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엔 폰이 없어도 그닥 불편하지 않았고, 오히려 내게 연락이 안된다며 짜증을 내는 사람은 있었어도 내가 연락을 할 수 없어 답답했던 적은 없었다. 그런데 이제는 업무처리를 위해서도 폰은 필수처럼 되어버렸다. 광고와 사기가 판을 치는 스팸전화가 너무 많은데다 스토커에 시달린 경험이 있는 사람도 많아서 이제 업무차 전화를 해도 잘 모르는 전화나 일반 전화는 받지 않는 사람들이 늘어난거다. 그래서 간혹 내 휴대폰으로 전화를 해야하거나 문자를 보내야하는 일도 많아졌기때문에 이제 개인폰이 없으면 불편해지기 시작했지.
아, 그런데 이놈의 요물단지는... 뜻하지 않게 자꾸만 신간도서가 나왔으니 책을 사내라고하기도 해서 사재기를 충동질한다.
다른 모든 눈송이와 아주 비슷하게 생긴 단 하나의 눈송이.
옛날부터 그랬지만 슬쩍 보고 은희경작가님의 새 책이 나왔어!라고 외친 후, 그런데 책 제목이 뭐였지? 가 되어버린다. 그런데 웃겼던 것은 정말 제목을 들으면 화악 공감이 되는 문장인데 그게 뭐였지? 라는 거다. 내가 이 말을 하면서 책 제목이 생각나지 않는다고 했을 때, 당시 나와 같이 근무했던 언니조차 내 말에 백퍼센트 공감하면서 또 나와 마찬가지로 책제목을 기억해내지 못했다.
'행복한 사람은 시계를 보지 않는다' 였는데말야. 물론 그런 이유로 이 책의 제목은 잊어버리지 않고 있다만. 도대체 오늘 아침에 내가 뭘했는지조차 기억이 가물거리는 이 시점에 '다른 모든 눈송이와 아주 비슷하게 생긴 단 하나의 눈송이'를 어떻게 기억하란 말인가.
요즘 빼놓지 않고 보고있는 천송이 드라마의 제목도 뭐였더라, 할판에.
그래도 아무튼. 예판이랜다. 게다가 그 엄청난 이벤트 상품이라니. 나야 뭐.. 그런 이벤트 운이 없으니 별 기대는 않하지만. 어제도 책 구매를 했는데, 급하게 주문하느라 선물할 책은 하나도 구입하지 못해서 또 해야하는구나...싶은 찰나 잘 된건가? 이것도 추가주문으로 해야해? 그런데 어젯밤에 문득 사고 싶었던 책들이 마구 생각나버리는거다. 어째 책 읽을 생각은 하지 않고 신간도서나 떠올리고 있으니. 아, 힘들다.
음... 근데 사실 이러면 가장 당황스러운 것은 누구일까? 아무래도 적나라하게 비교될수밖에 없는 번역가?
책을 구매할 때는... 번역가에 대해 잘 모르면 그 다음은 출판사를 보게 되는데 책 표지도 무시못할 존재감을 드러내는구나.

그런데 얼핏 보고는 개정판이 나오면서 표지가 바뀌었다고 해도 그 차이를 못느꼈는데 역시 같이 놓고 비교해보니 다르군. 왜 갑자기 이 책이 다시 나온걸까, 싶었는데. 영화!
그전에 이것도 빨리 읽어야겠다. 라는 건 또 역시 마음만 급해서인거겠지. 사무실에 읽을 새 책들이 쌓여있는데도 굳이 무겁게 집으로 들고갔던 책을 일부러 집어들고 온 오늘인데... 생각해보니 오늘 할일이 많아서 느긋하게 책읽을 시간이 그닥 없을 것 같다. 나는 책을 읽는 사람이 아니라 그저 책을 사재기하고 운반하는 사람일뿐인것같아.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