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인도 - 아무도 없는 그러나 누구나 있는 인도 잡화점
이상혁 지음 / 상상출판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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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하지 않은 어느 날 갑자기 인도에 관한 책이 날아왔다. '어느날 인도' - 아무도 없는 그러나 누구나 있는 인도 잡화점.

 

나는 이상하게도 인도를 떠올리면 왠지 가까이하기엔 너무 먼 당신이라는 통속적인 표현이 먼저 떠오른다. 내 주위에는 인도와 묘하게 어울리는 분위기를 가진 친구와 전혀 인도에는 관심이 없어보이는 친구가 있는데 그들 모두가 인도를 다녀오고난 후 인도에 대한 평가는 긍정적인 것 뿐이었다는 것이다. 사실 내 머리속으로 떠올리게 되는 인도의 이미지는 절대 긍정적일수가 없다. 모든 것이 다 뒤죽박죽이고 기본적인 룰도 없이 그냥 흘러가는대로 모든 것이 진행되어버리는 그 곳, 인도에는 도대체 무엇이 있길래 다들 반해버리고 마는 것일까, 라는 의문은 이제 더이상 갖지 않는다. 나는 여전히 인도를 직접 경험하지 못했지만 인도의 모습이 어떠할지 알것만 같은 느낌이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 역시 나의 상상일뿐 실제의 인도와는 같지 않겠지.

 

어느날 인도,에서는 지금까지 내가 들어왔던 인도의 수많은 이미지를 떠올리게 한다. 인도의 모습에 온전히 빠져들어 좋은 모습만을 부각시키려 노력하지도 않고, 뭔가 심오한 깨달음을 얻었다며 깊이있는 척하지도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인도의 추악하고 틀을 벗어난 자유분방함만을 이야기하지도 않는다. 이들이 느낀것이 모든이의 느낌과 같을수없고, 모두의 관점에서 다양한 모습을 바라볼수도 없는 것이지만 왠지 나는 이 책에 실려있는 글들과 사진을 보면서 이것이 바로 인도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골목이 기대를 낳고 기대는 신비를 품은 나를 낳았지. 인도는 미지의 세계를 믿던 어린 시절의 나를 호명했고 말이야. 기대와 공포가, 설렘과 실망이 공존하는 생성의 공간. 돌아왔을 때 뭔가가 변했다는 감각만이 존재하더라"라는 말에 묘하게 고개를 끄덕일수밖에 없다. 인도를 가보지도 않은 내가.

 

각자의 삶의 모습을 그대로 그려내보이면서 나의 느낌을 말한다는 것 자체가 어쩌면 자신이 갖고 있는 내면의 시선을 그대로 드러내보이는 것일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이 책에서만큼은 편견이 아닌 공감을 하게 되어버리고 만다. 엊그제 집으로 돌아가는 골목길에서 마주친 버려진 개들의 으르렁거림이 섬뜩함을 느끼게 했던 기억과 순진무구해야 할 어린 꼬마의 표정에 깃든 영악함이 두려워질 때를 기억하고 있는 나는, 우리의 모습과는 다르지만 어쩌면 똑같을지도 모르는 인도의 수많은 모습들에 공감을 하며 생각에 잠기게 된다.

많은 이야기들이 다 마음을 울리며 기억에 남지만 특히 똥에 대한 단상은 더러움이 아니라 그 짧은 찰나의 시선속에 담겨있는 심오함으로 더 기억에 남는다. "이곳의 똥은 징후야. 징후. 이 세계에 물들게 될지 아닐지에 대한 징후" 이 책을 읽은 사람들은 아마도 이 말에 격하게 동의할지도 몰라.

그 내용이 궁금하다면, 아니 어느날 문득 인도가 떠오른다면 이 책을 펼쳐보기를. 이곳이 인도구나,라는 느낌을 갖게 될 것이다. 물론 인도를 경험해보지 못한 나의 말이니 온전히 믿지는 마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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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엄마의 부엌에서 배운 것들 - 엄마 없이 먹고 사랑하고 살아가기
맷 매컬레스터 지음, 이수정 옮김 / 문학동네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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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년만에 설 명절에 만두를 빚어먹었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명절에 서울로 갔었지만 3년전 교통사고를 당하고 내내 병원에만 계시다가 석달전에 퇴원을 하신 어머니는 꼼짝없이 집에 계셔야 했는데 그래도 병원이 아니라 집에서 설을 맞이할 수 있어서 뭔가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내가 어릴때는 명절때마다 온식구가 모다들어서 만두를 빚곤 했는데 형제들이 하나둘 떠나가도 여전히 만두빚기는 계속됐었기때문이다. 고기를 먹지 않는 어머니가 만드시는 만두는 두부와 달걀과 맛있는 김치만 있으면 된다. 아무튼 팔을 못쓰시는 어머니를 감독관으로 옆에 앉혀두고 장장 이틀에 걸쳐 만두속을 만들어놓고 빚어서 만두국을 완성했는데 김치도 집에서 만든것이 아니라 별로 맛없었고, 두부도 좋은게 아니었지만 오랫만에 어머니는 국 한그릇을 뚝딱 드셨다. 예전맛이 아니라면서도 내리 만두국을 잘 드시는 걸 보니 좀 고생스럽기는 하지만 조만간 다시 한번 만두를 빚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마침 이 책을 읽게 되었다. '내가 엄마의 부엌에서 배운 것들'

 

정말 마음아픈 이야기지만... 사실 아버지가 약간의 치매증상을 보이시다가 결국 병원에서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식사도 제대로 하지 못해 콧줄을 끼우고 손목까지 묶게 되었을 때 나는 아버지의 삶이 무슨 의미일까 생각했었다. 아버지 수발로 어머니마저 병드시고 하루하루의 생활이 엉망으로 되어가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될즈음 어쩌면 나도 이 책의 저자처럼 아버지의 죽음을 바랐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더 마음이 아팠다. 잠시라도 그런 생각을 했을지 모른다는 죄책감이 마음을 짓누르는데 겨우 하나 위안이 되는 것은 단지 '죽음'을 바란것이 아니라 좀 더 편안한 삶의 마감을 생각했었던 것이라는 것.

엄마의 죽음 이후 저자는, 자신의 삶에서 그토록 멀리하고 싶었고 지워버리고 싶었던 엄마라고 생각했지만 그것이 아니었음을 깨닫게 된다. 사람이 죽어가는 처참한 전쟁터의 현장에서 생사를 넘나드는 치열한 생존의 순간들을 지내다보면 엄마를 잊어버리고 살게되지 않을까 생각하며 방랑하듯 살았지만 그런 생활 후 엄마의 죽음은 지독한 상실감과 괴로움을 남긴다.

그리고 그러한 순간에야 비로소 엄마를 그리워하고 제발 살아돌아와주길 바라고 있는 자신을 깨닫게 된다.

 

부모의 죽음은... 겪어보지 않은 사람에게는 그 상실감이 어떠한 것인지 모를것이라는 말에 공감할수밖에 없다. 햇볕을 쪼이며 편안한 얼굴을 하다가도 멀리서 찾아 온 손주들을 보면서 그들이 누구인가 라는 표정으로 사람을 알아보지 못한다는 두려움이 떠오른 아버지의 얼굴을 기억하고 있는 괴로움이 무엇인지는 경험해 본 사람만이 알 수 있는 것이리라.

나 역시 몹시 후회하고 괴로워했다. 하지만 다행인 것은 세월이 흐르면서 아버지의 죽음에 대한 괴로움과 상실감은 시간의 길이에 비례하면서 옅어져갔고 그것을 더 흐리게 만들어준 것은 어머니에게 정성을 쏟으면서이다.

어머니의 말, 행동, 습관...예전에는 맘에 들지 않으면 타박하고 화를 내곤 했었는데 이제는 어머니가 무엇을 원하는지를 먼저 생각하게 되었다. 물론 온전히 그럴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신기하게도 저자가 엄마와 보냈던 어린 시절의 추억 속에 있는 시간들의 기억은 내게도 그러한 추억이 있음을 기억해내게 했고, 저자의 엄마가 들여다보던 프랑스 전통요리책의 설명은 우리네 엄마들의 요리설명처럼 정확한 레시피가 아니라 뭉뚱그려 음식을 만들고 맛을 내는 각종 양념들에 대한 설명과 대충 어림짐작으로 간을 맞추는 것이다. 요리책을 들여다보면서 음식을 만드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는 것은 내 경험으로도 알 수 있다. 진짜 요리를 해 먹는다고 한다면 책을 들여다보지 않고도 내 어림짐작과 손맛으로 음식의 맛을 낼 수 있다는 것도 이미 알고 있다. 저자의 엄마가 진짜 요리를 하라는 것과 같은 맥락일 것이다.


저자는 엄마의 요리들을 다시 재현하면서 조금씩 마음속에 묻어두고 꺼내기 두려워했던 엄마의 과거를 찾게된다. 알콜중독으로 망가져버린 엄마의 모습만을 기억하고 있던 저자는 조금씩 엄마의 기록들을 찾게 되면서 기억하지 못하던 엄마의 모습, 알지 못하던 엄마의 모습을 찾게 되는데...

그저 마음아픈 이야기일것이라고만 생각해서 이 책을 읽는 것이 쉽지 않았는데 오히려 마음의 위로를 받는 것 같았다. 나 역시 지금도 알게모르게 엄마의 부엌에서 수많은 값진 삶의 지혜를 배우고 있다는 것을 더 깊이 깨닫는다. 아버지의 죽음이후 나를 짓누르던 괴로움이 왠지 조금은 덜어지는 것 같아 조금은 편한 마음으로 아버지를 떠올리게 될까, 싶지만 지금 한순간에 좋아지지는 않으리라. 하지만 이제는 괴로운 기억들만이 아니라 좋았던 추억들을 더 많이 떠올리게 될 것 같아 마음의 위로와 평화를 얻게 되었음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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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의 발견 - 식물 원예의 기초부터 정원 만들기까지 오경아의 정원학교 시리즈
오경아 지음 / 궁리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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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겨울답지 않은 포근한 날씨다. 며칠째 햇살이 따뜻하게 내리쬐는 날이 계속되고 있으니 봄을 맞이할 꽃생각이 간절해진다. 코딱지만한 마당이지만 여름에 밥반찬으로 뜯어먹을 찬거리라도 장만하려면 이미 씨앗을 뿌렸어야 하는데, 지난번에 묻어둔 단호박씨와 2,3년을 묵혀둬 싹이 틀지 모를 씨앗들을 건성으로 뿌려놓고 관리를 전혀 하지 않아서 이제 다가올 여름철 마당의 모습이 어떨지 궁금해지고 있기도 하고.

3년정도 혼자 집을 지키며 어머니 계신 병원을 왔다갔다 하다보니 마당은 커녕 실내에 있던 화분들마저 관리를 하지 못해 유일하게 꽃을 피우던 바이올렛 화분들이 다 얼어죽어버리고 그 후로 집안에는 꽃이 사라져버렸다. 마당에 있던 어여쁜 꽃화분들도 지난 가뭄에 시들어가다가 겨울의 혹한에 결국 죽어버렸는데다가 어머니가 퇴원하고 난 후 관리도 안되고 보기 싫은 화분들 다 정리한다며 싸그리 갖다 버려서 지금 마당은 횡하니 비어있다.

사실 나는 어릴적부터 전셋집을 전전하고 다녔지만 이사다니던 기억은 하나도 남아있지 않고 이사를 다녔던 집의 마당만큼은 기억에 남아있다. 그렇게 사시사철 꽃들이 피어있고 꽃나무들을 보면서 자란탓인지 유난히도 꽃을 좋아한다. 거기에 더하여 비밀의 화원을 읽고난 후에 내 소망은 '마당이 넓은 집'에 사는 것이 되었지만 정원관리라는 것이 많은 손길을 필요로 하는 것인지는 미처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타샤의 정원을 보면서 타샤가 얼마나 부지런히 몸을 움직여 정원을 손질하는지 알아챘고, 신경을 쓰지 않아도 저절로 꽃을 피우는 줄 알았던 우리집 마당의 꽃들도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난 후 하나 둘 시들기 시작하면서야 비로소 나는 식물을 키우는 것이 얼마나 세심하고 지속적인 관심과 손길을 줘야하는 것인지를 깨닫게 되었다.

그래서 이제 황폐해져버린 마당을 다시 예전처럼 멋진 정원의 모습으로 만들고 싶어졌는데 무엇부터 해야할지 난감해하고 있었는데 마침 '정원의 발견'이 눈에 띄었다. 식물 원예의 기초부터 정원 만들기까지,라는 부제가 붙어있는 정원학교 교재라 할 수 있는 이 책은 내게 필요한 바로 그 책이야,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전문적으로 공부를 하며 정원을 만드는 것에 신경을 쓰는 것은 너무 큰 공력이 들어가 망설여질뿐만 아니라 어느 정도 식물에 대해 알고 있어야 가능한 것이기에 내게는 기초적인 것부터 차근차근 알려주는 책이 필요했다. "식물을 어떻게 키우고 가까이 할 수 있는지, 실용적이고 다양한 원예의 방법과 이해하고 있어야할 정원의 역사와 의미, 식물의 이름과 자생지를 이해하는 것이 왜 원예의 기본이 되는지, 정원의 바탕이 되는 흙을 이해하는 과정" 등이 알기 쉽게 잘 정리되어 있다. 이론적인 부분들은 딱딱하게 느껴질수도 있는데, 그림과 실제의 정원 모습을 담은 사진이 어우러져 설명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고 또한 책을 펼쳐보는데 아름다운 정원 사진들이 눈에 들어와 사진을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흥미로웠다.

 

사실 몇년동안 화분을 키우다 죽이고 또 들여놓고 키우다 죽이고를 반복하다보니 조금씩 식물의 특성에 대해서 알게 되고 식물을 어떻게 키워야 하는지에 대한 감도 생겨났다. 그런 경험들이 정원, 식물, 흙과 거름 이야기안에 고스란히 담겨있어서 처음부터 공감하며 읽을 수 있어서 책 자체가 그다지 어렵지 않게 느껴졌고 정원에 대해 구체적으로 주제별 정원이라거나 실내정원으로 정리하여 설명해주고 있어서 내 코딱지만한 마당을 어떻게 활용하고 사계절동안 꽃을 보기 위해 어떻게 가꿔야 할지 계획을 세우고 정원가꾸기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도 깨닫게 되었다.  무성하게 자라는 허브와 온갖 야생화들이 저절로 피어나는 것이 아니라 세심한 계획과 노력의 결실이라는 것을 생각해볼 때 아름다운 정원을 만들기까지 얼마나 많은 수고로움이 담겨있는지 새삼 감탄하게 되기도 했다.

 

마지막 장에는 정원과 식물관리가 정리되어 있어서 물주기부터 영양분 공급, 잡초 관리, 지지대를 세우면서 미관까지 고려하는 방법, 정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정원 도구가 다양해지는것뿐만 아니라 하나의 소품처럼 미적인 감각까지 고려되고 있는것에 대한 이야기는 지금 당장이라도 정원 만들기에 투신하고 싶은 마음이 생겨난다.

일단 따뜻한 날이 계속되고 있으니 비라도 한번 내리고 나면 오랫동안 묵혀뒀던 마당의 흙을 한번쯤 뒤집어줄까 생각중이다. "정원의 발견"은 또 하나의 의미에서 내게 '발견'이 기쁨을 안겨주고 있는 책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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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300 단어로 네이티브처럼 말한다 (MP3 무료 다운로드 + 온라인 학습자료 9종 포함)
박지우 지음 / 넥서스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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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이 책을 완전히 다 훑어본것은 아니지만 300단어로 네이티브처럼 말한다,라는 말의 의미는 충분히 깨닫고 있다. 300단어가 의미하는 것은 적은 수의 단어라는 의미도 담고 있지만 그 안에는 정말 기본적인 단어만으로도 충분히 의사소통이 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 책에서 말하고 있는 300단어는 책을 한번 쓰윽 펼쳐보기만 해도 외울 필요가 전혀없는 가장 기본적인 영단어라는 것을 느끼게 될 것이다. 그래서 처음 책을 펼쳤을 때는 300단어로 '네이티브처럼' 말한다는 것은 어쩌면 가장 기본적인 회화만을 늘어놓고 생색내기처럼 광고를 하는 건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그런데 일상회화에서 기본중의 기본인 인삿말을 비롯한 소개, 시간, 날씨 등등의 문장을 건너뛰고 다른 기본을 찾는것도 뭔가 어색하지 않겠는가. 아무튼 그렇게 기본중의 기본을 넘어서면 정말 일상적으로 많이 쓰고 있는 표현들이 마구 튀어나온다. 물론 거의 다 아는 단어들로 구성된 문장이다.

알고 있는 표현들이 많이 나오지만 한꺼번에 눈으로 그냥 훑어버리면 또 내 안에 남는 것이 없을 것 같아 하루에 유닛 하나씩 읽고 지나가고 있는데 그냥 유사표현으로 같은 뜻의 말이라고만 생각했던 것이 우리말의 반말처럼 격의없는 말뜻을 갖고 있어서 격식을 차려야 할때에는 쓰면 안된다든지 하는 새로운 팁도 알게 되었고, 응용표현을 익히면서 짧고 간결한 문장을 일상생활에서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도 생각해보게 되었다.

기본적인 단어로 구성된 회화체라서 이미 어느 정도 영어로 대화가 되는 사람에게는 전혀 필요하지 않을수도 있다. 하지만 영어에 자신이 없는 사람이라거나 나처럼 외국인앞에서는 말문이 막혀버리는 사람에게는 쉽고 간단하게 익힐 수 있고 어렵지 않게 느껴지는 이 책이 꽤 도움이 될 듯 하다.

 

기본중의 기본이라 했지만 내가 이미 알고 있는 표현이 아니라면 도무지 무슨 뜻일까 싶어지는 문장들도 눈에 띈다. 마침 책장을 펼쳐보니 What's eating you?라는 문장이 보인다. 아주 오래전에 개봉되었던 영화 길버트 그레이프의 원제목이 바로 What's eating Gilbert Grape였는데 원어민 선생님이 그 뜻을 알려주기 전에는 전혀 생각해보지 못했던 뜻이었다. 이처럼 기본적이고 쉬운 단어로 구성되어 있고 알고 있는 단어의 뜻으로만 해석되는 것이 아니라 실생활에서는 상황에 따라 또 다른 숨은 뜻을 담고 있기도 하다.

300단어로 네이티브처럼 말한다는 것은 이처럼 쉽고 간단한 단어만으로 의사전달을 충분히 할 수 있고 소통이 가능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며 말을 할 때는 외국어뿐만 아니라 우리말을 할 때도 그런것처럼 쉬운 말로 표현하는 것이 더 명확한 뜻을 전달하기도 한다는 것을 새삼 생각하게 한다.

 

영어회화는 눈으로만 보고 익히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대화에서 활용할 수 있어야하며 그때그때의 상황에 따라 적절한 표현이 바로 나올 수 있어야한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옛버릇을 고치기 힘들어서인지 여전히 머리로 생각하고 눈으로 확인하면서 영어공부를 하곤 했는데 이제 이 책으로는 습관처럼 표현이 튀어나올 수 있도록 늘상 들여다보며 되내어봐야겠다는 결심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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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글 쓴 남자, 안개 속의 살인
시마다 소지 지음, 이윤 옮김 / 호미하우스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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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마다 소지라고 하면 독자들에게 도전장을 내던진 작가,라는 것이 먼저 떠오른다. 그만큼 그의 작품은 이야기 전개과정에서 논리적인 사고를 요하고 사건해결을 할수도 있으리라는 기대를 가져보게 된다. 그래서인지 시마다 소지의 작품은 처음 읽을때부터 꽤 꼼꼼하게 읽게 되는데 이 작품은 추리와 논리적인 사고를 하며 집중하여 읽기보다는 내용이 담아내고 있는 의미에 대해 좀 더 생각해보게 된다.

물론 이야기의 시작은 살인사건이다. 하지만 그 살인사건의 용의자로 의심되는 고글 쓴 남자에서 원자력의 위험에 대한 경고의 내용을 담아내고 있는 것은 정말 대단한 이야기 구성력이라 하지 않을수가 없다.

최근들어 원전몇기가 가동중단되고 전력난이 예상되며 여름이면 전력대란이 일어날것이라는 엄포를 놓으며 원자력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하는 방송광고가 많아지고 있는데 사실상 원자력의 파괴력과 위험성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이런 내용을 딱딱하지 않고 알기 쉽게 설명해주고 있는 것이 시마다 소지의 이 책 '고글 쓴 남자, 안개 속의 살인'이다.

이 책에서 언급하고 있는 스미요시화연은 원자로의 연료를 생산해내는 회사인데, 국책사업을 하는 그 회사가 개발이 안된 마을 근처의 숲속에 자리를 잡으면서 마을은 조금씩 변화되어간다. 그 변화라는 것이 개발로 인한 도시화가 아니라는 것은 이미 짐작이 가는 것이지만 이 책에서는 좀 더 구체적이고 사실적인 묘사를 하며 방사능의 위험이 얼마나 큰지 새삼 인식하게 된다.  원자로가 폭주하고 방사능에 피폭되고 하는 말의 의미가 무엇인지 가장 기초적인 것부터 설명을 하고 있는데, 그 이상으로 원자력회사가 들어선 곳의 숲이 황폐해져가고 근처 강의 물도 오염되어 더 이상 뛰어노는 아이들도 없고 괴담처럼 떠도는 이야기들의 근원을 파고 들어가보면 모두 방사능으로 인해 암에 걸리고 기형아가 출산되는 현실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아, 그렇다고 이 책이 원자력과 방사능의 폐해만을 이야기하는 인문학책은 아니니 괜히 딱딱할 것이라고 지레짐작하면 안된다. 실제로 이 책은 금세 읽힌다. 어렵지않게 쓰여졌을뿐만 아니라 이야기의 구성이 꽤 흡입력있게 되어있기 때문이다.

 

이야기의 시작은 안개가 낀 날 밤, 인적이 드믄 외곽지역의 한 담배가게에서 주인 노파가 둔기에 머리를 맞고 살해당한 모습으로 발견된다. 현금을 노린 단순 강도 살인으로 추정하고 범인을 찾아나서는데 노파의 사체 밑에 깔려있는 노란색 선이 그어진 5천엔짜리 지폐와 바닥에 흩뿌려진 필터없는 담배들, 사건 당일 근처에서 목격된 고글 쓴 남자의 정체가 확인이 안되면서 사건은 단순강도 살인 이상의 의미를 갖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하게 된다. 거기에 더하여 노란색 선이 그어진 지폐는 인근에 위치한 또 다른 담배가게에서도 발견되는데...

 

이야기의 결말을 생각하면 고글 쓴 남자의 정체와 살인사건의 연관은 꽤 멀리 돌아 이어지고 있지만 그 과정에서 괴이한 이야기가 언급되고 살인사건이 일어나면서 강한 호기심을 갖게 된다. 이러한 연관이 비약적인 것도 아니고 자연스럽게 녹아들어가며 읽혔다는 것을 생각하면 시마다 소지는 정말 대단한 작가라고 생각하지 않을수가 없다.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있었고 방사능에 대한 경각심이 커졌다고 하지만 실제 피부로 느껴지는 경각심은 거의 없다고도 할 수 있다. 실제로 그게 무슨 큰일이냐,라는 말을 하는 사람들도 주위에 많은데 방사능 피폭의 문제가 현재를 살고 있는 나 자신만의 문제가 아니라 후대로 이어지면서 심각한 기형을 초래하고 암과 같은 병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해야만 함을 강조하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도 이 책은 읽어볼 가치가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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