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를 돕는 일에는 아무런 조건도 변명도 필요 없잖아. 내가 특별히 사랑하는 사람들, 아니면 사연을 꼼꼼히 살피고 내가 진심으로 공감할 수 있는 사람들만 도우려 했던 마음. 그것이 내가 내 안의 어린 왕자를 잃어버리게 된 과정이기도 한 것같아. 그냥 세상 사람들을 조건 없이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내 마음에 쏙 드는 사람, 내 마음을 울리는 사람,
어떻게든 나를 설레게 하거나 나를 설득할 사연이 있는 사람들만 사랑하는 편협한 어른이 된 것 같아.  1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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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인이든 백인이든, 남성이든 여성이든 어떤 기준으로 판단해도 해리엇 터브먼은 기실 비범한 인물이었다. 하지만또 다른 관점에서 보았을 때 터브먼이 했던 일들은 터브먼과 인종이 같은 다른 많은 여성들이 획득한 강인함과 인내의 정신을 그저 자기 고유의 방식으로 드러낸 것뿐이었다. 이 점은 재차 강조해둘 만하다. 흑인 여성들은 흑인 남성들과 동등한 억압을 받았고, 노예 공동체 안에서 남성들과 사회적으로 동등한 존재였다. 그리고 이들은 남성과 동등한 열정을 품고 노예제에 저항했다. 이는 노예 시스템의 가장 큰 아이러니 중 하나였다. 상상할 수 있는 가장 야만적인 착취에, 성별을 구분하지 않는 착취에 여자들을 굴복시키는 과정에서, 흑인 여성들은 사회적 관계를 통해 평등을 부르짖을 수 있었을 뿐만 아니라, 이를 저항 행위를 통해 표출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된 것이다. 노예 소유주들이 여성들에게 특히 더 야만적인 억압을 가함으로써 이 평등의 사슬을 끊으려 했던 것으로 보아, 이는 노예 소유주들에게 소름 끼치는 깨달음이었음이 분명하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여성에게 가해진 처벌은 강도 면에서 남성들이 시달린 처벌을 능가했다. 여성은 채찍질과 신체 훼손에 더해서 강간까지 당했기 때문이다. 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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럭키스트 걸 얼라이브
제시카 놀 지음, 김지현 옮김 / 놀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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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릴러'라는 말에 스스로를 속박시킨 것처럼 이야기의 초반부터 불길한 징조를 보이는 주인공의 결혼식에만 온 신경을 집중시키며 읽기 시작했다. 이 이야기는 정통 스릴러가 아니라 코지미스터리 로맨스 정도의 이야기일까 싶을만큼 이야기의 시작이 너무 통통 튀는 느낌이었다. 곧이어 반전처럼 과거의 이야기가 나오기 전까지는.


뉴욕의 유명잡지 편집자 아니는 성공적인 캐리어를 누리며 상승하고 있다. 거기에 자신을 위해 모든 것을 다 내어주는 약혼자 루크와의 결혼을 앞두고 있다. 경제적으로도 풍족하고 뭐 하나 부족함이 없는 그녀에게 일어날 수 있는 반전은 전혀 없어보인다. "이번에 촬영하는 다큐멘터리가 방송되어 내 얼굴에 솔직하게 드러난 아픔을 그녀도 보게 된다면, 내가 누구고 무슨 일을 했는지 모두 알게 된다면, 다시는 내 이름을 잘못 부르는 실수를 할 수 없을 것이다"(39)라는 문장을 읽을때까지만 해도 그녀에게 무슨일이 있었는지 전혀 짐작할 수가 없었다. 아니, 티파티의 학창시절에 대한 이야기가 전개되어 가지만 그녀의 뒷 이야기가 어떻게 이어져갈지 하나도 예상할 수가 없었다. 


10대청소년들의 마약문제? 성폭력과 왕따, 학교폭력, 미국에서 이미 흔해져버린 교내총기 사건... 티파티가 학교를 다니며 비행을 저질렀다거나 약에 취해 사건 사고를 일으켰다,라는 식의 이야기 전개는 아니라는 느낌을 받았다. 가해자와 피해자가 있는데 성폭력에 대해서는 오히려 피해자가 그 사건에 대해 잊어버리려 하고 아무일도 없었던 것처럼 묻어버리려는 것 역시 전형적이다 라는 말보다 그럴수밖에 없는 심리상태를 보여주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아니에게 일어났던 14년전, 학교에서의 이야기가 반전의 반전이라는 것은 오히려 그 말때문에 시선이 다른 곳으로만 향하게 되어버리는데 마지막에 밝혀지는 트릭(?)은 좀 예상이 되는 이야기여서 사실 그리 놀랍지는 않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아니에 대한 의심의 끈을 놓지 못하게 하는 것이 이 심리스릴러의 묘미가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어쩌면 이것이 최고의 반전을 의미하는 것인가?

결국 오랜 시간이 흘러 감춰진 가해자 역시 그의 죄를 드러내게 된다는 결말이 나쁘지 않은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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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 후, 굿즈만들기 - 일상의 소중한 것들을 간직하는, 고양이빵집 퇴근 후 시리즈 19
고양이빵집 지음 / 알비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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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 후, 굿즈를 만들만큼 시간 여유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일상의 소주안 것들을 간직하는' 굿즈 만들기는 해보고 싶은 욕심이 있다. 정리가 안되는 성향을 바꾸기는 힘들지만 그래도 조금은 노력하면 되지 않으려나 생각하면서 또 뭔가 새로운 것에 관심을 가져본다. 이제는 자제를 하고 있지만 색다르거나 이쁜 문구만 보면 일단 쌓아두고 보는 편이라 집에는 늘 펜과 메모지, 노트가 넘쳐나게 있었는데 한때 스티커에 꽂혀서 다이어리 꾸미기는 커녕 메모도 잘 안하게 되었는데도 스티커를 쌓아두고 지냈다. 그런데 조금만 배우면 스티커뿐 아니라 메모지, 틴케이스, 텀블러, 머그컵 마스킹테이프 만들기까지 할 수 있다고 하니 어찌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있겠는가.


이 책은 고양이빵집이라는 브랜드로 굿즈를 제작 판매하고 있는 고양이빵집의 굿즈제작 과정 강의를 책으로 옮겨놓은 것이다. 제작툴에 대해서는 생각해보지 못했는데 프로크리에이트라는 유료앱과 포토샵, 일러스트레이터가 필요하다. 프로그램은 무료체험하기로 체험판을 사용해본 후 자신에게 맞는 플랜을 선택해 구매를 결정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프로그램으로 당장 실행해볼 수 없어서 좀 아쉽기는 하지만 이 책에서는 그림그리기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만들고자 하는 대상 작품을 제작하는 과정에 집중을 하며 세세한 부분까지 잘 설명해주고 있다. 색감의 차이라거나 컵을 만들때는 둥근 원형이 되어 그림이 왜곡될 수 있는 부분, 실크스크린으로 제작이 되는 경우 선이 약하게 찍힐 수 있으니 진하게 그려야한다거나 종이의 크기와 그림의 배치에 대해서도 꼼꼼히 알려주고 있어서 실제 굿즈를 제작하게 되면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그림그리기에 대해서는 짧게 설명하고 있지만 나만의 굿즈제작에 필수적인 것은 역시 나만의 캐릭터이기에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반려동물, 반려식물 등을 캐릭터화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고 있다. 캐릭터이기때문에 실제의 모습을 나의 개성을 살린 모습으로 바꾸는 과정을 고양이빵집의 고양이 일러스트로 설명해주고 있어서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굿즈 만들기 설명 중간중간 고양이와 함께하는 4계절의 이야기가 4컷만화로 담겨있는데 그것도 책을 읽는 재미를 느끼게 해 준다. 

떡메모지나 스티커, 엽서 등 만들려고 하는 굿즈에 따라 도움이 되는 샘플사이트를 알려주고 있는 것이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데 책의 마지막 장은 소품샵만들기로 굿즈의 포장과 판매에 유용한 팁을 알려준다.

이 책은 취미삼아 굿즈를 만들어볼까,의 단계를 넘어 자신의 개성을 살린 캐릭터를 만들어 굿즈를 제작하고 사업자등록을 하고 판매하는 방법까지 실질적으로 필요한 내용을 세세하게 설명해주고 있는 실용서로 자신의 굿즈를 판매까지 고려하고 있다면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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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지 마세요, 사람 탑니다 - 지하철 앤솔로지
전건우 외 지음 / 들녘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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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엔솔로지,라는 것이 흥미롭지는 않았다. 사실 내가 사는 동네는 지하철도 없는 곳이고 내가 지하철을 타 본것도 3년은 되는 것 같다. 그냥 그렇게 지하철 이야기라고 했다면 그리 흥미롭게 느껴지지는 않았을텐데 작가들의 이름을 보고는 그냥 지나칠수가 없었다. 우리나라 장르소설을 읽어 본 사람이라면 쉽게 넘겨버릴 수 없는 작가들이 포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앤지 '지하철 엔솔로지'라는 것 자체가 흥미를 끈다. 누군가의 말처럼 지하철은 수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으니까. 


예상한 것 이상으로 이야기는 재미있었고 50여일간 지속된 열대야에 잠을 못 이루는 괴로움에도 시간가는 줄 모르게 이야기속으로 몰두할 수 있어서 좋았다. 특히 공항철도 이야기는 괴짜 노인의 활극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치매에 걸려 지하철에서 난동을 부린 것이라는 설정은 비현실적이면서도 지극히 현실적으로 느껴진다. 그리고 지극히 현실적으로 느껴지는 또 하나의 이유는 소설속에서 언급된 것처럼 나 역시 여행을 다녀오고난 후 피곤하지만 들뜬 마음으로 공항철도를 탔었기 때문이다. 


유일하게 두편의 작품을 쓴 정명섭 작가는 내가 좋아하는 작가이기도 한데 2호선과 3호선의 이야기를 썼다. 2호선은 한때 서울나들이를 했을 때마다 탔던 노선이라 반갑기는 한데 정체를 알 수 없는 공포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어서 좀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좀비의 출현이라며 공포에 사로잡히고 소녀가 사라진 후 정체모를 공포에 대한 두려움이 이야기를 끌어가는데 결국은 그 모든 것의 정체와 허상에 긴장감이 훅 풀어지기는 하지만 인간군상을 보여주고 있는 것 같아 마음이 더 씁쓸해졌다. 


6호선 버뮤다응암지대의 사랑은 순환선을 타는 청춘의 사랑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그들의 아름다움으로만 포장할수는 없는 청춘의 현실을 떠올리게 되고 4호선의 여왕은 한편의 치정코믹활극드라마를 보는 느낌이었다. 5호선 농담의 세계와 1호선 인생, 리셋은 시간여행때문에 왠지 그 결이 비슷한 느낌이지만 진행과 결말은 전혀 다르다. 미래세계로 잠시 넘어왔다가 과거로 돌아가며 코로나 바이러스를 갖고 간 설정이라거나 자신의 풍요로운 인생을 위해 과거의 선택을 바꾸지만 자신이 변화하지 않는 한 삶의 종착은 똑같을수밖에 없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있는 1호선의 이야기는 익숙한 주제이기는 하지만 마지막에 달라지는 이야기는 좀 섬뜩하기도 하다. 


다양한 형식으로 여러 장르의 이야기가 담겨있어서 그런지 이야기 하나하나 짧지만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지하철을 통해 여러 삶의 모습을 볼 수 있고, 지하철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들의 풍자가 담겨있어서 어느 순간 마음을 탁 치는 부분도 있었다. 비유와 풍자만이 아니라 이야기를 읽는 것 자체의 즐거움도 있어서 좋았다. 어쩌면 지옥철을 경험해보지 못했기에 다 좋아보이기만 하는 것인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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