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문학작품의 표지로 인물초상같은 표지디자인이 되어 있는 걸 싫어한다. 다른 사람들은 다 좋다고들 하던데, 유난히도 문학동네에서 나온 위대한 개츠비나 가장 최근에 나온 폭풍의 언덕 표지도 아무런 이유없이 그냥 별로 맘에 안든다. 폭풍의 언덕은 무심결에 양장본을 구입해버렸는데 그나마 실제로 받아본 양장본표지의 모습이 조금 더 나은 수준이..려나? 뭐.

근데 이 노인과 바다는 화면상으로 맘에 드는 표지다. 시름에 잠겼든 사색에 잠겼든 노인의 얼굴이 확대되었다면. 음.. 그런 발상을 할 사람은 아무도 없겠지만.

 

사실 헤밍웨이는 너무 흔하게 알려져 있어서, 너무 흔하게 영화로 만들어진 작품들이 많아서 오히려 문학작품으로 만나기가 힘들었다. 그나마 문학으로 접근하는 건 영어공부를 하기위한 영한대역문고판. 그러니 이번 기회에 헤밍웨이의 작품세계로 빠져들어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겠어. 이 책을 사면 영문판까지 한권 더 따라온다니.

 

 

괜히 책을 살펴보다 새로나온 책이 뭐 있나...두리번거리게 되버린다. 조카녀석이 열광하는 용의 이야기. 물론 내가 좋아하는 빅뱅의 드래곤, 아니다. 엠블랙의 미르, 아니다. 말 그대로 '용'이다. ㅎ

 

 

 

 

 

 

 

 

 

 

은근슬쩍 테메레르가 용에 관한 이야기라고 흘렸었는데 역시나 이 책을 사 읽고 있더라. 그래서 또 은근슬쩍 퍼언연대기에도 용..이 나오지, 아마? 그랬다. 그런데 나는 퍼언연대기가 출간되고 바로 구입을 했는데 그때의 그 '때'를 놓쳐 아직까지 읽지를 못했다. 용, 이야기가 나올때마다 떠올리게 되는 불운의 책. 정말 나는 왜 이렇게 책을 쌓아두고만 있는건가.

어쨌거나 용. 아는 녀석 이름이 용,이었는데. 걔 동생은 호라지? 용형호제,라는 말이 그 형제때문에 생겨난 것은 아니지만 걔네 형제는 실제로 용형호제야.  

 

엊그제 책은 도끼다,를 주문해 받았다. 그리고 지금 읽기 위해 쌓아둔 책들중에는 밤은 책이다,라는 책도 있다. 밤은 책, 책은 도끼...그렇다면 밤은 도끼인 것일까?

고전의 유혹과 모든 역사는 도끼의 범주에 속하는 것일까.

 

 

로마의 역사뿐 아니라 로마인의 24시간까지 나왔다. 이탈리아를 자동차로 - 물론 겉핥기로 여행을 했을뿐이지만 그래도 그렇게 다녀오고 나니 이탈리아에 더 많은 관심이 생겼다. 아피아가도를 밟고 싶다,라는 소망이 십년만에 이루어졌으니 이제 다시 또 꿈꾸기를 희망해야지. 뭐 그건 그렇고 역사에는 나무의 역사도 과학자들의 삶도 인간의 생로병사도 다 들어있으니 이 책들은 연관이 있게 되는건가?

그렇다고 해서 이 책이 또 뭐 흔히 생각하는 그 역사학자들의 이야기인 것은 아닌게다. 아, 이 책이 확 흥미를 끌어당기지만 흡혈귀 이야기는 그닥 좋아하지 않잖아? 뱀파이어와의 인터뷰,도 못봤는데. 트와일라잇도 안봤지? 근데 왜 그 옛날에 타란티노의 새벽의 저주는 봤을까. 좀비가 더 역겨운데. ㅡㅡ;

그래도 꽤 흥미진진할 듯 하다. 흡혈귀의 역사를 쫓는 히스토리언들이라....

 

 

 

 

 

 

 

 

 

 

 

 

 

 

 

 

 

 

 

 

 

 

 

 

 

 

 

 

 

 

 

 

 

 

 

 

 

 

역시... 헤밍웨이가 다시 밀려오기 시작하는 듯 하다. 고전문학은, 실상 그 내용이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책장에 꽂을 때 이것이 고전문학이다,라는 걸 말해야 한다는 듯이 왠만하면 같은 출판사의 전집 형태로 뽀대나게 진열해야 되지 않나라는 강박관념이 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문학동네와 열린책들과 민음사이다. 그 와중에 툭 튀어나온 한겨레출판. 번역의 질,을 이야기하고 싶지만 아는 게 없어 한마디도 할수없다. 암. ㅡㅡ;

아, 근데 왠지 오늘. 책 읽고 싶어,가 아니라 책 사고 싶어,다. 누가 나한테 책을 무더기로 좀 던져주면 좋겠다. 기왕이면 갓 출판되어 나온 새 책들말이다. 아니, 관두자. 나는 이제 바로 바다와 노인이나 주문결제하러 가야겠다. 아, 그리고 또 뭘 사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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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이 없다. 여유롭게 앉아서 이달에는 어떤 새로운 책이 나와 우리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나, 살펴 볼 마음의 여유는 더 없다.

그래서 무작정 눈에 띄는 책들을 집어넣었다. 아니, 물론 더 무작정은 아니다. 무작정이라고 했다면 이보다 더 많은 책들이 담겨있을테니까.

 

 

 

 

 

 

 

 

 

일단 그냥 제목과 짧은 책소개를 보고 추천하고 싶은 책 다섯권.

 

그리고 나머지 글은 나중에 여유 생기면.

아, 춥고 졸립고 바쁘고...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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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1-04 16: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1-04 17: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사람은 변할 수 있을까? 인생의 터닝 포인트라는 게 정말로 있는 걸까? 누군가를 만나서, 또는 어떤 사건을 겪고 나서 삶이 방향을 바꾸기도 하는 걸까? 아니면 사람들이 자기는 성장하고 배우고 있다고 여기지만 실은 멍청한 태엽 인형처럼 늘 한 방향으로만 행진하고 있는 걸까?

========= 어머니는 이제 잘 드시기만 하면 되는데 도통 식사를 못하신다. 엊그제는 갑자기 밤새 토하고 어제는 엄청나게 설사를 하시고. 그래도 몸 안에 있는 독기가 빠져나왔다고 긍정적으로 생각해보고 있는 중이다.
그런데 간병하는 분 얘기를 들어보니 병실 풍경이 가관이다.

환자가 몸이 안좋아 설사를 하는 건 어쩔수없는 일인데, 그것도 날마다 그러는 것도 아니고 반나절정도 그런데다가 간병하시는 분이 변을 보면 즉시즉시 다 치우고 하는데 그걸 냄새난다고 독방을 쓰지 다인실에 와서 피해를 준다고 난리를 치는 환자가 있었댄다. 나도 안다. 그 환자와 가족. 저녁 취침시간에 밤새도록 어머니와 딸이 마주앉아서 수다를 떠느라 다른 환자들을 잠못들게 한 그들. 어머니는 수술하고 골반에 쇳대(핀이라고 표현하더라만 그건 정말 쇳대라하지 않을 수 없다)를 꽂고 있어 앉아있지도 못하고 두달동안 누워만 있어야 한다. 그런데 그 수다를 떠는 환자는 담석 수술을 한 것뿐이라 운동을 할 겸 병실 밖으로 나가는 것이 더 좋은거란다. 그런데도 밤새도록 침상에 앉아 시끄럽게 떠들어대서 병실 안 모든 환자를 잠못들게 하고 그러더니 운신 못하는 다른 환자의 변냄새가 역겹다고 자기들에게 피해를 준다고 하는 걸 보니. 어이없음이 하늘을 찌른다. 몰상식의 도가 너무 지나친거 아닌가.

 

갑작스러운 어머니의 교통사고로 생활이 엉망이 되었지만 여유를 찾을틈도 없이 바로 연말연초, 업무가 정신없이 돌아가는 시기가 되어버렸다. 내가 혼자 알아서 처리하고 마무리할 수 있는 일이라면 밤을 새서라도 해내겠지만 나는 다른 사람들이 끝낸 보고서가 들어와야 비로소 처리하고 보고서를 작성하는 일을 할 수 있다. 그런데 이것들이(사람들이라고 표현하기도 싫어진다) 병원다니며 정신없는 와중에도 몇번씩이나 전화를 했는데 개무시다. 젠장.젠장.젠장. 바빠서 못한다는 건 말도 안된다. 어떤 보고서 한장은 숫자 두개만 수정해서 보내주면 되는건데 벌써 열흘넘게 안보내주고 있다. 저런것들에게 월급을 주는게 아까울정도다.

 

아, 정말. 사람은 변할 수 있을까?

 

========================================= 어머니가 병원에 누워계시지만, 내가 행복해도 될까요? 라는 물음은 당연히 행복해도 된다, 였다. 그런데 세상풍경을 보니 새삼 이 물음이 진지해지고 있다. 내가 행복해도 될까요?

 

추운 겨울, 집에 덩그러니 혼자 있으려니 저녁에 대충 정리가 끝나면 TV앞에 펴놓은 이불속으로 쏙 들어가 아침까지 버틴다. 자다 깨다, TV보다 책보다.. 끊임없이 먹고. 그러다보니 무엇하나 제대로 집중이 안된다.

 

그럴때는 이런 책을 읽는것이 더 재미있을 것 같다. 밤,을 읽을 수 있나 싶기도 하지만.

책 이야기를 하는 책은 이외로 많다. 책을 읽는 공간도 그렇고.

지금 내게 책을 읽을 수 있는 작은 공간과 작은 여유와 수많은 책이 있다면... 행복할까?

왠지 조금 어리석은 물음처럼 느껴진다.

 

 

 

한동안 새책을 구입하지 않았더니 손이 근질거리고 있다. 그런데 막상 무슨 책을 사볼까 뒤적거리고 있으려니 흥미를 잃어 시들해져버린다. 얼결에 쌓여있는 적립금과 마일리지와 알사탕...다 합하면 장바구니가 넘치도록 책을 살 수 있는데.

 

 

 

 

 

 

 

 

 

 

 

 

 

 

 

 

 

 

 

 

 

 

검색해서 나오는대로 마구 집어넣었는데 12월에 출간된 책들 전부인가?

폭풍의 언덕,은 오랫동안 기다려왔던 작품이다. 번역가의 칼럼을 읽어서 그런지 더 손꼽아 기다려온 책이다. 사실 욕심은 독자모니터였지만 유수한 인물들이 포진해있어서 그리 큰 기대없는 욕심이었고 책이 나왔으니 이제 읽어 볼 일만 남은셈이다.

 

 

 

 

 

 

 

 

 

 

 

 

 

 

 

 

 

 

 

 

 

 

 

 

 

 

 

 

 

 

 

 

 

 

 

 

 

 

 

 

 

 

 

 

 

 

 

 

 

 

 

 

 

 

 

 

 

개정판도 나오고, 새책도 많이 나오고... 그런데 추운 겨울밤을 정신없이 달려줄 책은 무엇일까.

아, 그런데 미미여사의 신간안내메일을 몇번 받은 것 같은데 안보여.

 

 

 

12월 출간이 세 권.... 이었을까?

 

 

 

 

 

보고서 안온다고 짜증이 폭발해 일이고 뭐고 팽개쳐 책을 뒤적거리고 있는데 마음이 확 풀리지 않아 여전히 찜찜하다. 오늘따라 기분이 더 우라질같으니 어쩐단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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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ka 2011-12-29 11: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25, 총 170700 방문


칠공칠공공 숫자다. 기분이 별로여서 이벤트 생각도 나다 마는군. 정말 뭐.. 신나는 것도 없고.

조선인 2011-12-29 13: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 점점 더 행복해져요. 치카님은 그러셔도 되요. 히히.
그나저나 아깝네요. 조금 더 늦게 왔으면 170717도 잡을 수 있었을텐데.
오늘 37, 총 170712 방문

무스탕 2011-12-29 15: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니 수술이 어떻게 되셨나 궁금하던 차에 소식 전해주셨네요. 얼른 쾌차하시길 기도할게요.
그 옆에 어이없는 모녀분은 지긋이 무시해 버리세요. 저희 엄마 입원하셨을때도 비슷한 풍경이 있었습니다만(울 엄니는 피해자도 가해자도 아닌 제3자 입장이었어요) 다른 제3자들 모두 소란 피우는 환자를 구박하지 아파서 소리지르고 토하는 환자에겐 뭐라고 안하더라구요.
치카님도 맘 편하게 잡수시고 어머니도 치카님도 모두 동지 지난 해꼬리만큼씩 행복해 진다고, 내년 하지쯤엔 꽉 찬 행복이 옆에 있어, 라고 느끼실수 있을거에요.
 
[아트파탈]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아트파탈 - 치명적 매혹과 논란의 미술사
이연식 지음 / 휴먼아트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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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을 보는 눈은 그닥 뛰어나지 않지만 그래도 미술관련 책을 많이 읽어서인지 세간에 알려진 꽤 유명한 그림들은 누군가의 책에서 도판으로 본 기억이 많다. 그런데 그 많은 그림들을 볼 때 특별히 나체에 신경을 쓰지는 않았었던 것 같다. 아마도 그 그림들이 성애의 모습으로 그려졌다기 보다는 비유와 은유가 담겨있는 예술작품이라는 개념을 애써 담아놓으려 했기 때문에 그랬을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젠가 주문해 받은 미술책의 겉표지가 유명한 루벤스의 그림이었지만 그걸 전체적으로 보지 않고 부분만 봤을 때 누드의 여인만 보이는 것 때문에 책표지를 포장해 들고 다녔던 기억이 있다. 그런 기억은 이 책에도 나와있는 `세상의 근원`을 봤을 때에도 있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처음 그 그림을 봤을 때는 뭘 그렸는지 인식하지 못했고 설명을 듣고 난 후 가만히 바라보고 있는 그 순간에도 `예술`이라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물론 `외설`이라는 느낌도 없이 단지 이 그림의 의미는 무엇인가,라는 스치는 물음 뿐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별다른 느낌이 없었다 하더라도 누군가 옆에 있었다면 세상의 근원을 바라보는 내 눈길이 그리 편하지만은 않았을 것이라는 건 예상할 수 있다. 그런 느낌의 기억때문일까. 나는 사실 `아트 파탈`이라는 책이 그리 궁금하지는 않았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책은 바로 눈앞에 주어져있고, 그래도 내가 조금 더 관심을 갖고 있는 예술서라는데 어떤 책일지 훑어보지 않을수는 없잖겠는가.
책을 읽다보니 문득 오래전에 유학가 있던 신부님이 메일을 보내면서 첨부파일로 `비너스의 탄생`을 보내줬던 것이 떠올랐다. 실제로 본 적은 없고 책의 자그마한 도판으로만 보다가 그나마 모니터를 가득 채운 비너스의 탄생은 신비롭기도 했지만, 그러한 감상 이전에 메일로 첨부되어온 비너스의 탄생이라는 것의 첫느낌은 여인의 나체였다. 그리 불편한 그림이 아니었음에도 마음 한구석이 불편했던 것은 그때까지 교육받았던 성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에서 자유롭지 못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물론 지금은 그에 대해 사회적인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지만 여전히 대놓고 보기에는 좀 편치만은 않다.
그런 예술작품을 놓고도 마음껏 감상하기에는 마음 한쪽이 불편한데, 한참 논란이 되었었던 풀밭위의 식사는 어땠을까?
나는 우연찮게 루브르에 갔을 때 풀밭위의 식사를 볼 수 있었다. 아무런 정보도 없이, 박물관 내 지도도 없이 마구 헤매이며 돌아다니다 모나리자를 찾았고, 당시 특별전이 있었던 것인지 십미터도 안되는 거리에 풀밭위의 식사가 걸려있었던 것이다. 생각보다 커다란 그림에 놀랐고, 그 그림이 전혀 외설스럽게 느껴지지 않은 것에도 놀랐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나는 그림감상을 한 것이 아니라 그 그림에 대한 유명세만 보고 온 듯 해 부끄러울뿐이다.

 

알몸과 성, 팜 파탈과 춘화... 치명적인 매혹과 논란의 미술사라는 부제가 붙어있는 이 책은 알몸에 대한 이야기에서 시작하여 성과 속을 드나들고 예술과 외설의 모호한 경계를 이야기하며 `음란함`의 미술 이야기를 늘어놓고 있다.

"알몸은 그 자체로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알몸이 드러나는 방식이 문제다. 어디서 어떻게 드러나느냐에 따라 알몸의 의미는 크게 달라진다."

그런데 굳이 알몸이 아니더라도, 미술관에 걸려있는 춘화를 봤을 때 그 느낌은 꽤 묘한것이었다. 함께 갔던 분들 중 결혼한 분들은 간혹 감탄하기도 했지만 사실 내가 볼 때 춘화는 풍속도 이상도 아니었고, 때로 풍속도만큼의 재미도 없는 그런 그림이었을뿐이다. 그림을 자세히 보지 않는 한 뭘 나타내려고 하는지 모르겠는 그림도 있었고. 또 한편으로는 신윤복이나 김홍도처럼 유명한 화가의 춘화라는 것이, 그저 외설로만 보이게 되는 생소함때문에 그림 자체를 제대로 보지 못한 탓도 있을 것이다.

 

저자는 "거창하게 말하자면 이 책이 음란함에 대한 독자들의 인식에 균열을 내기를 희망하고, 소박하게 말하자면 독자들이 이 책을 읽으면서 야한 이야기를 들을 때처럼 빙긋 웃는다면 좋겠다. 사람들은 야한 이야기를 나누면서도 각자가 좋아하는 걸 떠올린다. 야한 이야기는 그런 떠올림을 위한 매개이다. 음란함은 매개와 경계의 문제이고, 이 책은 매개와 경계에 대한 책이다"라고 말하고 있다.

그 매개와 경계를 나는 잘 이해하고 제대로 읽어낸 것일까?
책을 다 읽고나니 미술사 책을 조금은 가볍게 읽어낸 느낌이 들 뿐이다.

말꼬리를 잡힐 때, 혹은 자신이 만들어 놓은 난해한 작품에 대한 설명을 요구받을 때, 뒤샹이 던지곤 했던 말은 음란한 미술에도 고스란히 적용된다. "해답이 없는 이유는 제대로 된 질문이 없기 때문이다"(마르셀 뒤샹, 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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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네시의 루브르]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오후 네 시의 루브르
박제 지음 / 이숲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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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네시의 루브르,라는 제목 만으로도 마음이 설레었다. 미술관이라는 곳을 일상적으로 찾아갈 수 있다는 생각조차 하지 못하던 시절, 뚜렷한 목적없이 한번 떠나보자 라는 마음으로 여행을 떠났고 아무런 정보없이 길거리를 헤매며 구경을 하던 파리를 떠나는 날 아침, 단 두시간만이라도 루브르를 찾아가보자는 생각으로 찾아갔던 것이 루브르 박물관에 대한 첫 기억이다. 그때 북적거리던 수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박물관 내부 지도도 없이 마구잡이로 떠돌다 어느 순간, 내가 알지 못하는 그림이었지만 그 앞에 스케치북을 펼치고 주저앉아 그림을 모사하던 한 젊은 화가의 모습은 루브르에서 실제로 봤던 모나리자나 비너스, 니케 만큼이나 인상적이었다. 날마다, 오후 네시가 되면 산책을 하듯이 루브르를 찾아오는 이들의 일상은 어떤 것일까 궁금했던 십여년전의 그 마음 그대로 이 책을 펼치는 순간 설레임이 되살아나는 것이다.

 

아는 그림이 별로 없어 헤매다 돌아왔던 기억도 안타까웠지만, 단체여행으로 찾아간 루브르는 감상하고 싶은 그림을 찾아가지 못하는 아쉬움에 더한 안타까움이 생겨났고 현지 가이드의 안내에 따라 보게 되는 그림이 달라지는 것 같아 흥미롭기도 했다. 언니와 둘이서만 루브르를 헤매고 다닐때는 간혹 들어오는 한국관광객을 따라 다니며 곁다리로 미술사적으로 중요한 그림 앞에서 설명을 듣기도 하고, 푸생의 그림이 방 안 가득한데 쳐다보지도 않고 지나쳐가버리길래 어린 조카녀석 손잡고 푸생의 사계를 보다가 뛰어 쫓아가야하기도 했고, 박물관 지도를 받았을 때 1번으로 기록되어 있는 장 르 봉이라는 초상화를 스치듯 지나쳐가며 처음 보는 이 그림이 왜 중요해? 라는 의문을 듣기라도 한 듯이 초상화의 한 획을 긋는 작품이라는 말에 다시 한번 쳐다보고 지나쳤던 기억도 있다. 아, 그래서일까. 오후 네시의 루브르의 첫 장이 초상화로 시작해서 더 마음에 들었다.

사실 루브르는 한달동안 날마다 드나든다고 해도 작품 감상을 다 하지 못할 지경인데 하루도 아니고 겨우 몇시간만을 둘러보느라 만인이 다 아는 유명세를 탄 그림과 조각만 보기에도 빠듯한 시간에 쫓겨 다녀온 기억밖에 없는 내게 이 책은 조금 신선한 느낌이었다. 다른 미술관련 서적에서는 방대한 루브르 미술관의 작품을 다 언급할 수 없기에 미술사적으로 언급할만한 가치가있는 작품들과 유명한 작품들 위주로 간략히 설명이 되어 있다. 그런데 이 책은 파리에 오랜세월 거주하고 있는 저자가 초상화, 풍속화, 풍경화, 종교화, 에로티시즘을 주제로 한 작품 등 5개의 장으로 나눠 저자 자신이 골라낸 루브르의 작품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책을 펼쳤을 때 가장 특이했던 것은 루브르에 걸려있는 작품과 그 작품을 감상하고 있는 실제 인물들의 모습이 함께 찍혀있는 사진이 작품사진과 함께 실려있다는 것이었다. 그 사진을 보고나면 왠지 저자의 설명으로 전문가의 평론을 듣는 느낌보다는 내가 먼저 그 작품을 감상하고 느낀 후, 저자의 친절한 설명을 듣게 되는 것 같아 루브르를 간접적으로 관람하고 있는 듯한 생각이 들었다. 저자가 골라낸 작품들이기때문에 내가 지금까지 읽어왔던 미술책에 언급된 그림들이 많지는 않았지만 - 어쩌면 오히려 그래서 더 많고 다양한 작품을 알 수 있어서 좋았다고 생각하기도 하는데, 각 작품의 특징과 성향, 화가의 전기적 사실, 일화등을 곁들여 소개하고 미술사적으로 필요한 경우 그 작품과 관련되어 다른 화가의 작품을 보충하여 설명해주고 있어 저자의 그림감상만이 아니라 미술사에 연관이 되는 다른 화가의 작품을 보충하여 설명해주고 있어 작품 하나만이 아니라 좀 더 개괄적으로 넓게 작품을 이해할 수 있게 해주고 있다.

 

루브르에 다시 가게 된다면 꼭 보고 싶은 작품들이 있다. 다음에 갈 때에는 시간과 동선을 잘 그려내어 최대한 많은 작품을 보고 오리라, 생각하기도 했다. 그런데 오후 네시의 루브르를 읽고 나니 왠지 루브르에 갈때는 산책하는 마음으로 가야만 할 것 같다. 거닐듯이 지나치다 문득 눈길이 닿는 작품앞에 가만히 서서 감상을 하고 난 후 길을 나서는, 그러니까 풍성한 숲속 오솔길을 거닐며 즐기다가 문득 눈에 와 닿는 들꽃을 잠시 바라보게 되는 그런 마음으로 루브르를 거닐고 싶어진다.

내 그림 보는 안목이 없으면 어떠랴. 모든 작품들이 다 내 눈을 호사시킬터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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