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도 특설대 - 1930년대 만주, 조선인으로 구성된 친일토벌부대
김효순 지음 / 서해문집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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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특정인, 특정 집단을 비난하거나 헐뜯으려고 쓴 것이 아니다. 일제의 폭압적 통치기를 살았던 사람들에게 항일의 잣대를 일률적으로 들이밀어서는안 된다. 항일 행위는 당사자의 목숨은 말할 것도 없고 집안의 파멸까지 초래했던 위험천만한 일이었다. 항일의 현장에서 사살됐거나, 체포 된 후 고문으로 숨졌거나, 수감 생활 중 조국의 광복을 보지 못하고 한을 품은 채 숨을 거둔 사람이 수없이 많다. 그런 고난의 의 길을 걷지 않았다고 모든 사람에게 따질 수는 없다.

그렇지만 항일 운동의 반대쪽에 섰던 사람이 자신의 과거를 미화하고 정당화하는 파렴치한 짓은 결코 용납되어서는 안된다. 어떤 경우에도 김학철과 홍사익을 같은 반열에 놓고 논할 수는 없다. 항일 무장 무대와 간도특설대도 마찬가지다. 간도특설대가 민족의 자랑거리였느니, 민중의 편이었느니 하는 새빨간 거짓말이 돌아다니게 해서는 안된다. '공비 토벌'이라는 말이 항일 영령을 악귀처럼 내쫓아버리는 전능의 부적으로 사용되는 시대는 이제 끝나야 한다. 공비 토벌이 면죄부가 될 수는 없다."

 

왜 간도특설대에 대해 이야기하는가,라는 것은 이제 더이상 질문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사실 나는 간도특설대라는 것을 들으면서 잠시 헷갈려했다. 1930년대 만주, 조선인으로 구성된 '친일토벌부대'라는 것을 친일행위를 한 사람들을 처벌하기 위해 특별구성된 부대인건가 했다는 뜻이다. 하지만 그 뜻이 말 그대로 '친일'토벌부대라는 것을 알고 경악을 금할수가 없었다. 어떻게 이것을 그렇게 정반대로 파악할 수 있단 말인가. 나 자신의 무지함에도 화가 났지만 해방이 되고 국가재건을 하는 과정에서 친일행위에 대한 정확한 처벌이 이루어지지 않고 오히려 친일행적을 한 이들이 국가의 주요 권력을 장악하고 반국가적인 친일행위에 대해서는 공공연하게 묻혀버리고 말았던 우리 과거의 역사가 그대로 드러나는 듯해 더 화가 난다. 저자의 에필로그에서도 말하고 있듯 '항일 운동의 반대쪽에 섰던 사람이 자신의 과거를 미화하고 정당화하는 파렴치한 짓은 결코 용납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임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우리 역사는 그러하지 않고 있으니...

 

책에 인용된 박지영과 박남표 부자의 이야기는 우리를 더욱 씁쓸하게 하고 있다. 박지영은 항일투쟁으로 목숨을 바친 이들이 많은 항일열사가문의 자손으로 그 역시 항일투쟁으로 목숨을 잃었다. 하지만 그의 가족은 중국, 러시아, 북한 등에 뿔뿔이 흩어져 살아야 했고 그의 아들 박남표는 어린 시절 아버지와 이별한 후 두번 다시 만나지 못했고, 어릴 때 헤어진 어머니마저 살아생전에 만나지 못하고 무덤앞에서 오열할수밖에 없는 슬픔을 겪었다. 하지만 그것뿐이 아니다. 그보다 더한 역사의 아이러니는 그가 함께 한 육사동기생들을 살펴볼 때 더 극심해진다.

"박정희와 송석하는 일제 패망 때 만군 중위와 상위(대위)였다. 펑톈 군관학교 5기생인 송석하는 간도특설대 창설에 주요 역할을 했으며 박남표보다 8세 연상이다. 박남표는 그의 부친이 키웠던 항일 전사들을 토벌하던 사람과 함께 육사 군사교육을 받은 셈이다. 동기인 박종철은 [독립신문] 주필을 지낸 적이 있는 매부가 해방 후 월북했다는 이유로 군에서 파면됐다. 2기가 배출한 대장 가운데 한신은 학병, 문형태는 지원병 출신이었다. 일제의 영향이 여러모로 깊게 남아있는 인적 구성이었다."(84)

 

이 책은 간도특설대에 대해 체계적으로 연구하여 서술한 글이 아니다. 그저 간도특설대가 어떻게 구성이 되었으며 그들의 행적, 그 부대에 있었던 간부들이 어떻게 해방된 조국에서 권력을 잡을 수 있었는지, 중국이 인정한 항일열사 3125명 가운데 98퍼센트가 조선인일 수 있는지... 1930년대 만주에서 일어났던 일의 지극히 일부분을 사실자료에 근거해 담담히 서술하고 있을뿐이다. 책을 읽으면서 항일 조선인에 대해 오히려 우리보다 중국에서 더 인정을 하고 있는 것인가, 생각하니 답답함을 넘어서 부끄러워지고 있다. 우리는 우리 선조들의 항일운동에 대해 얼마나 관심을 갖고 있고 올바른 역사 인식을 갖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지.

제대로 된 친일행위에 대한 처벌이 이루어지지 않고 오히려 항일열사의 후손들이 힘겹게 살아가고 있다는 것은 어제 오늘 알게 된 것이 아니지만 여전히 제대로 된 역사의 흐름을 잡아가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그 누구의 잘못이 아닌 바로 현재를 살아가는 나 자신의 잘못일 것이다. 이제 더이상 새빨간 거짓말이 역사의 진실인양 떠벌여지는 일은 용납되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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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도 여지없이 잠을 설쳤다. 이번 달 수도요금이 폭탄처럼 많이 나왔는데, 두어달 수도요금이 계속 증가하던 것에 신경을 안쓰고 있다가 급기야 이번달에는 검침원께옵서 '누수점검하셔야겠어요. 수도미터기가 계속 돌고 있는데요'하고 가셨다. 그래서 이상하게 쫄쫄 소리가 나던 변기를 손봐야겠다고 - 물론 내가 뚜껑을 들춰본다고 해서 뭘 알 수 있는 건 아니고, 동네에서 일하시는 아저씨께 와서 봐달라고 했더니 패킹이 닳아서 물이 새는거라나뭐라나. 아무튼 그래서 이젠 괜찮으려니 하고 있었는데. 한밤중에 폭포수처럼 - 물론 뭐 설마 폭포수처럼이기야하겠는가만 - 물이 계속 흐르는 소리가 들린다. 벌떡 일어나 화장실 살펴보고 문도 꽝 닫아버리고, 안그래도 새벽에 잠이 든 처지라 피곤했는데, 새벽에 어머니가 화장실 댕겨오시면서 문을 열어놔서 또 잠을 일찍 깨버렸다.

지구환경을 위해 새어나가는 물을, 완벽하게. 물샐틈없이 막아야하는것이겠지만, 나는 그보다 더 먼저 깨달았다. 밤새 안녕을 위해서 저렇게 일없이 흐르는 물을 막아야한다는것을.

 

 

집이 오래돼서 그런지 방수처리를 해 줘야 하는 시기가 지났고, 그것때문인지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벽으로 물이 흐르고 있다. 비도 안오는데 벽에서 물이 나와? 하고 있는데. 시멘트가 물을 먹고 있다가 - 시멘트도 물돼지라는 걸 몰랐어. - 슬금슬금 뱉어내는거라고. 아, 정말 집에대해서도 알아야하는것이 너무나 많아.

 

이제 문학의 영역뿐만 아니라 실용 '집짓기'에서부터 설계도면까지 들여다봐야하는 날이 온 걸까?

 

 

 

 

 

 

 

 

 

 

 

 

 

 

 

 

 

 

사사롭지만 좋은 날들,이 얼마나 좋은 날들인지 새삼 느끼고 생각하게 된다. 물도 안새는 날. 그러한 일상과는 별개로 이야기는 기담이 재미있지. 기괴하고 이상한...이라기보다는 온갖 독특하고 흥미로운 이야기들... 그 모든 것을 담고 있는 것이 책,이겠지만.

 

나는 지금 괴담보다 더 괴기스러운 책을 읽고 있다.

 

 

 

이 책은 간도특설대를 체계적으로 다른 연구서가 아니다. 자료의 공백을 넘어 그런 과제를 수행할 수 있는 능력과 자질이 나한테는 애초부터 없다. 나는 조선인 토벌대와 조선인 항일 부대의 이분법적 대립 구도에 집중하기보다는, 한때 독립운동의 성지였던 간도에 조선인으로 구성된 친일 토벌부대가 어떻게 등장해 활동할 수 있었는지를 더 넓은 시각에서 틀에 얽매이지 않고 기술하고자 했다. 간도특설대에 복무한 이들이 어떤 사람이었는지, 그들을 뒤에서 부추기고 조종한 사람이나 세력은 누구였는지, 1930년대 프랑스의 인민전선 수립, 스페인 내전의 국제연대투쟁에서 나타나듯 파시즘과 군국주의에 대한 투쟁이 전 세계적 과제로 등장했을 때 그들이 선 자리는 어디였는지, 그들이 집요하게 말살하려 한 '공비'의 정체는 무엇이었는지, '공비'는 어떤 풍상을 겪었는지, 중국 당국이 공인한 옌볜의 '항일 열사' 3125명 가운데 조선인의 비율이 어떻게 98퍼센트나 됐는지, 일제 패망으로 만주국이 붕괴된 후 서로 대립해서 싸우던 이들은 어떤 인생유전을 겪었는지 그리고 특설대 간부이던 사람들이 한국 사회에서 어떻게 주역으로 자리 잡았는지를 담담하게 전달하려고 한다. (23)

 

 

박지영과 박남표 부자

 

박남표는 어릴 때 헤어진 아버지를 두 번 다시 보지 못했다. 그리고 15세에 일본으로 유학 가 가까운 친족과도 생이별했다. 이런 파란만장한 가족사를 반영하듯 박 장군의 일가는 중국, 러시아, 북한 등지에 뿔뿔이 흩어져 있다.

항일 투쟁에 숭고한 목숨을 바친 이가 여러 명 나온 박 장군의 집안은 현대 중국의 기준으로 보면 쟁쟁한 항일 열사 가문이다. 그렇지만 한국에서는 그런 대접을 받지 못했다. 박남표 자신도 상당히 신중하게 용어를 구사한다. [국경의 벽 넘고 넘어]에는 그럴 수밖에 없는 사연이 나온다.

 

'초급장교가 됐지만 나는 늘 외로웠고 불안했다. 월남 실향민이자 38따라지였고 게다가 혈혈단신인 나는 흩어진 가족 생각으로 그리움에 사무쳐 있는데 사상적으로 주목을 받게 되어 억울한 시달림을 받아야 했다. 그런 분위기에서의 군대 복무는 위축된 상태를 면치 못했다. 친일 아닌 항일투쟁에 빛나는 집안 출신인 나를 이단시하는 풍토에 당황했고 역겹기만 했다. (82)

 

..... 박남표는 1980년 모스크바 올림픽 때 소련을 방문해 5월 13일 만날 약속까지 잡아놓았다. 그러나 1979년 12월 소련군의 아프가니스탄 침공과 미국의 대소 제재 조치로 그의 소련 방문은 좌절됐다. 꿈에 그리던 맏아들과의 상봉이 무산된 탓인지 모친은 1981년 8월 타슈켄트에서 한 많은 세상과 하직했다. 안타깝게도 박남표가 할 수 있는 것은 모친이 숨진 지 8년 뒤에 타슈켄트 교외의 묘소에 찾아가 통곡하는 것뿐이었다.

 

 

 

 

 

 

============== 육사 2기 동기생들의 면면

박남표의 육사 동기생들의 면면을 보아도 우리 겨레가 겪었던 수난의 흔적이 뒤엉켜 있음을 알 수 있다. 육사 2기는 263명이 입교해 196명이 임관했으며 그 중 79명이 별을 달았다. 육사로 들어오기 전 이들의 경력은 다양하다. 광복군 지대장 출신으로 50대 중반에 입교한 최고령자인 송호성은 정부 수립 후 육군총사령관을 지냈고 한국전쟁때 납북됐다.

박정희와 송석하는 일제 패망 때 만군 중위와 상위(대위)였다. 펑톈 군관학교 5기생인 송석하는 간도특설대 창설에 주요 역할을 했으며 박남표보다 8세 연상이다. 박남표는 그의 부친이 키웠던 항일 전사들을 토버하던 사람과 함께 육사 군사교육을 받은 셈이다. 동기인 박종철은 [독립신문] 주필을 지낸 적이 있는 매부가 해방 후 월북했다는 이유로 군에서 파면됐다. 2기가 배출한 대장 가운데 한신은 학병, 문형태는 지원병 출신이었다. 일제의 영향이 여러모로 깊게 남아있는 인적 구성이었다. (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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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알사탕은 히가시노 게이고. 그리고 이벤트중인 장르소설 보틀넥의 알사탕도 오백개.

아, 그런데 한여름의 방정식은 또 알사탕이 삼백개 더.

두 권 구입하는데 알사탕은 우연찮게도 천삼백개. 그러면 육천오백원 적립.

한여름밤의 방정식은 멤버십 적립금 천원. 보틀넥은 출판사 이벤트 적립금 천원.

그리고 장르소설 이벤트로 해당 도서 두 권 이상 구입시 적립금 이천원.

여기서... 선착순에 짤렸다고 적립금을 안주는 건 아니겠지? 그리고 이벤트에 다른 조건항목이 안보이니 해당 사항이 없다고 빼는 것도 없을테고. 이 적립금 다 주는지 지켜볼꺼야. ㅡ,.ㅡ

사실 두 권 다 지금 당장 사야 할 이유는 없었는데. 게다가 보틀넥에도 알사탕이 있다는 건 몰랐는데. 자꾸 이렇게 사탕을 물려주면 어쩔까.. 하던 책도 구매하게 되어버린다.

 

어쨌든지간에. 이런 거 다 계산해보고 정리해보지 않았는데, 요즘 알라딘이 하수상해 그냥 넘기면 안될것같아.

 

그러니까 지금도.

 

방금 책 한박스를 주문하고 그 뭐냐.. 행운의 램프인지 뭔지 응모했는데 백만년만에 당첨이 되어 적립금 오백원을 받았다.

그.런.데.

주문확인 겸 해서 나의계정을 보다가 그 적립금 오백원의 유효기간이 일주일이라는 걸 알게됐어. 당첨이 되어 본 기억도 가물거리는데, 그 유효기간이 일주일인건 어찌 알겠나. 행운의 램프가 행운을 가져다 준 적도 없지만 = 게다가 응모하는게 귀찮아서 나중에 한꺼번에 해볼까 하고 그냥 뒀더니 차곡차곡 쌓여있던 응모권마저 사라져버리던데. 생각해보니 응모권도 유효기간이 있는거였나? 그런 안내문은 보지 못했는데.

아무튼. 그렇게 사라져가는거였구나, 싶다.

 

아, 그러고보니 한가지 더.

나 이 새벽에 책도 안읽고 컴 켜놓고 책 주문하고 있어. 근데 그게 뭐 대순가? 싶지만.

좀 전에 주문한 책박스는 내가 받아서 또 저 먼데로 보내줘야 하는 책이어서, 원래 한권 더 구입해야하지만 그건 출고예정이 무려 20일, 그럴경우 배송되는 건 다음주가 된다는 뜻이어서 과감히 주문장에서 빼버리기로.

이렇게 했는데 책이 늦게 오면. 왠지 막 화가날 것 같아.

 

새벽에 책 주문하면서 뭔 말이 이렇게도 많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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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4-03-18 08: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행운의 램프, 꾸준히 하면 당선되기도 하는군요. 의심하고 있던 중이었습니다.
출고예정이 20일이나 되는 책도 있고. 20일 걸리는 과정이란 어떤 과정일까 궁금해집니다 ^^

chika 2014-03-18 09:17   좋아요 0 | URL
ㅎㅎ 제 기억으로는 행운의 램프라는 것이 처음 생기고 한번 당첨되어봤어요. 그런데 그 이후로 당첨된 기억이 없어서 저도 안되는거라고 생각하고 응모권을 사용할 생각도 안하기 시작했는데, 새벽이라 그런지 그냥 마구 클릭해보고 싶더라고요. ㅎ 근데 사용기한이 일주일이라니. ;;

아, 근데 출고예정이 20일 걸리는게 아니라 20일에 출고될 예정인 책이예요. ^^;; '예정'인데다 목요일 확실히 출고된다고 해도 주말이 껴서 다음 주로 넘어가버리거든요. ㅠㅠ

재는재로 2014-03-18 1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행운의 램프 저도 e-book북당첨된적이 있는데 그것도 15번 정도 연달아하니 그제야 한번 당첨됬는데 이제는 하루 5번밖에 되지 않으니 당첨되기 더어려워진 내가 꼭 한여름의 방정식,보틀넷 둘다 사고 나서 알사탕이 된다는점이 운이 없는것 같네요 꼭 사고나서 며칠 않있어 알사탕이나 적립금 행사를 하니 이거뭐

chika 2014-03-18 13:53   좋아요 0 | URL
아마 다들 그런 경험이 있을 것 같은데요? 전 심지어 책 주문하고 받지도 못했는데, 다음 날 알사탕이 생겨서 괜히 더 그랬어요. 알사탕에 당일배송이면 더 빨리 받는거잖아요 ㅡ,.ㅡ
 
고래가 보고 싶거든 - 간절히 기다리는 이에게만 들리는 대답
줄리 폴리아노 글, 에린 E. 스테드 그림, 김경연 옮김 / 문학동네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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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어린 시절 바닷가에서 뛰어 놀았던 기억은 없지만 그래도 바다를 가까이 했던 기억은 있습니다. 출렁거리는 구름다리 위에서 다리 밑으로 흐르는 물을 보면서 무서워 하기도 했지만 그래도 바다가 보고 싶은 날이면, 시내버스 차비만 달랑 들고 버스에 올라 타 두어시간이면 드넓은 바다를 두 눈에 담고 집으로 돌아올 수 있는 그런 곳에서 살았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바다는 내 이웃동네였고 내가 평소 자주 만날 수 있는 가까운 물고기들이 사는 곳이었을뿐, 고래는 저어멀리 큰 배를 타고 나가야만 볼 수 있는 희귀한 생명체였습니다. 언젠가 오래전에 커다란 배를 타고 여행을 하게 되었을 때, 그곳의 넓은 바다에서는 고래를 볼 수도 있을거라는 얘기에 어린 조카와 함께 설레이는 마음으로 고래를 기다렸던 적이 있습니다. 고래를 만나는 시간을 기다리며 고래 그림을 그리고 고래에게 건넬 인삿말도 생각하면서 마음 설레이며 기다렸지만 결국 그 날 고래는 우리에게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저 멀리 푸르게 펼쳐진 바다에서 고래를 만나는 것은 기적과 같은 일이라 생각하게 되었고 더 이상 고래를 기다리는 날은 없었습니다. 어느덧 고래는 바다가 아닌 수족관에 사는 애완동물이 되어버리고 말았습니다. ...

그런데 그렇게 바다에 사는 고래에 대한 그리움이 사라져 버린 어느 날, 여전히 나의 눈은 바다를 향하고 있었지만 이미 고래를 기다리는 마음은 사라져가고 있던 그 날 나는 드.디.어 고래를 만났습니다. 물론 나는 그저 푸른 바다를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지만 함께 있던 조카는 고래를 발견하고 흥분하여 내게도 다급히 외쳤습니다. '고래예요!'

아주 오래 전 함께 고래를 기다리던 어린 조카는 나이를 먹어서도 고래를 기다리는 일을 잊지 않았나봅니다. 조카 덕분에 나는 제주도의 바람코지인 섭지코지에서 맘껏 뛰놀고 있던 돌고래 가족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지금은 그것이 꿈인듯 어렴풋이 스쳐지나고 있지만 물살을 가르던 돌고래 가족의 자유롭고 평화롭던 그 느낌은 잊을수가 없습니다.

 

고래가 보고 싶거든, 기다리고 기다리고 또 기다리는 거, 라는 이야기에 고개를 끄덕이며 맞장구를 칠 수밖에 없습니다. 고래가 보고 싶거든 바다를 바라보고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에도 고개를 끄덕입니다.

고래가 보고 싶거든 밝게 빛나는 태양에게도, 어여쁜 장미꽃에도 달콤한 향기에도, 꼬물거리는 초록벌레와 펠리컨에게도 눈길을 빼앗겨서는 안된다고 합니다. 고래가 보고 싶다면 창문과 바다가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시간도 있어야하지요. 바라보고 기다리고 '저게 고래가 아닐까?' 생각할 시간. 저 새구름은 고래가 아니라는 걸 깨달을 시간.

고래가 보고 싶다면, 너른 세상에서 자유로운 고래와 마주하고 싶다면.

그렇게 한다면 우리는. 우리는...고래를 만날 수 있는걸까요?

 

[고래가 보고 싶거든]은 짧은 그림동화입니다. 어렵지 않게 한번 쓰윽 읽고 '좋구나' 할 수 있는 그림동화입니다. 그리고 그림을 보기 위해 한 번 더 책장을 넘깁니다. 그리고 다시 한번 더 책장을 넘기게 됩니다. 방금 읽었는데 또 다른 느낌이 들어, 라는 생각을 할 틈도 없이 자꾸만 책장을 넘기게 됩니다. 좀 전에도 읽은 문장인데, 방금 쳐다본 그림인데 참 이상합니다. 이 짧은 그림동화는 자꾸만 책장을 다시 넘겨보게 만들고 새로운 느낌을 갖게 만드는 마력을 지니고 있는 듯 합니다. 한 문장을 한 번 읽고, 또 한 번 읽고, 또 읽어도 새로운 느낌인 것은 이 짧은 동화속에 넓고 푸르른 바다만큼이나 넓고 깊은 이야기가 담겨있기 때문인걸까요?

내가 이 그림동화에서 만난 고래와 당신이 만나게 될 고래는 같은 고래일수도, 다른 고래일수도 있을거예요. 고래가 헤엄치고 있는 바다에서 길어 올린 이야기도 똑같지는 않을거예요. 그러니 '간절히 기다리는 이에게만 들리는 대답'은 서로 각자의 마음에 들리는 대답을 간직하고 있기로 하지요.

 

서로가 만난 고래가 궁금해질 때, 우리에게 들려 온 대답을 말하고 싶어질 때 우리 언제 만나서 이야기를 나눌까요?

만약 아직 고래를 만나지 못했다면 그래서 고래가 보고 싶거든 기다리고 기다리고 또 기다리면 될꺼예요. 믿어보세요.

그리고 기다리는 동안 이 노래를 함께 불러봐도 좋겠어요. ... 난 노래를 못부르지만 그래도 따라 불러볼께요. 우린 혼자가 아니니까.

 

너 가는 길이 너무 지치고 힘들 때

말을 해 줘 숨기지마 넌 혼자가 아니야

 

우리도 언젠가 흰수염 고래처럼 헤엄쳐

두려움 없이 이 넓은 세상 살아갈 수 있길

그런 사람이길

 

 

......... 당신은 이미 한번쯤은 고래를 만났을지도 몰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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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말에 멍때리며 티비를 보다가 영화 예고편에 익숙한 제목이 떠서 나도 모르게 시선이 갔다. 영화제목치고는 좀 독특한데... 내 앞에 있는 책꽂이 책들 밑에 깔려있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책 제목과 똑같다. 아무래도 이거 맞지 않나 싶은데. 영화는 모르겠지만 내용만큼은.

신간도서가 떴는데도 조용하고... 뭔가 좀 이상하긴 하지만.

 

 

책과 영화. 또 있었던 것 같은데 기억나질 않네. 노아는... 2권에 모든것이 집약되어 있다고 하는데 아직 보질못했으니. 사실 1권의 내용은 그닥 놀라울 건 없는 것 같았어. 성경의 내용을 뒤집은 것 같지도 않았고. 그래서인지 2권에서 뭐가 튀어나올지 더 궁금해지고 있다. 이러다가 뭔가 다른 걸 찾아내지 못하면.. 어쩌지?

 

 

이건 그냥 아무연관없이. 알사탕을 준다길래 마구 쓸어모았다. 요네자와 호노부의 책 빼고는 이미 다 구입했는데. 이런 상태면 신간이 나왔을 때 바로 구입하는 걸 망설여지게 된다. 신간이 나오자마자 구입하고 바로 읽는 형편이라면 누구보다 빨리 읽고 싶은 마음이라는 걸 이해라도 하지. 책은 사놓기만 하고 여전히 쌓아두기만 했는데. 그 며칠 사이에 책 한권에 이천오백원씩이나 싸게 구입할 수 있다면. 책 네권이면 소설 책 한 권. 무려 시집은 구입하고도 돈이 남네. 그러니 당장 읽을 책 아니면 사지말어. 멍하니 넋놓고 있다가 선물할 책은 안사고 순 내가 읽고픈 책만 사서 쌓아두고 있다. 게다가 이젠 내가 책벌레가 되어버려 으례껏 책선물은 성의없는 것이 되어버렸고. 나도 나름 돈주고 책 사서 선물하는건데 괜히 남아도는 책 주워다 건네는것마냥 하고 있으니. 기분이 안좋아. 왠지 바보같다.

 

 

 

 

 

 

 

 

 

 

 

 

 

 

 

김중혁작가의 신간을 읽고싶은 것과는 별개로. 창비의 청소년 소설도 믿음이 가는만큼 읽고 싶다는 것과도 별개로. 창비소설작품상이 표지와 청소년소설의 표지는 왠지 너무 낯이 익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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