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기야 '탐난다'라는 책도 나오는구나. 누군가에게, 각자, 다른 의미로 다가오겠지만. 경제적 여유없는 어린 시절을 보냈던 내게 이 모든 것들은 사치품의 범위에도 들어오지 못하는 나와는 전혀 다른 세계의 이야기일뿐이었다. 그래서인가. 9월이 되면. 내가 나를 위해 무조건 사치품을 선물할꺼야, 라고 마음먹으면서도 막상 뭔가를 사볼까, 하면 마음에 남아있는 것이 하나도 없게된다. 내가 누릴 수 있는 사치는 기껏해야, 여전히 책일뿐.
반양장본이 나왔다, 라고 하지만 내게 이 책들이 결코 쉬운 책이 아니라는 것을 알겠기에 덥석 집어들지 않는다. 나는 이제 더이상 철학,이라든가 과학,이라든가, 인문이라는 말이 들어간 책을 쉬 읽을 수 없다는 것을 깨닫는다. 소설책을 읽기에도 버거운데 어찌. 그래서 차츰 욕심을 버리게 되는지도 모르겠다. 심지어 신 나서 장바구니에 우겨넣고 구입한 코믹북스들. 그것마저 단숨에 읽어제끼는 것이 쉽지 않은 요즘이라. 심란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