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럭키스트 걸 얼라이브
제시카 놀 지음, 김지현 옮김 / 놀 / 2022년 7월
평점 :
'스릴러'라는 말에 스스로를 속박시킨 것처럼 이야기의 초반부터 불길한 징조를 보이는 주인공의 결혼식에만 온 신경을 집중시키며 읽기 시작했다. 이 이야기는 정통 스릴러가 아니라 코지미스터리 로맨스 정도의 이야기일까 싶을만큼 이야기의 시작이 너무 통통 튀는 느낌이었다. 곧이어 반전처럼 과거의 이야기가 나오기 전까지는.
뉴욕의 유명잡지 편집자 아니는 성공적인 캐리어를 누리며 상승하고 있다. 거기에 자신을 위해 모든 것을 다 내어주는 약혼자 루크와의 결혼을 앞두고 있다. 경제적으로도 풍족하고 뭐 하나 부족함이 없는 그녀에게 일어날 수 있는 반전은 전혀 없어보인다. "이번에 촬영하는 다큐멘터리가 방송되어 내 얼굴에 솔직하게 드러난 아픔을 그녀도 보게 된다면, 내가 누구고 무슨 일을 했는지 모두 알게 된다면, 다시는 내 이름을 잘못 부르는 실수를 할 수 없을 것이다"(39)라는 문장을 읽을때까지만 해도 그녀에게 무슨일이 있었는지 전혀 짐작할 수가 없었다. 아니, 티파티의 학창시절에 대한 이야기가 전개되어 가지만 그녀의 뒷 이야기가 어떻게 이어져갈지 하나도 예상할 수가 없었다.
10대청소년들의 마약문제? 성폭력과 왕따, 학교폭력, 미국에서 이미 흔해져버린 교내총기 사건... 티파티가 학교를 다니며 비행을 저질렀다거나 약에 취해 사건 사고를 일으켰다,라는 식의 이야기 전개는 아니라는 느낌을 받았다. 가해자와 피해자가 있는데 성폭력에 대해서는 오히려 피해자가 그 사건에 대해 잊어버리려 하고 아무일도 없었던 것처럼 묻어버리려는 것 역시 전형적이다 라는 말보다 그럴수밖에 없는 심리상태를 보여주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아니에게 일어났던 14년전, 학교에서의 이야기가 반전의 반전이라는 것은 오히려 그 말때문에 시선이 다른 곳으로만 향하게 되어버리는데 마지막에 밝혀지는 트릭(?)은 좀 예상이 되는 이야기여서 사실 그리 놀랍지는 않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아니에 대한 의심의 끈을 놓지 못하게 하는 것이 이 심리스릴러의 묘미가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어쩌면 이것이 최고의 반전을 의미하는 것인가?
결국 오랜 시간이 흘러 감춰진 가해자 역시 그의 죄를 드러내게 된다는 결말이 나쁘지 않은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