽고 나니 그 경이로움을 보기 위한 과정의 글이 진수임을 깨닫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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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집 2022-09-23 2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궁금했었어요. 그 유명한 갈라파고스가 왜 돈벌이 대상이 안 된 체 그대로 있는지에 대해서요!!
 

(제2연)
그가 말했어. "부모님 다음으로 내가 제일 사랑하는 사람은 형이야.
나는 우리 삼촌보다 형을 더 좋아해. 내가 형을 사랑하는 방식은 종족을 영속시키는 일이야." "그게 무슨 말이야?" "우리 선생님이 그러는데 사랑은 종족을 영속하게 해준다. 내가 언제 처음으로 형한테 진짜 우정을 느꼈는지 알아? 그건 바로 형이 나에게 은단 한 갑을 주었을 때야.
난 그걸 두 입에 다 비워버렸어." "그렇지만 넌 부자잖아. 은단 한 갑이 너에게 뭐 대단하다고?" "난 돈은 있지만 그걸 갖고 있을 수는 없어 기숙사에서 내게 돈이 떨어지면, 지로드가 주곤 해." "지로드가 누군데?"
"우리 반 친구야." 자연히 난 침울해졌지. "지로드가 왜 너에게 돈을 주는데?" "그야 날 기쁘게 하기 위해서지."


코러스

두말할 나위 없이 숭고하다. "그가 왜 너에게 돈을 주는데?" "그야 날 기쁘게 하기 위해서지." 여기에 뭐라고 답할 수 있을까? 호메로스의 문장이나 라신의 운문과 마찬가지로 이 얼마나 숭고한 말인가!
- P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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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사들 별들의 징조 1 : 네 번째 훈련병 전사들 4부 별들의 징조 1
에린 헌터 지음, 서현정 옮김 / 가람어린이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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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사들 시리즈가 출간된 것을 보니 이제 20년이 되어간다. 어린시절 열광하던 아이들이 성인이 된 지금까지도 전사들을 찾으며 즐기고 있다는 뜻이다. 물론 나는 이야기로만 들었지 고양이 전사들이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기에 이 책을 읽어 본 아이들이 그렇게 열광을 하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그래서 한번쯤 기회가 된다면 전사들의 이야기를 읽고 싶었는데 마침 스페셜 에디션이 출간되었고 블루스타의 예언편을 읽으며 고양이 전사들의 이야기가 아이들만 즐길 수 있는 단순한 판타지는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처음부터 시리지를 읽은 것은 아닐지라도 별들의 징조 첫번째 이야기라는 것에 혹해서 어떻게든 이야기의 흐름은 파악할 수 있고 읽을 수 있겠지, 라는 생각에 너무 쉽게 책을 펼쳤는데 1부부터 시작된 시리즈의 4부를 대뜸 읽는다는 것이 생각만큼 편하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이미 네개의 고양이 종족과 별족, 고양이들의 이름과 지위, 역할들에 대해서는 파악을 하고 있어서 '예언'과 '세번째 고양이'에 대한 것을 몰라도 별들의 징조 첫번째 에피소드에만 집중을 하면 나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고양이 종족들이 경계를 두며 살아가는 영역에 가뭄이 심해져 호수가 말라가고 있고, 모든 종족 고양이들은 가뭄에 더해 식량부족으로 힘들어한다. 특히 강에서 물고기를 잡아먹는 강족은 다른 종족에 비해 더 고통을 받고 굶주리고 있다. 그런 강족이 호수에 대한 자신들의 영역 소유권을 주장하며 고양이 종족간 전쟁의 분위기가 고조된다. 

이런 상황속에서 천둥족 고양이에게는 별의 힘을 받은 별족의 예언 속 고양이인 제이페더와 라이언블레이즈가 있으며 두 고양이는 세번째 고양이의 존재가 나타날지 궁금해하고 있는데 눈에 보이지 않는 먼 곳에서 일어나는 일과 고양이들의 대화까지도 들을 수 있는 고양이가 나타나고 그가 바로 예언의 세번째 고양이임을 알게 된 후 호수가 마르는 이유를 듣고 원인 해결을 위해 종족간 회의를 하게 된다. 호수가 마르는 이유에 대한 원인 해결이 되지 않으면 상황은 나아지지 않을 것이라는 설득에 고양이 종족은 연합하여 생존을 위한 전사들을 보내기로 하는데...


전쟁으로 인한 물자부족과 팬데믹으로 인한 경제난, 물가상승 등 현재 우리가 겪고 있는 상황에 대한 비유를 하지 않더라도 우리 모두가 지속가능한 발전에 대해 국가간 협력과 논의를 해야하는 것처럼 고양이 종족들 역시 서로의 생존을 위해 무엇을 해야하는지 보여주고 있는 에피소드라 느꼈다. 

종족고양이와 떠돌이 고양이, 애완고양이의 협력으로 문제 해결을 하고, 서로 도우며 하나의 종족처럼 서로를 위하고 희생하는 모습이 좋았지만 문제 해결이 되고 서로 각자의 영역과 종족들에게 가게 되었을 때는 이미 그 전과는 다른 전사고양이처럼 느껴졌다는 표현은 확실히 전사들이 판타지이지만 또한 지극히 현실적인 묘사를 하고 있다고 느껴지기도 하고. 

별족에 대한 무한신뢰와 신비로움이 앞으로의 이야기에서는 또 다르게 나타날 것 같은 암시도 있어서 앞으로 고양이 전사들의 운명은 어떻게 될지 그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지고 있다. 


"우린 이 예언이 우리한테 뭘 요구하는지 몰라. 그렇지만 우리는 준비를 해야만 해. 무엇이 됐든 우리 각자의 특별한 힘을 인정하고 받아들일 용기를 가져야 한다는 뜻이야"(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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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이 예언이 우리한테 뭘 요구하는지 몰라.
그렇지만 우리는 준비를 해야만 해. 무엇이 됐든 우리 각자의 특별한 힘을 인정하고 받이들일 용기를 가져야 한다는 뜻이야.
137, 전사들 별들의 징조. 네번째훈련병



영원히 감출 수 있는 비밀이란 없단다. 그리고 진실을 마주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용기가 필요하지. 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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