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기분이 나쁘면 티가 나는 사람이다.

그래도 집에서 화가난 걸 사무실에서 티내지는 않고, 사무실에서의 스트레스를 집에 갖고 가지는 않는다.

물론 스트레스를 받으면 아무래도 차분한 성향에 더 침체되어 있을수밖에 없으니 티가 나기는 하겠지만 

어쩔 수 없는 부분을 빼고는.

아니.

그보다는 아이들이 자기 기분내키는대로 떼를 쓰듯이 자신의 기분을 표현하는 어른은 별로 없다. - 엄밀히 말하자면 '어른'이 아니라고 치부하면 되겠지만. 엊그제 유퀴즈에 나온 장원영에게 '참된 어른'을 물었더니 '참된 어른이 있을까요?'라는 말을 해서 좀 뜻밖의 느낌을 가졌었는데. 22살짜리가 그렇게 말하는데 뜨끔하지 않을 나이만 어른인 사람들이...


아니. 

아무튼.

퇴근시간이 되어가니 글도 급하게 나오고 있는데.

왜 자기 기분에 화를 내면서 사무실 분위기를 망치고, 거기에 더해 업무에까지 영향을 미치는지 모르겠다.

그러면서 본인은 본인이 잘못한게 없다고 생각하겠지?

나 화났는데 내 잘못은 아니야. 그런데 너는 나한테 잘못하고 있고 그걸 고칠 생각을 안하네? 그래서 난 너에게 화가 나서 말을 안하고 싶다....를 온몸으로 표현하고 있다.

아, 젠장.

퇴근 준비 해야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머큐리 테일
김달리 지음 / 팩토리나인 / 2025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작가는 이 글을 쓰는 작업이 즐거웠다고 표현했다. 나는 이 글을 읽는 시간을 즐거웠다,라고 말할수는 없을 것 같다. 낯선이를 만난다는 것에 대한 내향인의 낯가림때문만은 아닌것이 분명하지만...


머큐리 테일을 표제작으로 하는 김달리 작가의 이 소설집은 5편의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멸종아이,를 빼면 소설 속 화자는 모두 여성으로 추정되는 지구인(!)이다. 이렇게 언급을 하면 이 소설집이 SF 장르소설인가 싶겠지만 우리의 현실 속에서 어디선가 벌어지고 있을 것 같은 이야기들이 담겨있는 스릴러 장르 소설이다. 


나의 테라피스트,의 마지막장을 읽으며 그 테라피스트의 존재를 알게 되었을 때는 반전에 대한 놀라움이 아니라 인간성의 근본을 뒤집는듯한 선언에 충격을 받았다는 것이 더 가까울 것이다. 이것은 들러리,에서 단발머리 귀신이 주인공일 것이라는 생각을 하며 끔찍함을 느끼게 하고 있는데 그 절정은 이 단편집의 표제작으로 쓰인 머큐리 테일에서 터져나온다. 미쳐 돌아가는 세상에 정말 미친 사람이 누구일까, 생각하고 있는데 훅 치고 들어오는 현실 속 실제 사건사고의 이야기는 가장 임팩트가 컸다. 사실 이 모든 것이 정신병자의 미친 환상 속 이야기였으면 좋겠는데 오히려 과거의 언젠가 뉴스에서 봤었던 실제 사건의 이야기가 훅 치고 들어와 더 강한 충격을 주고 있는 것이다. 

1900년대 멸종된 인류를 복원하는 프로젝트 이야기를 담은 멸종아이는 결국 지구의 종착은 소멸임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인가 싶지만 솔직히 잘 모르겠다. 토리 앤 뱀파이어에서도 토리가 품고 있는 많은 것들이 마지막 순간에 정말 사랑싸움을 보여주는 것일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결말이 좀 당혹스럽기도 해서 책을 다 읽고 난 느낌의 정리가 쉽지는 않다. 


그냥 다시 이야기의 처음으로 돌아가 머큐리 테일의 수성이 외계인이고 멸종 인류 아리는 지구에 정착했던 외계인이 멸종한 것이고 뱀파이어는 존재감이 남다르지만 우리의 일상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닌 것으로 단순히 끝내면 좋겠다,라는 느낌만 남아있을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애니만 봤더니 일본어를 잘하게 된 건에 대하여
센님(정세영) 지음 / 길벗이지톡 / 2024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우연찮게 '코난밖에 모르던 내가'라는 문구를 보게 되어 이 책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애니만 봤더니 일본어를 잘 하게 되었다는 내용이 담겨있겠지만 그 애니가 코난이라는 것 아닌가. 나도 코난을 좋아하는데 누군가는 일본어를 유창하게 할 수 있고 나는 일본어의 히라가나도 겨우 알고 있을뿐일까.

물론 아무런 노력없이 애니메이션만 보다가 일어를 잘하게 되었을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지만 그 과정이 궁금했다. 한때 유리가면이라는 만화책의 결말이 궁금해 우리나라에 번역되지 않은 부분을 검색으로 찾아 결국 몇장의 만화 컷과 그 내용에 대해 설명되어 있는 사이트를 찾아 내용을 읽었던 기억을 떠올려보면 저자가 이야기하는 덕질이 언어력을 키웠다는 말에 백만배 공감하게 되는데 이 책은 그렇게 관심을 갖고 즐기면서 언어를 접하게 되면 말이 트이고 귀가 트이게 될 것이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사실 그 정도에서만 끝난다면 정말 아무런 노력없이 그저 애니나 드라마 같은 것만 보면서 외국어를 익힐 수 있다는 것인가, 라는 의문을 갖게 되는데 책을 읽다보면 그런 단순함은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일본에서 어린시절을 보내고 온 친구와 일본드라마를 볼 때 자막만 보면서 이해가 안되는 내용 - 여선생님이 '조용해'라고 했는데 왜 사람들의 반응이 이상한 사람 보듯 할까,라고 물어봤었는데 일본어에는 여성과 남성이 사용하는 언어가 다르다는 걸 그때 처음 알게 되었다. 여성의 언어가 아닌 조폭이 쓰는 단어를 내뱉은 격이라 사람들이 무서워하는 반응이라고 들었는데 이런 것은 언어 문화의 기본적인 부분을 알아야 구분할 수 있는 것이다. 저자 역시 일례로 일어회화를 아주 잘하는 유학생이 있는데 교수님이 왜 여고생같은 말투를 쓰냐고 의아해했다는 것을 언급하고 있다. 좋아하는 애니나 드라마를 보면서 언어를 공부가 아니라 놀이하듯이 배우는 것이 시작이라면 그에 조금 더 나아가는 것이 반복하면서 귀가 트이고 혼잣말을 하면서 말도 트이게 되는 과정을 거쳐 일본어 능력 시험을 준비하며 심화학습을 하는 것까지 즐기는 것이 끝까지 갈 수 있는 것임을 보옂고 있다. 


관심을 갖고 볼 수 있는 애니메이션이나 노래를 추천하기도 하고 언어습득에 필요한 글자- 일어에는 한자도 필수이며- 와 단어를 익히는 것 역시 게임처럼 즐기는 방법이라거나 혼잣말의 기술, 회화에 자신감을 갖고 연습하는 마인드의 중요성 등 공부의 기술(!)도 알려주고 있다. 책을 읽다보면 왠지 나도 덕질을 통해 즐겁게 언어를 배울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제 즐길일만 남은 것 같아 왠지 기분이 좋아지기도 하고. 













댓글(2)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감은빛 2025-01-16 21: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연히 이 책을 쓴 분의 짧은 동영상을 몇 개 봤어요. 정말 일본어를 원어민처럼 잘 하고, 심지어 한국인이라 한국어도 잘 하니 일본과 한국의 최신 문화 등을 일본어와 한국어로 번갈아 설명해주더라구요. 그중 한 영상에서 이 책 홍보도 하고. 일본어를 조금씩 익히고 있는데, 이게 참 알면 알수록 어려운 언어라는 생각이 들어요.

chika 2025-01-17 07:11   좋아요 0 | URL
일본어는 기본적으로 한자를 알아야하니 쉽게 배울수있는 언어가 아니라고들 하더라고요. 저는 영어에 집중해보려고 하는데 역시나 말떼기가 쉽지않네요.ㅠㅠ
그래도 즐길거리를 찾다보면 나아지려나...기대해봐야죠 ^^;;
 

어떤 면에서 죄가 없다. 아무도 기억하지 못한다면 모든 것이 허용 가능하다는 점을, 그는 비록 명쾌하게 정리할 수는 없어도 막연히 감지한다. 아무도 기억하지 못한다면은 신이 없다면과상응하는 말이 된다. 도스토옙스키는 말했다. 신이 없다면 모든 것이 허용된다고. 신은 거대한 기억에 불과하다는 사실이밝혀질 것이다. 죄악의 기억. 무한 메가바이트의 메모리를 가진 클라우드. 건망증이 심한 신, 알츠하이머병에 걸린 신은 우리를 모든 의무에서 해방시킬 것이다. 기억이 없으면 범죄도없다. - P96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언젠가, 머지않아, 대다수의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과거로 돌아가기 시작할 거야. 기억을 기꺼이 ‘잃기‘ 시작할 거라고. 점점 더 많은 사람이 과거라는 동굴에 숨기를, 돌아가기를 원하는 때가 올 거야. 그런데 행복한이유로 그러진 않겠지. 우리는 과거라는 방공호를 마련해야하네. 시간 대피소time shelter라고나 할까. - P62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