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몰랐던 박람회장 1 : GA 가을 위의 산책 - 유준상의 첫 판타지 동화
유준상 지음, 이엄지 그림 / ㈜소미미디어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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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을 위한 판타지 동화,이기에 읽기 어렵지는 않다. 이야기는 단순하지만 '판타지'를 담고 있기에 약간의 상상력을 동원하면 그 흐름에 따라 쉽게 읽을 수 있는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더구나 왜 굳이 특정 지역과 인물들의 이름은 구체적으로 명시되어 있을까, 궁금했는데 저자 유준상이 여행을 다니며 떠오른 구상을 이야기로 쓴 글이라 그런것이란다. 여행지에서의 새로운 설레임과 일상에서 보지 못했던 자연의 경이로움이 판타지 동화로 탄생한 이야기라니.


배우인 쥬네스는 쉬는 날 좋아하는 테니스를 치러 동네 테니스장으로 간다. 테니스를 치는 동안은 혼자여도 외롭지 않다 느끼는 쥬네스는 운동이 될만큼 충분한 시간을 보내고 나오는데 한분이 다가와 그에게 테니스를 같이 쳐 줄 수 있는지 물어본다. 너무 해맑은 모습에 이미 테니스를 충분히 친 후였지만 한번 더, 또 한번 더 세번이나 할아버지와 테니스를 친다. 같은 물음과 행동을 되풀이하는 할아버지의 모습에 의아해진 쥬네스는 치매를 의심하지만 할아버지는 여전히 해맑은 모습으로 그에게 동네 박람회장에 가보지 않겠냐는 권유를 한 후, 그조차 잊어버리고 유유히 길을 떠난다. 호기심으로 할아버지의 뒤를 따라 간 쥬네스는 박람회장으로 들어가게 되고 그곳에서 비술아저씨와 별양치기, 구름 맨과 닥터 스카이.... 여러 인물(!)과 하늘의 상징들과 바다 생물과 지상의 경이로운 자연의 모습과 마주하게 되는데......


사실 책을 읽기 전부터 막연히 이 책의 이야기는 '환경'에 대한 이야기가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며 상징성을 담고 있는 의미가 무엇일까 고민하며 책을 읽었다. 그리고 당연히 책을 다 읽은 후에도 '의미'를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었는데 순간적으로 책 속에서 '세상에서 제일 긴 기차'의 칸수를 사흘이나 헤아리다 잠이 들어 꼬박 나흘이 지난 후에 깨어난 쥬네스는 그 하나에만 집착하는 것의 의미없음을 깨닫게 된다. 


"의미가 이곳에서는 중요하지 않다. 의미에 집착하면 내가 찾고자 하는 진짜 의미를 잃어버리기 때문이다. 너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게 어쩌면 중요하지 않을 수 있다."(82)


그저 호기심이 생기게 하는 아름다운 환상적인 동화,라고 생각하며 읽어도 좋은 책이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그림과 글이 어우러져 쥬네스를 따라 세상을 흘러가다보면 아름다운 하늘과 바다와 숲을 보게 된다. 쓰레기를 낚는 헤밍웨이 할아버지를 만나게 되기도 하고 '바다를 청소하며 마음을 비우는 법, 누군가를 기다리는 마음'을 떠올려보게 된다. 

간절한 소망으로 원하는 곳을 가게 되는 것, 비술아저씨가 품고 있는 의문의 이야기는 또 무엇인지... 두번째 권에서는 어떤 판타지동화가 펼쳐질지 기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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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을 철학하다 가슴으로 읽는 철학 1
사미르 초프라 지음, 조민호 옮김 / 안타레스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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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을 품어낼 것인가 몰아낼 것인가, 라는 물음에 이미 그 해답은 알고 있으며 그 해답에 이르기까지의 철학적 사유가 궁금해졌을뿐이었다. '불안'이라는 것은 사실 내 미래에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인지 알 수 없는 것, 내가 행한 현재의 일에 대한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모른다는 것, 내가 제어할 수 없는 수많은 일들 때문에 생겨난 것이 아니겠는가. 

나는 원래도 불안증이 좀 있다고 생각하는데 - 여행을 준비하는데 뜬금없이 갑작스러운 사고로 내가 사망을 하게 되면 일어날 일들을 걱정하느라 다른 마음의 준비를 하기도 하는데, 그런 일상적인 일들에 더해 어느날 어머니가 갑자기 쓰러지신 이후 또 다시 그런 일이 반복될까, 혹여 나 혼자 있을 때 어머니가 돌아가시면 어쩌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될 때 마음이 갑자기 불안정해지게 되었다. 한동안 힘들었었지만 조금은 냉철하게 모든 사람은 죽음을 맞이하는 것이며, 그것은 내 노력으로 바꿀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는 생각을 자꾸 되내이려고 하니 어머니의 죽음이 그전만큼 두렵지는 않게 되었다. '불안을 철학하다'라는 명제는 내게 그런 의미로 다가왔다. 


'불안을 철학한다는 것은 삶을 철학한다는 것이며, 우리 삶을 행복하지 못하게 만드는 세상의 정치적, 도덕적 문제를 통찰하는 것이다'(238)라는 설명은 내 마음의 변화에 대해 짧고 명확하게 표현한 문장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불안'이라는 감정을 어떻게 '철학'으로 수용하며 이해를 할 수 있을까 싶었는데 공감과 이성적 사고의 그 어디쯤 같은 느낌을 받았다. 


"철학에는 치유의 힘이 있다. 철학은 우리 삶의 불확실한 윤곽과 궤적을 인식하도록 돕는 방식으로 우리의 감정을 치유한다. 불안의 본질에 대한 철학적 성찰로 우리는 불안을 더 깊이 이해하게 되고 불안과 더 친밀한 관계, 즉 불안을 온전히 수용할 수 있는 통로를 확보할 수 있다. ... 나는 거울 속 나 자신을 온전히 인식하고 받아들임으로써 치유됐다. 내 불안이 지금 있는 그대로의 나를 만들었고, 나 자신이기를 거부하는 동안 불안은 내게 불안한 것으로 인식됐다."(29) 


가장 쉽게 이해할 수 있었던 것은 역시 공감하며 읽을 수 있는 저자 자신의 개인적인 체험과 고백이다. 누구나 불안한 상태에 빠질 수 있으며 삶의 구체적인 형태는 다를 수 있지만 그 본질적인 부분에서 인간이라면 겪게 되는 생사고락의 모습은 다를것이 없다는 것을 강조하면서, 불안은 떨쳐내거나 지울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자체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면서 함께 가는 것이 최선임을 보여주고 있다. 사실 내가 구구절절이 늘어놓는 말들보다 선명하고 짧게 핵심을 이야기하는 저자의 글을 읽는 것이 더 낫다,는 말 외에 언급할 수 있는 부분은 이런 것일뿐이다. 


철학이란 우리가 흔히 말하는 처세와는 다른 것이며 본질적으로 세계관을 밝히는 것이라는 생각으로 접근을 한다면 '불안을 철학하다'라는 것 역시 불안을 없애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불안의 본질을 깨닫고 내 삶에서 불안과 공존하며 살아갈 수 있어야 함을 인식하는 것이 아닐까.

"우리가 미지의 영역을 향해 힘껏 나아가는 동안 불안은 바람직한 삶의 궤적과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새로운 자아를 알려준다. 우리는 항상 불안할 것이다. 불안하기에 우리는 존재할 용기를 낼 수 있다. 불안하기에 우리는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 앞으로 무엇이 될 수 있는지 궁금할 자격이 있다."(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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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크너의 작품은 이렇게 당대의 대중으로부터 큰 호응을받지 못했지만, 시간의 흐름과 더불어 인간 의식이 발전함에 따라 지금은 미국 문학사에서뿐만 아니라 세계 문학사에서최고의 작가들 가운데 한 사람으로 자리매김을 하고 있다. 특히 그는 현실적인 문제를 일상적인 실제 삶에서 보다 더욱 정확히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상상력의 세계를 구축하는 데 있어서 천재적인 작가의 능력을 보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의 작품의 주제는 유년 시절과 성, 인종 문제와 토착적인미국 ‘남부‘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표현할 수 없는 심리학적인 현상 및 ‘인간과 시간 그리고 영원‘의 내면 구조 등에 관한것이었기 때문에 하비 브레이트가 『압살롬, 압살롬!』(1936)의모던 라이브러리 판 해설에서 썼던 것처럼, 도스토옙스키의주제보다 더욱 도착적이다. 그의 문장 역시 너무 어렵고 모호하며 서로 뒤얽힌 집합체로 나타난 경우가 많고, 그의 높은 예술적 가치는 작품 전체의 퍼스펙티브(perspective)를 통해서만가능하기 때문에 많은 그의 작품이 널리 읽히지 못했다.
- P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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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너의 역사 - 품격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설혜심 지음 / 휴머니스트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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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너의 역사,라는 제목을 처음 들었을 때 그 시작은 어디서부터일까가 궁금했었다. 예절이라는 것은 규칙을 지킨다는 것과는 또 다른 것이라는 생각을 했는데 그에 대해 가장 크게 와 닿은 비유는 운전에 대한 것이다. 이건 어쩌면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해당이 되는 지극히 현재진행형인 현실적인 문제여서 그런것인지도 모르겠다. 한참 뒷부분에 나오는 이야기이기는 하지만 이미 1930년대 - 자동차의 역사를 생각해보면 그리 오래전도 아니고 긴 역사도 아니지만 이미 백여년 전에 나온 운전에티켓 내용을 보면 매너라는 것이 법으로 정해놓는 것이 아닌 공동체 생활의 배려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가끔 뉴스에 비오는 날의 풍경으로 지나가는 차량이 튕겨낸 빗물에 맞아 물에 빠진 생쥐꼴이 되는 직장인의 모습이 나오곤 했었는데 30년대에 나온 운전에티켓에는 비오는 날 커브길에서 속도를 내지 않는 것이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흙탕물을 뒤집어쓰지 않게 하기 위한 배려, 라는 글은 요즘 더 필요한 글이 아닌가 싶다. 


지금의 시대에 '배려'라는 생각이 들지만 고대로부터 이어오는 '매너'에 대한 내용은 약간 처세의 느낌으로 시작한다. "좋은 매너를 갖추는 일은 곧 행복에 대한 추구이자 삶의 즐거움의 하나"(594)임은 아리스토텔레스의 시대에서부터 21세기를 살아가는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생각을 하지만 현대에 '배려'라는 의미를 갖기 전에는 소위말하는 '상류층'이 자신들의 집단에서 어울리기 위해 익혀야할 관습정도로 시작했으며 그것은 곧 내가 배제되지 않기 위한 것에 조금 더 가깝다는 생각이 든다. 


대화술이나 아들의 교육에 대한 이야기뿐만 아니라 근현대로 오면서 계급에서 개인적인 에티켓 이야기로 넘어간다. 그러면서 직업과 성에 관련된 것, 파혼과 이혼에 대한 에티켓의 내용도 정리되어 있는데 전체적으로는 시대가 지나면서 특정 계급에서 중산층으로 확대되고 개인이 지켜야할 에티켓 내용이 나온다. 우리나라에서도 돈으로 양반 족보를 산 중인들이 어설픈 양반행세를 하며 벌어지는 일을 풍자하는 해학이 넘쳐나는데 서양에서도 그와 마찬가지로 벼락출세한 사람의 매너가 그들에 대한 교육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중산층의 허세와 탐욕을 풍자하고 있다. 


그랜드투어가 유행하기 시작하면서 외국으로의 여행이 많아졌는데 약간의 현금이 필요하다는 이야기에 예나 지금이나 비상금은 필요한가 싶었는데, 결투로 인해 사람을 죽이거나 다치게 했을 때 재빨리 말을 구해 도망갈 때 필요하다는 말에 헛웃음이 나온다. 매너가 사람을 만들지만 매너를 배우는 것은 목숨을 살리기도 하는 것인가 싶다. 


매너의 역사를 통해 매너가 우리에게 갖는 의미에 대해 생각해보게 해주고 있는데 어렵지 않고 쉽게 설명해주고 있을뿐만 아니라 매너 자체가 생활밀착형(!) 에피소드를 통해 이야기할수밖에 없는 것이어서 그런지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 "매너에는 자기에 대한 존중과 남에 대한 존중이 교차하고, 그 존중을 행동으로 주고받는 기쁨이 있다. 따라서 좋은 매너는 당연히 더 나은 관계를 만들고, 더 좋은 사회적 분위기를 만들어 내고, 평화로움을 창조하는 데 큰 역할을 한다"(594)는 것을 떠올린다면 매너를 배우고 익히는 것은 꼭 필요한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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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에서 다른 운전자에게 하지 말아야 할 무례한 행동에 관해 숙지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예를 들어, 끼어들기, 커브길에서 너무 많은 공간 차지하기, 교통 흐름을 방해할 만한 곳에 세워두기,
갑자기 멈추기 등이 이에 해당했다. 법령으로 명문화되지는 않았지만 운전자라면 꼭 지켜야 하는예절도 많았다. 불필요하게 경적이나 사이렌을 크게 울리는 일이며 병원 근처에서 경적을 울리는 일 등은 주변 사람을 배려하지 않는 무례한 행동이었다. 이 책은 또한 ˝사려 깊은 운전자는 비가오는 날 커브길에서 속도를 내지 않는다. 근처를 지나가는 사람이 흙탕물을 뒤집어쓰지 않게 하는 배려다˝라고 말하며 ‘마찬가지로 맑은 날 시골길에서는 보행자가 먼지를 뒤집어쓸 수 있으므로 속도를 내지 않는다˝라고 덧붙였다. 504


*****
1930년대의 운전에티켓.
백여년이 지난 지금 에티켓을 배워야 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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