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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파탈 - 치명적 매혹과 논란의 미술사
이연식 지음 / 휴먼아트 / 2011년 10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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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을 보는 눈은 그닥 뛰어나지 않지만 그래도 미술관련 책을 많이 읽어서인지 세간에 알려진 꽤 유명한 그림들은 누군가의 책에서 도판으로 본 기억이 많다. 그런데 그 많은 그림들을 볼 때 특별히 나체에 신경을 쓰지는 않았었던 것 같다. 아마도 그 그림들이 성애의 모습으로 그려졌다기 보다는 비유와 은유가 담겨있는 예술작품이라는 개념을 애써 담아놓으려 했기 때문에 그랬을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젠가 주문해 받은 미술책의 겉표지가 유명한 루벤스의 그림이었지만 그걸 전체적으로 보지 않고 부분만 봤을 때 누드의 여인만 보이는 것 때문에 책표지를 포장해 들고 다녔던 기억이 있다. 그런 기억은 이 책에도 나와있는 `세상의 근원`을 봤을 때에도 있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처음 그 그림을 봤을 때는 뭘 그렸는지 인식하지 못했고 설명을 듣고 난 후 가만히 바라보고 있는 그 순간에도 `예술`이라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물론 `외설`이라는 느낌도 없이 단지 이 그림의 의미는 무엇인가,라는 스치는 물음 뿐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별다른 느낌이 없었다 하더라도 누군가 옆에 있었다면 세상의 근원을 바라보는 내 눈길이 그리 편하지만은 않았을 것이라는 건 예상할 수 있다. 그런 느낌의 기억때문일까. 나는 사실 `아트 파탈`이라는 책이 그리 궁금하지는 않았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책은 바로 눈앞에 주어져있고, 그래도 내가 조금 더 관심을 갖고 있는 예술서라는데 어떤 책일지 훑어보지 않을수는 없잖겠는가.
책을 읽다보니 문득 오래전에 유학가 있던 신부님이 메일을 보내면서 첨부파일로 `비너스의 탄생`을 보내줬던 것이 떠올랐다. 실제로 본 적은 없고 책의 자그마한 도판으로만 보다가 그나마 모니터를 가득 채운 비너스의 탄생은 신비롭기도 했지만, 그러한 감상 이전에 메일로 첨부되어온 비너스의 탄생이라는 것의 첫느낌은 여인의 나체였다. 그리 불편한 그림이 아니었음에도 마음 한구석이 불편했던 것은 그때까지 교육받았던 성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에서 자유롭지 못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물론 지금은 그에 대해 사회적인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지만 여전히 대놓고 보기에는 좀 편치만은 않다.
그런 예술작품을 놓고도 마음껏 감상하기에는 마음 한쪽이 불편한데, 한참 논란이 되었었던 풀밭위의 식사는 어땠을까?
나는 우연찮게 루브르에 갔을 때 풀밭위의 식사를 볼 수 있었다. 아무런 정보도 없이, 박물관 내 지도도 없이 마구 헤매이며 돌아다니다 모나리자를 찾았고, 당시 특별전이 있었던 것인지 십미터도 안되는 거리에 풀밭위의 식사가 걸려있었던 것이다. 생각보다 커다란 그림에 놀랐고, 그 그림이 전혀 외설스럽게 느껴지지 않은 것에도 놀랐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나는 그림감상을 한 것이 아니라 그 그림에 대한 유명세만 보고 온 듯 해 부끄러울뿐이다.

 

알몸과 성, 팜 파탈과 춘화... 치명적인 매혹과 논란의 미술사라는 부제가 붙어있는 이 책은 알몸에 대한 이야기에서 시작하여 성과 속을 드나들고 예술과 외설의 모호한 경계를 이야기하며 `음란함`의 미술 이야기를 늘어놓고 있다.

"알몸은 그 자체로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알몸이 드러나는 방식이 문제다. 어디서 어떻게 드러나느냐에 따라 알몸의 의미는 크게 달라진다."

그런데 굳이 알몸이 아니더라도, 미술관에 걸려있는 춘화를 봤을 때 그 느낌은 꽤 묘한것이었다. 함께 갔던 분들 중 결혼한 분들은 간혹 감탄하기도 했지만 사실 내가 볼 때 춘화는 풍속도 이상도 아니었고, 때로 풍속도만큼의 재미도 없는 그런 그림이었을뿐이다. 그림을 자세히 보지 않는 한 뭘 나타내려고 하는지 모르겠는 그림도 있었고. 또 한편으로는 신윤복이나 김홍도처럼 유명한 화가의 춘화라는 것이, 그저 외설로만 보이게 되는 생소함때문에 그림 자체를 제대로 보지 못한 탓도 있을 것이다.

 

저자는 "거창하게 말하자면 이 책이 음란함에 대한 독자들의 인식에 균열을 내기를 희망하고, 소박하게 말하자면 독자들이 이 책을 읽으면서 야한 이야기를 들을 때처럼 빙긋 웃는다면 좋겠다. 사람들은 야한 이야기를 나누면서도 각자가 좋아하는 걸 떠올린다. 야한 이야기는 그런 떠올림을 위한 매개이다. 음란함은 매개와 경계의 문제이고, 이 책은 매개와 경계에 대한 책이다"라고 말하고 있다.

그 매개와 경계를 나는 잘 이해하고 제대로 읽어낸 것일까?
책을 다 읽고나니 미술사 책을 조금은 가볍게 읽어낸 느낌이 들 뿐이다.

말꼬리를 잡힐 때, 혹은 자신이 만들어 놓은 난해한 작품에 대한 설명을 요구받을 때, 뒤샹이 던지곤 했던 말은 음란한 미술에도 고스란히 적용된다. "해답이 없는 이유는 제대로 된 질문이 없기 때문이다"(마르셀 뒤샹, 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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