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건 책 사진인가 밥 사진인가.
점심으로 삶은 달걀 하나, 두부 한모, 미역초무침 약간, 상추 약간, 김치.
아, 그리고 후식으로 참외 하나, 포도 댓방울.
두부와 달걀을 먹어서 그런지 배속은 든든하다 못해 빵빵하게 부풀어 올랐고, 식곤증에 좀전까지 정신이 없었다. 거기에다가 이런 책 - 마음은 그렇게 작동하지 않는다, 를 펼쳐들고 있으니 어찌보면 정신없는 건 당연한 결과일것이다.
어쨌든지간에. 해야할일이 있지만 아직 시간여유가 있다는 생각때문인지 자꾸만 정신은 딴데로 흘러가고 책을 읽지도 못하겠고 결국은 이렇게 모니터를 쳐다보다가 잡생각에 빠져들기 시작하고 있다. 아, 정말 시간이 많은가보다.
요즘 인터넷세상에서는 찾지 못하는 것이 없어서 내가 여기서 누군가에 대한 언급을 하면 그것이 돌고돌아서 모두의 귀에 들어간다는 것을 인식한 이후로 글을 쓴다는 것은 정말 위대한 모험을 떠나는 것 만큼이나 각오를 다져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글을 써대는 것은 나 자신의 스트레스를 풀기 위한 것.
사람에 대한 신뢰가 무너진다는 것은 일상이 무너지는 것과 같다. 막장드라마가 아니더라도, 그냥 티비에 방송되는 드라마들을 보면서 어떻게 저런 일이 일상화되어 있냐, 라거나 캐릭터에 대한 고민없이 극과극을 달리는 캐릭터들만 나열하고 있다, 는 등의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이제야 깨닫음이 온다. 가만 생각해보면 저건 드라마의 이야기가 아니라 내가 살아가고 있는 일상의 이야기인거다, 라는 거. 말도 안되는 캐릭터는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생각했는데 내가 내 주위 사람들에 대한 인식이 아직도 모자라서 그랬다는 걸 깨달은거다.
자신을 위해 거짓말을 하고, 내가 하지도 않은 말이지만 자신의 이야기에 이용해먹기 위해서는 내가 그런 말을 했다고 말을 흘린다는 걸 알았다. 우리 두 사람이 같이 그에 대한 진위여부를 따진다는 것 이전에 둘 사이의 대화 자체가 없으니 그런 거짓말이 가능한거다. 철저하게 자신이 원하는 것을 위해 모두를 속이는 것이 가능한것은 우리 모두가 서로에 대해 툭, 털어놓는 - 그러니까 내가 한때 입에 달고 살았던 '까발림'의 관계를 유지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아, 이건 정말이지. 나에게 해가 되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에 모른척해야하나? 그 누군가로 인해 또 다른 사람이 오해를 받으면서 더 큰 미움을 받게 되는 상황이 되어버렸는데. 이 모든것을 다 까발리게 되면 사람들은 어떻게 될까?...
내가 이 모든 걸 터뜨린다고 해서 다른 사람도 나처럼 솔직하게 모든 걸 다 까발리고 허심탄회하게 옳은 방향으로 나아간다면 나는 충분히 잠시의 불편함과 어색함과 부당하게 미움받는 것마저도 감수할 생각이 있지만. 지금의 관계성으로 봤을 때, 그들은 결코 그렇게 옳은 방향으로 나아갈 사람들이 아닌데다가 더 큰 오해가 생길수도 있기에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이렇게 어쩔 수 없는 상황, 이라는 것이 꼭 말도 안되는 드라마와 같은 것이다. 아, 정말 미쳐버릴것같은.
오히려 나와 직접 관련된 일이라면 좀 더 쉽게 터쳐버렸을지도 모르겠지만. 이건 공식적으로 나와 전혀 상관없는 일인데다가 주위에서 흘리는 소문만으로 이야기를 끌어갈수도 없는 것이고. 소문의 진위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그들 라인의 끝까지 가봐야하는데 그건 국장과 오너에게까지 올라가야하는 것이라 처음부터 불가능.
그래서 그녀석은 안심하고 자신의 발톱을 감추고 뻔뻔함을 유지하고 있는 것일까?
세상 참 무섭다. 모든 일은 자신이 저질러놓고, 그에 대한 불이익과 오해와 미움은 다른 사람에게로 돌려버리고, 그 당사자에게는 오히려 위로해주는 것처럼 말하면서 이런 상황들을 감수해야 한다 했다니. 세상이 무서운게 아니라 사람이 무서운게다.
시간이 아무리 많아도 이런 부정적인 생각들로 잠이 깬 오후 시간을 보내는 것은 참 싫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