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을 철학하다 가슴으로 읽는 철학 1
사미르 초프라 지음, 조민호 옮김 / 안타레스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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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을 품어낼 것인가 몰아낼 것인가, 라는 물음에 이미 그 해답은 알고 있으며 그 해답에 이르기까지의 철학적 사유가 궁금해졌을뿐이었다. '불안'이라는 것은 사실 내 미래에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인지 알 수 없는 것, 내가 행한 현재의 일에 대한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모른다는 것, 내가 제어할 수 없는 수많은 일들 때문에 생겨난 것이 아니겠는가. 

나는 원래도 불안증이 좀 있다고 생각하는데 - 여행을 준비하는데 뜬금없이 갑작스러운 사고로 내가 사망을 하게 되면 일어날 일들을 걱정하느라 다른 마음의 준비를 하기도 하는데, 그런 일상적인 일들에 더해 어느날 어머니가 갑자기 쓰러지신 이후 또 다시 그런 일이 반복될까, 혹여 나 혼자 있을 때 어머니가 돌아가시면 어쩌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될 때 마음이 갑자기 불안정해지게 되었다. 한동안 힘들었었지만 조금은 냉철하게 모든 사람은 죽음을 맞이하는 것이며, 그것은 내 노력으로 바꿀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는 생각을 자꾸 되내이려고 하니 어머니의 죽음이 그전만큼 두렵지는 않게 되었다. '불안을 철학하다'라는 명제는 내게 그런 의미로 다가왔다. 


'불안을 철학한다는 것은 삶을 철학한다는 것이며, 우리 삶을 행복하지 못하게 만드는 세상의 정치적, 도덕적 문제를 통찰하는 것이다'(238)라는 설명은 내 마음의 변화에 대해 짧고 명확하게 표현한 문장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불안'이라는 감정을 어떻게 '철학'으로 수용하며 이해를 할 수 있을까 싶었는데 공감과 이성적 사고의 그 어디쯤 같은 느낌을 받았다. 


"철학에는 치유의 힘이 있다. 철학은 우리 삶의 불확실한 윤곽과 궤적을 인식하도록 돕는 방식으로 우리의 감정을 치유한다. 불안의 본질에 대한 철학적 성찰로 우리는 불안을 더 깊이 이해하게 되고 불안과 더 친밀한 관계, 즉 불안을 온전히 수용할 수 있는 통로를 확보할 수 있다. ... 나는 거울 속 나 자신을 온전히 인식하고 받아들임으로써 치유됐다. 내 불안이 지금 있는 그대로의 나를 만들었고, 나 자신이기를 거부하는 동안 불안은 내게 불안한 것으로 인식됐다."(29) 


가장 쉽게 이해할 수 있었던 것은 역시 공감하며 읽을 수 있는 저자 자신의 개인적인 체험과 고백이다. 누구나 불안한 상태에 빠질 수 있으며 삶의 구체적인 형태는 다를 수 있지만 그 본질적인 부분에서 인간이라면 겪게 되는 생사고락의 모습은 다를것이 없다는 것을 강조하면서, 불안은 떨쳐내거나 지울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자체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면서 함께 가는 것이 최선임을 보여주고 있다. 사실 내가 구구절절이 늘어놓는 말들보다 선명하고 짧게 핵심을 이야기하는 저자의 글을 읽는 것이 더 낫다,는 말 외에 언급할 수 있는 부분은 이런 것일뿐이다. 


철학이란 우리가 흔히 말하는 처세와는 다른 것이며 본질적으로 세계관을 밝히는 것이라는 생각으로 접근을 한다면 '불안을 철학하다'라는 것 역시 불안을 없애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불안의 본질을 깨닫고 내 삶에서 불안과 공존하며 살아갈 수 있어야 함을 인식하는 것이 아닐까.

"우리가 미지의 영역을 향해 힘껏 나아가는 동안 불안은 바람직한 삶의 궤적과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새로운 자아를 알려준다. 우리는 항상 불안할 것이다. 불안하기에 우리는 존재할 용기를 낼 수 있다. 불안하기에 우리는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 앞으로 무엇이 될 수 있는지 궁금할 자격이 있다."(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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