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별 통신
요시토모 나라 지음, 김난주 옮김 / 시공사 / 200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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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쓰기 싫어 사진이나 찍자고 사진기를 들이대니, 이녀석이 씨익~ 웃습니다. 쓰기싫은 꽁수를 들이대다니! 하면서 말이지요.

... 나는 이 작은 별을 찾아왔다. 라고 적혀있습니다.
나는 '나라 요시모토'라는 사람을 몰랐습니다. 이 책이 그의 자서전이라는 것도 몰랐습니다. 그냥 이 달라붙은 머리카락과 미소짓는 듯한 입술과 뭔가 의미심장한 말을 붙이고 있는 듯한 눈동자에 반해 작은 별 통신을 접수했지요.

그의 이야기에는 여행이 빠질 수 없습니다. 저건 아마도 '나 홀로 여행'의 흔적이겠지요.

이건... 책 중간에 적힌 2002년의 카불일기 입니다.
"폐허에서 집을 짓는 남자들
붕괴된 건물들의 거리
머리 위로 펼쳐지는 드넓은 하늘로 연을 날리는 남자아이들
손을 잡고 웃는 여자아이들
우리는 그들의 모습 하나하나에 셔터를 눌렀다

벽이란 벽에 온통 총탄 자국이 밤하늘의 별처럼 흩어져 있는 초등학교 자리에서 만난 양치기 소년들도, 강에서 빨래를 하는 사람들도 모두 웃는 얼굴이었다. 사진을 찍는다고 돈을 요구하지도 않았다. 여기저기 탄흔이 남아있는 다 무너져가는 학교 건물 앞에 예쁜 화단을 만들고 물을 뿌리는 아저씨도 웃는 얼굴이었다"(p 109)

또 작은별 통신에는 중간 중간 나라 요시모토가 직접 그린 작업실이나 집의 도면이 나옵니다. 이건 일본어가 그대로 나와있는 도면.
글자는 하나도 이해할 수 없습니다.
아, 물론 똑같은 것이 나오기는 합니다.

우리말이 찍혀 나오지요. 하지만 저 도면의 바로 뒷장이 아니라 책의 맨 뒤쪽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좀... 답답하더군요.
원본을 그냥 실어준 것은 고마운데, 바로 뒷장에 같이 넣어줬더라면 편집자에게 무척 고마워했을 것 같아요. 제 경우에는 말이지요. ^^;

그래도 뭐, 어떻습니까.
이 책이 나라 요시모토라는 내가 쌩판 몰랐던 사람의 자서전인지 뭔지 몰라서 덜컥 구입을 했다하더라도 책을 한 장 한 장 넘겨가며 본 나라 요시모토와 그의 작품이 좋아져버렸는데요.

이 사진은 제 방 모니터 옆에 놓여있는 게시판을 찍은겁니다. 엽서만 찍었어야 하는데 게으름병이 도져 그냥 찍어버렸네요. 로드무비님이 보내주신 거랍니다.
나라 요시모토의 작품이 덜커덕 좋아져버리게 되면 '작은 별 통신'을 구입해도 후회는 안하게 되겠지요?

어쩌면 특별할 것 없는 자서전입니다.
하지만 무덤덤하게 흐르는 듯한 나라 요시모토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나도 뭔가... 라는 생각이 듭니다.
나라 요시모토는 그걸 알았을까요?
뭔지 모를 느낌을 안고 책을 탁! 덮으면 저 녀석이 외치거든요.
파이팅!!
자, 오늘, 나름대로 그 뭔가..를 찾기위해. 아자아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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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5-04-15 21: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진과 함께 보는 것이 이런 멋이 있는 줄은 몰랐네요. 리뷰가 눈을 끌어당깁니다^^ 잘 보고 갑니다(__)

chika 2005-04-16 09: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사합니다. ^^
 
호텔 아프리카 애장판 1
박희정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5년 1월
품절


사람들은 누구나...
약간의 슬픔을 간직하고 살아야 하는 존재인지도 몰라. 너도 에드도 나도... 세상 사람 모두 말이야. 하지만 쥴라이..
너무나 큰 슬픔을 가슴에 묻어 두어야 할 땐 마음대로 눈물조차 흘리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니...-6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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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4-02 21: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법의 숙제
다니엘 페낙 지음, 신미경 옮김 / 문학동네 / 2004년 4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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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아침, 잠에서 깨어나보니 하룻밤 사이에 내가 어른으로 변해 있었다. 깜짝 놀라서 부모님 방으로 달려갔는데, 엄마와 아빠는 아이들이 되어 있었다. 그 다음을 이야기하시오.

그 다음은... 그 다음은 어떻게 됐지?

..... 이렇게 멍 하니 앉아있기만 하는 나는 이미 마법을 잃어버린 어른이다.
'상상은 거짓말이 아니야!' 라는 외침으로 시작되는 이 책을 읽어가는 동안  거짓으로라도 상상을 하지 못하는 나 자신을 느끼게 되면서 나는 이미 마법의 세계로 돌아가는 길을 잃어버리고 세상에서 커져버린 피터팬을 보게 되었다. 일상에 젖어 피곤에 찌든 피터팬의 쭈글거리는 얼굴이 바로 내 모습이었나....

<마법의 숙제>라는 이 책은 '마법'이라는 말이 나오기는 했지만 지극히 사실적으로 여러가지 현실적인 문제들을 표현하고 있다. 은근슬쩍 유태인에 대한 인종차별적인 그들의 모습, 이민 2세대..아니, 이민자들에 대한 부당한 대우.. 이런 이야기로 얼핏 들었던 프랑스인들이 갖고 있는 우월주의를 꼬집고 있다. 그래서인가. '상상은 거짓말이 아니야'라는 말이 더 진실로 다가온다.

이 책의 리뷰를 쓴다는 것은 정말 대단한 노력이 필요하겠지만 나는 간단히 쓰고 있다. 이 책에 대해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줄거리를 안다고 해서 상상으로 '마법의 세계'를 읽을수는 없다는 것이다. 상상은 진심으로 꿈꿔야 하는 것이며, 마법의 세계는 진실이 담긴 현실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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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의 숙제
다니엘 페낙 지음, 신미경 옮김 / 문학동네 / 200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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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장난이 다 나쁜건 아니다. 가장 고약한 말장난은 제일 친한 친구한테 하는 법이다. 이것이 바로 친밀한 사이에서 치러야 하는 별난 대가라는 거다.-204쪽

그렇다..... 더 이상 문제의 해결책이 보이지 않을 때에도 복수하는 일은 남아있다. 이것이 오랜 시간이 지난 오늘날까지도 어두운 과거의 기억을 들쑤시며 사람들이 편안한 잠에 빠져드는 것을 방해하고, 역사의 흐름을 어지럽히는 것이다.-209쪽

네가 던지는 의문에 꼭 맞는 해답이 어디 세상에 있기나 해야지....
문제가 있으면 해답도 있겠지... 하지만 피에르, 이건 인정해야 해. 요즘 세상에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 문제에 딱 들어맞는 해답이란 없어. 문제들이 홀딱벗고 다닌다고나 할까-236쪽

한쪽이 다른 한쪽을 비난하면 상대방은 예전의 기억을 더듬으며 다른 비난거리를 찾게 마련이다.("먼저 시작한 건 너쟎아") 친구들은 무시당한 우정을 위해 싸운다지만, 실은 스스로 결백하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서일 뿐, 우정때문이 아니다. 쌍방이 서로 잘못한게 없다며 싸우는 전쟁일수록 가장 살벌한 법이다.-281-282쪽

애들이란 빛을 발하는 수수ƒ? 같은 존재지-305쪽

어린 시절의 추억이란 얼마나 감미로운 것일까! 그 어린 시절을 무사히 치러냈다는 확신이란 또 얼마나 유쾌한 것일까! 자신이 어디서 오는지 제대로 알 수 있을 때만이 현재의 제 모습으로 살아갈 수 있는 거예요! 자신이 예전에 저질렀던 모든 바보짓을 다 알고 있을 때에만 말이지요! 어린 시절 없이는, 살아도 사는게 아니지요! 여러분이 그걸 안다면....-34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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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아는 그 사람은,

순한 사람은 아니다.

가령, 그는

횡단보도까지 침범하는 승용차를 참지 못하고

그 유리창에 얼굴을 대고 험악한 인상을 지어 무안을 주는,

그런 사람이다.


내가 아는 그 사람은,

늘 밝은 웃음을 짓는 사람이다.

가령, 그는

하얀 이빨을 드러내고, 그것도 모자라 목젖이 보이도록 웃고 있는

루피의 그림으로 자신을 표현하는 그런 사람,

윤도현 밴드를 좋아하고 자우림의 공연에서 목청껏 노래를 따라부르는 그런 사람,

같이 있으면 기분이 덩달아 좋아지는,

그런 사람이다.


내가 아는 그 사람은, 그러나

고민의 괴로움을 피해가는 사람은 아니다. 

가령, 그는

미덥지 않은 직장 상사의 핀잔이 속상하고

해야 하는 공부를 하지 못하는 자신 때문에 우울해하고,

누구나 그렇듯이,

이렇게 한살두살 점점 나이를 먹고마는 게 아닐까,

내 인생은 이렇게, 이룬 것도 없이, 가진 것도 없이, 열정도 없이, 그렇게, 

그렇게 끝나버리는 게 아닐까,

이렇게 말 수는 없는데, 이렇게 그냥 흘러가선 안되는데, 이렇게,

이렇게 장래를 불안해하는,

그런 사람이다.


그러니, 아마 그가 괴로운 것은,

다른 사람 때문이라기보다는,

그가 자신의 현재의 삶에 쉽게 만족하지 못하기 때문이리라.

그러니, 아마 그가 괴로운 것은,

그가 남몰래 믿고 있는 자신의 가치가, 자신의 열정이,

혹시 그보다 적은 게 아닐까, 부족한 게 아닐까, 그것이 두려운 때문이리라.


푸른 바다, 너른 초원의 품에서 자란, 그는

천상 맑은 사람이다, 트인 사람이다, 따뜻한 사람이다, 그러나

그늘 없는 들판이 단조롭듯이, 그는 

그냥 맑기만 한, 트이기만 한, 따뜻하기만 한, 그런,

그런 사람은 아니다.


내가 아는 그 사람은, 그래서

내가 사랑하고 아파하고 부러워하고 궁금해하는 이웃이다, 친구다, 거울이다.

가령, 그가

신앙이 흔들려 괴로워하면 내 마음이 불안하고

가령, 그가 

푸하하하 웃어제끼면 나도 목젖이 간질거리고

가령, 그가

가끔 어디론가 여행을 떠나게 되면 궁금하고 샘이 나서 따라나서고 싶은,

그런 사람이다.


내가 아는 그 사람은,

어떻게 내가 그 사람을 알게 되었을까, 가끔

그런 생각이 들 때마다

문득 다시 한번 보고 싶은,

내가 아는 그 사람은 바로

치카님, 그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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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마 2005-04-01 23: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푸헐헐헐, 치카니임~
발마스놈이 바쁘다고 대신 엽서 한 장 전해달랍니다.
보시고서 냅다 던져버리소서. (__)
똑딱똑딱 타불~

chika 2005-04-01 23: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어마나!!
아니...우와~ 멋진 찬사예요!!
근데... 저도 치카인데, 발마스님이 얘기하는 그런 사람 치카는 워딨남요? 저한테도 소개해주세요오~ (^^;;;;;;)

chika 2005-04-02 0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컴퓨터가 말썽이네요. 은근슬쩍 지멋대로 꺼지는게.. 쥔장말도 안듣고 ㅠ.ㅠ
달마스님, 발마스님 엽서도 전해주시고.. 흑~ 정말 고맙네요.
근데혹시.. 이 엽서한장, 달마스님이 쓰신건 아니우? 만우절이라.. 못믿겠는디요?
우헤헤~ ^^ (역시 달마스님, 멋져부러요오~ ^^)

울보 2005-04-02 01: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지금도 헷갈립니다,,
달마스님과 발마스님 누가 찐짜요,,,
치칸님은 아시오..
아무쪼록 사월이 시작되는 오늘 이렇게 멋진 분께 멋진 엽서 받으신 님은 너무너무 행복하시겠네요,,
아하 이럴땐 아줌마보다 처녀가 좋더라,
안녕히 주무세요,,,,샘많은 아줌마가,,

울보 2005-04-02 01: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추천도 하고 가야지,,

chika 2005-04-02 0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울보님, ^^;;;;;
전 제가 철없는 짓을 할때마다 - 특히 나이를 한 살 더 먹을때마다(ㅡㅡ;) 아줌마들이 점점 더 부러워질때가 많은디요? ^^

날개 2005-04-02 14: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오~! 너무 멋진 시군요.. 치카님을 제대로 표현했어요..! 추천~

chika 2005-04-02 19: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 이제 발마스님은 철학자로 달마스님은 시인으로 불러야할까봐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