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불신자라 해도, 그리고 신자를 모두 바보로 여긴다 해도 드 프라츠 신부는 싱직이라는 신분에 대해 매우 지고한 관념을 갖고 있었기에, 종교적 열정이 부족한듯한 사제를 보았을 때 충격을 받기도 했다. 126

그는 왜 이런 삶을 택한 걸까-이게 그가 꿈꾸던 삶일까? 그가 원한건 오로지 소년들만을 돌보며 그들 가운데서 사는 삶이었고, 그러한 삶을 그에게 허용해주기로는 바로 이 사제복이 최선이었다. 그에게 교육자이자 사제로서의 소명은 있었지만, 신앙의 소명은 없었다.
그가 진로를 정했던 1896년경에는, 사회를 앞에 둔 채 ‘젊은이들‘에게 자신을 오롯이 바치기란 오늘날보다 힘든 일이었다. 어떤 상황에서든 의지하기 위해 언제나 매우 비싼 대가를 치러야 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필코 붙어 있어야 하는 두 권력 집단이 있다. 즉 정부와 교회다. 그는 교회가 아니라 다른 쪽에서 안전을 보장받고 싶었다. 그런데당시 교회와 국가는 더이상 분리되지 않고 그럴듯한 명목하에 결합되어 있었다. 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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